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fangcao 블로그홈 | 로그인
김희수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3)
2013년 10월 29일 19시 54분  조회:2780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김희수
 

3. 아버지와 그분

 

 

화내지 마세요, 아버지…

락서한 《반성문》을 내흔들며 날벼락을 내리려는 아버지앞에서 귀녀는 선손을 썼다.

이제부터 도망치지 않겠어요. 그리고 아버지 말씀대로 영어랑 컴퓨터랑 착실히 배우겠어요!

그렇게 새로운 결심을 다지는 귀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여태껏 귀녀는 아버지, 만사통, 한주먹에게 맘속으로 항의해 왔고 반역해 왔던것이다.

학급에서 줄곧 첫손에 꼽히던 귀녀의 학습성적이 만사통과 한주먹이 오면서부터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초중에 올라가선 중등에 머물렀고 고중에 진학해선 말등으로 하강선을 그었다. 만사통이 틀어쥘수록 귀녀는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아예 일부러 공부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 만사통이 시키는 공부엔 기계적으로 대처했고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남몰래 《서유기》를 읽으며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다니는 환상에 잠기곤 했다.

귀녀는 락서한 《반성문》을 만사통에게 넘겨주면서 문뜩 이러한 반항이 너무나 무력하고 또 자신에게 아무런 리득도 없다는것을 느꼈다. 동시에 이 《감옥》에서 완전히 뛰쳐나가는 유일한 길은 자립의 길이라는 도리를 번개같이 깨달았다. 어서 마음을 고쳐먹고 영어도 배우고 컴퓨터도 익혀 직업을 찾자. 그러면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손오공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수 있을것이다.

그래. 그래!

귀녀의 전변에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귀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귀녀는 아버지의 웃음에 놀랐다. 어머니가 돌아간후로 아버지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었다. 그분이 올 때마다 한두번씩 웃는 때도 있었지만 그건 마음속으로 탁 터뜨리는 진짜 웃음이 아니였다. 그 웃음이 사라지는것과 동시에 자애롭던 아버지의 용안은 엄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귀녀가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이 집은 웃음이 없는 집이였다. 아버지뿐만아니라 만사통과 한주먹도 웃을줄을 몰랐다. 언제나 신경질적인 만사통은 좀체로 웃는법이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앞에서만은 례외였다. 이상하게도 만사통은 아버지를 대할 때마다 씽긋 웃는다. 제딴에는 달콤하게 웃느라 포즈를 취했겠지만 귀녀가 보기엔 어쩐지 바보스럽다. 그 웃음을 받는 아버지의 태도가 언제나 무감각한것도 모르고… 한주먹은 더구나 웃음을 몰랐다. 언제나 무뚝뚝한 한주먹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는다는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가. 아무튼 한주먹이 웃는것을 귀녀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웃음이 없는 이 집은 《감옥》냄새를 더욱 짙게했다. 웃음이 그리웠던 귀녀는 집안에서 가끔 홀로 거울을 마주하고 호호 웃어도 보고 바깥출입을 할 때면 일부러 한주먹앞에서 깔깔 웃어대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보는 아버지의 웃음, 그 웃음을 다시 한번 더 보고싶었지만 가석하게도 그 웃음은 너무나 짧은 순간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대신 귀녀의 어깨에 놓인 아버지의 손길은 뜨거웠다. 그것은 아버지의 애정의 표시였다. 귀녀는 오래간만에 부성애를 느끼면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너무나 일찍 어머니를 잃은 귀녀는 모성애를 잘 모르고 자랐다. 귀녀가 다섯살이 되였을 때 어머니가 간암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어떻게 생겼던지 귀녀는 별로 기억에 없다.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어머닌 절세가인이였고 자신은 어머니를 똑 닮았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만은 기억에 생생했다. 귀녀야, 혹은 여보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언제나 졸졸 흐르는 시내물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어머니는 종래로 큰소리칠줄도 몰랐고 성낼줄도 몰랐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소곤소곤 이야기했고 행동거지는 언제나 조용조용했다. 심지어 사발 씻을 때마저 그릇 부딪치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했던 어머니는 갈 때에도 앓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조용히 떠나갔다.

처가집 말뚝에도 절할만큼 소문난 애처가였던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너무나도 큰 타격이였다. 의기소침하여 날마다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다나니 회사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되였다. 한해 두해 지나면서 회사는 빚을 잔뜩 걸머지게 되였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를 부르며 울어대는 무남독녀 천금보배딸을 달래느라 아버지는 기진맥진했다. 그때부터 담배와는 인연이 없던 아버지가 기침을 캑캑하면서도 입에 줄담배를 물고있는것을 귀녀는 보았다. 아버지는 회사에 나가선 빚쟁이들에게 시달렸고 집에 돌아와선 엄마를 찾는 보배딸의 어머니노릇까지 하느라 진땀을 뺐다.

마침내 빚쟁이들은 집에까지 들이닥쳐 집을 내놓으라고 닥달질했다. 당장 밖에 나앉을 신세가 되였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듯 구세주처럼 아버지 앞에 나타난 이가 바로 그분이였다.

어느날 아버지는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밥술도 드는둥 마는둥 하던 아버지가 저녁밥을 두그릇째 비우고나서 귀녀를 안아 공중에 번쩍 들어올렸다. 귀녀야, 이젠 살았다. 아버진 이젠 살았단 말이다. 허허허!

아이참, 아버진 언제 죽었어요? .

에끼, 요것아! 아버지 회사가 이젠 살았단 말이다.

그럼 이젠 집을 뺏기지 않게 됐어요?

귀녀가 제일 관심하는건 아버지의 회사보다도 집이였다.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귀녀를 안고 빙빙 돌았다.

그래. 회사도 안 망하고 집도 안 뺏기게 됐다. 하하하!

귀녀는 어머니가 세상뜬후로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는것을 처음 보았다.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이렇게 기쁘지? 어디 력서나 보자.

귀녀를 안고 달력을 살펴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귀녀의 엉덩이를 탁 쳤다.

아차! 깜빡 잊을번했구나. 래일은 우리 보배딸의 생일이구나!

아버지는 귀녀를 번쩍 안아올리며 귀녀의 볼에 뻑 소리나게 뽀뽀를 해주었다.

아버지는 이 몇해째 네 생일도 잊고 살았구나. 래일이면 넌 아홉살이 되지. 마침 래일 그분이 우리집에 오게 되는데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그분을 맞이해야지!

그분이란 누군가요?

그분은 아버지의 옛친구인데 아버지에겐 예수나 석가모니같은 구세주이지.

이튿날 아버지는 회사의 몇몇 아줌마들을 청해 귀녀의 생일상을 차리게 했다. 그리고 그분을 모시러 간다고 나갔던 아버진 점심때가 거의 되여서 키 크고 의젓하게 생긴 30대중반의 신사분을 모시고 와서 귀녀에게 인사시켰다.

귀녀야, 인사해라. 이분이 바로 아버지의 옛친구라고 하던 그분이시다!

안녕하세요? 큰아버지!

귀녀는 아버지보다 키가 더 큰 그분을 큰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분은 자애롭게 웃으며 귀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허허, 아저씨라고 불러라. 난 너의 아버지보다 한살 아래니까.

아저씨!

, 그래. 그래. 정말 예쁘게 생긴 애구나!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분은 깜찍한 손목시계를 선물로 안겨주며 무릎을 꺾고 귀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주었다.

귀녀는 생일축하해요란 노래소리속에서 생일케이크의 초불을 불어껐다. 귀녀의 집엔 오래간만에 웃음과 노래가 차고넘쳤다.

귀녀야, 넌 내가 본 애들중에서 제일 예쁘게 생긴 아이구나!

거나하게 취한 그분이 귀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나와 너의 아버진 생사를 함께 해온 옛친구란다. 너의 아버진 나의 생명의 은인이란다. 너의 아버지가 아니였다면 난…

아버지와 그분은 죽마고우였다. 아래웃집에서 술래잡이도 함께 하고 딱지치기도 함께 하면서 자랐다. 강변마을에서 자란 아버지와 그분은 여름에는 헤엄재주를 자랑했고 겨울엔 썰매타기에 열을 올렸다. 그분은 외다리썰매타기에서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 빨랐으나 헤엄에선 늘 아버지에게 뒤지였다.

어느해 여름, 20m쯤 앞서 강물을 헤엄쳐나가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람 살려요!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그분이 허우적거리며 구원을 청하는것이였다. 그분은 갑자기 다리에 경련이 일며 깊은 물속에 잠겨들었다. 아버지는 치체없이 그분의 머리가 떴다가라앉았다하는 방향으로 헤엄쳐나갔다. 그런데 그리로 다가갔을 때는 그분의 머리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몇번이나 물속을 더듬었으나 그분을 찾을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념하지 않고 계속 물속을 더듬어갔다…이윽고 그분을 안고 강가로 나왔을 때는 기진맥진한 아버지도 쓰러졌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이 발견하고 두 아이를 구해냈다.

이런 일도 있었지.

그분은 추억을 더듬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한번은 우리 마을 애들과 건너 마을 애들이 무리싸움을 하게 되였지. 그때 행동대장이였던 나는 선봉이 되여 비발치는 몽둥이세례 속으로 돌진했단다. 그러다가 상대방쪽에서 찌르는 칼에 가슴을 상했단다. 상대방이 재차 찌르려는 순간 너의 아버지가 번개같이 나의 앞을 막아섰단다…결국 나와 너의 아버지는 모두 병원신세와 파출소신세를 지게 되였지. 이렇게 나는 너의 아버지가 구해주었기에 두번이나 죽음에서 구원되였단다.

그러다가 그분은 전근하는 그분의 아버지를 따라 멀리 떠나게 되였고 그후 그분의 아버지가 죽고 그분이 출국하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련계가 끊어지게 되였다. 어느날 갑자기 미국에 계신 그분의 할아버지가 사망했다는 비보가 날아왔고 얼마후 그분은 태평양을 건너가서 할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그리하여 그분은 귀국하여 남방의 어느 해변도시에 큰 회사를 일떠세웠고 요즘 연변에 나와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하던중 기적같이 어제 아버지와 다시 상봉하게 된것이다.

그날밤, 아버지와 그분은 날새도록 무슨 이야긴가 끝없이 주고받았다.

얼마후 그분의 경제적 후원을 받아 아버지의 회사는 다시 부활하였다.

그분은 해마다 한번씩 귀녀의 생일에 찾아와서 선물을 안겨주곤 했다. 처음엔 책보나 옷따위 가벼운 선물을 안겨주던 그분이 귀녀의 16세 생일에는 전국에서도 다섯손가락안에 꼽힌다는 저명한 미술가선생을 모시고 와서 실물크기와 똑같은 귀녀의 전신상을 그리게 했다.

숱한 미인들이 저의 모델을 섰지만 이렇게 예쁘게 생긴 녀자앤 여태껏 처음 봅네다. 실로 천년에 한번 날가말가한 절세가인이웨다!

귀녀의 미태를 바라보며 화가선생은 찬탄을 금치 못했고 아버지와 그분의 얼굴에도 자랑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그날 화상을 침실에 걸어놓고 바라보던 귀녀는 처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혹되였다.

그해 귀녀네는 그분의 덕분으로 축구장 두개의 크기만한 정원이 있는 호화로운 3층저택으로 이사했다. 그후 그분은 귀녀의 생일에 오토바이, 승용차, 피아노, 컴퓨터 등을 선물했는데 모두 고급, 호화, 명표였다. 아버지는 늘 그분의 은혜에 송그스러워했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귀녀에게 그분의 은혜를 잊지 말고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타일렀다.

비록 한해에 한번씩밖에 만나지 못하는 그분이였지만 귀녀의 심목중에 그분은 언제나 자애롭고 인자한 분이였다. 어버이같은 미소로 귀녀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그분의 손길은 봄날의 태양처럼 따스했다. 그분의 자애로운 미소를 대할 때면 귀녀는 그분이 진짜 아버지인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너무나 일찍 어머니를 잃은 귀녀에게 아버지는 전부의 믿음이였다. 어머니가 생전일 때 아버지는 출퇴근할 때마다 꼭꼭 어머니한테 키스하곤 했다. 그리고 곁에서 눈이 동그래서 지켜보는 귀녀에게 뻑 소리나게 뽀뽀해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그분이 나타나면서부터 아버지는 귀녀에게 뽀뽀를 해주지 않았다. 어머니노릇과 아버지노릇을 함께 해오던 아버지한테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고 엄한 아버지의 의무만이 남은것 같았다.

얘야, 그분이 너한테 컴퓨터까지 사주었는데 잘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 만사통선생님을 애먹이지 말고 고부고분 잘 배우거라.

아버지의 따뜻한 손이 귀녀의 어깨를 다독인다. 오래간만에 《모성애》를 느끼며 귀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당장 아버지의 품에 안겨 막 어리광을 부리고싶었고 어릴 때 경험했던 수염에 찔리는 얼얼한 뽀뽀를 받아보고싶었다. 하지만 아버진 이내 손을 걷어들이고 거실로 들어간다. 순간 귀녀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뒤범벅이 되면서 저도몰래 눈물이 샘솟는다.

아버지!

속으로 아버지를 부르는 순간 그분의 얼굴이 불쑥 떠오른다.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던 자애로운 그분의 얼굴이 아버지의 뒤모습을 지우며 또렷이 떠오른다.

귀녀, 빨리 와서 공부해요!

그때 짜증 섞이고 신경질적인 째지는듯한 왜가리소리가 들려온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 미친 사람의 이야기 2013-12-01 0 3479
15 메아리는 없다 2013-11-24 1 3689
14 H과실의 하루 2013-11-24 0 3376
13 B녀사의 운명 2013-11-17 0 2871
12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6) 2013-11-10 1 3079
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4) 2013-11-10 0 3352
9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3) 2013-11-10 0 2867
8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2) 2013-11-10 0 2973
7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1) 2013-11-10 1 3567
5 새되여 나는 처녀 (5) 2013-10-29 0 2555
4 새되여 나는 처녀 (4) 2013-10-29 0 2473
3 새되여 나는 처녀 (3) 2013-10-29 0 2780
2 새되여 나는 처녀 (2) 2013-10-29 0 2873
1 새되여 나는 처녀 (1) 2013-10-29 1 3240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