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화의 중국문화풍경3만만디의 진실(3): 무공불입(无孔不入)
중국인의 만만디는 심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거리를 지나도 인도나 차도를 거의 분간하지 않고 여유작작하게 두리번거리며 볼 것을 다보면서 지나며, 시골에 가면 등 뒤에서 경적소리 울려도 아무런 반응 없이 앞만 보고 자기 갈 길을 팔자걸음 치며 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또 누가 뭐라고 해도 들었는지 말았는지 감각이 없고 반응이 없으며 꾸짖어도 쉽게 분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만디도 때와 장소 및 상대에 따라 틀린 것이다. 무공불입(无孔不入)이란 사자성구가 있다. 비집고 들어 못가는 틈새가 없다는 뜻이다. 또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중국속담이 있다. 자신의 이익, 특히 금전과 관련되는 일에서는 무차별 뚫고 들어가며, 자신의 이익이 침해를 받았다고 판단 될 경우는 참을래야 참을 수 없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쟁선공후’(争先恐后)하는 것이다. 뒤질세라 앞 다투어 달린다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경쟁이 보편화된 상업적인 중국인들에게 만만디는 사업스타일이자 대방에 주는 미혼술(迷魂术)이며 진정한 카드는 단 한방에 범 콧등의 돈이래도 번개같이 챙기는 속도이다. 세계는 지금 중국의 염가상품의 홍수에 모대기로 있다. 누군가는 중국제품을 쓰지 않고 일주일 동안 생활하는 실험까지 하였다고 한다. 중국 상인은 파리처럼 무공물입, 윙윙 거리며 어디나 간다는 기사도 가끔씩 보게 된다. 중국 한 도시에서 옛 상업거리를 허물게 되었다. 모든 상품을 청리하느라 70-80퍼센트 할인이라고 소리친다. ‘손해 보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손해 보지 않는다면 개새끼다.’란 글을 번듯이 써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 거리를 익숙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많은 점포가 원래의 가게가 아닌 것이다. 여기서 소리치며 물건을 파는 이들은 몇 날 전에 여기로 점포를옮긴 사람이다. 이 찬스에 돈이나 얼려 벌자는 수작이다. 사기 당하는 것은 당연 이 거리를 잘 다니지 않던 소비자이다.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중국인의 만만디. 한국인에게는 착각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기실 중국인의 만만디가 한국인들에게 인상 깊게 안겨준 것은 일상생활, 사업방식일 것이다. 술을 마셔도 천천히, 시간 구속이 따로 없이 일터를 뒤로 제치고 즐긴다. 항목신청을 하려해도 해당 부분의 인가 공인을 몇 십 개 찍는다던가, 급한 문건이나 서류가 담당자에게까지 도착하면 유효기간이 얼마 지났다던가, 상급에서 요구하는 통계보고서를 하급에서는 신청 마지막 일자보다 늦게 접수되었다던가 하는 기이한 현상에서 받은 느낌이 짙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은 꼭 필요한 사건, 관건적 문제에서의 해결 속도는 만만디가 아닌 것이다. 국가나 개인적 차원에서 이는 엄청난 일치감을 나타내고 있다. 빨리 빨리에 습관 된 한국에서 아시아항공회사 조종사들의 파업해결은 장장 20여 일이란 긴 시간을 끌어왔다. 만만디의 중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옛말 같은 전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