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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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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보복행동 댓글:  조회:2792  추천:0  2013-12-14
보복행동/콩트이야기   김희수     여보게, 친구! 자넨 나를 그지없이 순진하고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있겠지?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야. 사실 나는 악한 사람이구 나쁜 사람이라구. 요즘 난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먹고있으니말이네. 무슨 롱담인가구? 자넨 물론 내가 진짜로 살인했다고 해도 “저 사람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설만큼 나를 믿고있으니깐 롱담으로 생각하겠지만 난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먹은거네. 여보게, 내가 왜 살인할 마음을 먹었으며 도대체 누구를 죽이려고 하는지 궁금하겠지? 하자만 내가 살인하려는건 악인 이등박문을 쏜 안중근의사처럼 의로운 거사도 아니고 호인 링컨을 암살한 자객처럼 테로행동도 아니네. 나는 염파석을 죽인 송강처럼 한낱 평범한 녀자를 죽이려고 한거네. 바로 지금 내앞에 있는 이 녀자를 말이네. 이 녀자는 내 안해가 아닌가구? 아니네. 이 녀자는 내 안해가 아니라 내 안해였던 녀자네. 내가 이 녀자를 안해로 맞은것은 이 녀자의 마음이 비단같이 고왔기때문이네. 그런데 이 녀자가 야누스 같은 두개의 얼굴을 가진 녀자인줄은 정말 몰랐네. 어느날 갑자기—아니, 사실은 오래전부터 획책하고있은 그 음모를 내가 모르고있었을뿐이네. 이 녀자는 나를 차버리고 외간사내를 따라 멀리 도망가버렸네. 이 녀자가 단지 남편인 내가 싫어서 다른 사내를 따라간것이라면 나는 이 녀자를 죽여버릴 마음까지 먹지 않았을거네. 용서할수 없는것은 이 녀자가 거금(내가 한국에 가서 3년동안 피땀으로 벌어온 돈)을 몽땅 털어가지고 도망간것이네. 아무리 순진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만하면 살인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수 있겠나? 나는 칼을 찾아들었네. 그런데 칼앞에서도 이 독한 녀자는 낯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서있었네. 회개의 뜻이 전혀없는 이 녀자의 태도는 내 분노를 더욱 야기시켰네.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 내여 이 녀자의 심장에 복수의 칼을 꽂았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박사 디죨은 세상에서 상상강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네. 말하자면 상상으로 녀성의 옷을 벗겨보지 않은 남자는 없고 상상으로 남성을 침상으로 끌어들이지 않은 녀성은 없다는 뜻이네. 상상살인도 마찬가지라고 했네. 이 세상사람치고 상상으로 사람을 죽여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거네. 여보게, 이쯤하면 자네도 뭔가 깨달았겠지? 그렇네. 난 방금 상상살인을 한거네. 난 내 안해였던 녀자의 사진에 칼을 꽂은거였네. 비록 상상살인이라지만 나는 복수의 쾌감을 느꼈네. 난 이것으로 보복행동을 그치겠네. 안해야 다시 얻으면 되고 돈도 다시 벌면 되는게 아니겠나? 여보게, 자네도 상상살인을 해본 경험이 있겠지? 상상살인을 하는건 나쁘지 않지만 절대 행동에 옮기지 말라구. 행동에 옮기면 범죄가 된다구. 그러나 지금 나 같은 경우에 상상살인이 얼마나 나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구.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녀자가 아무리 나쁜 녀자라고 해도 그녀의 가슴에 칼을 박아 새빨간 피를 보려는 마음은 없네. 내가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녀자를 죽이고 나도 따라서 살인범이란 악명을 쓰고 사형당해야 할 가치가 없다는것을 깨달았기때문이네. (1996년)
31    고요한 거리/콩트이야기 댓글:  조회:3176  추천:0  2013-12-14
고요한 거리/콩트이야기   김희수     허, 저 녀인을 보면 왜서 자꾸만 가슴이 달아오를가? 조 눈! 호수같이 맑고 그윽한 조 눈의 깊이는 얼마? 과연 조물주의 걸작이야! 봄날의 꽃처럼 싱싱한 얼굴, 백양처럼 미끈한 몸매, 봉긋한 젖가슴, 온몸에 체형미, 곡선미, 자연미가 재치있게 조화되여 청춘의 매력이 흘러남치는 이 조물주의 걸작을 감상한다면 누가 가슴이 달아오르지 않으랴! “저, 복희야, 난 너를…” 저 녀인앞에 서면 왜 목소리마저 떨릴가? 저 녀인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있다는걸 알아. 그런데 내 마음을 고백하려면 왜 이다지도 가슴이 떨리는걸가? “날 어쩌겠단 말이야? 또 업어주겠다는거야? 호호호.” 조 웃음! 조 웃는 얼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 난 저 녀인을 업어준적이 있었지. 밤대거리 퇴근길. 내 자전거뒤에 앉아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그녀.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는 나. 그런데 저건 뭐야? 자전가를 이리비틀 저리비틀 몰면서 마주 달려오는 녀석은? 아차! 재수없이 주정뱅이의 자건거와 부딪쳐 넘어지다니? 자전가는 망가지고 그녀는 다리를 상하고…허허, 절뚝절뚝 다리를 저는 그녀의 모습이 우습구나. “웃긴? 남은 아파죽겠는데…” “내 업어줄가?” “호호, 쑥스럽게…” “밤중에 보는 사람도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가 내 잔등에 찰싹 매달리는구나. 그녀를 업고가는 난 왜 이리 기분이 좋은걸가? 그녀의 집으로 가는 이 길이 영원히 끝이 없기를… “무겁지?” “아니…” “피—” “점점 더 기운이 나는데 뭐.” “너 정말 힘이 세구나.” “힘이 센게 아니구. 이건 그런 힘이야.” “무슨 힘?” “있잖아. 그런 힘…” 그 말을 하고싶은데 왜 그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저 녀인도 이만하면 눈치를 챘을텐데 시치미를 떼고 또 업어주겠냐고 묻는걸 좀 봐. “업어달라면 업어주마. 그런데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남자로 말이야?” “음—남자다운데가 있긴 있지만 남자중의 남자가 되자면 아직 멀었다고 봐.” 조 입! 조 입에선 왜 내가 그토록 듣고싶어하는 그 말이 쏟아져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만약 조 입에서 그 한마디말만 나온다면 당장 조 입에 키스를 퍼부으련만. 아, 야속하구나! “넌 그래 녀자중의 녀자야?” “그럼.” 제길할, 너무 우쭐대지말아! 사나이의 자존심을 꺾어도 분수가 있지. 이럴 땐 내쪽에서 슬쩍 빠져달아나야지. 정작 그녀를 떠나니 서운하구나. 고독하고 쓸쓸하고 허전하고…누가 사랑이 꿀처럼 달콤하다고 했던가.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사랑이란 기실 커피처럼 쓰디쓴거야. 쓰지만 자꾸 마시고싶은… “안녕하세요?” 저건 또 누구야? 허리를 곱삭거리며 인사하는 저 녀인은…언제나 나만 보면 호감을 사려고 새물새물 웃어준다만 흥! 그 웃음이 다른 남자들은 꼬실수 있어도 나만은 어림도 없지. 가무잡잡한 그 얼굴은 보기도 싫어! 방정맞게도 저런 녀자와 한 작업반이 될건 뭐람? 그렇다고 웃는 낯에 침을 뱉을수도 없고…헤이참! 이튿날. 직장에서 수군거리는 두 녀인. 가만, 어디 저 두 녀인이 뭐라고 말하는가 숨을 죽이고 들어보자. “복희야, 넌 참 좋겠어. 미끈하게 쭉 빠진 공군체격의 미남자가 너에게 반한것 같더라. 그 미남자가 뿌쉬낀의 시를 읊을 때면 난 가슴이 막 활랑거려.” “호호호. 그럼 그 미남잘 너한테 소개해줄가?” “야, 그럼 난 그 미남자의 발밑에 무릎을 꿇겠어. 그런데 너네 둘은 서로 좋아하는 눈치던데 왜 진전이 없니? 약혼턱은 언제 낼래?” “약혼은 무슨 약혼…” 저런, 저건 내 마음속 녀인과 가무잡잡한 녀인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그런데 저 녀인이 날 애태워 죽일 작정이구나. 마냥 시치미를 떼니 말이야. 그럼 내가 사나이의 자존심을 꺾으며 한번 더 고백해본다?” “복희, 내 할말이 있어.” 그녀의 손목을 끌고 조용한 곳으로 가니 또 가슴이 떨리는구나. “너는 나를 어떻게…” “내가 널 어쩐단 말이지?”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얼굴도 잘 생기고 뿌쉬낀의 시도 잘 읊는 남자로 생각하지.” “아니, 말 아니고…” “그럼 무슨 말?” “있잖아. 그런 말…” “그런 말이라니? 에돌지 말고 직방 말해.” “뭔가 하면…저 있잖아. 나는 너를…” 왜 그 말이 나오지 않을가? 마음속으로 천번만번 외워두었던 그 말이 왜 관건적인 시각에는 홀랑 쏟아져나오지 않을가? “네가 나를 어쩌지? 답답해. 어서 말해봐.” “나는 너를…” 그 다음은 또 말이 나오지 않는구나. “바보!” 곱게 눈을 흘기고는 총알같이 달아나는 그녀! 이렇게 놓지면 안되는데…쫓아가야지. 그런데 또 가무잡잡한 녀인과 만나서 무슨 말을 하는구나. 어디 엿들어보자. “복희야, 그 미남자가 널 데리고가서 무슨 비밀말을 속삭였어? 프로포즈했어?” “흥, 그는 바보야!” “바보라니?” “그 한마디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야.” “무슨 말?” “그런게 있어. 게다가 그는 참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였어.” 뭐라구? 내가 참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였다구? 그럼 넌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는거냐? 제길할… 밤대거리 퇴근길. 내 자전거뒤에 앉아야 할 그녀가 어디로 갔을가? 엉? 저건 어떤 자야?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세워놓고 헤벌쭉 웃으며 저 녀인을 맞아주는 낯선 자는? 저런, 저 녀인이 저 자식의 오토바이뒤에 훌쩍 뛰여오르는걸 좀 보지. 아니 저걸 좀 봐. 저 녀인이 저 자식의 허리까지 꼭 껴안는구나. 안돼. 어서 달려가 저 녀인을 끌어내려야지. “어서, 내려와!” “왜 이런는거야?” “저 남자 누구야?” “약혼한 남자야.” “뭐? 네가 약혼해? 누구 맘대로!” “왜? 내가 약혼하는것도 너한테 비준맡아야 되니? 네가 뭐 내 아빠라도 되니?” 화를 버럭 내고는 오토바이뒤에 다시 앉아 바람같이 사라지는 그녀! 아니, 저 녀자가 미쳤잖아? 구름처럼 변하는 녀자의 마음은 알수 없다더니…어찌 하루밤사이에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단 말인가? 오, 실련의 고통이여, 상처입은 사나이의 가슴에서 피가 막 끓는구나! 이럴 땐 뿌쉬낀의 시라도 읊어야 마음이 쑥 내려가겠는지. 연회의 꽃다발이여, 동그란 술잔이여 // 허실한 벗들아, 배반하고간 계집이여 // 그대를 아깝게 여기진 않노니 // 나는 그런 향락을 버리고 혼자 생각에 잠겼노라. 젊은 가슴에 애틋이 끓어오르는 이 감정! 이 감정이 왜 이다지도 스러지지 않을가? 배신자에 대한 그림움? 미련? 안돼. 그 녀자앞에서 애석해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눈치를 보여선 절대 안돼. 자신을 진정시키자면 웃고 떠들면서 종전처럼 뿌쉬낀의 시도 읊어야지.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슬퍼 말어라 성내지 말어라… 그래, 마땅히 굳세여야지. 흥, 네가 아니면 내가 장가를 못갈가? 고요한 밤거리, 희미한 가로등. 그녀와 함께 거닐 때에는 얼마나 즐겁고 생기넘치던 거리였던가. 내가 목청을 가다듬어 뿌쉬낀의 시 《미녀여 내곁에서 노래하지 말아다오》를 소리높이 읊으면 그녀가 옆에서 깔깔 웃어대며 손벽을 치지 않았던가! 그녀와 나란히 속삭이며 거닐던 이 길을 홀로 걷자니 허전하구나. “저랑 함께 가자요!” 저기, 누가 나하고 함께 가겠다는거냐? 엉? 이게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이 아니야? 그런데 가만…이 녀인이 그새 몰라보게 변했는걸. 외가풀눈은 쌍가풀이 되고 가무잡잡하던 얼굴은 하야물쑥하게 변하고…미용원에 부지런히 다닌다더니…그 덕인가? 나이찬 계집 미운데 없다더니 제법 쓸만해 보이는데… 다음날의 밤대거리 퇴근길. 저 녀인이 또 오토바이한테로 가는구나. 제길할, 저 녀인을 붙잡고 나도 자랑 좀 해야지. “너만 약혼한줄 알아? 나도 약혼했어!” 배신자앞에서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을 꼭 끌어안고 시위하는 이 순간 기분이 왜 이리 좋을가? “야, 내 좀 보자!” 다음 수간 그녀가 무작정 내 손목을 잡아끄는구나. 이때 무슨 일이냐고 관심을 보이며 “오토바이”가 다가서는구나. 그런데 그녀가 “오토바이”한테 “삼촌은 먼저 가세요”라고 하다니?! “저분이 삼촌이라구?!” “삼촌이든 사촌이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아니, 너…너…”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이럴수가… “상관하지 말고 우린 가자요.” 이럴 때 밉살스럽게도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이 내 손목을 잡아끌다니? 정말 약혼녀라도 된것처럼. “저리 비켜!” 나의 노한 목소리에 쿨적거리며 달아나는 무릎을 꿇겠다던 녀인. 너도 불쌍하구나. 애매하게 욕을 얻어먹다니? 그런데 그녀와 나는 이게 뭐람? 싸움을 앞둔 닭처럼 서로 마주서서 노려보다니? 그녀의 저 눈길 좀 봐. 표독스러운 저 눈길. 아이 무서워! 왜 날 그렇게 쏘아보는거냐? 그렇지. 난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왜 약혼했다고 거짓말을 했니?” “그것도 몰라? 넌 바보야. 바보! 바보!” 내 가슴에 주먹을 안기는 그녀. 녀자한테 얻어맞는 순간 기분이 왜 이리 좋을가? “씨, 바보를 좋아하는 너도 바보야!” “흥, 누가 널 좋아한다고 그래?” “네가 날 좋아하잖아?” “쳇, 그 말 한마디도 못하는 바보를 내가 왜 좋아해?” 아, 가슴이 떨려서 하지 못한 그 말… “넌 왜 알면서 먼저 그 말을 못했니?” “야, 녀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먼저하니?” “그럼 우리 둘이 한번 다 같이 그 말을 해볼가?” “그게 굿아이디어다! 그럼 우리 같이 시—작!” “사랑해!” 호호호! 하하하! 유쾌한 웃음소리. 랑만의 밤, 고요한 거리! 손에 손잡고 걸어가는 청춘남녀. 행복의 코노래… “그런데 한가지 물어보자. 날 참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였다고 한건 속에 든게 없다는거지?” “그래, 화 내지 마. 말하자면 실속이 없다는건데…” “화 내지 않아. 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박달나무처럼 속까지 단단해지려고 하는거야.” “정말?” 좋아서 웃는 그녀. 이럴 땐 업어주고싶구나! “내 업어줄가? 이 세상끝까지 계속…” “네게 그럴 힘이 있니?” “있어. 얼마든지. 그게 무슨 힘인지 아니?” “몰라. 뭔데?” 나쁜 계집애!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 그래. 그건 이 세상에 가장 강한 사랑의 힘이야! (1985년)    
30    변덕 많은 녀자 댓글:  조회:2719  추천:0  2013-12-08
  변덕 많은 녀자 / 콩트이야기 김희수 젊어서 목돈을 벌어놓고 늙어서 멋스레 로친을 끼고 공원놀이나 다니는 장령감을 보고 모두들 그 령감 팔자 상팔자라고 부러워하지만 기실 장령감에게도 시름거리가 따로 있었다. 남들은 처녀가 없어서 아들을 장가 못 보낸다고 아우성인데 장령감은 금은보석같은 딸을 두고도 서른살이 다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못하고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것도 어디 팔다리가 부실한가, 얼굴이 못생겼는가? 제 어미를 닮아서 무용배우처럼 미끈한 몸매에 영화배우처럼 예쁘장한 미모! 그래서 중매군들이 문턱이 다슬도록 드나들고 《참 이 집 딸을 보면 막 피여나는 꽃을 보는 기분이구려. 이 집에선 꽃을 가꿀 필요가 없겠군.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싱싱한 〈생화〉가 있으니 말이요. 이 꽃을 꺾어 우리 집에 옮겼으면 좋겠구만.》하고 아들 가진 집들에서 침을 한발씩이나 흘리지만 꽃이 스스로 꺾이기를 원하지 않으니 장령감인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처음엔 장령감이 《얘 장미야, 이번 총각은 학력도 있고 키크고 미남인데다가 마음씨마저 착하다하더구나. 어디 한번 만나보거라.》이렇게 권할라치면 《전 시집 안가요!》하고 단마디로 거절하던 딸이 이젠 혼사말만 나오면 《아이, 귀찮아요. 전 죽어도 시집 안가요! 영원히 시집 안가요!》하고 완강하게 나오니 장령감은 딸년이 비구니나 될 팔자라고 탄식하며 딸의 혼사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런데 과년한 딸이 점점 과묵해지더니 찬바람을 싫어하고 대낮에도 창문에 커튼을 치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갇혀서 장령감이 어디 아픈가 한마디 근심되여 물어도 귀찮아 짜증을 내는것이였다. 때론 혼자서 웃었다 울었다하며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여서 장령감은 딸년이 큰병에 걸린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장령감이 용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으나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먼 친척의 소개로 의술이 고명하다는 한의사 김선생을 찾아보았다. 김선생은 환자의 기색을 살핀다 맥을 본다 하며 자세히 관찰하더니 조용히 입을 여는것이였다. 《환자가 몸이 피곤하고 추웠다 더웠다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리지요?》 《예, 예, 그런 증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전엔 정신이 산란하고 밝은것을 보기가 싫어하고 사람의 소리가 귀찮아지고 오후에는 머리가 혼미해지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생리 때는 심해지고 말입니다.》 딸이 머리를 끄덕이고 장령감도 《네, 맞습니다. 다른 의사들은 모두들 한열병이라고 합니다만 병이 나아야 말입지요. 김선생님께서 어떻게 하나 저애의 병을 치료해주십시오. 저애의 병만 고쳐주신다면 가산을 모두 탕진해서라도 그 은혜를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아바이, 근심하지 마십시오. 따님의 병은 침 한대만 맞히면 곧 나을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서…》 《급해하지 마십시오. 저의 조카 일철이가 외국류학을 갔다온 박사인데 침구에 능하지요. 오늘 그애가 외출했으니 래일 이때에 다시 찾아오십시오.》 이렇게 되여 장령감은 다음날 다시 올것을 약속하고 딸을 데리고 돌아갔다. 한편 김의사는 그날 저녁, 조카 일철이를 찾아 낮에 장령감의 딸의 병을 본 정황을 얘기하고나서 동을 달았다. 《내 보기엔 장미가 아주 예쁘고 훌륭한 처녀인데 너 하고 짝이 맞겠더라. 래일 네가 그 장미처녀를 치료해주고 백년가약을 맺거라.》 《허허참, 삼촌두, 치료는 삼촌이 해줘야지 의사도 아닌 제가 어떻게 치료를 해준다고 그럽니까?》 《네가 침 한대를 놔주면 그 처녀 병은 즉시 나을거다.》 《삼촌은 무슨 롱담을 그렇게 하십니까? 침통도 쥐여 못본 제가 혈위도 모르고 찌르다가 생사람을 죽이겠습니다.》 《그래도 넌 박사가 아니냐?》 《아무리 박사라 해도 그렇지요. 제 전공이 물리학이지 어디 의학입니까?》 《그러니까 너더러 물리치료를 해주라는거다. 내 말은 진짜 침이 아니라 네 몸에 달린 살침을 장미처녀의 몸에 놓아주라는 말이다.》 《뭐라구요? 아니, 삼촌두! 저더러 처음 만나는 처녀한테 무례하게 야만스런 짓을 하라구요? 전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하겠습니다!》 《이눔아, 그게 장미처녀를 구하고 너희들 둘의 행복을 찾는 길인데 뭘 야만스런 짓이라고? 찍소리 하지 말고 이 삼촌이 시키는대로 해!》 김의사는 일철이를 설복시키느라 무척 애를 썼다. 이튿날,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오자 김의사는 일철이더러 다른 방으로 장미처녀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게 했다. 김의사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던 장령감은 이윽해도 딸이 나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다. 《의서선생님, 침 한대 놓는 시간이 왜 이리 오래 걸립니까?》 《아바이두, 아무데나 침을 놓으면 되는 줄 압니까? 딱 맞는 자리를 찾자면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내심하게 기다립소.》 그때 장미처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장령감이 《그 침이 몹시 아픈 모양입니다. 저 앤 여태껏 침이란걸 맞아 못봤는데요.》하고 몹시 가슴 아파하니까 김의사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처음 맞는 침이라면 좀 아플겁니다.》하고 위로해주는 척했다. 얼마후 일철이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인 장미처녀가 따라 나왔다. 장령감은 딸의 얼굴이 여느때없이 밝고 혈색이 도는것을 보고 일철의 손을 잡고 백배사례했다.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돌아가자 김의사는 일철이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어때? 치료해주니 처녀가 좋아했지?》 《장미처녀를 보니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그래서 렴치불구하고 달려들었더니 막 손톱으로 제 얼굴이며 몸을 마구 꼬집어 놓지 않겠습니까? 만약 처녀가 고스란히 맡기고만 있었더라면 키스쯤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을겁니다. 그런데 얼굴이 뜯기고 피가 나고 보니 화가 나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녀자란 도무지 정체를 알수 없는 마물입니다. 완강히 반항할 때 같아선 잡아먹을것 같더니 막상 정복당하고 나자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한번 더…〉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그 처녀의 병이라는게 그 무슨 한열병이 아니라 남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데서 생긴 병이네라. 이런 병은 흔히 로처녀나 과부, 비구니들한테서 발생하군 하지.》 그 이튿날, 장령감이 또 김의사를 찾아와서 사례했다. 《의사선생님, 우리 딸년의 병을 뚝 떼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쎄 그애가 병이 낫더니 결혼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습니까? 죽어도 시집을 가지 않겠다던 애가 말입니다.》 장령감은 딸이 일철이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말을 했고 김의사도 잘 됐다면서 둘의 혼사를 정하자고 했다. 이리하여 장미처녀와 일철이는 아름다운 연분을 맺고 결혼까지 하게 되였다. 결혼후 둘의 신혼생활은 아기자기 재미가 깨알이 쏟아지는듯 했다. 그러다가 까닭없이 다투게 되였는데 싸움은 꼭꼭 장미 쪽에서 걸어왔다. 장미는 일철이가 퇴근하여 돌아와 곁에 앉기만 하면 《꼴보기 싫으니까 어서 나가요!》하고 꽥 소리지른다. 마음씨 고운 일철이가 그녀의 여린 심경에 아픔이라도 있나해서 조용히 있게 해주려고 신발을 신으면 《절 혼자두고 가면 어떻게 할 작정이예요?》하고 야단법석이다. 그래서 이번엔 어쩔 줄을 몰라 그대로 서있으면 《아이구, 내 팔자야!》하며 울어댄다. 이런 히스테리컬한 짜증도 한두번이면 모르겠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자꾸만 되풀이되니 일철이는 더는 견딜수 없어 삼촌을 찾아 하소연했다. 《장미는 정말로 변덕 많은 녀자입니다. 곁에 있기가 무서워요. 이거 리혼하든지 끝장을 봐야지 못살겠어요.》 《가만, 장미가 달마다 꼭꼭 한시기만 짜증을 부리지 않더냐? 주기적으로.》 《네, 꼭 그래요. 정말 이상해요.》 《허허, 이 녀석아, 그게 생리일이 돼서 그런거야.》 김의사는 일철이의 어깨를 치며 설명해주었다. 《생리일이면 녀성들이 흔히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부리군하는데 일부 녀성들이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생리일이 되면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하여 그것이 끝나는 날이면 반드시 낯선 남자를 만나야만 되는 녀성도 있고 남의 물건을 슬쩍하다가 파출소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지. 어떤 녀성은 그때만 되면 우울증이 생겨 못견디다가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심하게 다투기도 하고…그러니까 그럴 땐 남자들이 리해해줘야지. 장미가 짜증 부릴 때면 실컷 짜증을 부리도록 내버려둬. 그리고 시간을 짜내여 장미랑 함께 볼링도 치고 수영장도 다니고 노래방도 드나들도록 해봐.》 그후 일철이는 삼촌이 시켜준대로 했더니 장미의 짜증부리는 증세가 많이 나아졌다. 어느날 밤, 일철이는 장미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여보, 난 장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당신은 내가 그렇게도 보기 싫소?》 《호호호, 저로서도 어쩔수 없는 현상이예요. 그럴 땐 당신이 보고 싶어 미치겠다가도 막상 만나면 미워지는거예요. 녀자의 한일까요?》 《허허, 우리 마누라 장미는 변덕 많은 녀자!》 《아이참, 이젠 짜증을 안 부리는데 그냥 변덕 많은 녀자라고 할텐가요? 그럼 전 또 짜증을 부리겠어요.》 《허허, 짜증을 부리겠으면 실컷 부려보구려. 난 변덕 많은 녀자가 좋아!》 《호호호!》 《하하하!》 그들 부부는 즐겁게 웃었다. 그것은 건강과 행복을 찾은 유쾌한 웃음이였다. (1998년)  
29    미소하는 부인 댓글:  조회:2850  추천:0  2013-12-08
미소하는 부인 / 콩트이야기   김희수     조경리의 부인은 자색이 뛰여난데다가 마음씨 또한 비단같아서 일편단심 남편을 알뜰살뜰 섬기였다. 부인은 직업녀성이였지만 남편이 사업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직하고 가정주부가 되였다. 부인은 혼자서 집안팎일을 도맡아 했을뿐만아니라 남편을 생활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보살펴주었다. 남편의 옷은 사흘이 멀다하게 깨끗이 빨아서 구김살 하나없이 다림질한후 향수까지 뿌려서 손수 입혀주었고 남편이 집을 나서기전에는 꼭꼭 구두를 파리가 앉으면 미끌어질 정도로 반들반들 윤기나게 닦아놓았으며 섬섬옥수로 넥타이나 옷깃을 잘 다듬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사업에 분망한 남편을 몸보신시킨다고 웅담, 록용에 뱀탕까지 대접시켰다. 그뿐만아니라 남편이 출퇴근할 때마다 웃음으로 바래고 웃음으로 맞이하군 했으며 저녁마다 남편의 발을 씻어주군 했다. 남편이 이불밑에 기여들때면 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거절하는 일이 없었고 자기쪽에서 아무리 생각나도 남편이 피곤해하면 참고 지내군 했다. 사람들은 이처럼 현숙한 안해를 얻은것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시기하기도 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현처야!” “조경리는 정말 녀자복이 있다니깐!” “내겐 왜 저런 안해가 안차려질가?” “우리 녀편네도 저랬으면…” 그런데 세상에 사람의 마음은 알수 없다고 조경리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안해를 두고 밖에다 녀자를 두고있었다. 너무 편안해서인지 돈이 춤을 추어서인지 조경리는 새파란 처녀와 붙어서 떨어질줄을 몰랐다. 사람들은 이런 조경리를 질책하면서 그 부인을 두고 근심하기도 했다. “사람두, 그렇게 좋은 부인을 두고 바람은 왜 피워?” “조경리의 부인이 이 일을 알면 울고불고 야단할거야.”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당장 리혼할지도 몰라.” 무슨 일이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부인도 결국 이 일을 알게 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근심한것처럼 부인은 울고불고 야단하지도 않았고 리혼한다고 떠들지도 않았다. 부인은 그저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지냈다. 불가사의한것은 부인의 그런 넓은 “도량”에 담대해졌는지 조경리는 녀자를 집에까지 끌여들였다. 그러나 부인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남편을 깎듯이 대하는것이였다.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또 의론이 분분했다. “참 별난 녀자야. 남편이 바람을 써도 좋아하다니?” “제길, 조경린 바람을 쓰면서도 녀편네의 공대를 받는데 난 녀편네에게 충성을 다하고도 불평소리만 듣는단말이야!” “다 타고난 팔자야. 조경리는 평생 복받을 팔자라니깐!” 하지만 복이 너무 지나치면 화가 되는지 조경리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게 되였다. 그렇게 되자 밖의 녀자는 병문안도 없이 조경리를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하지만 부인은 장애자로 된 남편을 예전보다 더 살뜰하게 보살펴주었다. 부인은 가정의사까지 모시고와서 남편의 건강을 돌보게 했고 매일 남편을 휠체어에 앉혀 밀고 다니면서 소풍시켰다. 그것을 보고 또 사람들은 부인을 세상에 둘도 없는 현처라도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인은 가정의사를 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도중에 부인은 남편이 보는 앞에서 가정의사를 끌어안고 키스를 해댔다. “더…더러운…” 뜻밖에 모욕을 당한 조경리는 목소리마저 떨려 끝내 “년”자를 내뱉지 못하고말았다. 부인은 분하여 떠는 남편을 보고 방그레 미소를 지었다. “여보세요, 이제부터 당신도 배우자를 남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어떤가 좀 맛보셔야 하겠어요.” 말을 마친 부인은 그 자리에서 옷을 벗고 부부간이 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앉은뱅이가 된 조경리는 눈을 펀히 뜨고 부인이 다른 사내와 뒹구는것을 보고있을수밖에 없었다. 그 이튿날, 텔레비죤방송국의 기자들이 부인의 미담을 전해듣고 조경리댁으로 취재하러 찾아왔다. “부인께서 대소변까지 받아내며 살뜰하게 보살펴드린다는데 조경리께서 감수를 좀 말씀해보시죠.”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자 조경리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의 부인은 실로 모범안해가 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진 빚까지 갚아주었지요.” “빚이라니요?” 조경리같은 부자가 빚을 졌다니 기자들은 믿어지지 않아 되물었다. 그러자 조경리는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감정빚이지요.”    
28    둘째딸의 혼사 댓글:  조회:2529  추천:0  2013-12-08
둘째딸의 혼사 / 콩트이야기   김희수     북경에서 사업하는 맏딸과 맏사위가 외손자까지 데리고와서 강선생댁은 오래간만에 흥성흥성했다. 게다가 남개대학을 졸업하고 천진에서 번역사업을 하고있는 둘째딸의 전화까지 받은지라 강선생의 기쁨은 이루다 형언할수 없었다. 둘째딸은 휴가차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늘 도착한다고 했다. 그런데 강선생의 그런 기쁜 심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와이꿍! 워 게이니 호츠더( 外公! 我给你好吃的).” 외손자놈이 씽 달려와서 새우깡을 손에 쥐여주자 강선생은 기분이 나빴는데 맏딸까지 곁에서 “빠바, 니 츠바(爸爸,你吃吧)”해서 더욱 언짢아졌다. 어느덧 술상이 차려지고 맏사위가 모태주를 부어올리면서 “빠바,  호우호우 핀창바, 쩌쓰 궈쥬 모아타이야(爸爸,好好品尝吧,这是国酒茅台啊)”라고 하자 강선생은 “이리 줘”하고 술병을 와락 나궈채서 자기절로 련속 석잔을 부어 마셨다. “왜 애매한 사위한테 화풀이를 하는겁니까?” 마누라가 민망스러워 핀잔하자 강선생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애매하긴 왜 애매해! 내 딸 데려다가 한족 맹글고 내 외손잘 한족 맹근게 그래 애매해?” “음식상에서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왜 이래요?” 강선생은 어제 단위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였더면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이렇게까지는 화를 내지 않았을것이다. 어제 조선족인구가 줄어들고있는 문제를 가지고 의론하던 동료들이 강선생을 보자 “어떤 사람은 한족사위까지 삼는게 그래 우리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어쩌겠소”하고 빗대고 욕했다. 그 바람에 강선생은 고개를 들수 없었다. “자식들의 혼사를 간섭하지 않는다”는것이 강선생의 일관적인 주장이였다. 그렇다고 맏딸의 혼사를 선선히 동의한건 아니였다. 저들끼리 하도 좋아하니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가슴엔 옹이 맺혔던것이다. 지금와서 강선생은 조선족인구문제가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술을 그만 드시고 식사나 하슈.” 마누라가 술잔을 빼앗자 강선생은 밥술도 들지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얼마후 “목란이가 왔어유”하는 소리에 강선생은 침실에서 나왔다. 둘째딸 목란이가 함께 온 남자친구를 인사시켰다. “아뻐님, 안녕카시니까?” 허리를 굽석거리며 하는 둘째사위감의 첫대면인사에 강선생은 깜짝 놀랐다. 다짜고짜로 목란이를 끌고 침실로 들어가 영문을 물었다. “저, 젊은이의 발음이 어째 저렇니? 혹시 떼떼가 아니야?” “어머, 아버지두! 그인 한족이 돼서 조선말을 잘 못해요.” “뭐야?!” 강선생은 집이 떠나갈듯 고함쳤다. “왜 이러세요? 아버지…” “얘야, 어찌 너까지 한족과…” 강선생은 억장이 무너지는듯 했다. “어버진 언니땐 동의하시고도 지금은 왜…” “너 정말 한심하구나. 왜 우수한 자기 민족총각을 제쳐놓고 하필…” “같이 사업하다보니 자연히 정이 들게 되였어요. 아버지, 허락해주세요!” “넌 자신이 조선족이란걸 잊었느냐? 조선족인구가 점점 줄어들고있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있겠지?” “하지만 저 하나쯤 빠진다고 해서…” “너 말하는걸 좀봐. 누구나 다 하나쯤이야 하면서 타민족이거나 외국으로 시집가고 두번째아이는 낳지 않으면서 하나뿐인 아이마저 리혼후 타민족한테 줘버리고…이렇게 되면 결국…” 이때 저쪽방에서 외손자녀석이 “워쓰 얜황즈쑨(我是炎黄子孙)!”하고 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봐라, 네 언니가 낳은 자식놈이 줴치는 소릴 들어봐. 너도 그래 저같은 염황후손을 낳을테냐? 우린 단군의 후손이다!” “아버지, 일이 이렇게 됐으니 허락해주세요. 네?” “안된다! 당장 저 녀석과 칼로 두부모베듯 관계를 딱 끊어라!” 딸은 죽어도 못 끊겠다고 하고 아버지는 딸 하나를 안 낳은셈치고 죽여버리겠다고 하고… 그후 둘째사위감이 이후 자식을 낳으면 성씨와 민족을 어머니따라 강씨성에 조선족으로 정하겠다는 각서를 써서야 강선생은 마지못해 둘째딸의 혼사에 동의했지만 두번이나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만은 풀길이 없었다. (1998년)    
27    돈의 맛 댓글:  조회:2204  추천:2  2013-12-08
돈의 맛 / 콩트이야기   김희수     어느 한 도시의 교외에 자리잡은 별장에서 한 천만장자가 새로 동거하게 된 젊은 녀자를 끌어안고 승용차 한대를 선물하면서 물었다. “돈이 좋지?” “네. 좋아요!” 그 시각에 다른 한 별장에서 그 천만장자의 부인이 젊은 제비를 껴안고 아빠트 한채를 선물하면서 물었다. “돈이 좋지?” “네. 좋아요!” 그 젊은 제비는 다음날에 자신이 첫사랑을 하던 녀대학생을 만나서 돈뭉치를 안겨주면서 물었다. “돈이 좋지?” “물론 돈이 좋긴 좋지요.” 녀대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는것을 보고 제비는 급히 녀대학생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호텔로 가는게 어때?” 그러자 녀대학생이 돈뭉치를 뿌리치면서 소리쳤다. “돈은 좋지만 뭐나 다 사는게 아니야? 최소한 난 못사!” 그러나 한시간후 그 녀대학생은 억만장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억만장자가 백화청사를 선물하면서 “돈이 좋지?”하고 묻자 그 녀대학생은 제꺽 억만장자의 쭈글쭈글한 얼굴에 키스하면서 대답했다. “네. 너무 좋아요!”     
26    복상비사 댓글:  조회:3092  추천:2  2013-11-30
콩트이야기 복상비사 김희수 사람이 살다가 제일 부끄러운 일이 복상사라고 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복상사는 행복한 죽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죽는다는것은 필경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녀자의 배우에서 죽었다고 하면 명예를 잃게 되고 쪽 팔리게 되고 가족에 루가 미치게 되고…아래의 이야기가 이런 쪽 팔리는 이야긴데 여러분은 읽고 나서 생각되는 바가 있으리라. 애들이 왕청 같은데 하는 왕청의 어느 시골에 봉구라는 로총각이 살고있었는데 그는 39살을 먹도록 녀자의 손목도 쥐여보지 못했다. 그보다 더 끌끌하고 더 똑똑한 총각들도 장가 못가는 요즘 세월에 봉구같은 총각은 평생 장가란걸 못 가볼줄 알았더니 봄바람에 앞내물이 풀리고 뒤산에 진달래 피여나는 계절에 내물처럼 말쑥하고 진달래처럼 어여쁜 처녀와 약혼하게 될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봉구는 몸도 마음도 푸른 물에 드리운 실버들처럼 춤을 추는것 같았고 하늘에 떠도는 흰구름처럼 둥둥 떠가는듯 싶었다. 이젠 저 달님도 내것이요, 저 해님도 내것이요, 저 꽃들도 내것, 이 세상을 독차지한듯 기쁨은 뒤골의 옹달샘처럼 샘솟고… 동네사람들은 부모없는 봉구가 누님덕에 약혼한거란다. 듣자니 봉구의 누님은 일본에 가서 무지무지하게 많은 돈을 벌어가지고 왔단다. 그래서 처녀도 그 돈냄새를 맡고 봉구와 붙은거란다. 아무튼 봉구를 행운아라고 장가 못간 동네총각들은 부러워도 하고 시기도 하였다. 첫대면에 처녀는 약혼을 허락했고 두번째 대면에는 총각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어갔다. 그날 저녁 처녀는 총각의 집에서 물만두를 대접받고 식사가 끝난후 총각과 아기자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봉구의 누님이 밤도 깊었는데 하루밤 쉬고 가라고 만류했고 처녀는 못이기는체 하면서 도로 주저앉았다. 봉구는 처녀가 묵어가는것이 은근히 기뻤으나 처녀와 한자리에 들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봉구는 자기가 혼자 웃방에서 자고 처녀는 누님과 함께 아래방에서 잘 줄로 알았는데 누님이 엉뚱하게도 웃방에 그와 처녀의 이부자리를 펴놓는것이였다. 봉구는 처녀가 오해를 하고 뛰쳐나갈가봐 속이 조마조마했는데 누님이 나가면서 문을 닫자 처녀는 아물말도 없이 자리에 눕는것이였다. 그런데도 봉구는 감히 그곁에 눕지 못하고있으니까 처녀는 《어서 불을 끄고 누우세요.》하고 조용히 속삭이는것이였다. 봉구는 불을 끄고 누워서도 곁에 누운 처녀를 감히 다치지 못했다. 얼결에 몸이 부딪쳐도 처녀가 잘못 생각할가봐 살짝 피하곤 했다. 얼마후 처녀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봉구는 싱숭생숭하여 도무지 잠을 들수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촉수 낮은 전들을 켜고 소설책을 읽으려 했지만 글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전등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때 잠결에 그랜듯 처녀의 팔다리가 봉구의 몸우에 놓여졌다. 마흔살을 거의 먹도록 처음 대하는 녀체에 봉구는 그만 눈앞이 아찔해났다. 그는 슬그머니 처녀를 끌어안았다. 손에 점점 힘을 주어도 처녀가 반응이 없자 그는 용기를 내여 입을 처녀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 처녀의 젖가슴에 손을 대려다가 처녀가 깨여나 귀쌈이라고 후려칠가봐 겁나서 주춤거렸다. 그때 자는 줄로만 알았던 처녀가 그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의 입속으로 처녀의 혀가 쑥 들어온다. 순간 봉구는 눈앞이 캄캄해나고 숨이 꽉 넘어가는것만 같았다. 뒤이어 어떻게 옷을 벗었는지 모른다. 봉구가 처녀의 옷을 벗겼던지 처녀가 절로 벗어던졌던지 봉구는 기억에 없었다. 봉구는 적진을 돌진하는 용사마냥 맹렬히 처녀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갔고 처녀는 몸을 활짝 열어 로총각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봉구가 처녀의 배우에서 신나서 피스톤운동에 열을 올리며 펌프질할 때 갑자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처녀가 눈을 허옇게 치뜨고 이를 바드득 갈아대며 비지땀을 흘리면서 손톱을 후벼대는것이였다. 하지만 성생활경험이 없어 봉구는 얻어들은 상식으로 처녀가 쾌감에 오르가즘을 느끼는것이라고 생각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 열을 올렸다. 그러다가 봉구는 쾌락의 절정에서 서서히 내려올 때에야 위기를 느꼈다. 쳐녀의 몸에서 떨어지려해도 떨어질수가 없었던것이다. 성기를 빼려고 해도 처녀의 질속에 꽉 물려서 빠지지 않았던것이다. 한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자 봉구는 당황했다. 천당에 올라갔다가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였다. 저쪽 방에 있는 누님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해도 부끄럽고 난처하여 입을 뗄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그냥 그대로 있을수도 없는 일이여서 봉구는 울며 겨자먹기로 누님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원소리를 듣고 달려와 그 정경을 본 누님도 어찌할바를 몰라 쩔쩔 맬 뿐이였다. 그러던 누님이 끝내는 의사를 불러왔다. 의사가 와서 마취약 한대를 주사하자 봉구와 처녀는 쉽게 떨어져 나갔다. 의사는 부끄러워 이불을 푹 뒤집어 쓰는 처녀총각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는 질구경련으로서 과민증이라고도 하고 간질작용이라고도 하는데 이럴 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즉시 의사를 불러야 합니다. 그리고 성행위도중에 녀자가 눈을 허옇게 치뜨고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비지땀을 흘리면서 손톱을 후벼대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아쉬운대로 성행위를 중단하고 꽂았던것을 재빨리 빼내야 합니다.》 이는 질구경련에 주의해야함을 말하는 이야기고 아래의 이야기가 진짜 복상사에 대한 이야기다. 영식이는 국가간부인데 리직후 한가하여 낚시질이나 다니다가 마누라가 죽은지 17년후인 지난봄에 35살의 젊은 부인을 새로 맞아들였다. 마누라가 죽은후 한번도 색을 가까이 한적이 없는 그였으나 젊은 부인을 맞아들인 후엔 낚시질도 집어치우고 밤이나 낮이나 젊은 부인의 치마밑에서 맴돌았다. 젊은 부인은 침대우의 데크닉이 뛰여나서 70이 가까운 영식이를 번마다 천국에 보내주곤 했다. 영식이는 밤에 하는 일도 모자라서 낮에도 젊은 부인을 탐하곤 했다. 어느날, 음란한 비디오를 보고 돌아온 영식이는 정서가 열배는 올라서 다짜고짜 젊은 부인을 안고 비디오에서 본 체위를 실행에 옮겼다. 《당신 참 너무도 잘하세요. 젊은이들보도 더 기운이 세네요.》 젊은 마누라가 흥분을 느끼며 칭찬해주니까 영식이는 사기가 바싹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쾌락의 절정을 향해 격렬하게 돌진했다. 그런데 그렇게도 힘차던 영식이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는것이였다. 아직 움직임을 멈추기에는 시기상조라 젊은 부인이 《아이참, 좀 더…》하고 소리쳤으나 영식이는 여전히 움직일 줄 몰랐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눈을 뜨고 남편을 흔들어보던 부인은 그만 《앗!》하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얼마후 의사가 달려왔다. 모여온 친척들이 사인을 묻자 의사는 영식이의 사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이는 복상사(腹上死)라는것인데 녀자의 몸우에서 갑자기 숨을 거두는 완전한 심장마비입니다. 복상사는 녀자를 너무 좋아하다가 당하는 보복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젊은이들처럼 녀자의 배우에서 격렬한 운동은 하지 말고 음경과 질의 미묘한 결합 즉 삽입행위만으로 섹스를 완성하는것이 좋지요. 젊은 사람들처럼 흥분했다가는 심장이 터져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젊어서 분망히 보내다가 늘그막에 한가하게 되여 마음놓고 녀자를 탐한다든가 로년에 어떤 기쁜 일이 생겨 기분 좋게 젊은 녀자를 품는다든가 늘그막에 두번째로 젊은 부인을 얻고서 너무 분투한다든가 만취하여 녀자를 품는다든가 할 경우 아차하는 사이 녀자의 배우에서 급사할수 있으니 이런 복상사에 특히 조심해야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성인이 되면 누구나 즐기게 되는 성행위, 이때 우리는 반드시 질구경련과 복상사에 주의를 돌려함을 명기하자. (1997년)  
25    로총각을 찾아온 처녀 댓글:  조회:2400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로총각을 찾아온 처녀 김희수 수철이는 마흔살이 되는 로총각이다. 마을에는 그와 같은 로총각들이 수두룩했다. 쳐녀구경을 하기 바쁜 시골에서 평생 장가란걸 가볼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시골에는 아예 장가갈 생각을 단념해버린 로총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행운이랄가. 어느날에 수철이네 집에 예쁘장한 처녀가 찾아왔다. “당신은 총각이지요?” “?” “부끄러운 말씀이오나 저는 당신의 색시로 되려고 해요.” 아니, 내가 잘못 듣지 않았나? 수철이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전 아가씨를 낯도 코도 모르는데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지요? 혹시 사람을 잘못 찾아온게 아닙니까?” “아니예요. 당신이 마음씨 곱고 부지런하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어요. 전 당신을 사랑해요.” 이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게 아닐가? 그렇지 않으면 꿈이고… 하지만 눈앞의 처녀는 선녀도 아니고 꿈에서 만난 처녀도 아니였다. 현실에서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처녀였다. 혹시 내가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찾아온건 아닐가? 몇달전에 기자가 찾아와서 수철이가 농사짓는 모습을 사진까지 찍어서 신문에 번듯하게 내주었던것이다. “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있는 전도가 없는 청년인데 정말로 마음에 들어 찾아온겁니까?” “전 당신이 마음에 들어 당신한테 시집을 가려고 찾아온거예요!” 이게 웬 떡인가? 수철이는 꿈을 꾸고있는것 같았다. 아, 이젠 나에게도 색시가 있게 되였구나. 도시놈들도 얻기 바쁜 선녀같이 아름다운 색시가 있게 되였구나! 아아, 미칠듯한 이 기쁨! 이 행복! 갑자기 찾아온 이 행운에 수철이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고귀한 성함을 어떻게 부르는지 어서 들어오십시오.” 수철이가 처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웬 늙은이가 뛰여들며 “여기 있었구나. 얘야, 그만 집으러 가자꾸나!” 하고 처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하여 서있는 수철을 보고 씁쓰레 웃으며 말했다. “이 애는 내 딸인데 머리가 좀 이상하다오. 먼저 마을에서 늘 이래서 환경을 바꾸느라 이사했는데 여기서도 이럴줄을 몰랐소. 이만 실례하겠소.” 말을 마친 늙은이는 처녀를 데리고 가버렸다. 수철이는 단꿈에서 깨여난 기분이였다. 손에 잡힐듯 하던 행복이 남가일몽이 되다니? 수철이는 사라지는 처녀와 늙은이의 뒤에 대고 “따님이 정신병환자래두 일없습꾸마. 내 데리구 살겠습꾸마”하고 웨치고싶었다. 정말이지 수철이는 저런 미친녀자라도 무인지경에 데리고가서 단둘이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가고 생각했다. 누가 수철이를 미친 생각을 한다고 비웃겠는가? 그러더 이런 미친 생각을 하게 한 장본인은 누구인가? (1998년)  
24    다이어트 묘약 댓글:  조회:2383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다이어트 묘약 김희수 오늘은 그녀가 손꼽아기다리던 다이어트 묘약을 얻으러 가는 날이다. 곧 닥치게 될 행복한 시각을 그려보노라니 그녀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콩 뛰였다. 그녀는 택시를 잡아탔다가 도중에서 내렸다. 어쩐지 걸으면서 마음을 진정하고싶었다. 이제 곧 결혼하게 될 남자친구앞에 미끈한 몸매로 불쑥 나타나면 그인 꼭 깜짝 놀라실거야. 그리고는 너무도 기뻐 포옹과 키스를… 달콤한 생각에 잠겨 사뿐사뿐 걸어가던 그녀는 어던가 주위의 분위기가 류다르다는 감을 느꼈다. 탐욕스럽고 음흉한 눈길들이 언뜻어뜻 부딪치더니 재빨리 나타났다 사라지는 손과 손들사이에 무언가 번쩍번쩍하는것들이 넘나들었다. 암시장에 잘못 들어섰다는것을 깨달은 그녀가 발길을 돌리려는데 등뒤에서 능청스러운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자, 새로 나타난 비너스요! 아주 멋진겁니다!” 호기심에 끌린 그녀는 비너스조각상을 사려고 그 웨침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아갔다. 둘러싼 사람들속을 비집고 들어간 그녀는 급기야 멍해지고말았다. 팔고있는것은 비너스조각상이 아니라 한 여러가지 자세를 취한 미인의 라체사진이였던것이다. 맙시사! 그 음란한 사진에 눈길을 주는 순간 그녀는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원래 그 사진에 알몸뚱이로 찍혀진 미인이 바로 그녀 자신이였던것이다. 그녀는 치가 떨렸다.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었다. 그녀는 종래로 그 저주로운 렌즈앞에 알몸뚱이를 내맡긴적이 없었던것이다. 그렇다면 귀신의 조화인가? 눈앞이 캄캄하여 비칠거리던 그녀는 자기의 오늘 행보를 생각하자 불현듯 한가지 의혹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보기 드문 미인이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몸매가 뚱뚱하여 체형미에 영향을 주었다. 이때문에 그녀는 늘 고민에 빠지군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에 전보대에 나붙은 신비한 광고를 보게 되였다.   다이어트 묘약을 팝니다 현재 수많은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기구들이 나돌고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있어 다이어트를 하려는 분들은 고민하고있습니다. 이제 그런 고민은 더 필요없게 되였습니다. 일본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따낸 최박사님이 발명한 다이어트비방은 체질에 따라 백사람이면 백사람이 다르게 알맞는 약을 쓰기에 100%의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값도 싸고 즉효를 볼수 있는 다이어트 묘약을 얻으려는 분들은 들장미호텔 308호실로 찾아오십시오.   이 광고를 본 그녀는 이튿날에 현대의학기술의 혜택으로 미끈한 몸매로 될 자신을 그려보며 들장미호텔로 찾아갔다. 색안경을 낀 녀인이 그녀를 맞아주었다. “전 최박사님의 조수예요. 최박사님은 달리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어요. 하지만 예비검사는 제가 책임졌으니 근심하지 마세요.” “예비검사라니요?” “최박사님의 약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른 약을 써야 하기에 누구나 예비검사를 받아야 해요. 예비검사를 한데 따라 최박사님이 약을 만들게 됩니다. 아가씨는 오늘 예비검사를 한후 사흘후에 다시 와서 약을 사가면 돼요.” 하루 빨리 미끈한 몸매로 되고싶었던 그녀는 그 녀조수의 요구대로 주저없이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최박사의 조수는 그녀를 반듯이 눕게도 하고 엎드리게도 하고 모로 눕게도 하고 다리를 벌렸다가 들게도 하며 자세히 검사하는데 어더선가 이따금씩 섬광이 번쩍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번쩍거리던 섬광이 바로 암암리에 미리 장치해놓은 카메라에서 발산된 섬광등빛이였을것이다.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검은 돈을 벌기 위해 비렬한 수단으로 처녀를 기만하고 우롱하여 녀성의 인격과 존엄을 여지없이 모독하고 짓밟은 “최박사”를 당장 요정내지 못하는것이 한스러웠다. 그녀는 정신없이 암시장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이윽고 들장미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쏜살같이 308호실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를 맞아준것은 낯선 사람이였다… 맥없이 들장미호텔을 나선 그녀는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었다. 얼굴엔 절망의 빛이 어렸다. 이제 무슨 낯으로 남자친구를 대한단 말인가? 기만당한 사람은 나뿐이 아닐것이다. “최박사”따위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녀성들을 기만하려고 할것이다. 나의 명예가 손상받더라도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녀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텔레비죤방송국 “초점탐방”프로실로 향해 달려갔다. (1987년)      
23    높은 저택 댓글:  조회:2789  추천:2  2013-11-30
콩트이야기 높은 저택 김희수 철규는 고급중학교 영어교원이고 명화는 시병원 외과의사이다. 대학시절부터 사랑을 불태워 온 그들이 여태껏 결혼하지 못하고있는 원인은 두 집 다 가난한 탓으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했기때문이다. 다른 련인들처럼 다방이나 나이트클럽에 드나들지 못하는 그들은 주말이면 팔걸이를 하고 강뚝이나 공원을 산책하는것이 고작이였다. 어느날, 철규네집이 자리잡은 교외에서 산책하던 그들은 새로 일떠선 호화로운 저택집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철규는 매일 출퇴근길에 이 집이 일떠서는것을 보아왔지만 오늘은 주인이 새집들이 했는지 전에없이 엄엄한 기분을 느꼈다. 꼭 닫긴 철대문, 높은 담장에 둘러쌓인 정원에 나란히 서있는 두 대의 수입제 승용차와 고급오토바이… “저렇게 어마어마한 집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있을가요?” “글쎄…” “우리도 저런 집에서 살아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글쎄…” 경탄과 부러운 눈길로 저택집을 바라보는 한쌍의 련인, 그들의 눈엔 눈앞의 저택이 2층이 아니라 20층, 200층으로 바라볼수조차 없이 아득히 높아본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은 저택주인이 중년에 상처한 천마집단의 서총재라는것을 탐지해냈고 또 그 집엔 서총재의 무남독녀 보배딸과 가정부할멈이 살고있다는것도 알아냈다. 철규는 출퇴근길에 저택집아가씨가 철대문앞에서 애완견을 안고 서있는것을 늘 보게 되였다. 용모는 그다지 예쁘지 않았지만 딱히 무엇이라고 찍어 말할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있는 부자집아가씨를 철규는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군 했다. 그때면 그 아가씨도 그에게 방긋이 웃어주는것이였다. 하루는 늦잠을 자다보니 철규는 출근길이 총망하게 되였다. 설상가상으로 저택집철대문앞까지 왔을 때 자전거바퀴에 유리조각이 박히며 “팡!” 하는 소리가 났다. 그때 애완견을 안고있던 저택집아가씨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바삐 철대문안으로 들어가는것이였다. 부근에 있는 자전거수리부에 자전거를 맡긴 철규는 출근이 늦어질가봐 초조해났다. 그가 손목시계를 부지런히 들여다보며 뻐스를 기다리고있는데 갑자기 호화로운 승용차 한대가 그의 앞에 와 멈춰섰다. “어서 오르세요!” 운전석의 차창유리문이 열리면서 저택집아가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철규가 어정쩡해 서있자 아가씨가 “지각하겠어요. 제가 태워다드릴테니 어서 오르세요!”라고 재촉했다. 그가 얼떨떨하여 차에 오르자 승용차는 나는듯이 질주했다. 그가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는데 아가씨가 어떻게 알았는지 고급중학교문앞에 와서 멈춰서는것이였다. 더욱 놀라운것은 퇴근길에 그 승용차가 또 학교문앞에서 그를 기다리고있는것이였다. 게다가 저택집아가씨가 그를 호화로운 술집으로 모시고가서 한상 푸짐히 대접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알고보니 저택집아가씨는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그를 가정교사로 초빙하겠으니 거절하지 말아달라는것이였다. “내가 영어교원이라는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선생님이 우리 집문앞을 지나 출퇴근할 때 학생들이 인사를 하는것을 여러번 보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정황을 캐여물었지요.” “그랬군요. 그런데 시간이 좀…” “제가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주말마다 오셔서 가르치면 돼요. 보수도 후하게 드릴께요.” 서춘금이라고 부르는 저택집아가씨는 박씨같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생긋 웃었다. 가난한 명화의 예쁜 웃음을 압도하는 그 도고한 웃음앞에서 철규는 그만 주눅이 들고말았다. 철규가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부터 명화와의 주말만남이 해체되고 평일의 저녁밀회만 남게 되였다. 철규는 몇번이나 명화에게 가정교사로 들어간 사실을 말하려다가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명화쪽에서도 주말만남이 취소된데 대해 놀라지 않았고 리유도 따지지 않는것이 이상했다. 만나면 할 말이 끝이 없던 이 한쌍의 련인은 화제거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그대신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를 애욕의 불길에 달래다가 헤여지군 했다. 그러다가 이런 저녁밀회마저 드물어졌으니… 어느날, 저택집에서 춘금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철규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화려한 옷차림을 한 젊은 녀인이 서총재의 부축을 받으며 승용차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뒤모습을 보았다. 분명 집에 들어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도 집이 하도 커서 모르고있었던것이다. “저 녀인이 누굽니까?” 철규의 말을 듣고 달려와 창밖을 내다보던 춘금이가 말했다. “저와 동갑인 처녀예요. 말로는 아버지의 가정의사라고 하지만 저의 계모가 될지도 몰라요.” 춘금의 말에 철규는 깜짝 놀랐다. 서총재가 딸같은 녀자와 결혼한다니? 그리고 저렇게 새파란 처녀가 아버지벌되는 남자의 품에 안기다니? 돈의 위력에 감탄한 철규는 그 어떤 욕망에 몸이 달았다. 처음에는 열심히 영어를 배우던 춘금이가 차츰 영어에 싫증을 느끼더니 쩍하면 철규를 자가용차에 태워가지고 도시의 밤세계에 뛰여들었다. 춘금이는 카바레, 다방, 노래방, 5성급호텔 등 화려한 불빛세계를 전전하면서 “촌뜨기”인 철규에게 현대인의 향수를 만끽하게 했다. 춘금이는 춤을 출 때 철규의 목에 두팔을 걸고 의식적으로 풍만한 젖가슴을 밀착시켰다. 철규도 눈을 감고 춘금의 허리를 껴안은 두팔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선생님을 처음 보는 순간 저는 정말 세상에 멋진 남자도 있구나 하고 첫눈에 반했어요. 선생님, 절 사랑해주세요!” 어느날 밤, 춘금이는 자기의 침실에서 철규를 껴안고 사랑을 고백했다. 끝내 부자집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간 철규는 춘금이를 껴안고 침대에 올랐다. 그 일이 있은후 철규는 한동안 불안과 동요에 모대기면서 갈팡질팡했다. “명화에게 미안한 짓을 더는 할수 없다. 춘금이와의 허위적 사랑을 깨끗이 끊어버리자”고 결심했다가도 호화로운 저택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면 “명화가 예쁘면 뭐래? 정이 깊으면 뭐래? 돈, 돈이 있으면 다야. 돈만 있으면 사랑도 행복도 명예도 지위도 다 있게 될거야”라는 욕망이 끓어올라 사랑이 없는 가슴에 춘금이를 껴안아주군 했다. 얼마후 이 일을 알게 된 서총재가 철규를 조용히 불러놓고  물었다. “자네 정말로 내 딸을 사랑하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철규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우렁차게 대답하자 서총재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난 자네가 진심으로 내 딸을 사랑하길 바라네. 자네도 알다싶이 나에겐 슬하에 춘금이 하나밖에 없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데릴사위를 삼아 함께 있을 작정이였네. 자네가 동의한다면…” “동의합니다!” 이제 저택집 미래의 주인으로 된다고 생각하니 철규는 미칠듯한 기쁨으로 가슴이 들먹거렸다. 그런데 그 기쁨과 함께 한가지 근심이 생겼다. 춘금이와 결혼날자까지 정해놓은 그는 하루 빨리 명화를 찾아가서 그녀와의 관계를 두부모 베듯 딱 끊어버려야 했던것이다. 어떻게 말을 뗄가 고민하다가 명화를 만난 그는 깜짝 놀랐다. 시체머리도 하지 못하고 다니던 가난뱅이 명화가 어느새 화려한 옷차림에 금목걸이, 금귀걸이, 금반지가 반짝거리는 “귀족아가씨”로 탈바꿈했던것이다. 철규는 문뜩 저택집창밖으로 보았던 젊은 녀인이 떠올랐다. 그때는 화려한 옷차림때문에 그 녀인이 명화이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것이다. 세상일이란 참 묘하기도 하다.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련인이 불과 몇달사이에 장모, 사위로 되였으니 말이다. 명화는 서총재의 후실로 들어가고 철규는 저택집아가씨의 새신랑으로 되여 그들은 그렇게도 부러워하던 저택집에서 함께 살게 되였다. 처음에는 미묘한 관계때문에 어색해하던 그들은 얼마후 옛정이 되살아났는데… “이 더러운 년놈들아!” 발가벗고 한몸이 되였던 철규와 명화는 난데없는 서총재의 천둥같은 호통소리에 혼비백산했다. 가만가만 도적사랑을 맛보는 일에 정신이 빠지다보니 그들은 서총재와 춘금이가 의심하고 기회를 기다리다가 꼬리를 잡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것이다. “나가랏! 더러운것들!” 쫓겨나 철대문을 나서며 철규와 명화는 아쉬운 눈길로 높은 저택을 되돌아보았다. 슬프다! 저 궁궐 같은 저택집에서 한평생 호강을 누리며 살줄 알았는데… (1995년)
22    남편의 정력 댓글:  조회:3536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남편의 정력 김희수 나는 요즘 내 또래의 녀자들이 부부생활에 욕구불만인것을 알고는 좀 놀랐다. 더구나 남편이 섹스에 약한것도 리혼사유가 되는것을 보았을 때 나는 정력이 왕성한 남편을 만난 자신이 행운스럽게 여겨졌다. 나의 친구 애화와 영미도 남편의 섹스에 크게 불만을 품고있었다. 어느날, 셋이 다방에서 만났을 때 애화가 맥주 석잔을 련거퍼 건배하더니 불만을 토했다. “요즘 내 남편은 점점 못해 가. 모처럼 오르가슴에 도달하려면 제쪽에서 먼저 녹아떨어져. 아이, 신경질 나.” “부부생활이란게 서로 리해해주면 되는거지. 네가 너무 과하게 요구한게 아니냐?” “과하긴? 일주일에 두세번도 못한대서야 어디 남자라고 할수 있겠니? 매일밤 해달라는것도 아닌데. 젊고 싱싱한 안해를 너무 오래동안 외롭게 놔두는건 남자로서 할짓이 아니잖아?” 애화의 말에 영미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내 남편은 한달에 두번두 벅차다는거야. 내가 더두 말구 일주일에 한번씩만 하자니까 글쎄 제쪽에서 ‘이봐, 당신 색녀 아니야? 왜 자꾸만 해달라는거야? 남자가 뭐 기계라도 되는거야?’ 하면서 화를 내지 않겠어? 해숙이처럼 리혼하든지 해야 되지. 이런 남자와 어떻게 계속 살겠어?” “해숙이라니? 대학동창 김해숙이를 그러니?” “응. 내가 전번에 거리에서 만났는데 남편이 하는 밤생활이 보통 남자들만 못하다는 리유로 리혼했대.” “아무리 그런다고 어찌…속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리혼을 해?” 내가 리해할수 없다는 말투로 말하니까 애화가 눈을 흘겨댔다. “넌 남편이 잘해주는 모양이구나. 입에서 그렇게 느긋한 소리가 다 나오는걸 보니.” “글쎄. 내 남편은 매일밤 두세번씩 해주긴 하지만…” 내가 얼굴이 뜨거워 말끝을 흐리니까 애화와 영미가 주먹으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야단을 떨었다. “그것봐. 넌 배부르니까 배고픈 사람의 사정을 모르는거야. 얘, 부럽다. 매일밤 해주는 남편을 가진 네가 정말 부러워 죽겠다!” “얘, 친구 좋다는게 뭐야. 네 남편을 가끔씩 좀 빌려줘!” “얼씨구! 그렇잖아도 지겹던 차인데 너희들이 통째로 가져가!” 한바탕 롱담이 오간 뒤 애화가 맥주잔을 비우며 말했다. “하긴 내 남편도 신혼때는 날마다 해주었어. 그래서 난 좋아 죽을번 했는데 지금은…” “맞다. 내 남편도 처음엔 대단했어. 내쪽에서 ‘그만, 그만’할 지경이였는데…” 영미가 맥주잔을 마주치면서 말꼬리를 달았다. “내 요즘 가만히 알아보니까 내 남편처럼 정력이 약한 남자들이 많기도 하더라. 우리 엄마네 세대들에서야 어디 남편에게 욕구불만인 녀자들이 있기나 있었니? 우리네 아빠들은 모두 변강쇠같은 힘센 대장부들이였지. 그런데 그 많던 변강쇠들은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세대들엔 이리치고 저리받쳐 힘없는 남자들만 남아있는걸가?” 영미와 애화가 변강쇠를 그리워하는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우리네 엄마네 세대들이야 어디 섹스문제를 입밖에 내기나 했니? 좋으나 궂으나 남편에게 순종한 했으니깐 욕구불만이 없는걸로 알려져왔지. 그런데 지금 녀자들이 드러내놓고 오르가슴을 요구하니까 남자들이 지레 질겁하여 움츠러든거야.” “못난 남자들! 그 좋은 물건을 달고서 움츠러들건 뭐야. 씨, 있으나 마나 마찬가지인 그 잘난 물건을 거추장스럽게 달고다녀선 뭘해?” “그래, 집에 돌아가서 쓸모없는 남편의 물건을 썩뚝 잘라버리자.” 애화와 영미가 호들갑을 떨면서 자리에서 일아났다. 그날밤에 세번이나 거듭 달려드는 남편을 기껍게 받아들이고 나서 나는 남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남편은 정력도 대단히 왕성했지만 녀자를 즐겁게 해주는 비법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마다 천국에 갔다오군 했다. 남편에게 욕구불만인 애화, 영미, 해숙이네 비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나는 남편의 친구들도 갈수록 주눅드는것을 보았다. 한번은 집에서 술상을 차렸는데 남편의 친구들은 술이 거나하게 되자 안해에 대한 불만을 토하기 시작했다. 잠자리에서 안해가 만족을 못느낀다느니, 힘이 약하다고 투정을 부린다느니 하면서 지금은 옹녀들이 많아져서 남자들의 수난시대가 왔다고 넉두리를 했다. 옹녀들이 많아진 때문일가, 변강쇠가 적어진 때문일가? 아무튼 나만이 부부생활이 원만하니까 거기에 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부부생활에서 오는 욕구불만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 얼굴에도 드리우게 될줄을. 그렇게 힘차던 남편의 밤생활이 점점 못해가기 시작한것이다. 매일밤 정력이 왕성하던 남편이 일주일에 한번도 벅차하더니 이제는 한달에 한두번도 힘들어 이내 녹아떨어지는것이였다. “자기 왜 이래? 힘이 점점 못해지잖아?” “나도 모르겠어. 피곤해.” “한번만 더 하자 응?” “어, 피곤하다니까. 어서 자.” 남편은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있는 나를 버려둔채 돼지처럼 쿨쿨 잠이 들었다. 나는 밤하늘에 혼자 외롭게 떠있는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애화네가 느끼고있는 욕구불만이 어떤것인지 비로서 깨닫게 되였다. 그렇게 왕성하던 남편의 정력이 뚜렷하게 약해지기 시작하자 나는 당황해났다. 고민하던 끝에 나는 정력제로 좋다는 뱀탕을 매주 한번씩 남편에게 대접하기 시작했다. 애화의 남편은 뱀탕을 먹고 효력을 보았다고 했지만 나의 남편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에 나는 거리에서 대학동창 해숙이를 만났다. 대학을 졸업한후 처음 만난 해숙이는 반가와하면서 나를 다방으로 청했다. 거품이 이는 맥주를 권하면서 해숙이가 물었다. “어때? 생활이 재미있니? 영미한테서 듣자니 네 남편은 잘 생겼다더구나. 힘도 세구.” “응. 그저 그래. 해숙아, 넌 리혼했다면서? 재혼은 안하니?” “재혼은 하고싶지 않지만 사귀는 남자는 있어. 유부남인데…” “아니, 너 안해가 있는 남자와 그러다가 일이라도 터지면 어떻게 해?” “깜쪽같이 즐기는데 누가 안다구 그래? 그 유부남과 나는 낮에만 만나는거야. 주로 점심시간을 리용하지. 점심때가 되면 유부남은 어김없이 우리집으로 달려와서 기다리고있는 나를 침대에 쓰러뜨리군 해. 그리고 유부남의 회사엔 낡은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가 있는데 평소엔 누구도 그곳으로 드나들지 않아. 나는 매일 오전이나 오후에 한번씩 그 창고로 기여들어가지. 그러면 유부남은 화장실에 가는척 하면서 사무실에서 나와 날 만나는거야. 주말엔 또 야외에 나가 싫컷 즐기는거야. 그 유부남은 정력도 세고 기술도 좋아 언제나 날 녹초로 만드는거야. 참, 난 오늘도 여기서 그 유부남을 만나기로 했다. 좀 있으면 올거야.” “얘, 너 큰일났구나. 조심해. 그러다가…” “들킬가봐 가슴죄며 아슬아슬하게 숨박곡질하는 불안감이나 긴장감! 너는 남의 남편을 가만가만 훔치는게 얼마나 스릴있는지 모를거야.” “해숙아, 넌 참…아무튼 그 남자의 안해가 누군지 동정이 가는구나. 그 사람이 온다니 난 아무래두 가야겠다.” “애두, 그 사람이 뭐 널 잡아먹자니? 그러지 말구 좀 앉아있다가 내 애인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구경 좀 해.” 해숙이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나를 만류했다. 한동안 앉아있는데 입구쪽을 내다보고있던 해숙이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여기예요!” 그때 마침 나는 핸드폰을 땅바닥에 떨어뜨려 줏느라고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였다. 핸들폰을 주어들었을 때 나는 인기척을 듣고 그 남자가 우리앞에 다가왔음을 알았다. “인사해. 이 분은 내 정든 님이고 이쪽은 내 대학동창이예요!” 일어서 머리를 들고 해숙이가 인사시키는 그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아연실색했다. 그 남자도 나를 보고 경악했다. “여, 여보, 난 난…” 이때에야 나는 왕성하던 남편의 정력이 뚜럿하게 악해지게 된 원인을 깨닫게 되였다. (2001년)    
21    까맣게 흐린 하늘 댓글:  조회:2471  추천:1  2013-11-30
콩트이야기 까맣게 흐린 하늘 김희수 문화대혁명때에 있었던 일이다. 김작가는 해방전쟁시기의 제재를 다룬 장편소설 《해방구(解放区)의 하늘》의 원고를 들고 편집부에 찾아왔다. 박편집은 김작가의 소설원고를 읽다가 퇴근시간이 되자 집에 가서 마저 읽으려고 그 소설원고를 집으로 가지고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박편집의 집으로 놀러왔던 반란파(造反派)두목이 그 소설원고를 읽어보게 되였다.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던 반란파두목은 “오늘 해방구의 하늘은 까맣게 흐렸다”는 구절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이틑날에 그는 반란파들을 데리고가서 김작가를 붙잡아놓고 비판대회를 열었다. “김작가, 넌 반동작가야!” “내가 왜 반동작가입니까?” 김작가가 어리둥절하여 묻자 반란파두목은 감작가를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질렀다. “네놈이 소설에서 해방구의 하늘을 까맣게 흐렸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건 반동언론이야! 언제나 맑은 해방구의 하늘을 까맣게 흐렸다고 묘사하다니? 반동작가 김작가를 타도하자!” 김작가는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여 한동안 아무말도 못했다. 그때 갑자기 검은 구름이 까맣게 몰려왔다. 반란파두목은 하늘을 쳐다보며 두덜거렸다. “제길할, 하늘이 까맣게 흐리다니?” 그 말을 들은 김작가가 반란파두목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질렀다. “이 반동파!” “내가 왜 반동파냐?” 반란파두목이 노하여 소리지르자 김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느냐?” “하늘이 까맣게 흐렸다고 했지. 그런데는?” 반란파두목이 랭소하자 김작가가 대성질호했다. “이놈아! 사회주의하늘을 까맣게 흐렸다고 하다니? 넌 반동파야! 반동파를 타도하자!” 그 말을 들은 반란파두목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부들부들 떨던 그는 떠듬거리며 말했다. “그…그건 날…날씨를 말한거야.” 반란파두목이 발뺌을 하자 김작가가 말했다. “나도 날씨를 말한거야!” 일이 이렇게 되자 반란파두목은 풀이 죽어 말했다. “그럼 너도 반동이 아니고 나도 반동이 아니야!” (2009년)    
20    그녀는 얼룩나비였던가 댓글:  조회:2154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그녀는 얼룩나비였던가 김희수   새천년의 첫날, 나는 남편과 함께 손자를 데리고 공원놀이를 떠났다. 비록 겨울이였지만 공원은 신세기를 맞는 명절기분으로 흥성흥성했다. 50대의 남편은 손자와 함께 뛰여다니면서 놀았다. 사랑하는 두 남자한테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라 지친 나는 중도에서 투항하고 의자에 앉아 다리쉼을 하였다. 그때 《언니》하고 반갑게 부르는 소리에 머리를 들고 보니 30대의 예쁘장한 녀인이 내 앞에서 생긋 웃고있었다. 《언니, 참 오래간만이요!》 《누구더라?》 《아이참, 날 모르겠소?》 《오-너로구나!》 그제야 생각났다. 그녀는 이전에 식료품공장에 함께 출근할 때 15살이나 년상인 나를 《언니, 언니》하면서 몹시 따르던 애였다. 17살 어린 나이에 공장에 들어온 그녀는 마음씨 착하고 일도 눈치 약게 잘해서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았었다. 살결이 흰데다가 흰옷을 즐겨입고 다녀서 사람들은 그녀를 《흰나비》라고 불렀다. 《흰나비》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렀다. 특히 《우리 엄마 기쁘게》라는 노래는 그녀의 지정곡이였다. 이렇게 순진하고 천진란만한 소녀인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나쁘게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장보위과의 최간사와 애매한 관계가 있다는 뒤소리가 들리더니 얼마후엔 또 털보총각과 비정상적인 래왕이 있다는 추문이 온 공장에 쫙 퍼졌다. 어떤 소문이나 쉽게 믿지 않는 나는 어느 야근 때 그녀가 탈의실에서 최간사와 뒹구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서야 헛소문이 아님을 믿게 되였다. 그때로부터 공장사람들은 《흰나비》를 《얼룩나비》라고 부르게 되였다. 그후 공장이 파산되여 서로 헤여진후부터 나는 《얼룩나비》의 소식을 모르고있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오늘 여기서 뜻밖에도 그녀를 만나게 될줄이야. 우리는 함께 앉아 지난간 일들을 두루 이야기했다. 그녀는 지금 남편을 잘 만나 귀여운 딸을 두고 잘 지내고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문뜩 《언니…》하고 불러놓고는 뒤말을 머뭇거린다. 《왜 그러니?》 《저…언니는 날 더러운 여자로 보고있겠지?》 《아니, 무슨…》 《난 이전엔 누구한테도 우리 집 형편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소. 사실 그때 우리 집은 몹시 가난했고 어머닌 중병으로 앓아누웠소. 하지만 돈이 없어 어머닌 약을 쓸 형편이 못되였소. 25원밖에 안되는 내 월급으로 어머니와 나 그리고 두 동생 이렇게 네식구가 살아가야 했으니까 말이요. 그때 먼 친척벌이 되는 사람이 어머니 병치료에 쓸 토방법을 알려줬는데 사탕가루와 닭알이 수요되였소.》 그녀에게는 사탕가루와 닭알을 살 돈이 없었다. 생각다못해 그녀는 공장에서 과자원료로 쓰는 사탕가루와 닭알을 훔쳐가기로 작정했다. 어느날 야근하는 기회를 타서 그녀는 가방에 사탕가루와 닭알을 슬그머니 넣어가지고 공장문을 나서다가 그날 당직인 보위과 최간사에게 발각되였다. 그녀의 미모에 침을 흘리며 음험한 생각을 품고있던 최간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사물실로 끌고 갔다. 최간사는 공장의 물건을 훔친 그녀를 전체종업원들 앞에 세워놓고 비판대회를 열겠다고 을러멨다. 그녀가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울면서 빌자 그는 음탕하게 웃으면서 자기 말만 들으면 비밀을 지켜준다고 했다. 《나는 도적이란 소문이 나는게 두려웠소. 소문이 어머니의 귀에 들어가는 날엔 한평생 청백하게 살아온 어머닌 얼마나 실망하겠소. 어머닌 그런 타격을 받고 병세가 더 중해질게 뻔했소. 그래서 나는 최간사의 거듭되는 협박에 굴복하여 몸을 맡겼던거요. 그 일이 있은후 최간사는 기회만 있으면 나를 덮쳤어요. 얼마후 우리 둘의 관계를 발견한 털보도 내 약점을 리용하여 내 몸을 빼앗았던거요. 호-그때는 왜 그리도 어리석었던지…》 그녀는 가슴 아픈 회상에서 깨여나며 긴 한숨을 내쉬였다. 《아니, 네가…그렇게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고있었다니…》 나는 《얼룩나비》, 아니 《흰나비》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2000년 1월 1일)  
19    거지말로 인한 희비극 댓글:  조회:2478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거지말로 인한 희비극   김희수   S대학에는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공부하고있는 창수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키가 작달막하고 공부성적도 수수하여 녀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데다가 돈을 아껴 쓰느라고 남학생들의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창수와 한 기숙사에 든 민호는 구변이 좋고 미남이여서 학교의 꽃이라고 부르는 옥금이를 꼬셔서 품에 안기까지 했다. 언제나 창수를 업신여기고있는 그는 창수를 한번 골려주려고 벼르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민호는 옥금이와 키스를 하다가 짐짓 한숨을 내쉬였다. “난 창수가 부럽단 말이야!” “아이, 너 잘못된게 아니야? 못생긴데다가 가난하고 공부까지 못하는 창수가 부럽다니?” “모르면 가만있어. 사실 창수는 재벌2세란 말이야. 창수의 아버지는 어마어마한 큰 부자란 말이야!” “피, 거짓말. 걔가 정말 부자라면 왜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껴 먹고 아껴 쓰겠니?” “그건 창수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립정신을 키워주느라고 그렇게 시킨거야.” 민호는 창수가 부자라는 거짓말을 퍼뜨려 창수를 골탕먹이려고 했다. 어느 눈먼 녀학생이 그런 거짓말에 속아 창수에게 달라붙을수도 있지 않는가. 그랬다가 창수가 가난뱅이란것을 알고 창수를 차버리고…민호는 곁에서 그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웃어주고싶었다. 며칠후였다. 민호는 웃어야 할 대신 울어야 했다. 녀자친구 옥금이가 창수와 붙어버렸던것이다. “도대체 웬 일이야?” 민호는 옥금이를 불러 따지고 들었다. 옥금이는 언제 민호를 사랑했냐 싶게 콱 밀치면서 말했다. “난 창수를 사랑해! 그러니 이제부터 나한테 치근거리지 말아!” “너 혹시 내가 한말 때문에 창수를 택한거니? 이 바보야, 창수는 재벌2세가 아니야. 그건 내가 꾸며낸거야!” “호호호, 너 정말 웃기네!” 사실은 민호가 꾸며낸 거짓말이 진짜였던것이다. 민호한테서 창수가 재벌2세라는 말을 들은 그날밤, 옥금이는 도시 잠들수 없었다. 거지발싸개 같은 창수가 갑자기 거룩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이제 창수의 앞에 민호는 너무나 초라한 존재로 되여보인다. 옥금이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창수와 결혼하면 평생 호의호식하면서 살아갈게 아닌가. 그런데 창수가 정말 재벌2세일가? 옥금이는 민호의 눈을 피해 창수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그녀는 기회를 타서 창수의 가방을 뒤져보았는데 거기에서 창수의 아버지가 창수에게 보낸 편지 여러 을 발견했다. “창수야, 너무나도 일찍 어머니의 사랑을 잃은 네가 애비가 보내준 용돈을 번마다 돌려보내고 아르바이트로 자신을 단련해보겠다니 그 자립정신이 장하구나. 창수야, 이 애빈 인젠 늙었다. 네가 졸업하면 이 애빈 회사의 중임을 너한테 맡기련다…” 이 편지를 읽어본 옥금이는 미칠듯이 기뻐났다.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 주동적으로 창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창수는 놀랐다. “넌 민호와 이미 약혼한 사이가 아니야?” “민호는 녀자친구 너무 많아. 난 그런 바람둥이보다 듬직한 네가 좋아!” “내가 어디 볼데가 있다구? 가난하고 민호처럼 잘 생기지도 못했는데…” “창수 넌 선량하고 진실해. 돈 같은건 앞으로 우리 둘이서 맞들고 벌면 되잖아. 네가 나의 사랑을 받아준다면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거야!” 처녀의 진지한 고백에 감동된 창수는 마침내 처녀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어느덧 그들은 졸업하고 결혼날자까지 정해놓았는데 갑자기 창수의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서 일조일석에 망해버렸다. 창수의 아버지는 그 큰 타격을 이기지 못해 앓아누웠다가 석달만에 영영 눈을 감고 말았다. 이제 창수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란 100여만원짜리 별장 한채뿐인데 그나마 창수의 젊은 계모가 차지하고있었다. “그 녀자를 쫓아내고 우리 그 집을 차지하자!” 옥금이는 창수를 꼬드겼다. “안돼. 그건 우리 아버지가 그 녀자에게 남겨준 집이란 말이야!” 창수는 아버지의 처사에 꼬물만한 원망도 없었다. 계모도 새파란 청춘을 아버지에게 바쳤으니 그만한 보답을 받아야 할게 아닌가. “우리 절반 몫이라고 찾자!” “허참, 넌 원래 빈털터리인 나를 사랑하지 않았니?” “흥, 사람 웃기네! 그때 난 네 아버지가 큰 재벌이란 비밀을 알고있었기때문에 미남자인 민호를 차버리고 못난이인 널 선택한거야! 이제 네가 빈털터리로 되였으니 네 곁에 있어야 할 리유가 없어졌어!” 옥금이는 헤여지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창수를 차버린 옥금이는 거리에서 우연하게 민호를 만났다. 옛 련인은 만남다방에 들어가 커피잔을 놓고 마주앉았다. 민호는 창수가 빈털터리로 나앉고 그들의 혼사가 파탄 났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미 다른 녀자와 결혼한 민호였지만 자신을 배반한 옥금이에 대한 원한의 불길은 아직도 식지 않고있었다. 그가 비웃듯한 미소를 짓고있는것을 본 옥금이는 비위가 상했다. “내가 이꼴이 되니 흐뭇하니?” “그런게 아니라 네가 바보짓을 한게 우스워서 그래. 네가 날 버리고  창수를 선택한 목적이 뭐냐? 돈이 아니냐? 그런데 넌 1000만원이란 거액의 돈을 유감스럽게 놓쳐버렸단 말이야!” “1000만원란게 뭐냐?” “창수의 아버지는 외아들인 창수의 장래를 생각해서 창수의 이름으로 1000만원을 저금해두었어. 그리고 그 저금통장을 창수의 외할머니한테 맡겨두었고.” 민호는 또 거짓말을 슬슬 꾸며대고있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또 거짓말을 꾸며대려고?” “난 창수의 외할머니와 사돈간이야. 그래서 그런 비밀을 알게 된거야. 못 믿겠으면 말고.” 옥금이는 민호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녀는 그 말의 진가를 가려내기 위해 창수의 외가집으로 찾아갔다. 창수는 홀로난 외할머니를 모시고있었다. 옥금이는 언제 그랬냐싶게 해쭉해쭉 웃으며 다가와 창수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해댔다. “이걸 놔. 우린 헤여졌잖아?” “화났어? 내가 롱담을 좀 한걸 가지고 뭘 그러냐?” “”로담이라니?” “결혼이 당금이겠는데 집도 없으니 너무 답답해서 불평을 좀 부린거야.” 창수는 그만 오리무중에 빠졌다. 녀자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과연 어느 말이 진심인지? 마음이 약한 창수는 처녀의 감언리설에 녹작지근해났다. 옥금이는 온갖 수단을 다 부려 창수 외할머니의 호감을 샀다. 한번은 창수가 없는 기회에 외할머니의 어깨를 안마해주며 옥금이는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할머닌 민호라고 압니까?” “민호? 가만있자…그래 우리 창수의 동창생이라던데 나와는 사돈간이기도 하지.” “그런데 참, 그 민호의 처제가 저금통장을 잃어버리고 울고불고 합디다.” “쯧쯧, 그런건 깊이 건사해둬야지.” “할머니도 저금통장이랑 잘 보관해두세요.” “안전한 곳에 깊이 간수했네라.” 옥금이는 가슴이 활랑거렸다. 신바람이 난 그녀는 창수를 졸라 결혼준비를 다그쳤다. 한달후 원앙새혼례청에서 창수와 옥금이의 결혼식이 거행되였다. 신랑신부가 나란히 입장할 때 갑자기 민호가 뛰여들어 신랑신부를 밖으로 끌어냈다. “하하하! 너희들은 절대 결혼할수 없어!” “아니, 너 미쳤어?!” 어리뻥뻥하여 민호에게 끌려간 창수는 성이 나서 씩씩거렸다. 그러자 민호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이 얼떨떨한 신랑아, 옥금이가 왜서 네 품에 다시 안겼는지 생각해봤니? 내가 옥금이한테 네가 천만장자라고 불어댔기때문이야!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꾸며댔더니 이 탐욕스런 옥금이가 너와 결혼하겠다고 달라붙은거야!” “그게 정말이야?” “하하하. 정말인가 아닌가는 너희들이 무릎맞춤을 해봐라. 창수야, 네가 이 녀자한테 천만부자인가 빈털터리인가 하는걸 대답해줘!” “이게 정말이요?” 창수가 노한 눈길로 쏘아보자 옥금이는 모옥감에 발악하듯 웨쳐댔다. “창수야, 어서 천만원짜리저금통장을 이 미친녀석한테 보여줘!” “내게 천만원짜리저금통장은 없어도 천원짜리저금통장은 두개나 있다!” 창수는 가슴을 치며 웃어댔다. 그러자 옥금이는 절망하듯 혼례복을 벗어던지며 소리쳤다. “오늘의 결혼식은 취소야!” “옥금아, 넌 원래 돈밖에 모르는 애였니?” “이제 알았어? 그래 지금 세월에 돈을 모르고 사니?” “내게 돈이 없다구 사랑마저 버리겠니?” “사랑이라는게 바로 돈이구 돈이 바로 사랑이야! 미안해. 난 가겠어!” 옥금이는 궁둥이를 빽 돌리고 걸어갔다. 창수가 갑자기 “잠간만!”하고 옥금이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무엇인가 꺼내여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똑똑히 봐, 이제 천만원짜리저금통장이야!” 그 거금의 저금통장을 들여다보는 옥금이는 눈앞이 아찔해났다. 놀란것은 옥금이뿐이 아니였다. 그 저금통장을 여겨보며 진가를 확인한 민호는 하마터면 까무러칠번 했다. 자기가 두번이나 거짓말을 꾸며낸것이 모두 진짜였으니깐. “창수야, 날 용서해줘. 내가 잘못했어!” 옥금이는 창수한테 매달리며 애걸복걸 빌기 시작했다. 창수는 옥금이를 활 밀어던졌다. “흥, 돈을 보니 기운이 난 모양이구나!” “아니야. 난 진심으로 창수 널 사랑해! 결혼식날에 이게 뭐야. 우리 빨리 결혼식을 올리자!” “하하하! 너 웃기네! 사랑은 돈이 아니야. 제발 신성한 사랑을 모욕하지 마!” 창수는 한달음에 혼레청강단에 뛰여올라가서 마이크를 잡고 무거운 어조로 이번 결혼식을 취소한다고 선포했다. (1996년)  
18    50만원짜리 월병을 먹은 애완견 댓글:  조회:2228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50만원짜리 월병을 먹은 애완견 김희수 요즘 잘 나가는 모회사의 총재 K씨는 이 3년동안 해마다 추석이 돌아오면 지위가 높은 그분에게 특별히 제조한 호화월병(月餠)을 선물했다. 재작년에는 정교한 함에 아빠트열쇠를 넣어서 포장한 월병을 선물했고 작년에는 승용차열쇠를 넣어서 포장한 월병을 선물했다. 올해도 추석이 가까워오자 K씨는 그분에게 선물할 월병에 신경을 썼다. 순리윤만 해도 5천만원이 나오는 항목을 비준 맡으러 갔을 때 그분의 비서는 넌지시 그분이 보석에 대해 흥치를 가지고있다고 암시했다. 그래서 K씨는 시장가격으로 50만원이 되는 붉은 보석과 푸른 보석을 넣어서 정교하게 포장한 월병을 특별하게 제조했다. 그는 이 50만원짜리 월병을 추석전날에 그분의 집에 가져가기로 계획하고 잠시 서재의 책장안에 보관해두었다. 그런데 그가 출근한후 그의 5살난 아들이 큰 일을 저질렀다. 보모가 화장실로 간 사이에 K씨의 아들은 아빠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책장안에 곱게 포장한 월병이 있는것을 보고 걸상을 딛고 올라가서 월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네개의 월병이 있고 가운데 작은 함이 있었다. 월병을 하나 꺼내서 먹다 말고 작은 함을 열어보니 안에는 반짝반짝 빛을 뿜는 앵두알만한 빨간 《유리알》과 포도알만한 파란 《유리알》이 있었다. 호기심에 두개의 유리알을 쥐고 놀던 K씨의 아들은 다시 월병을 하나 꺼내서 월병우에 두개의 유리알을 박아넣었다. 그때 K씨의 아들을 따라 서재로 들어왔던 애완견이 월병을 보더니 먹고싶다는듯 코를 킁킁거리며 입을 쩝쩝 다셨다. 그러자 K씨의 아들은 유리알을 박은 월병을 애완견의 입에 넣어주었다. 월병을 먹던 애완견은 두개의 유리알까지 꼴깍 삼켜버렸다. 퇴근하여 돌아온 K씨는 원병 두개가 잃어지고 작은 함에 들어있던 50만원짜리 보석까지 온데간데없는것을 보고 깜짝 놀라 가정부에게 물었고 가정부는 자기가 화장실로 간 사이에 아이가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K씨는 아들에게 작은 함을 가리키며 이 안에 있던 물건을 어쨌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빨간 유리알과 파란 유리알을 그러냐 면서 두개의 유리알을 애완견이 먹었다고 했다. K씨는 애완견이 똥을 누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추석전날인 이튿날까지 애완견은 똥을 누지 않았다. 급해난 그는 애완견을 잡자고 했다. 그러나 애완견을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그의 부인은 눈물코물 쥐여짜며 반대했다. 기실 이 애완견도 20만원을 주고 사온 수입종이였다. 하지만 당장 그분한테 추석선물을 가져가야 하는 K씨는 그런것을 고려할 경황이 없었다. 그때 그의 부인이 애완견을 선물로 가져가는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애완견이 그분의 집에 가서 똥을 싼후 다시 가져올수도 있지 않느냐는것이였다. 애완견을 추석선물로 가져가는 법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K씨는 부득불 그렇게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K씨와 그의 부인이 상의하는 사이에 애완견은 어느새 똥을 누었고 똥과 함께 50만원짜리 보석도 내쌌는데… K씨의 아들이 아빠한테 달려가 애완견이 똥과 함께 두개의 유리알도 쌌다고 알렸다. K씨는 너무 기뻐 유리알을 어쨌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똥이 묻어 더러워서 화장실하수도에 넣고 물을 뿜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K씨와 그의 부인이 미친듯이 화장실로 달려들어가 보니 50만원짜리 보석은 이미 하수도로 내려가버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2004년)  
17    새 천년의 해돋이 댓글:  조회:2173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새 천년의 해돋이 김희수 미영이는 이른 새벽 홀로 동산에 올랐다. 새세기의 종소리는 이미 몇시간전에 울렸으나 아직 해는 솟지 않았다. 그녀는 새천년의 해돋이를 구경하러 나온것이다. 미영이는 매력적인 처녀이다. 세 총각이 동시에 그녀를 추구하고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처녀로서 여러 남자의 추구를 받는것은 행복한 일이면서도 골치거리였다. 처녀는 세 총각이 서로 엇비슷하여 그중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던것이다. 어떤 때는 셋이 모두 그럴듯 해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셋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셋은 모두 대답을 재촉했다. 처녀는 새천년 새날 아침에 대답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처녀는 셋중에 누구와도 약속이 없이 동산에 올랐다. 셋중에서 어느 누가 뜻이 통해서 함께 해돋이를 구경한다면 처녀는 그에게 시집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산은 고요한데 벌써 웬 청년이 와있었다. 뒤모습을 보니 셋중의 누구인것 같으면서도 또 누구와도 다른것 같았다. 처녀가 가까이 다가가니 청년이 고개를 돌렸다. 낫선 얼굴이였다. 청년은 가슴에 천으로 덮은 물건을 안고있었다. 처녀는 자기처럼 홀로 나온 그 청년이 신기하여 말을 걸었다. 《새천년의 해돋이를 구경하러 나왔어요?》 《아…네…》 《이렇게 랑만적인 구경을 왜서 혼자 나왔어요?》 《혼자라니요? 난 한 처녀와 함께 나왔습니다.》 청년은 천으로 덮은 물건을 꺼내 보였다. 그것은 웬 처녀의 초상화였다. 《이 처녀는 나의 약혼녀인데 나하고 새천년의 해돋이를 함께 구경하자고 약속했답니다. 그런데 백혈병에 걸린 처녀는 병원의 침대에서 새천년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영영 눈을 감았답니다.》 미영이는 숨을 죽이고 청년의 말을 귀담아 듣고있엇다. 청년의 두눈은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었다. 《저는 워낙 처녀의 시신을 안고 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였지요. 그래서 처녀의 유상을 안고 온것입니다. 아무튼 우린 약속대로 새천년의 해돋이를 함께 구경하게 된겁니다.》 청년의 이야기는 미영이의 가슴을 엄청난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사랑에 충직한 남자, 참사람을 할줄 아는 진실한 남자! 나를 추구하는 세 총각이 저 청년처럼 나를 사랑할수 있을가? 아, 저런 남자와 사랑을 무르익힐수 있다면… 《와-저걸 보십시오!》 그때 청년이 격동되여 웨쳤다. 《야아! 새천년이 태양이 떠올랐어요!》 처녀도 퐁퐁 뛰며 웨쳐댔다. 《와! 새 희망이 솟았습니다!》 미영이와 청년은 저도 몰래 서로 손을 잡고 환성을 질렀다. 그 다음 둘이는… (1999년 12월)    
16    20세기 마지막 밤 댓글:  조회:2113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20세기 마지막 밤 김희수 1999년 12월 31일 오후 3시 영철이는 이날의 마지막 짐, 아니 20세기의 마지막 짐을 싣고 삼륜차의 페달을 힘겹게 돌리고있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달았을 때 택시차로 먼저 도착한 물건주인이 기다리고있다가 그를 집까지 안내했다. 《이거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수고 많았습니다!》 짐을 다 부리고 숨을 돌릴 때 주인은 흥정한 가격보다 10원을 더 얹어주었다. 그는 기분이 좋아서 빈차를 몰로 나오다가 길에서 양복차림을 한 두 동료를 만났다. 그들은 영철의 손을 잡아끌었다. 《영철아, 같이 가서 놀자!》 《가긴 어딜 간단 말이냐?》 《녀편네도 없는데 노래방에 가서 아가씨나 안고 20세기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내자!》 같은 홀아비인 두 동료가 잡아끌었지만 영철이는 그들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했다. 5년전 공장이 파산되여 실업을 당하게 되자 영철이는 술과 도박으로 세월을 보내며 타락하기 시작했다. 안해는 참고 기다리다 못해 그와 헤여져 한국으로 돈벌이를 떠났다. 리혼증을 내지 않았으나 사실상 리혼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사람들은 영철이가 완전히 타락할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안해가 달아나자 영철이는 도리여 정신을 번쩍 차리고 술과 도박을 딱 끊어버렸다. 그리고 부지런히 삼륜차를 몰며 한푼두푼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워 오자 영철이는 어쩐지 가슴이 허전했다. 오늘따라 안해가 없는 텅빈 집으로 들어가기 싫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즐기는 20세기 마지막 밤을 내가 어찌 홀로 썰렁한 가마목에서 고독하게 보내야 한단말인가. 하지만 싫은대로 들어가야 했다. 인력거를 마당에 세워놓고 집문을 연 영철이는 깜짝 놀랐다. 자기가 남의 집에 잘못 들어섰나 의심했다. 지저분하고 어지럽던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되여있는데다가 한 녀인이 술상까지 차례 놓고 반색하여 맞는것이 아니겠는가. 《오셨어요?》 《?…》 방그레 웃으면서 반색하는 녀인은 낯선것 같으면서도 낯익은 녀인이였다. 자나깨나 보고싶던 얼굴, 밤마다 그리던 얼굴이였다. 《아니, 당신이 어떻게…》 《당신이 나쁜 버릇을 고치고 새사람이 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전 몹시 기뻤어요. 전 당신곁을 떠날 때 20세기 마지막 날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리라고 마음먹었어요. 이날까지 당신이 악습을 고치지 못하면 리혼할것이고 새사람이 된다면 당신곁으로 다시 돌아오리라고 그렇게 작정하고 얼마전에 귀국하자마자 당신의 소식부터 수소문했어요. 어때요? 제가 당신곁으로 돌아오는것을 환영하나요?》 《환영하구말구! 환영하구말구!》 영철이는 너무도 기뻐 안해의 손을 꼭 잡아쥐였다. 《난 당신이 꼭 돌아올것만 같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소. 드디여 이날이 왔구만! 당신이 떠난후에야 나는 내게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되였소. 이제부터 난 당신이 내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뜨거운 사랑으로 잡아두겠소!》 《이제부터 우리 다시는 리별하지 말고 저 하늘끝까지 함께 갑시다!》 20세기 마지막 밤은 각일각 깊어간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된 그들은 새 사랑과 새 희망이 솟짓하는 새천년의 문턱을 향해 한발작 한발작 다가서고있었다… (1999년 12월)    
15    노호하는 검은 철교 댓글:  조회:2662  추천:0  2013-11-23
노호하는 검은 철교노호하는 검은 철교     콩트이야기 김희수     룡정의 서쪽에는 유구한 력사를 가지고있는 검은 철교가 해란강우에 사자처럼 우뚝 서있습니다. 여기는 경치 좋고 조용하여 사랑을 속삭이는 련인들도 많이 찾아오지만 다리에다 검은 칠을 하여서인지 강탈사건, 살인사건, 강간사건, 자살사건 등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여러번 생겼으며 물이 깊었던 70년대까지 수영하거나 썰매를 타다가 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웬 사나이가 날마다 검은 철교에 찾아와서 《옥단이! 옥단이!》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부르짖곤 했습니다. 어찌나 애절하게 불렀던지 목소리마저 쉬였습니다. 정신없이 부르짖던 사나이는 문뜩 멈춰서 귀를 기울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듯 했습니다. 《호호호!》 , 맑고 명랑한 웃음소리가 나더니 뒤이어 처녀의 부드럽고 보동보동한 손이 사나이의 눈을 감싸쥡니다. 깜짝 놀라던 사나이는 다음 순간 기쁨에 겨워 뒤로 살금살금 다가든 처녀에게 소리칩니다. 《요 깜찍한것…이걸 놓소!》 《어디 누군가 맞춰봐요.》 《누군 누구겠소. 나의 천사 옥단이지!》 사나이는 손을 올려 자신의 눈을 감싸고있는 처녀의 손을 살살 애무합니다. 처녀는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목소리를 변화시켜 말합니다. 《호호호. 틀렸어요!》 《그럼 누구요?》 《귀신이예요! 귀신!》 《에크! 요 못된것!》 사나이는 불시에 처녀의 손을 재껴버리고 홱 돌아섭니다. 그러자 처녀는 잽싸게 몸을 돌려 깡충깡충 뛰기 시작합니다. 사나이도 처녀의 뒤를 쫓아 달음박질칩니다. 둘은 황금이삭 넘실대는 들판에서 쫓거니 쫓기거니 하며 달립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처녀를 붙잡은 사내는 기쁨에 겨워 환성을 지릅니다. 《귀신을 붙잡았어!》 하지만 이것은 지난날 사나이와 처녀가 달콤한 사랑을 속삭일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처녀가 정말 귀신이 되였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처녀와 총각은 정말로 깊이깊이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처녀의 집은 검은 철교의 서쪽 과수농장에 있었고 총각의 집은 검은 철교 동쪽 《신안소학교》부근에 자리잡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처녀와 총각은 늘 검은 철교를 지나다니며 사랑을 주고받았습니다. 어느 한번은 둘이 검은 철교에서 사랑을 속삭이느라고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먹장구름이 하늘을 덮으며 밀려오고있었습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처녀의 머리카락이 춤추듯 나붓거리고있었습니다. 《빨리!》 사나이는 급히 처녀의 손을 쥐고 허둥지둥 달렸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비를 그을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시꺼먼 먹장구름이 점점 이쪽으로 몰려오고있었습니다. 심술궂은 바람은 그들의 몸을 사정없이 갈겨댔습니다. 《저기 초막이 있어요!》 눈썰미가 좋은 처녀가 옥수수밭 건너 쪽에 있는 참외막을 발견하고 환성을 올렸습니다. 둘은 정신없이 허둥지둥 옥수수밭을 꿰질러 초막으로 달렸습니다. 번개가 번쩍 하더니 뒤이어 《우르릉 꽝!》하고 귀청을 째는 천둥소리가 요란히 들려왔습니다. 그들이 방금 초막에 들어서자마자 대줄기같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습니다. 둘은 빈 초막에 앉아 숨을 돌리면서 뽀얀 비안개속에 묻힌 참외밭을 넋없이 내다보았습니다. 문뜩 사나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처녀의 손을 잡고 능청스럽게 웃었습니다. 《옥단이, 옥단인 날 사랑하오?》 《뚱딴지같이 그건 왜 묻나요?》 《우리 서로 사랑한다면 사랑의 표시로 상대방의 뺨을 한대씩 치는게 어떻소?》 《아이, 망측스럽게…》 《왜 겁나오?》 《겁나긴 뭘. 자, 어디 제 뺨부터 때려봐요!》 《아니, 우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치기오.》 사나이는 꾀를 써서 손바닥을 펴드는 처녀 앞에 주먹을 내들었습니다. 처녀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말했습니다. 《아이참, 꾀보같으니! 좋아요. 제가 먼저 손을 쓰지요!》 처녀는 이를 악물더니 자그마한 손으로 사내의 뺨을 힘껏 후려쳤습니다. 사내는 눈을 찔끔 감았으나 아무런 감각도 없었습니다. 처녀가 제 손벽을 마주쳤던것입니다. 《호호호. 겁쟁이같으니!》 《내가 속았군. 자, 이번엔 정말 쳐야 하오!》 사내는 처녀한테 왼쪽 뺨을 들이댔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처녀의 손바닥이 사내의 살가죽을 슬쩍 스치고 지나갔을뿐입니다. 사나이는 짐짓 성난체 말했습니다. 《옥단인 나를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군.》 《사랑해요!》 《그럼 세게 쳐야지. 용감하게!》 《울지 말아요!》 《체, 울긴?》 《피-》 처녀는 생긋 웃더니 손에 힘을 모아 불이 번쩍 나게 사내의 뺨을 후려갈겼습니다. 《어이쿠!》 사내는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벌렁 나자빠졌습니다. 아연해진 처녀는 사내를 부추기려고 허리를 굽혔습니다. 눈을 꼭 감은 사내는 사지를 뻗어버린채 고요히 누워있었습니다. 처녀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정신차리세요! 정신…》 안타까이 사내를 부르며 몸을 떠는 쳐녀의 눈에서는 삽시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 사내의 얼굴에 방울방울 떨어졌습니다. 《하하하! 옥단인 만점이요, 만점!》 갑자기 사내가 벌떡 일어나며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깜쪽같이 속은 처녀는 울던 얼굴에 금시 웃음꽃을 피우더니 사내한테 주먹세례를 안겼습니다. 《아이, 괘씸해라, 공연히 놀랐네!》 《자, 준비하오. 이번엔 내가 칠 차례요!》 사내는 당장 들이칠 태세로 손을 쳐들었으나 처녀의 여린 볼을 감히 치지 못했습니다. 《뭘 꾸물거려요? 졸장부!》 처녀는 태연자약하게 사내한테 얼굴을 들이댄채 곧 들이닥칠 사랑의 매를 기다리고있었습니다. 해납작하게 생긴 얼굴, 머루알같이 까만 눈, 앵두같은 입술, 그 모든 것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사내는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할뿐이였습니다. 《어서!》 처녀의 재촉소리와 함께 사나이는 갑자기 처녀를 와락 껴안고 키스소나기를 퍼부었습니다. 급작스레 닥친 일에 어리둥절해진 처녀는 한동안 잠자코 있더니 사내를 밀치면서 짐짓 화가 난체 했습니다. 《도둑놈!》 《도둑놈이라니? 이건 가장 훌륭한 사랑의 선물인데.》 《남의 입술을 허락도 없이 훔치는게 도둑놈이 아니구 뭐예요?》 《그래 나는 사랑의 도둑놈이요!》 사내는 다시 처녀를 와락 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번에 처녀는 사내가 하는대로 모든것을 맡겨버렸습니다. 이리하여 처녀총각은 사랑의 금과를 따먹게 되였습니다. 《옥단이! 옥단이!》 사나이는 검은 철교우에서 사랑하는 처녀의 이름을 애타게 부릅니다. 하지만 불러도 불러도 처녀는 대답이 없습니다. 아, 사랑하는 처녀여, 그대는 어디로 갔는가? 소낙 퍼붓는 참외막속에서 사랑을 나눈후로 처녀의 배는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급해난 총각은 서둘러 결혼날짜를 잡았습니다. 결혼은 처녀와 총각에게 모두 기쁜 일이였습니다. 결혼을 며칠 앞둔 어느날, 처녀는 총각의 집에 놀러왔습니다. 처녀와 총각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려보며 달콤한 꿈에 취해 있을 때 갑자기 총각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총각은 핸드폰을 들었습니다. 거래처의 김경리가 급한 일로 만나자는것이였습니다. 《어서 가보세요.》 이렇게 말하며 처녀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오. 날도 저물었는데.》 《안돼요. 집에 할 일이 있어서 꼭 가야 해요.》 《혼자서 어떻게 검은 철교를 건너겠소? 룡문교로 해서 에돌아가든지 하오.》 《초저녁인데 괜찮아요.》 총각도 별 일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김경리를 만나러 갔습니다. 처녀는 혼자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한참 걸어서 철길을 건너고 다시 나타난 철길을 따라 걸으니 검은 철교가 눈앞에 보였습니다. 다리부근엔 멀리쯤에서 한두사람이 보일뿐 조용했습니다. 그녀가 금방 다리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세 괴한이 나타나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소리지를 새도 없이 세 괴한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갔습니다. 세 괴한은 돌연히 세 마리의 늑대로 변하여 임신한 처녀의 몸을 마구 짓밟아놓았습니다. 실컷 야욕을 채운 세 마리의 늑대는 너털웃음을 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야수들에게 짓밟힌 처녀의 사타구니에서 피가 흐르고있었습니다. 고통과 절망에 몸부림치던 처녀는 핸드백을 열었습니다. 거시서 종이장과 볼펜을 꺼내여 유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총각을 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싶었던것입니다. 《여보세요. 옥단이요? 왜 말이 없소? 옥단이! 옥단이…》 저쪽에서 사랑하는 총각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녀는 눈물을 흘리며 핸드폰을 꺼버렸습니다. 처녀는 기다싶이 하여 검은 철교에 올랐습니다. 그때 《뿡―》하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녀는 다리의 인행도에 서서 다가오는 기차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기차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있었습니다. 처녀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훌쩍 몸을 날려 철길우에 뛰여들었습니다… 《옥단이! 옥단이!》 사나이는 애절한 목소리로 사랑하는 처녀의 이름을 미친듯이 부릅니다. 다리아래로 해란강이 흐느끼며 흘러갑니다. 《모두 이 핸드폰때문이야! 그날 김경리의 전화만 받지 않았어도…》 사나이는 핸드폰을 땅바닥에 콱 메칩니다. 《아니야. 모두 내 탓이야! 내가 왜 사랑하는 옥단이를 혼자서 돌려보냈단 말인가? 아아, 옥단이! 옥단이!》 사나이는 가슴을 치며 통곡합니다. 그때 《뿡―》하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려옵니다. 기차는 검은 철교를 지날 때마다 버릇처럼 기적을 울립니다. 그때면 기차가 아니라 검은 철교가 《뿡―》하면서 노호하는듯 합니다. 사나이는 분노의 눈길로 다가오는 기차를 노려봅니다. 기차는 한마리의 거대한 룡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사나운 기세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있었습니다. 《옥단이!》 갑자기 사나이는 정신없이 웨치면서 철길우에 뛰여들었습니다. 《뿡―》 검은 철교가 사자마냥 노호하며 울부짖었습니다. (1997년 10월)  
14    바람난 아줌마 댓글:  조회:5813  추천:1  2013-11-23
바람난 아줌마   콩트이야기 김희수   홍모라고 하는 그녀는 결혼전에는 그래도 정숙한 녀자였다. 비록 첫사랑을 하던 남자에게 몸을 바친 진한 련애사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몇년동안은 외간 사내들을 곁눈질도 하지 않았고 외간 사내들이 유혹해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바람난것은 1985년 하해(下海)하여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물고기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때 수산물공사의 서모라는 사내와 친하게 된후 처음 남편에게 미안한 일을 했다. 남편에게 알려질가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 모르게 가만가만 도둑사랑을 하는 재미도 좋았다. 그녀는 또 마른명태장사를 하면서 김모라는 사내와 뜨거운 육체관계를 맺었고 또 옷장사를 하면서 거래하게 된 왕모라는 한족 사내와 불륜을 즐기기도 했다. 그후 로씨야에 함께 장사하러간 리모라는 사내와 2년간이나 동거생활을 하면서 부부간처럼 뜨거운 몸을 섞었다. 한국에 나갔을 때는 그녀에게 여러방면에서 도움을 주었던 김사장이라는 사내에게 기꺼이 몸을 바쳤고 함께 일하게 된 연변사내와도 부부간처럼 지냈다. 돈을 많이 벌어가지고 돌아온 그녀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유지해나갔다. 번화한 거리에 큰 술집을 경영하게 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녀보스가 되였다. 그렇게 되자 자연이 거래하는 사람이 많았고 진한 롱담을 걸어오는 사내들도 있었으나 이미 50대에 들어선 그녀의 몸을 진정으로 요구하는 사내들은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늙은 유부남들뿐이였다. 비록 그녀는 50대라고 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짝 마른 장작과도 같아서 누가 한점의 불꽃만 달아도 온몸이 활활 타오를 지경이였다. 그러니 주름살이 가득한 늙은 사내들만으로는 활활 타오르는 그녀의 불길을 꺼주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그녀 또한 이제는 늙은 사내들이 싫어졌고 눈길이 점점 젊은 사내들한테로 쏠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자기가 경영하는 술집의 보이들 중에서 용모가 준수하고 건장해보이는 소년을 골라잡았다. 그녀는 그 소년과 가까이 하기 위해 여러방면에서 그 소년을 돌봐주면서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보살펴주었다. 소년은 엄마같은 그녀에게 감격했고 항상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는것을 송구스러워했다. 그 소년은 17세, 25세인 그녀의 아들보다도 어렸다. 소년은 중학교를 중퇴했는데 아직 녀자친구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소년과 둘만이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녀는 소년과 단둘이서 맥주를 마시면서 일부러 젖가슴이 반나마 드러나는 야한 옷을 골라 입었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 소년의 눈길이 자꾸만 부자연스럽게 그녀의 젖가슴을 오르내렸다. 그녀는 소년의 손을 잡고 손이 곱다고 칭찬하다가 슬그머니 그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젖가슴을 더듬게 했다. 소년이 덴겁하여 손을 빼내며 깜짝 놀란 눈길로 바라보자 그녀는 소년의 손을 다시 잡아당겨다가 자신의 바지속에 넣었다. 소년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어쩔줄을 몰라하자 그녀는 소년을 와락 껴안으며 자기와 좋게 지내면 월급을 갑절이나 올려주겠다고 구슬렸다. 그러면서 소년의 바지를 벗겨내자 소년도 몸이 달아올라서 그녀한테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소년을 애인으로 만들어버린 그녀는 기회만 있으면 소년과 온몸을 불태우며 정욕의 밤을 가졌다. 그녀는 또 안마방들을 돌아다니며 젊은 사내들에게 안마를 받다가도 마음에 드는 안마사총각이 있으면 슬쩍 꼬셔가지고 돈을 뿌려주면서 화끈한 정욕의 밤을 보냈고 어떤 때는 한꺼번에 두 총각을 데리고 성유희를 즐기기도 했다. 그녀의 좌우명은 《남자들은 딸같은 애들을 안고 즐기는데 녀자라고 왜 아들같은 애들을 안고 즐기지 못하겠는가? 살았을 때 즐기자!》라는것이다. (1999년)     
13    술군의 이야기 댓글:  조회:2225  추천:0  2013-11-23
술군의 이야기 콩트이야기 김희수     주인량반, 안녕하십니까? 뭐? 오래간만이라구요? 며칠만에 만났는데 오래간만이라니요? 하하하! 날마다 개근하던 단골손님이니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그동안 외출했댔는가구요? 아, 아닙니다. 집에 좀 속탄 일이 있어서… 헤헤, 주인량반, 오늘은 그 독한 배갈을 둬병 주시우. 푹 취해야겠습니다. 안주는 뭐 아무거나 주십시오. 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소금 두알을 놓고도 배갈 한병쯤은 문제없이 마셨지요. 저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썩두부 하나만 있으면 다른 안주는 필요 없습니다. 주인량반도 알고있다구요? 내가 썩두부 하나 놓고 배갈을 두병씩 답새기는 술고래라는것을…헤헤, 다 지나간 이야깁니다. 지금은 따끈따끈한 모두부가 있어야 그래도 술이 들어가지요. 카아! 거 술맛 참 좋군요. 주인량반, 주인량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누라라구요? 하하하! 주인량반은 정말 모르는군요. 마누라보다 더 좋은게 바로 먹는겁니다. 이 세상에 먹는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물주가 입을 만들어준것은 첫째는 먹어라는것이고 둘째는 말하라는것이지요. 글쎄 먹는게 얼마나 중요하면 《먹고 죽기》, 《먹어야 체면》, 《먹은 죄는 없다》는 말이 나오고 《목구멍이 포도청》, 《금강산도 식후경》, 《밥 한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라든가 《배만 부르면 세상인줄 안다》는 등등의 속담이 다 생겨났겠습니까? 《인생은 일장 춘몽이거니 먹고 마시여라.》는 시구가 있지 않습니까. 먹는게 제일이니 먹어야 합지요. 먹는게라면 가릴게 있습니까. 땅우에서 기는 놈, 뛰는 놈, 물에서 사는 놈,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놈 할것 없이 난 그저 닥치는대로 다 먹지요. 에, 난 잠자리도 통째로 삼켜봤고 쥐고기도 먹어봤고 사람고기도 맛보았지요. 놀라지 마십시오. 내가 뭐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번은 내가 돼지고기를 탕치다가 그만 실수하여 식칼로 손가락을 내리찍었지요. 아뿔사, 손가락 하나가 뭉텅 잘라져 나갔지요. 그때 내 머리속에는 불현듯 3국지의 하후돈장군이 부모가 준 정혈을 버릴수 없어 싸움터에서 뽑혀나온 자신의 눈알을 씹어 삼키던 비장한 장거가 떠올라 나도 잘려나간 내 손가락을 돼지고기와 함께 삶아서 먹었는데 정말 별맛입디다. 보는 보와 같이 그래서 지금 내 왼손 중지가 3분의 2가 없습니다. 에, 먹는게 이렇게 좋지만 이 먹는것 중에서도 술이 제일 좋지요. 남자로 태여나 술과 담배를 모른다면 정말 그 두냥반짜리를 달고 다닐 자격이 없지요. 에, 나는 물론 학생 때부터 술의 진미를 알게 되여 사회에 나와서는 줄기차게 마셔댔지요. 퇴근하여 서산에 해질무렵부터 3차, 4차 옮겨 다니며 마셨는데 마지막 음식점을 나서면 동산에 소는 해를 맞기가 일쑤였지요. 소문이 나자 룡정은 물론 연변에서 나한테 시집오자는 처녀가 없었지요. 안달아난 삼촌이 머나먼 흑룡강 오상의 처녀를 중매하면서 내가 술 마실 줄을 모른다고 속였지요. 첫대면후 그 처녀가 나의 외모에 반하여 약혼에 동의하고 결혼날자까지 받았지요. 삼촌은 나더러 결혼할 때까지만 술을 딱 끊어달라고 애걸 절반, 훈계 절반 했습니다. 종신대사라 나도 정신을 바싹 차리고 술을 끊었는데 그게 참 죽기보다 더 힘들더군요. 사돈보기 때와 결혼잔치 때 다른 사람들이 마셔라, 부어라 하는것을 지켜보노라니 군침이 막 도는데 삼촌이 곁에서 사이다만 부어주며 눈을 딱 밝히고 있어 참는 수밖에 없었지요. 아참, 그 고비를 넘기자 개 똥 먹는 버릇이 어딜 가겠습니까. 결혼한 이튿날부터 고주랑망태가 되는데 안해는 속았다고 울며불며 야단치고…그래봤자 제까짓게 소용 있나요? 이미 엎지른 물인데…그런 줄도 모르고 불원천리 흑룡강에서 딸집에 처음 찾아온 장모님은 이 사위가 술 마실 줄 모른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이 자자한 판에 물만두를 빚어놓고 안해가 식초 한병을 사오라고 해서 식품상점에 들어선 내가 글쎄 술친구들에게 붙잡혀 한잔만 한잔만 하다가 식초사러 온 줄도 까맣게 잊고 줄기차게 마셔댔는데…취하여 집에 돌아가니 장모님이 딸을 잘못 줬다고 울고불고…하하하! 그때는 이미 안해의 배가 뚱뚱해지기 시작했으니 별수 있나요? 에, 그후 안해는 애새끼 때문에 참는다면서 《이젠 마시겠으면 콱 마십시오.》하고 내가 아무리 마셔대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것이 내가 직장에서 정리실업 당하여 밀려나자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지요. 《생활이 바쁜데 일자리를 찾을 궁리는 하지 않고 빈들빈들 놀면서 술만 마시면 어떻게 사냐? 노는것도 괜찮으니 술만 마시지 말라.》이렇게 권고도 하고 애걸도 했지만 난 그따위 잔소린 개방귀로 여기고 날마다 취해 들어와선 주정을 부렸지요. 에참, 그런데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렇게 무던하던 안해가 보따리 싸고 달아날 줄이야. 바로 그저께 일입니다. 안해는 애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렸지요. 아이고, 주인량반, 이젠 난 홀아비가 됐으니 어떻게 살겠습니까? 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이나 찾아하라구요? 내 이 미남 체격에 어디가서 체면 깎이게 신수리나 자건거수리를 하겠습니까? 삼륜차는 더욱 못 끌지요. 그런 일은 죽어도 못하지요. 그럼 어디 돈이 있어 술을 마시는가구요? 집이 있지 않습니까. 집을 팔면 얼마동안은 술을 마실수 있을게 아닙니까. 뭐, 내가 타락했다구요? 워낙 개코같은 인생인데 타락한들 뭐랍니까? 그래도 정신차리고 새출발을 하라구요? 후―술맛 좋군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겠는지… 주인량반, 안해 없는 집은 정말 썰렁하지요. 텅 빈집 같습니다. 주인량반 말처럼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마누라일까요. 그런데 요 술이란 놈이 마누라보다 썩 더 좋은걸 어떻게 합니까. 주인량반도 한잔…에, 모르겠습니다. 이젠 술이 더 좋은지 마누라가 더 좋은지…원래는 술이 더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요. 아, 이거 마지막 잔인데…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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