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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 죽음으로부터 보는 비인간적 사회속성
2016년 02월 20일 16시 30분  조회:804  추천:2  작성자: 장학규
 
 
평론
 
비정상 죽음으로부터 보는 비인간적 사회속성
 
현춘산 장편소설 “호란강반의 비가”에서 나타나는 비판의식
 
장학규
 
 
현춘산선생은 지금까지 수필집 3권과 장편소설 1부를 출간했다. 다산이라고는 할수 없겠지만 문학을 생명처럼 여기고 거기에 혼신의 정열을 쏟아붓는 많지 않는 작가중의 한사람인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60대 중반인 현춘산선생은 70세전까지 두번째 장편소설 '검은 땅의 전설'을 마무리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한창 집필에 전념하고 있으며 여생에 단편소설집 한권과 에세이집 한권 그리고 장편소설 '호란강반의 비가'를 한문으로 출판하는것이 목표라고 한다. 

현춘산선생의 대표작품은 장편소설 “호란강반의 비가”이다. 이 소설은 “흑룡강신문” 제13회 신춘문예당선작으로 신문에 련재될때부터 많은 쟁론과 화제를 불러왔던 작품이다. 논란거리였던 이 소설이 2010년말에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쟁명은 일단 물밑으로 갈아앉았으나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효를 거듭하고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한번 다시 끄집어내여 헤치고 뒤번지고 긁지 않으면 안될 문제작이라는걸 먼저 밝혀야겠다. 

소설은 1958년 5월 중국공산당 제8기전국대표대회 제2차회의의 정신에 따라 성세호대하게 일어난 대약진 및 그와 동시에 출현한 인민공사화 운동을 그 사회력사적 배경으로 하고있다. 시간적으로는 대략 1958년 겨울부터 1959년 10월까지 채 1년이 좀 안되는 기간에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있다. 이 시기는 “반모진(反冒进)”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전민적강철제련과 무엇에나 “공(公)”자만 내세우던 좌경로선이 살판치던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스토리는 두갈래로 병행되여 전개된다. 우선 조선족마을인 강남대대에서 원래의 농업생산합작사로부터 인민공사로 과도하는 과정에 림기호를 필두로 한 강남대대와 공사당위원회 서기 진장해를 대표로 하는 착오로선간의 아슬아슬한 모순 투쟁과 그 착오로선의 구체적인 형태인 공산풍과 평균주의 및 허풍치기사조로 인해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농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그리고있다. 다른 한갈래는 농촌의 지식계층을 대변하는 호재덕교장과 교사들사이의 의식형태상의 차이를 통해 상부구조의 부조리실태를 고발하고있다.

필자는 “호랑강반의 비가”의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현춘산선생의 단행본들은 물론 여기저기 널려있는 산재적인 작품들도 가급적 모두 찾아 읽어보았다. 현춘산선생이 이 장편소설을 창작하게 된 동기와 의거 그리고 합리성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그런 자료들을 이 평론에 활용하였음을 밝힌다. 
 

비판과 반성의식이 주선률

“호란강반의 비가”는 정치적색채가 농후한 작품이다. 중국이라는 특수한 정치체제속에서 자칫 엄중한 후과를 몰아올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먼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정세봉선생의 “볼쉐위크의 이미지”로 인해 문단지진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사뭇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력사적진실에 어느정도로 접근하고 그 반성의 폭이 얼마나 클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수 없다. 

현춘산선생은 1950년도 태생이다. 대약진시기에 그는 만 8~10세였다. 사맥을 확연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기억은 가지고있을수 있는 나이인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토지개혁이나 농업생산합작사와 같은 사연들을 근거리에서 동냥해 들었을법도 하다. 동시대인으로서의 생물학적 시계는 필경 타임머신을 타고 반세기나마 뒤로 달려와서 듣는 사람들보다 또렷하고 정확할수밖에 없다. 

그래서인가 그의 많은 글들에 기아로 인한 에피소드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특히 호조조 조장으로서의 아버지가 토지재분배때 상등논의 제비를 뽑고도 “간부”라는 신분때문에 그 논을 다른 집에 양보하고 대신 척박한 알카리성땅인 갈대밭 7무에 씨를 뿌렸으나 3년동안 피낟알도 거두지 못하고 배고픔에 허덕였다는 사연이 수필 “가난은 영광도 수치도 아니다”를 포함하여 적어도 다섯편의 글에 기록되여있다. “가난뱅이 현가”라는 뜻인 “츙센”이란 별호를 달고 다니는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같은 감정을 쉽게 보아낼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는 이 아버지의 형상을 “호랑강반의 비가”에도 재현하고있다. 작가 스스로는 순박한 농민인 “조덕보”가 아버지의 모델이라고 밝히고있다. 어리무던하고 말수가 적으며 위병으로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점까지는 거의 일치해보인다. 그러나 신분적인 면으로 보나 작품의 형상화측면에서 보나 “조덕보”보다는 “림기호”가 더 “아버지”를 닮아보인다. 

“림기호”는 강남촌 개척자의 한사람인 “림치수’의 아들로서 토지개혁때 부친을 설복하여 토지와 역축을 내놓게 한후 강남촌의 리더로 부상한다. 철저한 공산주의자였지만 대약진운동의 발발과 더불어 급속하게 악화된 식량난과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무리한 생산활동을 눈앞에 보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결국 농민의 아들인 “림기호”는 상급의 지시를 무시하고 농민들이 탈곡하면서 낟알을 쭉정이에 섞어넣고 못 먹게 하는 종곡을 찧어 먹고 또 한밤중에 논밭에 나가 벼이삭을 잘라오는 행위들을 묵인한다. 

소극적인 반항이기는 하나 시사하는바가 작지 않다. 역시 공산당원인 작가는 조직과 인민대중의 리익이라는 명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온게 분명하다. 인민의 질고를 외면하고 당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복종하고 집행하는 무뇌아적인 조직관념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을것이다. 고지식한 아버지라면 어떤 립장을 취했을가도 한번쯤 생각해보았을것이다. 

결국 “림기호”는 공사서기가 파견한 민병들의 총구를 가슴으로 막아나서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 

“더는 모든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는 온순한 양으로 살수 없었다. 생존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을 위하여 더 이상 강포와 탄압에 숙어들수 없었다.”

작가는 “림기호”의 행위를 이런 강도높은 지문으로 변호하고있다. 많이 민감해보이고 위태위태해보인다. 그러나 거꾸로 풀이해보면 인민의 편에 선다는것은 결국 공산당이 시행착오를 겪다가 자신의 원 위치로 회귀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뭔가?!

이런 정치적인 반성은 현위 부서기인 조광한테서도 반영된다. 로선투쟁의 확대화를 두고 공사서기 진장해와 론쟁하면서 “중국에 무슨 자본주의가 있소? 소 한마리가 자본주의요? 수레 한대가 자본주의요?”하고 질책한다. 따라서 “백성이 기아선에서 헤매고있는 참혹한 현실앞에서 이른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두가지 사상, 두갈래 로선 투쟁으로 세뇌가 된 당의 기층간부들이 군중의 질고를 도외시한채 이렇게 빈 말공부만 하고있는것이다.”고 의론을 펼친다. 조광은 또 농민들의 적극성을 북돋구기 위해 생산대를 나누는것을 지지하고 종곡대신 콩을 심어 보리고개를 넘길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그 년대에도 정책착오를 시정하려고 애쓰는 간부들이 적지 않았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착오로선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은 오히려 학교라인에서 더 격렬하고 직설적이다. 체육교원 “최민수”를 위시한 엘리트들은 “대약진은 부실공사고 인민공사는 유토피아”라고 열변을 토하고있으며 강호석 같은 사람은 아예 우경분자가 좋은 사람이라고 공공연히 날을 세우고있는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최민수”는 우경분자로 락인 찍혀 학교에서 쫓겨난다.
 

반면인물로 공략하는 허위명제

이 소설은 3명의 반면인물을 등장시키고있다.

솔직히 그 세월을 겪어보지 못한 필자와 같은 후생들에게 공산당 내부의 이색분자들은 다소 충격적이다. 그 격정의 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흔히 맹신적이여서 사회와 민중에 많은 피해를 주기는 했을망정 머리속은 항상 붉었고 또 자신들의 행위가 인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철같이 믿었던 사람들이라고 의례 추측하고있었기때문이다. 문화대혁명때처럼 투기적이고 카멜레온적인 사람들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역시 어느 세월에나 나쁜 사람들은 틀림없이 있다는 천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있다. 

이 소설의 첫번째 반면인물은 공사서기 진장해이다. 부자집 말먹이군 출신으로 그 밑천때문에 해방군 기병부대의 하층 지휘관으로 있다가 영안진 진장으로 전업한 진장해는 그때까지도 말을 타고 다녔으며 “타마디”를 노상 입에 달고 다녔다. 그는 당시 정책로선의 아이콘으로 등장하고있는 코미딕한 인물로 한겨울 추위에 우사를 개조하여 공공식당을 꾸리라고 강요하거나 얼어붙은 흙덩이를 까서 늪을 메워 논으로 만들것을 명령하는 등 동 끼호데식 존재이다. 한편 탈곡을 앞당기라고 련합탈곡기를 보내주고 흙을 폭파하라고 뢰관을 제공하는 등 더러 귀여운 면도 있다. 그러면서도 세번이나 기아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입에서 쌀을 빼앗아가면서 총까지 동원하는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진장해의 소행에서 우리는 그 시대의 비인간적인 한 단면을 엿볼수 있다. 

진장해의 비리나 부패는 의외적이다. 인민공사화로 인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된 진장해는 공사식당의 작은 칸에서 기름에 튀긴 두부와 밀가루지짐을 먹는가 하면 배맞아 돌아가는 젊은 과부에게 밀가루와 좁쌀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 비상세월에 새집을 짓는다며 집재목을 공짜로 챙기고 끌끌한 로력을 무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두드러진 반면인물로 호재덕을 꼽을수 있다. 호재덕은 시골량반 가정에서 태여나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조선전쟁에 참가했던 호재덕은 어느 전투에서 겁을 먹고 부상병들을 데리고 후퇴하라는 최장진 중대장의 명령을 거역하고 홀로 살아남아 귀국후 시골학교의 교장으로 출세한다. 한편 리상주의자인 그는 학교에다도 식당과 기숙사를 만들었고 전혀 신빙성이 없는 과수원을 계획하기도 한다. 의사를 속여 알콜을 타내와서 물을 타서 마시는가 하면 취해서는 안해가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욕하고 때린다. 우파를 잡아낸다고 애매한 정종구선생을 물어먹는가 하면 입으로는 로동대중 어떻구 떠벌리면서도 농민들이 진짜 락후하다고 깔보기도 한다. 나중에 자신의 수치스러운 과거가 들통날가봐 최장진 중대장의 아들인 “최민수”를 우파로 몰아 쫓아버린다. 성격이 모순투성이인 호재덕은 인간본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할수 있다. 자기의 생명을 구해준 나젊은 “최민수”의 죽음에 추호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데서 그의 잔인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인물도 례외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안해한테서마저 “하루종일 남을 해칠 궁리만 하는 사람이지 교육자가 아니”라고 점찍혀진 호재덕은 항미원조시기의 불미한 행실이 적발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문교조리”로 승진한다. 

세번째 반면인물은 마을의 치보주임인 김종팔이다. 양아치 격에 해당하는 김종팔은 어머니 윤씨가 처녀시절에 항일군과 김치굴에서 벌인 한번의 정사로 생겨난 인간이다. 외모마저 추악하게 생긴 김종팔은 치보주임이라는 권세를 믿고 약자들한테 행패를 부리고 고자질을 일삼는 망나니 행실을 일삼는다. 아직 철부지인 어린애를 부농분자의 손자라면서 혼줄내주는가 하면 식량통제권으로 자기배만 채운다. 나중에 홀로난 과부 리봉숙을 겁탈하다가 실수로 죽이고 자기도 그만 사형을 받는다. 

작가는 이 세 반면인물을 통해 그당시의 진실한 시대상을 보여주고있으며 아름다운 념원이 꼭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는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한편 어느 시대에나 체제에 기생하면서 악행과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 꼭 있다는 명제를 새롭게 제시했다.  
 

진실한 력사의 축도 및 거울

서두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호란강반의 비가”는 1958년 겨울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년이 좀 안되는 시간을 다루고있다. 그리고 50여호 250여명 인구밖에 안되는 강남대대를 취급하고있다. 

그러나 유심히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화들짝 놀라게 될것이다. 즉 250여명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1년간 15명이나 죽어나갔고 3명이 정신이상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그중 자연사는 딱 3건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상적인 죽음이였다. 전대미문이라는 단어를 시용해도 결코 과하지 않은 기막힌 기록이다.

석도길은 남포에 맞아죽었고 미순이는 변질된 두병을 먹고 죽었다. 동호는 끓는 죽가마에 빠져 죽었고 그때문에 윤씨는 뇌출혈로 횡사하고 남편과 아들을 다 잃은 리봉숙은 그만 실신해버린다. 마을의 좌상인 강덕칠령감은 비녀뿔소를 지키려고 장마철에 강을 건너다가 빠져죽고 유망한 지식인인 최민수는 자기를 해친 호재덕을 구하다가 홍수에 밀려간다. 옥점이와 영순이는 흔들개늪에서 먹을것을 찾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처자식의 투쟁장면을 목격한 오재식은 흐릿한 정신속에서도 충격을 받고 기절해죽는다. 리봉순은 강간당하다가 질식해 죽고 김종팔은 그 대가로 충살형을 받으며 가정과 사업, 직위를 몽땅 잃은 림기호는 사품치는 호란강에 몸을 던지고만다. 김분숙, 조덕보, 울산댁 등 자연사까지 포함해 어느 한 죽음도 가볍게 넘길수 없다.  

필자는 이 사건들이 대개는 실재했던거라고 생각한다. 현춘산선생의 많은 글들에 그런 흔적들이 남아있기때문이다. 

현춘산선생은 자신의 문학생애를 돌이키는 글에서 “조선전쟁의 총포소리속에서 태여나 농업합작화, 대약진, 인민공사화,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등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때가지 어려움을 수없이 겪었다. 비교적 특수한 나의 경력은 몇권의 장편으로 기록할만 한것이다. 더구나 대약진, 문화대혁명처럼 전대미문의 민족과 나라의 대재난을 겪어오고서도 그것을 글로 남기지 못한다면 후대에 얼마나 미안하랴 싶다.”고 토로한바 있다. 

한때는 농촌기층간부였고 공산당원이며 교원인 현춘산선생이 피와 생명으로 점철된 력사화폭을 독자들에게 펼쳐보인것은 결코 무엇을 폭로하자는 타산은 아닐것이다. 아직도 그 시절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에게 적나라한 실례로 그 불가함을 해석해준거라면 정곡을 찔렀다고 할수 있겠다. 세상의 그 어떤 이념과 주의도 무수한 생명을 짓밟는 대가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호소이며 진정 인민을 위하는 정당은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수 있는 도량과 흉금을 가지고있다는 위안이며 오늘의 풍요로운 삶이 절대 쉽게 온것이 아니라는 경종이기도 하다. 

력사의 진실은 덮을수도 덮어서도 아니된다는 도리를 이 소설은 예술적진실로 서술하고있다. 
 

맺는 말

지금까지는 이 소설의 줄거리와 인물들의 사회적속성 및 표현하고저 하는 주제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작품의 구조적인 특성이나 인물이나 사건의 전형화 문제 등 아직도 토론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으나 이 평론의 취지와는 별개의 문제여서 다른 기회에 언급하도록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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