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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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우리 글
2014년 06월 12일 11시 28분  조회:5511  추천:4  작성자: 김희관
그때는 우리 연변자치주 창립 60돐을 맞아 경축행사가 많을 때였다. 도문에서 장고축제가 열린다고 하여 아침 일찍 친구들과 함께 비를 무릅쓰고 도문강변으로 달려 갔다. 한손에는 우선을 추켜들고 한손으로는 카메라를 받들고 어서 진행되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중 드디여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대회의 사회자가 사회는 물론 시정부 지도자의 축사마저 한어로 하는 것이다. 연변조선민족자치주 창립 60돐 기념행사인데 이렇게 해서야… 다운 된 기분을 눅잦히고 이튿날 그래도 희망을 품고 왕청현의 상모축제를 보러 달려갔다. 역시 그 모양이다. 사회자는 힘차게 한어로 사회하고 현정부 지도자의 축하연설도 한어였다. 그래서 또 한번 섭섭했다. 
 
1995년 8월, 필자는 서울에서 귀한 손님을 만났다. 쿠바에서 오신 헤로니모 임(임은조)씨이다. 임선생의 조부모는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하였는데 그들이 바로 1903년부터 인천항에서 하와이와 아메리카 여러나라들의 사탕수수농장으로 팔려간 조선인 로동자들의 후예인 것이다.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그는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쿠바혁명에 참가한 인물이며 카스트로와는 동갑내기이자 아바나대 법대 동기동창이다. 쿠바혁명에 이바지한 공로와 능력을 인정받아 쿠바혁명정부의 농림부 차관을 지낸 그에게  필자는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질문을 했다. “우리말 우리글을 아십니까?” 임선생의 통역이 스페인어로 통역을 했다. 그랬더니 임선생은 그야말로 똑똑한 발음으로  “엄마, 김치, 아리랑”를 연발했다. 훗날, 그는 몇 백명밖에 안되는 동포들에게 우리말 우리글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을 보급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있다고 전해왔다. 
 
우리는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자부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수천가지에 달하는 언어문자들 중 우리 말과 글은 13번째로 그 사용자 수가 많은 언어문자이다. 또한 국내 외에서 찬란한 문화와 기적을 창조하고 전파하고 기록하는데에 있어서도 위대한 업적을 쌓아온 언어문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우리말 우리글은 본 민족언어일 뿐만아니라 “외국어”의 역할도 하고 있으니 일거 양득인 셈이다. 필자는 지난 세월 조선, 한국, 일본, 미국,호주, 홍콩 등 나라와 지역을 방문하면서 그 어떤 곳에서든 우리말 우리글로 상대방과 자유롭게 소통을 할수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너무 자랑스러웠고 무한한 긍지감과 자호감을 느꼈다.
 
우리는 우리말 우리글을 자녀와 후배들에게 <대물림보배>라고 가르쳐 대대손손 이어가게 해야할 것이다. 만족의 경우를 보자. 역사 속에서 한 획을 굵게 그은 그 거대한 대청제국을 호령하던 만족, 그들은 현재 자신들의 언어와 문자를 모두 잃어버리고 결국 한어와 한자에 동화되고 말았다. 그러니 민족의 문화도 대가 끊어지는 지경에 처해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주지하다 싶이 료녕성 한 일대에 살고 있는 <박씨마을>사람들도 유전자는 분명 조선족임이 틀림이 없는데 우리언어와 문자를 전혀 모르니 제구실을 못할 수밖에 없는것 이다. 그러니 우리말 우리글을 잊으면 다 잃는것이 아닌가?
 
특히 조선족 공무원들은 앞장서서 우리말 우리글을 굳게 지키고 잘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요즘도 여러 행사에 참석해 보면 조선족 공무원들이 무엇이 두려운지 조선말로 사회하고 발언하기를 꺼려하는 기색이 역역하다. 참 안됐다. 중국에서 가장 큰 조선족집거지이고 중국조선족문화의 고장인 연변에서 조선족공무원들이 우리말 우리글을 멀리하면 과연 누가 우리말 우리글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다행이도 2014년 3월25일자로 주 인대에서는 “조선어문자의 날”을 설정할데 관한 결정을 내렸다. 조선족공무원들은 이러한 법규을 잘 인지하고 떳떳이 우리말 우리글을 잘 하는 전제 하에서 한어의 사용도 잘 하기를 바란다.
 
얼마전 국제뉴스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매일 우리글로 일기를 쓴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으로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우리도 그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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