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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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41 ]

21    [시]가을 노래(보들레르[프랑스]) 댓글:  조회:1593  추천:11  2009-03-18
우리는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겨들겠지 잘 가거라 너무 짧은 우리 여름날들의 눈부신 빛이여 안마당 깐 돌에 부딧쳐 섬뜩하게 울려 퍼지는 땔나무 나가떨어지는 소리가 벌써 들리네 겨울 무두가 내 존재 속으로 되돌아오려는 참 역정과 미움 ,셀레임과 두려움. 강요된 고생이 그래서 내 심장은 제 북극 지옥에 떨어진 해처럼 시뻘겋게 얼어붙은 덩어리 하나가 되고 말겠지 떨어지는 장작개비마다에 귀기울이면 소름끼치니 단두대 쌓는 소리보다 더 무딘 그 메아리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망치 얻어맞고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탑과도 같구나 이 한결같은 충격에 흔들리는 내 귀에는 어디선가 관에 서둘러 못박는 소리 들리는 듯 누구의 관일까? 어제는 여름이었고 이제는 가을 그 신비로운 소리가 하나의 출발인 양 울리는구나  
20    [시]시계(보들레르[프랑스)] 댓글:  조회:1194  추천:7  2009-03-18
시계! 무섭고 사정 없고 불길한 신 그 손가락이 을러메며 우리에게 말한다 "명심해! 설레는 고통들이 질겁한 네 심장에 곧 꽂힐 거다 마치 과녁을 맞히듯이" 마치 무대 뒤로 사라지는 공기의 요정처럼 안개 같은 쾌락이 지평선 쪽으로 도망칠 거고 사람마다에게 철철이 허락된 즐거움을 순간마다가 한 조각씩 내게서 뜯어먹고 한 시간에도 3천 6백 번 초는 속삭이지 명심해! ㅡ 현재는 그 벌레 같은 목소리로 재빨리도 말하지: 나는 이미 과거야 그래서 나는 더러운 내 빨대로 네 생명을 빨아올렸어 낭비자여! 리멤버! 수비앙 똬! 에스토 메모르! 익살맞은 인간아 1분 1분은 바로 노다지 금을 가려내기도 전에 버려서는 안 되지! 시간이 속임수 없이도 번번히 따는 걸귀같은 노름꾼임을 명심해 이건 철칙이야 낮은 줄어들고 밤은 늘어나지 명심하라고 심연은 노상 목이 마르고 물시계는 물이 마르니 곧 시간이 치겠지 그때는 거룩한 우연도 아직은 처녀인 네 아내 존엄한 미덕도 뉘우침마저도 모두가 네게 말할 거다: 죽어라 늙다리야 이젠 늦었어 라고  
19    [시]높이 오름(보들레르[프랑스]) 댓글:  조회:1056  추천:13  2009-03-18
못들 위로 골짜기 위로 산과 숲과 구름과 바다들 위로 태양 저 너머 하늘 저 너머로 별 박힌 천체들 끝 저 너머로 내 정신아 너는 날렵하게 움직여 물결 속에 넋을 읽은 근사한 헤엄꾼처럼 그지없고 씩씩한 쾌락을 맛보며 드깊은 무한을 희희낙락 누빈다 이 병든 독기에서 썩 멀리 날아가라 저 높은 공기 속으로 가서 깨끗해져라 그리고 깨끗하고 거룩한 술을 마시듯 맑은 공간에 가득 찬 밝은 불을 마시라 안개 자욱한 삶을 잔뜩 엎누르는 갑갑증과 엄청난 시름들을 뒤로 하고 맑게 빛나는 들 쪽으로 힘찬 날개로 내닥칠 수 있는 몸은 행복하구나 자기 생각들이 종달새 떼 처럼 아침이면 자유로이 하늘나라로 날아올라 ㅡ 삶을 굽어보면서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그 말을 쉽사리 알아듣는 사람은 행복하구나
18    [시]가을밤의 대화(쿠시노 신페이) 댓글:  조회:1106  추천:12  2009-02-17
춥지. 응, 춥군. 벌레가 울지. 응 벌레가 우는군. 이제 곧 흙 속으로 들어갈 테지. 흙 속은 정말 싫은데. 몹시 말랐군. 자네도 말랐는데. 어디가 이렇게 결릴까. 배겠지. 배를 떼 버리면 죽을 테지. 죽긴 싫은데. 춥군. 아, 벌레가 우는군.
17    [시]애가(哀歌 프랑시스 잠) 댓글:  조회:1210  추천:16  2009-02-17
ㅡ내 사랑이여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내 사랑이여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ㅡ눈이 내리네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눈이 내리네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ㅡ아직도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아직도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ㅡ이렇게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이렇게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그 후 당신은 말했지ㅡ사랑해요ㅡ. 나는 대답했지ㅡ나는 당신보다 더ㅡ라고, ㅡ여름도 가는군ㅡ당신이 내게 말하고, ㅡ이젠 가을이군요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그리고는 우리들의 말도 달라졌지. 어느 날 마침내 당신은 말하기를ㅡ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데... 그래서 나는 대답했지ㅡ또 한 번 말해 봐요... 또 한 번... (그것은 어느 거대한 가을날 노을이 눈비시던 저녁이였지.)
16    [시]방랑(헤르만 헤세) 댓글:  조회:1209  추천:17  2009-02-12
슬퍼마라, 이제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하아얀 들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손을 잡고 휴식하리라 슬퍼마라, 이제 때가 오리라 우리들의 작은 두 개의 십자가는 밝은 길가에 서 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그리고 바람은 또 끊임없이 불어가리라
15    [시]추억(바이런) 댓글:  조회:1318  추천:15  2009-02-12
모든 것은 끝났다 꿈이 보여준 그대로 미래는 이제 희망의 불이 꺼졌고 나의 행복의 나날은 다 하였다 불행이 찬 바람에 얼어 내 인생의 새벽은 구름에 가려졌다 사랑, 희망 그리고 기쁨이여 모두 안녕 추억이여, 너에게도 안녕하고 인사할수 있다면
14    [시]시간(쉘리) 댓글:  조회:1176  추천:10  2009-02-12
측량할수 없는 바다 그대의 파도는 세월 시간의 대양이시여, 그대 깊은 고뇌의 바다는 인간눈물의 연분으로 해서 짭짤해졌도다 그대 해안없는 해양이여, 그대의 민물과 썰물 사이 죽음이라는 운명의 한계를 끌어안고 포획물에 실증을 느끼면서도 더 많은 것을 달라 고함치며 황량한 해안가에 그대의 표류물들을 토해내는구나 고요속에서 변덕스럽고 폭풍우속에서 끔직하니 누가 헤아릴수 없는 바다 그대에게로 나아가리오.
13    [시]오지만디아스(쉘리) 댓글:  조회:1190  추천:14  2009-02-12
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나그네를 만났는데 그의 이야기이다. 몸뚱이 없는 커다란 돌다리 두 개가 사막에 서 있다. 그 근처 모래속에는 깨여진 얼굴이 반쯤 묻혀있다. 찌프린 얼굴로 굳게 다문 입 차갑게 내려다 보는 멸시의 표정엔 조각가가 분출한 열정이 생명없는 물체에 각인되여 있어서 이들을 묘사한 손과 심장의 박동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것 같다 받침대엔 이런 말이 써있다. 나의 이름은 왕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다. 너희들 위대한 자들아 내 업적을 보고 두 손을 들어라 분괴된 거대한 페허중에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적막하고 솟은 것 없이 평평하게 끝없이 뻗어있는 텅 빈 사막밖에는...
12    [시]혼자(헤르만 헤세) 댓글:  조회:1154  추천:10  2009-02-12
지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도달점은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걷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11    [시]고독(R.M.릴케) 댓글:  조회:1117  추천:11  2009-02-12
고독은 바다 같다. 저녁때에 바다에서 올라와 먼 평야에서 언제나 고독한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하여 비로소 도시 위에 떨어진다. 박명의 시각에 비는 내린다. 모든 거리가 아침으로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체와 육체가 실망하고 슬프게 헤어져 갈 때 그리고 시새우는 사람이 함께 하나의 침상에서 잠자야 할 때, 그 때, 강물과 함께 고독은 흐른다...
10    [시]새벽(아르뒤르 랭보) 댓글:  조회:1356  추천:13  2009-02-12
나는 여름 아침을 껴안았다. 궁전의 이마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물은 죽었다. 망령들의 부대는 숲길을 떠나지 않았다. 거칠고 미지근한 숨결을 깨워 나는 걸어갔다. 보석들이 바라다보고 있었다. 날개들이 소리 없이 일어났다. 신선하고도 흐릿한 빛으로 벌써 가득 찬 샛길에서의 첫번째 모험은 자기 이름을 나에게 말해 주는 꽃이었다. 나는 전나무 사이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있는 금발의 바세르팔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나는 하나하나 베일을 걷어올렸다. 길에서는 팔을 흔들면서 평원에서는 수탉에게 그녀를 알려 주었다. 대도시에서 그녀는 종탑과 궁륭 사이로 도망갔다. 거지처럼 대리석 부두를 달려가며 나는 그녀를 쫓아갔다. 월계수 숲 가까이 있는 길에서 나는 그녀의 진한 베일로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거대한 육체를 조금 맛보았다. 새벽과 아이는 숲 아래로 떨어졌다. 다시 일어나자 정오였다.  
9    [시]낙엽(레미 구르몽) 댓글:  조회:1226  추천:13  2009-02-11
시몬느, 가자,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나엽의 빛깔은 부드럽고, 그 소리는 너무나 나직하다. 낙엽은 이 땅 위의 연약한 표류물,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해질 무렵 낙엽의 모습은 서글프고, 바람만 몰아치면 낙엽은 정답게 외치는데,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발길에 밟히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날개 소리,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오라, 우리도 언제가는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오라, 날은 이미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휩쓸고 있다.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8    [시]화살과 노래(롱펠로우) 댓글:  조회:1103  추천:9  2008-09-26
하늘을 향해 나는 활을 당겼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도 빨리 날아가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길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강하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서 나는 보았다. 아직 껏이지 않은 채 박혀있는 화살을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7    [시]안개속(헤르만 헷세[독일]) 댓글:  조회:1334  추천:9  2008-09-26
안개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다
6    [시]악의 꽃(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댓글:  조회:1382  추천:8  2008-09-26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 정신을 악의 배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큰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묵이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이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니, 그 놈이 바로 ! - 뜻업시 눈물 고인 눈으로, 놈은 담뱃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 위선의 독자여, - 내 동류여, - 내 형제여!
5    [시]삶(월트 휘트먼 ) 댓글:  조회:1283  추천:8  2008-09-26
나는 공기처럼 떠납니다. 도망가는 해를 향해 내 백발을 흔들며. 내 몸을 회오리바람에 흩뜨리고 바위 끝에 떠돌게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풀이 되고자 나를 낮추어 흙으로 갑니다. 나를 다시 원한다면 당신의 구두창 밑에서 찾으십시오 처음에 못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한 곳에 내가 없으면 다른 곳을 찾으십시오. 나는 어딘가 멈추어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4    [시]여자(마리 로랑생) 댓글:  조회:1323  추천:13  2008-09-26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슬픈 여자에요 슬픈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불행한 여자에요 불행한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버려진 여자에요 버려진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떠도는 여자에요 떠도는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쫓겨난 여자에요 쫓겨난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죽은 여자에요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잊혀진 여자에요
3    [시]음악(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댓글:  조회:1185  추천:15  2008-09-26
음악은 때때로 나를 사로잡는다 바다처럼! 출범한다 나는 창백한 별을 향해, 자욱한 안개 속으로 끝없이 넓은 창공 속으로 돛대처럼 부푼 가슴 힘것 내밀고 나는 탄다 밤에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나는 느낀다 신음하는 배의 모든 정열이 진동함을, 광막한 바다 위에서 나를 흔든다 순풍과 폭우 그리고 진동이, 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2    [시]사랑이 끝날 때(프란시스 윌리엄 버딜론) 댓글:  조회:1306  추천:13  2008-09-26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낮은 하나 뿐 하지만 밝은 세상의 눈은 사라진다 저무는 태양과 함께 마음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가슴은 하나뿐 하지만 한 평생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끝날 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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