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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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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대하소설 황혼 제3권(56) 여살인미수범 김장혁 댓글:  조회:221  추천:0  2024-10-13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6. 여살인미수범      류려평은 구치소 감방에 돌아와서도 뭔가 시름이 놓이지 않는 것이 있었다.     (종호는 말로는 성림 때문에 추석에도 산소에 가지 못한다고 했지만 요즘 귀국하겠는지 어떻게 아는가? 종호는 요즘  리혼수속하자고 귀국할 수도 있다. 나영과 지영이 종호와 지끈하는 즛살을 봐라. 그 년놈들이 하루속히 재혼하려고 하는지 누가 알아?)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떡 멈췄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쩌는가? 종호가 려향보다 먼저 귀국하는 날엔 큰 일인데.)     류려평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떼룩거리며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종호가 혹시 려향보다 먼저 아빠 산소에 가면 큰 일 아닌가? 내 아버지 뭐 널 보자고나 했니? 그런데도 아빠 신문사에 졸업배치해 주었다고 해마다 아빠 산소에 찾아가지 않았던가. 그 놈의 효성과 의리 큰 일이야. 그 놈한테 무수한 틈 탈 틈을 주었는데 이제도 그 놈한테 또 기회를 주면 어쩌는가?)    류려평은 벌떡 일어났다.    그는 감방 안을 서성거리며 궁리했다.     (안돼, 그 놈이 려향 먼저 산소에 가서 내 인생의 전부를 가져가게 할 순 없어.)     그녀는 철창가에 다가가 철창을 부여잡고 철문을 마구 두드리며 고함쳤다.     “여보세요! 경장님. 급한 일이 있습니다.”     “뭐 할락꼬 고함질인가?!”     여경이 시끄러워 하면서도 스적스적 다가왔다. 구치소의 여경은 경찰서의 여경과는 달리 꽤나 거칠게 굴었다.     류려평은 여경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황급히 요청했다.     “저의 딸을 불러 주십시오. 급히 면회해야겠습니다.”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또 무슨 면회인가?”     류려평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좀 봐주세요. 네? 딸과 급히 면회해야겠는데요. 제가 여기서 나가면 꼭 은혜를 톡톡이 갚아드리겠습니다.”     여경은 코웃음을 뀌었다.     “흥! 여기 대한민국에선 그따위 거 통하지 않아요. 오늘 구치소 면회실이 전에없이 분주해 다음 순서를 좀 기다리세요.”     류려평은 속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높은 가슴에 두 손을 모아쥐고 싹싹 비비며 비난사정을 다 했다.     “제발 딸과 면회하게 해 주십시오. 네?”     여경은 핼끔 째려보며 뇌까렸다.     “구치소에 면회 규정 있어요. 하루에 두번씩 면회는 불허요.”     “제발 면회시켜주세요. 네?”     여경은 시끄러워 발까지 탕 구르며 고함쳤다.     “안돼! 여기 뭐 다방인가 해? 누굴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가 해?”     “급한 일 있는데 좀 봐주세요.”     여경은 너무 한 감이 들었는지 되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며칠 후에 봐요. 쪼간한 딸애 자꾸 만나 무슨 꿍꿍이를 꾸미려는 건가? 이제 만난지 며칠인기여? 한 주일도 안돼 또 만나? 흥!”     류려평은 하는 수 없이 침대에 돌아와 털썩 들어앉았다.      며칠 후 여경이 찾아와 불러냈다.      류려평은 여경을 따라 나가면서 넌지시 물어 보았다.      “나를 검찰에 이송했는가요?”     여경은 류려평을 째려보며 코웃음쳤다.      “왜 그걸 물어 보는가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겼다.      “나를 검찰에 언제 이송하는지? 언제 검찰이 법원에 기소하는지? 이런  어 봐도 안되는가요?”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류려평의 손목에 쇠고랑이를 절컥 채웠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걸 왜 자꾸 물어요? 짜증나게.”      다른 여경이 류려평의 팔을 붙잡고 잔등을 밀었다.      “걸엇!”     여경들은 그를 면회실이 아니라 지하심문실로 끌고 내려갔다.     “아니, 내 딸과 면회하겠다는데. 면회 안 시키는가요?”     류려평은 불길한 감이 들어 주춤 멈춰섰다.     여경은 류려평을 힐끔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어조는 이전보다 퍽 부드러웠다.     “먼저 심문실에 들어가라구. 여기서 끝나면 딸을 마지막으로 만난게 해줄게요.”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가슴에서 망돌짝이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네? 마지막이라니요?”      그녀는 머리끼까지 곤두섰다.      “잔말 말고 심문실에 들어갓!”     류려평은 도살장에 끌려들어가는 개처럼 두 다리로 층계에 떡 벋티고 서 있었다.     두 여경은 류려평의 양팔을 붙잡고 마구 끌고 지하심문실로 들어갔다.      지하심문실의 탁상등이 쪽걸상에 물앉은 류려평의 수척해진 낯빤대기를 지질듯이 비추었다.     먹칠한듯한 맞은 쪽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 울렸다.     “류려평, 이종호씨를 안락사시키려고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주사한 살인미수혐의를 인정하는가?”     “전번에 다 성실하게 승인했는데요. 또 물어요?”     “재확인이 필요해요. 왜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는가?”     류려평은 시답잖게 대답했다.      “그 놈은 악마와 같습니다. 그 놈은 내 청춘을 빼앗고 내 인생을 망가뜨린 놈입니다. 량심도 없는 놈입니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그저 명색이 부부일뿐입니다. 그 놈은 사돈보기 하던 날에도 분명 자기가 내 정조를 유린하고서도 날 숫처녀 아닌가고 의심했습니다. 종호는 처음부터 날 고통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놈입닌다. 천번, 만번 죽어도 마땅한 놈입니다. 그래서 그 놈을 죽이려고 그 놈이 맞는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해넣었습니다. 그저 그 놈을 죽여치우지 못한게 한일뿐입니다.” 류려평은 종호를 물어뜯고나니 속이 다 후련해났다. 그러나 악처는 그렇게 악담한 결과가 기다린 건 엄벌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뒤이어 뭔가 복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금방 교대한 걸 확인하고 여기에 싸인하고 지장을 찍으세요.”     류려평은 종이장을 받아 쭉 내리읽어보고 싸인하고 빨간 도장집에 식지를 뚝뚝 찍어 뻘건 지장까지 꼭 눌러 찍었다.      “됐습니다. 모는게 끝났습니다.”     류려평은 의아한 눈길로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을 뚫어지게 마주 보면서 물었다.     “혹시 검사인가요? 이젠 한국 법원에 기소하는가요?”     “한국 법원에 이송하는 일은 없습니다.”     “네?!”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화등잔이 돼 입을 함박만큼 쫙 벌렸다.     “아니, 그럼 중국에 인도되는 겁니까?”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 류려평은 인터폴 규정과 중국 사법기관의 요구사항에 근거해 중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구머니!”     류려평은 머리 아찔해났다. 그녀는 정수리를 된방매에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쪽걸상에서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한참만에 류려평은 부시시 기어일어나 쪽걸상에 다시 앉아 꽥꽥 고함쳤다.     “항의합니다! 난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를 졌는데 왜 나를 한국 검찰에 넘기지 않았습니까? 왜 한국 법원에서 판결받게 하지 않습니까?”     “심문이 끝났습니다. 류려평은 중국으로 인도된다는 걸 정식으로 통지합니다.”     “한국 개새끼들, 더러운 괴뢰군 경찰놈들, 네놈들은 제 명에 썩어지지 못할 거야.!”     여경들은 류려평의 두 팔을 붙잡고 감방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원래 합숙감방이 아니라 중죄수처럼 독감방 안에 끌어다 가둬놓았다.     류려평은 심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심리균형을 이루기 힘들었다. 그녀는 독감방에서 미친듯이 한국 사법부와 경찰들을 욕해댔다.     그녀는 한국 법원에서 살인미수죄로 판결받으려고 순순히 살인미수죄를 승인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이거야 말로 긁어서 부스름을 만들지 않았는가? 중국에 인도되는 걸 막기는 고사하고 살인미수죄를 더 지게 되지 않았는가?) 진짜 역은 새 방아간을 날아지나간 격이 되지 않았는가.     류려평은 중국에 인도되지 않으려고 제 딴에는 빈틈없이 꾸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주도면밀하게 생각해보고 승인한 살인미수죄가 오히려 자기 목을 조이는 올가미 될줄이야. 진짜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 되고 말지 않았는가.     류려평은 그 올가미에 기대 한국에 남아 살아남으려고 한 것은 일종 허무한 꿈, 아니,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오산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감방 땅바닥을 치며 후회하고 통탄했다.       그녀는 믿던 기둥이 불시에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감방 땅바닥에 반듯이 쓰러져 가슴을 할딱거렸다. 똑 마치 덫에 치운 참새처럼 버둑거리며 가슴을 조였다.       (이젠 죽었어. 탐오(횡령)죄와 수뢰죄에 살인미수죄까지 졌으니 틀림없이 무기징역이나 총살받을 거야. 이 일을 어쩌는가?)     부패분자 류려평은 하늘이 쿵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그녀의 곰팽이 얼룩덜룩 낀 육체와 령혼은 깊고 깊은 시꺼먼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463    대하소설 황혼 제3권(55) 5만원 내막 김장혁 댓글:  조회:169  추천:0  2024-10-12
        대하소설 제3 권          김장혁        55. 5만원 내막       절그럭 절그럭.     구치소 감방 철문을 여는 열쇠 소리 들린다.     드르릉-     뒤이어 철문을 여는 소리 아츠럽게 들린다.     여경은 구치소 감방 안에 들어서자 여수감자들을 쭉 쓸어보더니 나영을 손가락질하며 명했다.     “나영이, 나와!”     나영은 류려평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시치미를 땄다.     “여긴 나영이 없어요. 박춘영 밖에 없는데요.”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영을 손가락질하며 꾸짖었다.     “너야! 잔말 말고 어서 제끼(빨리) 제끼(빨리) 나오락꼬! 꾸물거리면 면회 취소할 테야.”     여경은 제주도에서 대륙에 나왔는지 짙은 제주도 사투리를 툭툭 내뱉었다.    나영은 혀를 홀랑 내밀먼서 여경을 따라 철문께로 다가갔다.    “잠간!”    류려평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영이, 아니, 춘영이, 면회 좀 양보하면 안 되겠어? 내 급히 딸을 만나야겠는데. 안 되겠소?”    “글쎄…”    나영은 여경을 뒤돌아보았다.    “뭐야!”    여경은 류려평을 표독스런 눈길로 되돌아보았다.    “면회 순서는 구치소에서 정하지. 너꺼들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야.”    나영은 류려평을 미안하다는듯이 돌아보고 눈을 질끔해보이고 나서 곰상곰상 여경을 따라  면회실로 걸어갔다.    “누가 저를 만나려고 하는가요? 혹시 나영을 나포했는가요?”    “가 보면 알 거야.”    나영은 더 묻지 못하고 면회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뜻밖에도 유리판 너머 종호가 앉아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카시모도!”     나영은 콧마루가 시큼해 유리구멍으로 손을 넣어 종호의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춘영이, 그간 얼마나 고생 많았소?”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끊어진 구슬처럼 쓰라린 눈물을 줄줄 흐리었다.     종호는 유리구멍을 사이에 두고 두 손으로 나영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절대 짧은 생각을 하지 마오. 우린 꼭 쨍 하고 해 뜰 날을 맞이할게요.”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선생님도 살기 아무리 험난해도 굳세게 살아나가세요. 제가 감옥에서 나가는 그 날을 기다리세요. 저는 리사장님께 모든 걸 기대해요.”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는 종호의 믿음에 찬 너부죽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카시모도, 성림인 잘 있는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성림인 근심하지 마오. 우리 집에 데려왔소. 나와 려향한테서 한글을 배워서 학교에 가서 한글공부를 꽤나 잘한다오. 이젠 한국말을 아주 잘 하오. 고향에 있을 땐 한족 말 밖에 하지 않던게. 이젠 저네 언니 나영의 꿈대로 진짜 조선족 애가 돼 가고 있소. 속산토대도 있어 산수랑 제법 뾰족하게 하는 모양입데. 한국 여선생님이 표양까지 합데.”     나영은 종호의 손을 꼭 잡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성림이 공부를 잘한다니 기뻐요. 리사장님, 저의, 아니, 나영언니의 유일한 꿈과 희망은 성림 밖에 없는데요. 나영언니        그렇게 사랑하는 카시모도는 꼭 성림일 자기 친아들처럼 보살피리라 믿었어요. 성림을 참된 조선 애로 키우는게 나영 언니 소원인데요. 그 소원이 성사될 거 같아 좀 안심되는군요.”      그녀는 면회실 밖을 흘끔 곁눈질해보이며 뒷말을 이었다.     “나영 언닌 좋겠다. 그들 모자를 지극히 아끼는 카시모도 있어서.”     종호는 나영한테 용건부터 말했다.     “나영이, 아니, 춘영이, 내 리혼수속하러 고향에 피뜩 갔다가 돌아와야겠소. 내 가면 성림을 잠시 지영한테 맡겨놓기로 했소. 그래서 지영이 저네 세집에 들어갔는데 괜찮지?”     “되구 말고요.”    나영은 두말 않고 동의했다.     “지영이 셋집을 따로 잡을게 있는가요?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살아도 돼요. 우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온 딱 친군데요.”     종호는 나영이 평온한 심태를 보아 한발짝 더 나가 말했다.     “내 생각엔, 에헴,”     종호는 나영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나영이 언니 귀국해 사법기관에 자기 죄행을 성실하게 탄백하고 편안하게 사는게 좋을 거 같소. 언제까지 인터폴에 쫓겨다니면서 심장을 조이면서 살겠소? ”     나영은 종호의 손을 스르르 놓으면서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나영이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했답데다. 나영인 전람관 공금을 5만원 탐오한 죄 밖에 없는데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나영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영한테 탄백할 용기를 북돋아주려는 것이었다.     “나영언니는 성실하게 탄백하고 관대처벌을 기대하는게 명지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오.”     나영도 종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 돈 5만원도 나영언니 혼자 염채기에 처넣은게 아니랍디다.”     “뭐라고?”     종호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그 돈 5만원은 전람관 재건 대부금을 내오려고 나영언니와 최정호 국장이 은행 류덕재 행장과 류려평 부행장한테 주었다던데요.”     종호는 깜짝 놀랐다. 그의 짙은 눈섭꼬리마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 시각 면회실 흑유리판 건너 감시실에 앉아 있던 여경과 남경장도 그 이변에 저으기 놀랐다.     나영은 종호의 눈치를 흘끔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말 해서 되겠는지요? 리사장님 사모님을 해칠 거 같은데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절대 아니오. 류려평과 류덕재 같은 부패분자들의 죄행은 인정, 사정을 두지 말고 만 천하에 까밝혀야 하오. 황차 난 류려평과 리혼하기로 했소. 이제라도 나영 보고 사법기관에 이실직고하라고 하오. 사람도, 원, 참, 억울하게 혼자 죄를 들쓰고 있을게 뭐요?”     종호는 금방 류려평이 싸인한 리혼청구서를 꺼내 보였다.     “잘했어요. 이제 감옥에서 나가면 나영언니와 함께 아름다운 미래로 달려가세요.”    종호는 장난 같은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나영을 마주 바라보며 충고했다.     “나영언니 보고 그 5만원 내막을 사법기관에 사실대로 신고하라고 하오. 어쩜 이전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소.”     나영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그녀는 이젠 속일게 없어 종호 앞에서부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땐 나영언니 눈에 아마 콩깍지 낀 거 같애요. 나영언닌 최정호 국장을 미친듯이 짝사랑하다나니 성실하게 탄백하지 못한 거 같애요. 최정호 국장을 해칠 거 같아 억울한대로 혼자 그 탐오죄를 뒤집어 쓴 거 같아요. 최정호 국장은 적어도 나영을 전람관 부관장으로 제발해준 분 아니고 뭔가요?”     종호는 피씩 코웃음쳤다.     “최국장은 인간성이라고는 꼬물만치도 없는 배신자요. 여자들도 젊고 이쁠 땐 데리고 놀지만 자기한테 불리하기만 하면 가차 없이 헌신짝 차 버리듯 한단 말이오.”     나영은 종호의 손을 스르르 놓더니 천정을 쳐다보며 쓰라린 회한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그런 거 같아요. 후에 알고 보니 제가 전람관 재건비용 5만원을 탐오한 걸 그 놈이 심계국에 고발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것도 그 놈을 따라 한국에 들어와서야 심계국에 있는 사촌오빠를 통해 알게 됐어요.”     종호는 너무 한심해 주먹으로 면회실 면회대를 탁 쳤다.     “보오. 얼마나 음험한가? 앞에서는 저를 이뻐하는 척 하고 암암리에선  뒤통수를 쳤단 말이오.”     “그래요. 그놈이 그런 두 얼굴을 가진 음험한 놈일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     나영은 고통스레 뒷말을 이었다.     “지금 보면 그 놈은 그 5만원 사건을 고발해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놓았지요. 그 다음 날 동정하고 구하는 척하면서 데리고 일본과 한국 여기저기 도망쳤지요. 그 놈은 날 자기 정욕을 말리는 도구로 쓰려고 했지요. 난 그 늙다리 놈을 따라 일본이고 한국이고 돌아다니면서 줄곧 쫓겨다니면서 개고생이란 개고생은 다 하겠습니까?”     나영인 처음엔 “나영언니”, “나영언니” 뭘 어쩌구 저쩌구 했지만 나중엔 “나는”, “날”, “내” 어쩌구 저쩌구 말실수를 했다. 그런줄도 모르고 둘은 계속 말했다.      종호는 시간이 퍼그나 간 걸 알고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이젠 최정호 국장이나 류덕재, 류려평의 죄악을 사법기관에 폭로하라고 하오. 그 놈들의 죄행을 폭로하면 할수록 나영인 꼭 관대하게 처벌받을 거요.”      나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난 남편 철석을 보고 집에 돈으로 그 돈 5만원도 사법기관에 가져다 바치라고 했어요.”     종호는 면회대를 치며 일어났다.      “오- 그랬구만. 알고 보니. 나영은 탐오죄라기보다 공금남용죄 밖에 더 할게 없소. 꼭 경하게 처리받을 거 같소. 나영인 당장 귀국하는게 옳은 거 같소.”     나영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글세요. 저도 나영언닌 자기 대신 나를 감옥에 처넣자고 할 거 같잖은데요. 전번에 벌써 경찰들은 나영이 수원에 있다는 걸 다 위치추적했던데요. 나영언니 숨으면 언제까지 숨어다닌단 말인가요? 붙잡히면 둘 중에 하나는 나영으로 쇠고랑이를 차고 귀국해야 될게 아닌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저네 쌍둥이자매가 명지한 선택을 하기 바라오. 나영인 하루속히 인터폴에 신분을 제대로 밝히고 귀국해 사법기관에 성실하게 탄백해 관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오. 그게 유일한 재생의 길이라고 생각하오.”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만 하세요. 시간 됐어요.”     종호는 나영을 두고 가기 아까워 손을 놓지 못했다. 그는 나영의 손을 꽉 잡아 자꾸 흔들었다.     나영은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종호와 쓸쓸히 리별했다.     “우리 다시 만나요. 카시모도-”    나영은 끝내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여경한테 끌려가면서도 흑흑 흐느껴 울었다.    지루한 고통에 그녀는 마음이 진절머리나게 질렸다. 진짜 이런 고통의 심연은 언제까지일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462    대하소설 황혼 제3권(54) 리혼 김장혁 댓글:  조회:178  추천:1  2024-10-10
   대하소설 제 3권           김장혁           54. 리혼       종호는 사돈보기에 터졌던 류려평의 정조 의혹을 회억하자  코웃음이 절로 났다.     (어쩜 그때 불여우 같은 년의 눈물에 홀딱 속아 넘어갔을까? 류려평, 넌 근본 숫처녀가 아니였어. 진작 류덕귀와 바람을 피웠어. 네년의 패륜을 발견 못한게 머저리지.)     종호는 며칠 전에야 류려평이 류덕재와 처녀총각 때부터 살을 섞었고 리려향까지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종호는 류려평의 불륜사실을 처음 듣는 순간 정수리를 큰 메에 떵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머리가 뗑해나 하마트면 컴퓨터에 쓰러질 번했다. 귀뿌리 윙 해나고  눈앞이 아찔하고 캄캄해났다. 눈 앞에 무수한 시뻘건 별찌가 날아내렸다.     (이제껏 수십년 동안 그년을 숫처녀로 믿어온게 바보지. 멍청이지. 그런 년을 조강지처라고 버리지 않은게 머저리지. 진짜 넌 생활  이 영펄이야. 그래서 류려평이 널 생활이 영펄이라고 비난했겠다. 그런 눈치도 채지 못한게 머저리지. 그런 년을 사랑도 없이 수십년이나 명색이 안해로  산게 잘 못이지.)     종호는 토굴 같은 세집에서 쓰러져 자기 과거를 꾸짖었다.    (갈보년이 리혼하자고 할 때 왜 리혼해주지 않았어? 난 바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난 려향이 류덕재와 류려평이 바람을 써서 낳은 애라는 것도 모르고 친딸인가고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사랑했지. 입에 들어간 고기도 빼서 먹일 정도로 애지중지 키웠잖았는가? 건축현지에 가서 남자의 소중한 그거까지 잃어버리면서 아글타글 번 돈으로 려향을 서울에 데려다가 공부시켜 박사까지 만들지 않았는가. 진짜 난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야.)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젠 결단코 리혼이야. 그런 년과 한 집 호적을 올린 채 산다는게 고통스럽다. 세상 사람들이 알면 나를 뭐라겠는가? 세상 인간사의 죄악이야. 우리 왕의 후대인 전주 리씨의 수치야. 치욕이야.)    종호는 세종대왕님을 비롯한 조상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는 그 길로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을 만나러 구치소로 달려갔던 것이다.    그럼 류려평이 수십년이나 은페됐던 그 불륜사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극을 종호가 어떻게 알게 되였을까?  세심한 독자들은 이런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일전에 종호는 리려향을 통해 류려평을 감시하려고 리려향한테 명품 핸브빽을 선물한 적이 있지 않는가.     종호는 그 핸드빽에 반짝거리는 맞단추대신 보석맞단추형, 초미형 몰카를 장치해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종호는 컴퓨터만 켜면 실시간으로 리려향의 핸드빽을 따라 모든 걸 손금 보듯 감시할 수 있었다. 그는 려향을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요하게 려향과 류려평의 행적을 알아내려는 것이였다.     려향은 류려평을 면회하러 갈 때 그 핸드빽을 들고 구치소에 찾아갔던 것이다. 비록 그 핸드빽을 구치소에서 여경이 몰수해 임시 지하감시실 사무상에 놓아뒀지만 까만 감시 유리 넘어 류려평과 려향의 밀담을 다 비디오촬영하고 녹음할 수 있었다.     그날 류려평이 려향과 한 밀담이 몽땅 녹음됐던 것이다. 종호는 그들 모녀가 갈라질 때 류려평이 고함친 소리를 여러번 되돌려 들어보며 분석했다.     “외할아버지 산소에 내 인생의 전부가 있다.”      “종호는 네 친아빠 아니야. 네 친아빠는 류덕재야.”     그때 종호는 셋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또 보았다. 세상에 어디 비밀이 있는가?     세상에 바람이 새지 않는 벽이 있는가?     이래서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종호는 류려평과 류덕재의 불륜을, 려향이 자기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았다.     (이 년이 제 애비 산소에 뭘 묻어둔 거 같구나. ‘인생의 전부의 비밀’? ㅋㅋ. 네년의 인생전부는 뭐냐? 탐욕스레 긁어모은 부정축재 밖에 있어? 엉큼한 년, 그 부정축재를 썩어지기 전에 려향한테 물려주자는 거지. 려향 보고 파서 쓰라는 뜻이구나. 네년 뜻대로 될 거 같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돼.)     종호는 컴퓨터를 통해 그날 리려향이 구치소에서 류려평과 갈라져 집에 돌아오면서 보라배공원 부근에서 혼자 울면서고 한 넉두리 녹음도 다 들을 수 있었다.     “날 친딸로 여긴 아빠 불쌍해. 양아빠도 아빠야. 허나 진짜 아빤지 아닌지. 유전자 감정을 해 봐야 해…” 심지어 종호는 려향이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자기 머리를 비누에  감아주는 척하면서 세면대에 널린 머리카락을 몇대 주어 종이에 싸서 핸드빽에 챙기는 것도 다 알았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울 필요없지. 모녀간이 어떻게 노는가 더러운 꼴을 두고 봐야지.)     그는 려향을 놀래우지 않으려고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종호는 지하철에서 내려 곧추 구치소로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구치소에 이르러 당직경찰을 만나 류려평과의 면회를 신청했다.     드디어 종호는 철창 속 면회실에서 류려평을 만날 수 있었다.     류려평은 철창 속에서, 고통 속에서 죄값을 치르느라고 심해를 겪어서 그런지 유들유들하던  낯에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퍽수척해지고 눈확도 푹 꺼졌다.     그녀는 면회실에서 자그마한 유리창 넘어 종호를 마주 보는 순간 푹 꺼진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복잡한 생각을 베아링처럼 굴렸다.     (저 놈은 어떻게 돼 왔어.)     류려평은 여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난 배 아파 저 사람과 면회 못하겠는데요. 취소하면 안돼요?”     여경은 피씩 코웃음쳤다.     “면회가 어디 애들 장난인가? 취소는 안돼요.”     류려평은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숙이고 종호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여경이 나가자 머리를 쳐들고 종호를 째려보면서 나직이 물었다.     “날 찾아 온 용건이 뭔가요?”     종호도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웃으며 려평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류려평, 당신은 30여년 나와 함께 살아온 조강지처 아니고 뭐요?  물독이 떵떵 어는 셋집에서 함께 고생하면서 살아온 안해 아니오? 제 구치소에 갇혔는데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하오. 그간 고통이야 얼마나 받았겠소?    류려평은 속으로 피씩 웃었다.     (고양이 쥐를 생각한다고나 해라. 오늘 이 놈 이 뭐 비난사정할 일이 있는 모양이지? 왜 첫마디부터 입에 꿀을 발라가지고 이 지랄이야?)    류려평은 낯에 쓴 웃음을 흘리면서 물었다.    “쓸데 없는 말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하오. 무슨 일 있어 불시에 찾아왔소?”     종호는 가슴을 내밀고 한숨을 후 내쉬며 가방에서 종이 한장과 필, 도장집을 꺼내 건넸다.    “종이에 걸 읽어보고 동의되면 싸인해 주오.”    류려평은 짙은 눈섭꼬리를 치켜올리며 종이장을 가져다 보았다.    “리혼청구서?”    류려평은 종호를 쳐다보더니 깔깔깔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머리 돌아가는구만. 진작 이랬어야지. 내 리혼하자 할 때 제꺽 리혼할게지. 수십년이 지난 이제야 머나먼 한국에 와서 이럴게 있소? 당신 어쩜 그렇게 고집불통이오? 우린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으면서 각자 수요에 의해 맺어진 부부 아니오? 그때 난 아빠 강요에 못이겨 대학생이라고 당신과 약혼하고 결혼했댔소. 이젠 후회해도 쓸데 없지만,  당신은 우리 아빠 권력을 빌어 기자 꿈을 실현하려고 나와 정치결혼했잖아? 허울 밖에 없는 가정 울타리에 얽매여  날 한뉘 평생 억지로 살게 할게 뭐요? 숱한 고통을 받게 할게 뭐요?”     류려평은 단통 펜을 들어 싸인해주었다. 그리고 종호가 내민 도장즙에 식지를 뚝뚝 찍어 리혼청구서에 빨간 지장을 꾹 눌러 찍었다.      그녀는 리혼청구서를 종호한테 주면서 말했다.     “당신도 내 보는 앞에서 싸인하고 지장을 찍소.”     종호도 리혼청구서에 싸인하고 지장을 찍었다. 이제 이 리혼청구서를 가지고 귀국해 민정국에 가서 리혼서에 도장을 꽝 찍으면 끝이었다. 악연으로 맺어진 혼인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종호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저으기 홀가분해지는 감을 느꼈다.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부탁했다.      “우린 이젠 부부가 아니라는 걸 려향이 증명서게 해야지. 핸드폰으로 그 리혼청구서를 사진을 찍어 이 자리에서 려향한테 전송하오.”      “그러지.”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사진 찍어 당장에서 려향한테 전송했다. 류려평은 종호가 내민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쓰라린 눈물까지 수척해진 낯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리면서 연기를 놀았다.     “하루 밤 부부가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필경 우린 몇십년을 살아오지 않았소? 싸운 정이라도 있잖고 뭐요? 우린 공동재산인 려향을 봐서라도 서로 원쑤취급은 하지 말기오.”     종호도 머리를 끄덕이면서 맞연기를 놀았다.     “그렇지. 려향은 우리 둘의 딸인데 려향의 아빠와 엄마를 해쳐서야 안되지. 서로 원쑤는 아니잖고 뭐요?”     “그래요. 서로 돕진 못해도 해치진 말아야죠.”     종호는 고의로 이런 말을 흘렸다.     “당신은 숫처녀 몸으로 내한테 와서 고생이 많았소. 남만큼 해주지 못하고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하오.”     류려평은 그 말이 비웃는 반어인지도 모르고종호가 아직도 자기를 숫처녀로 믿는가 여겼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바보 같은 종호의 너부죽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관심사부터 무거운 입을 뗐다.     “재산분할은 어떻게 할 예산이오?”     류려평의 눈길은 섬찍할 정도로 이상할만치 음침한  빛이 번뜩이었다.     “당신이 무슨 수로 부정축재를 했든간에 난 하나도 관심이 없소. 또 당신의 걸 아무 것도 가지지 않겠소.”     류려평은 정신 나간듯이 박수까지 치면서 깔깔 웃었다.     “통쾌하군요. 点赞!”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다잡아 물었다.     “려향은 어쩔 예산이오? 그 앤 우리 둘의 공동재산이 아니고 뭐요?”     그 허위적인 소리를 듣고 종호는 속으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더러운 갈보년, 아직도 날 속여? 누구 안전이라고 아직도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아옹 해? 흥!)      그는 밸 같아서는 류려평의 더러운 정체를 홀딱 발가놓고 싶었다. 그러나 뒷일을 고려해 모르는 척 하며 아닌 보살을 떨었다.     그는 머리를 쳐들어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진짜 류려평은 어쩜  허위를 꾹 묶어 놓고 옷을 입혀 만들어 놓은 허위허수아비  같았다.      그는 허위적인 류려평을 쳐다보면서 속셈을 물었다.      “제 생각엔 어쩌면 좋겠소?”      류려평은 눈물을 훔치면서 울먹울먹해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 앤 참 불쌍하오. 이 에미 감옥에 들어가면 그 앤 어쩌는가요? 당신이 계속 한국에서 좀 돌봐 주오.”     종호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아직까지도 려향일 내 친딸이라고 속이면서 뒤나 씃어주라는 거야?)      허나 종호는 속심과는 다른 말을 했다.      “려향은 내가 이때까지 혼자 길렀잖았소? 이젠 려향이 없인 난 살거 같잖소. 부녀간의 정을 어찌 버리겠소.”      종호는 웃으며 통쾌하게 대답했다.      “려향은 근심하지 마오. 그 앤 우리 둘이 옥신각신 싸우면서 사는  집에서 불행아로 태여나 우릴 따라 고생도 많이 했소. 난 그 애를 유일한 희망으로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소. 저도 옆에 없는데 내나 그 애를 끝까지 보살펴야지. 누가 돌보겠소. 그 앤 이젠 다 커서 제 노릇을 하오. 지금 한국의 한 대형반도체회사 회장 비서로 취직했소. 한달에 350만원씩 로임 타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고까짓 로임 타면서 회장놈의 밑에서 어떻게 고생하겠소? 내 이 지경이 안돼도 그 앨 그렇게 고생시키지 않겠는데. 당신이 끝까지 보살펴주겠다니 려향이 일은 시름놓겠소. 고맙소.”      뒤이어 그녀는 머리를 쳐들고 아직도 리용가치 있는 바보 같은 종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 당신을 안락사시키려고 한 죄행을 똑똑히 인증 섰소? 난 당신이 맞는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했는데.”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증명섰소. 난 그때 기실 자는 척 하면서 당신의 일거일동을 다 살피고 있었소. 주사바늘도 내 뽑아버렸소.”     류려평은 섬찍해났다.     "당신 진짜 간첩처럼 능청스럽군요."     종호는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당신은 음험하기로 짝이 없소. 왜 날 살해하려고 했소?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 악연이라도 그렇지. 죽이까지 할 건 없잖소?”     류려평은 괜히 갈등을 격화시켜 자기 부탁을 듣지 않을 가봐 가까스로 꾹 참았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묻는 말엔 대답하지 않고 동문서답했다.      “그래 원쑤를 갚으려고 제대로 증명서지 않았단 말이오? 듣는 말에 의하면 당신은 자살하려고 자기절로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탔다고 했다던가. 또 날 시켜서 주사하게 했다고 했다면서?”     종호는 곧이곧대로 말했다.     “처음엔 당신을 구하하려고 그렇게 말했소.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부인하려고 했소. 그래서 경찰들 앞에서 당신이 링겔병에 뭘 주사한 적이 없다고 했댔소.”     류려평은 흑유리판을 힐끔 돌아보더니 종호 앞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나직이 말했다.      “여경들이 다 감시하고 있소. 말을 주의해 하오.”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나직이 뒷말을 이었다.     “후에 려향이 그러던데. 당신이 날 안락시키려고 들었다고 증명서야 엄마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겠소? 당신이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로 판결받게 돼야 중국에 안도되지 않기에 살아남을 수 있답데. 인터폴에서 중국에 이송하면 중국에서 엄벌을 피면할 수 없다고 근심하더군. 당신이 횡령(탐오)죄, 수뢰죄로 사형받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난 진술을 바꿔 사실대로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증명섰소.”     류려평은 섬찍해나 퉁사발눈 흰자위를 번뜩이며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잘했소. 당신 진짜 량심만은 남아 있구만요. 그런줄 알았더라면 내 밖에 있을 때 당신을 잘 해줬겠는걸. 진짜 후회돼요.”     류려평은 불시에 무슨 일이 떠올랐는지 다급히 물었다.     “그래, 언제 리혼 도장 맞으러 중국에 들어갈 예산인가요?”      그녀는 얼굴에 긴장김이 흐르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종호는 모든 걸 속이기로 했다.      “후에 시간 나지면 가지.”      종호와 려평은 둘 다 능청스레 주고 받았다.      “어째 그 일을 질질 끄오? 오래잖으면 추석이 되겠는데 겸사해 빨리 들어갈게지.”      “추석이 아직 한달도 넘어 있는데 려향을 누가 밥을 해주겠소. 설상가상으로 나영이 구치소에 들어와서 성림이 우리 집에 와 있소.       그 애를 누가 학교에 데려가고 집에 데려 오겠소?”      류려평은 단통 상통을 찡그렸다.      “당신 진짜 바보요. 그게 뭐요? 나영이네 애를 어째 그 비좁은 셋집에 끌어들였소? 려향이 얼마나 불편하겠소?”      그녀는 종호를 핼끔 곁눈질하더니 물었다.      “당신 진짜 나영과 살려고 환장했지? 이전부터 나영을 좋아했지?”     종호는 버럭 화를 냈다.      “내 사생활에 작작 삐쳐! 우린 이젠 부부 아니야!”      “려향일 생각해 그래. 당신 같은 등신한테 려향일 맡겨서야 편한 날 있겠니? 진짜 바보!”     종호는 뻘떡 일어나며 려평을 손가락질했다.      “당신은 자기 지은 죄나 탄백하고 잘 반성하기나 해. 죄값을 단단히 치를 준비나 하라구!”     그는 이렇게 툭 쏴줄가 하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켜버렀다.     “당신과 더 할 말이 없소.”     “여보! 당신 내 말 듣소…”     류려평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였다.     “그만 하세요! 시간 됐어요.”     여경과 남경이 들어와 종호와 류려평을 갈라놓았다.     “당신 내 말 명심하라구. 나영이네 애를 집에서 내보내라구.”     그러나 종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경과 함께 면회실에서 나가버렸다.      남경이 종호와 함께 복도로 나가면서 물었다.     “전번에 보라매공원에서 체포돼 구치소에 들어온 녀자 나영이 맞지요? ”     “아닙니다. 그 녀자는 나영의 쌍둥이 여동생 박춘영입니다. 금방 성림이 나영의 애란 말을 그만 말이 빗나갔습니다.”     그제야 종호는 말실수를 한 걸 알고 입에 빗장을 질렀다.     침묵이야 말로 세상 잘못과 비밀을 입감옥 안에 가둬 두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지 않는가.     종호는 구치소 대문으 나서는 순간 한 가슴 가득히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그는 사랑도 없이 허위로 시작돼 허위로 종지부를 찍은 이른바 “가정”을 생각하니 얼마나 홀가분하고 기쁜지 몰랐다. 황홀한 새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종호는 걸음도 한결 가볍게 앞으로 나아갔다.
461    대하소설 황혼 제3권(53) 숫처녀의 정조 김장혁 댓글:  조회:222  추천:0  2024-10-08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3. 숫처녀 정조        구급치료를 거쳐 류려평은 생명의 위험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하신에서 하혈이 지혈되었고 해바잫던 얼굴에도 점차 피색이 돌기 시작했다.     종호는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만약 려평이 잘 못되는 날엔 어떻게 살아? 난 류려평을 해친 나쁜 놈이 아닌가?)     종호는 그 최악의 종말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구급병실에 류려평을 입원시킨 때부터 종호는 신문사 김사장한테 청가를 맡고 출근하지도 않고 밤낮 류려평의 침대 옆을 지키면서 뒤시중을 했다. 밤중이면 너무 곤해 류려평의 침대 맡에 머리를 파묻고 잠시 눈을 붙이네 했다.    이른 아침에 종호는 자전거를 타고 40리나 떨어진 집에 돌아갔다.    엄마는 종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새애기는 병세 어떠냐?”    “살아났습구마. 하혈도 지혈됐습구마.”    그러자 아버지도 한숨을 후- 내쉬었다. 아버지는 류려평이 체대가 약해 애내기를 하겠는가고 저으기 근심해왔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어 꽤나 속을 태웠었다.     만순과 만호도 꽉 엉켰던 얼굴 근육을 점차 풀었다.     종호는 엄마를 보고 “류려평이 젤 좋아하는 닭곰죽을 끓여줍소.”라고 했다.     집 사랑채 덕대에는 전번에 사돈보기에 쓰고나니 씨암닭 한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허나 엄마는 며느리감을 보양해주려고 주저하지도 않고 씨암탉을 잡아 튀를 해 쇠가마에 시루를 얹고 앉혔다. 뒤이어 엄마는 쌀독에서 새하얀 찹입쌀을 바가지로 퍼내 물에 일어 닭고기 아래 펴놓았다.     종호는 부엌에 내려가 나무를 아궁이에 쑤셔놓고 불을 일궈 왕왕 땠다.     이윽고 쇠가마에서 쌕김이 쌕- 나왔다.     한참 후 엄마가 쇠가마 뚜껑을 여니 구수한 닭곰밥 냄새가 온 집 안에 풍기었다.  먹음직한 닭곰밥을 밥곽에 퍼담아 가지고 정신잃고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돌아왔다.    “앓는 사람 두고 어데 갔댔어? 배고파 죽겠다.”    류려평은 헐레벌떡거리며 병실에 들어선 종호를 표독스런 눈길로 흘겨보며 두더벌거리였다.     “려평이, 젤 좋아하는 닭곰밥이오.”     그는 려평을 부축해 앉힌 후 닭곰밥을 사발에 퍼담아 한술, 한술 떠 류려평의 입에 떠 넣었다.     려평은 몇술 받아먹는 척 하더니 죽사발을 탕 쳐버렸다.     짤라당!     죽사발이 박살나 땅바닥에 뒹굴었다. 다른 환자들은 상을 찡그리었다.     “왜 이러오?”     종호는 류려평을 흘겨보았다. 그때만 해도 종호는 혈기 왕성한 열혈청년이서 자존심이 면도칼날 같이 서슬푸르렀다.     “먹지 않겠으면 말게지. 웬 가장치기요?”     류려평은 다른 환자들 보기 창피한줄도 모르고 퉁사발눈을 부릅뜨면서  고함쳤다.     “날 죽이자고 작정했어? 어제 밤에 그게 뭐야? 살살 하라는데. 조용할 때 그러자는데. 미친 개처럼 달려들어 마구 들쑤셔놓고서도 떽떽거려?”     그제야 종호는 머리를 숙이었다.     “려평이, 미안하오. 참지 못하겠는 거 어쩌오?”    류려평은 퉁사발눈에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호통쳤다.     “미안하다, 한마디 말이면 다야?”     종호는 난감해 두 손을 싹싹 비볐다.     “그럼 어쩌라오?”     류려평은 엎딘 바에 절이라고 종호를 혼찌검내려고 들었다. 완전 길을 들이려는 잡도리였다.     “꿇어엎드려 빌어라!”     “쳇!”     종호는 외까풀눈을 부라리었다.     “꿈도 꾸지 말라. 날 노예로 보니? 우리 조선족 사나이들에겐 색시한테 꿇어 비는 습관이 없다. 어림도 없어!”     “아이고, 분해라!”     류려평은 온종일 울고 불며 야단쳤다. 그녀는 오히려 종호를 혼찌검내면서 자기가 언녕 정조를 잃은 불륜녀, 숫처녀 아닌 정체를, 아니, 추태를 감추려고 들었다. 옆에 환자들이 있어 류려평은 억울함을 더 토로하지 못했다.     그러나 총명한 종호는 류려평이 아무리 울고불고 떠들어대도 두뇌만은 명석했다. 그는 어쩐지 류려평의 그게 헐럭한 감에 미심해남을 감출 수 없었다.     종호는 금방 죽다 살아난 류려평을 어쩔 수 없어 잠시 더 따져묻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어쩐지 류려평을 시간을 들여 잘 알아 보지 못하고 소홀히 번개식 약혼을 한 것이 꽤나 속에 께름직했다.     (사랑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두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야. 만약 사랑의 심장에 티 끼꺼나 곰팽이 끼면 그 사랑은 언제든지 급사할 수 있어. 숫처녀의 정조는 사랑의 생명선이야. 만약 정조를 잃었다면 숫처녀가 아니다. 정조를 잃은 녀자는 작풍이 단정하지 못한 더러운 녀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내가 어찌 숫처녀 아닌 갈보, 바람쟁이와 결혼한단 말인가?)      종호는 류려평의 하얀 허벅다리와 탄력있고 살진 엉덩이를 훔쳐보면서  어쩐지 어떤 놈이 먼저 다친 감이 들었다. 자꾸 류려평의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얼른거려 지꿎게 그를 괴롭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요대기 위에는 분명 빨간 매화꽃이 피지 않았는가. 그건 그래 숫처녀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빨간 매화꽃은 사돈보기 하던 날 밤에 려평의 몸 속에 들어가는 순간 처녀막이 터지면서 그린 걸작이 아닌가. 건데 왜 하신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흘렀어? 처녀막이 터지면 그렇게 많은 피가 흐른단 말인가?)     사실, 류려평이 사돈보기 하는 날 밤에 요대기에 흘린 피는 종호가 너무 저돌적으로 다룬 바람에 낙태하면서 자궁에서 흘린 피였다. 그러나 류려평이 주도면밀한 사전 포석을 했기에 의사들은 입에 빗장을 지르고 낙태 비밀을 엄수했던 것이다. 때문에 종호는 류려평이 낙태한 걸 모르다나니 무슨 피인 걸 전혀 알 수 없었다.     종호는 난처한 대로 엄마한테 자문했다.     엄마는 확신에 차 말했다.     “요대기에 흘린 피는 처녀라는 걸 증명한다. 어째 사돈보기까지 한  며느리감을 의심하니? 절대 의심하지 말라.”     그러나 종호는 반신반의했다.     “어쩐지 헐럭한 감이 납데. 처녀막이 터지면 녀자들이, 아니, 숯처녀면  저렇게 처음에 피를 많이 흘리오?”     그제야 엄마는 종호가 뭘 의심한다는 걸 눈치채게 됐다. 엄마는 종호의 손을 잡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많이 흘릴 수도 있다. 어떤 숫처녀들은 우리 며느리감처럼 너무 많이 흘려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류려평은 숫처녀야. 절대 의심하지 말라. 그걸 의심하면 화목하게 살 수 없다. 이 일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 남들이 알면 세상 웃음거리 된다.”     그러나 종호는 엄마의 신신당부대로 하지 못했다. 의심되는 걸 깨지 않고선 미적지근해 류려평과 결혼해 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류려평이 퇴원하기를 기다려 조용히 따지기로 했다.     한 보름 뒤 퇴원하는 날 류려평은 또 고의로 두 팔을 벌리고 어리광을 부렸다.     “종호, 날 업어달라.”     종호는 옆에 서 있는 류생남 국장과 장모를 보기 부끄러워 서성거렸다.      “업어 주게.”     류국장은 종호를 쏘아보며 명령하듯 분부했다.     종호는 포로처럼 장인이 하라는대로 넙죽한 잔등을 둘러대고 류려평을 업고 병실에서 나갔다.     바깥에는 낯모를 30대 사내가 찌프차 옆에 서 있었다.     “오빠, 직접 왔소? 감사하오.”     그가 바로 류덕재 행장이라는 것을 종호는 처음 보았다.     “괜찮니?”     “씨, 죽다 살았다. 어째 문안하러도 오지 않았니?”     류덕재는 말상을 가로 저었다.     “출장했댔어. 이제야 병문안하러 와서 미안해.”     류덕재는 두터운 돈봉투를 류려평의 손에 쥐워 주었다.     류려평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쳐 그 돈봉투를 채가듯했다.     얼핏 봐도 50원짜리 백장은 돼보였다.     류덕재는 종호와 악수했다.     “매부겠지? 처음 뵙소. 우리 잘 보내자구.”     종호도 사람좋게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러죠. 건데 류려평과 어떻게 되는지?”     류덕재는 종호와 류려평의 눈치를 번갈아 흘끔거리며 직답했다.     “난 류려평의 종친오빠요.”     류려평도 종호 귀를 비틀어대며 지껄였다.     “잘 봐라. 내 젤 큰오빠야. 날 업신여겨 봐라. 우리 오빠와 동생들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류덕재는 종호를 재려보며 찌프차 문을 척 열었다.     “려평아, 차에 타.”     류려평은 종호의 잔등에서 내릴 예산도 없었다.     “오빠, 차 필요없어. 오늘 신랑감한테 업혀 집에 갈 거야.”     류덕재는 말상을 쳐들어 종호를 쳐다보았다.     종호는 말상을 마주 보며 선선히 대답했다.     “내 집에 업어 가겠소.”     류덕재는 찌프차 문을 쾅 닫으면서 비아냥거렸다.     “신랑감을 참 잘 만났구나. 이젠 오빤 한시름 놨다.”     류려평은 종호의 잔등에 업혀 가면서 류덕재를 돌아보며 손을 저었다.     류생남 국장은 류덕재와 딸이 너무 지끈하는 것에 눈살을 찌프렸다. 그는 종호가 오해할가 봐 뒤따라가면서 말했다.     “저 앤 내 종친 조카인데 은행 행장이오. 려평과는 어려서부터 친오누이처럼 함께 자랐지. 죽마고우야. 난 려평이 형제 없다고 내 형님네 저 애와 친하게 보내게  했소.”     종호는 그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류덕재가 류려평의 정조를 빼앗은 놈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후 몇십년 동안 류덕재가 종호네 부부를 친동생들처럼 보살펴준데다가 불여우 같은 류려평이 어찌나 주도면밀하게 자기 추태를 감추고 그럴듯하게 꾸며댔는지 종호는 종친 오누이로 탈을 쓴 그들의 추접스런 관계를 꼬물만치도 눈치채지 못해 전혀 의심하지도 않았다.     종호는 류려평을 업고 가시집 2층 아파트에 올라가 침대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가시부모가 씨무룩이 웃으며 방에서 나가자 종호는 류려평을 꽉 껴안아 주었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무섭게 흘기며 종호의 가슴을 쾅 밀어내고 발길로 엉덩이를 걷어차 놓았다.     류려평이 퇴원한 기쁨도 얼마 가지 못했다.     며칠 후 가시집이 비자 종호는 류려평을 데리고 가을낙엽이 우수수 져 강물에 떨어지는 강변에 나갔다.     누르스럼한 버드나무 우거진 강변에는 참새들이 짝을 지어 날아다니며 재잘거렸다. 참새들도 눈송이처럼 겹겹이 쌓인 의혹의 비밀을 밝히려는 상으로 귀찮게 재잘거리다가 포로롱 포로롱 날아가버렸다.     종호는 누런 버드나무 이파리를 쭉 훑어 강물에 훌 뿌렸다. 그는 몸을 돌려 류려평의 어글어글한 눈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려평이, 한가지 물어보기오.”     류려평은 덴겁해 보름달 같던 얼굴을 단통 서리맞은 박처럼 일그려뜨렸다.    “뭘? 기분 좋은 말만 해라. 내 금방 퇴원했는데 속상하지 말게…”     종호는 체면을 돌볼 새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몇가지 의문이 있소.”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릅뜨며 꽥 고함치며 반발했다.     “관둬! 또 그 소린가? 어째 날 속이 타 죽게 마들 작정인가?”     “아니, 우린 꼭 의문스러운 걸 깨고 지나가야 되오.”     “갈라지려면 갈라지자. 잔소릴 작작 해라!”     “갈라지는 건 쉽소. 그러나 모든 의문을 깨고 나면 우리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오.”     “사랑? 우리 둘이 련애도 하기전에 의심부터 이렇게 많고야 무슨 사라을 논해? 쳇! 웃긴다, 웃겨!”     그러나 종호는 멈추지 않고 의혹을 꺼냈다.     “어쩐지 그날 제 그게 헐럭한 감이 듭데. 그날 흘린 피는 처녀막이 터지면서 흘린 피오? 뭐요?”     류려평은 종호의 귀쌈을 찰싹 갈겼다.      “이 놈 새끼! 또 그 개 소린가? 지금 순결한 숫처녀인 내 몸을 의심하는 거야?”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제 쪽에서 도적이 도적이야 하는 격으로 호통쳤다.     “어째 짐승처럼 마구 들쑤셔 죽을 번하게 해놓고서도. 구급해 겨우 살아나니 날 의심하는가?!”     종호는 무턱대고 의심하는 것 같아 어조를 될수록 좀 부드럽게 했다.     “내 이번만 물어보고 다신 묻지 않겠소.”     그는 좀 사색을 굴리다가 뒷말을 이었다.      “사랑이란  처녀 총각의 두 심장이 연주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순정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오. 우리 영원히 행복하자면 정조는 생명선이오. 정조를 잃은 숫처녀 아니면 우린 결혼해서 뭘 하겠소? 그렇게 불결한 갈보와 결혼할게면 자살해 죽고 말겠소. 나는 티없이 깨끗한 숫처녀와 결혼하고 싶소.”      류려평은 피씩 코웃음쳤다.      “정치학부 대학생이 돼 정치만 잘 하는가 했더니 넌 련애소설도 꽤나 많이 읽었구나. 어쩜 결백한 날 의심할 수 있니? 그날 난 아파 죽을 번했어. 내 ‘아가!’ ‘아가!’ 하던 소리 기억도 나지 않느냐? 네가 마구 쑤셔댈 때 내 하신에서 뭔가 미쳐날뛰는 네 놈 그걸 저애하는 감이 들었어. 아마 처녀막이 네 그게 들어오는 걸 막다가 터진 거겠지. 난 처녀막이 터지면서 띠끔따끔 아파 죽을 번했어. 어쩜 그렇게 실한 걸로 미친듯이  들쑤셔댔으면 그렇게 숱한 피를 흘렸겠느냐?’      종호는 그 말을 딱 곧이들었다.      그는 류려평의 손까지 덥썩 잡고 머리를 끄덕였다.     “감사하오. 류려평이, 어떻게 하나 제 결백을 증명해주오. 부탁이오. 그럼 난 류려평에 대한 의심을 다 털어버리고 행복하게 살 게 아니오. 그럼 우리 둘이 다 어두운 그림자를 다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소. 내 의문나는 걸 제기하면 사실대로 대답해주오.”     류려평은 어글어글한 쌍겹눈이 화등잔이 돼 종호를 쏘아보았다.      “또 뭐야?”     뒤이어 종호는 또 이런 의문을 들고 나왔다.     “그날 넌 처음부터 반듯이 누워 두 다리를 쳐들었어. 내 보고  ‘위로 그래라’고 말했어. 넌 어쩜 그렇게 경험 있느냐?”     종호와 류려평의 이상한 빛이 번쩍이는 눈길이 부딪쳐 시뻘건 별찌가 툭툭 강물에 떨어졌다.     류려평은 억울한듯이 종호의 귀를 쥐어 비틀었다. 허위와 진실이 방공중에서 부딪쳐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꽈르릉 꽝꽝 지동친다.     류려평은 그럴듯하게 궤변을 부렸다.     “야, 이 바보야! 그날 네가 내 그게 어데 있는지도 잘 모르고 마구 헛막대질하지 않았어? 너도 기억나지? 넌 바보처럼 밑구멍에 마구 찔러댄 거야. 어쩌겠니? 그래 내 손으로 쥐어 걷어넣지 않았으면 온 밤 제 구멍에 걷어나 넣었겠구나. ㅋㅋㅋ. 세상 바보 같은게. 남자 같지도 않은게. 어디서 누굴 의심해? 멍청이 같은 놈, 세상 깨끗한 누굴 허망 의심하는 거야? 난 티없이 깨끗하고 순결한 숫처녀야. 세상 사람이 알면 널 뭐라겠니? 우리 류씨 집 안에서 네 놈이 날 고통스레 구는 걸 알면 놔둘 거 같으냐?”     종호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깰 거는 깨야 씨원해. 네가 숫처녀라는 걸 증명했으니 이젠 끝이야. 더는 의심하지 않을게. 날 널리 량해하고 우리 행복하게 살자.”     종호는 류려평을 꽉 껴안아주며 너부죽한 우유빛볼에 뽁 뽀뽀해주었다.     류려평은 종호를 속여 넘기면서 속으로 흐뭇해났다. 그러나 그녀는 종호를 활 밀어내냈다.     갈보년은 억울한듯이 뽀로통해 종호를 경고했다.     “가라 가! 의심 많은 네 놈 믿고 어떻게 살겠니? 아무리 의문을 깬다고 해도 어쩜 이렇게 들볶는단 말인가? 날 죽게 만들어놓고서도 미안하지 않아? 이젠 쒀 놓은 죽이 돼 어쩌는 수 없어. 어쩜 자기 여자를 만들어놓고 이다지도 숫처녀의 정조를 의심하면서 못살게 굴어?! 내 네놈 없으면 내 시집가지 못할 거 같아? 네놈한테 빌고 들어 살 거 같애? 네놈은 량심짝이 어데 가 붙었어? 날 하마트면 죽게 만들번 하고 미안하지도 않아? 응?”     류려평은 종호의 귀를 쥐어 비틀어놓으며 억울하다고 생 야단쳤다. 그녀는 퉁사발쌍겹눈으로 흘끔 종호의 눈치를 살피었다.     종호는 류려평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빌고 들었다.     “미안해! 너의 정조을 의심한 날 용서해달라!”     류려평은 도적이 도적이야 하면서 매를 드는 상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난 네 의심된다. 넌 어쩜 그렇게 섹스에 경험이 있는 놈처럼 의심된다.”    종호는 단통 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류려평은 종호 귀를 비툴어놓으며 반격했다.     “뭐? 헐럭하다고 의심했잖아? 넌 여자게 헐럭한지 빳빳한지 어떻게 아니? 다른 여자와 해보니 내 거보다 더 빳빳하데? 다른 여자와 해본 적 없으면 어떻게 내게 헐럭한지 빳빳한지 아니?”     “아니. 이거 정말. 버선 목이라고 벗어 보이겠니?”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종호의 표정변화를 살폈다.     “한번도 해본 적 없으면 여자 건 원래 내 것만큼 빳빳하던가, 헐럭하던가, 그러루하게 여길게 아니냐? 그런데 왜 여러번 여자와 해본 걱처럼 경험 있는 소릴 해? 넌 혹시 여자 그거 경험자, 전문가 아니냐?”     그 말에 종호도 난색을 보였다. 류려평은 종호의 난감해하는 표정을 읽고나서 깨고소해했다.     “할 말이 없지?”     종호는 한참 후에야 대충 주어댔다.     “난 생리학책에서 처녀막이 어떻고 숫처녀 어떻고 하는 걸 좀 보았을뿐이야. 정조는 확실히 숫처녀의 징표야. 널 의심하지 않을테니 이젠 우리 둘 다 서로 이런 말을 꺼내지 말자.”     그러나 류려평은 제 쪽에서 억둘하다면서 큰소리를 탕탕 쳤다.     “가라, 가! 이제 두번 다시 억울하게 정조를 의심하는 날엔 두고 봐라. 네놈 그걸 썩 베서 개를 주겠다. 니 죽고 내 죽고 해 볼테야! 알았어? 우리 오빠들을 추겨서 널 뼈다귀도 치르지 못하게 없애버릴 테야! 알았어?”     류려평이 억울하다고 도도거리면서 박격까지 할수록 종호는 그녀의 청백을 믿었고 류려평의 더러운 정체는 어둠 속으로 두툼히 가리워졌다.     (에라, 류려평은 숫처녀야. 그는 정조를 잃은 적이 없는 것 같아. 믿어야지.)     고향의 강은 갈보한테 사기당해 색시감이라고 꽉 껴안는 종호를 바라보고 비웃으며 흘러갔다. 감때 사나운 강물은 종호한테 이른바 숫처녀의 정조 진상내막을 알려주려는듯이 노호하며 흘러갔다.
460    대하소설 황혼 제3권(52) 낙태 김장혁 댓글:  조회:181  추천:0  2024-10-06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2. 낙태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을 만나러 가면서도 종호는 사돈보기 하던 날에 있은 일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 보면 류려평은 확실히 숫처녀 아니였어. 내 의심이 틀림없어.)        종호는 그날 사돈보기 하던 날 밤에 처음 그걸 하느라고 마구 헤덤볐다. 그는 반듯이 누운 류려평의 쳐든 두 다리 사이 풀숲을 헤집고 들어가 마구 헛막대질해댔다. 어떤 땐 항문에 대고 마구 헛막대기질해댔다.      그때 류려평이 엉덩이를 위로 쳐들가면서 종호의 머리를 꽉 껴안더니 나직이 귀속말을 속삭였다.       “어데다 헛막대기질 해? 좀 위로 그래라고. 똥구멍에 다 들어가겠다. 킥킥킥.”     류려평이 손으로 그걸 쥐어 인도해서야 종호는 손쉽게 제 길을 찾아 들어갔다. 드디어 옹달샘이 퐁퐁 솟는 샘물터로 들어가 성난 시퍼런 칼을 썩썩 갈며 시원한 샘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먹칠한듯 어둠컴컴한 고방에는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 반죽해 절주맞게 들리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보통 숫처녀는 그게 빳빳하다던데 왜 이렇게 헐럭한 감이 들어?)     종호는 그런대로 첫 회합을 대충 마치고 류려평의 옆구리 쪽에 스르르 떨어지며 한숨을 후- 토해냈다.    그는 자기 목을 꼭 끌어안는 류려평을 훌 밀어버렸다.    “왜 이래?”    류려평이 훌쩍거리며 나직이 물었다.    “어째 그렇게 헐럭하니?”    “뭐라고? 남은 아픈 것도 겨우 참으면서 들이댔는데.”    류려평은 어둠 속에서 속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으면서 도도거렸다.    “제 사람을 다 만들어놓고 무슨 잔소리냐? 좋고 나니 지금 날 의심하는 거냐? 헐럭하지 않으면 거기로 애 대가리 다 나들겠니? 이제 더 허튼 소리쳐 봐. 우리 류씨 오빠들이 가만 놔 두는가 봐라. ”     이 몇마디 말은 류려평이 진작 이런 위기일발의 시각에 부딪치면 하려고 미리 준비해둔 말이기에 술술 림기응변해 뱉어낼 수 있었다.     종호는 거친 숨을 토해내더니 다시 류려평의 몸을 끌어안았다.     “미안하오. 내 너무 긴장했는가 보오. 사돈보기 하는 행복한 첫 날 밤에 쓸데 없는 소릴 해서 미안하오.”    류려평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이 종호의 귀를 비틀더니 귀에 대고 도도거렸다.    “넌 후회하게 될 거야. 뭐야? 첫 날부터 내한테 무슨 짓거리를 했어?”    종호는 려평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속삭였다.    “죄송하오. 난 류려평을 내 심장이라도 다 바쳐 류려평을 영원히 사랑할 거요.”     어둠 속에서 류려평은 종호를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고나서 혼자 냉소했다.     (이 바보야. 난 숫처녀 아니야. 평생 숫처녀 한번도 맛보게 생겼는데. 바보라구야. 뭘? 심장을 바쳐 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ㅋㅋㅋ. 멍청해 귀엽다. 삶은 소대가리 다 웃다가 꾸러미 터지겠다.)     그러나 종호는 어둠 속에서 류려평의 그런 허위와 가면, 조소가 섞인 더러운 불륜녀 표정을 보지 못했다.     “한번 더 그래기오...”     “무슨 소리?”    “금방 허둥대다나니 한 거 같지도 않소.”    “오늘 그만 하고 후에 조용할 때 제대로 보기오.”    “어째, 기분 상해서?”    “아니, 지금 하신으로 뭐 흐르는 거 같소.”    “뭐라오?”    종호는 허둥대며 고방문을 열고 나가 영상한대로 웃방에 가서 전지를 찾아 들고 들어왔다.    그는 전지불빛을 빌어 요대기 위에 핀 빨간 매화꽃을 발견했다. 그것은 금방 사랑의 극치가 준 선물이었다.     종호는 빨간 매화꽃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며 흐뭇해났다. 그는 류려평의 너부죽한 보름달 얼굴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넌 숫처녀구나.”    류려평은 해쭉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종호는 뒤이어 류려평의 하신에 전지불을 비추다가 깜짝 놀랐다. 하신에서 아직도 뻘건 피가 흐르지 않겠는가.     “아니, 이걸 어쩌오?”     류려평은 더욱 놀랐다.     (아니, 이게 낙태되잖았어? 자칫 목숨 잃겠다. 이걸 어쩌나?)     류려평은 일어나 앉더니 종호 귀를 비틀어댔다.     “그렇게 거칠게 다룰게 뭐야? 이걸 어쩌니? 빨리 시내에 가야 돼. 자칫 하혈이 심하면 난 죽어.”    종호는 깜짝 놀라 요대기 위에 풍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라고? 아니, 이걸 어쩌나?”    류려평은 우거지상이 돼 훌쩍훌쩍 울면서 중얼거렸다.     “빨리, 전화해. 아빠 보고 차를 몰고 오라고 해야겠는데.”    “이 밤중에 어데 가서 전화를 친다고 그래?”    “무슨 일이야?”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다 듣고 종호 엄마가 고방에 뛰어들어왔다.     종호는 창피한줄도 다 잊고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실토정했다.     “류려평이 하신에서 출혈이 심해 그럽꾸마.”     “그럼 빨리 병원에 가야 해.”     엄마는 요대기 위에 흐른 뻘건 피 자국을 보고 종호를 흘겨보며 넉두리를 했다.     “어쩜 색시를 살살 다루지 못하고 이렇게 만들었니? ㅉㅉㅉ.”     엄마는 류려평의 어깨를 매만지면서 물었다.     “어디 보기오. 어떤가?”     “아니, 괜찮습니다. 이제 지혈시켜야겠습니다. 어서 나갑소.”     만순이 들어와 우거지상이 돼버렸다.     방에서 아버지가 소리쳤다.     “빨리 자전거를 타고 대대 사무실에 가서 전화해라.”     “예.”     종호는 뒤따라 나오는 류려평을 보고 신신당부했다.     “저는 간호원 출신이 아니고 뭐요? 림시 지혈조치라도 대오. 내 돌아올 때까지 고방에 누워서 무사히 기다리오.”    종호는 번개같이 뛰여나갔다. 그는 정신을 잃고 자전거를 타고 아래 마을로 달려갔다.    류려평은 시집 식구들을 보기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고 고방에 되돌아갔다.     그녀는 동갑인 시누이 만순이 보고 깨끗하게 씻은 대야에 깨끗한 물을 떠오고 깨끗한 하얀 수건과 도수 높은 소주도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뒤이어 그녀는 고방문을 닫아걸고 깨끗한 물에 하얀 수건을 씻어 하신의 피를 닦아냈다. 뒤이어 알콜 대용으로 독한 소주를 솜에 묻혀 하신 주위를 살살 닦아내고 알콜을 묻힌 솜으로 하신을 틀어막았다. 피는 지혈됐는지, 아니면, 속으로 흘러드는지 잠시 하신에서 보이지는 않았다.     한 시간 넘어서야 류국장이 밤도와 찌프차를 몰고 정신없이 사돈집에 들어섰다.     “려평아, 어디 있느냐? 내가 왔다.”     “아빠!”     려평은 훌 일어나 고방에서 나가 아빠 품에 안겨 대성통곡쳤다.     “어떠냐? 빨리 병원에 가자!”     종호는 죄수처럼 머리를 푹 숙이고 말뚝처럼 서 있었다.     류국장은 종호를 흘겨보면서 질책했다.     “사람이, 어떻게 다루면 저래? 참. 뭘 꾸물거려? 어서 류려평을 데리고 병원에 가자. 려평은 생명이 위험해.”     “예.”     찌프차는 류려평을 싣고 밤도와 시내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호박길에서 헤드라이트는 어지럽게 흔들리며 어둠 속을 헤집고 달려갔다.     병원에 이르러 찌프타차는 급정거했다.     류려평은 담가에 들려 부랴부랴 부산과 구급실에 들어갔다.     아빠와 종호와 갈라져 관찰대에 누은 뒤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워 자꾸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다행히 당직의사와 간호원이 제때에 처치했기에 류려평은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류려평은 하신을 종호의 저돌적인 공격을 받았기에 낙태하고 말았던 것이다. 의사들과 간호원들은 류려평을 구하려고 긴박하게 지혈주사를 놓는다, 낙태수술을 한다,  처지한다 하면서 개미 채바퀴 돌듯 땀을 뻘뻘 흘리며 맴돌아쳤다.     두 시간이나 되는 구급시술을 거쳐 류려평은 생사선에서 끝내 구원되였다.     류려평은 구급실에서 머리 위에 걸린 지혈제 링겔병을 쳐다보고나서 당직의사와 간호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의사와 간호원 명함을 어떻게 부릅니까?”     “건 왜? 우리 이름 알아 뭘 하오? 필요없소.”     의사와 간호원은 류려평을 병실로 밀어내가려고 했다.     “잠간!”     류려평은 아주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지냅시다. 이후에 저는 구명은인의 은혜를 꼭 후하게 갚아드리려고 그럽니다.”     그 말에 의사와 간호원은 서로 마주 쳐다보았다.     의사는 머뭇거리는데 간호원이 종알겼다.     “이 분은 우리 산부인과 주임 류항곤입니다.”     “아니, 우리 종친이군요. 이후에 오빠로 모시겠어요.”     의사도 쾌히 승낙했다.     “허허허. 오늘 밤에 여동생 한분 얻어봤구만. 류려평이라고 했지?”     “네, 오빠, 우리 아빤 관광국 류국장이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알리오.”     “내 진작 알고 있소. 우리 류씨야 한고조 류방의 후대 아니오. 다 한집안 종친이지. 몇백년 전엔 한 아버지한테서 내여난 후손들일지 어떻게 아오?”     “그래요. 오늘 저도 의사 오빠를 만나 반갑소.”     “그래, 우리 친오누이처럼 잘 지내자구. 류려평이라지, 난 오빠니깐. 보은 같은 거 필요없소. 이 의사나 후에 인사하오.”     “이름을 어떻게 부르오?”     “김춘희라고 부르오. 우리 과에서 젤 전도 있고 마음이 젤 좋은 의사요.”      “알았소. 간호원인가 했더니 의사군요. 김춘희 의사 후에 봅시다.”     춘희는 그저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류려평은 류항곤의 손을 잡고 신신당부했다.       “한가지 부탁하기오. 제가 낙태한 일을 절대 누구와도 말하지 마오.”     류려평은 김춘희를 돌아보았다.     김춘희도 머리를 끄덕이었다.      “근심 말아요.”     당직의사는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을 내려다보았다.     “저 바깥에 있는 분들한테도 제대로 말하지 말라오?”     류려평은 누운 채로 머리를 무겁게 끄덕이었다.     “네.”     류항곤 주임은 게슴츠레한 눈길로 려평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기 바깥에 한분은 아버지구, 청년은 누구요?”      “저의 미혼분데요. 가슴이 아파할가 봐 그래는데요. 그저 하혈이라고만  말해 주세요.”     “알았소. 신랑감이면야 락태라면 얼마나 마음이 아파하겠소? 절대 말하지 않을테니 근심하지 마오.” 두 의사는 입을 엄수한 덕분에 후에 두툼한 돈봉투를 받았다. 더우기 류항곤 주임은 류려평의 연줄로 류덕재 아버지 류서기를 알게 돼 이 병원 원장으로 제발됐던 것이다.  김춘희 의사는 일본에 류학가 박사학위를 타게 됐던 것이다. 이거야 말로 호박이 넝쿨채로 떨어진게 아닌가.      그러나 후에 김춘희 박사는 재수없게 됐다. 류항곤 원장의 수청을 들라는 더러운 욕구를 거절했다가 이 병원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던 것이다.       류려평의 주도면밀한 낙태은페 작전이 성공해 낙태한 사실은 종호나 부모나 누구나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류덕재만은 인차 알게 됐다.      사후에 류려평은 실남편이나 다름없는 류덕재한테만은 사실대로 말했던 것이다.      그때 류덕재는 시원섭섭했다. 그는 불행애가 떨어져 좋았고 후환이 없어져 시름놓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류덕재는 마음 한쪽 구석으로 해 자기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이 애잡짤해나기도 했다.      류려평은 비록 사돈보기 날밤에 곤욕을 치렀지만, 심지어 하혈이 심해 생명의 위험을 받았지만 홀각분한 기분을 느꼈다.      우선, 불륜아를 낙태해버리는 바람에 뒤끝이 깨끗해진 감이 들었다. 만약 불륜아를 낳게 된다면 종호한테 영낙없이 불륜이 발각될 것이 아닌가. 종호가 아무리 생육지식이 없다고 해도 자기와 첫 회합을 한 날자를  따져본다면 자기 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게 아닌가. 아무리 팔삭둥이를 낳았다고 해도 그것은 미적지근한 궤변이어서 십중팔구는 들키우기  마련이 아닌가.      다음, 사돈보기 하던 날 밤 첫 최회합에 하혈했기에 종호 앞에서 숫 처녀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첫 회합에 하혈했기에 숫처녀인 척 할 수 있게 됐어. 낙태했기에 불륜을 감추지 않았는가. 이거야 말로 일거량득이 아닌가.) 불륜녀 류려평은 홀가분한 나머지 슬그머니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종호는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한테 달려가면서 사돈보기 날밤에 있은 일을 회상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나는 류려평을 숫처녀로 딱 믿었지. 좀 그게 헐럭한 감도 없지 않아 있긴 했지. 허나 그날 사돈보기 날밤 요대기 위에 아름답게 그려놓은 그 빨간 매화꽃 도화작품을 보고 이날 이때까지 숫처녀로 믿었지. 그 놈 악처가 임신해 낙태한 것 까진 몰랐댔지. 난 한뉘 평생 속히워 살았어. 난 진짜바보야. 류려평의 말처럼 난 진짜 생활이 영펄이야.)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속으로 뇌까렸다.     (무대랑이 반금련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또 반금련이 서문경과 바람난 것을 미리 알고 조처했더라도 비참한 죽음을 당했겠는가?  악처 반금련과 결혼한 자체가 잘못이야. 너무 대상이 기울지 않았던가?)      종호는 류려평과 반금련의 얼굴이 겹쳐져 보이었다.     (그래, 류려평은 반금련과 똑같은 악처야. 암범 같은 악처는염화나트리움을 주사해 나를 천천히 죽이려고 들잖았던가?)      종호는 너무나도 악이나 입술을 앙물기까지 했다.      (나도 악처 류려평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안락사 독약까지 주사해넣는 일까지 당하진 않았을 거야. 또 류려평이 류덕재와 바람난 걸 일찌기 알았더라도 목숨을 잃을 번하진 않았을 거야.)     종호는 “바람난 년(놈)은 꼭 자기 남편(안해)를 잡아치우려고 한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 것에 자못 가슴이 아파 장탄식했다.
459    대하소설 황혼(51) 사돈보기 하던 날 밤 김장혁 댓글:  조회:213  추천:0  2024-10-04
            51.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1. 사돈보기 하던 날 밤        류국장은 딸은 숨긴 정체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자기 뜻을 따른 딸을 못내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는 우물에 가서 숭늉을 마시려고 드는 급한 성미여서 사돈보기까지 밀어부치며 다그쳤다.     “당장 9.3명절에 사돈보기 하고 양력설이거나 음력설 쯤엔 결혼식을 올리자. 나도 이젠 예순이 다 됐는데 빨리 손자를 안아 봐야겠다.”     류생남 국장은 생남하지 못하고 무남독녀로 류려평 하나 자식 밖에 키우지 못했는지라 은근히 손주 비위를 냈다.     그는 약속대로 자기 동기인 신문사 사장한테 잘 부탁해 종호를  신문사에 졸업배치를 해주었다.     종호는 꿈만 같았다. 그는 신문사 기자로 출근한 첫날에 기자증을 타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난 끝내 꿈을 소원성취했구나.”     종호는 류국장의 은덕에 마음 속으로 감지덕지 해 하면서 가시아버지 말이라면 죽으라는 소리 내놓고는 다 꼽싹꼽싹 들었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초에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류려평과 약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어쩜 자기 리상을 고위간부 딸의 치마폭에 매달려 실현하려고 했단 말인가.)    종호는 이젠 후회약이 없었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려 구치소로 다가가면서도 사도보기 하던 일을 회상하면서 상념에 잠겼다.       사돈보기 하는 날에 종호는 그래도 성의를 산 새 자전거를 사서 류려평이네 집 문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류국장에 귀공주는 자전거를 왼눈으로도 차하지 않았다.     한족들은 약혼할 때면 금팔찌와 금목걸이는 물론 彩礼까지 그때 돈으로 몇천원씩 가져 왔다.     (고까짓 자전거 다 뭐야?)      그러나 가난한 종호는 그 자전거 하나도 진짜 온 집 안의 돈을 다 긁어모아 산 거나 다름 없었다.      그 새 자전거는 종호가 신문사에 배치받아 받은 첫 두 달 로임에 엄마가 고추가루를 장마당에 이고 다니면서 애나게 팔아 번 돈을 보태 산 것이였다. 그때 종호는 류려평의 태도에 어지간히 속상한 것이 아니었다.      종호는 가시집에 가서 허리 부러지게 처가 친척어른들께 절을 꾸벅꾸벅 했다. 그러고 류려평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어섰다.     그때는 교통이 불편한 때여서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서 40여리나 떨어진 종호네 고향으로 가야 했다. 종호는 이쁜 처녀를 제 집에 데리고 가는 기분에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류려평은 부모 친척들 앞에서 입이 뽀로통해 몸까지 비틀어대면서 생떼를 썼다.     “난 안가! 그 먼 델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가? 조선족들 혼인풍속은 이상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사돈보기에 왜 시집에 가야 해?      그것도 한밤 자고 온다면서? 난 안가?”     류생남 국장은 딸을 얼렸다.     “얘, 닭한테 시집가면 닭이야. 조선족한테 시집가려면 조선족 혼인풍속을 따라야 해!”     류려평은 부모한테 눈을 곱게 흘기면서 떼를 썼다.     “아빠 차로 우릴 실어다 달란 말입니다. 숱한 차를 타고 왜 하필 딱 자전겁니까? 그 먼 시골로 어떻게 간다고 그래요?     엄마도 딸을 달랬다.     “신랑감과 함께 재미나게 얘기하면서 자전거를 타면 한 둬 시간이면 갈 거야. 해지겠다. 어서 떠나라.”     류국장은 딸애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래일 돌아올 땐 차를 보내줄게. 이럼 됐지? 어서 떠나라.”     류려평은 닭 똥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마지못해 종호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한 20리 시골 호박길을 달리자 류려평은 맥이 없다고 자전거에서 내려 풀러덩 물앉아 떼를 썼다.     “난 더 못가겠어."     "이러면 대사날에 어쩌오? 어서 일어나오."     "난 죽어도 한발작도 더 못가겠다."     종호는 난감해졌다.     "사돈보기 날에 어런애처럼 뗄질 쓰면서 이게 뭐요?"     류려평은 마지못해 일어나더니 이번엔 종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렸다.     "대사를 망치지 않겠으면 날 업고 가렴. 응?”     종호가 업을 궁리하지 않자 류려평은 재차 풍덩 물앉아 울먹울먹해 입이 뽀로통해 도도거렸다.    종호는 어글어글한 눈을 흘기는 류려평을 보고 손으로 절벽 산 굽인돌이를 가리키면서 얼렸다.     “이제 저기 저 산 굽인돌이를 돌면 거의 가오. 어서 일어나오.”    종호는 류려평을 안아 일으켰다.    류려평은 별 수 없어 두덜거리면서 일어났다.     “업어!”    “그래 업어줄게.”    종호는 하는 수 없이 류려평을 훌 업고 량손에 자전거 한대씩 쥐어 끌면서 힘겹게 걸었다.    류려평은 잔등에 업혀서 그제야 해시시해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종호, 이후에 내 말을 잘 듣겠니?”     “조선말을 꽤나 잘 하는구나. 우리 귀염둥이.”    “그래. 과외로 조선어를 좀 배웠어.”    류려평은 종호의 귀를 손으로 쥐어 비틀면서 따졌다.   “묻는 말이나 대답해. 내 말을 잘 듣겟니? 안 듣겠니?”    “옳은 말은 다 들을게.”     “내 말을 안 듣기만 해봐라. 죽여치우겠다. 난 호랑이띠야. 네 같은 개띠를 물어죽일 수도 있어.”    종호는 그 소리에 한족암펌의 살기를 느끼면서 섬찍한 감이 들었다.    (한족들이 신랑을 너무 관리해서 气管严이라더니, 헛, 참, 시집오기 전에 벌써부터 날 손아귀에 우겨넣을 작정인가? 어림도 없어. 흥!)    “이후에 내 대학졸업생이 아니라고 업신여길텐가?”    종호는 결혼 전이기에 수긍하는 척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무슨 말이오. 저는 위생학교 졸업생이지만 아는게 많고 자기 관점이 있잖소? 저는 나이는 어려도 총명하고 똑똑하다고 보오. 내 어찌 자기 색시를 업신겨기겠소.”     류려평은 종호 귀를 비틀면서 위협했다.     “흥, 날 업신여기고 내 말을 잘 듣기만 해 봐라. 이 호랑이 꽉 물어 죽여 치운다. 알아?"     "아이고, 호랑이 무서워 어쩌지?"     "우리 류씨 그리 헐한가 해? 우린 한고조 류방의 후대란 말이야. 시내에 한다하는 우리 류씨 종친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류씨 로지심, 무송, 리규, 별의별 호한이 다 있어. 은행 행장 하는 우리 큰 집 류덕재 오빠랑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까딱 다른 마음 먹기만 해봐. 넌 죽는다, 죽어! 알만해?”     종호는 재차 속이 섬찍해났다. 그는 류려평이 지금 무슨 얼음장을 놓는지 그 의미를 완전히는 다 몰랐다. 그저 사랑해달라고 사전에 엄포를 놓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류려평은 업혀가면서 종호를 얼리고 닥쳤다.     "우리 아빠한테 없는게 없어. 돈이 수요되면 돈, 권력이 필요하면 권력, 없는게 없어. 黑道,白道 都能干,알았어?"     류려평은 종호 머리를 쥐어 비트는 시늉까지 했다.     "날 의심하거나 울리기만 해 봐라. 우리 아빠 널 신문사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네놈 전도를 풍비박산나게 망쳐놓을 수도 있어. 목을 비틀어 머리를 잘라 걷어찰줄도 알아라. 알만 해? ”     “그래, 호랑이 색시 위협 참 무섭구나. 내 어째 자기 색시 말을 안 듣겠어? 서로 믿고 살아야지. 어째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겠어.”     “호호호. 그래야지.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꿀맛을 볼 수 있어. 안 그럼 양재물 한사발 타서 먹여버릴 거야.”     류려평은 종호 가슴을 꽉 껴안으며 너부죽한 잔등에 얼굴에 가져다 댔다.     종호가 류려평을 업고 힘겹게 산 절벽굽인돌이를 돌자 땅거미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왜 이리 멀어? 세상에 사람이 못 살 시골이야. 이 울퉁불퉁한 길을 봐.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가? 정신 있니? 종호, 넌 울 아빠 덕분에 이런 시골에서 헤여나와 신문사 기자로 됐어. 울 아빠 은덕을 잊으면 안돼. 그만큼 날 잘해 줘야 해. 알만해?”     종호는 진심으로 말했다.    “알았어. 최선을 다 할게.”     류려평은 종호 잔등에서 어린 애처럼 떼를 쓰며 비난사정했다.    “해지면 난 무서워 못 가? 우리 후에 다시 오자. 집으로 돌아가자.”.     “안돼. 지금 숱한 친척들이 우릴 기다려.”     종호는 딱 잡아뗐다.    류려평이 죽는 소릴 치며 흥얼거리자 뒤이어 안되겠다 싶어 슬슬 얼렸다.     “이젠 거의 왔어. 저기 저 늙은 비술나무 있는데까지 가면 우리 마을이 나타나.”     류려평은 저 멀리 서 있는 늙은 비술나무를 바라보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시골창인줄 알았으면 우리 아빠 관광국 차에 올 걸 그랬어. 어째 아빠하구 제대로 말하잖았어? 응?”   종호는 웃으면서 얼렸다.    “에이고. 우린 어려서부터 영화 보러 시내에 가도 두 다리로 걸어서 다녔단 말이오.”    “허나 난 시내 콩크리트길바닥들 다니던 여자애 돼서 이런 길 안된단 말이야. 어째 색시 생각은 꼬물만치도 안 했어? 에이고, 이런 바보 믿고 어떻게 한평생 살아?”    “우리 이렇게 걸어서야 언제 가? 어둡기 전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자.    종호는 끝내 류려평을 얼려가지고 저전거를 타고 땅거미를 밟으면서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종호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잊을 수 없는 사돈보기 하던 날 밤 일을 떠올리면서 도리머리질 절레절레 했다.     사돈보기 하는 날 밤에 오락을 다 놀고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을 다 보내고  종호는 어둠컴컴한 고방에 들어갔다.    류려평은 너무나도 피곤해 아무 소리도 못하고 깜깜한 고방에 시누이 만순과 함께 누워 있었다. 그런데 종호가 들어올 때 거의 돼 만순은 살며시 고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그러다나니 류려평은 어두운 고방에 홀로 쓰러져 선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살풋이 잠들었댔다. 종호가 고방에 들어와 어둠 속에서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어서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종호는 류려평을 사르르 되눕혀 놓고 가슴에 손을 넣어 뭉글뭉글한 젖무덤을 매만지면서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우리 행복하게 살아 볼가?”   "시누인 어데 갔소?"   "어째 시누이 보초 세우겠소?"   "너네 짜고 들었어?"    류려평은 시누이마저 없는 것을 보고 고방에서 종호한테 당해 자기가 숫처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가봐 조마조마했고 저으기 불안해났다.     (이 걸 어쩌나? 올게 끝내 오고 말았구나. 안 돼.)     류려평은 당황해 두 손으로 종호를 마구 떠밀었다.     “왜 이래?”     종호는 류려평의 손을 뿌리쳤다.      류려평은 종호의 귀에 대고 애원하듯 귀속말을 계속 했다.     “우린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어떻게 그래오?"     "헛소리치지 말아. 사돈보기도 결혼과 한가지야. 너네 한족들은 우리 사돈보기를 작은 결혼이라고 하지 않니?"     "그래도 그렇지. 숱한 보초군들이 앞방 아래방 사처에 있는데 그만 두자. 이제 우리 집에 가서 다시 보자. 난 오늘 여기까지 살아 온 것만 해도 다행이야. 다리를 쳐들 맥도 없어. 몸이 불편한데 좀 봐달라고. 응?”     그러나 종호는 정욕이 숫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류려평을 놔주지 않았다.     류려평은 속으로 자기가 숫처녀가 아닌 것이 너무나도 일찌기 발각될가 봐 겁났고 불안했다.     그러나 성난 사자 같은 종호의 손은 벌써 하신으로 마구 침략해왔다. 팬티를 쭉 벗기는 순간 류려평은 두다리를 버둑거리다가 맥없이 쭉 펴고 말았다. 종호의 우악한 두 손이 그녀의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꾹꾹 눌렀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모든 걸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자기 연약한 몸으로, 아녀자 힘으로는 종호의 강렬한 성난 사자 같은 욕망을 말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에이고, 될대로 돼라. 언제든지 한번은 이 고비를 넘겨야 할 판인데. 정조를 잃은 걸 들키면 말라지. 그저 시골 조선족농민 집 며느리 안 되겠지. 내 인물체격에 어데 시집 못 가겠니?)      그녀의 눈 앞에는 처음 마구 달려들던 류덕재 말상이 떠올랐다. 그는 괴로워 도리머리질 하면서 쓸쓸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오빠, 이걸 어쩌오? 난 꼬리빵즈한테 당하고 있는데. 오빠는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또 어떤 녀자를 끌어안고 자고 있소? 날 좀 구해달라.)     종호의 달아오른 몸이 속살을 침범하는 순간 띠끔띠끔 아파났다.     "아가!"     류려평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종호는 황급히 손으로 류려평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두운 고방에서는 류려평의 신음소리 간간히 들렸다.     그런데 어둑시그레한 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종호가 야수처럼 너무 저돌적으로 덤벼들어  그랬을까?     사돈보기 하던 그 날 밤 첫 회합에 글쎄 류려평의 하신에서 뻘건 피 터진 것이 아니겠는가.     류려평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첫 회합에서 요대기에 수놓은 아름다움 빨간 매화꽃은 정조를 잃은 가짜 숫처녀의 정체를 어둠 속으로 가려주었다. 그 독버슷 같은 뻘건 매화꽃은 이후에 그녀가 숫처녀라고 궤변을 부릴 좋은 방패막이로 되지 않았겠는가!  
458    대하소설 황혼 제3권(50) 악처와 첫 상봉 김장혁 댓글:  조회:189  추천:0  2024-10-04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0. 악처와 첫 상봉       종호는 대림역에서 지하철을 잡아타고 류려평을 면회하러 떠났다.     정작 리혼하자고 마음먹자 종호의 마음은 비할데 없이 홀가분하면서도 괴로웠다.     (진작 리혼해야 했는데. 이게 뭔가? 한뉘 평생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30여년이나 갈라 살지 않았는가?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사랑이 없는 가정, 허울 밖에 없는 삭막한 가정이란 허울 밑에서 둘 다 졸혼하고 려향 하나를 쳐다보면서 불행하게 살지 않았는가?)     순간 종호는 저도 몰래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달려가면서도 옛날 류려평과 처음 만나던 일로, 사돈보기 하던 일로, 결혼하던 일로 눈앞에 삼삼히 떠올랐다. 비록 그것은 기억하기도 싫은 쓰라린 회억이였지만 쓰라린 꿈, 허위적인 허상 같은 추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을 어쩌는 수 없었다.     (그때는 살기도 어려웠지. 건데 류국장은 딸을 시집 보내지 못해 그랬을까? 아님, 그의 말대로 ‘대학생 사위를 삼게 돼 기뻐 그랬을까? 사돈보기를 해서 넉달도 안돼 번개식 결혼까지 해버렸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집은 가난해 한 해에 사돈보기를 하고 결혼까지 할 돈이 없었지. 그렇게 번개식결혼을 총망히 하다나니, 헛참, 류려평 말처럼 한족색시한테 한족 례법대로 제대로 해주지 못했지. 그래서 류려평은 항상 두덜거렸지. 금팔지나 금목걸이를 사주지 않은게 그렇게 속에 내려가지 않았을까?  전번에 려향이 면회하러 찾아 갔을 때까지도 우리 집 흉 봤다지 않는가. 원, 참. 가난이 죄였지.)      보통 딸을 가진 부모, 그것도 금이야 옥이야 하고 손에 쥐만 부서질가 봐 겁나고 놓으면 날아날가 봐 아까와 할 무남독녀를 시집 보내지 못해 그랬을까.     류려평의 아버지 류생남은 관광국 국장이였다. 그는 아들을 낳으려고 부모가 지어준 좋은 이름까지 버리고 생남(生男)으로 고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류려평을 낳은 후에는 더 생육하지 못했다. 일부 의사들은 그가 너무 공술을 몇십톤이나 마셔서 저액이 다 취해 생육하지 못한다고 했다고도 한다.     류생남 국장은 자기 단위에 실습으로 취재하러 온 종호를 보자 첫 눈에 마음에 들어 자기 딸의 중매를 서기까지 했다.     류국장은 종호가 취재하는 모습을 보고 첫 눈에 사내답게 잘 생겼다고  인상이 아주 좋았다.     그는 너부죽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종호의 손을 잡고 이것 저것 물었다.     “정치학부 졸업생이라. 내 후배구만.”     “네- 그렇습니까?”     “고향은 어느 시내에 있소?”     “아닙니다. 저는 이 시내에서 30여리 떨어진 시골 농촌에 있습니다.”     “오- 그래? 출신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자기 노력으로 운명을 개변해야지.”     종호는 그저 머리를 숙이고 듣기만 했다.     “취재에 흥취 있는 거 보면 혹시 기자 되는게 소원이 아니오?”    종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속이지 않고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고중 때부터 기자로 되는 것이 꿈입니다.”    류국장은 퉁사발눈을 내리깔고 좀 궁리하더니 물었다.    “이제 당장 대학교를 졸업하겠는데 신문사에 배치받게 되오?”    종호는 머리를 푹 숙였다.    “파악이 없습니다. 저 같은 시골 농민 아들이 언제 신문사에 다 배치받겠습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우리 학급에는 한다하는 교수네 딸로, 공안국 과장네 아들로, 명작가네 며느리로 문벌이 높은 자녀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동기들이 뒤문치기 해 다 좋은 단위에 배치받고 나면 언제 내 차례 다 있겠습니까?”     그때 류국장은 됐다 싶었는지 사무상을 손바닥으로 살짝 치며 벌떡 일어섰다.     “리기자, 그게 무슨 그리 대단하오? 자, 내 말만 듣소. 그럼 신문사에 들어가게 도와줄게.”     그래도 종호는 류국장을 미덥잖은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류국장은 손으로 아래로부터 하늘로 쭉 그어올리면서 큰소리를 탕 쳤다.     “리종호씨를 시골로부터 신문사에 쒹- 날아들어가게 도와줄게.”     “네?”     종호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멍해 놀란 눈길로 류국장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졸업배치 그리 식은 죽 먹기겠습니까? 제 같은 시골 농민의 자식이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로 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입니다.”     류생남 국장은 확신에 차 말했다.     “종호는 아직 사회 단련이 없어서 잘 모르오. 인간의 관계와 권력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가 잘 모르고 있단 말이오. 내 말만 잘 듣소. 그럼 당장 신문사에 들어갈 수 있소.”     그는 종호한테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내겐 무남독녀 하나 있소. 먼저 그 애와 만나보오.”     “네?”     (류국장의 딸은 한족 여자 아닌가? 민족심이 강한 내가 어찌 한족여자한테 장가 들겠는가?)     그러나 류국장은 고집을 부렸다.     “종호가 내 사위 되면 모든게 풀리게 되오. 알만 하오?”    류국장은 아주 로련하게 고삐를 좀 느슨히 늘여주면서 뒷말을 달았다.     “글쎄 내 딸이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오. 혹시 한족이라고 나무릴지는 몰라도 우리 딸은 이 시내에 내놓으면 뒤에 숱한 총각들이 줄을 설 지경이오. 또 한족이면 어떻고 조선족이면 어떻소? 황차 우린 민족자치지역에 있는데 한족과 조선족이 결혼하면 민족단결에도 좋을 거 같소. 여기 한족이나 조선족이나 이젠 민족습관도 거의 비슷해졌잖았고 뭐요? 그저 호구부에 한족과 조선족을 갈라 썼을 뿐이지. 안 그래? 우린 장차 민족단결 모범가정이 될 수도 있잖아? 허허허.”     그러나 종호는 소홀히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류국장은 조급해났다. 그는 류덕재가 류려평과 너무 가까이 치근거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자칫 한고조 류씨 집 안 망신을 시킬가 봐 겁났던 것이다. 그래서 일찌기 류려평을 조선족이든 뭐든 대학생한테 시집 보내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기가 소를 잃고 창고 문을 고치는 격이 된 줄도 모르고 뒷북을 치고 있었다.     “종호, 자기 원대한 리상을 실현하자면 내 방조를 받아햐 실현할 수 있소. 특히 제 같은 농민의 아들은 말이오. 내 같은 가시아버지를 만나면야 커다란 날개를 단게 아니오. 등을 기댈 높은 산도 있어야 장차 정계에 진출해 큰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알만 하오?”     그 말에 종호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내 딸을 불러 올게 만나보겠소?”     “네. 그러죠.”    “좋소. 마음에 안 들면 이 일은 없는 걸로 하면 되오.”       류국장은 말을 마치자 부랴부랴 전화를 쳤다.     “려평아, 여기 내 사무실에 당장 오라. 내 급한 일이 있다. 뭐? 빨리 오라. 좋은 일이 있다. 응? 응. 그래. 어서 오라.”     종호는 그때 성급한 류국장이 우스워 희죽이 웃었다.     반시간도 안돼 눈이 어글어글한 이쁜 한족 처녀애가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섰다.      종호는 눈뿌리 빠지게 처녀애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말똥데쌍머리채를 땋아 달랑 늘여뜨린 처녀애 얼굴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고 꽤나 이쁘게 생겼다. 체격도 물찬 제비처럼 균형이 잡혀 있지 않겠는가.    특히 우유빛 얼굴에 어글어글한 한쌍의 쌍겹눈이 퍽 매력적이었다. 시내에 내세우도 흠잡을데 없는 미녀가 틀림없었다. 진짜  80연대 인기배우 刘晓庆이나 陈冲처럼 이뻤다.     류려평은 종호을 할끔 쳐다보다가 따가운 눈길을 피해 아빠한테 다가갔다.     “아빠, 무슨 일인가요?”     류국장은 마중나가며 말했다.     “왔느냐? 내 공주님.”     “아빠,”     류려평은 낯선 종호가 사무실에 있는 것을 보고 어리광을 부리려다가 그만 두었다. 빈 사무실이면 진작 그녀는 아빠 품에 와락 안겼을 것이다.     “려평아, 서로 알고 지내라. 우리 단위에 실습취재하러 온 리종호 기자야.” 려평은 눈인사를 했다. 아무리 봐도 시골 티가 났다. 람루한 옷이랑, 허연 헝겁신이랑… 얼핏 봐도 가난한 집 자식이라는 것이 엿보였다.      “종호, 내 딸 류려평이오. 알고 지내오.”     종호는 쑥스러워 손을 내밀 엄두도 못하고 그저 눈인사를 했다.     류국장은 종호한테 다가와 말했다.     “내 딸 어떻소? 이쁘지?”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정말 이쁩니다. 영화배우 류효경이나 진충처럼 이쁩니다.”      “됐어. 류려평과 자주 만나 사이좋게 보내오. 모든 건 저네 둘한테 달렸소. 기자로 되는 꿈도 그렇고, 휘황찬란한 앞날…모든게 단꺼번에 해결될 수 있소. 내만 믿소.”     종호는 그제야 류국장의 속심을 알게 됐다.      “아빠!”     류려평은 아빠한테 눈을 곱게 흘겼다. 그녀는 시골의 꼬리빵즈 총각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류국장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먹을 상으로 다그쳤다.      “우리 딸이 어떠오? 우리 딸은 시집 보내겠다고 내놓으면 중매군이 문턱이 다슬 지경이오.”      종호는 너무나도 당황해 자리를 뜨려고 했다.      “후에 천천히 봅시다.”     류국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대답할 필요없소. 잘 고려해 보오. 신문사 김사장은 내 대학 동기오. 난 종호 기자 꿈을 얼마든지 성사시켜줄 수 있단 말이오.”     류국장은 자리를 뜨면서 종호 어깨를 다독여주며 힘을 실어주었다.      류려평이 아니꼬운 눈길로 쏘아보자 류국장은 류려평한테 눈을 찔끔해 보이며 엄지를 척 내둘렀다.       그는 어떻게 하나 류려평과 류덕재를 시급히 갈라놓아야 했다. 그는 그들 둘이 죽마고우여서 어려서부터 친오누이처럼 찰떡처럼 붙어다니는 걸 아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다음에는 종친 남녀 자식들이 한데 붙어다니다가 일이라도 칠가 봐 저으기 근심됐다. 그러던 차 종호가 백마왕자처럼 딸 앞에 나타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류국장은 딸과 종호 일이 될 거 같아 흐뭇해 사무실에서 나가며 딸과 종호한테 자리를 비워줬다.       종호는 눈길이 그리 곱지 않은 류려평을 흘끔 훔쳐보고나서 몇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후에 종호는 신문사에 배치받으려고 끝내 류국장의 뜻대로 류려평과 사귀기로 했다. 종호와 류려평의 혼사말은 진짜 신문사 기자를 내걸고  흥정하고 거래하기 위한 혼사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악연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류려평은 집에 돌아가 종호와의 혼사말을  반대해나섰다. 종호가 사내답게는 생겼지만 시골 “농포 아들”인데다가 꼬리빵즈이고. 맏이여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처지여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숱한 시누이, 시동생이 있어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날 지경이었다.      “얘, 신랑감이 좋으면 됐지. 시어머니나 시동생들과 산다고 그래? 위생학교 졸업생이 어데 가서 저렇게 츨한 대학생을 얻는다고 그래?”     류려평은 두툼한 입술에 따발 서너개를 걸 지경으로 뽀도통해서 몸까지 탈면서 떼를 썼다.      “시골 꼬리빵즈지. 생활습관이고 뭐고 맞지 않는데 어떻게 산다고 그래요? 애를 낳아도 조선족으로 올려야 하는데. 종호한테 시집 안 가겠습니다.”      한편 류려평은 류덕재와 그래서 임신한 일이 탄로나면 아빠한테 혼나는 건 둘째고 정조관념이 센 그때 시집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근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점점 부어오르는 배를 내려다보면서 불안하기만 했다.      류생남 국장은 비록 딸이 종친네 아들한테 유린당해 임신한 일을 몰랐지만 종호가 딱 마음에 든데다가 대학생 사위를 삼으려고 무남독녀 류려평을 얼리고 닥쳐서 끝내 종호와 억지로 약혼시켰던 것이다.      종호는 신문사 기자로 되려고 눈을 질끈 감고 류려평과 약혼했던 것이다.     그때 류려평은 류덕재 애까지 밴 처지이기에 하는 수 없이 싫은대로 눈을 찔끈 종호와 약혼했던 것이다. 지난 세기 80년대만 해도 전통적인 정조관념이 센 때여서 정조를 잃은 걸 아는 날엔 류려평은 시집가기도 어렵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457    대하소설 황혼 제3권(49) 지하실에서 심문 김장혁 댓글:  조회:171  추천:0  2024-09-30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9. 지하실에서 심문        드르릉.      철창문이 아츠러운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류려평, 나왓!”     류려평은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젠 국내에 인도되는가? 아님, 한국에서 판결받는가?)     여탐관은 침대에서 일어나면서도 오만가지 생각을 다 굴리었다.     나영도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근심어린 눈길로 려평을 건너다 보았다.    “나영이, 내 혹시 돌아오지 못하겠는지 모르겠는데. 한가지 부탁하기오.”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류려평은 나영한테 다가가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누가 물어 봐도 꼭 우리 대부금 사건 내막을 말하지 마오. 일단 모든게 밝혀지면 우린 다 죽어. 알만 해?”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근심마오.”    이때 여경이 호통쳤다.    “류려평, 빨리 나오지 못해?! 뭘 꾸물거려?”    그러나 류려평은 들었는둥 만둥 나영한테 다가가 또 두툼한 입술을  벌렸다.     “한가지 증명 서주오. 내 종호를 안락사시키자고 염화칼리움을 링겔에 주사했다는 걸 증명 서주오.”    “빨리 나왓!”    여경이 호통치며 다가왔다.    나영은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을 치켜보았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부탁하기오.”    류려평은 “그래야 난 살아남게 돼.” 하고 뒷말을 하고 싶었지만 촉기 빠른 여경한테 들키울가 봐 그만 뒀다.    나영은 류려평의 저의가 뭔지 제대로 해득하진 못했지만 이번에도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었다.    두 여경이 다가와 류려평의 손목에 쇠고랑이를 철컥 채우고 량팔을 붙잡고 복도로 나갔다.    류려평은 여경한테 슬쩍 물어보았다.    “오늘 중국에 인도해가는 건가요?”    여경은 새침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가 보면 알 거요.”    “잔말 말고 걸엇!”    “한국 법원에서 판결하는 거 맞죠?”    여경은 시끄러워 류려평의 팔을 홱 나꿔챘다.    “작작 헛소리 치고 빨리 걸어!”    여경들은 류려평을 지하신문실에 끌고 갔다.    드르릉.    심문실 철문이 아츠러운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먹칠한듯한 지하심문실은 어데가 어덴지 눈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여경은 류려평을 쪽걸상에 앉혀놓고 류려평의 뒤 량쪽에 벌려 섰다.    강렬한 탁상등이 눈이 시리게 가까이에서 류려평의 유들유들하게  살진    얼굴을 비췄다.    남경장은 가까이에서 여살인마 류려평의 낯빤대기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퉁퉁한 낯빤대기에 살이범의 살기와 심술이 차넘쳤다.    류려평은 쇠고랑이를 찬 손을 들어 눈을 가리었다.    “탁상등을 좀 멀리 가져가면 안돼요? 얼굴이 다 뜨거워나요.”    그녀는 류창한 서울말씨로 애원하듯 말했다.     “흥, 죄범 주제에 모슨 소리야? 묻는 말이나 대답해.”    조명등은 더 가까이 다가와 낯빤대기 다 뜨거워났다.     “한국 경찰은 최저한도의 인도주의도 없군요.”     남경장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데 무뚝뚝하게 날카로운 질문이 터져나왔다.     “성명?”    “류려평입니다.”     “년령?”     “63세.”     “국적?”    “중국.”     “남편 이종호씨를 안락사시키려고 한 죄를 승인하는가?”    류려평은 진작 준비한대로 대답했다.     “네. 살인미수죄를 승인합니다. 남편 리종호를 천천히 안락사시키려고 했습니다.”     “무슨 수단으로 안락시키려고 했는가?”    “병실에서 종호가 맞는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해 죽이려고  했습니다.”    “염화칼리움은 어데서 구한 건가?”    “내 일하던 병원에서 지인을 통해 구한 건데요.”    “지인은 뭘 하는 사람인가?”    “한 병원 지하동려입니다.”    남경과 류려평의 대화 소리에 컴퓨터 건판을 치는 소리 급촉하게 뒤따랐다.    남경장의 심문은 날카롭게 진행됐다.    “이전에 중국에 있을 때도 이종호씨의 음식물 같은 데 염화칼리움 외 다른 독약을 투약한 적은 없는가?”     “없습니다, 중국에선 절대 없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종호를 살해하려는 마음까진 없었습니다. 우린 비록 리혼하지 않았지만 갈라서   산지도 오랩니다. 투약할 기회가 있었으면 그 놈을 죽이려고 한국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겠는데…”     “왜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습니까? 살인동기는 무엇인가요? 후회되지 않습니까?”    류려평은 머리를 떨구고 어깨를 들먹이며 너부죽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훔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악처는 마녀처럼 미친듯이 으르렁거렸다.    “종호를 살해하려 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놈을 죽이지 못하고 여기 들어온 걸 후회할뿐입니다.”    뒤에 선 여경들은 너무나도 섬찍해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악처의 악에 찬 진술은 계속 됐다.    “종호는 진작 죽어야 돼요. 그는 바보, 멍청이, 악마입니다. 그는 진작 죽어야 했습니다. 그는 내 인생을 망가뜨린 악마입니다. 나는 그 놈한테 시집 와서 인간세상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습니다. 세집살이 쓴맛도 보았고 졸혼의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 놈은 우리 가정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집마저 팔아 책을 낸 그런 미친 놈입니다. 그 놈의 마음 속에는 가정도 없고 처자도 없습니다. 안해라는 건 그저 남자의 정열을 빼는 도구로 여겼습니다. 내가 극구 리혼자는데도 날 딱 붙들고  리혼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에게 한평생 고통과 눈물, 괴로움만 준 놈입니다. 그런 놈은 진작 죽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싹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만!”    남경은 류려평의 열변을 제지시키고나서 요점만 질문했다.    “갓 구치소에 들어왔을 땐 한사코 살인미수혐의를 부정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살인미수죄행을 승인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는가?”    류려평은 미리 준비해둔대로 술술 막힘없이 대답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지은 죄를 시원히 승인하고 처벌받는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자기 남편을 죽이려 한 나쁜 년입니다. 병실에 있은 나영이나 지영이도 내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탄 일을 다 알 건데. 승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난 죽어 마땅합니다. 종호도 진작 내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해넣은 걸 다 보았습니다. 내 딸 리려향도 침대머리에 몰카를 장치해 놔서 다 알 겁니다. 그 철증 앞에서 무슨 용빼는 수가 있겠습니까? 숱한 증인들 앞에서 어떻게 자기 죄를 감출 수 있습니까? 그래서 아예 죄를 승인하고 배려를 받으려고 고쳐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 죄를 성실하게 승인하는 걸 참작해 한국 법원에서 나를 배려해 경감해 판결하기를 바랄뿐입니다.”     “거짓말, 살인미수죄행을 승인한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류려평은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살진 낯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퉁사발눈을 휘번떡 치켜 뜨며 남경쪽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탁상등불빛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의도라니요? 생사람을 작작 잡으십시오.”     꽝!     사무상을 치는 소리.    류려평은 와뜰 놀라 살진 어덩이까지 들었다 놓았다.     “중국에 인도될까 봐 겁났지?”     “웬 소린가요?”     류려평은 심장을 찔려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그러나 인차 억울한 상을 지으며 극력 억울하다고 두덜거리었다.      “사람을 억울하게 굴지 마세요. 누가 한국 구치소에 있기 싶어 있는 거 같은가요? 무덥고 갑갑하고. 진짜 생지옥인데요. 좀 에어콘이라도 틀어놔 주세요. 고작 선풍기론 찜통더위를 말리긴 나무나도 어림도 없어요. 중국 감옥에 가면 이다지도 못살게 굴진 않을 걸. 흥!”     “류려평, 중국에 인도되면 널 기다리는 건 엄벌이야. 무기징역 혹은 사형이야.”     “어마나!”     류려평은 질겁해 온몸을 사시나무 떨뜻 바들바들 떨었다.     “절대 절 중국에 인도하지 마세요.”     류려평은 땅바닥에 털썩 꿀어앉아 두 손을 싹싹 비볐다.     “경장님, 제발 빕니다. 날 중국에 인도하지 마세요.”     “건 인터폴에 물어보라구.”     “려향이나 종호가 내 살인미수죄행을 증명서지 않습디까?”     “숱한 사람들이 다 류려평이란 여살인마의 살인미수죄를 증명섰어.”     류려평은 땀에 젖어 이마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씃어올리며 물었다.     “리종호도 증명 섰는가요?”     “모든 사람이 몽땅 증명섰어.”     남경장은 말실수를 한 걸 직갑하고 두덜거렸다.     “그걸 물어 뭘 해?”     류려평은 오히려 헤벌쩍 웃었다.     (종호, 그 놈도 증명섰는 모양이지. 바보 같은 놈, 아직도 날 조강지처로 생각해? 려향이 에미라고 살리주려고 증명섰겠지. 려향이 제 딸이 아닌 것도 모르고. 진짜 어리무던한 바보여서 드문드문 귀여울 때도 있구나. ㅋㅋㅋ)     류려평은 남경장이 앉은 맞은 켠 껌껌한 암흑천지를 건너다 보며 지껄여댔다.     “모든 사람이 몽땅 증명 섰으면 내 한국에서 남편 종호를 안락사를 시키려한 죄가 성립되잖는가요? 그럼 날 살인미수죄로 한국 검  찰원이나 법원에 신고해야 하지 않는가요?”     “이제 죄 지은대로 죄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걸.”     그러나 류려평은 코웃음쳤다.     “내 무슨 종호를 죽였는가? 그저 종호 부탁을 받고 그를 안락사를 시키려고 시도했을뿐인데.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이리 들볶아댑니까?”     악처는 소긍로 제 좋은 궁리를 했다.     (한국 법원에서 판결받으면 극상해 몇해 판결받겠지.)     그때 한쪽에서 뭘 드륵드륵 복사하는 복사기 소리 들렸다.     이윽고 남경이 종이장 몇장을 류려평한테 내밀었다.     “자기 죄를 승인하면 여기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으십시오.”     류려평은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종이장을 받아 대낮처럼 환히 비추는 탁상등 불빛을 빌어 이리 저리 내리 읽어보았다.     악처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필을 들어 서명하고 식지로 도장집을 톡톡 찍어 자기 이름 옆에 뻘건 지장을 꾹 눌러 찍었다.     “됐어요. 돌아가 처벌을 기다리십시오.”     남경의 말에 류려평은 우쭐 일어났다.     “이젠 검찰원에 죄장을 넘깁니까? 아니면, 법원에 직접 기소합니까?”     “돌아가 기다리라니깐 그래? 얼마 안 가 결론이 내려질 겁니다.”     류려평은 그 말을 듣자 얼마나 홀가분한지 몰랐다.     악처는 가슴을 쭉 뻗치고 한 가슴 가득히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갑갑한 지하심문실에서 나왔다.     (이젠 살았구나. 한국 법정이여, 날 좀 살려주옵소서.)     그러나 하늘도 구치소도 대답이 없었다. 다만 여경들의 쌀쌀한 눈빛이 악처를 괴롭힐뿐이였다.
456    단편과학환상소설 조왕돌 모험기 김장혁 댓글:  조회:232  추천:0  2024-09-30
        2017년 08월 23일 10시 53분  조회:1892  추천:3  작성자: 김장혁                   단편과학환상소설                조왕돌의 모험기                             김장혁                                                                                  1         기원 5019년에 지구촌에서 금이야 옥이야 하는 보배 아들 조왕돌이 태어났어요. 그런데 조왕돌은  부모 기대와는 달리 공부하는데는 빼돌이요, 컴퓨터게임을 노는 데는  악돌이였죠. 그 애는 싯누렇게 싹은 이발을 드러내고 게임을 논다하면 컴퓨터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어요.     조걸 보세요, 조 조왕돌이 게임을 노는 모양을.     조왕돌이 컴퓨터 마우스로 클릭하자 우주비행선로봇이 항공모함에서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야호!”     조왕돌은 사기 나서 로봇우주비행선을 몰고 구름을 뚫고 별들이 반짝이는 태공으로 높이 치솟아 올라만 갔어요.      갑자기 로봇우주비행선 앞에 괴상한 얼룩 뱀 비행물이 나타났어요. “사격!” 조왕돌이 줄포건반을 누르자 줄 포탄이 날아갔어요. 얼룩뱀들은 날아와 조왕돌의 우주비행선을 휘감아 태공에서 내리 뿌리려고 했어요.     조왕돌은 감전건반을 눌렀어요. 순간 로봇우주비행선에서 시퍼런 불티가 번쩍이었어요. 얼룩뱀비행물은 비명을 질렀어요.  그 놈은 태공에서 대기층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려가지 않겠어요.     이번엔 독수리비행선이 날아왔어요. 줄 포탄을 쏘았지만요.  독수리비행선은 교묘하게 피하더니 이쪽에 맞불질을 했어요. 우주비행선에 불이 확 일었어요.    우주비행선이 태공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어요.    “이걸 어쩌지?”                         2       이때 독수리비행선이 날아왔어요. 독수리비행선에서 대머리 서양인이 나타나더니 불이 붙는 우주비행선로봇에서 조왕돌을 빼내 독수리비행선에 싣는 것이 아니겠어요.      “선생님은 누군가요?”      “난 크롱 박사야.”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이딸리아 노르망디 사람이야. 난 클론기술로 숱한 클론바우를 재생시켰던 거야.”      그런데 독수리우주비행선은 코치아 쪽을 벗어나 서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 어디로 가는 건가요?”      “가 보면 알아.”     독수리우주비행선에 앉아 몇 시간을 달렸어요. 이젠 파도가 출렁이던 검 푸르른 바다는 보이지 않고 별들이 총총 내려앉은 것 같은 불야성이 보였어요.     독수리우주비행선은 비행장에 서서히 내렸어요. 조왕돌이 우주비행선에서 내리자 노랗고 파란 눈들이 판들거리면서 이상한 눈길을 보냈어요. 허나 그는 공포감을 억지로 털어버리면서 크롱 박사의 마차에 올랐어요.     “어째 승용차를 두고 마차를 타는가요?”     크롱박사는 대머리에 난 땀을 살진 손으로 닦으면서 말했어요.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그래. 사람마다 승용차를 타지 않으면 그만큼 온실가스가 적게 배출될 거 아니야?”     조왕돌은 일리가 있다고 여겨 머리를 끄덕였어요.     때는 동녘이 희붐히 밝아오는 때어서 딸까닥딸까닥 절주 맞게 달려가는 마차에 앉아서 뾰족하고 높다랗게 치솟은 서양식 건축물이 신화처럼 보였어요. 진짜 잉글랜드 여왕이 탄 금빛마차를 탄 기분이었어요.                              3       한참 후 마차는 별장 같은 집 앞에 가 멈춰 섰어요.    저쪽에서 갑자기 숱한 노랑머리와 깜둥이들이 쓸어 달려왔어요.    “톰, 이후에 이 애와 싸우지 말고 잘 놀아야 해.”    크롱 박사의 말에 제일 꺽다리 깜둥이가 어깨를 으쓱했어요.    “예쓰(예)”    깜둥이는 벌건 입술 속에서 허연 이발이 다 드러나게 씨물 웃어보였어요.    크롱 박사는 한시름을 놓더니 한쪽에 오도카니 서 있는 조왕돌을 데리고 집안에 들어갔어요.     그는 주사기로 조왕돌의 팔에서 뭔가 뽑아가지고 지하실험실로 들어갔어요.     한참 후 손 벽 소리와 함께 글쎄 조왕돌과 심통히 똑 같이 생긴 애가 지하실에서 걸어 나와 조왕돌을 보고 쌔물쌔물 웃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 넌 누구냐?”    그 애가 말하기도 전에 크롱박사가 소개했어요.    “이 앤 널 클론기술로 복제해낸 조왕돌 1호야.”    “예?”    조왕돌은 눈이 똥그래졌어요.   그는 그 애 손을 정답게 잡으면서 물었어요.   “그럼 얘는 내 동생인가요?”    “아들도 동생도 아니야, 그저 조왕돌 1호라고 부르자꾸나.”    “조왕돌 1호야!”    조왕돌은 조왕돌 1호를 꼭 껴안았어요.    크롱박사는 조왕돌의 눈과 귀에 미형시청각전자뇌를 장치하고 크롱 박사의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해놓았어요. 그리고 그 전자뇌에 조왕돌의 부모와 학교 사생들의 정황을 상세히 입력해넣었어요.                   4       이른 아침이 되자 크롱 박사와 조왕돌은 조왕돌 1호를 우주비행선로봇에 앉혀 집에 돌려보냈어요. 조왕돌1호에게 장치한 시청각전자뇌를 통해 수시로 감시하고 지령을 보냈어요.     크롱 박사의 집 컴퓨터 현광판에는 조왕돌 1호가 탄 우주비행선로봇이 푸르른 바다 위로 날아 어느 새 조왕돌의 집인 만장굴 앞 우주비행장에 서서히 날아 내리는 것이 보이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직접 자외선방지 우산을 쓰고 우주비행장에 마중 나왔어요.    어머니는 우주비행선로봇에서 내린 조왕돌 1호의 머리 위에 우산을 펼쳐 들어주면서 물었어요.    “얘야, 어디로 갔다가 이제야 돌아왔니?”     조왕돌 1호는 능청스레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희죽이 웃었어요.    보아하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왕돌 1호가 조왕돌이 아닌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어요.    조왕돌 1호는 조왕돌을 대신해 숙제를 하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어머니가 지켜보면서 새물새물 웃고 있었어요.    이튿날 조왕돌 1호는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어요. 선영과 보름 등 애들의 부러운 눈길이 머리를 쳐들고 교실로 들어가는 조왕돌 1호를 보고 입을 비쭉거렸어요.    조왕돌 1호가 교실에 들어가 앉자 옆에 앉은 보름은 다른 애들과는 달리 조왕돌을 보는 척도 하지 않고 동화책을 보고 있었어요.    이상했어요. 이전 같으면 조왕돌은 까불면서 보름의 옆구리를 톡톡 치면서 누룽지를 내놓으라 하지 않았겠어요? 허나 오늘 따라 얌전했어요.    보름은 너무나도 이상해 동화책을 보다가 말고 조왕돌을 핼끔 곁눈질 해보았어요.   생각 밖으로 공부시간이 되자 장난도 하지 않고 선생님의 강의도 귀담아 듣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참, 며칠 보지 못했더니 해가 서산에 두둥실 뜨지 않을까?)   그런데 보름의 속을 어떻게 알았는지 조왕돌이 무슨 쪽지를 건넸어요.      얘, 보름아, 해가 서산에서 뜰 때도 있어. 난 보름달 같은 네 얼굴에 옴폭 패는 보조개가 귀여워!      그 쪽지를 보고 꾸겨 호주머니에 넣는 보름의 홍조가 어린 보름달 같은 얼굴에는 놀라운 기색이 파도치고 있었어요.     조왕돌 1호는 입을 비쭉해 보이었어요.      보름은 머리를 폭 숙였어요. 그의 귀 밑으로 빨간 물감이 칠해 올라가고 있었어요.    한편 서유럽 노르망디 크롱 박사의 집에서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던 조왕돌은 폴짝폴짝 뛰었어요.    “참 묘해요. 옆에 앉은 보름도 조왕돌 1호를 나로 여기는 걸 보세요. 이젠 여기서 전자유희를 마음껏 놀아도 되겠죠?”    “그럼, 마음껏 놀아라. 근심할게 있니?”    “야-호!”    조왕돌은 좋아서 깡충깡충 뛰더니 전자유희를 놀기 시작했어요.                           5       어느 날 사달이 생겼어요.     조왕돌이 한창 재미나게 전자유희를 놀 때었어요. 난데없는 흑인애들이 모여와서 조왕돌을 툭툭 쳐 밀어내고 자기들이 들어앉아 놀았어요.      “이 깜둥이 새끼들, 못 피하겠나?”      조왕돌은 톰을 쾅 밀쳤어요. 덩치뿐인 톰이 허공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손으로 엉덩이를 만지면서 상을 찡그리던 톰이 벌떡 일어나 조왕돌의 귀 쌈을 불이 나게 찰싹 갈겼어요.     조왕돌은 지려하지 않고 톰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어요. 그때 흑인 애들이 왁 덮쳐들어 조왕돌을 치고 박았어요.    물매를 맞은 조왕돌은 분해 두 다리를 바둑거리면서 엉엉 울었어요.      크롱 박사가 황급히 꽥 소리 쳐서야 톰이랑 도망쳤어요.     “크롱 박사님, 난 형제도 없고 친구도 없어 맞기만 해요. 분해서 어디 살겠어요.”     “근심 말아.”    크롱 박사는 조왕돌의 귀에 대고 뭐라고 수군거렸어요.     “예- 옳아요. 톰, 어디 두고 보자.”     이튿날 큰 일 났어요. 크롱 박사님의 앞마당에서 조왕돌이 뽈을 찰 때었어요. 톰이랑은 자기들의 힘을 믿고 조왕돌의 뽈을 저 멀리 차버리고 조왕돌을 탁 밀쳤어요. 조왕돌은 슬쩍 피하면서 안걸이를 걸었어요. 톰은 제 힘에 앞으로 쿵 넘어졌어요. 성난 흑인 애들은 욱 쓸어와  또 전날처럼 조왕돌을 치고 박았어요.      “꼼짝 말라!”     야무진 소리와 함께 갑자기 조왕돌과 똑같게 생긴 숱한 애들이 덮쳐 나왔어요.     순간 조왕돌이네 애들이 톰이랑 흑인 애들을 포위하고 주먹으로 치고 박고 걷어찼어요. 두 말할게 있나요? 흑인 애들이 엉망진창이 되게 얻어맞았지요. 여기저기서 신음소리와 아우성소리가 처참하게 들렸어요.     이때 경적소리 요란하더니 숱한 경찰차가 달려와 양쪽의 애들을 몽땅 잡아 경찰국에 실어갔어요.    광장 같은 큰 칸에 갇힌 애들은 머리를 푹 떨어뜨리고 섰지요. 털보경찰이 전기곤봉을 휘두르면서 톰과 조왕돌을 보고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어느 녀석이 두목이냐? 썩 나서지 못할까?” 흑인 애들 무리 속에서는 톰이 나섰지요. 그런데 이쪽에서 조왕돌이 나서자 조왕돌 2호, 3호, 4호, 5호… 10여 명이 몽땅 나섰지요. 그런데 그 애들이 다 똑 같게 생겨 분간하기 힘들었어요.    이때 톰이 털보경찰에게 뭐라고 소곤거렸어요. 그러자 털보가 꽥 소리쳤어요.    “난 다 알아. 너희들 두목은 조왕돌이지. 나와!”     “내가 조왕돌이예요.”     “나예요.”     털보경찰은 퉁사발눈이 휘둥그래졌어요. 그는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어요. 그는 이제껏 쌍둥이는 보았어도 생김새가 똑같은 애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보았던 거예요.     도리머리 질 하던 그는 경찰국에 알려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린 영국의 유명한 정탐가 홈스를 모셔왔어요.     높다란 중절모를 쓴 홈스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조왕돌들을 하나하나 여겨보았어요. 허나 그의 예리한 눈길로도 똑 같이 생긴, 동양의 황색피부에 남북골에 눈 확이 쏙 꺼져 들어간 애들을 분간하지 못했어요.    홈스는 도리머리 질 하더니 털보에게 뭐라고 쑤군거렸어요. 그러자 털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그는 애들을 한바탕 훈계하더니 놓아 주었어요.                                 6       조왕돌은 크롱 박사의 클론기술의 위력을 알고  별의별 요구를 다 제기했어요.     “박사님, 빵과 우유가 먹기 싫어요. 클론기술로 클론 입쌀과 바나나를 만들어주세요.”     크롱 박사는 대머리를 만지더니 “되고말고.” 하고 선선히 대답했어요.     이듬해 봄, 크롱 박사는 비행기로 동방과 아메리카 중부에서 실어간 벼와 빠나나 유전자와 세포를 분리해 대 면적 온실에 심었어요.     어느 날 밤, 창밖에서 하얀 싸락눈 같은 것이 쏟아져 내리는게 아니겠어요.     조왕돌이 바깥에 나가 보니 희읍스름한 구름이 낀 하늘에서 싸락눈이 쏟아져 내리는가 했더니요. 저게 뭐예요? 글쎄 하늘에서 새하얀 입쌀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후 크롱 박사는 조왕돌의 요구에 따라 클론호박, 클론도마도, 클론물고기, 클론 양 지어 클론 소, 클론 토끼까지 수태 복제해냈어요.     (클론기술이 있으면 뭐든 요구하면 복제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은 크롱 박사가  자리를 비운 틈에 가만히 크롱 박사의 실험실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열고 떨리는 손으로 건반을 톡톡 쳤어요. 그는 클론기술파일을 전부 복제해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몽땅 영어여서 보기 힘들었어요.     “에라, 모르겠다. 컴퓨터의 모든 파일을 복제해 내자.”     복제가 끝나자 조왕돌은 클론기술을 익히려고 노르망디를 떠나 영국 켐프리치대학으로 갔어요. 그제야 조왕돌은 공부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거죠.    원래 총명한 조왕돌은 하나를 배워주면 둘을 아는 총명 영리한 애여서 인차 영어를 배워냈어요. 그리하여 그는 크롱 박사가 오기 전에 벌써 클론기술을 다 장악했던 것이죠.    “2천 년 전의 기술이 아직도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지.”    조왕돌은 조왕돌 2호랑 10여 명을 데리고 독수리우주비행선에 올라 고향 코치아의 밤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코치아에 돌아온 조왕돌을 보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주 대견스레 바라보았어요.    내외간은 조왕돌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을 보고 크롱 박사를 파견해 클론기술을 전수하게 미리 작전을 꾸몄던 것이죠.    조왕돌은 어머니 심정을 알기나 한 듯 기적을 낳기 시작했어요. 클론기술로 클론소와 클론양, 클론입쌀, 클론호박을 생산해냈던 것이죠. 그것도 클론 소랑 어찌나 큰지 옛날 소의 열배씩 컸어요. 클론호박은 어찌나 큰지 집채 같았어요. 집채 같은 호박 속을 파 삶아 먹고서도 맨 껍데기는 집으로 쓸 수도 있었어요.     조왕돌은 클론백마를 생산해 보름에게 선물했어요. 보름은 백마의 볼을 살살 어루만져주면서 조왕돌에게 포도 알 같은 눈을 깜짝해 보였어요.     “조왕돌아, 고마워.”     조왕돌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빈정거렸어요.     “네가 원하면 클론호랑이도 생산해 줄 테야!”     허나 보름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호랑이는 싫어. 난 백마가 곱다!”     조왕돌은 보름에게 또 클론토끼와 클론암탉을 복제해 한 마리씩 선물했어요.     보름은 입이 뽀로통해졌어요. “싫다! 고작 암탉과 토끼냐?”     조왕돌은 안 됐다 싶어 “네가 원하면 클론코끼리를 줄게.”라고 했어요.     “네가 코끼리까지 만들어?”     “그래. 기다려라.”     조왕돌이 떠나가려고 하자 보름은 다급히 외쳤어요.      “가만!”     조왕돌이 돌아섰어요.    보름은 두 손을 모아 쥐고 머리를 숙이더니 허리를 비꼬며 겨우 말했어요.    “얘, 기린을 만들어줄래?”     “엉? 그래. 내 만들어오지.”     이윽고 조왕돌은 목이 기다란 클론기린을 끌고 왔어요.     “자, 가져라!”    기린은 어찌나 큰지 지붕 위의 대나무 잎을 뜯어 먹는 것이 아니겠어요.    “와! 좋다.”    보름은 기린을 보고 환성을 질렀어요.    조왕돌은 사다리를 가져다 놓고 보름을 데리고 기린의 잔등에 올라가 타고 온 연화시를 돌아다녔어요.                            7       조왕돌이 클론기술로 뭐나 다 만든다는 소문이 퍼지자 코치아의 백성들은 이젠 살 때를 만났다고 야단쳤어요. 그들은 놀고도 이밥에 호박을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손과 발바닥에 털이 날 지경이었어요. 그 특대뉴스가 지구촌에 방송되자 제일 부러워하면서도 속으로 질투한 나라는 이웃에 사는 뱀 섬나라의 나까아멘 왕이었어요. 그는 속으로 당장 코치아를 먹어치우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어요.      조왕돌은 온종일 침대에 누워 먹고 싶은 걸 컴퓨터 건반을 톡톡 쳐서 클론기술로 생산해 마음껏 먹고 자기만 했어요. 그런데 몸을 너무 움직이지 않고 진종일 침대에 누워 날마다 음식 서너 근씩 먹기만 해 사지가 퇴화되기 시작했어요. 팔과 다리가 가늘어지고 배는 기름개구리처럼 똥똥해졌어요.     실로 조왕돌은 해뜩 번져져 네다리를 바둑거리는 거부기 같았어요. 이젠 입도 놀리기 싫어 집에 둔 보모들이 량쪽에서 손으로 턱을 받들어 올렸다 내리었다 해줘야 돼지고기와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어요. 공부도 하지 않고 머리를 쓰지 않아 머리가 주먹만큼 작아졌고 뭐나 보기도 싫어해 눈마저 빈대 눈이 돼버렸어요.      그런데 뱀섬나라 도적들이 뛰어들어 클론기술을 훔쳐가려 하였어요.     조왕돌은 고향 만장굴을 떠나 더 깊숙한 시골 동굴에 숨어 혼자 클론기술을 가지고 잘 살고 싶었어요. 적어도 클론기술을 코치아 백성들이 아닌 뱀 섬나라에 전파되는 것은 싫었던 것이죠.      허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왕돌의 전도가 근심스러웠어요. 지어 코치아의 미래가 근심스러웠어요.      이게 웬 일인가요?      조왕돌은 시골로 낙향해야 하겠는데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어 했어요. 자기 몸을 이기지 못한 거예요. 별 수 없이 조왕돌 1호랑 6호랑 여섯이서 침대 채로 들어 만장굴에서 나가 우주비행장으로 나갔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눈물로 조왕돌과 이별했어요.    “얘야, 아빠 고향에 가면 신체단련에 주의해라.”    조왕돌은 겨우 손을 들어 저었어요.    조왕돌은 우주비행선에 올라가자 조왕돌 1호를 보고 우주비행선을 조종하게 하고 자기는 입으로 지령을 내렸어요.    우주비행선은 간신히 하늘로 솟아올랐어요.    갑자기 반짝이는 별천지 속에서 이상한 비행물이 날아왔어요.    “넌 누구야?”    조왕돌의 물음에 앙칼진 목소리가 확성기에서 들려왔어요.    “우린 크롱 박사 1호와 톰 1호야! 크론 복제기술을 훔쳐간 도적놈아, 어디 미사일 맛을 봐라!”    씽-    뻘건 불줄기가 날아왔어요.    “빨리 피해!”    조왕돌이 명령했어요. 허나 우주비행선은 미처 피하지 못했어요.     꽝!     우주비행선은 한쪽 날개가 날아나 아래로 내리 곤두박질 쳤어요.      “앗-!”     조왕돌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어요. 그런데 그건 게임을 놀다가 걸상에 앉은 채 꾼 꿈이 아니겠어요.     “호- 크론 복제기술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4년 04월 01일 11시 09분  조회:3027  추천:6  작성자: 김장혁          중편과학환상소설          괴물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의 모험기                                                    김장혁                                                                     1      과학의 폭발시대인 2958년 5월 7일, 아메리카제국의 유명한 생물유전대학가 맥슨박사와 아시아천문지리대학가 유리녀박사의 아들인 괴물 클론바우가 고래어머니의 배에서 이 세상에 태여났어요. 이는 인류력사에 기록될만한 기적이 아닐수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클론바우는 어찌하여 고래어머니 배에서 이 세상에 태여났을가요? 하긴 클론바우는 난 날부터 백킬로그람도 넘는 엄청나게 크고 괴상하게 생긴 괴물이였기때문이지요.       맥슨박사와 유리녀박사는 7년동안에 아주 복잡한 실험을 10여차나 거쳐 그들의 제17대복제어린이인 클론바우를 복제해냈지요. 21세기초에 이딸리아 밀라노 비코카대학의 면역병리학자 마리아루이사 라비트라노박사는 인간의 유전자를 돼지정자에 주입해 란자와 수정시켜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생산해냈지요. 그후 근 900년동안에 유전학자들은 이 중대한 과학성과를 끊임없이 발전시켰지요. 하여 맥슨박사는 먼저 자기와 유리박사의 유전자를 분리시켜 900여년전인 21세기의 크론기술로 자기들의 총명한 뇌세포유전자를 가진 제1대복제클론바우를 복제해냈지요.      그런 다음 제1대복제클론바우의 유전자를 사자의 정자에 주입해 란자와 수정시킨 다음 수정란을 사자어머니 배에 넣어 길러 낳게 하였지요. 그 애가 바로 애급의 금자탑옆에 누워있는 인면수신의 조각상처럼 사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제2대복제클론바우였지요. 제2대복제클론바우는 수사자의 대가리만큼 큰 머리에 온몸에 사자의 털이 텁숙하여 엄동설한에도 털옷을 입을 필요가 없었지요. 게다가 총명한 맥슨박사와 유리녀박사의 뇌세포를 물려받아 총명한 머리안에 뇌가 둘이나 들어있어 두뇌가 엇갈아 쉬면서 밤낮없이 머리를 쓸수 있어 잠을 잘줄 모르는 어린이로 불리우게 되였지요. 하긴 사람들이 밤에 자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가요. 기실 백년을 산다고 하여도 눈을 뜨고 사는 시간은 50년밖에 되지 않는것이 아니겠어요. 하여 맥슨아버지와 유리어머니는 뇌 둘이나 되여 자지 않는 특수인간으로 만들어냈던것이예요.     맥슨박사는 제2대복제클론바우의 유전자를 부엉이와 독수리의 수정란에 주입시켜 사람과 사자, 독수리, 부엉이의 특성을 다 가진      제3대복제클론바우를 복제해냈어요.     이런 방법으로 맥슨박사와 유리박사는 복제클론바우의 유전자를 선후로 사자, 독수리, 상어, 코끼리, 타조, 고래 등 숱한 동물의 수정란에 주입시켜 제4대클론바우로부터 제17대복제클론바우를 복제해냈던것이예요. 하여 실로 클론바우는 사람과 사자, 독수리, 상어, 코끼리, 타조, 고래 등 동물들의 모든 훌륭한 특성을 다 유전받은 세상에 둘도 없는 인면수신의 괴물로 되였어요. 독수리에게서 물려받은 클론바우의 퉁사발눈도 특수한 독수리눈이여서 천메터 밖의 땅바닥에서 쥐새끼가 뛰노는것도 다 볼수 있는 천리혜안이였어요. 하여 레이다도 필요없이 비행기거나 뭇짐승들이거나 사람의 움직임을 다 보아낼수 있지요. 그리고 그의 눈은 얼굴에 두개 있는외에도 뒤골과 오른손 중지에도 하나씩 더 있었지요. 하여 뒤로부터 오는 뜻밖의 공격을 막아낼수도 있고 머리가 들어가지 못하는 옹이구멍같은데도 중지손가락을 넣으면 중지눈으로 집 안을 다 들여다볼수 있었어요. 하여 얼마나 편리한지 몰라요.       클론바우의 입은 독수리주둥이처럼 뾰족한데다가 이발은 상어이발처럼 날카로왔어요. 하여 어지간히 생짐승고기도 칼을 쓸 필요없이 마구 뜯어먹을수 있었어요. 클론바우에게는 또 앞뒤에 팔 네개에 3.5메터짜리 날개까지 두개나 달려있었어요. 하여 클론바우는 앞뒤로 달려드는 놈들을 앞뒤손으로 몽땅 때려엎을수 있을뿐만아니라 승용차나 비행기도 필요없이 푸르른 하늘에서 초음속비행기보다도 더 빨리 훨훨 날아다닐수 있었어요.     제14대복제클론바우의 유전자와 꼬끼리의 유전자의 결합에 의하여 만들어진 클론바우의 코는 코끼리의 긴 코를 딱 떼 닮았어요. 그 놈의 코는 힘이 어찌나 센지 사자같은 맹수도 허리를 감아 2~30메터씩이나 뿌려던질수 있지요. 게다가 냄새를 어찌나 잘 맡는지 몇킬로메터밖에서 양고기뀀을 구워먹어도 그 냄새를 맡을수 있어 유리어머니보고 사내라고 졸라대서 생 야단이였어요. 설상가상으로 클론바우의 배가 코끼리배처럼 어찌나 큰지 한마리의 양고기를 다 구워먹어도 성차하지 않았어요. 제15대복제클론바우의 유전자와 타조의 유전자의 결합에 의하여 만들어진 제16대복제클론바우의 다리는 괴상하게도 타조의 다리같이 껑충한데다가 탄성이 좋아서 지상에서 달리는 동물가운데서 제일 빨리 닫고 뛸수 있지요. 제17대복제클론바우는 제16대복제클론바우와 고래어머니의 유전자를 받고 태여났기에 난 날부터 고래새끼들과 함께 파도가 세찬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염을 슬슬 치는것이였어요. 실로 클론바우는 바다에서 허염칠수 있고 땅에서 달아다닐수 있을뿐만아니라 하늘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이 세상의 괴물이였어요. 어린 친구들, 클론바우와 같이 괴상한 어린이를 본적이 있나요? 없지요? 좀 기다려봐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괴물 클론바우가 또 어찌는가 말이예요.                             2       클론바우는 진짜괴물이였어요. 고래의 배에서 바다물에 나오자마자 허우적허우적 헤염치면서 “아빠!”, “엄마!”하고 말하였으며 뭍에 오르자마자 타조다리같이 껑충한 다리로 성큼성큼 걷기까지 하였어요. 하여 두달도 안되여 맥슨부부는 클론바우를 데리고 유치원에 갔지요. 그런데 애들은 사람의 머리에 짐승의 사지를 한 괴물, 그 엄청난 괴물- 클론바우를 보자 무두들 기겁했어요.     “어비(베)-!”     애들은 비명을 지르며 산지사방으로 흩어졌어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려고 뺑뺑 맴돌았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어른들마저 시내 큰길에서 걷는 이 괴물을 보고 겁이나 산지사방으로 달아났지요.     텔레비죤방송국에서는 기자들을 파견하여 이 인면수신의 괴물을 촬영하여 온 세상에 방송하였어요. 그러다보니 한돌도 안되는 클론바우는 일약 이 세상의 뉴스인물로 되였지요.      어린 클론바우는 자기 또래애들과 놀지 못하는 것이 아주 고통스러웠어요.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기를 이런 괴물로 낳은 것을 원망하기 시작하였어요. 교실에 가도 키가 어찌나 큰지 교실 천정에 숫구멍이 닿을 정도였어요. 덩치가 어찌나 큰지 걸상도 침대만큼 큰 걸 단독으로 깔고 앉아야 했어요. 클론바우는 젤 앞에 앉고 싶은데 선생님은 젤 앞에 앉게 못했어요. 앞에 앉으면 다른 애들이 뒤에서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던 거죠. 하여  클론바우는 젤 뒤에 침대 같은 걸상을 깔고 앉아야 했어요.       클론바우는 집에 돌아와 앞에 앉지 못하게 한다고 입이 뾰로통해해하며 길다란 코를 휘둘러댔어요.      그때마다 맥슨박사 부부는 클론바우를 보고 늘 타일렀어요.      “얘야,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잘해라. 미래의 세계는 바로 인재경쟁시대이고 지식과 자질, 능력의 시대이다. 그러니 우리 인간들이 단지 지금 보통인간의 능력만을 가지고서는 이 지구촌과 한없는 우주를 정복할수 없느니라. 너는 사람의 대뇌에 짐승의 사지를 가진 슈퍼맨(초인)이기에 장차 이 지구촌을 통치할 구세주로 태여난것이야.”     어린 클론바우의 귀에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통 귀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러나 “너는 장차 이 지구촌을 통치할 구세주”라는 말만은 귀맛이 당겼어요.      맥슨부부는 클론바우가 너무 거물급괴물이여서 유치원에 가지 못하게 되자 별수없이 집에다 자기 친구박사들을 가정교사로 모시고 클론바우에게 영어, 조선어, 한어, 철학, 력사, 수학, 물리, 화학을 가르치게 하였고 자기들이 직접 생물학과 천문지리학을 가르쳤어요.       클론바우는 맥슨박사부부의 태아조기교육을 잘 받았기때문에 벌써 배속에서 댄스가요같은것을 감상하여왔고 아버지 맥슨박사에게서는 영어자모 A, B, C, D에 영어말까지 배웠고 코리아의 어머니 유리박사에게서는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같은 천자문을 배웠어요. 그런데 클론바우는 맥슨부부의 기대와는 달리 생물이나 천문학에 흥취가 있는것이 아니라 전문 정치나 철학, 경제학과 력사 같은 사회과학에 흥취가 있었어요.      클론바우는 머리가 총명한데다가 뇌가 둘이여서 밤낮이 따로 없이 계속 공부를 하여 열살에 벌써 철학과 력사학 박사과정까지 다 공부를 하였지요. 열살 어린 나이와는 달리 그는 《변증법적지구촌통일론》이란 박사론문을 썼는데 지구촌의 전쟁과 평화, 평화와 통일, 통일과 인류문명발전의 변증법적관계를 완벽하게 론술하면서 지구촌통일의 필요성을 천명하였으며 그 구체적통일방안을 론술하였어요. 하여 이 박사론문은 일약 세계학술계와 군사계를 크게 진동하였으며 국제박사학위평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였어요. 하여 클론바우는 여덟살에 일약 유명한 사회과학박사로 되였던것이예요.       클론바우는 필경은 어린애여서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위생실로 가는척하면서 늘 소학교에 가서 애들과 놀았어요. 처음에 기겁하던 애들도 차차 클론바우가 자기들을 해치지 않자 다가와서 클론바우의 코끼리 코처럼 치렁치렁 드리운 길다란 코를 매만지다가 코에 매달려 "후쌰! 후쌰" 그네를 뛰기도 하였죠.     담이 큰 어떤 애들은 그의 코를 타고 목에까지 올라가 가로타고 앉아 그의 파초잎같이 넙죽하고 큰 귀를 매만지면서 놀았어요.어떤 애들은 클론바우의 길다란 코를 미끄럼대처럼 타고 쪼르르 쪼르륵 미끌어져 내려왔어요.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괴물같이 육중한 클론바우가 애들을 상하게 할가봐 경계했지만요. 나중에는 점차 클론바우를 귀여워하면서 애들과 어울려 놀게 놔두었어요.     한번은 애들이 선생님의 포치대로 물초롱으로 교실 앞의 화단에 물을 주었어요. 그러자 클론바우는 수도실에 가서 물통에 길다란 코를 뻗쳐 넣더니 단번에 물을 몇초롱되게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겠어요. 뒤이어 하단에 돌아가면서 길다란 코로 물을 쏴- 쏴- 쏟아부었어요.     "와- 클론바우 참 대단해!" 선생님이 치하하며 환성을 질렀어요.     그 바람에 애들은 인차 물 주는 일을 끝마치고나서 기뻐 클론바우를 칭찬하며 야단쳤어요.    신바람 난 클론바우는 녀선생님과 애들을 네 팔로 꽉 껴안더니 잔등에 태웠어요. 뒤이어  타조다리로 땅을 구르며 껑충껑충 달리다가 세메터씩이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어요.     클론바우는 선생님과 애들을 태우고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아메리카제국의 아마죤강방상공에서 훨훨 날아예다가 푸르디푸른 태평양상공을 날아넘어 하와이섬에 이르렀어요. 그들은 야자수 물을 시원하게 마시면서 하와이의 해변가풍경을 실컷 구경했어요. 사생들은 또다시 클론바우의 잔등에 업히여 훨훨 날아 후지산을 날아넘고 한라산을 지나 어느덧 어머니 유리박사의 고향인 백두산 아래까지 날아왔어요.                                     3      클론바우는 욕심쟁이였어요. 그는  아빠 엄마와 졸라대 백화상점에 가서 가서 전문 땅크나 대포, 유도탄, 우주비행선 같은 놀음감만 골라 사달라고 했어요. 아마 장차 지구촌을 통일할 위인이 돼 그런지 놀음을 놀아도 전문 땅크나 우주비행선 같은 놀음감으로 전쟁놀음을 놀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클론바우는 아빠나 엄마의 기대와는 달리 생물이나 천문, 지리에는 그리 관심이 없고 전문 나뽈레옹, 히틀러와 무쏠리니, 나치스, 도요도미히데끼와 같은 파쑈들에 대해 부쩍 흥취를 가지고 그런자들의 인물전기를 보기만 하면 빵 한쪼각으로 끼니를 에우면서 시간이 가는줄을 모르고 읽었어요.     어느날, 아빠와 엄마는 클론바우를 불러놓고 이렇게 타일렀어요.     “얘야, 네가 온 지구촌을 통일하려는 생각은 아주 웅대한 목표야. 그런데 그저 입방아를 찧는 정치나 배워서야 어찌 이 세상을 하나로 통일할수 있겠느냐? 천문지리니 생물과 물리,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을 알아야 지구촌을 쥐고 흔들 강대한 무기를 장악할수 있단 말이다.”      그러나 클론바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것이였어요.      “아빠, 엄마, 내 말을 좀 들어보소. 이 세상에서 자연과학을 연구하기보다 남이 자연과학을 연구하여 얻어놓은 성과를 빼앗아 먹는것이 낫다는 도리를 어째 모릅니까? 내가 이 지구촌을 독차지하면 그 무엇이든 몽땅 내것이 아니겠어요? 원자탄, 중성자탄, 전자탄 그리고 금자탑, 만리장성, 아마죤강, 장강, 나이제르하, 아랍의 석유, 아시아의 금과 은, 동, 오스트랄리아의 다이아몬드와 비취…흐흐흐, 지구촌의 모든것이 몽땅 내것이예요.”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클론바우에게 충고하였어요.     “얘야, 이 지구촌을 통일하는 일이 그리 쉬운줄 아느냐? 고신과학기술을 장악한 인재와 강대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자연과학을 알아야 과학가들을 지휘하여 이 세상을 쥐고 흔들수 있는 강대한 무기를 제조할수 있고 나아가서 지구촌을 통일할수 통일할수 있어. ” 그러자 총명한 클론바우는 인차 부모의 그 말뜻에 깊은 도리가 있다는것을 터득하고 그날부터 다시 핵물리와 화학공정, 생물, 천문지리를 전공하였어요. 하여 그때부터 그는 자연의 힘을 빌어 지구촌을 다스릴 엉뚱한 궁리를 하였어요.     그가 사회과학분야에서 철학과 력사학 박사학위와 군사공업학박사학위까지 탄데다가 중성자탄과 전자탄을 발명한것을 보고 아메리카제국에서는 그를 일약 군사공업부 부장으로 임명하였다. 클론바우가 알심들여 연구한 끝에 수많은 선진적인 제2대 중성자탄과 전자탄, 생물화학무기가 발명되였어요.     아메리카제국에서는 즉시 그 선진적인 무기로 아라비아제국과 결사전을 벌렸어요.    클론바우부장은 컴퓨터현시판앞에 서서 퉁사발눈을 껌뻑거리면서 자기가 발명한 중성자탄로케트가 석유의 바다로 불리우는 아라비아에로 날아가는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어요.    쿵쿵쿵!    아라비아반도에서 수만개의 채색버섯구름이 화산폭발처럼 일어났어요. 순식간에 아라비아제국을 재더미로 만들었어요.    그후 아메리카제국에서는 아라비아반도로부터 해만바다가의 항구에까지 석유수송관을 늘이고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아라비아반도의 석유를 돈 일전 한푼 팔지 않고 석유운송선에 실어다 물처럼 쓸수 있게 되였어요.     그런데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하였어요. 600여년전에 자살식폭발방법으로 늘 보복행위를 감행하던 아랍제국에서는 암암리에 괴물 클론바우꼬마부장을 암살할 계획을 획책하고있었던것이예요.    어느 하루, 군사공업부사무청사는 클론바우꼬마부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떠들썩하였어요.    클론바우가 아라비아제국을 멸망시킨 경과를 일일이 소개한후 몸을 돌려 군사공업부사무청사로 되돌아들어가려고 할 때였어요. 한 아랍인후예기자 모하모드가 비디오촬영기로 클론바우의 잔등을 묘준하여 촬영하는척하다가 빨간 스위치를 눌렀어요.    쉭!    갑자기 비디오촬영기렌즈에서 소형로케트가 클론바우를 향하여 씽 날아나갔어요. 그러나 클론바우는 서너메터나 되는 날개를 퍼덕이더니 하늘로 훌 날아오르면서 긴 코를 뻗쳐 모하모드를 향해 코방귀를 흥! 하고 뀌였어요. 그 바람에 모하모드는 비디오촬영기식소형로케트발사기를 멘채 열서너메터밖으로 뿌리워 날아나갔어요. 소형로케트는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클론바우꼬마부장의 발밑을 스칠듯이 아슬아슬하게 날아지나가 군사공업부사무청사벽에 박혔어요.    쿵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군사공업부사무청사가 허공에 날아났어요. 하여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기자들과 정부관원들이 목숨을 잃고말았던것이예요. 사실 클론바우는 진작부터 중지에 박힌 눈으로 수염이 더부룩한 아랍인후예기자인 모하모드를 의심해 눈박아보아왔으며 코끼리귀같이 큰 귀를 도사려 미리 모하모드의 비디오촬영기에서 이상한 작동소리가 들린다는것을 들었던것이였어요. 그가 돌아선 순간 손을 뒤로 뻗쳐 손가락에 달린 중지눈으로 살펴보노라니 모하모드의 비디오촬영기에서 이상한 빛이 자기에게로 비치는것을 보고 날개를 퍼덕여 하늘로 날아올랐던것이예요. 하여 모하모드가 특제암살전문용비디오촬영기식소형로케트발사기로 쏜 로케트를 피하였던것이예요.     아라비아인들은 클론바우꼬마부장을 살해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을뿐만아니라 국제테로명단에 올랐어요. 아메리카제국에서는 아메리카에 이주해와 근 1000여년이나 살아온 아라비아인들을 몽땅 아메리카제국에서 쫓아내 남아메리카주 최남단인 혼각에 강제이주시켰으며 그들의 정착지주위에 철조망을 늘이고 군인들을 파견하여 밤낮으로 감시하게 하였어요.                                4      클론바우꼬마부장은 숭용차도 비행기도 타지 않고 자기 날개로 날아다니는 인면수신의 괴물이여서 지명도가 높았어요. 게다가 아라비아제국과의 전쟁승리후 그의 위신이 전세계에서 전례없이 높아졌어요. 하여 클론바우는 일약 아메리카제국 대통령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열두살에 일약 꼬마대통령으로 되였어요.      “으흐흐, 이 지구촌은 바야흐로 내것으로 돼가는구나.”     클론바우는 사자얼굴에 득의양양한 빛을 띠우며 기다란 코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호탕하게 웃었어요.     그는 자기가 정복한 아라비아반도를 돌아본후 유럽과 아시아의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예면서 온 지구촌을 삼킬 계획을 무르익혔어요.     사흘후 클론바우대통령은 유럽으로부터 아메리카제국에 돌아와 대통령부안을 훨훨 나래치다가 날개를 접으면서 대통령보좌에 슬쩍 날아내려앉았어요.    (으흠, 그간 아시아제국에서 유럽의 선진기술을 재빨리 인입하여들여 유럽련맹제국 버금으로 강대한 적수로 되였단말이야. 게다가 아시아제국은 인구가 세계인구의 절반이나 차지하기에 가만놔두어서는 우리 아메리카제국에 큰 위협으로 될게 아닌가!)     그는 즉시 과학기술부 부장인 아버지 맥슨박사와 군사공업부 부장 챨스대원수, 참모장련석회의 주석 제크대원수, 우주항천천문과학기술부 부장인 어머니 유리박사를 비롯한 과학가, 대원수, 부장들을 불러놓고 유럽제국과 아시아제국, 나아가서 아프리카제국을 없앨 작전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어요.     챨스대원수가 선코를 뗐어요.     “유럽제국에는 아직도 20세기에 제조한 원자탄이 적어도 5천여매나 있습니다. 만약 핵탄두로케트로 우리 아메리카제국을 습격한다면 우리 미싸일방어체계에 빈 구석이 있기에 큰 봉변을 당할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련맹제국은 우리 아메리카제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깝기에 일단 그들을 건드렸다가는 해군륙전대가 직접 바다를 건너 우리를 칠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서뿔리 건드리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유럽련맹제국의 각 나라는 우리 나라와 세세대대로 친한 동맹이였기에 우리가 먼저 들이친다면 이후에 누가 우리와 친구로 지내자 하겠소이까.”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파초같은 귀를 도사리고 듣다가 퉁사발만한 눈알을 데굴거리면서 이렇게 말하였어요.     “대원수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똑같소이다. 잠시 유럽련맹제국을 놔두고 아시아제국부터 해치웁시다. 그런데 몇백년동안 전쟁준비로 갱도를 깊숙히 파고 쥐새끼들처럼 량식을 가득 저장한 아시아제국을 원자탄이나 전자탄을 써서는 몇개 대도시나 훼멸시킬뿐이지 완전히 글복시킬것 같지 못한데.”     순간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살기차고 험상궂은 얼굴에 수심의 그림자가 흘렀어요.     이때 어머니 유리박사가 나서서 말리였어요.     “원자탄과 전자탄, 중성자탄을 이젠 그만 쓰는것이 옳은것 같소. 아랍제국을 칠 때 물론 우리는 이겼지만 원자탄과 질자탄과 중자탄의 방사성물질의 오염을 받은 아라비아반도에 적어도 몇백년은 사람이나 모든 생물이 살수 없게 되였고 방사성물질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지금 무리로 죽어가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기형아를 낳고있어요. 핵전쟁은 인류에 지울수 없는 죄를 졌다는걸 명심해야 하겠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지나친 근심입니다. 그까짓 놈들이 다 썩어져도 아까울것이 없소이다. 우리가 이 지구촌을 다 통제한다면 사람이 없을가봐 근심할것이 뭡니까? 아시아를 치자고 하니 어머니는 아마 조국이 위협받을가봐 막아나서는것 같은데요. 아시아를 훼멸시킬 우리의 결심은 드팀없습니다. 계속하여 어떻게 아시아제국과 유럽련맹제국을 훼멸시키고 이 세상을 독차지할것인가 하는 계획을 토론합시다.”     군사가들은 그 말에 도리가 있다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길다란 코를 슬슬 어루만지면서 군사가들과 군사공업가들을 내려다보았어요.     그때 어머니 유리박사가 또 입을 열었어요.     “여러분들은 1997년 2월에 한 혜성이 지구를 충격할번한 사실을 생각이나 해보았는지요?”    그런데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코끼리코로 코방귀를 흥! 뀌였어요. 그 바람에 대통령의 그 넓은 사무상우에 놓였던 초롱만큼 큰 차잔이 씽 날아나면서 대통령부에 작은 비가 와르르 쏟아졌어요.     “어머니, 소혜성과 지구충돌이 우리 지구촌통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요?”     그러자 어머니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언성을 높이였어요.     “관계있구말구요. 우리는 우주의 힘을 빌어 지구를 통일해야 돼요. 그래야 제일 빠르고 쉽게 통일할수 있지요.”     그러자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파초같은 귀가 대번에 뻘쭉해났어요. 유리박사는 뒤말을 이었어요.     “내가 옛이야기를 꺼내는것은 9백년전의 경험에 근거해 달을 폭파시켜 아시아대륙을 덮어버리는것이 상책이라는것을 말하기 위한것이였어요.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서 벅실거리는 인간들을 몽땅 생매장할수 있을뿐만아니라 달의 흙으로 태평양의 일부분 바다를 메워 지구의 륙지면적도 넓힐수 있지요. 이뿐이 아니예요. 이번 전쟁에 원자탄이나 중성자탄을 쓰지 않기에 방사성오염의 피해를 피면할수도 있지요.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을 때는 격이라 하겠어요.”     그 기발한 착상에 꼬마대통령 클론바우와 모든 과학가들과 군사가들은 눈이 휘둥그래지였어요.     “거참 묘책이로구만.”     클론바우대통령은 엉거주춤 일어나 타조다리로 대통령부를 성큼성큼 거닐면서 속궁리를 구을리다가 여간만 근심스러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달을 폭파시켰다가 그 충격에 지구가 날아나면 어찌겠어요? 그리구 달을 잘못 폭파했다가 우리 아메리카제국을 덮어버리면 어찌겠나요? 정말 걱정이 태산같은데요.”     “그건 근심 말아요. 지구와 달의 인력, 지구와 달의 자전시간을 잘 계산한후 달이 아시아대륙을 비추는 시간을 맞춰 달의 한쪽 모퉁이를 폭파하면 우리 아메리카제국에 털끝만한 피해도 없이 아시아제국을 파묻어버릴수 있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구을리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지시하였어요.     “거참 그럴듯하구만요. 그럼 어머니께서 달폭파계획을 책임지고 실행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달폭파계획을 극비밀에 붙이시오. 자칫하면 달폭파전에 최후발악을 하는 아시아 각국의 진주항식습격을 또다시 받을수도 있어요.”    “예잇!”      우주항천천문과학기술부 부장 유리박사의 지휘아래 약 반년이란 긴장하고 주밀한 준비를 거쳐 수천개의 원자탄과 수백개의 중성자탄, 수천개의 전자탄을 실은 운반로케트가 새까맣게 달나라 땅덩어리로 씽씽 날아올라갔어요. 뒤이어 우주항천천문과학기술부의 과학일군으로 가장한 군인들이 시추기로 달의 땅바닥을 백여메터 뚫고 그 지하갱도에 숱한 핵무기와 중성자탄, 전자탄을 기중기로 들어다 넣었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세메터반씩이나 되는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면서 하늘높이 날아올라 노트북으로 달폭파비밀행동을 꼼꼼히 관찰하였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도 아시아제국과 유럽련맹제국의 달나라고찰소들에서는 아메리카제국의 음흉한 음모를 모르고있다가 뒤늦게야 원자탄과 중성자탄 등 핵무기를 달나라에 가져다 파묻은 정보를 수집하였어요. 그러나 그때까지만 하여도 그들은 그저 아메리카제국에서 지구를 오염시킬가봐 원자탄과 중성자탄, 전자탄을 달나라에 가져다 실험하거나 소각시키자고 그러는가고 오산하였던것이예요. 그러나 그들도 그것이 폭파하면 어떤 후과를 초래한다는것을 알고 천문학가들과 핵전문가들을 불러놓고 대책을 상의하였어요. 그러나 때는 늦었어요. 유리부장과 제크대원수는 그들이 대책을 내놓기전에 손을 썼어요. 그들은 달이 아시아제국 상공에 뜨자 달 한모퉁이를 폭파시켰던것이예요.     꽈르릉! 꽝꽝!     은빛달빛이 아시아대륙을 비추는 밤하늘에서 갑자기 우뢰가 울리고 번개가 번쩍이는듯하더니 달 한모퉁이가 뭉청 폭파되여 지구를 덮쳤어요. 달의 돌과 흙은 일순간에 달빛을 가리우면서 날아내렸어요. 그런데 그 돌과 흙은 그만 지구와 달의 인력이 평형을 이룬 곳에서 하늘을 가리우면서 멈춰섰어요.     그때였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퉁사발 눈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다가 바삐 제2호명령을 내렸어요.     “제2대우주비행선을 파견하시오!”     그러자 또 숱한 우주비행선들이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라가 하늘을 가리운 돌과 흙덩이에 원자탄을 폭파하였어요.     꽈르릉 꽝꽝!     달의 흙과 돌은 원자탄폭발의 충격에 의해 달의 인력을 벗어나 지구를 향하여 덮치면서 날아내렸어요. 그러나 그사이 예상시간보다 몇시간 더 걸리다보니 지구가 동으로 얼마간 돌아갔기에 서부아시아와 지중해 및 지중해연안의 아프리카와 구라파 일부 나라를 덮어버렸어요. 일부 흙은 아메리카제국에도 날아내려 대통령부 푸른 잔디우에 와르르 떨어졌어요.     지중해가 메워지면서 충격을 받은 바다물이 성난 사자처럼 바다가의 해발 50메터이하의 륙지에 덮쳐들어 몽땅 삼켜버렸어요. 그리하여 아메리카제국의 뉴욕시와 워싱톤시, 샌프랜시스코, 유럽련맹제국의 런던과 로마, 빠리, 아시아의 도꾜, 부산, 방코크, 뉴델리 등 대도시가 바다물에 잠기고말았어요. 아메리카제국의 대통령청사도 바다물에 잠겨 클론바우꼬마대통령 등은 부득불 내지로 옮겨야만 하였어요.     깜짝 놀란 아시아제국과 유럽련맹제국, 아프리카제국에서는 분분히 아메리카제국의 지구훼멸전과 인류멸종전을 규탄하였어요. 그리고 국방부에 아메리카제국의 운반로케트가 달로 날아가는것을 레이다로 감시하고 일단 발견하기만 하면 가차없이 핵미싸일로 격추하라고 지시하였어요.     세계 여론과 감시로 하여 아메리카제국은 다시는 달폭파계획을 실행할수 없게 되였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대통령부에서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이마를 짚고 앉아 긴 코를 슬슬 만지면서 고민에 잠겨있었어요.      그러나 지구촌을 통일하려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모험사상은 개변되지 않았어요. 달폭파계획은 아시아제국을 훼멸시키지는 못하였지만 지중해를 절반 넘어 메웠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제국의 일부 나라를 덮어버렸는가 하면 일부 나라는 바다에 잠기게까지 하였던것이예요. 하여 아메리카제국의 위엄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속으로 은근히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렸어요.                                                5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임기내에 지구촌을 통일하려고 또 암암리에 새로운 방안을 토론하기 시작하였어요.     그의 야심을 제때에 파악한 유럽련맹제국과 아프리카제국에서는 2001년 “9.11”사건때처럼 아메리카제국에 보복하려고들었어요. 약 반년간의 연구끝에 아프리카제국에서는 가짜딸라를 십여톤이나 찍어냈어요. 그리고 지하실에서 비밀리에 그 가짜딸라에 아프리카에서도 제일 전염성이 강하고 불치병의 바이러스인 DKX를 발라놓았어요. 그런 다음 어두운 밤을 타서 그 가짜딸라를 초음속비행기에 싣고 저공비행하여 레이다를 피하면서 아메리카제국에 이르러 뉴욕시와 워싱톤시, 로스안젤레스시, 샌프랜시스코시, 그리고 오타와시, 토론토시, 빠나마시, 브라질시,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등 20여개 대도시에 거의 동시에 산발하였어요.     이튿날 이른아침, 아메리카제국의 시민들은 밖에 나왔다가 길바닥에 드문드문 널린 백딸라짜리 딸라를 발견하였어요.     그러자 그들은 너도나도 “이게 웬 공떡이야!” 하고 마구 빼앗을 내기하면서 주어 챙겨넣었어요.      그런데 아차! 이게 웬 일이냐! 그들이 어찌 그 딸라에 전염병균이 묻어있을줄을 알았겠어요. 글쎄 코큰이들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여 침을 발라가지고 두툼한 공짜딸라를 세여보다가 전염병균에 감염되고말았어요. 반시간도 안되여 그만 입이 팅팅 붓기더니 입술이고 볼이고 썩어떨어지고 뒤이어 눈이 멀고 목이 썩어 부러지는것이 아니겠어요. 그 전염속도도 어찌나 빠른지 온 아메리카의 절반이나 넘는 사람들이 하루사이에 그 악성전염병에 걸려 병원이 모자라고 미처 치료할새 없이 무리로 죽어 쓰러져갔어요. 길거리마다 입이 썩은자로, 목이 썩어떨어진자로, 팔이 썩어떨어진자로 주검이 된자로 버글거렸어요.     이 급보를 받은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경황실색하여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대통령부에서 안절부절 못하였어요. 그는 악이 치받쳐 대통령부에서 퉁사발눈깔을 부라리며 타조다리로 성큼성큼 거닐면서 독수리주둥이를 쫙 벌리고 이를 뻐드득뻐드득 갈았어요.     “내 아프리카제국사람이고 유럽련맹제국사람이고 이 온 땅덩어리 인간들을 몽땅 죽여치우겠다!”     그때 또 생물학가인 아버지 맥슨박사가 매부리코를 벌씬거리면서 일어서서 발언하였어요.     “내 보건대 아프리카제국을 보복하고 유럽제국과 아시아제국을 멸망시키려면 우리 아메리카제국에서는 크론복제기술과 새 유전학원리를 리용하여 클론바우꼬마대통령과 같은 많은 우량종인개발을 추전시킴과 더불어 미생물화학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보오.”     그러자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아버지 맥슨박사의 말인지라 퉁사발눈을 한번도 깜짝하지 않고 듣다가 이렇게 물었어요.     “그런데 우량종인간을 얼마만큼 만들어내면 이 넓은 지구촌의 모든 인간을 몽땅 대적해 없애버리겠어요. 그리구 우량종인간이 나만큼 자라자해도 10여년이나 걸릴게 아닌가요?”     그러나 맥슨박사는 자기 의견을 고집하였어요.     “시간이 걸려도 이 지구촌을 완전히 통일하려면 그래도 손이 네개, 날개 두개 달리고 뇌도 두개인 우량종인개발을 미루지 말아야 되오. 쾌속인간복제로 직접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을 복제하면 2년동안이면 가히 대통령과 같은 괴물인간을 몇백명을 복제할수 있다고 보오.”     그 바람에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이나 참모장련석회의 주석 제크대원수나 군사전문가들도 모두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러나 남아메리카 빠나마시와 브라질시 시민들까지 무리로 전염병에 걸려 쓰러져가는것을 보고 클론바우대통령은 우량종인간이 복제되고 자라나기를 몇년동안 기다릴수 없었어요. 하지만 련 며칠 군사전문가와 과학가들이 회의를 열어도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클론바우대통령이 속이 바질바질 타 불가마뚜껑우의 개미처럼 맴돌때였어요.     참모장련석회의 주석 제크대원수가 밤중에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를 찾아왔어요.     “꼬마대통령님, 그 놈들이 가져온 병균이 묻은 딸라를 몽땅 시민들의 손에서 회수하여 비밀리에 아프리카와 유럽에 실어다 널어놓으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한참 궁리하던 클론바우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그 수가 좋겠지만 그 놈들이 진작 방비대책을 댔을것이요. 딸라라 하면 이젠 온 세상사람들이 쥐기도 으쓸해할게 아닌가요?”     “그럼 유럽엔이나 아프리카돈에다 그 병균을 발라놓으면 어떨가요?”     “안돼요. 매 한가지로 성공되기 힘들게요. 어떻게 그놈들이 쓰지 않은 새 방법을 써야 하겠는데요.” 꼬마대통령은 연기같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푸푸 내쉬였어요.     그러던 어느 하루 밤, 어머니는 클론바우꼬마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교외로 달려갔어요.     어머니 유리박사는 아무도 없는 머나먼 교외로 가서 차를 멈춰세웠어요. 검푸른 파도가 출렁이며 깎아지른듯한 절벽을 처절썩처절썩 치고있었어요.     그녀는 아들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간곡한 어조로 말하였어요.     “클론바우야, 아메리카제국의 대통령이되여도 만족하여야 한다. 예로부터 세계를 독점하려던 나뽈레옹이나 히틀러나 다 끝장이 어떠하였다는것을 모르느냐? 우리가 이젠 아라비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몽땅 건드려놓았으니 그들은 련합하여 계속 보복하려 할게 아니냐? 이렇게 계속 서로 보복해나간다면 이 지구촌에 전쟁이 끊을새 있겠느냐? 전쟁은 인류에게 또 얼마나 크나큰 재앙을 들씌우느냐?”     “어머니,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입니다. 온 아메리카를 독차지하면 유럽과 아시아, 지어 아프리카와 대양주를 다 가지고싶고 온 지구를 다 가지면 달과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나아가서 온 우주를 다 가지고싶지요. 인류사회는 약육강식의 세상이예요. 이제 우리가 가만 놔둔다고 하여 그들이 우리를 가만놔둘것 같아요? 아니예요. 우리가 온 지구를 다 통일하여야만 이 세상에는 다시는 전쟁이 없을것이예요. 이것이 바로 전쟁과 평화, 통일과 평화의 변증법적관계예요. 어머니, 저를 도와주세요. 어떻게 하면 저 유럽과 아프리카 개새끼들을 멸종시키고 이 지구를 독차지할수 있을가요?”     그 말에 어머니 유리박사는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녀는 별들이 총총한 맑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한숨을 길게 쉬더니 이렇게 말하였어요.     “얘야, 네 말에도 도리가 있구나.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이땅에서 하루속히 전쟁을 끝내려면 그렇게 하는수밖에 없구나. 원래 나는 이 무서운 비밀계획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하였다. 한것은 인류력사에 지구인을 훼멸시킨 천추에 용납하지 못할 죄를 짓게 되기때문이였다. 20세기에 원자탄을 발명한 아인슈타인도 원자탄이 사람을 잡는 강대한 핵무기로 된후 얼마나 후회하였던냐? 그러나 우리 아메리카제국의 백성들이 아프리카깜둥이들이 뿌린 생물화학무기에 무리로 쓰러져가는것을 보고 가만 놔둘수는 없구나. 그래서 이 비밀계획을 부득불 쓰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     그 말에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퉁방울눈이 반짝이고 파초귀가 뻘쭉하여졌어요.     “어머니, 이 지구촌의 인간을 몽땅 죽여치울 비밀계획과 무기가 있으면 빨리 말씀해주세요.”     어머니 유리박사는 아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손으로 별들이 총총한 하늘을 가리키면서 천천히 입을 뗐어요.     “저 하늘에 구멍을 뚫는 방법이야.”     “녜?!”     “지구주위의 오존층은 태양의 적외선을 막기에 지구에서 모든 식물과 동물이 살수 있단다. 그러나 일단 이 오존층만 파괴해놓으면 지구의 모든 생물이 다 강렬한 적외선을 받아 죽고말것이다. 그까지 로케트싸움을 하거나 원자탄과 중성자탄전쟁을 해가지고서야 어느 천년에 지구촌의 모든 사람을 없애버리고 통일하겠느냐? 원자탄이나 중성자탄은 폭발할때 버섯구름이 일어나 사람들에게 눈치를 채게 할수있지만 오존층파괴로 인한 적외선복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실행할수 있단 말이다. 그리고 원자탄이나 중성자탄이 폭발할때 방사선이나 그 충격파로는 50킬로메터안의 지상의 사람을 죽일수 있지만 한메터반이상의 갱도안에 들어가 피신하여도 살수 있단말이다. 그러나 오존층을 파괴하면 영원한 적외선복사로 온 지구의 모든 생물을 몽땅 영원히 없앨수 있단 말이다. 그리구 원자탄이나 중성자탄, 전자탄은 폭발할 때뿐이지 한두시간후에는 피해를 받지 않지만 오존층을 파괴하면 적외선복사가 영원히 지속되면서 온 지궁에 모든 생물이 몇백년, 지어 몇천년내지 몇만년동안 살수없단 말이다.”     “어머니, 그런데 어째 내 천문학박사과정에는 인류 생존과 훼멸에 그렇게 중요한 오존층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어요?”     어머니는 클론바우의 사자머리털을 쓸어주면서 이렇게 대답하였어요.     “네가 전문 히틀러처럼 사람을 죽이고 지구를 통일할 궁리를 하기때문에 너무나도 위험해 가르치지 않았단다. 일찍 일부 환경보호국의 전문가들과 천문학가들이 인류생존을 위해 오존층을 보호할데 대해 많이 강조하였단다. 그들은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하여 록색세계를 만들려고 나무를 심고 림지를 보호하고 공업오염을 방지하려고 애를 썼단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삼림면적이 적어지고 공업화학품연소오염에 자동차페기오염이 심해가고 원자탄과 중성자탄, 전자탄전쟁으로 하여 지구의 오존층은 날이 갈수록 파괴되여갔단다.900여년전인 21세기에 벌써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북빙양과 남극주의 일부 얼음층이 녹아내려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의 수많은 섬나라가 바다물에 잠기였고 아시아의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평양의 일부 섬나라, 그리고 로씨야북부에 큰 삼림화재가 련속 일어났단다. 그때 우리 아메리카제국에 속하였던 미국에서도 자주 삼림화재가 발생하였단다. 그리고 21세기중엽에 이르러 지상에 적외선직사력이 강하여져 사람들이 해볕이 쨍쨍 쪼일 때면 적외선방지우산을 들지 않으면 바깥에 나서서 걷기조차 힘들었단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류생존을 위한 환경보호의식이 차하였고 오존층보호에 대해서는 근본 중시가 따라가지 못하였단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아프리카제국과 유럽제국에 보복하고 지구촌을 통일하고 통치하기 위하여 부득불 오존층을 파괴해야 되니 마음에 좀 걸리는구나.”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래도 보세요. 우리가 선손을 써서 유럽이나 아프리카 놈들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우리가 몽땅 죽어버리게 되지 않아요?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상이예요. 어서 그 구체적인 절차를 말해주세요.” 하고 졸라댔어요.     어머니 유리박사는 클론바우의 손을 꼭 잡고 “이 비밀계획은 꼭 아무에게나 말하지 말아야 한다. 알겠니?” 하고 다짐을 땄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는 어머니의 말을 들을수록 눈앞이 환하여져 세메터반이나 되는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고 하늘을 향하여 네팔을 쳐들고 힘차게 흔들면서 환성을 질렀어요.     “어머니, 어머니는 적어도 몇세기이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천문학가이고 위대한 군사무기전문가이세요. 이다음 이 아들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이 지구촌의 전세계를 통치하면 어머니 유리박사에게 자유녀신동상보다도 더 높은 기념비를 세워주겠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어머니 유리박사를 앞의 두팔로 얼싸안고 반공중으로 훨훨 나래쳤어요.    “어머니, 그리구 아버지 맥슨박사에게 말해서 이제 복제할 클론바우1호, 2호…100호 등에게는 적외선방지층을 제조해넣어야 하지 않을가요?”     “그래, 그런데 지구촌의 기타 인종들이 다 소멸된후 너보다 못지 않게 총명하고 능력이 있는 그 애들이 너와 대통령보좌를 다툴가봐 근심되는구나.”     “어머니, 발명가 아버지가 있으니 근심하지 말아요. 아버지는 그 애들이 출생하기전에 그 애들의 대뇌에 손오공에게 씌웠던 금고주같은것을 미리 장치해놓는대요. 일단 그 애들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원격조종기로 대뇌를 조이거나 폭파시키면 다래요. 히히히, 얼마나 묘해요.”     “그래, 참 묘하구나.”     “하하하! 난 이 지구촌의 유일한 통치자이고 영원한 대통령일것이예요. 유일한 통치자! 영원한 대통령! 하하하!”     클론바우의 웃음소리가 먹칠한듯한 하늘아래 아메리카대륙에 오래오래 메아리쳤어요.    “쉿- 누가 듣겠다.”    그제야 클론바우는 격동된 심정을 억지로 내리누르면서 훨훨 나래쳐 어머니 승용차가 선 큰길에까지 날아와 내렸어요.                                  6     그날 밤부터 유리박사의 어둑시그레하고 조용한 지하밀실에서 유리박사와 클론바우대통령 모자간은 오존층파괴계획을 암암리에 세워가고있었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파초귀를 뻘쭉 세우고 퉁사발눈으로 어머니 유리박사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물었어요.     “오존층파괴를 잘 모르겠는데요. 내 아둔한 생각에는 먼저 산소를 만드는 온 지구의 살림과 풀같은 록색세계를 몽땅 불태워버리고 아라비아반도의 석유관에 몽땅 불지르고 전세계 화학공장을 폭파하고 불을 지르면 오존층을 파괴할수 있지 않을가요?”     “그런 원시적인 방법으로도 오존층을 파괴할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순식간에 오존층을 구멍을 뚫어놓아야 한다. 다른자들이 눈치채는 날에는 인차 국제여론의 질책은 둘째치고 전 세계가 모든 선진적인 무기로 우리 아메리카제국을 들이칠것이 아니겠느냐?”     “그럼 어머니 생각에는 어떻게 하면 그 놈들이 눈치챌사이 없이 오존층을 파괴해버릴수 있을가요?”     그러자 유리박사는 자못 심중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우면서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파초귀에 대고 소곤거렸어요.     “오존층에 특제 원자탄과 질자탄을 폭파하는것이다.”    그 말에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오- 그럼 그렇지.”하고 말하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러다가 그는 수심에 잠기더니 어머니 유리박사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어머니, 그런데 온 지구의 오존층을 다 파괴하면 우리가 지구촌을 손쉽게 통일하고 독차지하겠지만 우리는 적외선이 쨍쨍 내리쪼이고 불이 활활 타번지는 벌거벗은 지구의 어데 가서 살아야 하는가요?”     그 말에 어머니 유리박사도 심중하여졌어요.     “나는 오존층 보호와 파괴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여보았지만 오존층파괴후 인류생존이나 오존층회복에 대해서는 아직 깊이 연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내 보건대 그때 우리가 유럽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대양주 상공의 오존층만 파괴하고 우리 아메리카제국상공의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고 보호하면 문제없다고 본다. 그리고 륙지상공의 오존층이 다 파괴된다 하여도 바다상공의 오존층은 보존될수 있어 적외선이 덜 침투되는 바다에서 살거나 지하에서 살면 될게 아니냐? 그리구 적외선방지우산을 제조하고 오존층회복공사를 벌리면 될것 같아.”     그러자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독수리의 매부리주둥이에 샘물을 한초롱이나 부어넣어 꿀떡꿀떡 마시더니 으시댔어요. “옳아요. 이 지구촌을 먼저 내것으로 만든 다음에 우리가 금이고 옥이고 미녀고 몽땅 가지고 저 넓고넓은 태평양의 넓은 바다밑에 들어가거나 인적이 없는 남극주에 가서 산들 뭐가 근심되겠어요? 하하하!”      약 반년동안 아메리카제국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딸라에 발라 산포한 전염병균을 제거하는 한편 주밀한 준비를 거쳐 오존층파괴비밀행동이 시작되였어요.      2962년 5월 7일 밤, 하늘에는 킬러호 태풍의 영향으로 하여 먹장구름이 뒤덮이고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하늘땅을 뒤흔들면서 울렸어요. 이런 때에 오존층에 원자탄을 폭파시켜도 유럽인들과 아프리카인들은 원자탄이 폭발하는것을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우는가고 오해할것이 아니겠어요. 이때라고 생각한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어머니와 제크대원수, 챨스대원수, 맥슨박사 등과 함께 미리 준비한 적외선방지우산을 씌운 대통령부에 모여앉았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퉁사발눈으로 컴퓨터현광막을 살피면서 명령하였어요.     “우주항천천문과학기술부 특종부대, 즉시 출발할것!”     삽시에 우주비행선도 아닌 수백명이나 되는 클론바우복제인들이 특제핵탄두로케트를 안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클론바우대통령의 예측대로 클론바우1호를 비롯한 복제인들은 금속으로 제조한 우주비행선도 비행기도 아니여서 기타 여러 제국의 레이다들이 발견하지 못하였어요. 망원경으로 보면 그저 아주 큰 새들이 하늘에 새까맣게 날아오르는가고 여길수밖에 없었어요. 하여 클론바우복제인들은 아주 순조롭게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양주 상공에 있는 오존층에까지 날아갔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초조하고 긴장하던 사자얼굴이 확 풀렸다가 다시 살기등등한 험상궂은 얼굴로 변하였어요. 그는 독수리주둥이를 악착스럽게 놀렸어요.     “핵탄두로케트를 발사할것!”     쓩쓩쓩!     클론바우복제인들은 핵탄두로케트를 오존층에 발사하고 밤도와 지상으로 급급히 되날아왔어요.     꽈르릉 꽈아앙 꽝! 꽝! 꽝!     수백개의 번개불이 번쩍이고 천둥같은 폭파굉음이 을리였어요. 아무런 방비도 없던 여러 제국들에서는 그저 이상하게 하늘에서 련속 수백개의 번개가 치고 우뢰가 운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하늘에서 뻘건 버섯구름이 피더니 밤장막이 드리운 온 하늘을 시뻘겋게 불태우면서 온 대지를 대낮같이 비추었어요. 순식간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양주 상공의 오존층이 산산이 박산났어요.     이윽고 그 충격파가 대지에까지 무섭게 휩쓸어들어 탑식고층건물이 몽땅 무너졌어요. 물론 몇백킬로메터 상공에는 원자탄과 중성자탄을 폭발시켰기에 대지에 대한 핵복사의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야단이 벌어졌어요. 씨비리와 알프스산맥부근삼림에 큰 불이 일어 살림이 타버리고 범과 사자, 사슴떼들이 놀라 들판으로 달아내려왔어요. 뒤이어 아라비아반도의 석유시설들에서 몽땅 천길 백길씩 불길이 뿜겨올랐고 타다남은 석유가 바다에 흘러들어 둥둥 뜨다가 파도에 실려 퍼지는 바람에 먼바다까지 더럽혔어요. 그러자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는 아메리카제국에서 원자탄을 썼다는것만은 알았지만 그들이 오존층을 파괴하였다는것은 모르고있었어요.     아차! 더 큰일은 뒤에 벌어졌어요.     밤장막이 걷히고 해가 떴어요. 적외선은 아시아로부터 대양주, 유럽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죽 돌면서 구멍뚫린 오존층을 넘어 거침없이 대지를 직사하였어요. 적외선이 비추는 대지의 범과 사자, 승냥이 등 짐승들과 사람들은 삼대 쓰러지듯하였어요. 사람들이 급급히 들리여 병원에 가보니 모두 적외선이 투과되여 대뇌세포가 죽지 않았으면 백혈병에 걸렸고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고름이 나던데로부터 마구 썩어들어갔던것이예요. 어떤 사람들은 보기도 흉측하게 눈이 메고 썩어들어갔어요. 여러 제국의 원자탄과 중자탄 기지에서 일하던 군대들도 몽땅 쓰러져 전투력을 잃었어요.     온 지구의 여러 병원에서는 인차 오존층의 파괴로 하여 적외선의 직사를 받아 사람들이 무리로 쓰러져 죽어간다고 결론을 지었어 요. 국제적십자회에서는 엄정한 성명을 발표하여 오존층을 파괴하고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아메리카제국의 죄행을 규탄하면서 그 모든 후과를 책임지라고 하였어요.     그러나 클론바우대통령과 유리박사는 서로 포옹하면서 승리를 경축하였어요.     “야호-! 지구촌은 우리들의것이야! 으흐흐흐!”     “해해해! 클론바우야, 넌 이제 지구촌의 유일한 대통령이 될것이다. 해해해!”     “아싸! 어머니, 내 사전에 약속한대로 어머니에게 자유녀신상보다 더 높고 아름다운 지구통일녀신유리박사동상을 세워주겠어요.” 실로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아메리카제국의 수도에 금강석으로 에펠철탑보다도 몇배나 높은, 높이 2962.57메터나 되는 지구통일기념비를 세웠어요. 지구통일기념비의 높이를 2962.57메터로 한것은 비문에 밝힌것과 마찬가지로 클론바우대통령을 비롯한 아메리카제국의 국민들이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령도하에 오존층을 파괴하여 전 지구촌을 통일한 위대한 업적을 쌓은 날인 2962년 5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한것이였어요. 동시에 어머니 유리박사에게는 자유녀신상보다 더 높은, 높이 296.257메너나 되는 지구통일녀신유리박사동상을 세워주고 비문에 유리박사가 오존층을 파괴하여 지구를 통일하는 사업에서 쌓은 불멸의 업적을 일일이 새겨놓았어요. 기념비와 동상의 높이 마지막 두글자를 다 “57”자로 새긴것은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탄생일인 5월 7일과 지구촌통일일인 5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한것이였어요.     그 금빛으로 번쩍이는 소소리 높이 솟은 기념비와 동상을 바라보는 유리박사와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긍지감에 가슴이 설레이였어요.     그런데 그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였어요. 글쎄 유럽제국과 아시아제국, 아프리카제국, 대양주제국에서는 련합으로 핵로케트를 아메리카상공의 오존층에 발사하였어요. 순식간에 아메리카제국의 상공에는 핵로케트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면서 날아왔어요. 레이다를 통해 그 긴급정보를 제공받은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황급히 컴퓨터형광막을 들여다보았어요. 시뻘건 로케트들이 혜성의 꼬리처럼 불을 토하며 아메리카를 노리면서 덮쳐오고있었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긴급명령을 내렸어요.     “우주비행부에서는 미싸일방어시스템을 작동하여 즉시 핵로케트를 대서양과 태평양 상공에서 폭파시키라!”     아메리카제국의 반미싸일애국자유도탄이 즉시 부동한 방향으로 핵탄두를 향하여 날아갔어요. 하여 적지 않은 핵탄두는 태평양과 대서양 상공에서 폭파되였어요. 그러나 일부 핵탄두는 아메리카제국상공의 오존층이거나 지상에서 폭발하여 태평양과 대서양 상공과 아메리카제국의 하늘과 땅은 몽땅 불바다로 되였어요. 적외선이 내리직사하자 아메리카제국의 코 큰이들도 무리로 쓰러졌어요. 다만 남아메리카 최남단인 혼각에 강제이주시킨 아랍인들만이 철조망속에서 살아남았던것이예요. 다행히 클론바우꼬마대통령과 그의 부모, 그리고 수백명 클론바우복제인들은 미리 준비해놓은 적외선방지우산을 썼기에 즉살을 면하였어요. 그들은 온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존층이 파괴되지 않은 남극주의 남극반도의 서쪽에 있는 알렉산드르섬에로 훨훨 날아갔어요. 나머지 군사기지의 챨스대원수와 제크원수 등 군사전문가들은 칠함대의 핵잠수함을 타고 가만히 바다밑으로 잠수하여 알렉산드르섬에로 갔어요.                          7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남극주에 온후 일주일만에 세계각지로 파견된 클론바우복제인들에게서 아주 기쁜 소식을 받았어요. 온 지구에 남극주를 제외한 륙지와 바다의 모든 생물이 몽땅 멸종하였던것이예요. 다만 지하에서 일하던 탄부들이나 군사기지조직의 몇만명 밖에 안되는 성원들이 살아남았던것이예요.     “으하하하! 내가 진정 이 지구촌을 통일하고 유일한 대통령이 되였구나! 아핫하하. 이건 모두 어머니 유리박사의 공로예요. 어머니, 내 절을 받으세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너무 기뻐 네메터나 되는 몸을 넙적 엎드려 유리박사에게 큰 절을 굽석 올렸어요. 유리박사는 자기 천문학연구성과가 이같이 큰 성과를 따내고 외동아들 클론바우를 14세에 통일된 지구의 유일한 대통령으로 올려놓은것으로 하여 무등 기뻐했어요.    이젠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클론바우복제인들을 시켜 태양우산을 쓰고 유럽이나 아시아에 날아가서 금이고 옥이고 명승고적의 유물이고 몽땅 날라오게 하였어요. 그런데 클론바우는 아무리 통일지구촌의 대통령이 되여 금산과 옥산을 쌓아놓고 산다고 하여도 멋이 적었어요. 먹을 량식이 없는데다가 클론바우복제인들 수백명밖에 거느리지 못하여서 그저 옛날 원시씨족사회의 두령같고 허명무실하였던 것이였어요.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황급히 도망치다나니 겨울옷도 가지고 오지 못하여 금돌로 금빛이 번쩍번쩍하는 으리으리한 금집을 지었지만 추운 고생을 하기 어려웠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과 클론바우복제인들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맥슨박사와 유리박사, 제크대원수, 챨스 대원수는 추워서 몸을 옹송그리고 바들바들 떨었어요. 그들은 솜옷이나 털옷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랐어요. 설상가상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의 바다마저 오존층의 파괴로 말미암아 모든 생물이 멸종되다싶이 되여 먹을것이 없어 생야단이였어요.     그들은 먼저 뭐든 먹고 살아야 하였어요. 하여 남극주에서 수백만년을 평화롭게 살던 펭긴새부터 하나하나 잡아먹기 시작하였어요. 그런데 하루에 수백명이 펭긴새고기만 먹다나니 반년도 가지 않아 펭긴새마저 멸종될 위기를 겪게 되였어요. 그들은 이젠 대통령이고 귀족이고 량반의 허울을 홀랑 벗어버리고 생존을 위해 파도가 세찬 바다가에 가서 원시적인 도구로 물고기를 잡고 미역과 같은 바다풀을 건져내 끓여 먹어야 하였어요. 그런데 페유가 바다물을 더럽혀 기름이 묻은 바다풀마저 싹싹 씨어 먹어야 하였는데 그것만 먹고서는 살 것 같지 않았어요.     “이젠 뭘 먹고 산단 말인가? 후-”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눈보라가 윙-윙- 휘몰아치는 남극주의 허허벌판을 맥없이 바라보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지었어요.      이때 유리박사가 여윈 얼굴을 들어 아들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후회하는것이였어요.     “이럴줄 알았더라면 자초에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았을걸 그랬다. 이젠 지구촌에 유일하게 남은 우리마저 생존하기 어렵게 되였구나.”    그러자 맥슨박사가 목에 지렁이같은 피줄을 세우면서 꽥꽥 고함쳤어요.    “보라니까. 내가 무라던가? 그래도 지구를 통일하려면 우량인종우생학을 연구하여 전 인류를 정복하여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류를 훼멸시키는 그따위 개짓을 하더니 이젠 돌을 들어 자기 발등을 깐 격이 되고말았구만. 헤이, 아무리 온 지구의 금산이구 옥산이구 다 가져다 금집을 지어놓아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 먹고 살수 있어야 빛이 나구 지구를 통일한 보람이 있지.”     그러자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이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아버지 말을 중둥무이시켰어요.     “아버지, 그래도 지구를 통일하였기에 이젠 이 지구에 전쟁이 없어진게 아닌가요? 이제 와서 그런 맥이 빠진 말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이젠 목전의 생존위기를 벗어날 대책을 구해야 해요. 이제부터라도 오존층을 복구하고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방책을 의논합시다.”     유리박사와 챨스대원수, 클론바우복제인들이 머리를 끄덕였어요.     이때 맥슨박사가 아주 지독한 계책을 내놓았어요.     “이 지경이 되였으니 볼것이 없구나. 저 남아메리카 최남단인 혼각에 우리에게 쫓기워난 아랍인들이 아직도 한 몇천명 살아있지 않고 뭔가? 그자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잔 말이요.”    “옳소이다. 얘들아, 오늘부터 혼각의 아랍인들을 날마다 몇십명씩 잡아오너라.”     “예잇-!”     그 후부터 남극주 알렉산드로섬의 괴물들은 아랍인들을 피비리게 잡아먹기 시작하였어요. 그런데 몇달이 지나니 아랍인들도 멸종하여 이젠 또다시 식량난을 겪어야 하였어요.     모두들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는데 그래도 유리박사가 묘책을 내놓았어요.     “우린 우리 나라에서 수백년동안 제조해온 칠함대의 잠수함을 몰고 먼바다로 나가 적외선의 피해를 덜 입은 깊은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바다풀을 건져내 먹고 살아야 하오.”     그 말에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파초귀가 벌쭉하여졌어요.     “그래도 어머니가 제일이야. 클론바우복제인들은 즉시 칠함대 잠수함을 몰고 먼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바다풀을 건져오도록 하여라.”     “예잇-”    클론바우복제인들이 부랴부랴 떠났어요.    이때 아버지 맥슨박사가 황급히 뛰여들어와 기쁜 소식을 전하였어요.     “얘야, 남극주의 얼음과 눈이 녹기 시작한다. 아마 적외선의 복사를 받은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그런것 같아. 만약 남극주의 얼음과 눈이 녹고 기온이 기타 대륙의 온도만큼 올라간다면 여기서도 곡식을 심어 먹고 살수 있을게 아니냐?”     “그래요. 오늘 일이 술술 잘 풀려나가는군만요. 으흐흐-후-”     그런데 며칠 후 찬찬히 여겨보니 바다물이 점점 남극주륙지를 먹어올라오고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금빛으로 번쩍이는 대통령부청사앞마당에까지 바다물이 올라와 출렁거렸어요.     이거 생야단났어요. 그들은 바삐 바다로 나간 클론바우복제인들을 불러 남극주에서 제일 높다는 곳에 금과 옥으로 다시 층집을 줄줄이 지어놓았어요. 그런데 남극주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쵸몰랑마봉과 같은 산이 없어서 그곳도 그리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하였어요.      전 지구의 오존층의 파괴로 하여 한달도 지나지 않아 북빙양과 남극주의 온도마저 섭씨 령상 40도로 올라갔어요. 남극주의 얼음과 눈이 다 녹아버리고 파란 풀이 뾰족뾰족 자라났어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기뻐서 어깨춤을 덩실덩싱 추면서 으시댔어요.     “아싸! 이젠 살길이 나지는구만. 이 넓은 남극주들판에 록색세계가 펼쳐지면 우린 살길이 열릴것이 아니요?”     그런데 바다물이 계속 붓는 바람에 풀밭이 몽땅 삼키우고말았어요.     출렁이는 망망한 바다물의 포위속에서 든 꼬마대통령일행은 불도가니속에 든 개미 채바퀴 돌듯하였어요.     “아이고!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맥없이 두날개를 축 드리우고 타조다리로 금집에서 왔다갔다하였어요. 그는 끓어오르는 가마안의 콩물처럼 불어올라오기만 하는 망망한 바다를 내다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토해냈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먼바다에 나갔던 클론바우복제인들은 바다에 산 물고기가 없어 적외선복사를 받아 바다물우에 둥둥 뜬 죽은 물고기를 수태 주어왔어요. 굶은 사람들이 먹을것이 생겼다고 그 물고기를 끓여먹고 모두 전염병에 걸려 설사를 하고 밸이 끊어져가는 바람에 온 남극주가 바글바글 끓어번졌어요.     대노한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클론바우복제인들을 몽땅 불러다 원격조종기로 그들의 대뇌속 금고를 딱딱 진동시키면서 문초를 하였어요.     “이 놈들아, 왜 죽은 고기를 주어와서 우리를 죽이려고 들었는가? 그 죄는 천번만번 죽어 마땅하다!”     복제인들은 머리를 싸쥐고 대굴대굴 구을었어요.    그러면서도 담대한 클론바우가 변명하였어요.    “사실 이전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제국들에서 날아온 일부 핵로케트를 우리 애국자미싸일로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폭발시키지 않았고 뭐얘요? 그 바람에 태평양과 대서양 상공의 오존층이 파괴되는 바람에 먼바다에도 적외선의 복사가 심하여 물고기들도 무리로 죽어버렸지요. 그러니 큰 고기들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림시 살았지만 그것도 적외선의 복사를 받아 죽어가다나니 산 물고기는 없닥싶이 되고 바다물우에 죽은 물고기가 한벌 둥둥 떠있더구만요. 그래서 굶기보다 그거라도 먹어보려고 가져왔던것이에요. 죽을 죄를 졌소이다. 그러나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그 말에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흠칠 놀라면서도 노기는 사라질줄을 몰랐어요.     “이 잡아먹을 놈들이 죽을 죄를 져가지고서도 변명이냐?”     그러자 클론바우1호는 목숨을 내걸고 바른 총질을 하였어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 죽을 죄는 기실 꼬마대통령 당신들 모자간이 졌소이다. 당신들 모자간이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아름답던 지구가 이 지경이 되였겠나이까?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처럼 온 지구의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먹을것이 없고 적외선복사로 하여 멸종되였겠나이까? 전 지구촌의 모든 생물의 이름으로 당신들 모자간을 목을 매죽이고 뼈가루를 내고 살을 저며내도 원쑤를 다 갚지 못할것입니다.”     그 말에 복제인들이 “옳소. 다 오존층을 파괴했기때문이요.” 하고 고함쳤어요.     대노한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너희들이 반란할테냐? 이런 날이 있을것을 알고 우리 아빠 맥슨박사가 너희들을 복제해낼 때 대뇌피질에 손오공에게 씌웠던 금고주를 장치해놓았다. 어디 금고주맛이나 봐라.” 하고 으시대더니 원격조종기를 눌러 금고주를 조였어요.     수백명 복제인들이 머리를 싸쥐고 대굴대굴 구을었어요. 그러고도 성차지 않아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원격조종기를 재차 눌러 클론바우1호의 머리를 폭파시켰어요. 뒤이어 클론바우의 부모들은 챨스대원수와 함께 굶은 이리처럼 달려들어 클론바우1호의 고기를 숯불에 구워 그날 저녁은 잘 먹었어요.      그것이 닭을 잡아 원숭이를 길들이는 큰 효과를 거두었어요. 그날부터 누구도 감히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비위를 거슬리지 못하였어요.                       8     며칠 후 어느날 밤, 유리박사는 아들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녀는 별들이 총총한 남극주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어요. “얘야, 먼저 아메리카에 세운 내 지구통일녀신동상을 없애버려라. 이후에 이 지구에 인류가 다시 생긴다면 세인들은 그 동상을 보고 내가 오존층을 파괴하였다고 몇천년, 몇만년을 두고 욕할것이 아니냐?”     클론바우꼬마대통령도 이젠 느끼는바가 있었는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그걸 없애지 않는것도 좋은 점이 있는것 같아요. 차라리 그 지구통일기념비와 어머니의 지구통일녀신동상을 놔두어 세인들이 다시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말게 하는것이 어떨가요?”     그러자 유리박사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그렇게 하면 지구의 후세인들에게는 유익하겠지만 우린 영원히 몸둘 곳이 없게 될게다.”     그렇지만 꼬마대통령은 자기 고집을 돌려세우지 않았어요.    “우리 모자간은 전 지구의 인류를 멸종되게 하였어요. 그 피빚을 어떻게 다 갚겠어요. 피의 교훈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어머니 유리박사도 더 할 말이 없었어요.    뒤이어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답답하여 어머니 유리박사에게 물었어요.    “지금 우리 생존을 위해서라도 오존층을 복구할 방도를 찾아야 하겠는데요. 천문학가인 어머니께서는 오존층을 파괴할줄도 알고 복구할 방법도 알고있겠지요?”     “어렵게 되였어. 이제까지 나를 비롯한 천문학가들은 오존층의 파괴와 보호에 대해 연구하였지만 오존층복구에 대해서는 깊이 연구하지 못하였단다. 그리구 사람의 한생이 너무 짧기에 이제 몇십년여생에 어떻게 그렇게 큰 연구과제를 연구해내겠느냐?” 유리박사는 김이 빠진 공처럼 맥을 버리고 땅바닥에 퍼더버리고 주저앉았어요. 꼬마대통령은 어머니 유리박사를 껴안아일으키면서 간절히 부탁하였어요.     “어머니,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요. 이젠 오존층복구를 실험해보지 않아도 당장 죽기는 매일반인데 죽기전에 어머니가 생각해낸 방법대로 한번 실험해보자요. 실패하면 또 다른 방법으로 해보지요.”     그러자 어머니 유리박사는 중국의 옛 신화를 이야기하였어요.     “아시아의 중국에는 라는 신화가 있었느니라. 옛날옛적에 이 세상에 해가 아홉개나 떠서 온 세상이 물바다로 되였단다. 하여 원시인들은 불에 타죽지 않으면 데서 살기 곤난하였단다. 이때 활을 잘 쏘는 명사냥군 예가 활을 쏘아 해 여덟개나 쏘아떨구었고 하늘에 해개 하나만 남았단다. 그때부터 지구라는 이 땅덩어리가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만물이 생장하는 푸르른 옥토로 되여 살기 좋은 곳으로 되였다고 한다.”     머리가 총명한 클론바우는 인차 계발을 받고 “그럼 우리도 저 놈의 해를 핵로케트로 폭파해버릴가요?” 하고 말하였어요.     그러자 유리박사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적외선복사를 피하는데는 그게 한가지 방법이고 다른 한가지 방법은 오존층을 복구하는거야. 천문학에도 관계되는 또 하나의 옛날 중국신화에는 는 이야기가 있단다. 옛날에도 모르긴 해도 하늘이 구멍이 나서 온 세상이 불바다가 되지 않으면 비가 억수로 퍼부어 물바다가 되여 사람들은 살기 힘들었단다. 그리하여 녀와는 곤륜산맥의 화강석을 녹인 용암을 퍼다가 구멍난 하늘을 조금씩 기워나갔다. 그런데 화강용암을 다 퍼 기웠지만 딱 사람의 몸뚱이가 나들만하게 깁지 못해 그 하늘구멍으로 폭포수처럼 비물이 억수로 쏟아져 내렸단다. 하여 녀와는 최후로 자기 몸으로 하늘구멍을 막았단다. 하여 그때부터 이 세상에는 수재가 없어 지구는 만물이 생장하기 좋은 옥토벌로 되였단다. 그러나 우린 여태껏 그런 신화를 너무 거짓말로만 생각하여왔지. 기실 그 짧고도 신비한 신화에는 아주 깊은 철리적인 도리가 담겨져있었단다. 그 신화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교훈과 계시를 주느냐? 해가 너무 뜨거워도 어두워도 인류와 모든 생물이 살아나갈수 없는것이고 또 오존층을 파괴해 하늘에 구멍을 내도 살길이 없는게 아니고 뭐니? 그런줄도 모르고 우린 우둔하게 하늘에 구멍을 뚫었구나. 그러니 우린 인젠 죽을 길밖에 없구나.” “어머니, 그렇게 맥빠진 말만 하지 말아요. 우리도 녀와처럼 아무것으로라도 구멍난 저 하늘을 기워 이 세상에 다시 만물이 소생할수 있는 아름다운 지구를 재복구해보자요.”      “그럼 예를 불러다 먼저 해를 폭파해보자.”     뒤이어 대천문학가 유리박사는 예를 불러다 해를 폭파할 일을 의논하였어요.     그런데 잔등에 활과 살을 멘 예는 머리를 절레절레 가로 저었어요.     “지금의 해는 옛날의 해보다 거리가 멀고 어찌나 큰지 화살을 쏘아서는 떨굴수 없어요.”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다급히 “핵로케트를 쏘면 어떨가요?”     그러자 예는 핵로케트에 대해 오래동안 물어본후 “실험은 해보지요.”하고 말하였어요.     신심을 가진 꼬마대통령은 몇개 남지 않은 핵로케트를 하늘의 해를 겨누어 쏘았어요.     몇시간 후 컴퓨터형광막에는 실로 태양에서 원자탄과 중성자탄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태양의 한쪽모퉁이가 폭파되면서 지구쪽으로 숱한 별찌가 떨어지는데다가 적외선이 더욱더 강하게 지구를 복사할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안되겠어. 어머니, 이번에는 녀와를 불러오세요.”    어머니 유리박사가 컴퓨터 통합검색판을 탁탁 치자 형광막에 고대의 녀와가 팔소매를 너울너울 저으면서 날아내려왔어요.    그런데 유리박사가 그렇게도 기대하였던 녀와아가씨는 그들 모자간이 하늘에 그렇게도 무지하게 큰 구멍을 냈다고 핀잔하였어요.     “하늘 구멍이 너무나도 커서 나도 별 뾰족한 수가 없군요. 오존층을 복구하고 하늘구멍을 막으려면 록색세계삼림에서 산소를 많이 제조하여 하늘에 올려보내야 하죠. 그런데 이젠 수림이 없어 산소를 제조하지 못하니 어쩐단 말인가요.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바다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들어 하늘에 올려보내보세요.”     클론바우꼬마대통령은 울며 겨자먹기로 물분해공장을 세우고 바다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제조하여 남극주인들이 먹는 한편 하늘에 올려보냈어요. 그런데 온 하늘이 뚫린 구멍은 좀처럼 기워지지 않았어요. 하긴 그렇게 엄청나게 크게 뚫린 하늘구멍을 어느 천년에 다 기워맨단 말인가요?    유리박사와 꼬마대통령이 오존층을 복구하지 못하여 애가 바질바질 타할 때였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먹을것이 없어 생야단이였어요.     어느날 밤중이였어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이 금빛이 번쩍이는 대통령부청사에 앉아있으니 너무나도 갑갑하여 밖으로 나와 거닐었어요. 클론바우복제인들의 숙소쪽에서 뭐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파초귀에 들리는것이 아니겠어요.    (이 놈들이 밤중까지 자지 않고 뭐라고 지껄이고있을가?) 의심이 부쩍 든 꼬마대통령은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문옹이구멍에 중지를 밀어넣어 중지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파초귀를 기울였어요.    “바다물을 끓여서야 언제 하늘구멍을 막겠는가?”    한자가 툴툴거리는데 다른자들은 더구나 듣기에도 끔찍한 말을 하는것이 아니겠어요.     “오존층을 파괴하더니 먹을것이 없지 않고 뭔가? 전번에 클론바우1호까지 잡아먹는걸 보아라. 언젠가는 우리도 잡아먹지 않는가 봐라.”     그러자 클론바우110호가 우쭐 일어나서 고함치는것이였어요.     “형님 여러분, 그 놈들에게 잡히워 죽기전에 아예 우리가 그 놈의 금고주원격조종기를 빼앗아낸후 반란을 일으켜 클론바우모자간을 잡아치우고 달아납시다.”    깜짝 놀란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발길로 문을 탁 차고 들어가 먼저 클론바우110호의 금고주원격조종기를 눌렀어요.    탕!    야무진 폭파소리와 함께 클론바우 110호의 머리가 박산났어요. 그러자 다른 클론바우복제인들은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아우성을 치면서 뿔뿔히 흩어졌어요.     그후부터 클론바우모자간과 제크대원수 등은 먹을것이 없는데다가 후환을 없애려고 독한 마음을 먹었어요. 그들은 원격조종기로 금고주를 눌러 복제인들을 하나하나 잡아 구워먹기 시작하였어요. 그러자 이제부터 남극주에 오른 수백명사람들이 서로 잡아먹기 시작하였으며 남에게 잡히울가봐 겁이 나 신경을 도사려야 하였어요.     어느 하루, 클론바우복제인들은 살이 피둥피둥 찐 늙은 대원수 챨스를 노려보았어요. 그러자 챨스대원수는 질겁하여 꼬마대통령에게 고발하려고 허둥지둥 달아났어요. 그러나 때는 늦었어요. 초음속비행기보다도 더 빨리 나는 클론바우복제인들앞에서 달아나면 어데로 달아난단 말인가요. 결국 대원수 챨스는 무리승냥이들 같은 클론바우복제인들에게 붙잡혀 단번에 사지를 뜯기웠어요. 클론바우복제인들은 독수리들처럼 후닥닥 날아내려 늙은 대원수 챨스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뜯어먹었어요.     어느 하루 이른 아침, 복제인들은 배고파 무리를 지어 바다물에 뛰여든 제크대원수를 잡아먹자고 쫓다가 환성을 질렀어요.     “대통령님, 살 길이 나졌어요.”     “저걸 보세요. 숱한 돌고래들이 태평양으로부터 이쪽으로 헤염쳐오고있어요.”     “저것들을 몽땅 잡아먹으면 몇해는 살것 같아요.” ]   꼬마대통령은 복제인들과 함께 먼바다로 훨훨 날아가 무리를 지어 이쪽으로 헤염쳐오는 돌고래무리를 구경하였어요. 실로 장관이였어요. 커다란 잠수함 같은 돌고래들이 물밑으로 헤염쳐오다가도 하늘 높이 솟구쳤다 바다물에 떨어질 때면 하얀 물기둥이 몇십메터 솟구쳐올랐어요. 오랜만에 지구우에서 자기들을 내놓고 산 동물을 보자 복제인들은 하늘이 떠나가게 환성을 질렀어요.     “하하하, 이러기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구나.”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흥이 나서 복제인들을 보고 함대를 몰고 가서 돌고래들을 잡으라고 하였어요. 뒤이어 복제인들이 함대를 몰고 다니면서 돌고래들에게 총포사격을 가하였어요. 그런데 저게 웬 일이예요. 돌고래들이 펄떡펄떡 뛰다가 남극주상공에로 날아올랐어요.     꽈르릉, 꽝! 꽝!     돌고래의 자살식폭발굉음과 함께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남극주상공의 오존층마저 몽땅 산산이 박산나고말았어요. 그 바람에 벌겋게 불타는 하늘아래 남극주땅바닥이 드러나면서 지세가 낮아져 바다물이 덮쳐들었어요. 순식간에 금빛찬란한 대통령부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였어요.     복제인들은 그래도 적외선방지우산을 가지고 태여나서 괜찮았지만 맥슨박사와 유리박사 그리고 제크대원수는 적외선복사를 받고 쓰러졌어요. 뒤이어 클론바우꼬마대통령도 머리가 어질어질해나는감을 느꼈어요. 설상가상으로 복제인들이 돌고래를 잡아 고기를 가져왔지만 핵복사와 적외선복사를 받은 고래고기를 먹을수 없었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복제인들의 살점도 핵복사와 적외선복사를 받아 먹을 수 없게 되었어요.     “어머니,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요? 아, 하느님이여, 나에게 재생의 기회를 한번만 더 주신다면 나라와 나라가 싸우고 지구를 통일하더라도 오존층만은 구멍을 뚫지 않을것이예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우거지상이 되여 오만상을 찡그리며 참회하였어요.     유리박사가 미심한데 있어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였어요.     “이상해. 어떻게 되여 돌고래들이 그렇게 하늘높이 솟아올라 남극주의 오존층을 폭파할수 있었단 말인가?”    이때 때마침 몇몇 복제인들이 어미고래를 잡다가 배속에서 나진 네모난 금속판을 가지고 왔어요.    “이걸 보세요. 금속판에 새긴 쪽지예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그 네모난 금속판을 가져다 부모와 함께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쪽지에는 간단히 영문으로 이렇게 씌여져있었어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과 그의 부모는 명심하라. 당신들이 오존층을 파괴하였기에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던 우리 바다물고기들은 먹을것이 없어 무리로 멸종하게 되였느니라. 지구의 식물이고 동물이고 멸종되였기에 이제 몇천만년 후에야 다시 재생할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너희들에게 살해된 지구의 모든 생령들을 대표해 너희들을 징벌하기 위하여 유럽제국에 유럽제국에 살아남은 몇몇 과학가들이 우리 몸에 장치한 핵로케트를 품고 만리바다도 멀다하지 않고 헤염쳐와서 남극주하늘에도 구멍을 냈다. 너희들은 이제껏 우리를 말도 못하는 우둔한 물고기로만 보면서 레이다로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공적으로 너희들을 징벌할수 있었느니라.     너희들에게 다시는 지구의 모든 생령을 잡아먹는 천추에 용납하지 못할 개짓을 하지 말것을 경고한다.                                     클론바우대통령의 생모 돌고래                                                                             2962년 11월 4일       “아하이구, 이젠 나를 낳으신 돌고래 어머니마저도 나를 징벌하는구만요.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늘에 오르자고 하여도 하늘의 적외선이 징벌하고 땅에 들어가자 하여도 들어갈 땅구멍이 없이 몽땅 바다물천지지.”     꼬마대통령은 온 지구의 얼음이 몽땅 녹아내려 망망한 바다에 잠겨 몇백평방메터밖에 남지 않은 남극주의 땅바닥을 쓸쓸히 바라보면서 가슴을 치며 통탄하였어요.     이때 유리박사가 그의 손을 잡아끌고 조용한 대통령부로 들어가 문을 꼭 닫았어요.     “얘야, 인젠 이 지경이 되였으니 별수없구나. 우주비행선을 타고 우주공간에 날아올라가자.”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황급히 어머니께 “화성쪽으로 달아나면 어떨가요?” 하고 물었다.     “안돼! 2045년에 지구인들은 벌써 거기에 우주비행선으로 우주공간소를 세웠다. 그리고 2150년부터 지구인들이 화성에 이사해가 살았다. 화성인들은 지구환경오염을 피해 달아난 사람들의 후대이기때문에 지구오존층을 파괴한 우리 죄행을 진작 알고있다. 때문에 우리를 증오하지 환영하지 않을거다. 그들은 우리가 또 화성의 환경까지 파괴할가봐 우리를 없애버리려고 할게다.”     “그럼 어델 가요?”     “우린 태양계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해. 태양계를 떠나 드넓은 우주공간에 들어가야 할것 같아. ”    그때 옆에 서있던 아버지, 생물학가 맥슨박사도 머리를 끄덕였어요.    “태양계를 벗어난 후 우리 셋이 다 랭장고관속에 들에가 순식간에 랭동된단 말이다. 그러면 몇천만년후에 하늘구멍을 메운 그때에 혹시 누가 우리 우주비행선을 발견하고 랭동관속에서 우리 랭동시체를 꺼내 녹여주면 재생할수 있다. 그때면 누군가에 의해 지구의 오존층이 복구되여 또다시 푸르르고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오- 그게 정말 묘수로구만요. 살았다, 살았어!”     이리하여 꼬마대통령 클론바우는 부모와 함께 가만히 하나밖에 없는 우주비행선에 올랐어요. 그런데 이를 눈치챈 클론바우복제인들이 새까맣게 날아와 덮쳐들더니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주비행선을 네팔로 꽉 붙잡고 놓지 않았어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이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퉁사발눈을 희번뜩거릴 때였어요.    어머니 유리박사가 앙칼진 목소리로 고함쳤어요.    “빨리 금고주를 조종해라. 저 놈들을 몽땅 전멸시켜라!”    아버지 맥슨박사도 맞장구를 쳤어요.    “우리 죄를 다 아는 저 놈들을 한놈이라도 살려둬서는 안돼! 만약 저 놈들의 입이 터지는 날에 몇천만년후에라도 누가 우주비행선 랭동관 속에서 우리를 꺼내 녹여 재생시켜주겠느냐? 오히려 언 대가리를 박산낼것이다.”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원격조종기를 눌렀어요. 순간 다 잡아먹고 수십명밖에 남지 않은 클론바우복제인들이 몽땅 머리를 싸쥐고 바다아래로 곤두박혀 새하얀 물기둥을 일으켰어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기름때물이 출렁거리는 바다와 적외선의 폭사를 받아 재더미로 된 황페한 지구의 땅덩어리, 핵전쟁의 포화에 그을어 시꺼먼 산성비가 구질구질 내려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한 시꺼먼 지구의 땅덩어리, 시꺼먼 산성눈이 푸실푸실 내리고 망망한 바다에 포위된 손바닥만한 남극주를 바라보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며 우주비행선조종기에 손을 가져갔어요.     씽-     우주비행선이 벌겋게 불타는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그들은 먼저 어데 살곳이 없겠는가고 지구를 한고패 삥-삥- 돌아보았어요. 그런데 그들이 살던 아메리카대륙이나 유럽대륙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대양주 대륙이나 어데라 없이 절반은 페유가 출렁거리는 바다물에 잠기였고 강렬한 적외선복사에 의해 모든 생물이 발을 붙일 곳이 없었고 삼림이고 들판이고 뭐고 전 지구의 인류문명이 몽땅 재더미로 되였던것이예요. 륙지에 내려가보니 사람들 그리고 범, 사자, 소, 돼지, 개 등 동물들이 무리로 죽어 백골이 데굴거리였고 시체가 썩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실로 땅이 있어도 살 곳이 없었고 하늘이 있어도 날아다닐 하늘이 없게 되였던것이예요.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일행은 별수 없이 이번에는 달나라로 날아올라가 보았어요. 그런데 달에도 여기저기 원자탄과 중성자가 폭발한 구뎅이가 패웠고 달덩이도 절반이나 깨져 볼품이 없게 되였던것이예요. 하늘이 어찌나 크게 구멍이 났는지 별처럼 총총히 들어앉았던 달나라관측소의 과학일군들도 몽땅 사망되고 페허로 되였던것이예요. 실로 이젠 달나라에서도 살수 없게 되였어요.    절망을 느낀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은 용빼는 수가 없어 다시 우주비행선에 올라 하늘로 날아올라 지구를 내려다보았어요. 아메리카땅우에는 의연히 드높은 지구통일기념비와 지구통일녀신유리박사동상이 우뚝 솟아 번쩍이면서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어요.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폭파해버릴 여유도 핵무기도 없었어요. 그들은 별수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우주비행선안에 장치해놓은 랭동관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누운후 랭동관금속덮개를 꼬오옥 닫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 랭동관안벽에는 꼬마대통령 클론바우와 부모의 성명, 출생 년, 월, 일, 그리고 랭동관에 입관된 날자 2962년 11월 4일이 새겨져있었어요.      그리고 랭동관덮개에는 그들의 유언이 또박또박 새겨져있었어요.          무절제한 욕심은 지구를 멸망시키기게 된다. 후세인들은 무절제한 욕심을 버리고 절대로 오존층을 파괴하는 미친 자멸행위를 하지 말지어다. 평화를 사랑하고 지구를 아낄지어다.      주: 이 중편과학환상소설은  "아동문학" 2006년에 련재됐음.        
454    중편과학환상소설 지구보위전 김장혁 댓글:  조회:244  추천:0  2024-09-30
2014년 04월 06일 09시 48분  조회:1815  추천:1  작성자: 김장혁 중편과학환상소설         지구보위전               김장혁                                 1 세월은 흐르는 물과도 같이 빨리 흘러 어느덧 기원 3519년이 되였어요. 600년전에 유리박사와 그의 아들 클론바우꼬마대통령에 의해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지구의 절반이나 되는 생물이 훼멸되다싶이 되였고 당시 지하와 바다물밑에서 일하던 인간들이 수백만명밖에 살아남지 못하였댔어요. 그후 군비경쟁과 대외확충계획으로 하여 제9차세계핵전쟁이 일어나 지구는 방사성물질오염으로 하여 볼품없이 됐지요. 600년동안 인간들은 오존층을 만구하고 지구의 방사성물질오염을 제거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투쟁을 하였어요. 그리하여 지구에는 다시 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하였어요. 또 천여년동안 우주과학을 대폭적으로 발전시켜 이젠 지구촌에서만 살던 인간들이 21세기초에 자가용을 타듯이 자가용우주비행선을 타고 달나라와 화성에까지 가서 살게 되였고 지어 태양계를 벗어난 외성인들과도 우주쟁탈전이나 지구보위전을 벌리게 되였어요. 이런 환상적인 시대에 박무빈이는 지구촌에서 태여났어요. 이마가 툭 튀여나오고 뒤골도 별나게 툭 튀여나가 애들은 모두 무빈이를 남북골이라고 별명을 달아 놀려댔어요. 그런데 아빠를 닮아 우멍눈에 코는 유별나게 컸어요. 그래서 어떤 어른들은 무빈이가 양키놈의 후대가 아닌가고 의심하기도 할 지경이였어요. 무빈의 아빠 박천우는 날마다 하늘의 별만 쳐다보는 천문학박사이고 엄마 다혜는 핵로케트를 전문 연구하는 핵물리학박사예요. 아빠는 황페해진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어린 외동아들 무빈이에게 지구의를 사다주면서 지구에 대해 흥취를 가지도록 이끌어주었어요. 그런데 무빈이는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아빠의 뜻과는 달리 소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가방을 척 벗어던지고는 컴퓨터에 마주앉아 컴퓨터게임을 한다 하면 노랗게 삭은 이발이 뽁뽁 빠져나간 무아재입안이 환히 들여다보이게 입이 귀밑까지 벌어질 지경이였고 컴퓨터에 다 빨려들어갈 지경이였어요. 어떤 때에는 무빈이는 컴퓨터를 너무 놀아 눈이 아픈것 같으면 성호랑 최성이랑 조무래기들과 함께 마당에 나가 뽈을 차고 무리를 지어 전투놀음을 놀았어요. 무빈이는 팔다리는 약하였지만 뼈는 굵어 힘깨나 썼고 이마와 뒤골이 툭 튀여나온 남북골탓인지 상상외로 소뇌가 발달하여 주먹치기도 어지간히 하였어요. 그리하여 다혜박사는 늘 아빠를 보고 이렇게 원망하군 하였어요. “어유, 우리 저 남북골을 보세요. 놀음에만 탐내 어쩔가요? 공부를 잘하라고 이름을 문빈이라고 짓자고 하니 당신이 기어이 무빈이라고 짓더니 보세요. 전문 렵기적인 짓에만 흥취를 가지지 않는가구요?” 그때마다 천우박사는 “괜찮소. 장차 그래도 우리 무빈이가 남자답게 큰일을 하지 않는가 보오.” 하고 말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군 하였어요. 그런데 무빈이가 열네댓살을 먹더니 기적이 일어났어요. 무빈이는 어느 한번 맨날 하늘만 쳐다보는 아빠를 따라 천문대에 가서 망원경으로 신비한 밤하늘을 쳐다본후부터 별에 대해 특별한 흥취를 가지게 되였어요. 그후부터 무빈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뽈을 차지 않으면 컴퓨터를 놀았고 일요일이면 꼭 아빠를 따라 천문대에 가서 커다란 망원경으로 별들이 반짝이는 신비한 밤하늘을 구경하기 시작하였어요. “아빠, 저 깜빡이는 별동네에는 사람이 있나요?” 턱을 고이고 밤하늘을 쳐다보는 아들을 보고 아빠는 흐뭇해났어요. “있지. 그러나 우리는 아직 많이 발견하지 못하였단다.” “엄마가 만든 우주비행기를 타고 저 별동네로 날아갈수 없나요?” “있구말구, 이다음 너도 하늘의 별을 공부하고 로케트만 잘 배우면 하늘의 별나라로 날아가 마음껏 구경할수 있단다.” 별나라를 바라보던 아빠는 머리를 돌려 무빈이의 초롱초롱한 우멍한 눈확속의 포도알같은 눈을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뒤말을 이었어요. “이번 일요일날에 달나라로 려행을 할가?” “아, 좋아라.” 일요일이 되였어요. 무빈이는 아빠와 엄마와 함께 자기집앞 활주로에 세워놓은 우주비행선에 올라탔어요. 우주비행선이 눈뿌리 아찔하게 빠른 속도로 씽 날아오르자 꽃구름이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동화속의 하늘이 발아래에서 피끗피끗 뒤로 스쳐지나갔어요. 이윽고 달나라에 착륙하여 달나라해관검사를 마치고 호화로운 호텔에 들었어요. 밤이 되자 별들이 깜빡이는 밤하늘에 달보다도 더 환하고 큰 아름다운 지구가 떠올랐어요. “아, 참말 아름다운 지구지?” “예.” 무빈이는 호기심에 찬 눈길로 달나라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보고있었어요. 그때 아빠는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하였어요. “저기 조선반도북쪽으로 하여 우리가 사는 장백산이 아니고 뭐냐? 우리는 우리가 사는 저 아름다운 지구를 잘 지켜내야 한다. 그러자면 아빠가 하는 별나라공부랑 잘해야 한다.” 그러자 턱을 고이고 별나라와 지구를 포도알같은 우멍눈을 때록때록 구을리면서 번갈아보던 무빈이는 머리를 끄덕였어요. “예, 별나라공부가 참 재미날것 같아요.” 지구로 돌아온후 무빈이는 그때로부터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아빠가 주는 천문학에 관계되는 책들을 주먹코를 벌름거리면서 부지런히 읽기 시작하였어요. 제일 처음에는 그것이 흥취에 의한 탐독이였다면 나중에 천우박사의 지도아래 천문학에 관한 독서는 무빈으로 하여금 재빨리 수많은 천문학지식을 장악하게 하였어요. 그리하여 소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무빈이는 이름을 달지 못한 꼬마천문학박사로 불리웠고 아빠의 유력한 조수로 되였어요.                 2 어느 일요일날 밤 무빈이는 아빠를 따라 천문대에 가서 망원경으로 별동네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물었어요. “아빠, 저 북두칠성옆에 있는 혜성이 어째 전번 주일보다 더 밝아보여요.” “뭐라니? 그럴수 없겠는데. 어디 보자.” 천우박사는 무빈이를 한쪽으로 물러나게 하고 안경을 건 얼굴을 망원경안으로 들여보냈어요. 그런데 하느님 맙소사. 진짜 무빈이가 말한대로 천왕성옆에서 반짝이던 혜성이 더 밝아졌고 이쪽으로 달려오는듯한감을 주었어요. “이걸 어찌느냐? 끝내 근심하던 일이 또 들이닥치는구나.” “웬 일이세요? 혜성이 지구쪽으로 달려오고있는건 아니겠지요?” “아직 그런건 같지 않지만 그런 위험을 배제할수는 없다.” 우멍눈이 휘둥그래 난 무빈이는 “큰일인데요. 그럼 국가우주지진국에 알리고 대책을 대야 할게 아닌가요?” 하고 말하였어요. 그러자 천우박사는 “그래야지. 그러나 이전에도 이런 회보를 여러번 했지만 정부에서는 꿈만해했다. 이번에는 중시하겠는지 모르겠다.” 하고 말하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였다. 천우박사는 아들 무빈이를 데리고 정부청사 201층에 자리잡은 우주지진국 리철학국장의 사무실에 올라갔어요. 노크하고 들어가자 쏘파에 비스듬히 기대여앉아 안경밑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리국장이 반갑지 않게 맞아주었다. 아빠 천우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어요. “리국장, 긴급한 일입니다. 지금 혜성3519MN이 태양계쪽으로 소리속도의 90배나 되는 속도로 날아오고있습니다. 리국장도 알고있겠지만 6500만년전에 거대한 운석이 중부아메리카 메히꼬부근에 떨어져 원자탄의 몇억조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지구의 모든것을 훼멸시키였지요. 그때 공룡같은 거대한 동물도 다 무리죽음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리철학국장은 천우박사의 회보를 듣고 이게 무슨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 별이 떨어질가봐 근심하는가 하는 태도였어요. “난 또 무슨 일이라구? 지진이 나는가 하였더니 혜성이 날아오는걸 가지고 놀랄게 뭐요? 까딱 말을 내지 내지 마오. 국가에서는 며칠전에 벌써 허성박사가 한 회보를 전달해듣고 혼란이 일어날가봐 혜성소식을 봉쇄하라고 하였소. 황차 혜성의 궤도를 측정해보면 지금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1프로밖에 없지 않고 뭐요. 그러니 천문학연구경비를 더 주려니 마오. 다른 정황이 있으면 그때에 가보기요.” 그 말에 실망한 천우박사는 “그래도 조치를 사전에 대야 될게 아닌가요?”하고 바투들이댔어요. 그러자 리국장은 안경알을 춰올리면서 이렇게 성을 냈어요. “박천우박사, 이건 국가의 결정이요. 박사보다 우리가 아래우정황을 더 잘 아오. 우리는 국가의 지시대로 해야 하오.” 아빠는 정부청사에서 나와서 아들 무빈이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어요. “경제가 락후한 이 나라에서는 천문학연구가 안된다. 저런 중대한 회보를 하여도 천문학연구경비를 더 타내오자고 그러는가고 근본 응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 무빈이는 이렇게 말하였어요. “아빠, 그래도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설득하여 대책을 대야 할게 아닌가요? 지금 혜성은 소리속도보다 90배나 빠른 속도로 지구쪽으로 날아오고있는데 시간을 쟁취하여야 하지요.” 아빠 천우박사는 너무너무 실망한것 같았어요. “쓸데없다. 그런 정부에 가서 말하는건 소 귀에 경읽기와 같다. 황차 지금 혜성이 비행하는 궤도를 보면 가능하게 지구에서 몇백킬로메터 상공으로 날아지나갈지도 모른다.” 아빠도 자포자기하고 요행을 바라면서 지구가 될대로 되라고 맥을 버렸어요.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어린 무빈이는 큰 마음을 먹었어요. 이튿날, 무빈이는 학교이고 뭐고 다 걷어치우고 아빠와 엄마 몰래 정부청사로 종주먹을 쥐고 뛰여갔어요. 문지기가 “서랏! 여긴 어린애들이 들어가는데 아니야. 이 애는 학교에 가지 않고 웬 일이냐?” 하고 말하면서 무빈의 앞을 가로막았어요. “아니, 아저씨, 우주지진국의 리국장을 만나 긴히 여쭐 말씀이 있어 그러는데 들어가게 해주세요. 시간이 바쁜데 좀 앞길을 막지 마세요.” 그러자 문지기는 코방귀를 흥 하고 뀌였어요. “요 죄꼬만 애숭이말을 누가 듣는다고 그래? 썩 가지 못하겠느냐?” 그러나 무빈이는 문지기의 겨드랑이사이로 쑝 빠져 정부청사에 들어가 지진국사무실로 곧게 찾아갔어요. 노크하고 들어가니 리국장은 신문을 뒤적이다가 매부리코를 쓰다듬으면서 피끗 무빈이를 내려다보았어요. “너는 왜 왔니?” 그러자 무빈이는 제법 어른스레 쏘파에 가서 앉으면서 이렇게 징중하게 말하였어요. “리국장선생님, 어제 우리 아빠가 찾아와서 말하였지만 혜성이 지구를 충돌하는 날에는 지구가 박산이 납니다. 빨리 대책을 대야 합니다.” “흥, 그건 너 애들이 삐칠 일이 아니다. 어서 학교에 가서 공부나 해라. ” 리국장은 시끄럽다는듯이 신문으로 얼굴을 막고 신문을 보았어요. 그러건 말건 무빈이는 자기 말을 해내려갔어요. “리국장도 알겠지만 100메터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충돌하는 날에는 원자탄의 몇억배되는 힘으로 폭발하게 되지요. 그러면 온 지구의 동물이고 생물이고 훼멸될 가능성이 많지요.” “그건 너보다 우리 우주지진국의 어른들이 더 잘 안다. 괜히 떠들지 말고 학교에 가라. ” 그러나 무빈의 설교는 계속되였어요. “6500만년전에 큰 혜성이 아메리카중부 메히꼬에 떨어져 지구륙지의 모든 생물이 멸종하고 바다밑과 하늘의 생물만이 생존한걸 잊어서는 안되지요.” 리국장은 아예 응대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조급해난 무빈이는 리국장이 보는 신문을 쥐여당기면서 설교를 들이댔어요. “리국장께서는 씨비리에 운석이 떨어진 사실을 잊으셨나요. 1908년에 커다란 운석이 씨비리에 떨어져 제주도만큼한 땅덩어리우의 살림이 훼멸되고 동물과 식물이 몽땅 타죽어버린것을 말이예요.” 리국장은 전화를 들더니 이렇게 꽥꽥 고함쳤어요. “허비서, 당장 이 죄꼬만 새끼를 쫓아내오. 시끄러워 죽겠소!” 리국장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뚱뚱하게 생긴 녀비서가 뛰여들어오더니 무빈이의 뻘쭉한 당나귀귀를 마구 쥐여당기면서 리국장사무실에서 끌어냈어요. 뒤늦게 쫓아온 문지기도 201층 복도에까지 쫓아올라와 무빈이를 마구 끌고 나갔어요. 이렇게 되여 무빈이는 더는 정부청사에 들어가 리국장에게 충고를 해줄수 없게 되였어요.                          3 집에 돌아온 무빈이는 생각하면 할수록 지구가 혜성의 충격을 받아 훼멸될것만 같아 속이 탔어요. 그러면 무빈의 학교도 집도 별장도 다 무너지고 코끼리며 호랑이며 사슴이며 공작새들이 사는 동물원도 몽땅 재더미가 되지 않겠어요. 더구나 자기와 아빠, 엄마마저 몽땅 타죽게 될게 아니겠어요. 그는 속이 답답하여 서호랑 최성이랑 함께 뽈을 차려고 찾아갔어요. 그런데 서호는 원격조종기로 노는 직승비행기를 가지고 놀면서 뽈을 찰념을 하지 않았어요. 고 놈의 직승비행기가 책상만큼밖에 안되여도 서호가 보조개가 옴폭 패일 정도로 입을 꼭 다물고 원격조종기를 꼭꼭 누르기만 하면 하늘에서 쌩쌩 날아다니기도 하고 땅에 살짝 내리기도 하였어요. 그때 무빈이는 기발한 생각이 피뜩 떠올랐어요. “옳지, 조 놈의 직승비행기에다 록음기와 확성기를 달아매여 날게 하면 어떨가?” 무릎을 탁 치고 일어선 무빈이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아빠가 천문대에 나간 틈을 타서 록음기에 대고 뭐라고 챙챙하게 록음하였어요. 점심에 아빠가 돌아오자 무빈이는 직승비행기를 사달라고 졸라댔어요. 그러자 아빠는 “얘야, 그걸 사서 뭘 하겠느냐?” 하고 심드렁한 태도를 취하였어요. 무빈이는 아빠 손을 잡고 몸을 배배 탈면서 지청구를 들이댔어요. “아빠, 서호랑은 다 직승비행기를 가지고 노는데 나도 갖고 놀고싶어요. 사주세요, 녜?” 아빠가 그래도 응낙이 없자 무빈이는 이번에는 엄마목을 끌어안고 응석을 부렸어요.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직승비행기를 사주지요 예?” 엄마 다혜박사는 무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천우박사와 웃는 눈길을 마주쳤어요. “엄마 사준다. 야- 좋아라.” 아빠도 시무룩이 웃었어요. “아빠도 사준다. 야-호!” 그리하여 무빈이는 아빠가 밤에도 천문대에 나간 틈을 타서 원격조종직승비행기에 록음기와 확성기를 매달았어요. 그다음 원격조종직승비행기를 밖에 가지고 나가서 원격조종기를 꼭꼭 눌렀어요. 이윽고 원격조종직승비행기는 서울의 밤하늘을 날면서 록음방송을 하기 시작하였어요. “여러분, 여기는 우주지진꼬마방송국입니다. 긴급소식입니다. 지금 3519MN혜성이 소리속도의 90배 속도로 우리 지구와 달쪽으로 날아오고있습니다.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는 날에는 우리 지구는 훼멸성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지구상의 모든 건물과 살림은 물론 모든 동물과 생물은 멸종할 위험이 있습니다. 인류문명은 훼멸의 위기를 겪게 되였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 길을 가던 사람들은 얼굴이 새까매나면서 밤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자그마한 직승비행기가 날아다니면서 계속 방송을 하고있었어요. “우리는 한시급히 아름다운 지구를 보위하는 긴급전투를 벌려야 합니다. 40억년의 력사를 가진 아름다운 지구는 그간 재난도 어러번 당하였습니다. 9억년전에 지구는 큰 행성과 부딪쳐 모든 생물이 멸종하였댔습니다. 4억년전에는 온 지구가 얼음덩이로 얼어붙어 재생하였던 생물이 몽땅 훼멸되였댔습니다. 바다물속으로부터 다시 재생한 생물은 공룡과 같은 괴물을 비롯한 숱한 생물을 재생시켰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차 어린애의 록음말소리를 듣고 곧이듣지 않았어요. “어린애가 뭘 안다고 저런다오?” 한 아낙네의 말에 나그네인듯한 남성이 대꾸하였어요. “그러게 말이요. 근심할게 있소?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폭발하면 다른 사람들이 죽을 때 같이 죽으면 되지. 빨리 집에 가서 텔레비죤드라마나 보기요.” 그러나 “우주지진꼬마방송국” 무빈의 방송은 계속되였어요. “6500만년전에 커다란 운석이 소리속도보다 90배 빠른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왔댔습니다. 운석이 대기층에 들어선후 공기와 마찰이 생기면서 온도가 급속히 올라갔고 태양빛보다 더 밝은 빛을 발산하였습니다. 운석은 중앙아메리카 메히꼬부근에서 떨어졌습니다. 폭발 당시 산생된 에네르기는 전 세계의 모든 핵폭탄이 폭발할 때 산생되는 에네르기의 수천배에 달하였습니다. 하늘땅을 진감하는 폭발음은 인차 폭풍과 거대한 에네르기를 산생시켰습니다. 운석이 충격한 중심부위의 온도는 태양온도의 2배를 초과하였고 거대한 폭풍은 바다를 건너 륙지의 구석구석에 남김없이 퍼져나갔습니다. 그때 공룡들은 영문을 몰라 사처로 뛰여다녔습니다. 운석은 폭발의 충격에 의해 삽시간에 증발하여버렸습니다. 폭발충격에 의해 산생된 열량은 화재를 일으켜 지구상의 수많은 삼림들이 재더미로 되였고 대기층에 산소결핍현상이 생기면서 공룡들이고 모든 동물들이 죽게 되였습니다. 폭발의 충격에 의한 열량으로 하여 많은 바다물마저 증발되였습니다. 이런 증발물은 먼지와 함께 대기층에 이르러 지구전체를 가리웠댔습니다. 대량의 먼지와 천연기체, 각종 방사성원소들이 지구 곳곳에 흩어졌습니다. 지구를 덮고있던 먼지와 기체는 태양광선을 차단한채 반년동안이나 해를 가리우고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구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령하 30도의 엄한속에서 지구는 점차 얼음으로 뒤덮였습니다. 그리하여 식물이 얼어죽고 공룡을 비롯한 동물들도 얼어죽게 되였습니다. 우리 지구의 날개가 달린 공룡만이 살아남아 지금의 새들로 진화하였을뿐입니다.” 처음에는 모두 애들이 하는 장난이라고 듣지 않다가 어찌나 그럴듯하게 말하는지 점차 길가던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어요. 사람들은 그 원격조종직승비행기가 하늘을 빙빙 돌면서 하는 방송에 점차 귀를 기울이게 되였어요. “우리는 아래와 같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1908년 6월 30일 씨비리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져 제주도만큼 큰 삼림이 충격파와 불에 훼멸되였고 숱한 동물과 식물이 다 불타죽고말았습니다. 2001년 1월 2일 소행성이 지구를 습격해올 때 미국에서 핵로케트를 발사해 격추하였기때문에 우리 지구인들은 가능하게 륙지에서 일어날번한 재난을 모면하였댔습니다. 2002년에는 2002MN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위험궤도에 들어섰댔습니다.” 하늘에서 무빈의 록음말소리가 울리는것을 듣고 제일 바빠난것은 무빈의 아빠 천우박사와 엄마 다혜박사였어요. “아니, 저 자식이 미치지 않았어?” 아빠 천우박사의 말에 엄마 다혜박사는 이렇게 근심에 싸였어요. “저 애가 저렇게 록음방송을 하면 우리가 시켰는가고 하지 않겠어요?” “글쎄 말이요. 보라니깐, 저 애에게 직승비행기를 사다주더니 큰 경을 치지 않았는가구.” “가서 당장 직승비행기를 빼앗아내고 록음방송을 중지시키자요.” 그들은 자가용승용차를 몰고 광화문앞 광장으로 달려갔어요. 무빈이는 숱한 사람들이 하늘의 직승비행기를 쳐다보면서 방송을 듣는것을 보면서 가로수뒤에 숨어서 한창 신이 나서 이발이 빠진 입이 함박만해 직승비행기를 원격조종하고있었어요. “이 놈새끼, 직승비행기를 내리워라!” 난데없이 아빠와 엄마가 불쑥 나타나 무빈의 손에서 원격조종기를 빼앗았어요. 엄마는 무빈의 엉뎅이를 쨕쨕 때렸어요. “요 놈새끼야, 어쨰 이렇게 애를 먹이는거냐?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거냐?” 그러나 무빈이는 두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도 게두덜거렸어요. “지구를 보위하려면 이렇게라도 혜성이 지구를 충돌하는 위험성을 선전해야 해요.” 그러나 아빠는 땅에 곤두박질하다싶이 한 직승비행기를 자가용승용차에 싣고나서 이렇게 말하였어요. “야, 이건 너같은 애들이 할 일이 아니다. 누가 코흘리개들의 말을 곧이 듣는다고 그러느냐?” 다혜박사는 땅바닥에 앉아 발버둥질치면서 엉엉 우는 무빈이를 억지로 자가용승용차에 싣고 꼭 껴안았어요. 그녀는 속으로 엉뚱한 아들 무빈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어요.                    4 숱한 사람들은 코흘리개 록음소리지만도 술렁거리기 시작하였어요. “정말 혜성이 지구에 날아와서 부딪치는 날에는 큰일이요.” 그러나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애들이 말하는것처럼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혜성과 부딪쳐 폭발하겠소?” 그러나 무빈이는 놀음감원격조종직승비행기를 쓰지 못하자 집에 있을 때나 학교로 갈 때나 어떻게 혜성이 지구와 달 사이로 날아오는가는것을 알리겠는가고 량미간을 쪼프리고 속궁리하였어요. 그는 집에 들어가기도 싫고 아빠가 일하는 천문대에 가기도 싫었어요. 그래서 인터넷바에 들어갔어요. 그는 코를 풀럭거리면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여는 순간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인터넷사이트에 지구쪽으로 날아오는 혜성소식을 실어야 하지.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 어마어마한 긴급소식을 보게 될것이고 내가 올린것도 모르고 어른 천문가가 올렸는가고 믿을것이 아니겠는가! 그럼 그렇지! 야-호!” 무빈이는 인차 인터넷사이트에 어제밤에 방송한 내용을 실은외에도 지구와 혜성의 충돌위험성을 타자해 사이트에 올렸어요. 사람들은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어제 하늘에서 괴상한 원격조종비행기에서 나던 록음내용외에도 지구와 꼬리달린 혜성사진과 함께 사이트에 쓴 다음과 같은 내용도 볼수 있었어요. “2001년에 미국에서 지구쪽으로 다가오는 작은 혜성을 로케트로 쏘아떨군 뒤를 이어 2002년에 2002MN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위험궤도에 들어섰댔습니다. 그때 미국천문학가들이 하브망원경으로 이 긴급한 정황을 발견하고 인차 클린톤대통령에게 정황을 회보하였습니다. 그때 당시 클린톤대통령은 며칠 더 관찰해보고 만약 혜성이 확실히 지구에 부딪힐 위험성이 있다면 핵로케트를 쏘아 그 작은 혜성을 떨구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세밀한 관찰에 의하여 그 혜성과 지구가 부딪칠 위험이 적다는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과연 약 열흘후에 그 혜성은 태평양 200킬로메터 상공을 스쳐지나갔댔습니다. 만약 그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는 날에는 지구가 엉망진창이 되였을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직경이 2킬로메터나 되는 혜성이 화성을 지나 지구쪽을 소리속도의 90배 속도로 날아오고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마땅히 이 혜성의 위해성을 알고 대책을 대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우주지진국에서는 사회혼란이 조성될수 있다면서 백성들의 눈을 가랑잎으로 가리우고 아옹할 예산을 하고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내용을 인터넷사이트에서 보고 뒤숭숭하여졌어요. 한입 건너 두입 건너 온 지구촌에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더는 농사를 짓기 싶지 않았고 공장과 학교는 문을 닫아걸었어요. 오래지 않으면 지구가 혜성과 부딪혀 폭발하여 다 죽겠는데 나가 아글타글 일할게 없다고 하였어요. 키꺽다리 서호랑은 난쟁이 최성이와 함께 날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원격직승비행기를 가지고 놀았어요. 부자들은 재산이 아까와 밸이 끊어질듯하였고 앞다퉈 처리하고 자가용우주비행선을 타고 먼 달나라로 달아났어요. 적지 않은 사람들은 향수에 물젖어 날마다 술이나 먹고 흥타령을 불렀어요. 음식점은 물론 노래방과 안마원은 날마다 살았을 때 향수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또 일부 사람들은 우주지진국에 전화로 혜성에 관한 정황을 문의하였고 텔레비죤에서 정확한 정황을 방송할것을 요구하기도 하였어요.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밤하늘의 별무리들속에서 어느 별이 지구쪽으로 날아오는가고 멍하니 바라보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기만 하였어요. 지어 어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신경이 잘못 되였고 정신이 나간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며 절도, 살인과 강간 등 악성사건이 련속 부절히 발생하였어요. 그러자 바빠맞은것은 제일 먼저 우주지진국이였어요. 리국장을 비롯한 우주관계자들은 이런 소문을 퍼뜨린것은 전적으로 천우박사부자간이 한짓이라고 추측하였어요. 그들은 천우박사를 불러들여 사건경위를 조사하기 시작하였어요. 리철학국장은 노기등등하여 안경알밑의 소눈깔 같은 눈알이 다 빠져나올듯이 천우박사를 쏘아보면서 훈계하였어요. “천우선생은 왜 무조직 무규률이요? 내가 뭐라고 합데? 절대 경솔히 소문을 내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 집 아새끼가 록음방송을 하고 인터넷사이트에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온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단 말이요. 꼭 당신이 시킨게요.” 아빠는 너무너무 억울하였어요. “난 무빈이를 시킨적이 없습니다.” “아니요. 꼭 시켰소. 당신은 지구촌사회를 혼란에 빠뜨렸기때문에 행정적,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요.” 그러자 천우박사도 양보하지 않았어요. “리국장, 그건 절대 내가 한짓이 아닙니다.” “이 동무가 로실하지 못하구만. 여길 보오.” 리국장은 텔레비죤을 켜고 비디오테프 하나를 꺼내 띠웠어요. 그러자 화면에 원격조종직승비행기가 보였고 거기에서 울려나오는 무빈의 목소리가 들리였으며 천우박사가 원격조종직승비행기를 자가용승용차에 싣고 다혜박사가 무빈이를 데리고 차에 앉아 떠나가는 장면이 나타나는것이였어요. “그래도 승인하지 않겠소?” “아닙니다. 그건…” “닥치오!” 리철학국장은 사무상을 탁 쳤어요. 그 바람에 사무상우의 차잔이 땅바닥에 짤라당 떨어져 박산났어요. “그래도 아니라고? 물증이 있는데도 아니라고? 승인하고 하지 않는것은 당신의 태도에 달린것이요. 그러나 이 사건이 이미 온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으니 당신은 천문대사업터에서 일하지 못하오. 철직이요. 그리고 우리는 사법기관에 사회를 혼란시킨 죄로 당신부부를 소송하겠소.” 천우박사는 더 말해도 소용없자 우주지진국에서 나와버렸어요. 그렇다고 자기가 하지 못한 일을 한 아들을 물어먹을수도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자 다혜박사가 한창 무빈이를 회초리로 종아리를 치면서 심문하고있었어요. “다시 그러겠니? 네가 중뿔나게 그런짓을 하였기에 큰 경을 치르게 되였다. 아이고, 이 놈아!” 그러나 무빈이는 뜨러운 눈물방울을 똑똑 떨구면서도 안 그러겠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어요. 그러자 아빠가 말리였어요. “그만두오. 온 사회가 이 일을 알게 한건 오히려 잘된 일이요. 우리 어른들이 감히 못하는 일을 우리 무빈이가 해냈단 말이요. 이젠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하는가 구경만 하면 되오.” 천우박사는 다혜박사의 손에서 회초리를 빼앗아버리고나서 무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것이였어요. 천우박사의 말이 맞아떨어졌어요. 적와대에서는 사회가 혼란한 원인을 인차 알아내였어요. 김성대통령께서는 사태의 엄중성을 느끼고 인차 리철학국장을 불러 구체정황을 조사하였어요. 그러자 리국장은 그간 정황을 회보하고나서 아주 자랑스레 이렇게 덧붙였어요. “우리는 즉시 이렇게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천우박사를 철직시키고 감옥에 처넣으라고 사법기관에 소송하였습니다.” 리국장은 김대통령이 자기 처사를 대단히 칭찬하리라고 생각하였어요. 그러나 대통령은 노기등등해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철직받아야 할 사람은 천우박사가 아니라 리국장, 당신이요. 이런 긴급한 사건이 발생하기전에 지구쪽으로 날아오는 혜성의 정황을 정부에 알리고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였소. 그러나 당신은 국장으로서 그걸 솜으로 불을 싸듯이 덮어감추려고 하다니? 참, 내가 눈이 멀었지. 무빈이같이 죄꼬만 애들보다도 우둔한 당신같은 사람을 국장으로 임명하다니!” 그 말에 리국장은 머리를 무릎우에 떨어뜨릴 지경이였어요. 그저 욕이나 하려니 하였는데 그에 그치지 않았어요. 김성대통령의 목소리가 적와대에 쩌렁쩌렁 울려퍼졌어요. “비서실장, 당장 저 리철학국장을 철직시키고 사법부문에 고소하여 저자의 실직행위를 법에 따라 호되게 다스리도록 하시오. 대신 천우박사부자를 각각 국장과 부국장으로 임명하고 이 긴급사태에 대처할 대책을 구하도록 하시오.” “예이-” 리국장이 머리를 툭 떨구고 나간후 김성대통령은 즉시 비서실장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천우박사네 집으로 달려가 천우박사부자를 만났어요. 김대통령은 량손으로 천우박사와 무빈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하였어요. “그간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중대한 정황을 알려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리국장을 이미 철직하였소. 대신 당신들 부자가 국장과 부국장을 맡아 위기에 처한 지구촌을 구해주시오. 필요한 인력과 물자는 정부에서 몽땅 대줄테니깐 근심하지 말고 요구하십시오.” “고맙습니다. 무빈이가 저의 아들이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소학교학생이지만 우주지식이 저만 못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나이가 어린 소학생이고 정식학위도 가지지 못하였기에 부국장을 시키지 말고 그저 과외로 저를 도와 혜성을 관찰하면 될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또 기자들이 우리 부자들을 두고 물의를 일으킬가봐 걱정됩니다.” 그러자 김성대통령도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것도 그렇구만. 이 큰 사업을 하려면 학술계의 인정을 받아야지요. 이번 일만 하여도 우주학술계의 인정을 받을 좋은 론문을 써낸게 아니겠습니까? 이만큼 훌륭한 박사론문이 어데 있겠습니까? 그럼 서울대학교 유관 박사생도사들을 초청하여 인차 혜성과 지구충돌에 관한 론문답변을 하고 박사학위를 주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무빈이는 이발 빠진 입이 함박만해서 어쩔줄 몰라하였어요. “대통령께 감사를 드려라.” “김대통령님, 고맙습니다.” 무빈이가 절을 올리자 김대통령께서는 아주 정중하게 무빈의 죄꼬만 손을 잡아흔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박부국장, 아빠 천우국장을 도와 꼭 이번 혜성을 깨버리고 지구를 지켜달라. 부탁드린다.” 천우박사와 무빈이는 대통령께 머리를 조아렸어요.                       5 이튿날 리철학박사는 자가용우주비행선을 타고 달나라로 달아났어요. 그는 인차 달나라에 가서 혜성충돌로부터 달나라를 보위할 계획을 대통령에게 드렸어요. 그리하여 그는 달나라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달나라의 우주항천사령부 총사령을 맡게 되였어요. 그 소식을 들은후 아빠와 엄마 그리고 무빈이는 한시름을 턱 놓았어요. 박천우국장과 박무빈국장이 서울에서 지구촌의 과학가들을 불러 련 10여일동안에 “소행성의 충격을 피면하고 지구를 보위할데 관한 학술토론회”를 다섯번이나 열었지요. 로씨야의 한 과학가는 “태양우산”을 로케트에 실어 소행성에 올려보내 고정시키고 태양의 빛에네르기를 빌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게 하는 방법으로 소행성이 지구를 충격하지 못하게 막아보자고도 건의하였지요. 한국의 허주박사는 로케트로 원자력발동기를 실어 소행성에 올려보내 고정시키고 점화해 소행성이 지구를 충격하지 못하도록 궤도를 바꿔보자고 건의하였지요. 중국의 과학가 장국승박사는 원자탄으로 소행성을 폭파해버리자고 하였지요. 그러자 적지 않은 과학가들은 큰 소행성을 폭파하여 수천개의 소행성이 지구를 충격하게 하여도 마찬가지로 지구의 인류문명이고 뭐고 몽땅 훼멸하게 된다면서 안된다고 하였어요. 미국의 과학가들은 소행성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형원자탄을 수십차 폭발시켜 그 방사선충격파로 소행성을 지구충격궤도에서 벗어나게 하여 한차례 소행성의 지구충격피해를 피면하게 하자고 건의하였지요. 나중에 박천우국장과 토론한후 무빈부국장은 버릇처럼 손수건으로 코를 쓱 닦은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어요. “여러 과학자들의 의견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두가지 방법입니다. 한가지 방법은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소행성이 지구를 충돌하는것을 피면시키자는것입니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소행성을 폭파해 없애버리자는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첫번째 방법을 대봅시다.” 그러자 과학가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였어요. 그러나 한 과학가는 이런 질문을 하였어요. “그런데 무빈국장, 소행성은 2000메터나 되는데 우리가 어떻게 궤도를 바꾸게 하겠습니까?” 그러자 무빈국장은 결단성있게 대답하였어요. “소행성에 날개를 달아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봅시다.” 그러자 과학가들은 머리를 가로저으면서 떠들썩하였어요. 무빈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어요. “지구를 구하는 일은 우리 우주지진국만의 일이 아니예요. 우리는 반드시 핵항천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어요. 핵발동기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 소행성의 비행궤도를 바꿔야 하겠어요.” 그리하여 우주지진국과 핵항천부 과학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였어요. 이제 우주지진국의 요구에 따라 다혜부장이 맡은 핵항천부에서 일할 차례가 되였어요. 다혜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어요. “우주지진국의 방안은 성립될수 있어요. 그러나 핵발동기날개를 혜성에 안전하고도 단단히 고정시키려면 우주비행원들이 소혜성에 올라가서 구멍을 뚫고 핵발동기날개를 고정시켜야 해요.” 그러자 천우박사가 주먹코를 만지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어요. “그런데 혜성은 태양계에 들어선후 태양빛을 받기만 하면 몇백도씩 뜨거워지지요. 우리는 혜성이 달빛을 받지 않는 틈을 타서 그늘이 진 곳에 그엉을 뜷고 핵발동기날개의 발을 혜성에 고정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자그마한 혜성이 천천히 자전하기에 해빛을 받지 않는 시간이 약 반시간밖에 안됩니다. 이 짧은 시간내에 임무를 완수하자면 우리는 이번 3519MN혜성이 무슨 물체로 생겼는가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 그리하여 먼저 무빈부국장이 나섰어요. “제가 직접 화성부근에 가서 혜성을 관찰하여 그 내부구조를 알아내겠어요.” 그러자 다혜박사가 막아나섰어요. “안된다. 넌 항천경험이 없고 지질탐사경험이 없어 안된다.” 그러자 천우박사가 나섰어요. “내가 화성부근에 가서 그 혜성의 구조를 알아내겠소. 그사이 김성대통령에 청시하고 즉시 삼성제조업체에 고온상태에서도 녹지 않을 재료로 핵발동기날개를 제조하게 하오.” 천우박사는 다혜박사에게 주먹코를 돌리더니 이렇게 귀속말을 하였어요. “만일을 대비해 혜성을 폭파할 핵로케트를 잘 점검하도록 하오.” 우주지진국과 핵항천부의 방안을 김성대통령이 동의하였어요. 이튿날 천우박사는 허주박사와 함께 핵항천부에 가서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우주비행선에 올랐어요. 씽- 핵우주비행선은 천우박사 그리고 조수 리정박사와 허주박사를 싣고 밤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다혜박사와 무빈부국장은 날마다 별들이 깜빡이는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시뻘건 뱀같은 꼬리를 달고 지구쪽으로 날아오는 혜성에 눈뿌리를 박고 태산같은 근심에 싸였어요. 며칠후 3519MN혜성과 가까이 접근한 천우박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3519MN혜성은 광물질로 형성된것이요. 날개를 달아 궤도를 바꾸지 않으면 폭발하는수밖에 없소. 혜성이 이미 화성을 지나 지구와 달쪽으로 날아가고있으니 한시급히 굴진기와 고정나사, 핵발동기날개를 우주비행선에 실어 올려보내오.” 그러자 무빈이는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컴퓨터형광막에 나타난 아빠를 보면서 울먹거리며 말하였어요. “아빠, 돌아오세요.” 그러자 천우박사는 이렇게 말하였어요. “그럴 새 없다. 우리가 지구에 갔다가 다시 핵발동기날개를 싣고 오려면 늦어진다. 근심하지 말아라. 모든게 잘될거다.”                             6 핵항천부 부장 다혜박사의 명령에 따라 우주비행원 10여명과 핵발동기날개 등을 실은 우주비행선이 하늘로 씽- 날아올랐어요. 며칠후 석철송박사 등 우주비행원들과 핵발동기날개를 실은 우주비행선이 천우박사가 탄 우주비행선과 태공에서 만났어요. 그들은 천우박사의 명령에 따라 함께 혜성쪽으로 날아갔어요. 또 며칠이 지나 그들은 혜성에서 약 50킬로메터 떨어진 태공에까지 접근하여갔어요. 먼저 천우박사 등이 탄 우주비행선이 천천히 해를 등진 혜성뒤면을 접근하였어요. 그들은 지구와 각도가 맞지 않게 핵발동기날개를 달아야 하였어요. 이때 리정박사는 천우국장에게 “아예 리철학국장이 달아난 달나라에 혜성이 날아가게 방향을 조절해놓으면 어떻습니까?”라고 하였어요. 그러자 허주박사도 찬동해나섰어요. “옳습니다. 달나라놈들이 언제든지 우리 지구촌에 앙심을 품고 에네르기와 자원 략탈전쟁을 할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헬리움을 비롯한 새 에네르기를 달라고 하니 거절하고서도 우리에게서 식료품을 빼앗아가려고 마음을 먹은지 오래지 않고 뭐예요.” 후에 온 우주비행원들도 찬동해나섰어요. “이번 기회에 달나라악종들을 멸종시킵시다.” 그러나 천우국장은 반대하였어요. “그렇게 할수 없소. 지구촌사람이나 달나라사람들이나 모두 살람들이요. 우리는 지구를 보위하여야 할뿐만아니라 지구의 후방이나 다름없는 달도 보위하여야 하오.” 천우국장은 아주 착한 표정을 지은채 우주비행원들을 둘러보면서 뒤말을 이었어요. “자, 시간이 없소. 혜성이 지구와 달에 다 부딪치지 말게 각도를 확정한후 날개를 고정시킬 구멍을 뚫기요.” 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의견이 있으면서도 군소리를 더하지 못하였어요. 그들은 지구각도를 관찰하고 날개방향을 확정한후 굴진기로 구멍을 뚫기 시작하였어요. 천우박사 등의 지능우주복에서는 김이 피여오르고 우주비행선에서는 경보신호가 띡띡 울렸으며 열기가 확확 뿜기는 광석에서는 연기가 피여오르기 시작하였어요. “국장님, 우리가 할테니까 들어가세요.” 그러나 천우박사는 주먹코를 벌름거리면서 “아니요. 이 광물질을 기념으로 가지고 가서 지구촌에서 이다음 지구에 날아오는 혜성을 대처할 방도를 연구할 때 쓰게 해야 하겠소.” 하고 말하면서 굴진기로 계속 광석바닥에 구멍을 뚫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반시간이 거의 되여 해빛이 희미하게 비껴들자 혜성광석바닥에서 김인지 연기인지 피여오르기 시작하였어요. “이젠 우주비행선에 올라가 문만 열고 서서 구멍을 뚫기요. 빨리 해제껴야 하오. 어떻게 다시 해빛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 다시 뚫겠소?” 모두들 우주비행선에 올라서서 화로불속에서 일하는것처럼 땀을 뚝뚝 떨구면서도 재빨리 끝내 구멍을 다 뚫었어요. 천우박사는 주먹코를 주먹으로 쓱 씻더니 “빨리 핵발동기날개를 다시오.” 하고 긴급명령을 내렸어요. 저쪽 우주비행선에서 기중기로 핵발동기날개를 부리웠어요. 처음에 내려진 날개는 극상해야 한 5메터밖에 안되는것 같았지만 접은 날개를 쭉쭉 펴자 50메터는 실히 될것 같았어요. 덩실하게 높이 솟은 은빛쇠기둥에 은빛핵발동기날개가 달린것이 장관이였어요. 이때 해빛이 혜성에 비껴들기 시작하였어요. “핵발동기를 작동해 날개를 돌리시오. 우주비행선문을 닫고 태공에 날아들 오릅시다!” “옛!” 우주비행선은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핵발동기날개는 바람개비처럼 윙윙 돌기 시작하였어요. 저것이 뭐예요. 핵발동기날개가 얼마간 돌아가자 연기가 피여오르는 혜성이 글쎄 자전을 멈추기 시작하였어요. 다시 천우박사가 원격조종기로 방향을 조절하자 혜성은 조금 방향을 돌리기 시작하였어요. 지구촌천문대에서 이 정경을 컴퓨터에서 보던 다혜박사와 무빈부국장은 “야- 호!” 하고 환성을 질렀어요. “아빠! 이젠 돌아오세요.” “그래, 이젠 시름놓고 지구로 돌아가도 되겠다. 지구촌에서 다시 만나자.” 천우박사는 우주비행선조종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우주비행선들은 지구로 향해 출발!” “예잇!” 우주비행선들은 지구를 향해 날아갔어요.                      7 무빈이는 서호랑 성주랑 같이 천문대관측소에서 밤하늘에서 시뻘건 꼬리를 금발처럼 흩날리면서 이쪽으로 날고있는 혜성을 구경하면서 혜성의 궤도를 측정하고있었어요. 엄마 다혜박사는 시름놓고 남편 천우박사가 돌아오기를 손꼽아기다렸어요. 천우박사랑 탄 우주비행선이 지구와 달사이로 다가왔을 때였어요. 갑자기 하늘에 비행접시가 여섯대나 나타났어요. 그 비행접시들은 두 우주비행선에 세대씩 달려들어 맹공격을 가하여왔어요. “너희들은 누구냐?” 천우국장이 묻자 비행접시에서는 태공이 쩌렁쩌렁 울리게 고함치는것이였어요. “우린 달나라 리철학총사령이 보낸 신병들이다. 우린 진작 너희들의 행동을 주시해보아왔다. 핵발동기날개를 돌려 혜성이 우리 달나라에 부딪치게 하려고 한 너희들의 죄악적목적도 다 알고있다. 나쁜 놈들, 어서 우주의 귀신이 돼라!” “뭐? 리철학국장이 보낸 달나라군사들인가? 내 말 좀 듣소. 우리를 절대 오해하지 마시오. 우린 지구촌도 달나라도 충격하지 않게 방향을 조절해놓았소.” “헛소리를 하지 말앗! 저 밤하늘을 보라. 혜성이 지금 꼬리를 끌고 우리 달나라로 날아오고있다.” 천우박사가 밤하늘의 혜성을 바라보니 확실히 달쪽으로 날아가는것 같았어요. “이럴수 없어! 착각이야! 오해하지 말라!” 리국장이 머리를 가로젓자 저쪽 비행접시에서 쌍욕이 쏟아졌어요. “개소리! 누구를 속여! 우린 네 놈들이 혜성우에서 음모를 꾸미는 소릴 다 들었다.” “네 놈이 우리 리총사령을 물어먹고 국장자리를 차지하고서도 살아서 지구로 돌아갈것 같은가!” 사전에 달나라놈들을 경계하지도 않은 천우박사랑 속수무책이였어요. 씽- 유도탄이 천우박사가 탄 우주비해선에 날아왔어요. 조종사가 날쌔게 우주비행선을 조종해 첫 유도탄을 피하였어요. 씽- 두번째 유토탄이 또 날아왔어요. 쾅! 유도탄이 중도에서 허주박사가 쏜 유도탄에 맞아 박살이 났어요. 그런데 그 파편에 맞아 천우박사가 탄 우주비행선외곽이 크게 다쳤어요. 우주비행선은 기우뚱하더니 지구대기층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어요. 그 정경을 보던 허주박사는 우주비행선을 몰아 떨어지는 우주비행선을 따라 날아갔어요. 일단 대기층에만 떨어지면 지구인력에 의해 지구쪽으로 떨어지면서 우주비행선이고 사람이고 몽땅 연소돼 분신쇄골이 될것이였어요. 허주박사는 어떻게 하든 떨어지는 비행선을 따라잡아 천우박사 등 3명을 이쪽 우주비행선에 실으려고 하였어요. 그러나 비행접시가 여섯대나 덮쳐들어 용빼는수가 없었어요. 그 전투장면을 보던 무빈이는 “아빠! 빨리 우주비행선에서 뛰여내려요!”라고 고함쳤어요. 그제야 제정신이 들었는지 천우박사 등은 내리꼰지는 우주비행선을 버리고 태공에 뛰여내렸어요. 진공상태가 같은 태공에서 그들은 중력가속도에 의해 지구를 둘러싸고 위성처럼 돌기 시작하였어요. 비행접시에서 유도탄을 날렸어요. 그런데 천우박사랑 지능우주복을 입었기에 유도탄을 피하였어요. 유도탄은 천우박사의 두다리새로 쑥 빠져나가 달나라쪽으로 날아갔어요. 기관총을 쏘아도 지능우주복을 입은 천우박사랑을 명중하지 못하였어요. 악에 받친 리철학국장은 달나라 총사령부에서 호랑이처럼 고아댔어요. “그 놈을 두 비행접시로 짓쪼아 죽여라!” 청천벽력같은 그 명령에 따라 비행접시 두대가 날아와 천우박사랑을 릉지처참이 되게 짓쪼아 죽였어요. 뜻밖의 봉변에 무빈이와 엄마는 깜짝 놀랐어요. “아빠!” “여보!” 비행접시의 놈들은 천우박사가 탔던 우주비행선을 따라잡아 그안에서 천우박사가 파온 혜성광석을 도적질해 갔어요. 이때 태공싸움은 고조에로 올랐어요. 허주박사는 날쌔게 우주비행선을 조종하면서 요리조리 피하며 복수의 불벼락을 안겨 그중 한 비행접시를 격추하였어요. 그러나 비행접시는 5대 1의 우세를 믿고 허주박사가 탄 우주비행선을 포위하고 줄유도탄을 날렸어요. 꽝! 요란한 폭파소리와 함께 허주박사와 리정박사 등이 탄 우주비행선이 박산났어요. 지구촌의 우주비행사들과 천문학과 핵기술전문가들은 몽땅 태공에서 황천객이 되고말았어요. “여보!” “아빠!” 다혜박사와 무빈부국장은 서로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쳤어요.                           8 무빈부국장은 아빠와 숱한 전문가들을 잃은데다가 달나라 우주항천사령부 우주비행사놈들이 비행접시를 몰고 가서 핵발동기날개방향을 조절해놓는 바람에 혜성이 지구쪽으로 날아오는것을 발견하였어요. “다 내 잘못이다. 저 달나라로 달아난 리철학국장을 주의하지 않고 우주비행선에 무기를 싣지 않은 탓이다.” 다혜박사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눈물이 랑자한 무빈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후회하였어요. “엄마, 난 꼭 저 달나라놈들에게 복수의 불벼락을 안기고야말겠어요.” 무빙이가 종주먹을 쥐고 말하자 엄마 다혜박사는 이렇게 말하였어요. “얘야, 복수보다도 먼저 지구쪽으로 방향을 돌린 혜성부터 처리해야 한다.” 무빈이는 버릇처럼 손수건으로 눈물과 코물을 쓱 닦고 서호랑과 함께 대책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어요. 이때 김성대통령께서 무빈이네 집에 찾아왔어요. 그는 두손으로 다혜박사와 무빈의 손을 잡고 문안인사부터 하였어요. “안되였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보위하는 전쟁에서 지구촌의 가장 위대한 우주지진전문가 천우박사 등을 잃었고 핵전문가들과 우주비행사들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비통을 힘으로 바꿔 혜성을 없애버리고 지구를 보위하며 달나라놈들을 전승해야 하겠습니다.” 이튿날 대통령은 적와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은 명명장과 임명장을 내렸어요. “우주지진국의 전임 박천우국장, 최항부장, 리성박사, 허주박사 등 전문가들을 지구보위충신으로 몀명하며 지구보위전기념비를 세우고 그들의 이름을 새겨넣는다. 원 우주지진국과 핵항천부를 통털어 우주핵항천사령부로 통합하며 무빈부국장을 총사령으로 임명하며 다혜부장을 총고문으로 임명한다.” 또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어요. “무빈총사령은 제2대소년과학가들을 이끌고 혜성을 없애고 달나라놈들을 전승하여 지구를 보위하라.” “예잇!” 무빈총사령관은 아빠를 잃은 슬픔에 흑흑 흐느끼면서 어깨를 달싹이며 대회장을 나섰어요. 그간 무빈이와 서호랑 성주랑 많이 컸어요. 그는 우주핵항천사령부로 돌아오자 서호랑 성주랑과 함께 혜성과 달나라 놈들을 없앨 궁리를 하였어요. 무빈총사령관은 엄마 다혜박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어요. “이제 핵발동기날개를 조절하자고 하여도 우세한 비행접시를 가진 달나라놈들의 방해가 심해 용빼는수가 없어요. 우리는 제2방안대로 핵로케트로 혜성을 박산내면 어떨가요?” 그때 다혜박사가 무빈에게 이렇게 귀띔해주었어요. “그 행동방안이 좋을것 같다. 직경이 2킬로메터나 되는 혜성을 핵로케트로 폭파해도 수만개 작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는 날에는 지구의 모든 륙지가 불바다로 될게다. 100메터짜리 운석이 지구와 부딪쳐도 폭바능량이 10M나 된다. 그 20배나 되는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면 지구는 박살이 나지 않아도 불바다로 될게다. 그러나 혜성을 콩가루되게 박살만 내면 별문제이다. 한편 이번에도 달나라놈들이 혜성으로 날아가는 우리 핵로케트를 발견하고 태공에서 반로케트체계로 떨어뜨리면 실패할게 아니냐? 그러니 여러모로 꼼꼼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젠 시간이 며칠 없다. 빨리 지구촌의 모든 학자들을 불러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겠다.” 그러자 무빈이는 쏘파에서 일어나 사령부를 거닐면서 이렇게 말하였어요. “옳은 말씀이예요. 우리는 오늘 지구촌의 모든 과학가들을 불러 대책을 마련합시다.”                    9 그날 텔레비죤과 인터넷사이트에는 회의통지가 떴어요. 그러자 지구촌 어데서인가 백여명 박사들이 총사령부회의실에 모여들었어요. 회의에서 많은 학자들이 자기 방안을 내놓았어요. 그들이 발언한 내용을 종합하여 무빈총사령관은 다음과 같이 최후명령을 내렸어요. “첫째, 최성부장이 책임지고 수십개 핵로케트를 몇번에 나눠 쏘아 혜성을 폭파시키시오. 둘째, 다혜총고문과 서호부장이 책임지고 우주특공비행사들을 달나라에 파견하여 리철학총사령을 사로잡아오고 달나라 핵로케트지휘부와 핵로케트발사계통을 짓부십시오. 그러나 달나라 방사성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달나라에 절대 핵로케트를 쓰지 말아야 됩니다. 셋째, 모든 지구촌의 사람들은 잠수함을 타고 비다밑으로 대피하십시오. 잠수함이 없는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날아올라가 박산난 혜성쪼각을 피하도록 하십시오.” 그때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장내에 우렁차게 울렸어요.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온 한 깜둥이박사가 이런 질문을 들이댔어요. “그 방안이 좋기는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달나라놈들은 리철학사령의 명령에 따라 우리 천우국장 등 전문가들을 살해하였습니다. 이번 핵발동기날개를 다는 방안이 실패한것도 리정박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때문에 우리가 달나라의 놈들에게 경각성을 높이지 않은데 있습니다. 그놈들이 이번에는 지구를 핵로케트로 공격할것입니다. 우리가 아예 이번 기회에 혜성이 달나라로 날아가게 유도하여 달나라의 놈들을 없애버리면 어떻겠습니까? 혜성과 달의 충돌이 실패하면 핵로케트로 멸종시키면 어떻습니까?” 그러나 무빈총사령관은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였어요. “나는 그 의견에 찬동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천우박사의 주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절대로 지구의 후방과 같은 달나라를 핵로케트로 공격할수 없으며 제9차세계대전때의 비극을 재연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지구를 보위하여야 하지만 달나라를 파괴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에서 새로 발견한 달나라의 헬리움-3핵에네르기는 100킬로그람이면 지금 우리 지구의 모든 핵원자력발전소가 1년동안 발전하는 량과 맞먹는 막대한 새 핵에네르기입니다. 달나라에는 헬리움-3외에도 금과 은 등 자원이 아주 풍부합니다. 지구의 인구가 급상승하는 형편에서 우리는 지구의 후방이나 다름없는 달나라자원을 파괴하지 말고 이후에 달나라를 잘 개발하고 건설하여야 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는 달나라에 절대 핵로케트를 쓰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 말에 주석대아래에서는 죄꼬만 무빈총사령을 두고 웅성거리기 시작하였어요. “딱 마치 제 애비를 닮았구나.” “그 애비에 그 아들이지.” “딱 마치 신처럼 착한척하고있지 않는가?” 그러나 무빈총사령관은 그 모든것에 개의치 않고 손수건으로 코를 쓱 닦더니 이렇게 뒤말을 이었어요. “어떻게 말하면 혜성을 폭파해 수천개의 작은 쪼각이 되여 지구 곳곳에 떨어지면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600여년전 제9차세계대전때 유리박사와 클론바우대통령에 의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핵전쟁으로 하여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지구의 륙지표층을 혜성쪼각폭우로 한번 활 번져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환경오염을 제거하고 새로운 지구땅덩어리를 만들게 아닌가요? 이건 사람의 힘으로는 할수 없는 일로서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무빈의 총명한 방안에 박수를 보내주었어요. 그러나 아메리카에서 온 눈이 파란 힐박사는 의문을 제기해왔어요. “무빈 총사령관, 그러다가 몇천년이나 건설해온 우리 아메리카합중국의 건물이 몽땅 무너지는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러자 무빈이는 이렇게 답변하였어요. “우리는 될수 있는 한 제9차세계대전 전쟁피해를 받아 방사성오염을 제일 많이 받은 지역에 혜성쪼각이 떨어지게 기술적으로 폭파하여야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구라파, 중동,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에 말입니다. 이렇게 하자면 혜성이 제1차폭파에서 폭파된 정황을 보고 준확하게 제2차, 제3차폭파를 해야 됩니다.” 구라파의 머리가 희슥희슥한 빠르긴박사는 이런 질문을 하였어요. “달나라사람들은 지구촌에서도 다 뛰여난 항공, 항천, 지질, 핵로케트 등 부문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들은 리철학박사처럼 지구촌에서 달아난 학자들로서 이곳의 모든 정황을 손금 보듯하고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상대로 하여 싸워 이길수 있다고 봅니까?” 무빈총사령관의 대답은 간단하였어요. “우린 꼭 이길수 있습니다. 우리 지구보위전은 정의적인 전쟁이기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학술계에서는 이번에 댄 방안과 숱한 학자들의 질문에 준 무빈의 대답은 아주 좋은 박사론문과 론문답변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박사학위를 줄것을 제의하였어요. 그러자 숱한 학자들이 박수를 쳐서 찬동하였어요. 그러나 무빈총사령관은 이렇게 겸손하게 말하였어요. “저는 아직 지구보위전에 성공하지 못하였어요. 이번 지구보위전에서 저의 방안이 성공하면 박사학위를 가져도 늦지 않아요.” 우주전쟁에 직면한 총사령부사무실은 총사령부청사안의 잠수함 같기도 하고 세워놓은 우주비행선 같기도 한 자그마한 전시사무실로 이사하였어요. 전시사무실은 동서남북, 상하로 회전할수도 있고 날수도 있는 이동식사령부였어요. 무빈총사령관은 손수건으로 오똑코를 닦은후 제1호명령을 내렸어요. “최성부장은 핵로케트를 혜성에 발사하라!” 핵로케트들이 씽씽 혜성으로 날아갔어요. 달나라에서는 리철학총사령의 명령에 따라 반로케트유도탄을 쏘아 지구촌에서 날아가는 핵로케트를 몇개 명중해 공중에서 버섯구름이 일었어요. 그때 무빈총사령관의 제2호명령이 떨어졌어요. “서호부장, 로케트를 달나라 핵로케트기지와 로케트방어기지에 쏘는 동시에 즉시 달나라로 출발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먼저 다혜총고문과 서호부장은 즉시 로케트를 쏘았어요. 쓩쓩! 복수의 로케트들이 달나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갔어요. 달나라에서는 즉시 반로케트유도탄을 쏘아 지구촌에서 쏜 로케트를 여러개 명중해 떨구었어요. 그러나 나머지 로케트들이 달나라 로케트기지에 날아가 떨어졌어요. 달나라에서는 뜻밖의 로케트기습을 당해 란장판이 되였어요. 그 틈을 타서 서호부장과 다혜총고문은 50대나 되는 우주비행선들에 소년아동우주특공대원들을 거느리고 달나라로 출발하려고 하였어요. 그때 무빈이는 “엄마는 직접 가지 않아도 돼요. 지휘부에서 총지휘를 하세요.”하고 만류하였어요. 그러나 엄마는 “지구를 보위하느라고 남편마저 잃은 마당에 내 손으로 리국장놈을 잡아오겠다.” 하고 말하면서 기어이 우주비행선에 올라탔던것이예요. 우주비행선이 달나라쪽으로 날아가자 달나라의 시선은 단번에 그들에게로 집중되였어요. 리철학총사령관은 숱한 비행접시들을 파견해 반격하였어요. 무빈총사령관은 컴퓨터형광막에서 눈을 떼지 않고 태공전쟁장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두번째 명령을 내렸어요. “최성부장은 즉시 혜성에 핵로케트를 발사하시오!” 쓩쓩! 핵로케트들이 이번에는 혜성을 향해 날아갔어요. 이 모든것을 지켜보고있던 리철학총사령은 즉시 명령을 내렸어요. “로케트로 혜성으로 날아가는 지구촌의 핵로케트들을 격추하라!” “옛!” 그런데 부관이 단추를 누르지 않았어요. 리철학총사령은 부관쪽을 피끗 건너다보았어요. “부관, 로케트를 발사하지 않고 뭘 하오?” 부관은 단추에 손을 댄채 까딱하지 않았어요. “리총사령, 지금 핵로케트들이 태공전쟁마당을 날아지나가고있습니다. 태공에는 지금 지구촌우주비행선과 우리 달나라의 비행접시가 뒤엉켜싸우고있습니다. 자칫하면 핵로케트들이 폭발하여 태공에서 싸우는 용사들을 몽땅 죽일수 있습니다. 좀 있다가 쏩시다.” 이때 지휘부마당에 난데없는 비행접시가 날아와 내렸어요. 비행접시에 죄꼬만 애들이 내리니 리철학바사는 지구의 애들이 달나라에 관광하러 왔는가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아니, 이 전쟁마당에 저 놈들이 싸우러 나가지는 않고 여기에 돌아와서 뭘 해?”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서호부장을 비롯한 죄꼬만 애들이 돌격총을 들고 지휘부에 뛰여들었어요. “꼼짝 말엇!” 그 순간 부관은 유도탄발사단추를 눌렀어요. 유도탄이 혜성으로 날아가는 지구의 핵로케트들을 추격해 날아갔어요. 부관이 또 단추를 누르려고 할때 키꺽다리 서호부장이 권총을 땅 쏘았어요. 부관은 가슴에 총탄을 맞고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어요. 이때 리철학총사령은 기습을 받아 얼떨떨해진 나머지 유리병밑굽같은 안경알밑으로 공포에 질린 눈알을 펀들거리면서 말뚝처럼 멍해 서있었어요. 서호부장이 이끈 꼬마기습대원들은 리철학사령관을 묶어 비행접시에 싣고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어요. 비행접시안에서 리철학사령관은 다혜박사를 보고서야 진상을 알고 번대머리를 툭 떨어뜨렸어요. “오늘이 있을줄을 알았는가? 지구인들을 배신하고 해치고서도 살아남기를 바랐던가?” 다혜박사의 비수와 같은 말에 리철학총사령관은 머리를 무릎사이에 푹 파묻고말았어요. 다혜박사와 서호부장은 리철학총사령을 심문하여 달나라 핵로케트발사계통이 어데 있는가를 장악한후 준확하게 포격하여 짓부셔버렸어요. 지휘부가 마비되였지만 달나라의 비행접시들은 선진적인 항공기술을 믿고 아주 완강하게 저항하였어요. 놈들은 혜성으로 날아가는 핵로케트들이 몇개 떨어지자 사기 충천해서 비행접시를 몰고 추격하면서 유도탄으로 요격하려고 시도하였어요. 이 모든것을 컴퓨터형광막에서 여겨보고있던 무빈총사령관은 지휘부에서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어요. “서호부장은 즉시 리철학총사령을 핍박하여 달나라의 놈들이 혜성으로 날아가는 유도탄을 막는 무모한짓을 하지 말게 제지시키라.” 이극고 태공에서는 달나라 리철학총사령의 떨리는 명령소리가 울렸어요. “달나라비행접시의 용사들은 명령을 즉시 집행하라! 혜성으로 날아가나는 핵로케트들을 요격하지 말고 모두 달나라로 돌아가라!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자는 달나라 군법에 의해 처단할것이다!” 달나라의 비행접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의 우주비행선 12대나 떨구고 사기나서 야단하다가 리총사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별수없이 달나라로 철거하였어요. 그러나 비행접시대대의 대장 나까무라중장만은 가만히 레이다감시망을 피해 지구쪽으로 날아왔어요. 무빈총사령관이 자기 전략전술이 효과를 본것을 보고 득의양양해할 때였어요. 문득 나까무라중장이 모든 비행접시가 총사령부청사 큰 유리창문앞에 나타났어요. 유리창문밖에서 불줄기가 날아왔어요. 우멍눈으로 진작 눈치챈 무빈총사령관은 단추를 눌렀어요. 총사령부사무실이 총사령부청사 천정문을 열고 하늘로 씽- 날아올랐어요. 그러자 나까무라중장이 쏜 로케트가 사령부청사밑으로 빗날아지나가면서 시퍼런 바다에 박혀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해버렸어요. 나까무라중장이 비행접시를 돌려 날아오르면서 하늘로 날아오른 총사령부사무실에 재차 로케트를 쏘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총사령부사무실이 땅에 살짝 내리더니 자동차처럼 쏜살같이 내달리면서 로케트를 피하였어요. 나까무라중장이 또 로케트를 쏘려는 순간 총사령부사무실은 잠수함처럼 바다물밑으로 쑥 잠수해버렸어요. 로케트는 잠수함같은 사령부사무실우의 바다물에서 꽝 터지였어요. 순간 새하얀 물기둥이 바다물우로 치솟아올랐어요. 그러나 잠수함같은 전시사령부사무실은 수백메터 바다물밑에서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비행접시는 다시는 잠수해버린 전시사령부사무실을 추격해 공격할수 없게 되였어요. 원래 나까무라중장은 바다가에 있던 총사령부전시사무실이 우주비행선처럼 날수도 있고 륙지에서 승용차처럼 달릴수도 있고 잠수함처럼 바다에 잠수도 할수 있는 특수이동식사무실이라는것을 모르고 공격하였던것이예요. 이윽고 무빈총사령관은 바다밑에서 바다우의 비행접시가 빙빙 돌면서 기회를 노리는것을 우멍눈으로 면밀히 관찰하다가 로케트발사단추를 꼭 눌렀어요. 그러자 로케트가 바다물밑에서 새하얀 물기둥을 일으키면서 씽 날아올라 비행접시를 면바로 명중하였어요. 꽝! 요란한 폭파소리와 함께 비행접시가 폭파되여 잔해가 바다 여기저기에 떨어지면서 새하얀 물기둥들을 일으켰어요. 치렬한 격전을 하는 새 지구에서 쏘아올린 핵로케트들이 련속 날아가 혜성을 폭파시켰어요. 혜성은 백여개 커다란 쪼각으로 산산이 박산나서 지구쪽으로 날아왔어요. “최성부장, 핵유도탄 150개를 혜성쪼각들을 묘준하여 발사하라!” 명령과 함께 쓩쓩 핵유도탄이 혜성쪼각들을 향해 날아갔어요. 달나라비행접시와 로케트기지의 방애가 없자 핵유도탄들은 지구대기층에 접근해오는 혜성쪼각들을 태반이나 명중하였어요. 하늘에서 꽝꽝! 꽝꽝꽝! 요란한 굉음이 울리더니 혜성쪼각들이 몇톤씩 되는 자그마한 운석으로 되여 대기층에 들어섰어요. 무빈총사령관은 바다물밑의 총사령부에서 컴퓨터형광막에 나타난, 불꼬리를 흩날리면서 날아오는 운석들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어요. “최성부장, IMS유도탄계통을 작동하여 륙지를 덮치는 큰 운석들을 명중해 폭파해버리라!” 명령과 함께 5초후에 숱한 유도탄들이 큰 운석들을 골라 날아갔어요. 대부분 큰 운석은 굉음과 함께 까부셔져 대기층을 경과하면서 연소된후 몇킬로그람되는 조그만 운석으로 분쇄되여 륙지와 바다에 떨어졌어요. 운석우박이 떨어져 폭발되면서 도시와 농촌은 군데군데 화산폭발처럼 불기둥을 일구었고 직경이 몇십메터되는 웅뎅이가 생기였어요. 뒤이어 흑먼지바람이 일면서 지구표면을 한층 활딱 번져놓았어요. 그러나 사전에 바다밑으로 피한 사람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안전하였어요. 바다에 떨어진 운석우박은 숱한 새하얀 물기둥을 일구었을뿐 수백메터 바다물밑에 가라앉은 지구촌사람들이 탄 잠수함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천천히 바다물밑으로 가라앉았어요. 그러나 아메리카합중국 뉴욕시에 한톤이나 되는 운석이 떨어지면서 1천 700여년의 유구한 력사를 가진 도시가 원자탄 몇십개를 맞은것보다도 더 큰 피해를 받았어요. 꽈르릉 꽝꽝! 요란한 폭발소리와 함께 꽃구름을 뚫고 하늘을 찌르던 도시의 고층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온 도시가 폭발충격에 불바다로 재더미로 되였어요. 다행히 무빈총사령관의 지시대로 사전에 바다물밑으로 시민들이 피신하였기때문에 인명피해는 아주 적었어요. 한차례 지구보위전은 끝났어요. 지구인들은 무빈총사령관의 지휘아래 달나라사람들의 방애를 제지시키고 지구와 혜성충돌을 막아내였어요. 무빈총사령관은 전시사령부사무실을 바다물밑으로부터 해변가 뭍으로 몰고 나왔어요. 그는 아직 사처에 흩날리는 먼지와 여기저기 치솟는 불길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지구를 보위한 긍지감으로 하여 조그마한 가슴이 뿌듯하였어요. 한편 아빠 천우박사를 잃은것으로 하여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야, 아빠도 지구를 보위한 오늘의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때 태공으로부터 다혜박사와 서호부장이 탄 우주비행선이 륙지에 가볍게 살짝 날아내려왔어요. 우주비행선의 문이 열리면서 엄마 다혜총고문과 서호부장 등이 리철학총사령을 끌고 내려왔어요. “엄마!” “서호부장!” 무빈총사령관은 두팔을 벌리면서 달려나가 엄마품에 안겼어요. 서호부장과 최성부장도 다혜박사의 품에 안겼어요. 이때 김성대통령이 직접 직승비행기를 타고 총사령부청사로 날아와 내렸어요. 그는 무빈총사령관모자와 서호부장, 최성부장 등 어린 친구들과 기타 일군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여러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우리 지구촌인민들은 당신들이 지구보위전에서 거둔 오늘의 승리를 영원히 잊지 않을것입니다. 무빈총사령관은 이번 지구보위전에서 아주 좋은 박사론문을 내놓았습니다. 나는 다시한번 무빈총사령관에게 박사학위를 줄것을 서울대학교 학술계에 건의합니다.” 이때 서울대학교 총장이 박사학위증서를 정중하게 무빈총사령관에게 주었고 서호부장과 최성 등에게는 명예박사학위증서를 드렸어요. 모두들 우뢰와 같은 박수로 축하하였어요. 그러나 무빈총사령관은 지구촌을 배반하고 아빠를 살해한 리철학이란 놈을 보자 눈에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어요. “네 이 놈, 지구촌사람들에게 천추에 용서못할 죄를 짓고서도 살기를 바라는거냐?” 그러자 리철학은 번대머리를 번쩍 쳐들고 안경알을 춰올리더니 이렇게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네 놈들이 이번에는 요행 살아남았지만 너무 기뻐하지 말아라. 지구를 에워싼 태양계에만 해도 아직도 4000여개 소행성이 있고 큰 행성만 해도 170여개나 있다. 이 행성들은 언제든지 지구를 훼멸시킬수 있다는걸 알아두어라. 어디 두고보자, 지구촌의 네 놈들이 언제까지 살아남는가를! 흥! 죽일테면 빨리 죽여달라!” 김성대통령은 리철학을 지구촌대법원에 넘겨 그의 배신행위와 지구촌을 파괴한 살인전쟁죄를 묻게 할것이라고 하였어요. 무빈총사령관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어요. “우리는 대자연의 피해가 무서운것이 아니라 자기 지구촌을 아끼지 않고 파괴하는 리철학과 같은 놈들이 더 무섭습니다. 지구보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구를 보위하기 위하여 우리는 아직도 몇백번, 아니 몇만번 대자연과 싸우고 지구를 파괴하려는 놈들과 싸워야 합니다.” 다혜박사와 서호부장, 최성부장, 성주 등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들은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여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였어요.               주: 중편과학환상소설 “지구보위전”은  2008년 “아동문학”에 련재, 2009년 “동심컵 한중아동문학상” 수상.                           -저자 김장혁
453    대하소설 황혼 제3권 임신(48) 김장혁 댓글:  조회:215  추천:0  2024-09-28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8. 임신       희미한 반달이 구치소를 들여다보다가 여탐관의 머리 안으로 스르르 기어들어가 보았다.  반달은 남여탐관의 소박치를 달빛으로 이리 저리 비춰보았다.     이게 뭐야?     반달은 바람으로 꼴딱 찬 추한 꼴이 너무나도 역겨워 눈섭을 찡그리며 침을 퉤 뱉았다. 반달은 구역질나게  악취 풍기는 여탐관 마음 속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반달은 나무나도 섬찍해 구치소를 돌아보지 않고 흐리멍텅한 하늘로 올라가 꼬리빳빳해 서으로 서으로 헤염쳐갔다.    류려평은 구치소에서 흘러가는 반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온 밤 뜬 눈으로 지새나 다름 없었다.    여탐관은 온 밤 착잡한 생각이 지꿎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마음이 비할데 없이 괴로웠다.    (내 밑바닥을 젤 잘 아는 놈은 종호와 류덕재뿐이야. 류덕재 오빠야  간대로 날 고발하겠니? 우린 공동재산이 있잖은가? 려향은 우리 딸인데. 우린 진짜 완정한 한 가정이야. 경제공동체야.)    그러나 류려평은 류덕재도 아니꼬운게 있었다.     (뭐야? 우린 종친 세교 가문이 아닌가? 우린 오누이 아닌가? 난 어려서부터 류덕재 아버지를 큰아버지라고 불렀고 류덕재를 친오빠처럼 믿고 따랐지. 건데 세상에 이쁜 아가씨들을 숱해 두고 어쩜 내 몸에 손을 대? 색마래도 그런 미친 색마는 처음 봐. 제 집 안의 여동생 몸에도 손을 대? 굴어귀 풀도 다 뜯어먹어?”    류려평은 허탈한 감이 들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치겠다, 미치겠어. 세상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머리를 들고 사는가?)    류려평은 수치감이 들어 이불로 얼굴로 훌 들썼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류덕재가 사람 같지 않아보였다. 딱 발정난 수캐 같았다,     (지금 보면 그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게 아니야. 번마다 짐승처럼 내 몸을 게걸스레 점유했지. 그 놈 색마는 내 몸을 사랑한 거지. 절대 마음 속으로 나를 사랑한게 아니야.)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류덕재라는 굴레 벗은 들말 같은 색마한테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마저 사기당한 감이 들었다. 하여  그녀는 이빨로 하얀 이불 귀를 물어뜯어 자근자근 씹었다.     (그 놈은 사기군이야. 여동생 내놓고 숱한 이쁜 아가씨들을 두고 왜 나하고 이래는가고 하니 뭐랬어?)       그때 류덕재는 말상을 가로 저으며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지껄였잖은가.     지금 이 시각에도 류려평은 류덕재가 수영장에서 자기 몸을 끌어안고 하던 말이 똑똑히 들리는 상 싶었다.     “난 여자 정복자야! 여자 점유자, 침략자야. 정복자는 말이야. 여자라면 가리지 않아. 감각대로 닥치는대로 재끼는 거야. 아가씨마다 짜릿짜릿한 감각이 다 달라. 하늘로 붕- 뜨는 짜릿한 감각, 말초신경까지 짜릿해나는 자극이 좋찮았어?”     색마는 류려평의 하얗고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슬슬 매만지다가 손으로 슬슬 위로 쓰다듬었다.     “너, 요 옴폭하고 옹달샘이 퐁퐁 솟는 요걸로 꼭 옥물어주는 힘, 참 감각이 좋아. 이런 자극은 처음이야.” 류려평은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류덕재, 그 놈 색마는 짜릿짜릿한 새로운 자극을 찾느라고 내 몸을 잠시 사랑했을뿐이야. 난 밑에서 숨이 꺽꺽 막혀 죽어가는 비명을 질렀는데 색마는 ‘여동생’ 그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변태적으로 쾌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류려평은 생각할수록 사기당한 감이 들었다. 나중에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그 놈 색마는 내 몸을 몇해 점유하고는 열이 식자 찾지도 않았어. 네 놈은 내 몸에 류씨네 씨를 심어놓고 뭐랬니?)     그때 류덕재는 수영장에서 류려평한테서 임신했다는 말을 듣자 우멍눈이 데꾼해졌다. 외까풀눈이 눈썹에 닿을 지경으로 치켜 떴다.     색마는 조각상처럼 까딱 움짖이지 않고 류려평의 부어오른 아랫배를 내려다 쏘아보았다.     한참 아랫배를 보던 우멍눈이 이상한 빛을 번쩍이며 류려평을 마주 바라보며 희죽이 웃었다.    “얘, 이런 롱담은 하지 않는건데.”    류려평은 어글어글한 눈이 데꾼해 정색했다.     “롱담이라니오? 이건 오빠 앤데요.”    류덕재는 말상을 흔들더니 말이빨을 드러내며 징글스레 웃었다.    “거짓말 말아. 누굴 속여?”    류덕재는 류려평이 혹시 자기 재산이 욕심나 이런 연극을 꾸미지 않는가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류려평은 부아통이 터졌다.    “내 거짓말 해서 뭘 하겠소? 이 뱃 속 애는 오빠와 내 애란 말이오. 오빠도 사람이오? 제 싸 넣고서도 나누울 예산인가?!”    “잠간! 성질 내지 말라.”    류덕재는 수영장의 퍼런 물에 류려평의 아랫배를 손으로 슬슬 씻어주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 리종호 사장 앤지 어떻게 알아?”    그러나 류려평은 확신에 차 말했다.    “난 오빠하구 산 다음부터 종호와 잠자리를 갈랐는데요.”    류덕재는 그래도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창 나이에 리사장이 널 가만 놔두었겠니? DNA 검사를 하기 전엔 누구 앤지 몰라.”    류려평은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오빠하구 이런 후부터 혹시 종호가 달려들면 꼭꼭 콘돔을 끼고 살았소.”    류덕재는 외까풀눈을 치켜떴다.    “건 왜? 진작 내 애를 낳자고 마음 먹었댔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우리 애를 낳으면 뭐요? 세상 사람들이 알면 우릴 뭐라겠소?”    류려평은 근심에 차 뒷말을 이었다.    “종호가 매독에 전염되는 날이면 우리 일이 꼬리를 밟힐가 봐 겁났댔소. 그래서 콘돔을 끼고 살았댔소. 콘돔을 낀 것두 종호한테 매독을 전염시켜서 혼빵났댔소. 그래서 종호와 각방을 쓰고 살다가 나중엔 아예 그 놈 집에서 나와 혼자 려향을 데리고 살았잖소? 날자를 계산해 봐도 그렇고 모든 걸 다 따져 봐도 딱 오빠 애란 말이오.”     류덕재는 우멍눈을 딱 감고 한참이나 궁리했다.     그는 수영장에서 훌 뛰어나갔다. 그는 류려평의 손을 잡아당겨 끌어올린 후 건뜻 들어 안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류려평의 알몸을 스르르 내려놓았다.    류덕재는 우멍눈으로 물끄러미 류려평의 아랫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종호는 임신한 거 아니?”     “몰라요.”     류덕재는 말이빨을 악물더니 지독한 결단을 내렸다.     “애를 지워버려라.”    류덕재는 아들 둘이나 있기에 아무리 여러 모로 궁리해도 곁가지가 필요없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질 새 없다고. 무슨 개고생 하자고. 얘는 무익유해야.)    그러나 류려평은 처음 임신해 보기에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두 볼에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애가 불쌍하오.”    류덕재는 표독스런 우멍눈으로 류려평을 쏘아보며 말이빨을 악물었다.    “우리 전도를 위해 요놈을 지워버려!”    류려평은 뒷근심이 앞섰다.     “종호가 알면 큰일나겠는데.”     류덕재의 우멍눈에서는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그래도 지워라.” 류려평은 류덕재 불길이 왕왕 이는 우멍눈길을 피하며 눈물을 머금고 마지못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나 후에 류려평은 애를 지워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뱃 속에서 날따라 힘차게 발질하는 애을 매만지면서 희죽이 웃었다. 그녀는 처음 태동하는 태아를 매만지면서 무한한 모성애를 느끼었다.     드디어 그녀는 이로 입술을 옥물었다.     (왜 너를 지워. 난 널 꼭 낳아서 키울 거야. 넌 내 새끼야. 류덕재 아무리 나는 놈이라도 날 강제로 낙태하게 하는 수야 없지. 널 낳아도 류덕재와 내 관계 드러나지 않는 이상 누구 앤지 누가 알아? 곁에서 사는 종호도 모를 판인데. 겉으로는 종호 앤 척하고 꼭 길러 내야지. 이 앤 류덕재 같은 부자 아빠 있어야 잘 살지. 종호 같은 놈을 믿고는 내처럼 콧구멍만한 셋집에서 살 거야.)     류려평은 별 궁리를 다 했다.     모성애와 욕심은 류려평을 괴물로 만들고 나중에 여악마로 만들어갔다. 그녀는 자기 몸과 마음을 짓밟을대로 다 짓밟은 류덕재한테 보복하고 싶었다.      “류덕재 놈아, 돈을 많이 벌어둬라. 장차  이 뱃 속 애를 키워서 네 재산을 몽땅 상속하게 할 거야. 네놈 재산은 몽땅 우리 모녀 거야. 으흐흐. 어디 두고 보자.”      류려평은 그후 류덕재가 찾을 때마다 몸이 불편하다는 핑게로 만남을 회피했다.      류덕재도 어쩐지 류려평의 몸에서 더는 짜릿짜릿한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색마는 점차 젊고 이쁜 다른 아가씨한테 눈길을 돌리고 류려평을 멀리했다. 그리하여 류려평은 려향을, 오누이지간 패륜의 악과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 맞은 쪽 침대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돌아누웠다.     류려평은 달빛이 어린 나영의 침대에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녀의 사색의 불길은 인차 나영과 종호한테 붙었다.     (젤 위험한 놈은 종호와 나영이야. 아이고, 정호한테서 그 돈봉투 세개를 채지 않는건데. 그 돈봉투 세개는 저 나영이 정호한테 건넨건데. 참. 이걸 어쩌나? 숱한 대부금을 내간 놈들 다 위험해. 언제 어느 시한폭탄이 터질지 어떻게 알아? 아하이고, 이걸 어쩌나?)     여탐관은 눈을 딱 감고 이불 속에서 두 손을 가슴에 모아대고 싹싹 빌었다.      (아빠, 난 어쩌면 좋습니까? 한고조님, 조상님들 날 보우해주옵소서)     무정한 달밤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무거운 침묵만 흘려보냈다.
452    대하소설 황혼 제3권(47) 달밤의 추억 김장혁 댓글:  조회:233  추천:0  2024-09-26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7. 달밤의 추억       숨 막힐듯한 침묵이 구치소 안을 쓸쓸히 감돈다. 처량한 달빛이 무더운 구치소 방바닥을 어루만지면서 후끈하게 달궈 갑갑한 감을 더 해준다.    “아이구, 더워 못 살겠어!”    “에어콘 좀 틀어놨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여기저기서 여죄수들의 부르튼 소리 터진다.    “이 비좁은 감방에 중국 에미나새끼들까지 끌어들일게 뭐야?”    “그치? 사람 하나 확이 얼마나 지독한데?”    여죄수들은 더운게 마치 류려평과 나영 탓이기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댔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한국 여죄수들을 쏘아보며 류창한 서울 말로 한마디 툭 내쏘았다.    “누가 이런 곳에 있기 싶어 들어왔어?”    여죄수들은 코웃음쳤다.    “픽!”    “그럼 어째 중국에 못 가?”     류려평은 그만 입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저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영한테 지원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나영은 그저 머 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침묵만 지켰다.     여죄수들은 당장 류려평한테 덮쳐들 것만 같았다.    류려평은 무리승냥이들 같은 여죄수들의 표독스런 눈길을 외면하면서 침대에 올라가 누워 벽쪽으로 돌아누어 버렸다.    그녀는 떠들어대는 여죄수들보다 침묵을 지키는 나영이 더 무서웠다.    (저년이 아까 위협했어? 뭐?  ‘나영 언니 입이 터지면 몇몇은  감옥에 가야 해.’ 최국장이 저년의 입을 제대로 틀어막지 못했는가? 참, 저런 너절한 년한테도 먹다 남은 개 뼈다귀라도 물려줘야 발뒤꿈치를 물지 않는데.)    류려평은 돌아누워 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별의별 생각을 다 굴렸다.    (저년 아가리를 벌리는 거 봐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는 모양이지? 원, 조꼬만 악어 아가리에도 뭔가 좀 물려 줘야 더 물자구 아가리를 벌리지 않는데…)    류려평은 이 생각 저 생각 굴리다가 수영장에서 추태를 보이던 류덕재의 추한 말상이 떠올랐다.    (오빠? 참, 웃기는 오빠지. 세상에 둘도 없는 색마야. 이젠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류덕재는 아파트나 차를 준 날이면 류려평을 그 사우나실에 데려다가 한바탕 죽여주었다.    류덕재는 항상 류려평을 홀딱 벗은 알몸을 수영장 물에 불궈 깨끗하게 씻어버리게 했다. 그는 느침을 질질 흘리면서 류려평의 옥 같은 몸을 음충한 빛이 번쩍이는 우멍눈으로 한참이나 쓸어본다. 뒤이어 복숭아처럼 발가우리한 젖꼭지부터 시작해 게걸스레 하얗고 매끌매글한 하신까지 개처럼 혀끝으로 게걸스레 핥아댄다.     류려평이 죽겠다고 옥기둥 같은 몸을 이리곰실 저리곰실 탈면서 앓음소리를 토해낸다. 그때라고 색마는 류려평의 탄력있는 몸을 쓰러뜨리고 가로타고 누워 힘차게 굴러댄다.     (이년, 오늘 또 내 덕에 아파트 가지잖았어. 그 본전을 내놔!)     색마는 속으로 고함치며 이를 악물고 류려평 몸 위에  엎뎌 미친듯이  구르면서 수영장 가로부터 침실 문 께까지 떠밀고 간다.     류려평은 꿀꺽 삼킨 아파트 소화 때문에 뒷근심이 태산 같았다.     그녀는 밑에 깔린 채 머리를 쳐들었다. 색마의 불찌 탁탁 튕기는 우멍눈을 쳐다보며 죽어가는 소리를 쳤다.     “오빠, 이러다 또 애 생기면 어쩌오?”    류덕재는 개의치도 않았다.      “괜찮아. 려향의 동생 하나 더 생기면 좋겠다.”    "류씨 조상들께 미안하잖아?"    "픽, 우리 한고조 류방 황제께선 황후, 황비에 처, 첩, 궁녀까지 몇백명 미녀들을 데리고 사셨어. 한고조 류방 황제님께선 낮에는 나라를 다스리시고 밤에는 미녀들을 다스리셨지. 그이께선 후궁 줄느런히 늘어선 방마다 꽃 같은 미녀들을 두고 이 방 저 방 넘나들면서 미녀들을 보듬어서 후대를 번성시키셨지. 그래서 밤을 자고 나면 이방 저 방에서 애들이 태여나는 '응아!', '응아!" 소리 요란했대.  한고조 류방 황제님의 덕분에 2천년 지난 오늘 우리 류씨 후대는 얼마나 많아. 이런 말도 돌잖아? '서너사람 건너 장씨, 리씨고 온 천하에 류씨여라.'"     "관둬! 오빤 전문 조상들한테서 좋은 것만 배우잖고 나쁜 것만 배웠구만."      류덕재는 류려평의 야들야들한 목을 핥으면서 지껄여댔다.     "내 여자 몇몇을 데리고 사는데 아무 것도 아니야. 한고조 보기 부끄럽다. 황제 후대가 도태돼  이게 무슨 꼴이냐? 고작 여자 몇을 데리고 살아? 그래도 한고조 황제께서 풍류 남아 날 보면 자기 후대답다고 엄지를 척 내밀 걸. ㅎㅎㅎ."     류덕재의 뜨거운 입김이 류려평의 귀방울을 더럽게 간지럽혔다.    류려평은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못 말릴 풍류남아야."     그녀는 팬티 호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 쳐들었다.     “오빠, 이걸 끼세요.”    “뭐야?"    류덕재는 우멍눈이 실눈이 돼 쳐다봤다.    "콘돔? 이 따위 싫어. 난 진짜 창과 칼이 부딪치는 거 좋아해?”    “그래 자꾸 성병에 걸리지.”     “괜찮아. 베니실링 몇대 맞으면 인차 나아. 너도 베니실링 맞아.”     “ 에이즈에 걸리면 어찌오? 끝장이잖소? 그 땐후회해도 후회약이 없소.”     “동네 아가씨들 배 우에서 풍류아로 죽으면 화장터에 가도 후회없어. ㅋㅋ. 이담 내 죽으면 내 산소 비석에 이렇게 써라. '풍류남아 류덕재지묘”' 어때 허허허."    류덕재는 번마다 콘돔을 빼앗아 수영장 물에 훌 줴뿌렸다.    “콘돔을 끼고 해서야 무슨 맛이냐? 비닐이 벌꺽벌꺽 하는게 아무  감각도 없어. 맨 속살을 섞어야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해나지.”    색마는 지껄여대며 류려평을 훌쩍 들어 침대 위에 훌 던졌다. 또 변태처럼 추행을 시작했다.    류려평은 류덕재 성병- 매독이 겁났다. 하지만 발정한 야수처럼 덤벼드는 류덕재를 어쩔 수 없었다. 류덕재를 모시고 나면 몇번이고 매독에 걸려 하신이 가려워 견디기 어려운 건 둘째다. 하신에서 누르께 한 찐물이 질질 흘러내렸다.     좀 치료하자면 류덕재가 사흘이 멀다하게 달려들어 성병을 치료할 새 없었다. 하신이 띠끔띠끔 아파나더니 나중에는 자궁이 다 썩어떨어졌다.    류려평은 류덕재를 좀 말리고 싶었다.    “오빠, 여동생 내놓고 숱한 이쁜 아가씨들을 두고 왜 나하고 이래?”     그때 류덕재 말상은 빙그레 웃으며 지껄였다.     “난 여자 정복자야! 여자 점유자, 침략자는 말이야. 여자라면 가리지 않아. 감각대로 닥치는대로 재끼는게야. 아가씨마다 조여주는  감각이 다 달라. 네 이 꼭 옥물어주는 힘, 참 감각이 좋다. 이런 자극은 처음이야.”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밑에서 숨이 꺽꺽 막혀 죽어가는 비명을 지른다. 색마는 “여동생”의 그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변태적으로 쾌감을 느끼었다. 류려평은 그 대가로 아파트도 가지고 벤츠에 도요다까지 가졌다. 때문에 억지로 참고 견딘다. 색마 류덕재 몸 밑에서 잘 받들어주고 살갑게 모시여 만족감을 주면 금목걸이에 금손목걸이, 금벽돌도 다 생겨 억지로라도 참을만 했다.     그런데 그 더러운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喜新厌旧라고 류덕재는 몇해 류려평을 데리고 놀더니 점점 열이 식어갔다. 류려평을 찾는 차수도 기하학적으로 퍽퍽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대부금과 관계되는 일이나 려향의 일이 아니면 한달이 돼도 별로 찾지도 않았다.     류려평은 몸은 좀 편안한데 어쩐지 내심은 불안해났다.     (저 색마한테서 이젠 다 얻어먹었구나.)    그러나 류려평은 이젠 홀로 대부금을 내주고 얻어먹는 맛이 쏠쏠했다.     (류덕재 필요없어. 그놈이 부행장 권력 줬는데 권력을 랑비할게 있는가? 혼자 배때 터지게 해먹고 볼 판이야.)     여탐관은 구치소에서 돌아누우면서 맞은 쪽 침대에 올라와 누운 나영을 물끄러미 마주 바라보았다.     그때 피뜩 류덕재가 항상 하던 말이 떠올랐다.     “적은 항상 곁에 있다. 한시도 경각심을 늦춰선 안돼.”     류려평은 나영을 퉁사발눈으로 내려다보면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오빠 말은 저년을 두고 한 말인가? 저년이 뭐? 자기 입이 터지면 몇몇은 감옥으로 가야 한다잖아. 저년을 어쩌나? 괜히 자는 암펌의 콧등을 건드렸잖아.)     류려평은 구치소 차창 밖에서 검은 구름 속을 헤염쳐 서으로 서으로 흘러 가는 반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달밤은 깊어가도 여탐관은 두 다리를 옹송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죄를 진 놈은 편안한 밤이 없었다.     항상 문을 두드리는 일이 두려웠다. 경찰이나 검사가 문뜩 뛰어들어 체포장을 쳐들가 봐 겁나 심장이 항상 두근닥근 높뛰군 했다.        지금은 불시에 국내에 인도한다고 끌어내갈가 봐 신경이 곤두섰다.      여탐관은 려향의 앞날이 막막해났다.     (내 정체 드러나 몇십년 판결이나 받으면 어쩌지? 누가 범죄자 딸을 색시로 데려가겠는가?)     한편 려향이 항상 시집가지 않겠다고 하던 말이 떠올라 저으기 안심되기도 했다.     (그래. 려향아, 내하구 종호처럼 한뉘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옥신각신하면서 살게면 결혼해서 뭘 해? 시집 가서 어떤 남자를 만나겠는지 어떻게 알아?)     류려평은 순간 종호의 너부죽한 얼굴이 떠올랐다. 종호의 외까풀눈만 생각해도 메스꺼워 났다.     (종호처럼 제 노릇을 하지 못하는 남자를 만나면 한뉘 개고생이야.)     류려평은 몸서리를 쳤다.     (안돼. 절대 그런 남자를 만나 고생해선 안돼. 려향아, 넌 절대 시집가지 말라.)     녀탐관은 순간 이름 모를 산둔덕에 가만히 파묻고 비석을 세운 산소, 아버지 무덤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두 볼에 쓰라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었다.     (아빠, 어쩜, 그런 못쓸 놈한테 날 시집 보냈는가요? 흐흐흑, 숱한 칠칠한 한족총각들을 두고 세상 바보 꼬리빵즈한테 날 붙여놨습니까? 흑흑.)     류려평은 속으로 피눈물이 떨어졌다. 그녀는 저도 몰래 침대에서 벌컥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소리내 빌었다.     “아빠, 구천에서라도 려향을 보우해주옵소서. 려향이 다신 책 밖에 모르는 종호 같은 바보를 만나 개고생하지 말게 보우해주옵소서.”     “야, 듣기 싫어!”     “잠 다 깬다.”     “ㅉㅉㅉ.”     여기저기서 부아통이 터진다.    “미안해요. 죄송해요.”    류려평은 여죄수들한테 두 손을 싹싹 비볐다.    다시 침대에 훌 드러누은 류려평은 마음 한쪽 구석으로 좀 안심되기도 했다.     (난 죽어도 괜찮아. 려향한테 조상 산소에 숨겨진 비밀을 귀띔했으니까. 그 비밀을 제대로 파헤치면 려향은 평생 돈 근심할게 없어.      류덕재 감옥에 가지 말아야겠는데. 피는 물보다 짙다는데 그 놈도 제 딸을 잘 보살피겠지. 그런데 류덕재는 본댁이 낳은 아들이 둘이나 있어. 아들만 아들이라면서 려향을 홀대하는 날엔 내 가만 놔두는가 봐라.)     류려평은 한시름 턱 놓고 이불을 들쓰고 잠을 청했다.     꿈인지 생신지. 여탐관은 려향이 외할아버지 산소가 자리잡은 코스모스 한들한들 춤 추는 산 둔덕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소나무 푸르른 산 둔덕에서 아버지가 주름살을 활짝 펴며 손을 휘젓는다. 아버지 흰 머리 흩날리면서 딸과 손녀를   반겨 맞는다…
451    대하소설 황혼 제3권(46) 안개 속 아파트 김장혁 댓글:  조회:202  추천:0  2024-09-24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6. 안개 속 아파트        찜통 같은 삼복더위는 꽤나 짜증나게 굴었다.     류려평은 구치소에 갇혀 나영을 마주보면서 옛 추억에 빠졌다. 그녀는 이전에 국내에서 행장질을 하면서 시원한 사우나에서 류덕재 행장과 사우나를 하고 마사지를 받던 향락한 생활을 떠올렸다.     그녀는 향락을 누리던 그 나날과 지금 비좁은 구치소에 갇혀 숨이 헉헉 막히는 삼복철 찜통무더위에 시달리는 고된 나날을 대조해보면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었다…     류려평은 아침에 느즈막에 츨근해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커피잔을 들고 들어오는 여비서를 보고 짜증냈다.    “커피만 타오면 비서인가?”    여비서는 황급히 커피잔을 차탁에 놓으며 류려평 행장을 쳐다보았다.    “왜 일찌기 나와 에어콘을 켜놓지 못했소? 사무실이 이게 뭔가? 시루 속 같아.”    그제야 여비서는 에어콘 스위치를 딸깍 켰다.    “잘못했습니다. 류행장님.”    “저런 눈치 도끼등이라구야. 나갓! 보기도 싫어.”    여비서는 혀를 홀랑 내밀며 문께로 나갔다.    “잠간!”    여비서는 홱 되돌아섰다.    류려평은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퉁사발 같은 눈을 부릅떴다.    “오늘 누가 날 찾아도 일이 있어 나갔다고 해. 중요한 일은 제때에 회보하라고!”    여비서는 머리를 폭 숙였다.    “네. 알았어요.”    그때 류려평의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또 류덕재 전화였다.    류려평은 여비서를 나가라고 손짓했다.    (아침부터 몇번인가? 꽤나 짜증나게 굴어.)    그녀는 두덜거리다가 여비서가 나가자 핸드폰을 받았다.    “오빠,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요? 알았소. 내 인차 갈게.”    류려평은 부랴부랴 지하주차장에 가서 도요다찌프를 타고 쏜살같이 항상 류덕재를 만나던 사우나로 달려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에 쭉 단숨에 올라갔다.    네온등이 반짝이는 광장 같은 으리으리한 사우나실이 나타났다.    오전 아홉시 좌우인지라 사우나 카운터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카운터는 눈에 익은 VIP손님인 것을 보고 단칸방에 안내해주었다.    “손님이 진작 기다리고 있습니다.”    류려평은 머리를 까딱해 보이고 도적놈의 퉁사불눈으로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단칸방에 들어갔다.    대통령실만큼 드넓은 사우나실이었다. 사우나실에는 꽤나 큰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 주위에서는 연분홍 불빛을 머금은 분수가 수영장 파란 물에 쏟아져 진짜 선경을 방불케 했다.    “려평아, 어서 오라.”    류덕재가 파란 물이 출렁이는 수영장 안에서 손짓했다.    “급하긴?”    류려평은 멍해 서 있다가 부랴부랴 복장실에 들어가 부래지어에 팬티 바람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발끝걸음으로 사뿐사뿐 다가갔다.     류덕재 색마의 우멍눈은 우유빛 탄력있는 류려평의 몸을 아래위로 사냥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의 목젖이 꼴깍 하며 말상에 입귀로 느침을 질질 흘리었다.     그는 류려평의 손을 잡아 홱 나꿔챘다.     풍덩!    “아이구머니!”    류려평은 수영장 파란 물에 떨어지면서 류덕재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깜짝이야! 간 다 떨어진다.”    여비서와 소리치던 앙칼진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류려평은 부드럽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류덕재한테 애교를 부렸다.    “오빠, 좀 살살 다루세요. 콱콱 거칠게 하지 마세요.”    “그래, 요것아.”    류덕재는 손가락으로 류려평의 상큼한 콧대를 살짝 집어놓았다. 그는 탐욕스런 눈길로 걸탐스레 류려평의 우유빛 젖무덤을 쏘아보며 뭉글뭉글한 젖가슴을 쓸어매만지고 혀끝으로 핥아댔다.    “아, 간지러워라!”    류려평은 류덕재한테 몸을 맡긴 채 종알거렸다.    “오빠, 귀빈 하나 보냈는데 만나봤소?”     “누굴?”     류덕재는 아닌 보살을 뗐다.     류려평은 눈을 곱게 흘기었다.    “늙은 너구리 같은게. 문화국 최국장 찾아가지 않았습데?”     류덕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오- 그래, 최국장이 왔더라.”    류려평은 류덕재 목을 끌어안고 퉁사발눈으로 우멍눈을 들여다보며 부탁했다.    “문화국 대부금을 내주세요. 오빠나 내한테도 좋찮고 뭔가요? 오빠 부행장으로 제발시켰기에 나도 이번에 아파트 하나 차례지게 될 거 같소.”    류덕재는 능청을 떨었다.     “그래? 그럼 잘 됐다. 요 귀염둥이한테 떡이 생기면 됐어.”     류려평은 의아해 했다.     “아니, 어제 최국장 보고 오빠한테도 한채 주라고 부탁했는데 말이 없습데?”     류려평은 류덕재를 친오빠처럼 믿었지만 류덕재는 아니었다. 아무리 죽자 살자하는 오누이지만 좀 여지를 둬야 했다.     “최국장은 참 시끄러워. 건설规划局 일도 해달라데. 그게 어디 식은 죽 먹긴가?”     류려평은 아파트 한채 날아날가 봐 초조해졌다.     “오빠, 최씨한테 대부금은 내주기오. 우리 오누이 아파트 한채씩 가지고 보기오. 规划局 일도 큰아버지 손 좀 봐 해결해주오. 그럼 한채 더 차례지겠는지 어떻게 아오? 우리 딸 아파트도 미리 한채 마련해 놓으면 좀 좋아서? 그건 려향의 할아버지 준 걸로 하기오.”     류덕재는 선선히 머리를 끄덕이었다.     “알았다. 려향을 봐서라도 대부금을 내주고 规划局 일도 풀어줘야겠다. 건데 수전노 같은 최국장은 마른 방아를 찧을 궁리를 하지 않겠어?”     류려평은 류덕재 품 속에서 얼굴을 떼면서 퉁사불눈을 치켜떴다.     “뭐랍데?”     류덕재는 류려평의 보들보들한 어깨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최국장은 자기 가시아버지 박서기가 우리 아버지를 후임 시당위  서기로 제발시킨 일을 거들면서 规划局 일은 공짜로 해줬으면 하더라. 规划局 국장한테도 아파트 한채쯤 줄게지. 무슨 그런 일을 그렇게 하는지 몰라. 이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이 있어?” 류려평은 어망간에 최정호 국장을 욕했다.     “깍쟁이라구. 지금 세월에 고만한 아파트도 안 내밀고 되오? 지금 경제시대에 누가 령도 전화 한마디에 술술 해결해준다고 그랜대요?”     류덕재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아버지 시위 서기느라고 행정적으로 规划局에 지시하면 뭐냐? ‘문화국 청사와  아파트 층수를 27층으로 올려라.’ 주관 서기도 아니면서 아버지 이렇게 지시하면 아버지 뭘 얻어먹었는가 의심하지 않겠니?”     류려평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녀는 자칫 악어 입 안에 다 들어온 비게덩이를 놓칠 거 같아 조바심이 났다.     “오빠, 그래도 이 일이 되게 큰아버지와 말하오. 그래야 우리도 그 덕분에 아파트 한채라도 차례지지.”     류덕재는 류려평을 꼭 끌어안았다.     “알았다. 내 알아서 아량있게 처리하지 않으리. 근심말라.”     류려평은 행복에 겨운 빛이 번쩍이는 어글어글한 퉁사발눈으로 류덕재의 우멍눈을 들여다보았다.     (내 오늘도 중대한 공작을 했구나. 이 오빠 공작을 잘하면 뭐나 다 생겨. 아파트도 생기고 황금도 생기고…)     “호호호.”     그녀는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빨간 혀를 홀랑 내밀어 색마 오빠 말상에 키스를 뽁뽁뽁 날렸다.     “아이고, 요 귀여운 것아!”     류덕재는 류려평의 백지장처럼 하얗고 탄력있는 몸뚱이를 안아 수영장 위에 훌 들어올려 놓았다. 물에서 튕겨나간 물고기처럼 류      려평은 탄자 위에 반드시 누워 설레이는 가슴을 오르내리며 숨을 할딱거렸다.     류덕재는 류려평을 끌어안고 데굴데굴 구을렀다.     류씨에 오누이는 찰떡처럼 딱 붙어 델델 구을러 사우나 침실에 다가갔다. 패륜오누이는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 기어올라가 알몸뚱이로 마구 뒹굴었다. 뒤이어 부드러운 연분홍 네온등불 아래 침대 위 이불이 세차게 파도친다. 거세찬 숨소리 , 신음소리 귀맛좋게 들리었다. 사우나실에서는 은은한 사랑의 서정곡이 절주맞게 들려온다…     기실 류덕재는 전날 정호한테서 아파트 두채나 가지기로 하고 아버지와 말해 规划局의 일을 해결해 주었던 것이다. 예약금으로 5만원을 척 받아먹기까지 하고.     그러나 아무리 믿는 여동생, 애인이라고 해도 그는 류려평한테 모든 것을 속이고 있었다. 언제 류려평이 꼬리 드러나면 그 넌출을 따라 자기 꼬리를 밟을가봐 겁났던 것이다.     안개 속에 문화국 헌 청사 자리에 29층짜리 사무실과 아파트가 우뚝  일떠섰다. 1층부터  9층까지는 문화국과 전람관 도서관 사무실로 쓰고 그 위 10층부터 29층까진 직원들의 아파트로 분양했다.    원래 27층까지 짓기로 한 걸 류서기 지시로 건설规划局 비준을 받고 29층까지 두 층 더 올렸다. 그 두층은 기실 이 청사 건설을 위해 기여한 해당 지도자들한테 선물을 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며칠 후 류덕재 행장 세채(시위 류서기 몫으로 한채 덤으로 가졌음), 류려평 부행장 한채, 规划局 국장 한채, 최정호 국장 한채 무상으로 가졌다. 탐관들은 수뢰죄가 드러날가 봐 그 자리로 전람관 이름으로 이름 모를 사람에게 헐값으로 팔아 염낭에 처넣었다. 아파트의 비밀- 내막은  안개 속에 파묻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원들은 최정호 국장과 박나영을 비롯한 문화국과 전람관의 지도자들은 진짜 직원들의 아파트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 새 시대 뢰봉식 훌륭한 간부라고 혀를 끌끌 찼다. 직원들은 비록 모금해 아파트를 샀지만 그만큼 시 중싱 좋은 자리에 헐값으로 아파트를 사서 모두 좋아했다.    그러나 나영의 눈은 피하지 못했다. 정호는 나영이 적발해 꼬리드러날가 봐 겁나 나영을 데리고 일본으로 해 한국에 도망쳤던 것이다.     탐관들의 악어 주둥이는 얼마나 엄청 큰가? 아파트도 몇채씩 단번에 꿀꺽 삼키지 않는가! 그놈 악어 주동이에는 비게덩이를 물려야 일이 슬슬  풀린다. 그러지 않으면 악어는 기회를 노리다가 뭐든지 꿀꺽 삼키려고 한다.    류려평은 나영한테 다가가 나란히 앉더니 한어로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우린 한 배에 올라 탄 신세야. 우리 서로 싸우면 다 불리해. 파도 세찬 망망한 바다에서 배가 번져지면 다 죽어. 알만하지?’    나영은 볼우물까지 옴폭 파며 반문했다.    “무슨 듣고도 모를 소린가요? 난 우리 언니 일 하나도 몰라요.”    류려평은 나영을 째려보며 냉소했다.    “아닌 보살 작작 떨어. 넌 근본 무슨 춘영이 아니야. 넌 전람관 부관장 나영이야. 누굴 속여?”    픽!    나영도 냉소했다.    “어디 두고 봅시다. 누가 이 세상에 온전히 살아남는가? 鱼死网破, z知道吗?”    류려평은 섬찍해났다.     “지금 날 위협해?”     그러나 나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류행장은 지금 나영 언니를 잡아 먹을 작정 아니오? 나영 언닌 돈봉투 세개 일을 똑똑히 알고도 남음이 있소. 재무과장은 전람관의 돈 거래를 손금 보듯하고 있었다더구만요. 안개 속에 가려진 아파트 비밀도 다 알고 있대요. 안개 걷히면 아파트 원형이 다 드러날게오. 누구든지 나영 언닐 잡아 먹고 살아남을 생각도 마세요. 어림도 없어!”     그제야 류려평은 그날 행장실에서 그 돈 봉투 세개를 챙긴 걸 후회했다. 그러나 그것은 후회막금이었다.     류려평은 이제라도 구제조치를 대 살 구멍을 찾으려고 허둥댔다.  그런데 후회약은 없었다.     그는 한참 궁리 끝에 나영한테 다가가 손으로 어깨를 매만졌다.     “어쨌든 너네 나영 언니랑 전람관 대부금이랑 아파트랑 모두 얼기설기 얽혔어. 우린 한 배를 탔는데. 싸우지 말자. 다 죽는다고 나영한테 전해달라.”     나영은 그 말엔 머리를 끄덕이었다.     “건 나영 언니도 알겠지요.”     류려평은 나영의 볼품없이 수척해진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갖다댔다.      “나영 언니랑 우린 모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쑤가 아니야. 우린 전우야. 서로 도우면서 이 놈 감방에서 살아 나가야 해.”     나영은 또 머리를 끄덕이었다.     류려평은 한술 더 떴다.     “나영이, 아니, 춘영이, 나영을 보면 날 도와주라고 부탁 좀 해주오. 내가 종호를 죽이려고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주사해넣었다는 걸 증명서달라고 말이오.”     “네? 세상에, 그것도 도와주는 건가요?”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래. 내가 살인미수범이라고 증명서면 돕는게요. 그 다음 건 묻지 마오.”     나영은 도리머리를 가로 절레절레 젓다가 마지못해 머리를 끄덕이었다.     잠시나마 구치소 안에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아 보이었다.
450    대하소설 황혼 제3권(45) 대부금에 숨겨진 비밀 김장혁 댓글:  조회:167  추천:0  2024-09-22
     재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5. 대부금에 숨겨진 비밀       사실 최정호 국장과 전람관 부관장 나영이 은행장 사무실에 찾아온 일을 류려평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류려평은 나영의 앞에서 모르는 척 하면서 아닌 보살을 떨었다. 아는 주정을 하지 않으면 나영한테 꼬리를 쥐워 피동에 처할 수 때문이었다.     그날 문화국 최정호 국장은 대머리를 슬슬 매만지면서 나영과 류려평을  서로 인사까지 시켰다.     정호는 먼저 나영을 돌아보며 류행장을 두 손으로 가리키면서 소개했다.     “이분은 은행 류려평 부행장이오. 인사하오.”    나영은 허리를 굽히면서 류려평한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전람관 부관장 박나영이라고 불러요.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래? 박나영 부관장이랬지?”    류려평은 마지못해 나영의 손을 잡긴 했지만 내키지 않아했다.    그녀는 정호를 돌아보며 퉁사발눈을 흘기었다. 입귀에는 멸시하는 어두운 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어째 전람관 관장은 데리고 오지 않고 부관장을 데리고 왔소?”    정호는 우멍눈을 찔끔 감아 보이었다.    “박나영 부관장은 재회과장을 겸했습니다.”    “오- 그래요? 친구 하나 더 많으면 길도 그만큼 많아지겠지요. 서로 도우면서 삽시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나영을 째려보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었다.    “어서 앉으세요. 박관장.”    류려평은 여비서를 시켜 차물을 일일이 부어 정호와 나영한테 올리게 했다.    정호는 차물을 마시네 하고 쏘파에 틀스레 앉아 있는 류려평 쳐다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전람관 대부금 때문에 왔는데…”    류려평은 나영을 힐끔 곁눈질하며 정호 말을 중동무이했다.    “알만합니다. 우리 단둘이 조용히 연구해봅시다.”    정호는 실수한 걸 알고 혀를 홀랑 내밀었다. 그는 인차 나영을 돌아보며 분부했다.    “네. 알겠습니다. 박관장은 여기서 기다리오.”    그는 류려평 행장을 따라 들어가려다가 홱 돌아섰다.    “잠간!”    정호는 박나영을 힐끔 돌아보았다.    류려평이 행장실로 스리슬쩍 들어가버리자 박나영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손을 내밀었다.    나영은 제꺽 눈치를 채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돌아서서 핸드빽에서 두툼한 봉투 세개를 꺼냈다.    나영도 류려평한테서 받은 수모를 앙갚음하려고 들었다. 그녀는 류려평이 들어간 사무실을 눈짓하며 나직이 종알거렸다.    “부행장이라는데 단통 몽땅 주겠습니까?”    정호는 봉투 세개를 훌 빼앗다싶이 채가면서 두덜거렸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작작 쓸데 없는 소릴 치오.”    정호는 나영의 얼굴에 뻐드렁이빨이 닿을 지경으로 가져다대고 나직이 말했다.    “저 여행장은 대부금 주관행장이오. 다 줘도 눈에 차 하겠는지도  모르겠는데.”    나영은 눈이 데꾼해졌다.    “아니, 3만원인데도?”    나영은 소 엉덩짝이라도 통채로 꿀꺽 삼킬 큰 악어를 만났다고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호는 입에 식지를 댔다.    “쉬-”    그는 행장실을 흘끔 돌아보고나서 나직이 말했다.    “대부금만 낼 수만 있다면야. 이게겠소? 아파트를 지으면 우리도 한몫 톡톡히 볼 수 있지.”    그러나 나영은 입이 뾰로통해 도도거렸다.     “부행장인데. 자칫 헛방 맞고 본전도 못 찾겠어요.”     “걱정말라니깐.”     정호는 3만원을 공무가방에 슬쩍 넣어가지고 은행장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호나 나영은 교활한 여우 같은 류려평 은행장이  진작 몰카로 회의실의 모든 걸 살피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정호가 들어가자 불여우 같은 류려평은 두 손을 사무상에 얹고 아무 것도 못 본 척하며 희죽이 웃었다.    “어서 앉으세요. 최국장.”   류려평은 정호의 불룩한 핸드빽부터 여겨보면서 자리를 권했다.    “대부금 얼마 수요되는가요?”   정호는 단마디로 말했다.   “문화국 청사와 도서관과 전람관을 재건하고 아파트도 짓자면 아마 7, 8천만원 좌우 대부금 내야 될 거 같습니다.”    “뭐? 7, 8천만원이나?”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그녀는 딱 잡아뗐다.    “7천만원은 안돼요. 한 5천만원 어떻겠는지. 그것도 최국장의 표현을 보고  연구해 봐야지.”    탐관들이 항상 하는 수작이었다. 기껏 틀어버리고 문턱을 높여야 얻어먹지. ㅋㅋ   같은 탐관인 정호가 여탐관의 탐욕스런 그 속셈을 모를 리 있겠는가.    정호는 일부러 우는 상 했다.     “건축재료비와 인건비도 다 올라가서 그만큼은 있어야 합니다.”     정호가 사정할수록 류려평은 째빠드하면서 문턱을 높였다.      “안돼요. 문화국에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엄청 많은 대부금을 다 갚아요? 문화국은 비영리성 행정단윈데 지방 재정투자도 그만큼 될 게 없잖소?”     정호는 그제야 공무가방에서 뻘건 봉투를 더듬었다. 그는 두개만 내놓고 한 묶음은 가로챌가 어쩔까 궁리하다가 그만 두었다.    (저년 금방 대부금 안된다잖아?)    저 쫙 벌린 악어 아가리에 세개는 물려놔야 될 거 같아.)    정호는 아까운대로 돈봉투 세개를 몽땅 꺼내 류려평 행장 사무상 위에 올려 놓았다.    “류행장, 적은 성의지만 먼저 받아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류행장, 넓은 마음 먹고 대부금을 내 주십시오.”    류려평은 돈봉투 세개를 왼눈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돈봉투를 정호 앞에 쓱 되밀어 주었다. 그녀는 뒤잔등을 사무상 의자에 기대면서 허리를 쭉 폈다.    류려평은 한참이나 쌀쌀한 눈길로 정호를 째려보더니 단마디로 거절했다.    “사람을 웃기지 마십시오. 난 절대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요따위 걸 받고 감옥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난 또 원래 규정을 어기고 대부금을 내준 적이 없습니다. 원칙과 법을 지켜야죠.”    류려평은 얼굴표정이 청얼음처럼 퍼러뎅뎅해 냉소했다.    “쳇,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짓거리오?”   그녀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꺼먼 속셈은 따로 있었다.    (요따위 걸로 누굴 얼리려고?)     류려평 행장, 그 악어의 그 눈치를 모를 탐관 정호 국장이 아니었다. 그도 류려평보다 더 치사하게 받아먹었으니까. ㅋㅋㅋ.     (야, 모두 류려평 행장을암펌 같다더니. 헛소문 아니군. 내보다도 더 엉큼한 악어구나. 저년 악어 아가리 이다지도 클줄은 몰랐구나. 하긴 산더미처럼 쌓인 돈 다루는 곳이니까. 얻어먹어두 내처럼 몇만원 단위 아니겠지. 허나 은행 악어의 아가리 이렇게까지도 클줄은 몰랐다.)     그는 우멍눈을 실눈을 해가지고 류려평을 쳐다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지방재정투자금에 직원들의 아파트를 지어 번 돈이면 대부금을 얼마든지 갚을 수 있습니다.”     정호는 류려평 행장의 사무상 가까이에 다가가 나직이 쑤근거렸다.     “류행장님, 리종호 사장은 내 친구인데 좀 봐주십시오."    "쳇, 리사장과 무슨 상관이오. 여긴 은행이지. 신문사 아닙니다."    종호는 여탐관의 귀에 대고 나직이 쑤근거렸다.    "이제 아파트를 지으면 큼직한 아파트 한채 드리겠습니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딱 감아버렸다.    (이게 웬 떡이냐? 그럼 그렇겠지.)     속으로는 기뻐 어쩔줄 몰랐다. 퍼러뎅뎅하던 낯색이 단통 함박꽃처럼 환해졌다. 그러나 그 속내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눈을 감아버리고 입으로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본 행장이 규정을 어겨선 안되는데. 최국장이 이렇게까지 배려하면  어쩌지?”    정호는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류행장 좋고 나 좋고 다 좋은 일 아닙니까? 눈 찔끔 감고  한번 해주십시오. 둥글둥글한 세상에 서로 도우면서 둥글둥글하게 살아갑시다.”    류려평은 그제야 악어 아가리를 더 쫙 벌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내 위에 류덕재 행장이 있소. 그도 전람관과 도서관을 짓는 일을 매우 관심하고 있소. 오늘 아침에도 궁금해 전화 왔댔소.”   류려평은 대부금 주관 행장이었지만 은행장 우두머리 류덕재 행장을 몰리우고 혼자 얻어먹을 수는 없었다. 이 기회에 류덕재도 얻어먹게 큰 먹이를 제공해주고 싶었다.    류려평은 정호를 건네다보며 정색했다.    “류덕재 행장은 우리 은행 첫교의에 앉아 있는 一把手입니다. 그를 모르고 대부금을 내갈 수 있습니까? 이런 도리야 최국장도 알겠지요?”    순간 정호는 두 류행장이 짜고 들어 자기 간을 떼가자는 것 같이 밸이 끊어지는듯이 속이 띠끔띠끔 아파났다.    (에이씨, 이럴줄 알았으면 저레 류덕재 행장을 찾아갔겠는 걸. 그러나 이를 악물고 큰 결심을 내렸다.    “류덕재 행장한테도 한채 드리겠습니다.”    류려평은 정호 대머리에 얼굴을 닿일말듯 갖다댔다.     “쉿-”     그녀는 행장실 밖에 있는 소회의실을 손가락질했다.     “박관장 듣겠소.”     정호는 대머리를 말대가리처럼 도리머리를 흔들어댔다.     “근심 마십시오. 저의 신복인데. 입을 틀어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류려평은 손가락으로 정호의 대머리를 질러놓으며 나직이 지껄여댔다.     “최국장, 혼자 해먹지 말고 먹다 나머지 개 뼈다귀라도 던져주란 말입니다. 그래야 길러준 개한테 발뒤축을 물리지 않지? ㅋㅋㅋ”     류려평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나서 탐욕스러운 퉁사발눈을 번쩍이며 정호 앞에 놓인 돈봉투를 쏘아보았다.     그녀는 가래짝 같은 살진 손을 뻗쳐 돈봉투 세개를 스리슬쩍 쓸어 가져갔다.      “최국장, 이걸 먼저 예약금으로 받아두겠소.”      “네. 그러십시오.”      “인차 대부금 수속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류려평은 정호한테 해쭉 웃어보이며 사무상 서랍을 열고 돈봉투를 몽땅 쓰르륵 쓸어넣었다.     그녀는 탐욕스러운 악어 입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     “최국장님, 이후엔 무슨 일을 볼 때 째째하게 놀지 마시오. 대부금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아파트를 잘 지으십시오. 나중에 내 건축현지를 돌아볼 예산입니다.”     정호도 여간내기 아니었다.     “네. 류행장님, 감사합니다. 1억도 대부금 낼 수 있겠지요?”     류려평은 정호를 손가락질하며 퉁사발눈을 흘기었다.     “사람이, ㅉㅉㅉ. 작작 得寸进尺하라구. 대부금 모라자면 또 오십시오.”     정호는 소 뿔은 단김에 빼라고 렴치를 불구하고 갈비를 들이댔다.     “류행장, 이런 일 있습니다.”     류려평은 눈이 데꾼해졌다.     “또 뭔가요?”    정호는 우멍눈에 웃음을 게발리면서 류려평을 노려보았다.    류려평은 그 음흉한 빛을 발산하는 우멍눈이 섬찍했다.     “내 알건대, 류행장은 류덕재 행장과 가깝지 않고 뭡니까?”     “그런덴?”     “류덕재 행장과 좀 말해서 우리 지을 아파트 층수를 올려주십시오. 건설规划局 놈새끼들이 얻어먹자고 그러는지 아파트를 딱 9층 밖에 짓지 못하게 합니다. 말로는 아파트 지을 자리 뒤에 유치원이랑 있는데 유치원에 그늘이 지게 해선 안된다면서 9층을 초과해 짓지 못한다고 틉니다.”     류려평은 어처구니 없어 했다.     “건 건설规划局과 말해 할 일이지 우리 은행에서 할 일이 아니잖습니까? 류덕재 행장이 뭐 건설规划局 국장입니까? ”    그러나 정호는 한사코 물고 늘어졌다.    “류행장 부친은 시위 서기 아닙니까? 류서기가 건설规划局에 지시해 한 25층 짓게 비준하라고 하면 땡인데…”    정호는 우멍눈으로 류려평의 눈치를 흘끔 쳐다보았다.    류려평은 도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국장, 참 답답합니다. 류덕재 행장이나 류서기한테 사정할 일이면  직접 찾아가야지. 내한테 말하면 어쩌는가요? 참, 답답합니다. 이런 일은 범위를 넓힐수록 일이 잘 안되지 않습니까? 류서기나 류행장을 찾아갈 땐 오늘처럼 저런 여우 꼬리를 달고 찾아다니지 마십시오. 이런 도리는 정치를 잘 하는 최국장이 더 잘 알 건데. 참,”     류려평은 자기한테 차례진 몫을 챙기면 다였다. 그런 시끄러운 일에 더 삐치고 싶지 않았다. 아무 먹을 알도 더 없이 자칫 류덕재나      류서기한테 분수 없이 논다고 욕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호는 기실 그런 도리를 몰라서가 아니라 전람관 불에 가재미를 구워 먹을 속셈으로 나영을 보고 돈을 가지고 오라고 했던 것이다. 또 류려평과 류덕재한테 아파트를 주자고 한 바하고는 좀 헐수를 보자는 것이었다.     정호는 언덕이 없어 비비지 못하는 몰렴치한 장사군이었다.     “류행장, 난처한대로 류덕재 행장한텐 아파트 층수를 올려달라고 한번만 좀 말해주십시오. 그럼 두 류행장한테도 다 좋지 않습니까?”     류려평은 거절하긴 그렇고 해 건성으로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서로 도우면서 삽시다. 이번 대부금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비밀로 합시다.”     “네. 거야 그렇지요. 죽을 때까지 비밀을 엄수해야지요.”     정호 다짐을 듣고서도 류려평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내 류행장과 잘 말하겠는데요. 최국장이 빈 입으로 외교하다간 일을 설궈놓을 수 있다는 걸 아세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무섭게 정호의 우멍눈을 째려보았다.     “알았습니다. 류행장만 믿겠습니다.”     류려평은 축객령을 내리려고 정호한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정호는 류려평의 손을 잡다가 공 걸 배때 터지게 얻어먹어 풍만해진듯한 젖가슴을 내라뎌보았다. 그는 순식간에 저도 몰래 류려평의 젖무덤을 끌어안았다.     “왜 이래?”     류려평은 깜짝 놀라 번대머리를 마구 떠밀었다.     “남자들은 왜 다 이래? 색마 같은게.”     류려평은 아니꼬운 눈길로 정호의 우멍눈을 째려보았다.     그런데 정호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류려평한테 헤벌쭉 웃어보이며 행장실을 나가버렸다.     ㅋㅋㅋ.     류려평은 달빛이 쓸쓸히 쓰다듬는 구치소 안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보면서 후회막급이었다.     (그때 그 돈 봉투 세개는 받지 말았겠는 걸. 건 꼭 저년한테 꼬리를 밟힐 일 했잖아? 정호는 아파트 준 일을 고발하지 않았지만 저년은 몰라. 아이고, 저 년을 인터폴에 고발하다니?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지 않았는가. 저년 앙갚음으로 아파트 얻어먹은 일 고발하면 어쩌지?)     그러나 류려평은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호가 저년 입도 틀어막겠다고 했잖아. 저년도 분명 아파트 한채는  꿀꺽 했을 거야.)     여탐관은 구치소 천정이 날아갈 지경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449    대하소설 황혼 제3권(44) 철창 속 외나무다리 김장혁 댓글:  조회:192  추천:0  2024-09-20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4. 철창 속 외나무다리      처량한 달빛이 비껴드는 구치소 철창 속에서 류려평은 침대에 들누워 제 좋은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나영이랑 종호랑 신고하면서 협조했기에 한국 경찰이나 법정이나 다 관대하게 처리할 거야.)     드르릉.    철문이 열렸다.    “들어가세요.”    여경 둘이 한 40대 초반의 녀성을 찰창 속에 밀어넣었다.    “항의한다! 날 왜 감금해?!”    그 녀성은 몸부림치며 목이 티지게 고함쳤다.     여기 저기 철창 속에서 여자들의 머리가 되창문으로 쏙쏙 내밀었다. 구치소 감방 류려평을 비롯한 여죄수들은 모두 희한한 새 친구한테  호기심에 찬 눈길을 보냈다.    “내 무슨 죄 있는가요? 밤중에 애를 혼자 빈 집에 두고 나왔는데요. 빨리 내보내 주세요. 제발!”    그 녀성은 발까지 동동 굴렀다.    여경은 자물쇠를 철커덕 잠그면서 그 녀자를 제지시켰다.    “좀 작작 떠들라고. 진짜 나영을 잡기 전엔 찍소리 치지 말고 여기 조용히 있으세요.”    여경이 몸을 홱 돌리더니 감금실 문 밖을 나가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구두발 발자욱소리 디똥디똥 저쪽으로 점점 멀어져갔다.    류려평은 갓 들어온 그 녀자를 여겨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하마트면 소리칠 번했다.    (나영이!)    류려평은 깨고소해남을 어쩔 수 없었다.    (저년 끝내 나포됐군. 잘코사니야.)    사냥군이 자기 쏜 화살에 노루가 맞아 가슴에 뻘건 피를 콸콸 쏟으면서 쓰러지는 것을 보는 순간 설레는 심정이었다.    (네년이 아무리 도망쳐도 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해. 녀넨이 아무리 최정호를 따라 잔재주를 부리면서 최혜영 국장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났지만 이 내 여래불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해.)    류려평은 나영이 체포돼 철창 속에 들어오는 것을 보는 순간 자기도 찰창 속에 갇혀 있는 죄범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것 같았다.    나영도 자기를 쏘아보는 류려평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년과 어쩜 철창 속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지? 참, 세상은 넓고도 졻구나. 세상은 요지경이야. 하필이면 리사장님 악처하고 여기서 만났어? 너무나도 렵기적이야.)      나영은 병원에서 만난 후에야 개턱을 쳐들고 틀을 차리던 류려평 행장이 종호의 악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정호한테서 은행장 류려평의 시시한 말을 두루 들은 적은 있었다. 류려평 은행장한테서 대부금을 내와야 문화국 청사와 도서관과 전람관을 재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류려평 행장은 엉큼하게 대부금을 틀면서 얻어먹으려는 잡도리었다. 나영은 류려평과 피뜩 만난 적은 있지만 직접 단둘이 거래한 적은 없었다.     최정호 국장은 대부금 때문에 전람관 부관장이란 녀자를 데리고 류려평을 찾아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호는 휴계실에 나영을 앉혀놓고 행장실에 단독으로 들어가 대부금 문제를 의논했다. 그때 류려평은 나영을 종호네 문화국의 빛갈 좋은 개살구 아가씨로만 보았지 전람관 부관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왼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류려평은 후에 류덕재한테서 그 녀가 최정호 국장의 애인 박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였다. 후에 풍문에 최정호 국장이 죄가 두려워 그 애인을 차고 일본으로 도망쳐 갔다는 말을 들었다.     류려평은 처음 종호 병실에서 나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년이 최정호 국장 애인이 아닌가?’    류려평이 아무리 퉁방울눈이 화등잔 돼가지고 나영을 쓸어봐도 이쁜 아가씨였다. 좀 수척해지긴 했지만 볼에 볼우물을 옴폭 파는 이쁜 나영을 보는 순간 가슴에서 질투심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나영이 병실에 자주 나타나 종호한테 각근하게 대할수록 별 잡생각이 다 떠올랐다.    (이년이 종호한테도 애인질 했어? 개쌍년 잘 되는가 두고 보자.)    류려평은 암암리레 이를 쁙쁙 갈았다.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 박나영, 넌 끝장이야.)     류려평은 제 좋은 궁리를 했다.     (난 저년을 인터폴에 고발했어. 난 경찰에 협조해 네년을 잡아 넣었으니깐. 관대처벌 받고. 허허허. 이거야 말로 일거량득 아닌가? 이제 살인미수죄로 한국에서 판결받으면 난 국내에도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극상해 감옥살이 몇년 하겠지. 살인해도 5년 내지 10여년 판결받는 한국 아닌가?)     류려평은 조소가 빛발치는 쌍까풀눈으로 나영을 훑어보며 속으로 뇌까렸다.     (나영아, 넌 이제 중국에 인도돼 최정호 국장과 함께 부패분자로 엄벌받을 거야. 최국장과 일본으로 해 한국에 다 밀입국했어? 몇번이고 경찰들 손에서 빠져 도망쳤다고? 뭐? 모텔 화장실에서 배수관을 타고 도망쳐? 넌 진짜 전람관 관장인게 아니라 협객영화 속 날랜 도적놈이구나. ㅋㅋㅋ. 이젠 꼴 좋게 됐구나.)     한편, 나영은 첫눈에 종호의 악처 류려평을 알아보고 몸서리쳤다. 그러나 내색을 나타내지 않고 아는 체 눈인사했다. 그러나 류려평은 눈을 흘기며 이불을 들쓰고 드러누웠다.     “비좁은데 또 하나 들어왔네.”     “무더운데 기차잖아!”     여기저기서 나영한테 불평을 쏘아대며 두덜거렸다.    처량한 달빛이 철창 속을 쓸쓸히 비추며 외로운 분위기를 더 해주었다.    나영은 류려평이 들으라고 한어로 한마디 했다.     “다 같은 처지에 우리 중국 사람끼리 서로 반목하지 말기오.”    류려평은 콧웃음쳤다.    “쳇! 어떻게 돼 여기까지 왔어?”    “여경들이 날 나영 언닌가고 오해해 잘 못 붙잡혀 왔소.”    “흥!”    류려평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년,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야옹 하지 말라. 껍찔을 홀딱 벗겨놔도 네년을 못 알아 볼 거 같아?)    나영은 류려평의 흘기는 눈길을 보고 믿지 않겠으면 말라고 그럴듯하게 꾸며댔다.    “우린 쌍둥이 자맨데요. 난 나영 언니 쌍둥이 여동생 박춘영인데요. 여경들은 아마 날 나영 언니로 잘 못 본 것 같아요.”    류려평은 그 말을 곧이들을 리 만무했다.    나영은 류려평이 자기를 인터폴에 고발한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종호와 지영이, 려향이 고발했는가고 의심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쌀쌀하게 대하는 류려평을 보는 순간 혹시 류려평이 인터폴에 고발하지 않았겠는가는 의심도 들기 시작하였다.    뒤따라 나영이 내뱉은 말은 말 속에 말이 있었다.     “사람은 어디서나 여지를 둬야 하오. 너무 칼로썩뚝 베버리듯 뒷길을 끊어놓지 말아야 하오. 안 그래요? 류행장.”     류려평은 가시 돋힌 나영의 말에 화가 났다.     “누가 너 같은 부패분자하고 한당을 해? 난 죽어도 너한테 사정 볼 일 없어. 슬개에 붙었다 염통에 붙었다하는 갈보년, 어째 리사장 엉덩이에 딱 붙어 따라다니지 못해? 먹을 알이 쥐뿔도 없데?”      그러나 류려평은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저년 혹시 자기를 고발한 거 아는가? 아님, 혹시 정호한테 대부금을 내주고 얻어먹은 일을 알고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자 류려평은 이불을 활 젖히고 나영한테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녀는 억지로 둥글둥글한 얼굴과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에 웃음을 게바르면서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우린 다 중국 사람이야. 서로 도우면서 어떻게 하나 이 감방에서 나가기오.”      나영은 어처구니 없어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류행장이지요?”      “그래.”      “정호 국장이랑 잘 알겠구만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어? 그래. 왜?”     나영은 류려평의 급변하는 표정을 쓸어보면서 바투 들이댔다.      “이전에 나영 언니한테서 최정호 국장이나 류행장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류려평은 나영이 뭘 어디까지 아는가 궁금해났다.     “뭘 말이오?”     나영은 춘영인 척하면서 잘도 엮어나갔다.     우리 전람관 재건 대부금 맡으러 최국장과 함께 은행에 갔을 때 피뜩 본 것 같은데요.”     류려평은 손사래를 치면서 뒤로 물러앉았다.     “아니, 난 저를 본 기억이 안나오. 내 언제 나영의 여동생까지 다 봤겠소?”     류려평은 나영의 입을 무섭게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 터질지 몰라 두려웠다.     “글쎄요. 하기야 그날 대부금을 맡으러 최정호 국장이 혼자 은행장 사무실에 들어갔으니깐요. 나영 언닌 은행장 소회의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던데요. 그러나 나영 언닌 대부금 내막을 다 알고 있는 거 같던데요.”     류려평도 나영을 춘영으로 여기는 척하면서 대구했다.     “뭔 소리냐? 난 재정정책을 어긴 적이 없소. 저네 언니네 전람관 재건 대부금은 정책대로 내준게요.”     “픽!”     나영은 코웃음쳤다.     류려평은 그것이 더 두려웠다.     (이년이 도대체 어느만큼 알고 있는 거야? 괜히 이 년을 고발했구나. 이제 이 개쌍년이 국내에 이송되면 우리 일을 다 적발할게 아닌가? 그럼, 아이고! 이 일을 어쩌나?)     류려평은 전람관에 대부금을 내주고 아파트 한채를 얻어먹은 일이 마음에 걸렸다. 특히 나영이 잡혀 들어오는 바람에 자기 꼬리가 반쯤 드러난 것 같아 더욱 당황해났다.     류려평은 이젠 나영을 고발해 감옥에 처넣은 것이 후횐됐다.     (진짜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 아닌가? 이 일 어쩌는가?)      그때 나영이 코웃음쳤다.     “나영 언닌 류행장 덕분에 대부금을 내서 전람관을 지었다고 감지덕지해 합데다.  그런데 최정호 국장이 잡혀 들어가는 바람에 일이 복잡해질 거 같다던데요… 참.”      순간, 류려평은 갑자기 가슴에서 망똘짝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당장에서 눈 앞이 깜깜해나 구치소 마루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나영은 한쪽 구석에서 류려평의 그 얼빠진 모양을 보고 깨고소해 조개턱을 쳐들고 깔깔깔 웃어댔다.    다리 부러진 노루 한데 모인다고. ㅋㅋ.    철창 속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그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외나무다리는 진작 그녀들의 운명의 목주래를 틀어쥐고 이를 뻑뻑 간다.  염라전 죽음의 사자는 죽음을 재촉하는 북소리 둥둥 울리고 刽子手는 죽음의 콧노래 흥얼거리며 숫돌에 칼을 썩썩 갈고 있었다.
448    대하소설 황혼 제3권(43) 첫사랑의 여파 김장혁 댓글:  조회:396  추천:0  2024-09-16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3. 첫사랑의 여파      지영은 여경들한테 끌려가는 나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저쪽 복도 끝까지 끌려가면서도 나영은 끊없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지영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그녀는 복도가 조용해지자 나영이 끌려간 마당에 허무한 감이 들었다.    (이때까지 연극을 논게 다 헛짓이 됐단 말인가?)    다시 나영한테 죄송한 마음이 몰려와 괴로워났다.     그녀는 혜련을 찾아 볼 념도 하지 못하고 지하철역쪽으로 걸어갔다.     지영은 지하철에 앉아 집으로 달려가면서도 착잡한 생각에 잠기었다. 그녀는 지나간 세월 나영과 첫사랑 국현을 가지고 서로 질투하고 암투를 벌리던 일을 회억하면서 나영한테 미안한 감이 들었다.     사실 나영이 쌍둥이 자매와 지영 그리고 국현은 시내 한 모퉁이에서 어릴 때부터 어깨동무 하고 붉은 넥타이를 팔락이면서 함께 학교를 다닌 딱친구, 죽마고우였다. 그들은 기적적으로 소학교로부터 고중까지 줄곧 한 학급 동기로 학창시절을 자별한 사이로 보냈다.     국현은 별로 잘 생긴 남자애는 아니었다. 보통키에 앞이마가 툭 튀어난 남북골, 그저 보통남자애였다. 그런데 그는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달리기도 잘했고 특별히 수학을 잘해 항상 과대표 겸 학습위원으로 활약하였다. 애들은 심지어 국현을 “수학골”, “작은 선생님”이라고 별명을 지어 불렀다.     나영과 지영은 글짓기에 특별한 흥취를 가졌다. 나영과 지영은 글을 꽤나 잘 써서 항상 어문선생님은 그들의 작문을 여러 학급을 돌아다니면서 범문으로 읽어주군 했다. 그리하여 나영과 지영은 장차 커서 작가나 기자로 될 푸른 꿈을 꾸었다.     반면에 춘영은 공부는 뒤전이고 놀음에 탐냈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 좋아했으며 남자애들과 휩쓸려 다니면서 놀기 좋아했다. 국현이 남자애노라고 나영이나 춘영을 업신여기기만 하면 나영과 춘영이 함께 달려들었다. 그녀들은 량쪽에서 국현의 한쪽다리씩 건뜩 들어 메쳐놓고 깔고 들어앉아 국현을 혼찌검을 내주군 했다.     공부를 잘하는 국현과 나영, 지영은 날이 갈수록 친해졌다. 그러나 공부를 잘 못하는 춘영은 거의 왕따로 될 변두리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교 운동대회 때는 판세가 확 바뀌었다. 춘영이 숱한 애들 앞에서 솜씨를 보여주었다. 춘영은 1500메터 장거리달리기에서 숱한 애들을 다 떨궈놓고 일등을 따냈다.    “춘영이 일등이야!”     국현은 목이 터지게 응원하며 춘영한테 엄지를 내둘렀다.     국현도 100메터 달리기 코스에 나가 섰다.    “국현아, 빨리! 쟈유!”    춘영도 국현을 목이 터지게 응원했다.    국현은 춘영과 나영을 힐끔힐끔 곁눈질해보았다. 그는 녀자애들 앞에서 본때를 보여주려고 손바닥에 침까지 발라 싹싹 비비면서 별렀다.     땅!     총소리 울렸다.     국현은 스타트부터 화살처럼 달려 끝내 젤 먼저 종점에 달려들어왔다.     춘영은 불시에 뛰어나가 국현한테 땀을 닦으라고 하얀 수건을 내밀었다.     국현은 숱한 애들 앞인줄도 잊고 수건을 받아 땀을 닦으며 애들한테로 돌아왔다.     그러자 애들은 국현과 춘영을 손가락질하면서 키드득거리며 쑤근쑤근했다.     지영과 나영은 질투의 눈길을 춘영한테 보냈다.     나영은 춘영을 활 끄당겨 응원석에 물앉혀 놓으면서 눈을 할기죽 흘기었다.     “창피한줄도 몰라?”     춘영은 볼에 볼우물을 옴폭 파면서 나영한테 눈을 흘기었다.     “뭐 어째?”     나영은 춘영한테 뒤쪽을 눈짓했다. 숱한 애들이 춘영의 뒤잔등에 손가락질하면서 쑤근거리고 있었다.      “별? 우리 학급 선수를 응원했는데 뭐 어째?”     춘영은 일어나 고함쳤다.     “우리 학급 선수 국현이 1등이야!”    애들은 입귀들을 쫑긋해 보였다.    지영은 조용히 앉아 애들이 그러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일인지 국현을 곁눈질해보는 순간 이상하게 소녀의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그것이 소녀의 가슴에 저도 몰래 찾아온 첫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옆에 앉은 나영의 가슴도 설레였다. 그녀도 국현한테 첫사랑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국현은 진짜 남자애답다.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지…)     여기까지 회상하자 지영은 서글프게 피씩 웃었다.     (그땐 소녀시절이라 국현인 내 첫사랑인 동시에 나영의 첫사랑일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지영은 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는 어둠 속을 달리는 지하철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깊은 추억에 잠기었다.    한번은 학급에서 학습위원을 선거하게 됐다. 나영과 지영은 나란히 앉아 투표하게 됐다. 나영이 흘끔 곁눈질해보니 지영은 투표지에 국현을 써넣지 않았겠는가.      나영은 자기도 국현을 써놓고 투표지를 슬쩍 지영한테 보이면서 눈을 찔끔해 보이었다.     지영은 왠지 나영도 국현을 좋아하자 슬그머니 질투심이 싹 텄다. 국현은 키도 별로 크지 않은데다가 앞이마가 툭 튀어나와서 그리 잘 생긴 애는 아니였다. 그러나 수학을 잘해 학급에서 녀자애들한테 꽤나 위신이 있었다.     이번엔 어문과 대표를 선거하게 됐다. 그때 지영은 앞에 앉은 남북골  국현이 누굴 써넣는가 흘끔 들여다보았다. 은근히 자기를 쓰려니 기대했다.     (뭐야? 나영을 써넣어?)    몇번이고 다시 봐도 투표지에는 분명 “어문과 대표: 박나영”이라고 씌여 있지 않겠는가.    (개자식, 진짜 나영을 좋아하는 모양이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영의 가슴 속에서는 질투심과 적개심이 반죽돼 용암처럼 부글거렸다.     결국 어문과 대표로 나영이 선거됐다. 그때부터 지영은 나영을 질투하고 원쑤치부를 했다.     (내가 진짜 국현을 사랑하기 시작했는가? 뭘 보고? 남북골 같은게. 흥, 우습다. 이게 첫사랑이란 건가? 내 질투하는 건가?)    그후 나영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지영은 국현과 나영한테 신경을 쓰다나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만 대학시험에 낙방하고 위생중등전문학교에 가고 말았다.     어느 날 저녁에 보름달도 환하게 떴겠다. 공기도 시원하지. 지영은 공원에 산보를 나갔다. 그런데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보았던 것이다.    “이러지 말라. 누가 보겠다.”    달빛이 비낀 수림에서 귀에 익은 처녀애 목소리 들리었다.    “보면 뭐라니?”    지영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아니, 저게 나영과 국현이 아닌가?)    지영은 도적고양이처럼 아름드리 나무 우거진 수림 속으로 달빛을 밟으면서 다가갔다. 달빛 서린 버드나무 잎새마다 청춘 련정의 서정시가 흐르고 있었다.    아름드리 버드나무 뒤에 숨어 볼라니 한쌍의 남녀가 아름드리 버드나무에 기대여 포옹한 채 한창 열렬하게 키스하고 있지 않겠는가.    어찌나 도정신해 키스했던지 지영이 다가가 가만히 엿보고 있는 것도 모르지 않겠는가.    (너네 진짜?)    지영은 국현과 나영이 이젠 이 지경으로 발전한 것을 몰랐다.    그때 국현이 어쨌는지 나영이 새된 소릴 질렀다.    “자꾸 이러지 말라.”    “풍만한 젖가슴 한번 만져보자.”    나영이 국현의 손을 가슴에서 꺼내 뿌리쳤다.    “안돼. 결혼도 안 했잖아?”    “봉건통이라구야? 개방세월에 연인인데 한번 만져보는데 어떻니?”    “안돼. 결혼 전까지 숫처녀를 완정하게 보존했다가 줄게.”    “서로 좋아하는데. 그것도 안돼?”    “안돼, 절대 안돼. 우린 아직 정식 약혼식도 안 했잖아?”    “에잇 씨, 애나 죽겠다. 이제 사돈보기 하고 약혼식 하고 언제 결혼하겠니?”    “좀 이를 악물고 참아라.”    달빛 아래 아름드리 버드나무 아래에서 국현의 씩씩거리는 거친 숨소리 들렸다. 뒤이어 긴 한숨소리 들렸다.    “가자. 오늘 밤에도 쉬털이 했다. 씨, 너 언제까지 애 먹일 작정이냐?”    “국현아, 몸을 달구지 말고 사랑을 달궈라. 애날수록 사랑은 더 달아오르는 거야. 알만해? 호호호.”    “퉤!”    국현은 층계를 내려가면서 침까지 내뱉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지영은 집 구석에 이불을 들쓰고 누워 어떻게 나영한테서 국현을 떼내겠는가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돌렸다.    (당장 그래야지!)    그녀는 이불을 활 걷어차고 일어났다.    지영은 곱게 치장하고 국현한테 핸드폰을 걸었다.    “공원에 나와 산보하지 않겠니?”    “밤중에 뭐야? 나영이 알면 뭐라겠어?”    “나영과 관계없어. 긴히 할 말이 있어 그래.”    달빛이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을 내리 비추는 달밤에 지영과 국현은 딱 나영을 만났던 버드나무 숲에서 지영을 만났다.    “여긴 안돼. 여긴 나영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야.”    지영은 공원 안을 둘러보다가 산 중턱에 있는 나무정자를 가리켰다.    “저기 정자 께 어떠냐?”    국현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제꺽 해라.”    지영은 국현의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면서 몸까지 탈아대며 응석을 부렸다.   “어째 처녀애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니?”    “뭘?”    국현은 온몸이 돌부처처럼 굳어졌다. 심장도 떡 멈출 것만 같았다.    지영은 대답 대신 국현의 목을 꼭 끌어안고 불시에 뜨거운 입술로 국현의 입술을 덮어감쌌다.    “왜 이래?”    “사랑해! 내 모든 걸 줄게.”    국현은 어정쩡해 서 있다가 믿어지지 않아 물었다.    "뭘? 다시 말해라."    "사랑해! 내 모든 걸 다 가져라."    "진짜?!"    "그래, 진짜."    "후회하지 않지?"    "서로 사랑하는데 하나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이게 꿈이야? 생시냐?"    "호호호."    국현은 반사적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뒤이어 밀착해오는 지영의 화끈 달아오른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끊임없이 홀락거리는 뜨겁고 부드러운 혀를 감미롭게 감빨았다.    드디어 국현은 손을 스르르 지영의 적삼 속에 넣었다.     “가만!”     지영은 국현의 손을 딱 잡고 얼굴을 떼고 달빛을 빌어 국현의 남북골을 쳐다보았다.     “날 사랑하니? 사랑한다면 네한테 다 줄게.”     “널 사랑한다.”     "다시 말해. 누굴 사랑하니?"    "나영을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야, 또 나영이야? 난 춘영이란 말이야. 절대 혼동하지 말라."    "아, 그만, 참. 지영일 사랑해. 허허허."    “다른 녀자 사랑하면 안된다. 특히 나영을 사랑해선 안돼. 배반하기만 해 봐라. 이걸 개를 훌 떼주겠다.”    국현은 지영의 가슴에 손을 넣어 매만지면서 다짐했다.    “지영아, 너만 사랑해. 절대 배반 안해! 배반하면 죽여라!”    그제야 지영은 국현이 손을 놓아주었다. 국현의 손이 20여년 동안이나 감싸고 감춰온 해빛을 보지 못한 지영의 풍만한 젖가슴을 사정없이 만지고 게걸스레 핥고 감칠맛나게 빨아댔다.     그는 나영한테서 꼬물만치도 얻지 못한 육욕을  만끽해나갔다.    달빛어린 수림에는 거친 숨소리, 처녀의 신음소리 간간히 들린다…    지영은 지금 생각해 봐도 달밤에 숫처녀의 젖가슴을 들이대고 국현의 사랑을 빼앗아온 것이 너무나도 나영한테 죄송했다. 나영한테 빈 틈을 주지 않으려고 국현과 번개식결혼한 것도 죄송하고 후회됐다.    (그놈새끼를 얻고 보니 그저 그런 걸. 아니, 어쩜 그 놈새끼 나영과 나를 동시에 유린했단 말인가?)     기실 그때 국현은 량손에 떡을 쥔 판이었다. 그는 나영의 풍만한 젖가슴을 놓기 싫었고 나영의 하얗고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도 놓기 싫었던 것이다. 강렬한 그의 점유욕은 암암리에 량쪽치기 해 나영과 지영을 동시에 점유해버렸던 것이다. 그는 기실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는 춘영마저 한 입에 삼키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엉큼한 개새끼!)    지영은 국현을 떠올리며 이빨을 득득 갈았다.    (개새끼, 나영을 임신시켜 놓고 책임지지도 않고 나와 결혼했단 말인가? 냐도 어쩜 한사코 국현을 나영한테서 떼내자고 저런 개새끼, 량심도 없는 바람둥이하고 결혼했어? 나영이 첫사랑을 미인계를 써서 빼앗더니, 아니, 육체를 미끼로 남의 남자를 빼앗더니 내사 죄를 만났지. 그래 춘영이 언니 원쑤를 갚느라고 내 발등을 밟아 놓았는지도 몰라. 어쩜 친구 남편하고 바람 피워? 파란 치마폭을 펄럭거리면서 하얀 허벅다리를 드러내 냄새를 피우더니. )    지영은 칼로 에이는듯이 가슴이 아파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어깨를 들먹이었다.    (나영아, 미안해, 죄송해.)    국현과 나영, 지영의 삼각 첫사랑은 달밤에 청춘의 푸른 꿈을 꾸었다. 허나 그 첫사랑의 여파는 오늘 밤에도 거세찬 파도를 일으키면서 두 여성 마음의 방파제를  아프게 사정없이 후려쳤다.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출생.      1974년 교하시 내자사진중 한족초중 졸업, 1976년 심심산골 조양공사 5.7중학교 고중 졸업, 귀향 후 1년 반 동안소 궁둥이를 친목동 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4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6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총 34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문학상 수상.
447    대하소설 황혼 제3권(42) 쌍둥이 지문 김장혁 댓글:  조회:443  추천:0  2024-09-15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2. 쌍둥이 지문      지영은 경찰서 앞에서 뺑소니치듯 빠져 달려가는 구급차를 보고 가슴에 두 손을 모아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저걸 어쩌나?”     그러나 나영의 정체를 안 종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지영은 옆에 말뚝처럼 서 있는 종호를 돌아보며 애원했다.    “리사장님, 병원에 따라가 봅시다.”    “그럴까?”    종호는 어정쩡해 서 있다가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택시!”    그때 때마침 택시 한대가 미끄러워져 왔다.    지영과 종호는 재빨리 택시에 올라탔다.    “저 앞의 구급차를 뒤쫓아가세요."    "병원으로!”    “알았어요.”    택시는 경정소리를 들으며 구급차 뒤꽁무니를 물고 늘어졌다.    지영은 택시에 앉아 구급차를 응시하면서 어깨를 들먹이었다.    옆에 앉은 종호는 지영이 노는 꼴이 하도 우스워 입귀에 조소까지 흘렸다.    “어떤 때는 머리끄댕이를 끄당기면서 싸우더니 지금은 우오?”    그만 속으로 생각한다는게 빗나가고 말았다.    지영은 종호를 피끗 곁눈질하더니 나직이 말했다.    “리사장은 몰라요, 나영과 내 사이 이왕지사를.”    지영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린 초중 때부터 한 학급에서 죽자 살자 한 딱친구였어요. 건데 고중을 졸업하고 나는 나영한테 마음의 큰 빚을 졌어요. 죽을 죄를 졌어요. 량심에 항상 걸린단 말입니다…”     종호는 그제야 지영이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천방백계로 나영을 보호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그는 지영과 나영, 춘영 사이에 무슨 말 못할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을 도울 순 없잖소?”   종호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괜히 속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구급차가 부근의 병원 문 앞에서 멈춰섰다. 구급대원들이 구급차 뒷문으로 뛰여내렸다. 그들은 아주 재빨리 나영을 담가차에 옮겨싣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춘영아!”    지영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황급히 담가를 뒤쫓아갔다.    나영은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모로 돌아누우며 뒤쫓아오는 지영한테 얼굴을 쳐들었다.    “가만 누워 있어요. 떨어지겠어요.”    여경이 나영을 꽉 눌러 되눕혔다.    나영은 지영한테 손을 내밀었다.    춘영은 뛰어가 나영의 손을 잡고 연신 물었다 .    “어째 이렇게 바보 짓을 해? 괜찮니?”    나영은 지영의 손을 꼭 잡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성림을 부탁하자."    나영과 춘영은 또 한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성림이 한국에 나와 조선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뭐냐? 내 잡혀가면 어쩌니? 성림인 이젠  나영을 믿곤 못 살아. 나영은 맨날 경찰들한테 쫓겨다니다나면 언제 성림을 돌보겠니? 성림은 고향에 돌아가면  조선말을 또 다 잊어먹어.  호로자식이 되겠는지 오랑캐 새끼 되겠는지 어떻게 아니?”    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근심하지 말라. 걔는 꼭 한국에서 조선말을 할줄 아는 애로 키워줄게.”    나영은 뒤따라온 종호한테 얼굴을 돌렸다.     그녀는 종호의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했다.    “카시모도,곤경에 처한 에메랄드 불쌍하잖아요? 좀 도와 주세요.”    종호는 나영한테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뭐요?”     나영은 카시모도 얼굴을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카시모도, 성림을 꼭 조선말을 할줄 아는 조선애로 키줘 주세요.”    나영의 그 한마디 말은 민족심이 강한 종호의 가슴에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종호는 담가를 따라 가면서 나영한테 머리를 끄덕이었다.    “근심하지 마오. 내가 살아 있는 한 성림은 꼭 조선족 애로 키울 거요. 세종대왕 옆에서 키우면 꼭 ㄱ, ㄴ, ㄷ, ㄹ 조상환상곡을 잊지 않을 게요.”      나영은 쌔무룩이 미소를 보내며 괴상한 소리를 했다.      "성림한테 조상들이 공부하던 하늘 천, 따 지, 감을 현, 누를 황도 가릋쳐 주세요. 조선족 전통환상곡을 잊지 말게 길러 주세요."     "근심하지 마오."     종호는 죄인으로서의 나영은 도우려는 생각이 꼬물만치도 없었다. 그러나 나영이 성림한테 조선어를 배우 주려고 아득바득 애쓰는 극진한 모성애를 보고 가슴이 찡 해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인간적으로는 또다시 나영이 뿔쌍해났다.     성림을 부탁하는 나영을 보고 지영은 고향에 두고 온 딸애 슬기 생각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었다.    (나도 슬기를 데려다 한글을 마음껏 배우게 해야지. 이런 좋은 언어환경이면 조상들이 남겨놓은 말을 제대로 배울 거 같아. 조선어로 글짓기도 하게 하고. 내 이루지 못한 동화작가 꿈도 슬기가 이루게 해야지. 성림과 슬기 함께 학교 다니면 얼마나 좋겠는가. 조선족애들끼리 서로 친구도 되고...)     여경은 시술실 앞에서 경계심에 찬 눈길로 지영과 종호를 되돌아보았다.     “돌아가세요.”    “병문안도 안되는가요?”    지영은 여경한테 눈을 흘기었다.    여경은 지영을 손가락질했다.    “경고해요. 전번에도 병실에서 이불을 들쓰고 나영인 척 하면서 나영을 도망치게 했잖아요? 이번에 나영의 도주를 도우면 엄벌을 면치 못할줄 아세요.”    지영도 물러서지 않았다.    “관두세요. 그때 나영이 날 침대에 쓰러눕히고 천오리로 묶어놓은 후 도망친 걸 낸들 어떻게 해요? 당신들이 무능하단 말이나 하세요.”    여경이 지영을 손가락질 하며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었다.    나영은 담가에 실려 시술실에 들어갔다.    “지영이, 무슨 일이오?"    지영이 얼굴을 돌려보니 함께 간병하던 혜련이 아니겠는가.    “친구가 시술하게 됐어.”    혜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니 또 간병하게 생겼구만. 무슨 도울 일이 있으면 알리오.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    “그럴게.”    삽십대 초반 혜련은 한국에 나온지 몇달이 안됐다. 그녀는 원래 음식점에서 일했는데 밤중까지 숱한 주정뱅이들의 심부름 해도 돈은 얼마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더러운대로 간병하려고 병원에 찾아왔댔다. 병원 사정을 잘 모르는 혜련은 지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녀는 간병하다가 무슨 일이 있기만 하면 지영을 찾군 했다. 지영은 간호장이 혜련을 깔보거나 괴롭히거나 일거리를 잘 주지 않으면 항상 나서서 시비하면서 혜련을 여동생처럼 챙겨줬다. 그래서 혜련은 지영을 언니처럼 믿고 간병해 이제야 병원에 발을 붙이고 간병에 적응됐다.    그때 한 남경이 황급히 공무가방을 들고 복도에 나타났다. 그 남경은 여경 둘을 데리고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공무가방에서 필림 같은 것을 꺼내는 것이었다.    여경은 힐끔 지영과 종호를 되돌아 보는 것이었다.    지영은 혜련의 팔소매를 쥐어당겨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경찰들이 모여선 쪽을 눈짓하면서 혜련한테 나직이 당부했다.    “저기 경찰들이 뭐라는가 좀 들어보겠소?”    혜련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곧추 경찰들이 모여 쑤근덕거리는 곳으로  스적스적 다가갔다.    여경은 남경과 뭐라고 쑤근덕거리더니 복도 굽인돌이에서 지영의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혜련은 경찰들을 흘끔흘끔 살피면서 가까이에 다가가며 귀를 도사리었다.    사실 남경은 그 사이 출입국사무소에 달려가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의 협조하에 나영의 지문과 입국시 춘영이 출입국사무소에 남긴 지문을 대조해보았던 것이다.    남경은 남경장을 보고 쑤근거렸다.    “참 이상해. 이 지문을 좀 봐. 웃기잖아?”   여경도 필림을 전등불빛에 들고 이리저리 보고 나서 의아해 입을 함박만큼 쫙 벌렸다.    “이렇게 밋밋한 지문은 처음 보는데. 왜 지문이 똑똑하지 못할까요?”    “진짜 웃기는 지문이야. 쌍둥이라더니 지문도 밋밋한게 비슷하잖아?”    남경의 말에 여경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진짜 이 쌍둥이 지문은 미스터리야."     사실 나영과 춘영은 식지를 거의 다 밋밋하게 숫돌에 갈아 버렸던 것이다. 그녀들은 식지를 숫돌에 갈고는 손도장을 찍어보기까지 했다.    여경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시술실에 들어간 저 여자는 나영이 아닐 수도 있단 말인가요?”    남경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춘영일 수도 있어.”    나영과 춘영이, 쌍둥이자매의 음모궤계가 먹혀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혜련이 지영이 앞에 다가왔다. 그녀는 금방 경찰들이 주고 받은 말을 그대로 쭉 이야기했다.    지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간나새끼들, 참 묘해. 누구도 그 쌍둥이 간나새끼들을 못 이겨.)    혜련은 자리를 떠나면서 지영을 보고 말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으면 알리오.”    “그래, 수고했소.”    혜련은 간병하러 병실로 총총히 가버리었다.    지영은 나영과 지영이 뛰어난 기만술에 못내 개탄했다.    종호는 여경을 보고 부탁했다.    “이보세요. 춘영이 조카애 혼자 집에 있어요. 춘영이한테서 집의 키를 좀 가져다 주세요.”     여경은 미심한 눈길로 종호와 지영을 번갈아보았다.     “키를 가져다 주세요.”     그제야 여경을 시술실 문을 두드리었다.     한참 후에 간호원이 키를 내다주었다. 남경은 자리를 뜰 념을 하지도 않았다. 아마 나영이 자꾸 번마다 도망쳐서 오늘 밤에는 단단히 지킬 예산인 것 같았다.    (수술환자가 어디로 도망친다고 저럴까?)    종호는 키를 쥐고 아니꼬운 눈길로 경찰들을 쓸어보더니 지영한테 얼굴을 돌렸다.    “지영이, 여기 무슨 일이 있으면 련락주오.”    “네. 알았어요.”    종호는 먼저 애를 보러 갔다.    지영만 믿음에찬 눈길로 멀어져가는 카시모도의 뒤잔등을 눈바램했다.    지영은 종호가 간 뒤 혼자 복도 장의자에 앉아 나영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지영은 나영이 병원에 온 후 기회를 타 도망치려고 머리비녀를 삼켰다는 것을 불 보듯 빤히 알고 있었다.    (나영이 도망치는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겠는지. 좀 기다려보자. 3층이니깐. 전번처럼 가스관이나 배수관을 타고 도망치긴 쉬울 거 같아.)     그때 갑자기 시술실 문이 활짝 열렸다.     의사와 간호원이 나영의 량팔을 붙잡고 걸어나왔다. 경찰들이 시술실 문께로 우르르 쓸어갔다.    지영은 자기 눈을 의심할 지경으로 놀랐다.    그녀는 나영한테 다가가며 물었다.    “아니, 어째 걸어나오니? 수술 다 했어?”    나영은 코웃음쳤다.    여경 둘이 달려나가 나영의 양팔을 붙잡았다.     남경장이 의사한테 물었다.    “수술 다 했는가요?”    “수술은 무슨? 복부 초음파검사를 아무리 해보아도 머리 비녀를 삼키지도 않았습디다.”     “네?!”     모두 놀라 초풍할 지경, 그들은 눈이 데꾼해 나영을 쏘아보았다.    “도망칠 궁리했구만!”     경찰이 어처구니 없어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그래도 지영의 머리 베아링처럼 잘 돌아갔다.      그녀는 경찰들 앞에 다가서며 고성을 질렀다.      “당장 춘영을 석방하세요. 어린애 밤중에 집에서 울면서 엄마를 찾아요!”     여경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안 돼요. 나영인지 춘영인지 완전히 밝혀지기 전엔 구치소에 가야겠어요.”     지영은 한발작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영은 한쪽에서 의아한 눈길로 지영의 입을 바라보았다.     “무죄한 중국 공민을 작작 가두세요.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확인했잖았는가요? 춘영이 지문과 일치하면 이젠 석방해야죠.”     남경장은 지영을 마주 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내심하게 해석했다.     “쌍둥이자매라면서요? 저쪽 나영인지 나포해 춘영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돼요. 그전엔 잠시 구치소에 가야겠습니다.”     그때에야 나영은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그녀는 여경들한테 붙잡힌 두 팔을 마구 뿌리치며 몸부림쳤다.     “이 한 밤중에 셋집에 어린 조카 애를 홀로 두고 왔는데요. 집에 가게 좀 놔주세요. 무죄한 여자를 억울하게 잡아 뒀다가 죄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남경장은 내심하게 해석했다.     “무죄면 왜 비녀를 삼켰다고 거짓말 했어? 병원에 왔다가 기회를 보아 도망치려는게 아닌가?”     남경장은 나영을 돌아보며 똑똑히 말해두었다.     "도주혐의 있기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겠어요."    여경은 나영의 잔등을 떠밀었다.    "걸엇!”      나영이 끌려가면서도 뭐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데도 경찰들은 들었는둥 마는둥 나영을 마구 끌고 경찰차에 다가갔다.    
446    대하소설 황혼 제3권(41) 인터폴 지명수배 녀도주범 김장혁 댓글:  조회:557  추천:0  2024-09-11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1. 인터폴 지명수배 녀도주범      남경장은 어둑시그레한 밀실에서 종호한테 물었다.     “성명?”    종호는 묻는 대로 대답했다.    “리종호입니다.”    “재직 직무”    “신문사 부사장”    “직함?”    “고급기자.”    남경장은 어깨를 잔뜩 살궈가지고 사무상 앞으로 두 팔굽을 내밀며 얼굴을 종호 앞에 가까이 접근해왔다.    “고급인테리에 지도급간부군요. 위증서면 위증죄를 질 수 있다는 걸 다 알 분이라고 믿는데요. 한가지 물읍시다.”    남경장은 책상등을 종호 얼굴 앞에 가져다 놓았다.    순간 전등불 직사광이 눈이 시리게 비춰졌다.    “금방 체포된 여자 박나영인가요? 박춘영인가요?”    종호는 남경장을 흘끔 쳐다보며 속궁리를 굴리었다.    그는 애를 데리고 아득바득 애쓰는 나영을 인간적으로 고발하긴 싫었다. 그러나 아까 말한 것처럼 확실히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면 다르다고 생각했다.    (먼저 지명수배도주범이 옳은가 확인해 봐야지.)    종호는 천천히 입을 뗐다.    “한가지 물읍시다. 나영인 무슨 죄를 졌습니까?”    남경은 냉소했다.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저 여자 박나영 맞죠?”    “제가 묻는 걸 대답하면 말하겠습니다.”    남경은 명확히 말했다.    “좋아요.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박나영씨는 공금 5만원 횡령한(탐오한)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입니다. 그는 다른 인터폴 지명수배 부패분자 최정호 문화국 국장과 함께 일본에 도주했다가 한국에 밀입국했습니다. 나영은 최정호와 함께 쪽박촌에서 나포됐댔는데 소변보러 모텔 화장실에 들어간 척하고 가스관을 타고 모텔에서 도망쳤지요.”     (5만원 탐오했으면 몇년 감옥살이 하면 될 걸 가지고. 세상 더러운 색마를 따라 도망치긴? 임신하고 낙태까지 해? 별 개고생을 다 해?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죄는 점점 커지는데.)     종호는 저도 몰래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에잇 , 참. 바보!”     남경장은 종호를 째려보았다.      “뭔데요? 지금 누굴 욕하는가요? 공무방애죄를 적용할까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나영을 두고 하는 말인데요. 5만원 탐오했으면 옥살이 몇년 하면 될 건데. 도망치긴?”      남경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 여자 박나영 맞죠?”     종호는 대답은 하지 않고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그는 여직껏 나영의 정체를 제대로 몰랐다. 그저 경찰에 쫓겨다니니깐. 그저 일본에서 밀입국해 불법체류라고 추적당하는가 했다. 그래서 나영을 숨겨주고 경제적으로도 도와주었던 것이다. 나영이 낙태시술을 할 때도 자기 집에 숨겨놓고 황선희박사와 지영이 시술하는 걸 여러모로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는 인간적으로 딸 같은 나영의 불운한 처지를 한없이 동정했다. 그러나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나영을 더 비호해줄 수 없었다.      그는 자기 삶의 좌우명을 어길 수 없었다.      “저 여자는 박나영 맞습니다.”      남경장은 우쭐 일어나 억센 손을 척 내밀어 종호의 손을 굳게 잡으며  악수했다.      “네, 감사합니다. 당신은 진짜 법과 상식을 지키는 분이군요. 진실이 허위를 이겼습니다. 허위로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고 해도 그것은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야옹 하는 격이죠. 진실은 언제든 꼭 밝혀질기 마련이죠. 우리도 저 여자 박나영 틀림없다고 여깁니다. 이제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확인하면 려권의 박춘영인가? 박나영인가 밝혀 질 거예요.”      그러나 카시모도는 한편으로 마음 한쪽 구석이 아팠다. 그 아픔과 함께 나영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 이제까지 자기가 딸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폈던 나영이, 에메랄드가 그런 부패분자일 줄은 몰랐다. 그는 이젠 인간적으로 나영의 기구한 운명을 동정하지만 그녀의 범죄는 증오하고 심지어 격분해 했다.     여경은 밀실에서 지영과 물었다.     “저 여자 진짜 춘영인가요?”    “그래요. 춘영인데요.”    여경은 지영이 전번에 류려평을 신고했는지라 그녀의 말은 좀 믿었다.    “두 자매 용모는 똑 같던데요. 특히나 볼에 옴폭 파인 볼우물 퍽 인상적인데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어요.  볼우물도 똑 같더군요.”     박지영은 더는 종이장으로 불덩이를 싸서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한참 궁리를 돌리다가 한마디 했다.     “한가지 제보하지요. 나영과 춘영은 쌍둥이자맨데요.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어요.”     “네?!”     여경은 저으기 놀랐다.     “쌍둥이자매라고요? 글쎄 저희도 그렇게 예감이 들긴 했는데요. 쌍둥이 자매 확실하군요.”     그제야 여경은 이른바 춘영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영은 바로 쌍둥이 자매라는 그 점을 이용해 자기 정체를 가리고 있었어.)     찰칵!     갑자기 밀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삼라만상이 환히 드러났다.     여경은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영을 데리고 밀실에서 나가며 나직이 말했다.     “나영과 함께 경찰서에 련행해 미안해요. 그러잖으면 나영한테 제보자가 들켜날 수도 있지요.”     지영은 여경이 배려하는 마음에 고마웠다. 한편 마음 한쪽 구석에는 나영한테 또 량심상 한가지 마음의 빚을 더 지는 것 같아 죄송했다.     기실 지영은 나영한텐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나영을 해치려는 마음은 꼬물만치도 없었다. 그것은 나영의 첫사랑 국현을 자기 신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자기 남편과 소낙비 내리는 싯허연 대낮에 공원 주차장에서 차 안에서 바람 피운 춘영을 증오하고 미워했다.    지영은 춘영을 생각만 해도 악이 나 이를 쁙쁙 갈았다. 그는 이번 기회에 나영을 춘영이라고 위증해 나영이 대신 춘영이 체포돼 개고생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편 나영은 지영의 그런 속셈도 전혀 모른 채 안도의 숨을 후- 내쉬었다.     (내 지영을 용서허기를 잘 했어. 이래서 관용과 용서는 살인도 멈추게 한다고 했는가.)     그녀는 삼검풀처럼 착잡한 고민에 빠졌다.     (박지영, 간나새끼, 내 첫사랑 국현을 도적질해 갔지. 저 간나새낀 지금 량심의 빚을 갚으려는 건가? 아니면 딱친구 정을 잊지 못해 머리끄댕이를 줴 뜯으면서 연극까지 놀았을까?)     나영은 고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아니야, 이 세상에는 믿을게 하나도 없어. 정호를 봐라. 자기 야욕을 다 채우자 다 파 먹은 김치독처럼 날 차버리지 않았는가. 날 보호하는 척하면서 얼마 탐오했는가고 내 죄상을 장악한 후 심계국에 물어먹지 않았던가. 믿던 놈이 그렇게 내 뒤통수를 칠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지. 색마와 부패타락한 자기 정체를 감추려고 그렇게 없으면 죽을 것 같아 하던 애인마저 감옥에 처넣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까지 련상하자 나영은 온몸에 소름이 끼쳐 바르르 전률했다.    “절대 아무나 믿어선 안돼. 믿던 도끼등에 찍힌 일이 어디 한둘인가?”    나영은 우쭐 일어나 쇠살창을 부여잡고 꺼먼 구릅 속으로 헤염쳐 들어가는 달을 쳐다보면서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굴리었다.     (종호랑 지영이랑 믿어선 절대 안돼.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리사장이 내 정체를 다 알면 계속 카시모도처럼 날 보호하자고 하겠는가. 그는 이제껏 그저 불법체류해 추적당했는가 해 보호했을 수도 있어. 지금 이 시각…)    여기까지 생각한 나영은 종호와 지영을 믿고 경찰서 림시 구치실에 가만히 앉아 수동적인 위치에서 기다릴 순 없다 것을 느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여기서 도망쳐야 해.)     그는 구치소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도망칠 궁리를 했다.     이윽고 구치실에서는 비명소리가 귀청을 쨀듯이 울려퍼졌다.     “사람 살려요!”     나영은 구치실 널바닥에서 갑자기 배를 끌어안고 땔땔 구을며 연신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렀다.     “아이구, 배야!”     여경이 열쇠를 쥐고 다급히 뛰어왔다.     여경은 열쇠를 쥐고 쇠살창 사이로 구치실 널바닥에서 땔땔 구으는 나영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뭔 일인가요?”     “아이구, 배야! 머리 비녀를 삼켰어요.”     옆에서 다른 수감자들이 소리쳤다.     “여경아씨, 빨리 병원에 호송해요!”     여경은 눈이 데꾼해졌다.     “뭘? 비녀를 삼켜?!”     여경은 황급히 자물쇠를 열고 뛰어들어갔다.     “언제 일인가요?”     나영은 손으로 목을 가리키며 숨 넘어가듯한 소리를 쳤다.     “금방, 아이고, 배야! 살려 줘요!”     나영이 애원하는 소리를 듣고도 여경은 좀처럼 움직일 념도 하지 않았다.     “병원에 이송됐다가 도망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요?”    여경은 여러번 병원이나 모텔에서 도망친 나영의 전과를 생각해 경솔히 구치실에서 내놓기는 경계심이 앞섰다.      다른 여수감자들은 어이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여수감자들은 저희들끼리 눈짓을 찔끔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손가락만큼 긴 비녀를 목에 걷어넣는 걸 똑똑히 봤는데요.”     그제야 여경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느끼었다.     “어서 병원으로 갑시다.”     여경은 나영을 부축해 복도로 나갔다.     나영은 허리를 온전히 펴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여경의 몸에 기대여 간신히 경찰서 당직실까지 걸어갔다.     당직경찰이 긴급히 전화를 쳤다.     “119구호대, 여긴 XX경찰선데요. 긴급히 구호차를 보내주세요. 네. 여수감자가 비녀를 삼켰어요.”     이윽고 구호차가 경적소리 높이 울리며 밤 시가지를 꿰지르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여경과 남경장은 나영을 구호차에 싣고 부근의 병원에 달려갔다.      경적소리가 무더운 밤하늘을 어지럽게 자르며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X        X         X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894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민성 에피쏘드:    초중 1학년 때 학습위원도 하고 첫패로 "홍위병"에 가입해 로투구만인갱에 가서 전교 사생들 앞에서 빨간 "홍위병" 완장을 왼팔에 끼고 오른 주먹을 불끈 쳐들고 선서까지 했다.    중학시절 나어린 나는 당시 "독서벼슬론"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무슨 뜻인지도 전혀 몰랐다.그러나 "4인무리" 시대를 잘못 만나서 공부를 잘한 것도 죄로 돼 류소기 '독서벼글론'의 류독이 깊은 학생"으로 딱지 붙어다녔다. 너무나도 내 머리에 맞지 않는 커다란 꼬깔모자였다. 열심히 로동하면서 "사상개조"를 해 질투와 비방 속에서도 학교 단총지까진 입단이 비준됐다. 하지만 학교단총지 서기란 청년교원이 공사 공청단위에 가서 나를 "류소기 독서벼슬론'에 푹 물젖은 학생"이라고 음해하는 바람에 고중을 졸업할 때까지 끝내 공청단조직에 입단도 하지 못했다.    귀향해 1년 반 동안 목동으로 돼 소 궁둥이를 치면서 재교육을 잘 받아 동료목동 최희 단지부 서기와 박철수 단원의 소개로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서야 겨우 입단.    후에 방송국 기자시절에 입당도 하고 출판사에서도 당지부 조직위원으로 돼 활동에서 맹활약했다. 지금은 연변주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당지부 서기로 됐다. 나는 자그마한 정치자력이라도 애나게 얻은 정치생명이기에 아주 소중히 여겨왔다. ㅎㅎㅎ.    그러나 나는 어려서부터 시기와 질투를 많이 받고 무함과 음해를 당했기에 정치를 딱 싫어했다. 젊은 시절부터 귀향해 고향의 강에서 소나 방목하면서 량심적으로 글이나 쓸 소박한 푸른 꿈을 꿨댔다. ㅋㅋㅋ.           X           X            X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촌 시골 농민가정에서 출생.        1974년, 교하시 모 한족초중 졸업, 1976년 고향의 산골 5.7고중을 졸업,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4년 36세에 영광스럽게 중국공산당에 입당.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로년세계"잡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잡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4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6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저서  총 34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445    대하소설 황혼 제3권(40) 쌍둥이자매 김장혁 댓글:  조회:536  추천:0  2024-09-10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40. 쌍둥이자매     쇠살창 속 경찰서 당직실은 에어콘을 틀어놓아 시원한 바람이 삼복지간의 찜통더위를 밀어내고 있다. 홧홧 달아오른 바깥에서 경찰서에 들어선 종호는 오히려 시원한 감이 들어 좋았다.     “항의해요!”     경찰서 당직실에 들어가자마자 나영이 고래고래 고함쳤다.     “무슨 죄 있다고 무고한 중국 공민을 체포해?”    종호도 동조했다.    그는 경장한테 다가가 항의했다.    “저 춘영이 무슨 죄 있다고 체포합니까? 나영인가 합니까? 당신들은 오해했습니다.”    “그만해요!”    여경은 종호와 나영을 손가락질했다.     “연극을 작작 노세요.”     여경은 종호와 나영의 앞에 손을 척 펴서 내밀었다.     “핸드폰을 내놓으세요.”     “왜?”     나영은 쌍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어서 내놓으세요.”    여경은 매서운 눈길로 콕콕 찌를듯이 쏘아보며 명령했다.    “여긴 경찰서지 장마당 아닙니다.”    나영은 머리를 폭 숙이더니 핸드빽에서 핸드폰을 순순히 꺼내 주었다.    종호는 핸드폰을 건네주면서도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여경은 지영의 앞에 가서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내놓으세요.”    지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핸드폰을 훌 내주었다. 그러나 그의 눈길에는 내 것도 거두는가는 불만이 다분히 번쩍였다.    여경은 컴퓨터 앞에 가서 척 들어앉더니 나영을 쏘아보며 물었다.    “성명?”    “박춘영.”    종호의 눈길과 지영의 눈길이 마주치며 아주 미묘한 미소를 입귀로 흘리었다.    “제대로 말하세요,”    “성명 박춘영”    “안되겠군요.”    여경은 컴퓨터 건판에서 손을 떼더니 나영의 핸드폰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드디여 여경은 나영의 눈 앞에 핸드폰을 척 내들었다.    “이 문자 메시지 보세요.”    나영이 보니 지영이 자기한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나영아, 보라매공원에 오라. 우리 항상 만나 앉아 한담하던 그 장의자에 오라.      “박나영이 아니라고 떼를 쓰겠나요?”    여경은 냉소하며 손을 또다시 건판에 가져다댔다.    “어서 성실히 말하세요. 박나영, 맞죠?”    “아니요. 난 춘영이오. 려권을 보세요. 명명백백히 박춘영이라고 찍혀 있어요. 에이, 참, 한국은 법이 밝다더니 경찰들은 왜 억지로  억울하게 굴어요?”     여경은 나영과 려권의 사진을 찬찬히 대조해 보았다. 아무리 올리훑고 내리훑어 봐도 진짜 볼에 옴폭 파인 볼우물도 똑 같았다. 비자도 문제 없었다.     “한국에 입국할 때 혼자 왔는가요?”     “저의 조카 성림을 데리고 왔는데요.”     “성림이 몇살이죠?”     “7세.”     “좋아요. 애를 데려다 물어도 다 드러날 걸. 어서 나영이라고 인정하죠?”     여경은 나영의 얼굴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살폈다.     “이제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찍어보면 다 드러나요.”     순간 나영은 속에서 망돌짝이 쿵 떨어지는 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영은 이젠 경찰서고 뭐고 구을러먹을 대로 구을러먹어서 아주 태 연자약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직도 억울하다는 얼굴 표정에는 크게 변화 없었다.     갑자기 나영은 무릎을 탁 치며 발딱 일어났다.     “깜짝이야. 이걸 어쩌나?”    여경은 의아한 눈길로 나영을 경계하는 눈치었다.    “웬 일인가요?”    나영은 아닌 보살을 떨었다.    “애를 재워놓고 나왔는데요. 어서 놔 주세요. 애 혼자 밤중에 무서워 어쩌는가요?”    픽!    여경은 냉소했다.    “연극을 작작 노세요.”    여경은 나영을 데리고 밀실에 가서 지문을 채집했다.     “어서 로실히 탄백하세요. 박나영 맞죠?”     “아닌데요. 박춘영인데요.”     여경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꽤나 끈질기군요. 내일 오전을 넘기지 못해 다 밝혀지겠는데도. 참. 왜 이렇게 바보처럼 우둔해요? 출입국사무소에 가 지문을 대조하면 모든게 드러날 건데요. 어서 성실히 탄백하세요.”     나영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나 시간을 벌어 도망칠 틈을 엿봐야 했다.     피뜩 춘영이 떠올랐다.     “정 믿지 못하겠으면 나영과 직접 통화해 보세요.”     여경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나영을 데리고 당직실에 나왔다.     여경은 나영의 핸드폰을 찾아 나영한테 건네며 명했다.     “나영인지 춘영인지 영상통화해요.”     나영은 춘영의 핸드폰을 쳤다.     여경은 옆에서 핸드폰을 지켜보았다. 드디여 핸드폰에 춘영이 떴다. 진짜 나영과 생김새 똑 같았다.     나영이 재빨리 선손을 쳤다.     “나영 언니, 잘 있니?”     “오- 그래. 전화 하지 말라더니 웬 일이냐? 한밤중에.”    핸드폰에 뜬 여성은 말할 때면 옴폭 패인 볼우물이 퍽 인상적이었다.    여경은 피뜩 령감이 떠올랐다.    (혹시 나영과 춘영인 쌍둥이자매 아닌지? 뭔가? 혹시 나영과 춘영은 똑 같은 쌍둥이자매 용모를 이용해 서로 신분을 바꿔 주어대고 있지 않는가?)    나영은 재빨리 춘영한테 위급한 자기 신변을 알렸다.     “지금 경찰서야. 여경이 날 나영이라고 억지 부려 그래.”     그러자 춘영도 나영의 신변이 위험한 걸 눈치챘다.     “그만 끊어. 난 경찰에 추적당하잖니? 핸드폰에 내 위치 드러나면 끝장이야!”     핸드폰이 툭 끊겼다.     경장이 춘영의 핸드폰 위치를 인차 추적해냈다. 그녀는 수원시 쪽에 있었다.     “어때요? 진짜 나영을 보았잖아요? 저를 어서 내놔요. 어린앤 이모 없으면 울어요.”     여경은 그 말꼬리를 제꺽 물고 놓지 않았다.     “어린애는 왜 엄마하고 함께 보내잖고 이모라는 당신과 함께 있는가요?”     나영은 그럴듯하게 꾸며 댔다.     “나영 언닌 항상 경찰들한테 추적당하기에 애를 저한테 맡겼는데요.”     여경도 더 어쩔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나영을 풀어줄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다.     여경은 저쪽에 있는 남경장한테 다가가 한참 쑥떡거리더니 나영을 경찰서 림시 구치소에 데리고 갔다.     나영은 구치소에 끌려가면서 종호와 지영을 번갈아보며 기대에 찬 눈길을 보냈다.     “지영아, 내 혹시 못 나가면 조카애를 잘 부탁한다.”     지영도 또 그럴듯하게 연극을 놀아댔다.     “춘영아, 조카 근심하지 말라. 차마 대한민국 경찰들이 아무 죄도 없는 너를 나영이라고 구금하겠니?”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종호와 지영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며 손을 저었다.     그녀는 구치실에 스적스적 걸어가면서도 제 좋은 생각을 굴리었다.     (카시모도는 죽어도 날 물지 않을 거야. 저 지영은 좀 그런데. 간나야. 좀 도와달라.)     여경은 쇠살창문을 드르릉 열더니 나영의 잔등을 떠밀었다.     “들어가세요.”     “아니, 날 가두면 성림인 어쩌는가요?”    여경은 표독스런 눈길로 쏘아보며 물었다.    “저쪽, 이종호씨와 지영씨는 지인 아닌가요? 그들 보고 오늘 밤 봐달라고 하세요.”    나영은 쇠살창 사이로 종호를 내다보면서 부탁했다.    “이보세요. 카시모도, 오늘 밤 에메랄드네 애 좀 봐주세요. 이모 없으면 걔 울겠는데. 경찰 아가씨도 너무 무정해요.”     종호가 다가와 말했다.     “근심하지 마오. 내하구 지영이 돌봐 줄테니까.”    나영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었다.     남경장과 여경은 종호와 지영을 데리고 각기 다른 밀실로 들어갔다.     나영은 멀어져가는 발걸음소리를 들으며 구치소 벽에 기댄 채 모래무지처럼 스르르 무너져 앉고 말았다.     (끝장이야. 어쩐담? 임시 춘영하고 짜고 들어 연극을 놀면서 속여 넘겼는데. 내일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춘영의 지문과 대조해보면 모든게 들통날게 아닌가.)     그녀는 절망에 빠져 울상이 됐다.     (아니야. 오늘 밤 끝장날 수도 있어. 카시모도와 지영이 내 신분을 까밝히는 날엔 당장 끝장이야. 난 고향에 인도돼 추악한 죄값을 치르게 될 거야. 그럼 성림인 어쩐단 말인가? 성림을 어디까지나 훌륭한  한국어환경에서 공부를 시켜 참된 조선애로 키우려 했는데. 이젠 그 마지막 소박한 꿈도 끝장 아닌가?)     나영은 무릎을 주먹으로 탕탕 쳤다.     한참 후 그녀는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녀는 쇠살창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을 내다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앞에는 일루의 희망의 빛이 보이었다.     (그래도 지영을 한번 믿어보자. 아까 내 머리끄댕이를 줴 끄당기며 연극 논 걸 봐. 지영인 신고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고의로 날     춘영이라고 연극 놀았잖아. 글구 고의로 한어통인 여경이 들으라고 한어로 연극 놀지 않았어? 쟤가 내 첫사랑을 빼앗아간 마음의 빚을 갚자는 걸까? 춘영은 지영한테 보복했지만 지영이, 너도 내게 량심적으로 빚을 졌지 않았어? 안 그래?)     나영은 지영을 믿기로 했다.     그녀의 눈앞에는 종호의 외까풀 눈과 말상이 떠올랐다.     (아, 리사장님, 당신은 젤 믿을만한 사람이죠. 에메랄드를 보호한 카시모도처럼 여직껏 날 보호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내 한국에 들어온 후 마음이 고달프거나 역경에 처했을 때 기대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이었죠. 어버이 같고 오빠 같은 분이였지. 글구 나도 당신을 그만하면 푸대접은 하지 않았지요. 색마네 냉면집에서 애나게 번 한달 로임을 그채로 당신 책 내라고 주지 않았던가요? 당신은 날 배신할 수 없지요.)     순간 그녀의 눈앞에는 이전에 종호가 자기를 보호하고 도와주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우린 냉면집에서 처음 면목익혔지. 냉면을 잡수러 몇번 오더니 나와 친숙해졌지요. 내가 색마 허보수한테 능욕당하기 싫어 엄동설한에 눈풍설이 이는 날에 허망에 나앉아 트렁크를 끌고 종각역 부근에서 헤맬 때도 리사장은 어버이 따뜻한 손길을 뻗쳐 날 자기 집에 데려다 재웠지요. 날 시름놓고 자라고 리사장은 엄동설한에 종각역 층계에 가서 앉아서 쪽잠을 잤댔지요. 려향한테 오해를 사면서도 당신은 날 자기 집에서 계속 살게 했지. 내 배 점점 부어올라 락태수술할 때에도 자기 고중동기 여친구  황선희 박사를 불러 자기 집에서 락태시슬을 하게 했지. 그리고 날 보신시키려고 손수 닭곰도 해 대접했지요. 그때 그 어버이 같은 사랑을 내 어찌 잊으리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잊지 못해요. 내 경찰한테 추적당하는 걸 알고 항상 날 위안하면서 자기 집에 감춰놓았댔지요… 그런 리사장님이 날 고발할 사람이 아니지요? 맞죠?)     나영은 또다시 지영을 떠올렸다.     (지영도 그래. 만약 그가 날 고발할게면 진작 기회가 많았어. 내가 홍대입구 부근으로부터 경찰들한테 추적당해 병원으로 도망해 들어갔을 때였지.  넌 날 보고 자기 간호사복을 갈아입고 주사밀차를 밀고  뒤쫓아들어온 경찰들의 눈 앞에서 복도로 해 도망치게 했지. 넌 내 옷을 갈아입고 병실 침대에 이불을 들쓰고 누워 있다가 경찰들한테 붙잡혀 갖은 수모를 다 당했지. 지영이 고발할게면 그때 진작 했을 거야. 락태수술을 할 때도 지영인 시술칼과 마취약, 소독약, 핀센트를 가지고 와서 황선희 박사를 도와 수술해주지 않았던가… 그런 딱친구 지영이 날 물어먹을 수 있겠는가.)     나영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내 첫사랑 국현을 도적질해간 지영을 용서 잘했어. 이래서 관용과 용서는 살인도 멈추게 한다고 했는가?)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894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대대 제8생산대에서 한 생산대 정치대장의 아홉번째 아들 조왕돌로 태여났음. 스님의 말을 듣고 부모는 앓지 말고 건실하게 자라라고  갓난애기 나를 보에 싸서 시퍼런 칼과 함께 함지에 담아 조왕간 덕대에 올려놓았음. 그래서 어릴 때 애명도 "조왕돌"이었음. 그러나 미신과는 달리 시시콜콜 앓기만 해 약골이었음.      1974년, 교하시 모 한족초중 졸업, 1976년 고향의 산골 5.7고중을 졸업하고 귀향해 1년 반 동안 소 궁둥이를 쳤음.심심산골 목동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4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6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저서  총 34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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