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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해의 소망
-김희관
<산또끼 토끼야 너 어데로 가나, 깡충깡충 뛰여서 너 어데로 가나…> 토끼해가 왔다. 옛날에 부르던 동요 <산토끼>가 생각난다. 1938년 <조선동요작곡집>에 처음 실린 동요<산토끼>는 세세대대 어린이들에게 애창 동요로 구전되고 있다. 동요<산토끼>는 푸르른 산야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산토끼의 형상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고 푸른동산을 즐기는 랑만적인 동화의 세계를 그려주고있다.
고전소설<토끼전> 또한 우리가 잘 아는 문화유산이다. 지난 50년대 소학교 <한글>교과서에서 <토끼전>을 배우던 그 즐거움이 떠오른다. 우리반 녀선생님이 마침 그 당시 유행을 따라 희토끼털목도리를 두르고 다녔는데 매번 <토끼전> 얘기만 나오면 학생들이 키득키득 웃음보를 터뜰여서 난리가 났었다.
고전소설<토끼전>은 인도설화에 뿌리를 둔 불전설화(佛典說話)를 근원설화로 하고 있다. 그 근원설화는 중국의 불교경전 번역본과 우리조상들의 재창작과정을 여러차례 거쳤다. 그래서 인도의 불전설화에서 원래는 악어의 아내가 원숭이간을 먹고 싶어했다는 우화에서 고전소설<토끼전>으로 재창작되는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토끼전>은 여러가지 문체로 력사경전에 실리고 소설<토끼전>으로 씌여지고 판소리 <수궁가>로 불려왔다.
<토끼전>에서 토끼가 자라의 속임수에 넘어가 자라등을 타고 바다 깊숙히 룡궁에 도달하니 불치병에 걸려 신음하는 룡왕이 당장 간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친다. 토끼는 생사결판의 찰나에도 정신을 가다듬고 혼신의 지혜를 다 풀어 열변을 토한다. <소토(小兎), 비록 죽을지라도 한 말씀 아뢰리이다. 대왕은 천승의 임금이시요, 소토는 산중의 조그마한 짐승이라. 만일, 소토의 간으로 대왕의 환후(患候) 십분 하리실진대, 소토, 어찌 감히 사양하오며, 또 소토 죽은 후에 후장(厚葬)하오며 심지어 사당까지 세워 주리라 하옵시니, 이 은혜는 하늘과 같이 크신지라, 소토 죽어도 한이 없사오나, 다만 애달픈 바는, 소토는 바로 짐승이오나 심상(尋常)한 짐승과는 다르와, 본대 방성(房星) 정기를 타고 세상에 내려와 날마다 아침이면 옥 같은 이슬을 받아 마시며 주야로 기화요초(琪花瑤草)를 뜯어 먹으매 그 간이 진실로 영약이 되는지라. 이러하므로, 세상 사람이 모다 알고 매양 소토를 만난즉 간을 달라 하와 보챔이 심하옵기로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와, 염통과 함께 꺼내어 청산녹수 맑은 물에 여러 번 씻사와 고봉준령(高峰峻嶺) 깊은 곳에 감추어 두옵고 다니옵다가, 우연히 자라를 만나 왔사오니, 만일 대왕의 환후 이러하온 줄 알았던들 어찌 가져오지 아니하였으리잇고?> 참으로 토끼의 지혜, 결국은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토끼해를 맞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망은 앞으로 우리가 새하얀 토끼들처럼 지혜롭게 오손도손 살아가는 것이다. 지혜란 무었일까? 지혜는 바로 슬기, 사리를 밝히고 모든 사안을 잘 처리해 나가는 능력이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는 슬기롭게 살아왔다. 문제는 21세기라는 새로운 력사시기에서는 우리 주변환경의 모든것이 다 급변하고 있는것만큼 역시 더 높은 차원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부단히 충전되는 지식과 수시로 수집되는 정보, 그리고 다이나믹한 네트워크 환경속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그 와중에 사람마다 집단마다 정확한 판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에게는 민족자치라는 파워가 있다. 우리가 오직 <애국애족>의 사업을 벌려 나간다면 우리의 지혜는 빛을 바랠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역시 옛날에 재미있게 배운 동화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경주를 하는데 저만치 먼저 달려간 토끼가 뒤에서 저 멀리 떨어진 거북이를 비웃으면서 산등선에서 한잠을 잤다. 토끼가 잠에서 깨여나 보니 거북이가 앞서가 그만 경주에 졌다는 얘기다. 어쩌면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 동화를 다시 읽고 자성해야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대학시험에서 우리 학생들이 주내의 한족학생들보다 평균점수에서 크데 뒤졌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게 웬일인가? 하고 크게 놀랐다. 몇십년간 토끼처럼 저멀리 앞서가던 우리의 청소년들이였는데.
우리는 분명히 진화하고 있고 진취하고 있으며 진보하고 있다. 그 에너지는 바로 지혜이다. 우리가 농경사회에서 공업화사회로, 농촌에서 도시로 나아가서는 국내외 방방곳으로 삶의 시공을 넓혀가면서 분명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뿐만아니라 더 높은 단계의 지식과 정보와 재간을 소유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면서 진취하고 있어 석사박사 지성인들이 엄청나게 늘고있다. 그러한 노력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재부와 영광, 그리고 참신한 삶을 누리게 해 진보의 참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확신하건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은 오직 지혜로운 삶의 길뿐이다.
(전 주문화국장)
2011년 1월6일 소한 – 16일 일요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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