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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편 본질론, 제 1장 문학의 본질, 제 1절 문학의 내함
2007년 08월 12일 21시 28분  조회:2972  추천:14  작성자: 최균선


                                                       제 1편 본 질 론 

                                                        제1장 문학의 내함

                                                        제1절 문학의 본질

  1.문학의 함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의 양상은 어떠한가? 인간의 정감활동이란 무엇인가? 하는 또 다른 물음을 이끌어내여 한마다로 된 정답이 있을수 없다. 문학의 정의는 다만 문학의 어제와 오늘에 비추어 학술적의의를 가질뿐이다.
  문학이란 그 어원이 라틴어에 있다. 중국의 경우, 문학의 원초적함의는 문장과 박학(博学)이였다. “문학”이라는 단어가 처음 출현된것은 ≪론어≫였는데 문채(文彩)의 함의를 내세우면서 동시에 학식의 함의도 가지고있었다. 문(文), 사(史), 철(哲), 학예(学艺)를 총칭하는 말로 쓰였던것이다. 이렇듯 문학은 넓은 뜻으로는 학문을 가리켰지만 좁게는 시(诗),서(书),례(禮),악(樂)을 가리켰다.
  위진시기에 문학에서 “박학”을 배제하고 풍부한 언어로 감정을 표달하는데 주의를 돌리면서 문학은 보다 단일한 함의를 가지였다. 즉 문학은 인간의 감정표달을 위주로 하는 문채있는 언어작품을 가리켰다. 무릇 문채가 뛰여난 작품과 연박한 지식을 현시하는 서사작품을 모두 일컬어 문학이라고 지칭한것이다.
  전통적으로 말하면 문학예술은 작가가 투시한 삶의 현장과 생활상을 언어를 기본수단으로 하여 형상적으로 관조하고 반영하는 사회의식형태로서 문학의 네가지 요소로 세계, 작가, 작품, 독자를 말하고있다. 문학은 우선적으로 작가의 자아가치실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새로운 정신세계이며 전적으로 독자들에게 예술적인 대화의장(场)을 제공하는것이 목적이다.
문학을 현실의 재현이라고 할 때 모방성을 가지게 되며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때 실용성을 가지게 된다. 문학이 작가의 사상감정의 표백이라 할 때 표현성을 가지게 되며 문학이 문학작품 그 자체라고 할 때 객관존재가 된다.
  사회학이 인간들의 집단생활의 양상을 파악시키려 한다면 문학은 종합적으로 인간을 파악하므로 삶의 진실한 현장이고 인류정감의 화랑이다. 사무엘 존슨은 ≪쉐익스피어론≫에서 “쉐익스피어의 희곡은 인생의 거울임과 동시에 무생물계의 거울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쉐익스피어의 장점이다.”라고 했다. 똘쓰또이는 문학을 인간의 심층에 숨은 진실과 비밀을 샅샅이 분석하여 보여주는것이라 하였고 아놀드는 시 즉 문학은 인생의 비평이라 하였는바 비평성은 곧 문학의 강장제이다. 문학은 일상적체험에서 벗어난 상상에 의거하여 새로운 체험을 독자에게 제시하면서 인생의 의미나 존재를 밝혀낸다.
  사회와 시대의 발전에 따라 문학창작은 인류의 가장 격렬하면서도 치밀한 생명운동으로, 가장 다채롭고 풍부하며 가장 오묘한 심리교류의 장이 되고 일체예술의 풍만한 모체가 되였기에 인류문명사를 눈부시게 장식하고 힘있게 떠밀어준 가장 유용한 예술이라 한다.
  다종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치렬한 정감을 독특한 예술방식으로 표현하고 그것들을 체험시키고 인식시키며 울고웃게 하는것이 바로 문학이다. 그러기에 풍부한 문학의 화랑은 단순히 과거에서 발굴하는 정보적차원에 머무는것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미래와 더불어 자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참조계로 부상되였다.
  2. 문학의 본질
  문학은 작가가 생활속에서 얻은 체험을 글로 표현한 예술이다. 이 정의에는 문학이 하나의 예술적형상을 갖는 구조물로 성립된다는 내용이 함축되여있다. 따라서 문학의 본질을 구조, 내용과 형식에 따라 여러가지로 살펴볼수 있다. 문학의 본질을 규정함에서 미와 서술을 전제로 크게 세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로 예술작품의 객관적존재를 주요착안점으로 하는것, 둘째로 작가의 주관창작작용을 주요착안점으로 하는것, 셋째로 문학 자체를 문화령역 혹은 문화가치의 일종 형태로 보는것이다.
  문학예술은 문화의 특수령역으로서 일정한 리념을 지도원리로 한 정신가치창조의 형식이다. 문학은 정신, 사상과 리념속에 본질적이고 숭고하며 고귀하고 참된것의 찬란함을 인간의 감정과 직관에 제공하여 향유하게 하며 불행과 죄악, 선과 미, 인생현장의 참상, 욕망과 기쁨을 알도록 제시한다.
  문학은 독자를 전제로 할 때 가르치면서 기쁨을 선물하는 예술형식이다. 문학작품은 작가의 내적사상감정을 외면화한 결정체이지만 객관화과정에서는 리성화한다. 그러므로 작가의 체험요소를 운치있게 배렬하는 조직화작업을 마친 보다 높은 층차의 생활화폭이다.
  즐거움은 미적측면이고 정신적깨달음은 공리적측면이다. 문학을 통하여 우리는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정신적인 깨달음을 얻으면서 자아의 완성을 도모한다. 즉 개인과 사회, 개인과 력사간의 관계를 함께 아우르는 총체적인 삶을 체험하게 된다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있다.
  문학의 또 다른 본질적인 규정은 정감을 순화시키고 교훈을 주며 도덕적으로 완성시켜주는것이다. 즉 한편으로 감정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속에서 공포와 련민, 고통스런 감동, 놀라움을 일으키면서도 동시에 만족을 주고 또 그런 감정과 열정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작품이 표현한것의 효과에 대해 쾌감, 만족,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주는데 있다. 그로써 더 높은 삶의 가치실현을 기약한다.
  문학은 해당 시대의 기존체제와 가치취향을 비판할수도 있거니와 작가적리념의 실현을 위해 그 시대의 도덕재판관으로 나서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새로운 도덕건설을 추구하면서 독자들도 그것을 감수하도록 함으로써 문학의 인식적, 교훈적기능을 체현시킨다. 문학은 심미의식형태의 성질을 가진 개체경험으로 창조된 가상세계이지만 인류의 공통정서를 다루기에 보편적감동을 준다. 누군가 두보의 경물시를 읊는다고 하자.

       꾀꼬리는 버들숲에서 우지짖고
       백로는 푸른 하늘에 줄쳐오르네.
       창문은 먼산에 천년설 머금고
       문밖엔 동오의 배 만리길 오가네.

  문학언어는 청각에 호소하고 시간속에서 진행되는 동작도 핍진하게 묘술하지만 직관형상은 조성할수 없고 간접적형상이 될수밖에 없다. 랑송자의 목소리에서나 혹은 문자속에서 꾀꼬리, 버들숲, 백로, 푸른 하늘, 배를 볼수 없지만 음향은 청각을 통하여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경험적련상을 불러오며 감정활동을 촉동할수 있다. 이것이 바로 언어예술의 본질이자 독특한 매력이다.
  문학의 본질적속성에는 이처럼 대상요소, 의미적요소, 성음요소가 포괄된다. 언어는 인간의 사상의 직접적현실이므로 인간의 내심체험으로부터 시작하여 복잡한 사회현상과 인생현상을 묘술한 문학은 인생의 해석 혹은 비평이 된다. 문학은 현실인식과 현실가치의 국한성을 극복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유적의식을 얻게 하며 현실적인 인생결함과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기게 함으로써 더욱 바람직한 인생을 추구하게 한다.
인류는 리상의 실현과 현실과의 일치와 조화를 기대한다. 작가들은 현실에서 만족시킬수 없는 념원을 문학활동으로 깨우쳐주어 현실개조의 격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인류에게 불가결의 생명활동방식이 되는 주요한 원인이고 본질적속성이다. 그러나 문학의 가장 본질적속성은 바로 미적가치실현으로서 문학의 가치인소의 총체적인 심리효응이다.
  3. 대화로서의 문학
  문학을 대화라고 한다. 문학적대화는 일상적인 대화의 연장선우에 있으며 그 산생과 전달과정, 구조가 비슷하기때문이다. 그만큼 문학은 작품을 매개물로 독자들과 진행하는 진지하고 다양하며 폭넓고 심도깊은 생명대 생명의 지적인 대화이다. 문학문본(텍스트)에서 작가는 은페되여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신의 지향과 감정의 표현이다. 문학창작은 작가가 처한 사회에의 대항성에서 산생되는것으로서 사회적대화를 전제로 하고있고 또 그렇게 하지 않을수도 없다.
  작가의 매 한차례의 창작행위는 독자와 대화하고싶은 충동 혹은 내심의 괴로운 정서, 독자와 나누는 모종 희열감, 사회, 력사, 인성에 대한 감수를 독자와 교류하고싶은 자아표현욕에서 비롯된다. 그만큼 창작행위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정신적반향을 전달하는 행위로서 개성적인 감수와 비평을 담게 된다.
  문학적대화는 반복적으로 자행된다. 례컨대 쉐익스피어와 독자들의 대화는 세기를 넘어도 수없이 진행되고있다. 텍스트가 시이든, 소설이든, 작가의 사색을 진솔하게 표백하면서 동시에 자기의 모습을 자화상처럼 내비춰보인다. 김소월의 시 ≪길≫을 례로 들자.

어제도 하루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십리(十里)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가오.

말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定州郭山)
차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길은 하나 없소.

  이 시는 기질적으로 류랑인의 생리를 타고난 소월의 삶의 투영이며 개인의 정한을 토로한것으로 볼수 있다. 소월은 실제로 삶의 터전을 찾아 여러곳을 옮겨다니면서 살았다.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는 령혼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떠돌고있다. “오늘은/또 몇십리/어디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가오”,“내게 바이 갈길은 하나도 없소”등의 고백속에 고향을 상실하고 류랑하는 나그네의 쓰라리고 애달픈 심정이 절절하게 토로되고 있는것이다.
나그네가 가는 길은 끝이 없는 려정, 뚜렷한 목적지가 없이 가야 하는 길이다. 그리고 시는 식민지상황에서 떠돌아다닐수밖에 없는 실향민의 비애를 대변한것이라 할수 있다. 길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비유적으로 쓰이는 인생길이나 운명의 갈림길일수도 있으나 이 시에서의 길은 하나의 상징으로서 류랑민의 눈물겨운 삶의 행로의 표상이다.
  시 ≪길≫은 ≪랑인의 봄≫이나 ≪버리운 몸≫등 일련의 시작품들과 같이 바로 집과 고향, 님과 조국을 잃고 떠도는 나그네의 방황의 세계이다. 그리고 이 갈곳이 없는 나그네는 나라를 잃은 조선인민의 상징인 동시에 인민을 나라를 잃은 슬픈 무리로밖에 인지하지 못한 시인의 제한된 정신자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대의 기분속에서 시인과 정감교류를 하며 공감하게 된다.
  4. 문학적대화의 형태
  문학적대화는 작가와 독자간의 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문학문본과 문본간에도 대화가 진행된다. 작가가 어떤 작품을 읽고나서 촉동받고 원작의 맥락을 이어 창작한 실례가 많다. 조설근의 ≪홍루몽≫의 80회본이 세상에 나온후 고악이 원본에서 시작된 대화의 계주봉을 자각적으로 이어받아 120회본을 집필하였는데 대화를 연장시켜 훌륭한 력사적인 대화의 장으로 완성시켜놓았다.
  중국작가 고효성의 ≪진환생이 도시에 들어가다≫가 세상에 나온후 ≪진환생의 전업≫, ≪진환생이 입당하다≫, ≪진환생이 출국하다≫등 작품들이 뒤이어 세상에 나왔다. 다음 문본간의 대화의 지속이다. 이를테면 번안소설이라는것인데 외국소설을 자국의 현실에서 맞게 각색해서 옮긴 일종 대화형식이다.
  번안소설은 번역과는 달리 번안자의 주관적, 상상적개입이 두드러지고 심지어 원작의 상당부분이 변형되거나 첨삭되기도 한다. 대체로 사건이나 줄거리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인명, 지명, 풍속, 인물의 정서, 말씨…등을 자국의것으로 바꾸기도 한다. 우리 말의 번안소설로 ≪장한몽≫, ≪설중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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