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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강산은 참으로 아름답다. 봄에는 평원으로부터 장백산까지 차례로 꽃이 피고 가을이면 장백산에서 평원으로 단풍이 물든다. 요즘은 단풍이 강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면서 산천이 거대한 수채화로 변해가고 있다. 모아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먼 산들은 벌써 단풍이 들었고 세전이벌은 황금벌로 변했는데 만무과원에서는 사과배가 무르익는다. 산책길숲속에는 머루넝쿨이 먼저 빨갗게 물들어 이제야 노란색을 내비치는 단풍나무에 넥타이처럼 드리워져 가을소식을 알린다.
1991년 가을, 필자는 기자들과 함께 돈화에서 장백산방화호림 전용비행기에 올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리가 방금 리륙했을 때 땅위에는 초가을 풍경이라 단풍이 짙지 않았다. 비행기가 장백산림해에 점점 다가가면서 우리는 광활한 단풍의 바다위를 날리시작했다. 가을이라는 세월은 장백림해를 다채로운 꽃밭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저마다 바쁘기 시작했다. TV기자는 동영상을 촬영하느라고 여념이 없고 사진기자들은 더욱 와이드한 장면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창문유리가 화면의 질을 떨어뜨리것이 아쉬운 기자들은 기장에게 청을 들어 아예 비행기 대문을 확짝 열어제끼고 각자는 허리에 바줄을 단단히 매고 대문가에 없드려 신나게 단풍의 바다를 찍고 또 찍었다.
비행기가 고도를 점점 높이면서 단풍의 바다는 점점 멀어지고 저 멀리 구름의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비행기는 구름속을 날아오르더니 드디여 새파란 하늘을 보게 되였다. 그순간 저멀리 하늘가에 웅장한 장백산이 둥둥 떠 있지않는가. 우리는 감탄의 함성을 지르면서 넋을 잃었다. 이 강산을 천만년 지켜온 성산이 아니가. 기자들은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하는 항공영상으로 장백산의 웅위로운 모습을 마음껏 촬영했다. 우리는 그렇게 가을이 금방 겨울로 이어지는 대자연의 조화를 한눈으로 보았다. 지금도 20년전 그날의 장백산사진을 보느라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세월도 무르익으면 단풍이 든다. 그래서 <세월의 단풍>이라 불러본다. 농부들은 진달래피는 봄날부터 벼씨를 붓고 논을 갈면서 한해 농사를 시작하여 단풍이 물들면서 한해의 풍작을 맞이한다. 사실 매년마다 단풍이 곱게, 그리고 오래도록 물들어 있으면 가을농사도 그만큼 넉넉하다. 그것은 서리가 늦게 내리기 때문이다. <세월의 단풍>이 짙게 피여날수록 농가에는 산같은 벼낫가리며 빨간고추다래 노란호박이 마당과 지붕을 장식하게 된다.
인생도 배움의 세월, 분투의 세월을 지내고 나면 <세월의 단풍>을 보게 된다. 배움의 세월을 회상할 때면 아직도 책갈피속에 소중히 간직한 단풍잎처럼 생각나는 스토리들이 많다. 대학시절 유전학을 배울 때 현대유전학의 대부인 멘델의 경전적인 실험이 생각난다. 우선 순종의 흰색 완두꽃에 빨간 완두꽃을 잡교하여 얻은 씨를 이듬해에 심었을 때 피여난 완두꽃은 모두 빨간색이였는데 그러한 빨간꽃에 모두 자화수분을 해서 그 씨았을 다음해에 다시 심어 피여난 꽃은 절묘하게도 빨간꽃과 힌꽃의 비례가 3대1이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실험으로 하여 멘델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에는 자아를 복제하고 대대손손 유전하려는 유전인자가 있다는 유전법칙을 규명했다. <10년 동란>의 세월에 북대황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가끔씩은 멘델의 완두꽃실험이 생각나서 매번 들꽃을 볼 때마다 그 꽃들의 색상을 유심히 살피면서 동란세월의 번뇌를 잊으려했던 기억이 난다. 현대의 생명공학은 바로 그 전설적인 완두꽃실험을 밑거름으로하여 동물과 식물의 유전인자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명함으로써 인류는 지금 <생명을 좌우지하는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빨간단풍, 노란단풍 역시 그러한 아름다움을 대대로 물려주려는 단풍유전인자의 조화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150여년이란 세월을 중화민족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살아왔다. 우리가 력사에 남긴 <세월의 단풍>은 많고도 많다. 우리는 겨례의 유전자가 담긴 <세월의 단풍>을 한잎한잎 잘 주어서 우리의 력사를 빛내야 할것이다. 또한 개혁개방의 세파속에서 새로운 삶의 지혜를 터득해 앞으로 가야할 만리장정길 위에 계속 <세월의 단풍>을 피워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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