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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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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모아산 살인사건 댓글:  조회:2845  추천:1  2013-11-23
모아산 살인사건   콩트이야기 김희수     그해 여름에 모아산의 숲속에서 피투성이 된 한 남학생의 시체가 발견되였다. 경찰들의 조사결과 그 남학생은 A고급중학교의 3학년학생 남학수였다. 남학수는 그날 학급에서 조직한 들놀이를 왔다가 살해된것이였다. 경찰들은 남학수와 관계되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했다. 조사과정에 경찰들은 남학수의 담임교원 홍녀선생을 혐의범으로 인정하고 붙잡아들였다. 그녀에게는 몰래 간통하던 남학수가 위협하며 결혼을 가로막자 입을 막기 위해 살해했다는 살인동기도 성립되였다. 하지만 홍녀선생은 시종 자기는 학수를 죽이지 않았다고 고집했다. 경찰은 홍녀를 차갑게 쏘아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조사한테 의하면 남학수는 당신을 몹시 사랑했다고 했소. 이건 사실이겠지?” “네. 전 학수가 그런 생각을 품고있은줄은 모르고있었습니다. 그날 학수의 고백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모르고있은게 아니라 둘은 이미 사통한 사이가 아니요?” “아닙니다. 학수와 저의 사이엔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학수를 학생으로만 생각하고 관심을 해줬을뿐입니다. 그런데 학수가 저를 몰래 짝사랑을 하고…”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둘은 죽자살자 하고 사통한 사이요. 당신은 남자친구가 출국하자 림시 남학생과 놀아난거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귀국하자 당신은 남학생과의 사이를 정리하려고 했소. 하지만 남학생은 당신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들놀이를 온 기회를 타서 당신을 숲속으로 끌고가서 담판했던거요. 만약 당신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면 둘사이의 관계를 그 남자한테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던거요. 당신은 자신이 남학생과 사통한 사실이 남자친구한테 알려져서 결혼이 깨여질가봐 두려워서 학수를 죽여서 입을 막았던거요!” “아니예요! 엉터리없는 추측을 하지 마세요. 전 학수를 죽이지 않았고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어요! 전 정말 억울해요!” 홍녀는 자신이 흉수가 아니라고 고집했지만 그녀의 혐의가 너무 컸기때문에 그런 변명은 소용없었다. 그녀가 절망하고있을 때 그녀와 결혼하게 될 남자가 찾아와서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백했다. 그러나 홍녀는 여전히 살인혐의를 벗어날수 없었다. 무엇때문일가? 그리고 이 살인사건은 어떻게 되여 일어난것일가? 홍녀는 A고급중학교의 어여쁜 녀교원이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은 녀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더 좋아했다. 그녀가 맡은 학급의 남학생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좋아한다는것은 다른 의미가 있는것이 아니라 단순히 선생과 학생사이의 우애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수라는 남학생만은 달랐다. 그는 녀선생을 미칠듯이 좋아했다. 도가 넘게 좋아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맘속으로 녀선생을 미칠듯이 사랑하고있었던것이다. 학수는 홍녀선생이 강의하는 수업시간이면 특별히 정신을 집중하여 들었다. 그는 녀선생의 웃는 모습이 좋았고 녀선생의 은방울 굴리듯한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특히 웃을 때마다 옴폭 패이는 볼우물은 사춘기소년의 가슴을 싹 녹여주었다. 그는 앉으나 서나 녀선생생각, 자나깨나 녀선생생각뿐이였다. 학수는 용모가 준수하고 키가 큰데다가 공부까지 잘하여 그를 따르는 녀학생들이 여럿이나 있었다. 하지만 학수는 그런 녀학생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일편단심 오로지 녀선생만을 사랑했다. 그는 녀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늘 돈지갑에 넣고 다녔으며 밤에 잘 때에는 가슴에 꼭 껴안고 잤다. 그 사진은 학급에서 들놀이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이였는데 학수에게는 둘도 없는 귀중한 보배였다. 들놀이중에 집체사진을 찍은후 학수는 체면을 무릅쓰고 홍녀선생과 단둘이 찍자고 요청했다. 녀선생은 우수학생의 제의를 별뜻이 없이 받아들여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멋진 사진을 남겼다. 녀선생에게는 그 사진이 별다른 의의가 없었으나 남학생에게는 그 사진이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보배였다. 남학생은 매일밤마다 녀선생의 사진에 키스하군 했다. 학수가 이렇게 미칠듯이 녀선생을 사랑하다보니 눈치 빠른 몇몇 학생들은 학수와 홍녀선생사이가 애매하다고 뒤에서 수근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짝사랑을 하고있는 학수를 실망시키는 일이 홍녀선생에게서 벌어졌다. 그것은 실망이 아니라 실련이였고 절망이였다. 홍녀선생이 약혼이란 말도 없이 덜컥 결혼을 한다고 선포했던것이다. 사실은 출국을 했던 남자친구가 3년만에 돌아온것이였다. “선생님이 결혼하다니?! 안돼, 선생님은 내꺼야!” 학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때 마침 학급에서 모아산들놀이를 조직했다. 들놀이가 한창일 때 학수는 몰래 홍녀선생을 불러가지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홍녀선생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학수는 별안간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결혼해서는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 “난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선생님은 나하고 결혼해야 합니다!” 홍녀선생은 몹시 놀라고 당황했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학수를 타일렀다. “학수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대학에도 가야 하고…” “아닙니다! 난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선생님은 학수를 좋은 학생으로 생각하고있을뿐이예요. 선생님은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고 그분과 곧 결혼하게 될거예요!” “안됩니다! 난 선생님이 없으면 살아갈수 없습니다! 선생님…” 학수는 울음을 터뜨리며 홍녀선생을 꼭 껴안았다… 그런데 이튿날에 그 자리에서 학수의 시신이 발견되였던것이다.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 홍녀선생은 상술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그날 매달리며 우는 학수를 달래놓고 들놀이현장으로 돌아갔을뿐 그후의 일은 모른다고 했다. 홍녀와 결혼하게 될 남자의 자백은 이러했다. “귀국하여 돌아온 나는 홍녀와 결혼하려고 결혼날자까지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한 남학생과 애매한 관계가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였습니다. 그 소문을 듣던 이튿날에 학교에서 들놀이를 간다고 하기에 나는 몰래 홍녀의 뒤를 따라 모아산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멀리에서 몰래 홍녀의 행동을 감시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남학생이 홍녀를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게 되였습니다. 나는 몰래 그 뒤를 미행했습니다. 으슥한 숲속에서 홍녀와 남학생이 포옹하는것을 숨어서 지켜보며 나는 녀자친구를 괴롭히는 그 남학생을 살해할 욕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나는 급히 그들을 따라오느라고 가방을 두고왔던것입니다. 가방속에는 과일칼이 들어있었습니다. 나는 가방을 놓아둔 곳으로 달려가서 과일칼을 꺼내가지고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홍녀는 보이지 않고 남학생이 혼자서 숲속에 누워 자고있었습니다.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 남학생을 과일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제가 진짜 흉수이니 제발 저의 녀자친구를 놓아주십시오!” 하지만 경찰은 홍녀교원이 진짜범인이라고 고집했다. “법의가 감정한데 의하면 학수학생은 칼에 찔리기전에 먼저 독약을 복용했다는것이 판명되였소. 이것은 홍녀선생이 학수학생한테 독약을 먹여 살해했다는것을 의미하오. 당신은 그 시신에 칼을 박았을뿐이요!” 그 말에 홍녀선생의 남자친구는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홍녀선생은 여전히 억울하다고 웨쳐댔다. 경찰은 학수와 홍녀선생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한 녀학생이 적발한 증거를 내보이며 죄를 승인하라고 핍박했다. “죄없는 사람을 억울하게 하지 말고 수사를 다시 하여 진짜 범인을 잡아내세요!” 홍녀선생은 악이 나서 소리질렀다. 정말로 범인이 따로 있을가? 경찰측에는 나쁜 놈을 놓쳐서도 안되지만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해서도 안된다고 인정하고 재수사를 시작했다. 주밀한 조사를 거쳐 마침내 진짜 범인을 잡아냈다. 범인은 뜻밖에도 홍녀선생을 적발했던 녀학생이였다. 그 녀학생은 울면서 사실을 털어놓았다. “저는 학수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학수는 홍녀선생님만 사랑하면서 저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정한 학수를 죽이려고 늘 독약을 휴대하고 다녔습니다. 그날에 저는 학수가 홍녀선생님을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고 몰래 그들의 뒤를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웬 남자도 홍녀선생님과 학수의 뒤를 따르는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도 모르게 살금살금 뒤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숨어서 살펴보다가 학수와 홍녀선생님이 포옹하는것을 본 저는 증오의 불길이 솟구쳤습니다. 그때 그 남자도 가버리고 홍녀선생님도 돌아가고 학수가 혼자 남아서 울고있었습니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저는 갖고온 음료에 독약을 타가지고가서 학수에게 권했습니다. 학수는 울면서 그 음료를 몽땅 마셔버렸습니다. 학수를 죽인후 저는 후회하며 남몰래 울었습니다.” (2004년)    
11    흔한 이야기 댓글:  조회:2071  추천:1  2013-11-23
이야기시/흔한 이야기       꽃같은 녀자와 나비같은 남자가 서로 만나서   꽃같고 나비같은 아이를 낳고 꽃처럼 나비처럼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꽃같은 녀자가 남편도 아이도   다 버리고 집을 나갔다오 세방살이 싫어서 코리안드림 떠나갔다오   앓는 로모와 어린것을 살리려고 나비같은 남자는 낡은 삼륜차를 헐값에 샀소   이 추운 겨울에도 눈보라 헤치며 낡은 삼륜차가 삐거덕 삐거덕 우는소리가 들려오오.  
10    게으름뱅이 로총각 댓글:  조회:2269  추천:0  2013-11-23
이야기시/게으름뱅이 로총각     연길시 북대마을 어느 오막살이에 마흔살이 되도록 장가를 못간 게으름뱅이 로총각 살고있었네   먹기는 좋아도 일하기는 싫어 빈들빈들 놀기만 하면서 하늘에서 금덩이 떨어져 줍시사! 날마다 기도하며 횡재를 꿈꾸었네   그러던 게으름뱅이 로총각 어느날 갑자기 대운이 트이여 아무도 안보는 거리에서 현금이 가득 찬 트렁크 주었다네   흔전만전 돈주머니 춤추니 오늘은 카바레 래일은 다방 5성급호텔 전전하면서 게걸스레 흥청망청 먹고 마셨네   군자는 배부르면 학문할 생각하고 소인은 배부르면 녀자생각 한다고 숙이같은 처녀를 안해로 맞았으면 그런 생각 입에 내기도전에 꽃같은 숙이 저절로 안겨들었네   숙이와 결혼해도 뭔가 모자라 분이라는 아가씰 정부로 삼았네 숙이야 분이야 마셔라 부어라! 그래도 어쩐지 재미가 적어   옛다, 돈이다! 치마 벗어라! 장미술집 장미아가씨 나리꽃다방 나리꽃아가씨…   녀자편력 끝없는 판에 뜻밖에 나타난 경찰아저씨 게으름뱅이 손에 쇠고랑 채웠네   아이쿠, 이게 웬 일이요? 이놈, 꿈 깨라! 가짜 돈 굴린 죄 너 아느냐? 가짜 돈이라니 웬 말이요? 난 정말 몰랐소! 후회하고 변명해도 소용없었네   땀으로 번 돈이래야 빛이 난다는 그 진리 뒤늦게 깨달은 게으름뱅이 옥살이 마치고 나오니 숙이도 분이도 본체만체 오막살이만 쓸쓸히 맞아주었네 (1995년)  
9    개코같은 인생 댓글:  조회:2042  추천:0  2013-11-23
이야기시/개코같은 인생     개코같은 녀자가 개코같은 남자를 만나서 개코같이 살다가 개코같이 그냥 살수 없어 개코같은 남자와 헤여졌소   그러나 워낙 개코같은 인생이라 이 남자를 만나서 개코같은 사랑을 하고 저 남자를 만나서 개코같은 고배를 마시다가   개코같은 곳에서 개코같은 남자들과 개코같은 술을 마시고 개코같은 춤을 추면서   개코같은 남자들이 개코같은 돈을 던져주면 개코같은 옷을 벗어주는 개코같은 녀자가 되였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개코같은 세상에서 개코같이 살아보세.    (1997년)
8    홀아비 집에 뛰여든 녀강도 댓글:  조회:2436  추천:0  2013-11-17
홀아비 집에 뛰여든 녀강도 콩트 / 이야기 김희수     강호는 안해와 리혼한지 7년이 되도록 여태껏 홀로 아이도 없이 세집에서 고독하게 살고있었다. 그는 고정된 직업이 없이 오늘은 여기서 래일은 저기서 닥치는대로 잡일을 하면서 아껴먹고 아껴쓰면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그마한 가게를 꾸렸다. 그는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부지런히 일하여 한푼두푼 모은 돈을 술도 사먹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면서 저금하여 15만원이란 목돈을 쥐게 되였다. 《이 돈으로 먼저 자그마한 아파트나 사야지. 그 다음 착한 녀자를 찾아 장가도 가야지.》 15만 저금통장을 손에 쥐게된 강호는 너무도 기뻐서 즉시 집을 흥정했고 그날로 중국은행 저금소에 가서 현금 15만원을 찾아내왔다. 그날은 집주인이 다른 일이 있다면서 이튿날 오전에 직접 현금을 가지고 와서 가옥수속을 밟자는것이였다. 그 돈을 다시 저금하자니 저금소가 문을 닫아서 그는 현금이 든 가방을 가슴에 꼭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15만원 현금이 든 가방을 베고 누운 그는 흥분되여 날이 어두워지도록 저녁밥을 지어먹을 생각이 없었다. 《래일이면 나도 아빠트에 들겠지? 그리고 예쁜 색시도 얻어 장가도 들고…이 기쁜 날을 나절로라도 경축해야지!》 강호는 야시장에 나가서 술과 안주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가 다시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예쁜 색시를 얻는 달콤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급히 현금이 든 가방을 옷장에 집어넣고 문가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문 좀 열어주세요. 강도가 절 쫒아와요. 빨리요…》 녀자의 목소리였다. 누구에게 쫓기고있는듯한 다급한 목소리였기때문에 그는 인차 문을 열어주었다. 녀자는 들어오자마자 문부터 잠그었다. 서른살쯤 되는 젊고 예쁜 녀자였는데 머리가 헝클어지고 웃옷단추가 떨어저있었다. 강호는 깜짝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 있은겁니까?》 《가…강도가…》 그 녀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사연을 말했다. 《친척집에 처음 찾아오는 길인데…골목에 잘못 들어서서 다시 나가려는데… 갑자기 어떤 사내가 저한테 덮쳤어요. 깜짝 놀란 저는 황급히 손톱으로 그자의 얼굴을 갈퀴고 도망쳤는데 그자가 그냥 쫓아와서…급한 김에 이 집문을 두드렸는데…》 사정이 사정인지라 강호는 그녀를 보고 올라와 앉으라고 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한 녀자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물었다. 《저…이집 부인님은요?》 《난 혼자 사는 사람이입니다. 마누라는 7년전에 집을 나갔습니다.》 《어머, 그런데 집은 녀자있는 집처럼 깨끗하게 거뒀군요. 선생님은 어디서 사업하세요?》 《아니, 뭐 부끄럽게 선생님이라 부르지 마오. 나는 생수배달이랑 신문배달이랑 닥치는 대로 하다가 지금은 자그마한 가게를 하는 사람이요.》 《어머, 그렇게 부지런히 일하면 얼마나 좋아요. 제 남편은 일하기 싫어서 빈들빈들 놀면서 도박판에 다니지 않으면 술이나 처먹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쩍하면 저를 때리군했어요. 그래서 참다못해 리혼했어요.》 서로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그들은 처음 만난 사람같지 않게 친숙해졌다. 얼마후 그들은 저녁까지 함께 지어먹었다. 오래만에 녀자가 지어주는 따뜻한 밥을 먹어보는 강호는 가슴이 뜨거웠다. 더구나 《우리 이렇게 단둘이 밥상에 마주 앉으니 부부간 같슴다 예?》하고 방긋이 웃으며 술을 부어주는 예쁜 그녀를 보니 가슴이 설레였다. 그녀는 또 《저도 선생님같이 일 잘하는 분을 남편으로 모셨으면 얼마나 좋겠어요.》하며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대왔다. 그는 이전같으면 그녀처럼 예쁜 녀자는 친할 엄두도 못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5만원 돈이 있는지라 마음이 든든했다. 나에게도 이만한 녀자를 안해로 맞을 자격이 있다. 더구나 이 녀자는 건달뱅이 남편을 만나 고생하던 착한 녀자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용기를 내여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녀도 사랑한다면서 키스를 해왔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축하의 잔을 들자요!》 그녀가 또 술을 권했다. 그런데 그 술을 마신 그는 머리가 혼미해지더니 잠이 들었다. 강호가 깨여났을 때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에 옷장을 열어보니 15만원을 넣은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 가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가져갔구나! 그녀는 내가 저금소에서 돈을 찾아가지고 나올 때부터 나의 뒤를 미행한게 틀림없어. 우리 집을 알아두었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강도에게 쫓기는 연극을 꾸민게 분명해! 그리고 술에 몽혼약을 넣어 나를 잠들게 한후 그 15만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달아난게 틀림없어!》 가슴을 치고 발을 탕탕 구르던 그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강도같은 년, 잡기만 해봐라!》 하지만 넓디넓은 천지에 어디가서 그녀를 잡는단 말인가?! 파출소를 찾아갔으나 풀이 죽은 그는 가슴만 끙끙 앓을뿐이였다.  
7    추녀 갑녀의 출가담 댓글:  조회:2585  추천:2  2013-11-17
추녀 갑녀의 출가담 콩트 / 이야기 김희수     갑녀는 못생겼다. 그래서 서른살이 넘도록 시집도 못갔다. 《세상에 저렇게 못난 녀자도 있나? 세계추녀대회에 참가하면 1등은 떼놓은 당상일거야!》 갑녀를 만나본 총각마다 뒤에서 이런 평가를 내리는데서 갑녀는 본인도 모르게 세계제일추녀로 공인받게 되였다. 사실대로 말해서 이 로처녀가 그 정도로 보기흉하게 못생긴것은 아니였다. 찬찬히 여겨보면 하얗고 보동보동한 얼굴에 번듯반듯한 이마며 둥글둥글한 눈이며 오똑오똑한 고날이며 봉싯봉싯한 입술이 맞춤맞춤 조화를 이룬 모습이 복수러운데가 있었다. 그저 몸매가 과도하게 뚱뚱한데다가 키마저 작아서 총각들이 마주섰다가는 얼핏 보고는 《아이구뭐니!》하고 제풀에 놀라 달아났던것이다. 남들이야 뭐라건 말건 갑녀는 낮에는 출근해서 수걱수걱 일만 했고 밤에는 련애소설을 읽으며 맘속 괴로움을 달랬다. 그러다가 공장이 문을 닫아 밥통마저 잃게 되자 절망한 갑녀는 강물에 몸을 던지려고 몇번이나 다리우에 올랐다가 맘을 돌려먹군 했다. 내가 왜 시집도 못가고 처녀귀신이 된담? 난 꼭 시집을 가고야 말테다! 좋은 남자 만나서 보란듯이 살테다! 이렇게 굳게 다짐한 갑녀는 다시 삶의 용기를 얻었다. 그후 갑녀는 친척의 소개로 어마어마한 갑부 천총재의 댁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였다. 그때 가정부로 들어가겠다고 천총재댁으로 찾아온 처녀는 갑녀까지 일곱명이나 되였다. 안주인 서마님이 그 일곱명의 처녀들을 한사람 한사람 대면해보더니 갑녀만 남겨놓고 모두 돌려보냈다. 갑녀가 7대1의 경쟁에서 손쉽게 경쟁적수들을 물리치고 《알성급제》할수 있었던것은 못생긴 얼굴덕분이였다. 반반하게 생긴 처녀들은 일은 잘하지 않고 주인님을 꾀여넘길 기회만 노린다는것이다. 서마님은 건너집에서 예쁘게 생긴 처녀를 가정부로 두었다가 그 처녀에게 마님자리를 빼앗긴 일을 목격한후로 급급히 먼저번 가정부를 내보냈던것이다. 가정부란 일만 잘하면 되는것이다. 서마님은 갑녀가 부지런하고 일솜씨가 잰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마님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녀자였다. 늘 미용원으로 다니면서 피부보호를 잘해서인지 나이 마흔이라지만 서른도 안되여보였다. 행복한 가정부녀인 서마님은 남편이 번돈으로 몸을 급빛으로 장식하고 날마다 호화자가용차를 몰고 미용원을 다녀와선 독일종 애완견을 안고 산보하지 않으면 마작을 노는것으로 한가한 나날을 보내군 했다. 마작판엔 이웃집의 마님들도 왔고 때론 천총재의 운전수 준걸이도 끼여들었다. 준걸은 40대의 건장한 사나이였다. 3년전에 상처하고 외동딸을 고중기숙사에 보낸 그는 천총재의 집에 주숙하고있었다. 천총재는 집이 여러칸이나 비여있는데다가 차를 모는데 편리하라고 그렇게 선심을 썼던 모양이다. 갑녀는 준걸을 처음 보는 순간 웬일인지 가슴이 활랑거렸다. (어마나, 저렇게 튼튼한 남자! 저런 남자의 품에 한번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준걸이만 눈앞에 나타나면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갑녀는 화장실에서 준걸이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감는것을 여러번 목격했다. 그때마다 갑녀는 근육으로 번뜩이는 준걸의 잔등을 만져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천총재가 출장갈 때면 할일없는 준걸은 늘 서마님을 찾아와 한담을 하군했다. 둘은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어느날 밤 갑녀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서마님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여나오는것을 듣게 되였다. 살금살금 문앞까지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니 안에서 남녀가 희희닥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령감이 이번에 출장을 갔으니 둬달 걸릴거예요. 그동안 우리 맘껏 즐겨보자요!》 《그러다가 들키는 날엔 우린 둘다 끝장입니다.》 《래일 끝장이 나더라도 지금 참을수 없는걸 어떻게 해요?》 《참을수 없는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어서요!》 방안의 남녀는 준걸이와 서마님이였다. 갑녀는 온몸이 떨려났다. 인품좋은 천총재를 배반한 년놈들을 당장 부녀놓고싶었다. 갑녀는 문을 막 두드리려다가 손을 움추려뜨렸다. 서마님이 지른 야릇한 신음소리가 가슴을 짜릿하게 했던것이다. 귀신에게 홀린듯 갑녀는 먼지털이 할 때 쓰는 걸상을 찾아들고 와서 살그머니 그우에 올라서서 문우쪽 쪽문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갑녀는 저도모르게 가슴을 쥐여뜯어며 《아…》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촉수낮은 전등아래 알몸뚱이의 남녀가 한몸이 되여 씨근덕거리고있었던것이다. 천총재가 돌아오자 갑녀는 그 일을 밀고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쩐지 그렇게 하기엔 마음이 허락치 않았던것이다. 갑녀는 서마님이 미웠다. 제 남편을 두고도 뻔뻔스럽게 준걸의 잔등을 차지한 서마님이 미웠다. 자기가 그토록 만지고싶은 잔등을, 자기만이 차지해야 할 잔등을 밤마다 움켜잡는 서마님이 미웠다. 그리고 자기와 같은 처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부녀와 붙어버린 준걸이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흥, 어디 두고 보자! 갑녀는 단단히 별렀다. 그러던 어느날 갑녀는 마작판이 끝나 서마님과 준걸이가 손님들을 바랠 때 서마님방에 슬그머니 기여들어 록음기를 작동시켜놓고 자기방에 돌아가 잠든척 하면서 코를 골았다. 이튿날 갑녀는 가만히 록음기를 꺼내다가 테프하나를 더 복제했다. 갑녀는 밤중에 년놈들이 한창 재미를 볼 때 록음기를 들고가서 문을 두드렸다. 당황해난 방안의 남녀는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고 나왔다. 갑녀의 부릅뜬 눈길과 마주친 그들은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지만 짐짓 천연한체 했다. 《갑녀, 자지 않고 웬일이요? 우린 지금 마작을 마치고 돌아와 커피를 마시는 중인데…》 《흥, 능청을 떨지 마세요. 전 이미 당신들의 추태를 록음기에 담았어요!》 갑녀는 록음기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록음기에서 준걸이와 서마님의 음탕한 대화가 쏟아져나왔다. 혼겁한 남녀는 황급히 록음기를 나꿔채서 테프를 꺼내 막 짓밟아던졌다. 《증거를 없애려구? 그건 복제품이예요!》 갑녀의 고함소리에 풀이 죽은 남녀는 그제야 갑녀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갑녀,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비밀을 지켜주오!》 갑녀가 쓴웃음을 짓자 서마님은 준걸을 돌려보내고 갑녀에게 애걸했다. 《갑녀가 비밀을 지켜준다면 내 갑녀의 요구를 다 들어줄게.》 《마님은 왜서 마님을 그토록 사랑하는 천총재를 두고 그런짓을 하나요?》 갑녀가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면서 꾸짖자 서마님은 길게 탄신했다. 《호—사실 나도 천총재를 몹시 사랑한다오. 그런데…》 《천총재는 비록 50이라지만 젊은이들처럼 씩씩하고 미남이 아닌가요? 게다가 인품이 후하고 돈도 많지…》 《그분은 물론 나무랄데가 없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잠자리에서 나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오.》 《아이, 그렇다고 어찌…》 갑녀는 서마님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불쑥 자기가 좋아하는 준걸이의 잔등을 차지한 녀인이란 생각이 스치면서 증오가 타올랐다. 그래서 서마님을 뿌리치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준걸이가 찾아와서 금반지, 금목걸이를 내놓으면서 애걸했다. 《갑녀, 이건 서마님이 주는거요. 갑녀가 비밀을 지켜주면 이후에도 더 많은걸 주겠다오.》 《전 그따윈 싫어요!》 갑녀는 준걸이가 구슬리는 말에 화가 벌컥 나서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뿌려던졌다. 그러자 준걸이는 울상이 되여 무릎을 꿇었다. 《그럼 갑년 뭘 요구하오?》 《전…전…당신의 잔등을 요구해요!》 《뭐? 내 잔등…허허참, 롱담두…》 《롱담이 아니예요. 전 당신을 좋아해요!》 《어…》 《싫은가요?》 《아…아니…》 준걸은 차마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날밤 준걸은 갑녀의 방으로 찾아왔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목욕을 하고 기다리고있던 갑녀는 꿈에도 그리던 준걸의 잔등을 곽 움켜쥐고 죽을둥살둥 허둥거렸다. 일을 끝낸후 준걸은 갑녀의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갑년 생각보다 썩 좋았소! 다시 더 만나고싶은 생각이 든단말이요!》 갑녀자신도 준걸을 자꾸 만나고싶었은 심정이였지만 시침을 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절 노리개로 생각하지 마세요. 전 숫처녀예요! 숫처녀를 다쳤으면 책임져야 해요. 알겠어요?》 《어…》 준걸은 어물거리며 물러갔다. 갑녀는 웃음집이 흔들거렸다. 천총재가 돌아오자 갑녀는 남몰래 천총재를 찾아가서 울상을 했다. 《흐흑…천총재님, 전…전…어쩌면 좋아요?》 《아니, 왜 그러우?》 《준걸이가 제 몸을…흐흑…전 처녀몸인데…》 《뭐? 그 녀석이?! 짐승같은…》 분개한 천총재는 동정의 눈길로 로처녀를 바라보았다. 《이미 엎지른 물인데 어쩌겠소. 그 녀석더러 손해배상이나 하라지.》 《안돼요!》 《그럼 법에 고발할 작정이요?》 《아니…그게 아니고…전 이미 그의 사람이 됐는데…그도 홀몸이고 하니 그럴바엔…》 《오—알만하오!》 그제야 천총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빙그레 웃었다. 갑녀를 돌려보낸 천총재는 준걸이를 불러들였다. 《자네 무슨 짓을 저질렀어? 엉?!》 천총재가 노한 눈길로 쏘아보자 준걸은 가슴이 섬찍했다. 갑녀가 마님과의 일을 고자질한게 아닐가? 속이 조마조마해서 찍소리도 못하고있는데 천총재가 좀 누그러든 어조로 말을 잇는것이였다. 《자네 홀몸으로 지내고있으니 그런 생각이 나기도 하겠지만 남자대장부가 일을 저질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게 아니요?》 《예! 예!》 준걸은 죄지은 몸인지라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자네도 어차피 재혼해야 될 몸이고 갑녀도 착실한 녀자이니깐 둘이 결혼하라구!》 준걸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갑녀한테 꼬리를 잡힌 몸인지라 대답하지 않을수 없어서 《예! 예!》하고 물러나왔다. 갑녀와 준걸은 끝내 결혼했다. 결혼후 준걸은 서마님 생각이 간절했으나 갑녀의 눈이 무서워서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천총재가 출장만 가면 참지 못하고 달려들던 서마님이 은근히 눈짓해도 못본척 피해버리는 그것이였다. 날이 감에 따라 준걸은 갑녀한테 점점 정이 들었다. 갑녀의 극진한 사랑에 감동되여 서마님을 차츰 잊었다. 그러던 어느날 준걸은 서마님이 큼직한 선물꾸레미를 들고 자기와 갑녀가 살고있는 방으로 들어가는것을 보았다. 궁금해난 준걸이가 따라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마님두, 뭘 이리 많이…》 《이런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지. 난 갑녀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소. 우리 집 량반이 갑녀가 가져온 약을 쓴후로 청춘을 다시 찾았으니…》 두 녀자가 주고받는 말을 들은 준걸은 서마님이 자기를 찾지 않는 영문을 알수 있었다. 그날밤 준걸은 갑녀를 끌어안고 짐짓 노여운척 했다. 《왜 그런 령약을 천총재님만 대접시키고 이 남편한테는 안 권했지?》 《아이참, 당신은 약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대단한데 약까지 쓰면 제가 어찌…》 익은 꽈리같이 빨개진 얼굴에 정찬 웃음을 담고있는 갑녀의 모습이 준걸의 눈에는 서마님의 얼굴보다 더 이쁘게 느껴졌다.  
6    이 세상은 가짜인가 댓글:  조회:2185  추천:0  2013-11-10
이 세상은 가짜인가 콩트/ 이야기 김희수     연길시 신원아파트에 살고있는 동호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세살짜리 딸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그의 품에 안겼다. 동호는 딸아이에게 뽀뽀해주고 나서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 싱글싱글 웃었다. 《허허, 오늘은 무슨 날이기에 진수성찬이지?》 《아빠, 오늘은 아빠 생일이야. 그래서 할머니와 엄마가 맛있는걸 많이많이 사왔어.》 《그래? 아빤 깜빡 잊었는걸.》 동호는 생일상을 버젓이 차려놓고 손님을 청하는것을 반대해서 해마다 생일은 집식구끼리 간단하게 쇠곤 했다. 《아이참, 무슨 일이 그리 바빠서 자기의 생일마저 잊었어요? 당신이 쇠고기를 반가워한다고 어머닌 쇠고기볶음료리를 세가지나 했어요.》 안해 숙희가 그를 보고 눈을 곱게 흘기더니 새옷 한벌을 내놓은것이였다. 《오늘은 당신의 생일선물로 양복 한벌을 샀어요. 난전에서 파는 외제인데 다른 곳 보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샀어요.》 동호는 가정의 따사로움을 한껏 느끼며 생일상에 마주앉았다. 방금 숟가락을 들었는데 TV에서 뉴스가 방송되고있었다. 서시장 소고기가게에서 대부분 장사군들이 오늘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서 소비자들에게 팔았다고 했다. 가짜소고기를 판 장사군들속에서 특히 뚱보녀인이 클로즈업되여 나오고있었다. 《에그 야!》 TV화면에 나온 뚱보녀인을 본 어머니가 갑자기 놀란 소리를 질렀다. 《내 오늘 사온 쇠고기도 저 엠네한테서 사온건데…》 《허허, 가짜쇠고기군.》 동호가 어이없어 웃고있는데 잇달아 가짜 외제양복을 판 난전장사군을 단속하는 장면이 보도되고있었다. 이번엔 안해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어마나! 난 어쩌라나요. 매화 아빠 양복도 저기서 산건데요.》 《또 가짜!》 동호는 기분이 잡쳤다. 하지만 어머니의 성의를 생각해서 가짜소고기를 맛있게 먹었고 안해의 성의를 고맙게 여겨서 날마다 가짜외제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어느날, 동호는 저녁에 거래처의 김과장과 한잔 한다는것이 3차까지 하다나니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어머니를 깨울가봐 취중에도 열쇠를 꺼내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때 안방에서 어머니와 안해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미야, 매화 아비는 왜 아직도 안 들어오는거냐?》 《어머니, 매화 아빠는 아까 거래처의 손님이 와서 늦게 들어온다고 전화했잖아요. 그런데 어머니, 낮에 왔던 어머니 고향친구라는 그 할머니가 한 말이 사실입니까?》 《응, 그게…》 《매화 아빠가 정말 어머니의 친아들이 아닙니까?》 《쉿! 누가 듣겠다.》 갑자기 안방의 말소리가 낮아졌다. 동호는 갑자기 굳어진듯 서있다가 살금살금 다가가 안방 문에 바싹 귀를 갖다댔다. 《어미야, 매화 아비한테 말하지 말아라. 사실 매화 아빈 불쌍한 사람이야. 어미,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지. 30여년전 대문 앞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나가보았더니 포대기에 애를 잘 키워달라는 쪽지가 나왔어. 버려진 애가 분명한데 후날 찾지 않을 예산이였는지 이름도 생년월일도 없었어. 에그, 그게 불쌍해서 동호란 이름을 지어주고 지금까지 친자식처럼 키워왔어.》 《그럼 매화 아빠 생일도 가짜…》 《그래. 령감과 상의해서 어림짐작으로 정해준게지.》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동호는 술이 확 깨는것 같았다.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니…자기는 성씨도 생일도 모르는 버림받은 아이라니?! 그는 쓰러질듯 비칠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침실로 들어갔다. 이튿날 아침, 동호는 아무 일도 없은듯 태연했다. 어머니는 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친어머니만 못지 않게 자신을 키워주었고 게다가 사랑스러운 안해와 귀여운 딸아이가 있지 않는가. 그가 이렇게 스스로 위안하며 출근하려고 하는데 뜻밖에 웬 낯선 사내가 찾아왔다. 그 사내가 안해의 이름을 부르자 거실에 있던 안해가 나왔다. 그 사내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안해는 온몸을 떨면서 낯색이 새파랗게 질리는것이였다. 《으흐흐, 숙희야, 끝내 널 찾았구나! 어제 거리에서 너의 친구 춘화를 만나서 너의 거처를 알아냈지. 숙희야, 어서 나하고 함께 가자!》 사내는 무작정 안해의 손목을 잡아끈다. 안해는 사내를 뿌리치며 뒤걸음친다. 사내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치민 동호는 사내를 막아서며 비수와도 같은 눈길로 쏘아본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왜 이러는거요?!》 《내가 누구냐 묻는거요? 허허, 난 숙희의 남편이요!》 사내가 너털웃음을 치더니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해서 숙희는 나의 안해란 말이요. 난 나의 안해를 데려가려고 온거요. 왜 잘못됐소?》 《당신 무슨 헛소리를 치는거요? 숙희와 난 결혼한 부부사이요! 숙흰 나의 안해란 말이요. 당신 뭔데 나의 안해를 데려가겠다는거요? 어서 물러가오. 나가지 않으면 110을 부르겠소.》 동호가 핸드폰을 꺼내자 사내가 다시 너털웃음을 웃었다. 《으흐흐! 110을 부르겠으면 부르오. 아무튼 숙희와 나는 결혼등기까지 한 합법적 부부이기에 두렵지 않소. 믿지 못하겠으면 이걸 보오!》 사내는 결혼등록증을 꺼내여 동호 앞에 내밀었다. 동호가 받아보니 그건 틀림없는 사내와 숙희의 결혼등록증이였다. 등기날자를 보니 자기와 숙희가 결혼하기 1년전이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동호는 놀란 눈길로 숙희를 바라보았다. 숙희는 머리를 푹 숙일뿐 아무 말도 못했다. 사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숙희와 나는 결혼등기까지 한 진짜 부부간이였소. 그런데 내가 탐오죄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자 숙희는 가출하여 나하고 리혼도 하지 않고 당신과 함께 산거요. 난 탐오한 돈을 다 갚고 석방되자 곧 숙희를 찾아 동서남북을 헤맸던거요. 그러다가 어제 거리에서 내가 잘 아는 숙희의 친구 춘화를 만나서 숙희의 근황과 숙희의 거처를 알게 된거요. 어떻소? 이젠 내가 나의 안해 숙희를 데려가도 되겠지?》 사내는 또 숙희의 손목을 잡아끈다. 동호는 사내를 밀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되오. 나에게도 숙희와 등기한 결혼등록증이 있소. 그러니 숙희는 나의 합법적인 안해란 말이요!》 《뭐요? 당신과 숙희가 결혼등록증을 냈단 말이요? 그건 위법이요! 숙희야, 너 두 사람과 결혼등기를 하면 중혼죄란 걸 알지? 널 중혼죄로 고발할까.》 《아…아니, 그건 가짜야!》 숙희는 그만 질겁하여 부들부들 떨면서 진실을 말했다. 《동호씨, 우리의 결혼증은 가짜예요. 돈을 내고 만든…》 동호는 그제야 생각났다. 숙희와 만나자마자 정이 든 동호는 숙희와 함께 동거하면서 결혼등기를 하러 가자고 졸랐다. 그때 숙희는 결혼등록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자기 혼자 가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해당증명서와 결혼사진을 숙희한테 맡겨버렸는데 숙희가 돈을 내고 가짜 결혼증을 샀을 줄이야… 《으하하!》 사내가 득의양양하여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보오. 당신은 가짜란 말이요. 나야말로 진짜 숙희의 남편이요!》 동호는 멍해졌다. 안해가 가짜라니? 자기의 안해인줄 알았던 안해가 남의 안해라니?! 《엄마!》 그때 침실에서 잠을 자고있던 아이가 깨여나자바람으로 달려나와 숙희에게 안겼다.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사내가 갑자기 씽긋 웃으며 아이를 안으려고 두팔을 벌렸다. 《아이구나, 요 귀여운 내 딸아, 어서 이 아빠가 안아보자!》 《당신 뭐라는거요?》 동호는 분통이 터지여 사내 앞을 막아서며 고함쳤다. 《내 아이한테 손을 대지 마오! 숙희는 당신의 안해였다지만 이 아이만은 진짜 내 딸이란 말이요!》 《이 아이가 당신의 딸이라구?》 사내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동호의 어깨를 툭툭 친다. 《당신 또 틀렸소! 이 아이는 진짜 내 아이란 말이요. 당신이 숙희와 만나서 몇달만에 아이를 낳소?》 사내의 물음에 동호는 떨떠름해서 대답했다. 《이 아이는 팔삭둥이요. 숙희가 조산하는 바람에…》 《하하하!》 사내는 또 한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아이는 정상적인 열달배기요! 숙희가 당신을 만날 때 이미 배속에 나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요. 이건 숙희의 친구인 춘화가 나한테 알려준 말이요. 숙흰 임신한 몸으로 당신한테 시집을 갔다구.》 《숙희, 이게 정말이요?》 동호는 절망적인 눈길로 숙희를 바라본다. 숙희는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떨군다. 《죄송해요, 동호씨! 그땐 동호씨가 절 받아들이지 않을가봐 임신한 사실을 속였던거예요.》 《아아!》 동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있던 동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부모도 가짜고 안해도 가짜고 자식도 가짜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세상이란 말인가! 붐비는 인파속에서 걸어가고있는 동호는 사람도 차량도 고층건물도 모두 가짜로 돼 보였다. 이 세상 모든것이 가짜로 돼 보였다. 그래, 이 도시는 가짜야! 이 세상도 가짜고! 난 가짜 세상에서 살고있어! (2002년)  
5    술군의 이야기 댓글:  조회:2526  추천:0  2013-11-10
술군의 이야기 콩트/ 이야기 김희수     중인량반, 안녕하십니까? 뭐? 오래간만이라구요? 며칠만에 만났는데 오래간만이라니요? 하하하! 날마다 개근하던 단골손님이니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그동안 외출했댔는가구요? 아, 아닙니다. 집에 좀 속탄 일이 있어서… 헤헤, 주인량반, 오늘은 그 독한 배갈을 둬병 주시우. 푹 취해야 하겠습니다. 안주는 뭐 아무거나 주십시오. 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소금 두알을 놓고도 배갈 한병쯤은 문제없이 마셨지요. 저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썩두부 하나만 있으면 다른 안주는 필요 없습니다. 주인량반도 알고있다구요? 내가 썩두부 하나 놓고 배갈을 두병씩 답새기는 술고래라는것을…헤헤, 다 지나간 이야깁니다. 지금은 따끈따끈한 모두부가 있어야 그래도 술이 들어가지요. 카아! 거 술맛 참 좋군요. 주인량반, 주인량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누라라구요? 하하하! 주인량반은 정말 모르는군요. 마누라보다 더 좋은게 바로 먹는겁니다. 이 세상에 먹는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물주가 입을 만들어준것은 첫째는 먹어라는것이고 둘째는 말하라는것이지요. 글쎄 먹는게 얼마나 중요하면 《먹고 죽기》, 《먹어야 체면》, 《먹은 죄는 없다》는 말이 나오고 《목구멍이 포도청》, 《금강산도 식후경》, 《밥 한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라든가 《배만 부르면 세상인줄 안다》는 등등의 속담이 다 생겨났겠습니까? 《인생은 일장 춘몽이거니 먹고 마시여라.》는 시구가 있지 않습니까. 먹는게 제일이니 먹어야 합지요. 먹는게라면 가릴게 있습니까. 땅우에서 기는 놈, 뛰는 놈, 물에서 사는 놈,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놈 할것 없이 난 그저 닥치는대로 다 먹지요. 에, 난 잠자리도 통째로 삼켜봤고 쥐고기도 먹어봤고 사람고기도 맛보았지요. 놀라지 마십시오. 내가 뭐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번은 내가 돼지고기를 탕치다가 그만 실수하여 식칼로 손가락을 내리찍었지요. 아뿔사, 손가락 하나가 뭉텅 잘라져 나갔지요. 그때 내 머리속에는 불현듯 3국지의 하후돈장군이 부모가 준 정혈을 버릴수 없어 싸움터에서 뽑혀나온 자신의 눈알을 씹어 삼키던 비장한 장거가 떠올라 나도 잘려나간 내 손가락을 돼지고기와 함께 삶아서 먹었는데 정말 별맛입디다. 보는 보와 같이 그래서 지금 내 왼손 중지가 3분의 2가 없습니다. 에, 먹는게 이렇게 좋지만 이 먹는것 중에서도 술이 제일 좋지요. 남자로 태여나 술과 담배를 모른다면 정말 그 두냥반짜리를 달고 다닐 자격이 없지요. 에, 나는 물론 학생 때부터 술의 진미를 알게 되여 사회에 나와서는 줄기차게 마셔댔지요. 퇴근하여 서산에 해질무렵부터 3차, 4차 옮겨 다니며 마셨는데 마지막 음식점을 나서면 동산에 소는 해를 맞기가 일쑤였지요. 소문이 나자 룡정은 물론 연변에서 나한테 시집오자는 처녀가 없었지요. 안달아난 삼촌이 머나먼 흑룡강 오상의 처녀를 중매하면서 내가 술 마실 줄을 모른다고 속였지요. 첫대면후 그 처녀가 나의 외모에 반하여 약혼에 동의하고 결혼날자까지 받았지요. 삼촌은 나더러 결혼할 때까지만 술을 딱 끊어달라고 애걸 절반, 훈계 절반 했습니다. 종신대사라 나도 정신을 바싹 차리고 술을 끊었는데 그게 참 죽기보다 더 힘들더군요. 사돈보기 때와 결혼잔치 때 다른 사람들이 마셔라, 부어라 하는것을 지켜보노라니 군침이 막 도는데 삼촌이 곁에서 사이다만 부어주며 눈을 딱 밝히고 있어 참는 수밖에 없었지요. 아참, 그 고비를 넘기자 개 똥 먹는 버릇이 어딜 가겠습니까. 결혼한 이튿날부터 고주랑망태가 되는데 안해는 속았다고 울며불며 야단치고…그래봤자 제까짓게 소용 있나요? 이미 엎지른 물인데…그런 줄도 모르고 불원천리 흑룡강에서 딸집에 처음 찾아온 장모님은 이 사위가 술 마실 줄 모른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이 자자한 판에 물만두를 빚어놓고 안해가 식초 한병을 사오라고 해서 식품상점에 들어선 내가 글쎄 술친구들에게 붙잡혀 한잔만 한잔만 하다가 식초사러 온 줄도 까맣게 잊고 줄기차게 마셔댔는데…취하여 집에 돌아가니 장모님이 딸을 잘못 줬다고 울고불고…하하하! 그때는 이미 안해의 배가 뚱뚱해지기 시작했으니 별수 있나요? 에, 그후 안해는 애새끼 때문에 참는다면서 《이젠 마시겠으면 콱 마십시오.》하고 내가 아무리 마셔대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것이 내가 직장에서 정리실업 당하여 밀려나자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지요. 《생활이 바쁜데 일자리를 찾을 궁리는 하지 않고 빈들빈들 놀면서 술만 마시면 어떻게 사냐? 노는것도 괜찮으니 술만 마시지 말라.》이렇게 권고도 하고 애걸도 했지만 난 그따위 잔소린 개방귀로 여기고 날마다 취해 들어와선 주정을 부렸지요. 에참, 그런데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렇게 무던하던 안해가 보따리 싸고 달아날 줄이야. 바로 그저께 일입니다. 안해는 애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렸지요. 아이고, 주인량반, 이젠 난 홀아비가 됐으니 어떻게 살겠습니까? 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이나 찾아하라구요? 내 이 미남 체격에 어디가서 체면 깎이게 신수리나 자건거수리를 하겠습니까? 삼륜차는 더욱 못 끌지요. 그런 일은 죽어도 못하지요. 그럼 어디 돈이 있어 술을 마시는가구요? 집이 있지 않습니까. 집을 팔면 얼마동안은 술을 마실수 있을게 아닙니까. 뭐, 내가 타락했다구요? 워낙 개코같은 인생인데 타락한들 뭐랍니까? 그래도 정신차리고 새출발을 하라구요? 후―술맛 좋군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겠는지… 주인량반, 안해 없는 집은 정말 썰렁하지요. 텅 빈집 같습니다. 주인량반 말처럼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마누라일까요. 그런데 요 술이란 놈이 마누라보다 썩 더 좋은걸 어떻게 합니까. 주인량반도 한잔…에, 모르겠습니다. 이젠 술이 더 좋은지 마누라가 더 좋은지…원래는 술이 더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요. 아, 이거 마지막 잔인데…카악… (1996년)    
4    뢰봉의 눈물 댓글:  조회:2524  추천:3  2013-11-02
뢰봉의 눈물 콩트이야기 김희수   뢰봉은 21세기의 뻐스에 올랐다. 차안은 만원이여서 빈자리라곤 없었다. 몹시 지친 뢰봉은 다리가 아파서 서있을수 없었다. 그래서 뢰봉은 자리에 앉은 승객들에게 량해를 구했다. 《여보시오. 미안하지만 어느분이 자리를 좀 양보해 주실수 없겠습니까?》 《…》 승객들은 모두 못본척 못들은척 딴청을 부리고있었다. 뢰봉은 렴치불구하고 다시 청을 들었다. 《여러분, 전 여러분들이 늘 따라 배우라고 외우는 뢰봉아바이입니다. 전 지금 몹시 지쳤으니 어느분이 자리를 좀…》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자리를 양보해주려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뢰봉을 비꼬아댔다. 《허허참, 지금 세월엔 뢰봉마저 사리를 탐내는군!》 《뢰봉까지 저렇게 자사자리하니까 고상한 정신이 어디 있겠소!》 뢰봉은 몹시 실망했다. 자신은 한평생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였지만 인민들은 인젠 늙고 치친 그를 외면하고있었다. 《젊은이, 젊은이가 자리를 좀 양보해줄수 없겠소?》 이번에 뢰봉은 곁에 앉은 젊은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뱁새눈을 교활하게 깜빡거리며 대꾸했다. 《뢰봉령감, 내가 령감에게 자리를 양보할수 있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소.》 《무슨 조건이요?》 《령감이 백원짜리 한장만 내면 내 당장에서 이 자리를 양보해주겠소.》 뢰봉은 하는수 없이 돈지갑에서 병치료에 쓰자고 모은 돈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벌떡벌떡 일어나면서 다투어 자기의 자리를 양보하는것이였다. 《뢰봉할아버지, 어서 저의 자리에 앉으십시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세상이란 말인가? 뢰봉의 눈에선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1999년)    
3    잘못 잡은 도적 댓글:  조회:2436  추천:0  2013-11-02
잘못 잡은 도적 콩트이야기 김희수 어느 공장에서 있은 일이다. 하루일을 마친 녀성종업원들이 탈의실에서 웃고 떠들며 한창 옷을 갈아입고있을 때 정희라는 녀인이 갑자기 놀란소리를 질러댔다. “아이구머니, 이걸 어쩌나? 내돈, 내돈…” 그녀는 바지호주머니에 넣었던 100원짜리 한장이 깜쪽같이 잃어졌다고 소리쳤다. 탈의실은 삽시에 술렁거렸다.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하고 끼리끼리 수근거리도 하며 누가 도적일가고 경계하고있었다. 이럴 때 약사빠른 작업반장이 어느새 보위간사 영걸이를 데리고왔다. 정희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지를 벗어 탈의실에 걸어놓고 여태까지 작업복을 바꿔입고있었는데 방금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없어졌다고 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귀담아 들은 영걸이는 즉시 조사에 달라붙었다. 조사해보니 녀성종업원들은 모두 둘씩 혹은 셌씩 짝을 지어 탈의실에 드나들었는데 유독 애자라는 처녀만이 혼자서 탈의실에 드나든적이 있었다. 영걸이는 다른 녀인들은 모두 퇴근시키고 애자만 사무실로 데리고와서 심문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탄백하오. 애자가 한일이 옳지?” “아, 아님다.” 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애티나는 처녀는 얼굴은 해반주그레하게 생겼지만 행동거지가 분별이 없어 반편이란 평판을 듣는 어리숙한 처녀였다. “탈의실에 혼자서 드나든 사람은 애자밖에 없는데 아니라니 말이 되오?” “정말임다. 난 안가졌슴다.” “좋소. 그럼 몸을 뒤져보오.” “시…싫슴다.” 애자는 황망히 손에 들었던 핸드백을 뒤로 가져갔다. 더럭 의심이 든 영걸이는 애자한테 다가들어 핸드백에 손을 뻗쳤다. 그런데 애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죽기내기로 저항하는것이였다. “이…이건 안됨다. 으…으응…” 영걸이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핸드백을 빼앗기게 되자 애자는 힘센 아이한테 사탕을 빼앗긴 어린애처럼 서럽게 울었다. 영걸이가 핸드백을 열어보니 아니나다를가 100원짜리 한장이 들어있었다. 영걸이는 장물을 애자앞에 내흔들면서 엄하게 따져물었다. “이건 무슨 돈이요?” “그…그건 내 돈임다.” “바른대로 말하오. 도적질한 돈이지?” “아님다. 정말 내 돈임다.” 애자는 흐느끼면서 그냥 아니란다. “떼질쓰지 마오. 솔직하게 잘못을 승인하면 관대하게 처리할테요.” “아님다.” “뭐가 아니란 말이요?” “도적질한 돈이 아니라는데…” “뭐야?!” 영걸이는 마침내 발칵 화를 냈다. 두눈을 부릅뜨고 한동안 애자를 쏘아보던 그는 엉덩이에 찬 수갑을 풀어 탁상우에 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네가 그냥 떼질쓰면 쇠고랑을 채워 파출소에 넘기겠다. 그래 쇠고랑을 차고싶니?” “아…아님다! 이잉…” 쇠고랑이요, 파출소요 하는 말에 질겁한 애자는 바들바들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영걸이는 얼리기 시작했다. “네가 이 돈이 도적질한 돈이란걸 승인하면 파출소에 넘기지 않겠다. 솔직하게 말해라.” “아님다.” “또 아니냐?” “오…옳슴다.” 옳지그래. 얼시덩 그렇게 승인해야지. 네 태도가 좋길래 반성문이나 써라. 그리고 이 돈을 임자에게 돌려주고.” “아님다. 그 돈이 내 돈이 옳다는 말임다!” “뭐야? 너 정말 안되겠구나! 이 쇠고랑을 차고 파출소로 가자!” 영걸이가 달려들어 수갑을 채우려고 하자 겁을 집어먹은 애자는 그제야 숙어들었다. “마…말하겠슴다!” “그래, 말해봐.” “그 돈은 가진겜다.” “가진게라니? 남의 호주머니걸 훔쳐내고도 가진게라고?” “아님다. 다른 사람이 날 준겜다.” “누가 너한테 주었니?” “그건…” “말하지 않으면 파출소다!” “강공장장이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랬슴다. 으응…흑…” “생뚱같이 강공장장이라니?” “그 돈은 강공장장이 나한테 준겜다.” “뭐라구?” 영걸이는 도끼눈을 부릅뜨고 애자를 쏘아보았다. 이 부실한 처녀가 마지막엔 공장의 첫째가는 어른한테 덤터기를 씌우려고 하다니? 바로 그때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영걸이는 재빨리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위간사님입니까? 잃어버렸다던 돈을 찾았슴다. 글쎄 집에 와보니 그 돈 100원짜리가 옷장에 걸어놓은 바지호주머니에서 나왔슴다. 아침에 바삐 출근하느라고 바지를 잘못 갈아입은걸 모르고 글쎄 그 돈이 잃어졌는가 했잼까. 미안함다.” 영걸이는 화김에 전화기를 탕 내려놓으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젊은 녀자가 기억력이 말이 아니구나.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통 잃어졌다고 고아대니 애매한 애자만 의심했잖아? 이러고보니 이 돈은 정말로 도적질한 돈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강공장장이 정말로 애자한테 돈을 주었단 말인가? 무엇때문에?” 영걸이는 애자가 도적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였지만 강공장장이 왜서 애자한테 돈을 주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강공장장이 어째서 돈을 주었는가 하는 사실만 털어놓으면 돌려보내겠다고 애자를 구슬렸다. 애자는 놔준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면서 말했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강공장장이 나하고 한번…그랬슴다. 그런 다음 돈 100원을 주면서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랬슴다.” 탁상우에 놓여있는 돈을 빼앗다싶이 나꿔채여 핸드백에 넣고 쫓기듯 문밖으로 뛰쳐나가는 애자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영걸이는 너무도 어이없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1996년)  
2    콩트이야기: 처녀는 시집 못간다 댓글:  조회:3219  추천:2  2013-11-01
  처녀는 시집 못간다 김희수     연변출신인 조금화는 대학을 졸업하고 청도, 위해, 심수 등지로 돌아다니다가 상해의 한국독자기업에 취직한지 4년이 된다. 그 동안 그녀는 사업에서 끈질기게 노력한 덕분으로 업무능력이 사장님의 긍정을 받아 기획부문의 경리로 승직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문제만은 미루고 미루다보니 늦어져서 35살이 되도록 처녀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있었다. 35살이면 로처녀라도 늙은 로처녀다. 10년전까지만해도 그 나이에 시집을 아니 갔으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며 《저 나이에 시집 못간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다니까.》하고 뒤에서 수군거리였을것이다. 24~25살부터 로처녀라는 이름을 달아주던 세월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30대의 로처녀들이 적지 않아서 사람들이 이전처럼 더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다. 그녀들이 시집을 못간것이 아니라 아니 간것이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남자가 나이 들면 장가가고 녀자가 나이 차면 시집가기 마련인 세상에서 배우자는 찾아둬야 할께 아니겠는가. 다른 로처녀들은 말이 로처녀지 대부분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있는 상태이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아서 잠시 처녀라는 이름을 달고있을뿐이지 실제는 언녕 아줌마행렬에 가담했던것이다. 그런데 조금화에게는 남자친구마저 없으니 이 문제는 당면에 서둘러 해결해야 할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녀를 관심하는 사람들이 이 로처녀를 시집보내기 위해 부지런히 중매를 서주었지만 당사자인 그녀는 사업이 바쁘다는 리유로 미루기만 할뿐 소개해주는 남자들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제일 급해난것은 그녀의 고모였다. 그녀의 부모들은 먼 연변에 있으니 급해도 마음뿐이지만 그녀의 옆에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있는 그녀의 고모는 더는 참을수 없었다. 문화대혁명전부터 상해에서 살아온 고모는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사업하다보니 지식있고 재간있는 청년들을 많이 알고있었다. 어느날 고모는 그녀를 불러놓고 말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녀자는 시집을 잘 가야 한다. 우리 연구소에 남개대학을 졸업한 끌끌한 조선족청년이 있는데 널 소개했더니 흡족해하면서 만나보겠단다.》 《아니 고모는 또…난 아직…》 《얘, 너 지금 나이가 얼마냐? 서른하고도 다섯살이란 말이다!》 《어머,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네가 아직도 스물다섯살인줄 알았느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마흔살 로처녀로 늙는다.》 조금화 자신도 급하지 않은건 아니였다. 선배고 후배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빨리 시집가라는 인사밖에 없지, 아래 동생이 사돈보기까지 했지만 언니먼저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있는 상황이니까 급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시집을 가고싶은 마음이 없는것은 아니였다. 이때 고모의 말에 그녀는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나, 하면서 새삼스레 놀랐다. 어디 마땅한 자리가 있으면 올해엔 시집을 가야지. 조건이 웬만하면 시집을 가놓고 보자. 로처녀라는 모자부터 벗고 보자. 그리하여 그녀는 고모가 소개해주는 그 총각을 만났다. 약속한 장소에서 그 총각을 처음 보는 순간 그녀는《이 남자다, 이 남자를 기다리느라고 여태껏 시집을 안 갔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그 남자앞에서 사춘기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떨려서 그 남자와 어떻게 인사를 나누고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 남자가 물어보는 말만 대답했던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남자가 떠난 5분후에 다방을 나오면서 그녀는 너무 바보처럼 못나게 행동한 자신이 밉살스러웠다. 고모가 《그 남자가 어땠어?》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해 《박춘길》이란 이름 석자밖에 아는것이 없음을 깨닫고 바보처럼 웃었다. 비록 명함장을 교환했으나 그녀는 그 남자가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흘후 그남자한테서 다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받은 그녀는 사춘기소녀처럼 가슴이 활랑거렸다. 두번째 만남에서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해 궁금한것을 주동적으로 물었다. 그 남자는 첫사랑에 실패하고 그후에도 약혼까지 했던 처녀가 여럿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련애경력에 대해 물었다. 사실 그녀는 련애경력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몸매나 용모나 빠진데가 없었기에 중학교때부터 여러 남자애들의 추구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련애에 머리를 쓰지 않고 공부만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련애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고 련애를 걸어오는 남자들을 모두 거절해버렸었다. 그후엔 사업이 바빠서 종신대사를 미루었고 또 어지간한 남자들은 그녀의 눈이 높다고 생각되여 감히 그녀에게 접근할 엄두도 못했던것이다. 곁에서 소개해주는 남자 몇몇을 만난적이 있으나 한번 만나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자리에서 빠이빠이 하고 두번 다시 만나지 않았으니 서른 다섯살을 먹도록 련애다운 련애를 한번도 못했던것이다. 그녀가 련애를 한번도 못해봤다고 하자 그 남자는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여러번의 만남에서 서로 정이 들고 그 남자가 먼저 《우리 결혼합시다》하고 말해서 그녀도 선선히 동의했다. 어느날 밀회에서 그 남자가 자연스럽게 키스하면서 요구했다. 그녀가 거절하자 남자는 《우린 결혼할 사이인데 뭘 망설여?》했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튼 결혼하면 그에게 바칠 몸인데) 하고 생각하면서 그가 하자는대로 맡겨버렸다. 하지만 그가 거칠게 달려들자 그녀는 《난 처음이예요.》했다. 그는《뭐가 처음이란 말이야?》하면서 그녀가 아픔을 호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성급하고 조폭하게 행동했다. 일이 끝난후 침대시트에 빨갛게 피여난 작은 꽃잎을 보자 그 남자는 놀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이건 뭐야?》했다. 그녀는 몹시 섭섭했다. 《몰라서 묻나요? 난 당신이 첫 남자예요.》 《뭐? 서른다섯살인 너에게 내가 첫 남자라구? 허허허. 내가 어떤 녀잘 제일 깔보고 멸시하는지 알아? 바로 너같은 녀자야! 과거가 없는것처럼 순결한체 꾸미는 너같은…》 《난 정말 당신이 처음이야요. 이 빨간것을 보면 모르겠어요?》 《너 정말 가소롭구나. 과거를 숨기려고 처녀막회복수술까지 다해놓고 내 앞에서 연극을 꾸미려고?》 《난 수술한게 아니예요. 정말 처음인데!》 그녀는 정말로 억울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믿으려 하지 않고 그녀의 뺨까지 찰싹 하고 갈겨댔다. 《야, 요즘 네 나이에 숫처녀가 어디 있니? 그리고 너처럼 이쁜 꽃을 남자들이 뭐라고 지금까지 꺾지 않고 곱게 나뒀겠어? 더구나 지금 세월에 숫처녀는 유치원에나 가서 찾아라 했겠다. 차라리 과거가 있으면 있다고 떳떳하게 나서는 녀자가 좋지 너처럼 거짓말쟁이하고는 결혼할수 없어!》 그날 그녀는 몹시 울었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그런 남자에게 처녀몸을 바친것이 통분해서 운것이였다. 그리고 그해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또 재벌2세이고 복단대학을 졸업한 37살의 로총각을 만났는데 두 사람은 서로 정이 들어 사랑이 무르익었다. 그녀는 그 총각에게 《난 처녀몸이 아니예요. 과거가 있어요.》하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랬더니 그 총각은 빙그레 웃으며 《허허, 그 나이에 과거가 없다면 이상하지.》하면서 그녀를 뜨겁게 포옹해주었다. 그리고 얼마후에는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녀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숫처녀일 때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과거가 있다고 하니까 오히려 시집도 더 잘 갈수 있으니 말이였다. (2004년 5월)      
1    콩트이야기: 변덕 많은 녀자 댓글:  조회:2817  추천:0  2013-11-01
  변덕 많은 녀자 김희수   젊어서 목돈을 벌어놓고 늙어서 멋스레 로친을 끼고 공원놀이나 다니는 장령감을 보고 모두들 그 령감 팔자 상팔자라고 부러워하지만 기실 장령감에게도 시름거리가 따로 있었다. 남들은 처녀가 없어서 아들을 장가 못 보낸다고 아우성인데 장령감은 금은보석같은 딸을 두고도 서른살이 다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못하고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것도 어디 팔다리가 부실한가, 얼굴이 못생겼는가? 제 어미를 닮아서 무용배우처럼 미끈한 몸매에 영화배우처럼 예쁘장한 미모! 그래서 중매군들이 문턱이 다슬도록 드나들고 《참 이 집 딸을 보면 막 피여나는 꽃을 보는 기분이구려. 이 집에선 꽃을 가꿀 필요가 없겠군.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싱싱한 〈생화〉가 있으니 말이요. 이 꽃을 꺾어 우리 집에 옮겼으면 좋겠구만.》하고 아들 가진 집들에서 침을 한발씩이나 흘리지만 꽃이 스스로 꺾이기를 원하지 않으니 장령감인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처음엔 장령감이 《얘 장미야, 이번 총각은 학력도 있고 키크고 미남인데다가 마음씨마저 착하다하더구나. 어디 한번 만나보거라.》이렇게 권할라치면 《전 시집 안가요!》하고 단마디로 거절하던 딸이 이젠 혼사말만 나오면 《아이, 귀찮아요. 전 죽어도 시집 안가요! 영원히 시집 안가요!》하고 완강하게 나오니 장령감은 딸년이 비구니나 될 팔자라고 탄식하며 딸의 혼사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런데 과년한 딸이 점점 과묵해지더니 찬바람을 싫어하고 대낮에도 창문에 커튼을 치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갇혀서 장령감이 어디 아픈가 한마디 근심되여 물어도 귀찮아 짜증을 내는것이였다. 때론 혼자서 웃었다 울었다하며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여서 장령감은 딸년이 큰병에 걸린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장령감이 용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으나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먼 친척의 소개로 의술이 고명하다는 한의사 김선생을 찾아보았다. 김선생은 환자의 기색을 살핀다 맥을 본다 하며 자세히 관찰하더니 조용히 입을 여는것이였다. 《환자가 몸이 피곤하고 추웠다 더웠다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리지요?》 《예, 예, 그런 증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전엔 정신이 산란하고 밝은것을 보기가 싫어하고 사람의 소리가 귀찮아지고 오후에는 머리가 혼미해지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생리 때는 심해지고 말입니다.》 딸이 머리를 끄덕이고 장령감도 《네, 맞습니다. 다른 의사들은 모두들 한열병이라고 합니다만 병이 나아야 말입지요. 김선생님께서 어떻게 하나 저애의 병을 치료해주십시오. 저애의 병만 고쳐주신다면 가산을 모두 탕진해서라도 그 은혜를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아바이, 근심하지 마십시오. 따님의 병은 침 한대만 맞히면 곧 나을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서…》 《급해하지 마십시오. 저의 조카 일철이가 외국류학을 갔다온 박사인데 침구에 능하지요. 오늘 그애가 외출했으니 래일 이때에 다시 찾아오십시오.》 이렇게 되여 장령감은 다음날 다시 올것을 약속하고 딸을 데리고 돌아갔다. 한편 김의사는 그날 저녁, 조카 일철이를 찾아 낮에 장령감의 딸의 병을 본 정황을 얘기하고나서 동을 달았다. 《내 보기엔 장미가 아주 예쁘고 훌륭한 처녀인데 너 하고 짝이 맞겠더라. 래일 네가 그 장미처녀를 치료해주고 백년가약을 맺거라.》 《허허참, 삼촌두, 치료는 삼촌이 해줘야지 의사도 아닌 제가 어떻게 치료를 해준다고 그럽니까?》 《네가 침 한대를 놔주면 그 처녀 병은 즉시 나을거다.》 《삼촌은 무슨 롱담을 그렇게 하십니까? 침통도 쥐여 못본 제가 혈위도 모르고 찌르다가 생사람을 죽이겠습니다.》 《그래도 넌 박사가 아니냐?》 《아무리 박사라 해도 그렇지요. 제 전공이 물리학이지 어디 의학입니까?》 《그러니까 너더러 물리치료를 해주라는거다. 내 말은 진짜 침이 아니라 네 몸에 달린 살침을 장미처녀의 몸에 놓아주라는 말이다.》 《뭐라구요? 아니, 삼촌두! 저더러 처음 만나는 처녀한테 무례하게 야만스런 짓을 하라구요? 전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하겠습니다!》 《이눔아, 그게 장미처녀를 구하고 너희들 둘의 행복을 찾는 길인데 뭘 야만스런 짓이라고? 찍소리 하지 말고 이 삼촌이 시키는대로 해!》 김의사는 일철이를 설복시키느라 무척 애를 썼다. 이튿날,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오자 김의사는 일철이더러 다른 방으로 장미처녀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게 했다. 김의사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던 장령감은 이윽해도 딸이 나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다. 《의서선생님, 침 한대 놓는 시간이 왜 이리 오래 걸립니까?》 《아바이두, 아무데나 침을 놓으면 되는 줄 압니까? 딱 맞는 자리를 찾자면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내심하게 기다립소.》 그때 장미처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장령감이 《그 침이 몹시 아픈 모양입니다. 저 앤 여태껏 침이란걸 맞아 못봤는데요.》하고 몹시 가슴 아파하니까 김의사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처음 맞는 침이라면 좀 아플겁니다.》하고 위로해주는 척했다. 얼마후 일철이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인 장미처녀가 따라 나왔다. 장령감은 딸의 얼굴이 여느때없이 밝고 혈색이 도는것을 보고 일철의 손을 잡고 백배사례했다.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돌아가자 김의사는 일철이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어때? 치료해주니 처녀가 좋아했지?》 《장미처녀를 보니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그래서 렴치불구하고 달려들었더니 막 손톱으로 제 얼굴이며 몸을 마구 꼬집어 놓지 않겠습니까? 만약 처녀가 고스란히 맡기고만 있었더라면 키스쯤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을겁니다. 그런데 얼굴이 뜯기고 피가 나고 보니 화가 나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녀자란 도무지 정체를 알수 없는 마물입니다. 완강히 반항할 때 같아선 잡아먹을것 같더니 막상 정복당하고 나자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한번 더…〉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그 처녀의 병이라는게 그 무슨 한열병이 아니라 남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데서 생긴 병이네라. 이런 병은 흔히 로처녀나 과부, 비구니들한테서 발생하군 하지.》 그 이튿날, 장령감이 또 김의사를 찾아와서 사례했다. 《의사선생님, 우리 딸년의 병을 뚝 떼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쎄 그애가 병이 낫더니 결혼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습니까? 죽어도 시집을 가지 않겠다던 애가 말입니다.》 장령감은 딸이 일철이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말을 했고 김의사도 잘 됐다면서 둘의 혼사를 정하자고 했다. 이리하여 장미처녀와 일철이는 아름다운 연분을 맺고 결혼까지 하게 되였다. 결혼후 둘의 신혼생활은 아기자기 재미가 깨알이 쏟아지는듯 했다. 그러다가 까닭없이 다투게 되였는데 싸움은 꼭꼭 장미 쪽에서 걸어왔다. 장미는 일철이가 퇴근하여 돌아와 곁에 앉기만 하면 《꼴보기 싫으니까 어서 나가요!》하고 꽥 소리지른다. 마음씨 고운 일철이가 그녀의 여린 심경에 아픔이라도 있나해서 조용히 있게 해주려고 신발을 신으면 《절 혼자두고 가면 어떻게 할 작정이예요?》하고 야단법석이다. 그래서 이번엔 어쩔 줄을 몰라 그대로 서있으면 《아이구, 내 팔자야!》하며 울어댄다. 이런 히스테리컬한 짜증도 한두번이면 모르겠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자꾸만 되풀이되니 일철이는 더는 견딜수 없어 삼촌을 찾아 하소연했다. 《장미는 정말로 변덕 많은 녀자입니다. 곁에 있기가 무서워요. 이거 리혼하든지 끝장을 봐야지 못살겠어요.》 《가만, 장미가 달마다 꼭꼭 한시기만 짜증을 부리지 않더냐? 주기적으로.》 《네, 꼭 그래요. 정말 이상해요.》 《허허, 이 녀석아, 그게 생리일이 돼서 그런거야.》 김의사는 일철이의 어깨를 치며 설명해주었다. 《생리일이면 녀성들이 흔히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부리군하는데 일부 녀성들이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생리일이 되면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하여 그것이 끝나는 날이면 반드시 낯선 남자를 만나야만 되는 녀성도 있고 남의 물건을 슬쩍하다가 파출소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지. 어떤 녀성은 그때만 되면 우울증이 생겨 못견디다가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심하게 다투기도 하고…그러니까 그럴 땐 남자들이 리해해줘야지. 장미가 짜증 부릴 때면 실컷 짜증을 부리도록 내버려둬. 그리고 시간을 짜내여 장미랑 함께 볼링도 치고 수영장도 다니고 노래방도 드나들도록 해봐.》 그후 일철이는 삼촌이 시켜준대로 했더니 장미의 짜증부리는 증세가 많이 나아졌다. 어느날 밤, 일철이는 장미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여보, 난 장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당신은 내가 그렇게도 보기 싫소?》 《호호호, 저로서도 어쩔수 없는 현상이예요. 그럴 땐 당신이 보고 싶어 미치겠다가도 막상 만나면 미워지는거예요. 녀자의 한일까요?》 《허허, 우리 마누라 장미는 변덕 많은 녀자!》 《아이참, 이젠 짜증을 안 부리는데 그냥 변덕 많은 녀자라고 할텐가요? 그럼 전 또 짜증을 부리겠어요.》 《허허, 짜증을 부리겠으면 실컷 부려보구려. 난 변덕 많은 녀자가 좋아!》 《호호호!》 《하하하!》 그들 부부는 즐겁게 웃었다. 그것은 건강과 행복을 찾은 유쾌한 웃음이였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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