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편의·휴대성 극대화 위해 단편소설 한 편 책으로 제작·출간
책은 원래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얇은 단편소설 한 편을 책으로 내는 새 문학시리즈 ‘테이크아웃’.
소설책 한 권이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담긴다. 얇은 단편소설 한 편을 책으로 내는 새 문학시리즈 ‘테이크아웃’. /미메시스
책상용이 아니라 휴대용 책. 예술전문 출판사 미메시스가 새로 내놓은 문학시리즈 '테이크아웃'은 단편소설 한 편만을 책으로 엮은 야심 찬 실험이다. 정세랑·배명훈·한유주 등 국내 젊은 소설가의 단편 한 편에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제작한 것으로, 무게는 100g대 초반. 보통 시집 한 권이 200~300g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기름기를 싹 뺐다고 볼 수 있다. 총 20종 발간이 예정돼 있고, 매달 2~3권씩 출간될 예정이다. 미메시스 측은 "기본적으로 소설은 두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젊은 세대의 도서 소비 경향이 짧고 강렬한 이야기 쪽으로 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어느 장소에서든 쉽게 읽을 수 있는 문학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독서 불감 시대, 이른바 '테이크아웃 문학'이 잇따르고 있다. 독서 편의와 휴대성 극대화를 위해 장편도 단편집도 아닌 단 한 편의 단편이 책으로 제작돼 나오고 있는 것. 초단편 소설·스마트소설 등 짧은 소설이 각광받는 현상보다 한발 더 나아간 모양새다. 출판사 비채는 지난 4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버스데이 걸' 한 편을 책으로 묶어냈다. 하루키와 독일 삽화가 카트 멘시크가 협업한 '소설×아트' 프로젝트인데, 독일 뒤몽 출판사가 시작한 것을 수입했다. 일본에서도 작년부터 하루키 단편 한 편을 만화로 옮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9 스토리즈' 시리즈가 진행돼 지난 4월 '셰에라자드'가 출간됐다. 다만 책은 얇아도 가격은 얇지 않기에,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채 관계자는 "소설책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다른 장르의 책으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뜨려면 더 가벼워야 한다. 책 한 권을 여러 권으로 썰어 권당 무게를 99g으로 확 내린 '99g 에디션'이 나온 맥락. 다산북스는 지난 4월 스웨덴 소설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 '베어타운'을 세 권으로 나눈 1300권 한정판 세트로 제작했다. 독서 진흥 차원에서 이베이코리아가 출판사 측과 접촉해 작년 11월부터 시작했는데, 소설 부문은 이번이 처음. 이베이 관계자는 "무게뿐 아니라, 펼쳐 보기도 힘들 것 같은 두꺼운 소설책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려는 기획"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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