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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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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총각을 찾아온 처녀
2013년 11월 30일 12시 36분  조회:2405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콩트이야기

로총각을 찾아온 처녀

김희수


수철이는 마흔살이 되는 로총각이다. 마을에는 그와 같은 로총각들이 수두룩했다. 쳐녀구경을 하기 바쁜 시골에서 평생 장가란걸 가볼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시골에는 아예 장가갈 생각을 단념해버린 로총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행운이랄가. 어느날에 수철이네 집에 예쁘장한 처녀가 찾아왔다.
“당신은 총각이지요?”
“?”
“부끄러운 말씀이오나 저는 당신의 색시로 되려고 해요.”
아니, 내가 잘못 듣지 않았나? 수철이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전 아가씨를 낯도 코도 모르는데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지요? 혹시 사람을 잘못 찾아온게 아닙니까?”
“아니예요. 당신이 마음씨 곱고 부지런하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어요. 전 당신을 사랑해요.”
이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게 아닐가? 그렇지 않으면 꿈이고…
하지만 눈앞의 처녀는 선녀도 아니고 꿈에서 만난 처녀도 아니였다. 현실에서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처녀였다.
혹시 내가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찾아온건 아닐가? 몇달전에 기자가 찾아와서 수철이가 농사짓는 모습을 사진까지 찍어서 신문에 번듯하게 내주었던것이다.
“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있는 전도가 없는 청년인데 정말로 마음에 들어 찾아온겁니까?”
“전 당신이 마음에 들어 당신한테 시집을 가려고 찾아온거예요!”
이게 웬 떡인가? 수철이는 꿈을 꾸고있는것 같았다. 아, 이젠 나에게도 색시가 있게 되였구나. 도시놈들도 얻기 바쁜 선녀같이 아름다운 색시가 있게 되였구나! 아아, 미칠듯한 이 기쁨! 이 행복! 갑자기 찾아온 이 행운에 수철이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고귀한 성함을 어떻게 부르는지 어서 들어오십시오.”
수철이가 처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웬 늙은이가 뛰여들며
“여기 있었구나. 얘야, 그만 집으러 가자꾸나!”
하고 처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하여 서있는 수철을 보고 씁쓰레 웃으며 말했다.
“이 애는 내 딸인데 머리가 좀 이상하다오. 먼저 마을에서 늘 이래서 환경을 바꾸느라 이사했는데 여기서도 이럴줄을 몰랐소. 이만 실례하겠소.”
말을 마친 늙은이는 처녀를 데리고 가버렸다. 수철이는 단꿈에서 깨여난 기분이였다. 손에 잡힐듯 하던 행복이 남가일몽이 되다니? 수철이는 사라지는 처녀와 늙은이의 뒤에 대고 “따님이 정신병환자래두 일없습꾸마. 내 데리구 살겠습꾸마”하고 웨치고싶었다. 정말이지 수철이는 저런 미친녀자라도 무인지경에 데리고가서 단둘이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가고 생각했다.
누가 수철이를 미친 생각을 한다고 비웃겠는가? 그러더 이런 미친 생각을 하게 한 장본인은 누구인가?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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