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이는 이른 새벽 홀로 동산에 올랐다. 새세기의 종소리는 이미 몇시간전에 울렸으나 아직 해는 솟지 않았다. 그녀는 새천년의 해돋이를 구경하러 나온것이다.
미영이는 매력적인 처녀이다. 세 총각이 동시에 그녀를 추구하고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처녀로서 여러 남자의 추구를 받는것은 행복한 일이면서도 골치거리였다. 처녀는 세 총각이 서로 엇비슷하여 그중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던것이다. 어떤 때는 셋이 모두 그럴듯 해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셋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셋은 모두 대답을 재촉했다. 처녀는 새천년 새날 아침에 대답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처녀는 셋중에 누구와도 약속이 없이 동산에 올랐다. 셋중에서 어느 누가 뜻이 통해서 함께 해돋이를 구경한다면 처녀는 그에게 시집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산은 고요한데 벌써 웬 청년이 와있었다. 뒤모습을 보니 셋중의 누구인것 같으면서도 또 누구와도 다른것 같았다. 처녀가 가까이 다가가니 청년이 고개를 돌렸다. 낫선 얼굴이였다. 청년은 가슴에 천으로 덮은 물건을 안고있었다. 처녀는 자기처럼 홀로 나온 그 청년이 신기하여 말을 걸었다.
《새천년의 해돋이를 구경하러 나왔어요?》
《아…네…》
《이렇게 랑만적인 구경을 왜서 혼자 나왔어요?》
《혼자라니요? 난 한 처녀와 함께 나왔습니다.》
청년은 천으로 덮은 물건을 꺼내 보였다. 그것은 웬 처녀의 초상화였다.
《이 처녀는 나의 약혼녀인데 나하고 새천년의 해돋이를 함께 구경하자고 약속했답니다. 그런데 백혈병에 걸린 처녀는 병원의 침대에서 새천년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영영 눈을 감았답니다.》
미영이는 숨을 죽이고 청년의 말을 귀담아 듣고있엇다. 청년의 두눈은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었다.
《저는 워낙 처녀의 시신을 안고 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였지요. 그래서 처녀의 유상을 안고 온것입니다. 아무튼 우린 약속대로 새천년의 해돋이를 함께 구경하게 된겁니다.》
청년의 이야기는 미영이의 가슴을 엄청난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사랑에 충직한 남자, 참사람을 할줄 아는 진실한 남자! 나를 추구하는 세 총각이 저 청년처럼 나를 사랑할수 있을가? 아, 저런 남자와 사랑을 무르익힐수 있다면…
《와-저걸 보십시오!》
그때 청년이 격동되여 웨쳤다.
《야아! 새천년이 태양이 떠올랐어요!》
처녀도 퐁퐁 뛰며 웨쳐댔다.
《와! 새 희망이 솟았습니다!》
미영이와 청년은 저도 몰래 서로 손을 잡고 환성을 질렀다. 그 다음 둘이는…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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