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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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나비는 날개로 운다 / 이근배 댓글:  조회:705  추천:0  2019-08-19
나비는 날개로 운다     이근배      날개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 봄 산과 들을 뒤덮고 있는 저 꽃들을 다 찾아다닐 수는 없다 내 어리석은 더듬이로는 한사코 쏟아내는 질탕한 향기를 다 맡아낼 수도 없는 것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번데기로 거듭 몸 바꾸기를 하면서 우주의 빛깔을 모두 담아 짜낸 비단날개로 하늘을 휘저으며 아지랑이 더불어 춤을 추는 것이나 나의 발은 허공에 더욱 시리고 달디단 황홀을 빠는 입맞춤은 혀끝에 죽음처럼 쓰다 겨우 봄 한 철도 못 건너고 적멸로 돌아가는 나의 가녀린 목숨 붉은 볼로 서럽게 웃는 저 어리고 아리따운 것들 속에서 어느 것 하나 내 몫으로 챙기지 못하고 헤프게 꽃가루로 날려버린 사랑 나는 춤으로 운다 날개를 바스러트리며 바스러트리며
147    쭈그러진 술 주전자 /김인덕 댓글:  조회:732  추천:0  2019-08-19
쭈그러진 술 주전자   김인덕   먼저는 생업에 뛰여들기도 전에 이유 없이 주인의 망치에 흠씬 뚜들겨 맞았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홀에 호출되였다가 여기저기 술상 모서리에 맞히고 멋도 모르고 사정없이 땅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상처를 훈장처럼 주렁주렁 가슴에 단 쭈그러진 술주전자   밤새도록 낯선 손에 목덜미를 잡히고 다람쥐 챗바퀴 돌듯 술잔을 오가며 귀때로 열물을 토했다   온갖 짓거리에 머리가 욱신거리고 몸마저 노근하다가 짓궂은 나그네의 육담에 잠시 마음이 설레이기도 했다   자정이 되여서야 시렁구석에 납작 엎드려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빈속을 달래며 잠을 청한다   마침내 새벽이 가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쭈그러진 술주전자끼리 부둥켜안고 스며드는 한점의 찬바람에 휘파람을 분다   쭈그러진 술주전자는 누구나 가슴에 쓰고 농렬한 소주쯤은 품고 사는 거라고 눈물이 마를 때까지 몸으로, 몸으로 말한다  
146    폭탄 돌리기-신미균- 댓글:  조회:848  추천:0  2019-08-19
폭탄 돌리기                     -신미균-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 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 오빠에게/ 넘김니다 작은 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김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나에게 넘김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하자/ 손사레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 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 사이 내손에 불이 붙었습니다 깜짝놀라 엉겹결에 들고 있던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머리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145    나의 시론' / 장석주 댓글:  조회:858  추천:0  2019-08-19
나의 시론' / 장석주 건강한 시인, 잘 사는 시인, 당당한 시인보다 어쩐지 가난하고 병약해 보이는 시인들의 시에 더 이끌린다. 나는 박용래나 김종삼, 천상병이나 김관식의 시들이 좋다! * 자연 예찬의 시들이 순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연 예찬의 시들은 정치성을 배제함으로써 교묘한 방식으로 당대 정치를 암묵적으로 승인한다. 자연 예찬의 시는 두드러지게 탈정치적이다. 탈정치적인 태도는 그 자체로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다만 탈정치적인 게 순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자연 예찬의 시는 정치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다. * 순수시의 표상으로 꼽는 시인이 말년에 1980년 5월 광주 민중 학살의 원흉인 민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나선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 시인의 정체성은 의인(義人)이 아니다. 어쩌면 시인의 정체성은 거지, 바보, 천치, 쪼다, 못난이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한심하고 하염없는 이들! 생물학적 이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시에 자기를 던진 이들! 이들에겐 농경 정착민보다 변방인, 외부자, 밀입국자, 난민, 떠돌이 광대가 더 잘 어울린다  * 페르난두 페소아는 자기에겐 아무 야망도 욕망도 없다고, 그는 자신이 시인이 된 건 야망이 아니라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죽는 날 이런 시를 남겼다. “오른손을 들어, 태양계에 인사한다. /하지만 잘 가라고 말하려고 인사한 건 아니었다. /아직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손짓했고, 그게 다였다.” * 김혜순 시집 『날개 환상통』(2019)을 읽는다. 김혜순 시는 이 시대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보이는 낯섦과 그로테스크함의 배후다. 김혜순 시는 ‘시적인 것’에 대한 인습적 이해를 부수고 그 경계를 넓혀왔다. 김혜순 시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문법적 단일성에 대한 금지와 위반의 언어다. 김혜순 시의 어떤 구절이 보여주는 정신의 도약과 폭발은 인습적인 사유의 그물로는 포획되지 않는다. 김혜순 시를 읽는 게 불편하다고 말하는 당신은 자기 안에 있는 인습적 사고와 싸우기를 멈춘 사람이다. * 김혜순은 이번 시집에서 자꾸 새장을 탈출한 새로 변신하려고 시도한다. 몸의 증상은 곧 새의 증상이다. 새가 된 기분을 느껴보려는 걸까? “그 새의 신발끈은 풀어져 땅에 끌리고/그 새의 머리끈은 풀어져 측백나무를 칭칭 감고//하지만 나는 나는 것이 좋아/먼 길 떠나는 것이 좋아”. * 김혜순의 시가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쉽게 다가오는 구절도 쓴다. “자아(自我)라는 이름의 뚱뚱한 소녀를 생각한다/그녀를 오늘 밤 굶겨 죽여야 한다”.   * 우리 시인 중에도 페르난두 페소아 같이 자기 본명을 감추고 필명이나 이명을 쓴 시인들이 있다. 김정식(金廷湜, 1902~1934)은 ‘김소월’로 더 알려져 있고, 김해경 (金海卿, 1910~1937)은 ‘이상’으로 더 유명하다. 이들에겐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려는 무의식의 심리가 숨어 있다. 이들은 자기를 부정함으로써 비로소 자기로 돌아간다. 필명은 이들이 선택한 정신적 망명지라고 할 수 있다. * 언어는 시를 이루는 기초 성분이다. 시는 언어를 매개로 성립하는 예술이다. 언어-도구는 시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통발이다. 고기를 잡은 뒤에는 통발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좋은 시인은 시를 얻은 뒤 그 언어를 벗어나 그 너머로 나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언어를 벗어나는 순간 그 언어에 기대어 숨 쉬던 시도 사라진다. 그런 뜻에서 언어는 시의 숙명이자 한계다. * 시가 없어도 우리는 살아남는다. 시 한 편 읽지 않아도 먹고 사는 일에 지장은 없다. 하지만 시를 모른다면 세상의 불확실성에 머리를 쿵 하고 박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와 담 쌓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얼마나 캄캄한 은총 속에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봄철 벚나무 가지마다 만개한 꽃잎 난분분 떨어져 온통 하얗게 만든 길바닥을 자동차가 짓이기고 지나가도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 세사르 바예호(1892~1938)는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라고, “음습한 포유동물, 빗질할 줄 아는 존재”라고 노래한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탤 것인가! 인간을 규정하는 말을 늘어놓으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테다. 하지만 시인들은 간략하게 말한다. 축약하고 비약하되 할 말은 다하는 것이다. * 배고파 우는 자식들은 어머니가 거두는 거지들이다. 어린 짐승 새끼들은 수시로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울며 보챈다. 세사르 바예호는 어린 시절을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렇게 노래한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달걀노른자로만/과자를 구워주시던 따스한 제과기, 어머니”라고!   시와 비시(非詩)를 가르는 경계선    현대시에서의 묘사(描寫)란 시적 대상을 중심에 놓고 스케치 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묘사에는 시적화자(詩的話者/시 속에서 진술하는 사람)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시에서 자기주장이 없는 약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감정이 드러난 시는 실패한 시지만 자기주장이 없는 시는 죽은 시"라고들 말한다. 시적 화자가 없다는 것은 시에 진술이 없다는 뜻이다. 시의 전개는 진술을 위해 묘사를 하는 것인데, 묘사는 사진과 같은 것이라면 진술은 나의 생각이 담겨있는 것이다.    쓰고 싶은 것을 다 쓰면 산문이지 시가 아니다. 시는 산문처럼 써놓고 감정을 조절하여 써서는 안 될 말을 골라내는 일이다. 즉 무슨 나무인지를 알 수만 있다면 가지를 다 쳐내어도 된다는 뜻이다. 나무의 보이는 부분을 서술하거나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와 의미망으로 연결하여 진술하는 일이 시쓰기다.    진술에는 자기주장, 즉 자기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묘사만으로도 시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평론가는 진술(陳述)이 없는 시는 비시(非詩)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묘사는 정물화와 같고, 진술이 들어간 시는 시인의 생각을 곳곳에 숨겨놓은 ‘말로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진술은 우리들의 정서 밑바닥에 잠겨 있는 상투적인 의미 체계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을 동반하는 표현이어야 한다.     신라 헌강왕 이후     절이 산을 업고 있다     갈전 쪽으로 기울거나     진성 쪽으로 기울거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물지게 지고 가던 남새미 사람     물이 첨벙거릴 때     산은 첨벙거리지 않는 것이     용하다 여겼을 뿐이다       - 강희근, 전문     시 잘 쓰기로 유명한 강희근 시인(경상대학교 명예교수)의 위 시는 짧은 시 속에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시의 내용으로 봐선 그 절은 신라 헌강왕 때 지어진 절이겠다. 갈전이 나오고 진성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천년 고찰인 진주 월아산에 자리잡고 있는 청곡사가 분명하다.    이 시에선 묘사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절이 산을 업고 있다’니 절창이다. 청곡사에 몇 번 가본 필자는 진주8경의 하나인 ‘월아산 해돋이’를 보면서 무아지경에 빠지곤 했었는데 그 월아산이 온전히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갈전 쪽으로 기울거나/진성 쪽으로 기울거나/언제 그런 일이/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몇 번을 바라본 풍광이었지만 필자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이런 것이 시인의 진술이다. 산이 이리저리 기울어질리 만무하지만 시인의 심미안(審美眼)은 양쪽 마을 사람들의 정서에 따라서 갈전 쪽으로, 혹은 진성 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으로 산을 업고 있다는 것이다. 남새미 마을 사람들이 길어먹던 우물, 물지게의 ‘물이 첨벙거릴 때/산이 첨벙거리지 않은 것이/용하다 여겼을 뿐이다’    진성 사람들은 자기네 산이라고 하고 갈전 사람들은 자기네 산이라고 했을, 이해에 따라서 자기네 쪽의 산이라고 우기지만 ‘산은 언제나 그대로다’는 표현인데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시적 감동을 불러오는 좋은 시다.    시는 '정서적 언어의 회고 양식'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리처즈(I.A Richards)는 과학적 언어인 객관적, 개념적, 비개인적, 지시적, 논리적 의미보다는 정서적 언어인 주관적, 간접적, 개인적, 함축적, 비약적 의미를 살리는 시를 써야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좋은 시와 나쁜 시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했는데, 비논리적이거나 이질적 경험들을 끌어들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거나 결합되도록 한 포괄의 시(poetry of inclusion)가 최고급의 시이며 그것이 시의 특징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론은 테이트의 텐션(tension/긴장감), 브룩스의 역설(paradox/표면적으로는 모순되거나 부조리한 것 같지만 그 표면적인 것 너머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수사법)과 아이러니(irony/반어법이라고도 하는데 시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실제 사실 사이의 괴리, 또는 그런 표현으로 쓰인다)로 발전하였다.   서정적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강희근 시인의 시 선집 '그 섬을 주고 싶다'를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묘사와 진술, 통할(포괄하는 시), 텐션, 역설과 아이러니를 공부하기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 이어산
144    물소의 뒷굽은 거룩하다 라고 / 정태중 댓글:  조회:858  추천:0  2019-08-19
물소의 뒷굽은 거룩하다 라고 / 정태중 시의 설계는 간혹 시어들이 떠나버리기도 해서 부도난 공사장 같기도 하였는데 공사장으로 신의 선물이랄까 하는 물음들이 녹슨 창으로 푸르게는 올라오기도 하였다 하얀 배꽃들이 지난 시간을 입었던 듯 옷들이 누렇게 먼저 바래고는 있는 듯 신문 기자의 탁본이 바래고는 있는 듯 배들이 어떤 문장들로 하여서 배가 불러오기도 한 점심시간이 지나자 부리나케 삐뽀삐뽀로 기선 잡는 불자동차와 헛배에 힘 잔뜩 부린 부도난 공사장 방귀와 상관도 없이 해는 쨍쨍 내리다가 굵은 빗방울 쏟아져 공사장을 내려치는데 부도난 말들이 튕겨 오르는 것이 풀들을 잡고 있는 눈물 같기만 하였는데 불화 가득 늙은 수소 큰 눈이 어리둥절 휘청이다가 눈물을 흘려주다가 음~매 라고 몇 번을 풀을 토악질하였다
143    뻐꾸기가 운다 ㅡ 이재경 댓글:  조회:824  추천:0  2019-08-19
뻐꾸기가 운다  ㅡ  이재경   비명이다 몸을 벗어나는  울음의 윤곽 몸은 무덤이다   울음은 몸을 벗어나 멀리 날아간다 흙에 속한 몸은 흙으로 스민다 물같이 흐르고 다시 형체를 버리는 바람같이 울음은 그렇게 흐르는 하나의 갈망이다 몸은 하나의 시작점일 것일 것이다 그 울음이 다시 노래가 될 몸으로 그 노래는 건축이 되고 물과 바람도 빛의 노래였더라
142    모텔 / 이재무 댓글:  조회:779  추천:0  2019-08-19
모텔 이재무   사랑을 훔친 쾌락의 밀림을 찾는다 감각의 제국, 상한 짐승끼리 만난 상처의 부위 미친 듯 혀로 핥으며 밑구멍 열어놓은 연탄불처럼 타오르다 하얀 재로 쓰러지는 허무의 불꽃 에로의 폭탄주 파멸의 오르가즘 성내고 보채는 불륜의 악마를 달래기 위해 모텔에 간다 뱀이 되어 엉킨 시련의 몸에서 솟는, 설탕처럼 달콤하고 아교처럼 끈적거리는 땀 성긴 밧줄 되어 나무토막이 된 지 오래인 생을 묶는다 사랑의 정거장, 사랑의 고아원, 사랑의 간이 휴게소, 불안한 영혼의 지명수배자들이 찾는 은밀한 도피처, 삶의 채무로부터의 도망 잠시잠깐 그렇게 황홀한 지옥을 살다가 출구에서 서성거리는 도덕과 순결 챙겨 도시의 익명 속으로 재빠르게 스며든다 공광규 지음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에서
141    시작법(詩作法) / 고영민 댓글:  조회:811  추천:0  2019-08-19
시작법(詩作法) / 고영민 1. 자기의 핵심역량을 찾아라! 누구나 가장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찾으면 됩니다. 남을 따라하면 절대 최선을 다해도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잘 쓸 수 있는 것이 뭔지를 찾아야 합니다. 자기와 맞는 글쓰기를 찾으세요!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합니다. 산에서 경주를 하면 백이면 백, 토끼가 이깁니다. 거북이가 이기는 방법은 바다에서 경주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먼저 판단을 해야 합니다.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세요! 그걸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2. 차별화 해라 - 에서 자신의 핵심역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여, 내가 거북이라고 판단을 해서 바다로 갔습니다. 그런데 바다에 갔더니 나 말고도 날고 기는 거북이들이 수두룩 한 것입니다. 그럴때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저 역시 바다에 갔더니, 나와 비슷한 함민복 거북이, 이정록 거북이, 손택수 거북이, 문태준 거북이들이 먼저 장악을 하고 있더군요.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차별화입니다. 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글쓰기의 승부를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차별화의 전략으로 위트, 해악, 쉽게 쓰기, 12남매의 가족사 등을 가지고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그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여러분이 토끼라고 판단을 했다면 토끼가 있는 곳을  한번 가볼까요? 그곳엔 이미 황병승 토끼, 김행숙 토끼, 김민정 토끼, 강정 토끼 등이 이미 토끼 마을을 장악했군요! 당신이 만약 조금 늦게 토끼 마을에 갔다면 어떻게 차별화 시킬 예정입니까?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자~ 당신을 차별화 하시기 바랍니다!! 3. 경험을 써라! 가장 절실한 것을 써라! 줄거리(서사)를 만들어라! (공광규 시인의 시 작법과 동일)에서 한가지를 더 추가하면 '드라마틱'을 만들어라! 좋은 시에는 분명 드라마틱이 있다. 드라마틱을 만들기 위해서는 3미를 창출해야 한다. 3미란 바로 흥미, 의미, 재미이다. 드라마틱은 경험이고, 진실함이고, 줄거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흥미, 그리고 그 안에 의미를 집어넣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재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흥미를 추구하면 소재주의에 빠진다 너무 의미만을 추구하면 잠언에 빠진다.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면 꽁트가 된다. 이 상태를 얼마나 적절하게 간을 맞출 수 있는가가 시인의 관건이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대체로 간을 잘 맞춘다. 당신이 만약 음식 솜씨가 없고 간을 잘 못 맞춘다면 시쓰기를 일찍 포기하는 것이 좋다^^ 우리 딸이 귓속말로 하는 말 “엄마가 끓인 라면보다 아빠가 끓인 라면이 훨씬 맛있어요!” 결국 시도 간을 맞추는 것이다. 얼마나 면발을 꼬들꼬들하게 할 것인지!, 냄비에 물을 얼마만큼 넣을 것인지! 불의 세기를 얼마만큼으로 조절할 것인지!! 퍼진 글을 내 놓은 것은 퍼진 라면을 독자에에 먹으라고 내놓은 라면가게 주인처럼 무책임한 것이다. 4. 끊임없이 펌프질을 해라 펌프질 해본 분? 펌프질을 안하고 반나절만 그냥 놔두면 펌프속의 물은 다시 땅속으로 잦아든다. 그럴 땐 한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다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한다. 처음엔 탁한 물이 나오다가 나중에 차고 맑은 물이 나오기 시작 한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펌프질을 안하면 뻔한 내용의 글을 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상이 떠오르면 계속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일전에 시창작 강의를 한번 한 적이 있다. 5팀으로 나뉘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해보았다. “당신에게 소포가 배달되었습니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배달된 소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장은 있고 인주가 없네요! 인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3분 동안 최대한 써보시기 바랍니다” 3분 동안 대략 각 팀마다 30개 정도 인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써냈다. 하여, 각 팀마다 처음 생각한 것 5가지를 불러보라고 했다.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물감, 피, 흙, 봉숭아꽃, 김치국물....뭐 이런 식이었다. 그럼 제일 끝에 나온 5가지를 불러보라고 했다. 대답이 가관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들이 나왔다. 제가 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처음 생각한 5가지는 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내가 생각한 것을 남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뻔한 시가 된다는 말이다. 결국 시가 되는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가장 밑의 것을 끄집어 낼 때 가능한 것이다. 펌프질을 하면 처음엔 흙탕물이 나온다. 하지만 계속 펌프질을 하면 차고 맑은 물이 나온 것과 동일하다. 상투성을 벗는 것이 시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5. 쓰고, 또 쓰고, 또 써라!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없다. 나는 시인이 되는 게 꿈이 아니었고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시인이 되어 버렸다. 생각지도 않게 시인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청맹과니였다. 어떤 것이 좋은 시인지도 어떤 것이 좋지 않은 시인지도 구분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나는 공짜로,  눈먼 잉어가 걸린 격으로 시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너무 무섭고 떨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친 듯이 쓰는 방법 밖에 없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시가 될만한 것이 있을까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 사연을 소개한다. 지금 여기에 들어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은 당시의 나 보다 훨씬 시에 대해서 많이 알고 경험이 있으리라 본다. 그래서 용기를 갖고 자신에게 도전을 해보길 권한다. 누구나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기 만의 핵심역량을 갖고 있다. 그걸 찾아 쓰고, 또 쓰고 또 쓰길 바란다. 시가 당신에 넙죽 절을 하며 찾아 올 것이다. 자신을 믿어라! 불안해도 믿어라! 6. 대상을 새롭게 의미부여하라. 기존에 부여된 의미를 새로운 눈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나쁜 것을 좋은 쪽으로, 좋은 쪽을 나쁜 쪽으로, 아름다운 것을 추한 것으로, 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숭고한 것을 천박한 것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일상적인 것을 금기시 하는 것으로..... 이러면서 시가 새롭게 환기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추한 것을 추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의미부여 하라. 그곳에 바로 시가 있다. 7. 시를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시를 쓰는 것은 집 짓는 것과 같다.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 하물며 개미도 집을 짓고, 까치도 집을 짓고, 벌레도 집을 짓는다. 사람이야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집을 잘 짓는다. 이 말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집을 짓는 순서를 모를 뿐이다.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시에서 기둥은 바로 줄거리이다. 처음부터 고대광실을 지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기둥부터 세워라. 기둥만 세우면 반은 집을 지은 것이다. 기둥만 세우면 비닐만 올려도 집이 되고, 양철만 올려도 집이 되고, 짚을 얹혀 놓아도 집이 된다. 먼저 기둥을 세워라. 기둥은 줄거리이다. 자기가 접한 대상에 줄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제 트럭에 소나무 두 그루가 실려 가는 장면을 보았다. 자, 그럼 이걸 가지고 줄거리를 만들어 보자. “뽑혀 실려 가는 나무 두 그루를 보니, 살던 집을 버리고 이사를 가는 가난한 내외 같다. 어디로 옮겨질지 불안하다. 잔 뿌리들은 어린 새끼들 같다. 트럭에는 살던 낡은 가재도구도 있다. 늦은 저녁 옮긴 자리에서 두 소나무는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늦은 저녁밥을 짓는다. 두 내외(소나무)가 어둑한 집에서 밥을 먹는다.” 그대로 쓰면 된다.   #시론 시작법(詩作法) / 고영민 8. 시를 쓸 때는 門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라 시도 집을 지을 때와 같이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문을 얼마나 크게 낼 것인지, 쪽문을 몇 개를 달 것인지. 요즘 시는 문이 너무 작다. 하여 독자들이 쉽게 그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든다. 집이 아니라 일종의 감옥 같은 시들이 많다. 들어가도 나올 수도 없다. 시가 아니라 미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문을 많이 내는 것도 문제다. 이런 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너무 적나라하고 필요이상의 바람이 들이쳐 집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시는 집이라고 했다. 집은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다. 그러면서 밖이 안과 적절하게 내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시에는 안방의 역할을 하는 부분, 대청마루의 역할을 하는 부분, 부엌, 헛간의 역할, 마당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는 적절하게 시의 문을 닫아놓느냐 열어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를 쓸 때는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얼마의 크기로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9. 가장 쉬운 시쓰기는 자기 얘기(추억, 기억)를 쓰면 된다. 이 안에 진솔함이 있다. 그리고 자기만의 얘기는 남과 가장 차별화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멀리서 시를 찾지 말고 자기안에서, 일상에서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대상의 고유한 특성을 잡아라. 한 대상의 고유한 특징을 잡아 의미를 확장시켜 전혀 다른 대상으로 만들어라. 아래 시에서 갈대를 개꼬랑지로, 머루를 유두로 만들 듯. 갈대가 흔들리는 것이 개꼬랑지가 사람을 반겨 흔들리는 것 같고, 머루는 애를 낳은 여자의 유두와 같지 않은가? 분홍빛 처녀의 유두와 달리, 검은 유두엔 일종의 한과 서글픔이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대상으로 의미를 확장했으면 그걸 가지고 나만의 기억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라. 그러면 원 대상은 굳이 내가 상징을 부여하지 않아도 저절로 상징성을 갖게 된다. 너무 어렵나? 11. 시를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시는 쓴다, 가 아니라 받아낸다, 는 말을 많이 한다. 시는 늘 온다. 길을 가다가도 오고, 잠결에도 오고, 밥을 먹을 때도 온다. 하지만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는 오다가도 사라진다. 그렇기에 마음과 손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투수가 직구를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공을 던졌는데,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가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생각과 손이 따로 노는 것이다. 시를 쓰는 경우도 똑같다. 내가 어떤 대상을 보고 쓰려고 했는데도 처음 생각한 것과 달리 이상하게 써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볼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계속 공을 던지는 연습을 통해 내가 직구를 던져야지 생각하면 손이 직구를 던질 수 있게, 커브를 던져야지 생각하면 손이 커브를, 슬라이더를 포크볼을 던질 수 있게끔 몸과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좋은 시상이 떠올라도 공이 엉뚱한 곳으로 던져지듯 제대로 써낼 수가 없다. 포수가 새를 발견했다고 치자. 꿩을 잡기 위해서는 항상 총알이 장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꿩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꿩을 발견하고, 어, 꿩이네!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총알을 꺼내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면 그 사이 꿩은 시야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꿩을 발견하면 바로 겨냥해서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시적인 상태로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 12. 시쓰기는 남자가 여자 꼬시는 것, 여자가 남자 꼬시는 것과 같다 글쓰기는 남자가 여자 꼬시는 것, 여자가 남자 꼬시는 것과 같다. 다들 누군가를 좋아하여 꼬시기도 하고 꼬심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애인(詩)을 만들려면 먼저 좋아하는 이상형을 찾아야 한다. 이상형은 찾았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그리워해야한다. 자기 전에도 떠올려보고, 밥을 먹다가도 빙그레 웃으면 떠올리고 길을 걷다가도 떠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리워만 한다고 애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 다음엔 조금씩 접촉을 해야 한다. 그가 나타나는 시간을 알아내고, 어느 길로 가는지를 알아내고, 우연을 가장한 채 만나기도 하고, 밤늦도록 문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기도 해야 한다. 한번 두 번, 접촉하면서 안면도 서로 트고, 인사도 나눠야 한다. 그 다음은 상대도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예쁘게 단장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장을 뒤져 좋은 옷을 골라 입기도 해라. 그러면 상대도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 다음엔 조금씩 유혹을 해라. 먹을 것도 갖다 주고, 선물공세도 하고, 당신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라. 그다음 적당한 때를 골라 사랑한다고 열렬히 고백하라. 몸도 주고 마음도 줘라. 서로 옷을 벗고 불 끄고 뜨겁게 하나가 되라. 그러면 생명이 탄생한다. 그 생명이 詩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아무 것도 없다. 하나 되는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하나 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관심- 정성-신뢰-사랑- 하나” 즉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 보이는 것에 정성을 드리면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생기면 서로 사랑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면 생명이 탄생한다. 남녀 관계도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관심도 갖지 않고 정성도 드리지 않고, 신뢰도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글과 하나가 될 수 없으며 시가 탄생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남자가 여자 꼬시는 것, 여자가 남자 꼬시는 것과 같다. 사랑 후에 애가 생기는 것과 같다. 13. 스파링 파트너를 만들어라! 혼자 거울 앞에서 쉐도우 복싱을 하듯 혼자서 시를 쓰면 쉽게 늘지 않는다. 권투선수가 맞으면서 크듯 시 쓰기도 어느 시기까지는 맞아야 큰다. 맞아야 주먹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권투와 마찬가지로 괜찮은 스파링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 혼자 거울 앞에서 폼 잡고, 자기 폼에 취해 권투를 하다보면 실전에 올라가 몰매를 당하고, KO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자기 폼과 자기 주먹에 대한 객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스파링파트너가 필요하다. 자기 폼이 개폼인지, 똥폼인지, 아니면 진짜 제대로 된 폼인지 스스로 느끼고 확인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칭찬도 좋지만 아프게 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후 어느 정도 자기 폼이 잡히고, 상대의 주먹도 보이고, 실전능력이 쌓이면 그때 정말 고독하게 자기를 상대로, 거울을 보면서, 자기 그림자를 보면서 쉐도우 복싱을 해야 한다. 등단 초, 저 같은 경우엔 같은 해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친구가 있어 매일 1~2편씩의 시를 써서 메일로 주고받곤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가혹했다. 아마 그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시를 주고받는 일은 없다. 그냥 지면에 소개되면 어떻더라! 한마디 정도뿐이다. 그와 나는 2년 넘게 서로를 위해 실전과 같은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했다. 그게 큰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14. 링에 올라가라.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경기감각이 떨어진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에 있다하더라도 벤치멤버로 있으면 그 선수를 대표로 뽑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적으로 경기에 나가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선수가 한 달을 쉬면 숨을 끌어올리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쉬면 쉴수록 경기감각이 떨어진다. 1시간을 뛰던 선수가 10분을 뛰고 헉헉거리게 된다. 선수는 무조건 경기장에 나가야 한다. 축구선수라면 K리그가 없으면, N리그라도 나가야 하고, N리그가 없으면 동네 조기축구회에 나가서라도 공을 차야 한다. 공을 차고, 뛰고, 몸을 부딪치고, 골을 넣을 때 비로소 그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얘기하는 자이다. 마찬가지로 시인도 지면이 어떻든 간에 지속적으로 발표지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면 속에서 다른 시인들과 함께 놓여 있을 때 자기 시가 어느 수준인지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 내 실력이 이 정도구나! 아! 다른 시인들의 실력이 이 정도였구나! 더 분발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 자체가 경기감각이다. 혼자 달리기를 하다가 여럿이 출발선상에서 총소리를 듣고 달릴 때 진짜 자기의 헉헉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권투 선수라면 링 밖에서 후두웤을 할 것이 아니라 링 위에 올라가라! 링이 없으면 새끼줄이라도 묶어놓고 권투장갑이 없으면 주먹에 수건이라도 감고 시합을 해라. 축구선수라면 그라운드에 나가 뛰어라! 그라운드가 없으면 애들을 모아놓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서라도 공을 차라.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떨지말고 어디든, 어디든, 자꾸, 자꾸 발표를 해라!  그래야 경기감각이 생긴다. 정 발표할 곳이 없으면 블러그를 만들어 자기 시를 올려라. 그 블러그가 경기장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 자기 시를 올려놓는 순간 그 시는 객관화되기 시작하며, 나로부터 분리되어 그 시를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자기 시의 문제점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관객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연극을 하는 것과 관객을 앞에 놓고 연극을 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자기 시가 관객들 앞에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동작을 내는지 볼 수 있을 것이며, 아니면 배우가 부실하여 말문이 자꾸만 막히고, 대사를 까먹고  다리가 후들거려 식은 땀을 흘리는지 스스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선수는 죽을 때까지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 그게 선수다! 시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15. 자기를 믿고, 자기를 사랑하라 두서없이 썼는데, 이 글이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같잖은 글이지만 나름 조금이나마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고자 마음을 내보았습니다. 자기의 시작법이나 시론, 문학관과 많이 다른 부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가져갈 부분은 적당히 취하시고, 전혀 가져갈 것이 없다고 보시면 그냥 무시하고 다 버리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자기를 믿고, 자기를 사랑하세요! 시 쓰기는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데서 비롯된다. 먼저 자신을 믿어라!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라. 나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감수성이 예민하다. 아직 때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에게는 시적인 무한 광맥이 있다. 나는 지금도 잘 쓰지만 앞으로 세상을 놀래킬 멋진 시를 써낼 것이다. 이러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겉마음과 속마음을 일치시켜라. 속에서 “너는 안돼! 너는 안돼!” 이런 소리가 들리면 다시 자신에게 사랑과 믿음을 줘라. 내 몸과 마음이 열려야 그때부터 뭔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너는 잘 쓸 수 있다고. 너는 멋진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해라! 힘들고 좌절감이 올수록, 눈물이 나올수록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라. 그러면 분명 멋진 시를 쓸 수 있다! 고 나는 믿습니다.  “페루 인디언들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 전 낚싯대와 대화를 한다. 너는 바다에 나가면 고기를 많이 잡게 될 거야. 이 말을 통해 그 낚싯대는 고기를 잘 잡는 낚싯대가 된다. 남태평양 어느 섬의 원주민들은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다. 그들이 쓰는 무기는 날이 선 톱이 아니라 아우성이다. 모든 주민들이 쓰러뜨릴 나무 주위에 둘러서서 3일 밤낮 나무를 향해 고함을 쳐댄다. 그러면 나무속에 깃들어 있던 혼이 빠져나가면서 나무가 쿵, 하고 쓰러진다.”   다음에 계속..
140    스며드는 것 / 안도현 댓글:  조회:725  추천:0  2019-08-19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139    점등 / 오경 댓글:  조회:774  추천:0  2019-08-19
< 2017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점등 / 오경 가슴에서 플러그를 뺐다 젖이 멈췄다 벽등의 스위치를 켰다 나는 밤이 들킨 것 처럼 호들갑을 떤다 떨다가 아슬아슬하게 걸친 검은 브래지어를 떨어뜨린다 어둠이 활처럼 휘어진다 순간 배고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허기를 달래려고 더 진한 화장을 하고 더 긴 속눈썹을 붙이고 스타킹을 벗는다 갑작스런 빛이 사방을 삐거덕거리게 한다 아기 유령들이 셔플 댄스를 추다가 천장에서 추락했을지도 모른다 길 잃은 시조새 한 마리 비상하다가 태양의 모서리에 부딪쳐 날개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을 나서고 싶지 않았다 아니 불을 켜고 싶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의 아주 작은 세포를 만지며 느껴 보고 싶었을 뿐 식탁 위엔 주인 없는 고통이 가열하지 않은 채 날것으로 있다 함성에 금이 간 어둠이여 다시는 변명에 목을 걸지 말 것 목숨 걸어야 할 곳이 어디 한 두 곳인가 식탁 아래 한때 눈부셨던 대낮의 그림자가 꽁무니를 빼느라 허둥지둥이다 지금은 어둠을 수습하기 위해 차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찰나를 포착한 순발력 매년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하는 시인이 30명 이상이다. 이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아 계속 활동할까. 이러한 질문은 열정적이고 패기 넘치는 응모작들을 접하는 동안 우려보다는 새로운 기대로 바뀌었다.  올해 한라일보 신춘문예의 시 부문 예심을 거친 응모자는 10명이었다. 이를 다시 검토한 결과 김려원의 '애월의 얼룩', 김미경의 '먹돌쌔기', 이도훈의 '중절모', 오경의 '점등' 등 4편이 최종까지 남았다.  이 네 사람의 작품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서로 다른 작품 경향을 보여주었다. 김려원은 언어를 구사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을뿐더러 어떤 소재도 시적 대상으로 수용해내는 역량이 돋보였다. 그러나 호흡이 다소 산만하고 불안하였다. 김미경의 시는 긴 호흡의 내용도 거침없이 소화해 내는 능력을 높이 살만했지만, 익숙한 자신의 틀에 갇혀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도훈의 시는 서툰 듯 낯선 표현이 되레 참신하게 느껴졌다. 특히 전봇대에 지은 새집을 중절모로 비유한 표현은 눈길을 오래 붙잡았다. 그렇지만 응모작 간 격차가 드러난다는 사실이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반면 오경의 시는 식상하거나 미흡한 표현들이 더러 눈에 띄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들 수준이 대체적으로 고르며 응모자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미숙한 점이 노정된다는 것은 그것을 극복해나가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심사위원들은 그 긍정적인 가능성을 인식하고, 논의 끝에 '점등'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 '점등'은 주방의 벽등을 켜는 순간을 개성적으로 묘사하면서 사색한다. 빛이 들어와 어둠이 사라지는 찰나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이때 존재하는 소재와 상상들을 순발력 있게 포착해 역동적으로 제시하는 대목에서 당선자의 기량을 엿볼 수 있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또한 상세히 언급하진 못했지만 예심을 거친 모든 분께도 응원을 보낸다. 그들 모두 똑같은 출발점에 다시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이시는 나는 이해가 불가다 그래도 어떤 시인들에게는 도움이 될런지 해서 여기 올린다 하오니 도움이 되였음 좋겠다
138    빅풋/석민재 댓글:  조회:838  추천:0  2019-08-19
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빅풋/석민재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아기처럼 엄마처럼 절벽 끝에서 놀고 있다 ​ 당선 소감     누구나 그렇듯이 쓸모없는 하나님이 제게도 있습니다. 감사와 은총보다는 원망과 타박이 필요할 때 종종 요긴합니다. 그런데 가끔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주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좀 놀랍습니다. 아니 많이 놀랍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줄 선물을 잠깐 혼동하신 게 아니었나 할 정도로. 마치 어린 여자아이가 받은 성인용 브래지어·팬티 선물세트처럼 당선 통보는 신기하고 민망하고 설렜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 내가 써놓고도 잘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가짜 같아서 어디다 버젓이 내놓을 만한 물건이 못 됩니다. 하지만 가끔 자해공갈단처럼 내 시를 중인환시에 던져놓고 싶었습니다. 온갖 모욕과 모멸을 참담하게 당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던 수모 대신 누군가가 칭찬을 해줄 때는 하나님처럼 난감합니다. 그 칭찬을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꿈꾸던 농담이지만 비현실적입니다.   무슨 군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앞으로 잘 써야지요. 이렇게 겨우 시를 흉내 내는 데도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빚졌는데요. 특히 진주의 김언희, 유홍준 선생님, 하동의 김남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산타클로스는 저를 알아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신 친정의 어머니와 극진한 간병인이신 아버지께 이 선물을 고스란히 드립니다. 잠시 효도한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끝으로 뽑아 주신 김사인, 황인숙 선생님과 세계일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 한 줄의 약력을 쓸 때마다 상기하겠습니다. 이 어색한 소감문은 얼른 끝내고 서둘러 나를 학대하러 가야겠습니다.   석민재 시인    △1975년 경남 하동 출생 △2015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17 신춘문예] “해학·역설의 묘미 살려 삶의 애환 잘 갈무리” 신춘문예 (시) 심사평 - 김사인·황인숙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좋게 말하면 말과 느낌을 적절히 짜 맞추는 솜씨들이 상당해서 안정감이 있었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서 보면 평면적이고, 어딘가 낯익은 형언과 방식에 기대어 있는 느낌이다. 그런 가운데 석민재씨의 응모작 ‘계통’ 외 2편은 단연 돋보였다. 그의 시들은 수월하게 읽히면서 수려한데 그 속에 삶의 애환이 갈무리돼 있다. 또 근년의 젊은 시인들에게서 보암직한 축조방식으로부터도 자유로이, 시를 다루는 방식이 신선하다. 좋은 시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응모한 세 편의 시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건 빨강 네가 아무리 우겨도 빨강/파랑 같아도 이건 빨강/노랑 같아도 이건 빨강’으로 시작되는 시 ‘계통’은 빛깔 이미지들과 이응의 음성상징이 공처럼 통통 튀면서 설사 내용을 모르더라도 읽으면서 기분이 좋다. 그의 시 ‘빅풋’을 당선작으로 기쁘게 뽑는다. ‘빅풋’은 무지무지하게 슬픈 상황인데 아버지의 당당함(‘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과 쾌활(‘왼발 오른 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그리고 엄마의 해학(‘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으로 상황을 뒤집어 보여준다. 상상력의 전복, 역설의 묘미를 깔끔하게 끌어낸 시다.   함인우(‘아스피린’ 외 3편), 의현(‘여유가 있다면’ 외 2편), 김순철(‘복숭아’ 외 2편)의 응모작들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특히 이미지를 첩첩 겹쳐 연결시키는 힘이 여간 아니며 변두리 주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뛰어난 함인우의 시들이 그러하다. 약국이라는 작은 공간을 그 이름이 ‘우주’인 것을 빌려 우리네 작은 세상의 삶과 죽음을 우주에 병치시키는 ‘아스피린’이나 피아노와 노파와 파를 음계와 연계시키며 펼치는 ‘버려질 것을, 산다’나 삶의 통증과 페이소스로 자욱하다. 당선자께 커다란 축하를, 세 분께 안타까움을 전한다. ​
137    카드 키드 댓글:  조회:871  추천:0  2019-08-19
카드 키드     박성우     카드가 사준 정장을 입고 카드가 사준 구두를 신은 출근길은 벅차다 어쩌다 카드가 사주는 저녁은 근사하고 카드가 큰맘 먹고 들여준 침대는 푹신하다 카드가 현금서비스 해준 축의금을 들고 다녀오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은 처연하게 찬란하다 입사 삼년차 카드 키드, 야근에 지쳐 귀가하는 밤은 카드가 카드론으로 얻어준 원룸이 있어 아늑하다 카드 키드가 되기 위한 지난날은 아름다웠다 스펙에 내준 대학생활은 교양 없이 품위 있었고 자기소개서 속으로 들어간 스펙은 뻔뻔하게 자랑스러웠다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입사시험, 처음으로 면접 통보를 받던 날은 팬파이프 같은 빛이 눈앞으로 쏟아져내리는 것 같았다 카드가 사주는 패스트푸드는 먹을 만하고 카드가 지켜주는 직장생활은 아직 견딜 만하다 정기적금을 해약해 카드에게 이체하고 남은 돈, 지방에 사는 양친께 부쳐드리던 손은 대견하다 월급날 받은 급여는 어김없이 카드에게 옮겨간다 '언제 취직할 거니'를 지나 '언제 결혼할 거니'까지 기적적으로 와 있는 카드 키드, 카드는 희망 복근을 키워보는 건 어떠냐며 헬스클럽을 권유한다  
136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천양희 댓글:  조회:766  추천:0  2019-08-19
시인은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ㅡ 천양희ㅡ 원고료를 주지 않는 잡지사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 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 연암 박지원의 글 에서
135    치열한 시 쓰기 / 문정영 댓글:  조회:776  추천:0  2019-08-19
치열한 시 쓰기 / 문정영     '좋은 시란 운문으로서의 운율적 요소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이미지와 새로운 인식 내용을 보여주는 작품 일 것이다' 1. 말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     시인은 시 속에서 벌써 다 말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이런 사실을  하나도 표현하지 않는다. 좋은 시 속에는 감춰진 그림이 많다. 그래서 읽는 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살찌워 준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지나치던 사물을 찬찬히 살피게 해 준다. 2.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지 않는다. 사물을 데려와 사물이 대신 말하게 한다. 즉 시인은 이미지(형상)를 통해서 말한다.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은 바로 이미지 속에 담긴 의미를 찾는 일과 같다. 3. 진짜시와 가짜시     시인은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노래한다. 그런데 그 속에 시인의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리 표현이 아름다워도 읽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겉꾸밈이 아니라 참된 마음이 깃든 시를 써야한다. 4. 다 보여 주지 않는다     시에서 하나하나 모두 설명하거나 직접 말해 버린다면 그것은 시라고 할 수 없다. 좋은 시는 직접 말하는 대신 읽는 사람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5. 사물에서 찾는 여러 가지 의미     하나의 사물도 보는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사물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는 어떤 사물 위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이다. 6. 사물이 가르쳐 주는 것     사물 위에 마음 얹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는 우리에게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시인은 사물을 관찰하며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7. 새롭게 바라보기     좋은 시는 남들이 생각한 대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쓰인다. 시인은 사물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사람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든다. 그래서 사물을 한 번 더 살펴보게 해 준다. 어느 날 그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 대화를 할 수 있게되면, 사물들은 마음 속에 담아 둔 이야기들을 시인에게 건네 오기 시작한다. 시는 사물이 시인에게 속삭여 주는 이야기를 글로 적은 것이다.    8. 미치지 않으면 안된다     위대한 예술은 자기를 잊는 이런 아름다운 몰두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훌륭한 시인은 독자가 뭐라 하든 자신이 몰두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친다. 우리가 쉽게 읽고 잊어버리는 작품들 뒤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고통과 노력이 담겨 있다. [출처] 치열한 시쓰기 / 문정영 |작성자 마경덕
134    매미 / 안도현 댓글:  조회:769  추천:0  2019-08-19
여름 풍경 매미 /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7월의 한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와 있다. 앞으로 한 달 남짓이 가장 무더운 여름날들이 될 것이다. 작년 여름 전대미문의 극심한 무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했던 탓인지 올해는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들 한다. 그래도 여름은 장마와 무더위의 계절이다. 기후 패턴이 바뀌어 장마철에도 비가 별로 내리지 않는 지역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여름은 연간 강수량의 절반가량이 집중적으로 내리는 계절이다. 7월 하순에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몰려온다. 각급 학교는 방학을 한다. 많은 도시 사람들은 시원한 강과 바다와 산과 숲으로 피서를 간다. 그러나 농촌이나 산업현장에서는 구슬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여름 풍경을 기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매미소리이다. 와가리, 닐니리매미, 매얌매미, 귓속매미, 찐매미, 쓰름매미.... 제대로 된 이름을 모르던 우리들은 매미의 울음소리를 그대로 이름으로 지어 불렀다. 지금 도시에서는 한 두 종류의 매미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 산이 많은 나의 고향에서는 적어도 여섯 종류의 매미가 있었다. 매미는 여름의 상징이었다. 무더위를 피해 개울에서 발가벗고 헤엄치던 일도 있었고, 원두막에서 참외와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어른들과 함께 콩밭을 매며 땀을 비 오듯이 흘린 일도 있고, 밤이면 모닥불 피워놓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누워 쏟아져 내릴 듯이 출렁이며 흐르는 은하수와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우기도 했다. 여름은 풍성한 열매의 계절이다. 여름은 ‘열매’의 방언이기도 하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운 버찌, 앵두, 살구, 자두, 복숭아, 알로에 등 여름 과일은 벌써 익었고, 수박, 참외, 오이, 가지, 호박 등 열매채소와 잎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며 익어가고 있다. 가을에 익어 수확하게 되는 벼와 각종 과일도 여름에 충분하게 자라 살이 올라야 한다. 여름에는 일조량과 강우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무더위와 장마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불편함이 많지만 여름이 없으면 풍성한 먹거리를 얻을 수 없다. 이 여름 우리도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적절한 활동과 휴식의 균형을 이루면서 건강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김준태 님의 은 여름 풍경을 멋진 추상화로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성호 님은 에서 여름 풍경을 여러 가지 악기 소리로 노래하고, 아동문학가 권오삼 님의 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알맞게 써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여름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권오범 님의 은 모든 것이 바쁜 여름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정일근 님의 는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는 여름 풍경을 연상케 한다. 고향의 여름 / 김준태 새들이 하늘을 한 점씩 물고 날아오른다 개똥벌레가 젖은 흙에 떨어진 시간을 몇 알갱이씩 짊어지고 기어가고 꽃들이 땅의 젖꼭지를 빨며 핀다 하얀 모래들이 속삭이는 강 언덕 어머니의 손을 잡은 소년이 흰 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노래한다 여름환상곡 / 김성호 반짝반짝 빛나는 개울의 물빛은 플룻의 소리를 내고 앞산 언덕배기 숲에 숨어 그리움을 토해내는 뻐꾸기 소리는 호른을 연주하고 신작로 가에 열병해 있는 미루나무에 숨어서 여름의 한가운데를 노래하는 매미는 바이올린 주자다 토담 너머로 할머니를 부르시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낡은 오보에 대신이고 방학책 들고 신나게 달려 나오는 초등생들의 가벼운 발걸음은 경쾌한 피아노 소리를 연주한다. 여름 / 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 모두 바쁘데 구름만 느릿느릿 여름 / 권오범 모든 것이 바쁘다 해는 화끈하게 삶고 싶고 장마는 구름에 물 적셔와 세상 물바다 만들고 싶고 그 등쌀 아랑곳없이 살아남아 기어이 대를 이으라고 바람이 초목들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후덥지근하게 지쳐버린 중복허리 사람도 덩달아 수고로워야 한다 햇볕 피하랴 비 피하랴 시들고 물손받은 먹을거리들 어떡하든 살려내랴 선풍기 냉장고 에어컨 부채라고 해서 마음놓고 쉴 새 있겠는가 누워 빈둥대지 말고 하다못해 모기라도 쫓아야지 하루살이들 이별파티 때문에 가로등마저도 여름편지 / 정일근 여름은 부산 우체국 신호등 앞에 서 있다 바다로 가는 푸른 신호를 기다리며 중앙동 플라타너스 잎새 위에 여름 편지를 쓴다 지난 여름은 찬란하였다 추억은 소금에 절여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먼 바다 더 먼 섬들이 푸른 잎맥을 타고 떠오른다 그리운 바다는 오늘도 만조이리라 그리운 사람들은 만조 바다에 섬을 띄우고 밤이 오면 별빛 더욱 푸르리라 여름은 부산 우체국 신호등을 건너 바다로 가고 있다 나는 바다로 돌아가 사유하리라 주머니 속에 넣어둔 섬들을 풀어주며 그리운 그대에게 파도 소리를 담아 편지를 쓰리라 이름 부르면 더욱 빛나는 7월의 바다가 그대 손금 위에 떠오를 때까지
133    국물(신달자) 댓글:  조회:727  추천:0  2019-08-19
제28회 정지용문학상 국물 당선자 | 신달자 당선일 | 2016-04-25 국물 메루치와 다시마와 무와 양파를 달인 국물로 국수를 만듭니다 바다의 쓰라린 소식과 들판의 뼈저린 대결이 서로 몸 섞으며 사람의 혀를 간질이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바다는 흐르기만 해서 다리가 없고 들판은 뿌리로 버티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하지만 피가 졸고 졸고 애가 잦아지고 서로 뒤틀거나 배배 꼬여 증오의 끝을 다 삭인 뒤에야 고요의 맛에 다가옵니다 내 남편이란 인간도 이 국수를 좋아하다가 죽었지요 바다가 되었다가 들판이 되었다가 들판이다가 바다이다가 다 속은 넓었지만 서로 포개지 못하고 포개지 못하는 절망으로 홀로 입술이 짓물러 눈감았지요 상징적으로 메루치와 양파를 섞어 우려낸 국물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바다만큼 들판만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몸을 우리고 마음을 끓여서 겨우 섞어진 국물을 마주보고 마시는 그는 내 생의 국물이고 나는 그의 국물이었습니다
132    호미로 그은 밑줄 댓글:  조회:779  추천:0  2019-08-19
호미로 그은 밑줄          문무학 한평생 흙 읽으며 사셨던 울 어머니 계절의 책장을 땀 묻혀 넘기면서 호미로 밑줄을 긋고 방점 꾹, 꾹 찍으셨다 꼿꼿하던 허리가 몇 번이나 꺾여도 떨어질 수 없어서 팽개칠 수 없어서 어머닌 그냥 그대로 호미가 되셨다. 문무학 시집 『누구나 누구가 그립다』에서
131    향수(정지용) 댓글:  조회:844  추천:0  2019-08-19
향수/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어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힘초롬 휘적시던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던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던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130    노자의 시 창작 강의 댓글:  조회:687  추천:0  2019-08-19
노자의 시 창작 강의 / 이진우 아름답다 말하는 시는 추하고 한 목소리로 좋다는 시는 나쁘다 한눈에 읽히는 시는 믿을 수 없고 믿으라는 시는 두 번 읽히지 않는다 착하다고 시를 잘 쓰는 것이 아니고 시를 잘 쓴다고 착하지 않다 지혜롭다고 시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고 시를 많이 안다고 지혜롭지 않다 시를 아는 이는 시를 말하지 않고 시를 말하는 이는 시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시를 쓸 때는 작은 생선 굽듯 조심하라 힘주고 싶을수록 낮추거나 감추고 뽐내고 싶을수록 뒤로 물러나며 작고 하찮은 사물을 크게 보고 적고 힘없는 사람을 높이 여기며 어려운 표현은 쉬운 단어에서 찾고 복잡한 상황한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하며 모두가 욕심내지 않는 것을 욕심내고 모두가 배우지 않는 것을 배워서 사람들이 잊고 사는 진실을 드러내라 뛰어난 솜씨는 서툰 듯 화려한 말솜씨는 더듬는 듯 시는 나날이 덜어내는 것 덜어내면 차고 더하려면 오히려 모자라는 듯 천하에 시보다 부드러운 것은 없으나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기에 이만한 것이 없나니 -  『현대시학』 2014년 7월호 발표
129    빗물 사발 댓글:  조회:862  추천:0  2019-08-19
빗물 사발 길상호 아무런 기적도 없이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누가 거기 두고 갔는지 이 빠진 사발은 똑, 똑, 똑, 지붕의 빗방울을 받아 흙먼지 가득한 입을 열었다 그릇의 중심에서 출렁이며 혀가 돋아나 잃었던 소리를 되살려 놓는 것 둥글게 둥글게 물의 파장이 연이어 물레를 돌리자 금 간 연꽃도 그릇을 다시 향기로 채웠다 사람을 보내 놓고 허기졌던 빈집은 삭은 입술을 사발에 대고 모처럼 배를 채웠다 프로필 길상호 : 충남 논산, 한남대 대학원 국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모르는 척] 외 시 감상 늦장마가 많이 내렸다. 다행히 하천의 범람이나 큰 홍수로 인한 피해는 예년에 비해 적었다. 비 덕분에 칠월도 그나마 덥지 않게 보냈다. 비는 숲과 땅이 가두어 두고 쓸 만큼만 왔다. 어려운 시절엔 비가 내리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양동이와 그릇을 밑에 받치면 툭툭, 낙숫물 소리. 그 소리가 무척 그립다. 본문처럼 물의 파장이 되살려놓은 지나간 날의 아련한 향수가 아련하다. 지금보다 못 살았어도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정의롭고 때론 콩 한조각도 나눌 수 있는 ‘정’이 그득한 시절이었는데, 빗소리가 참 미쁘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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