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5. 악마의 행동.
기다야마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암호문을 해독할수 없었다. 그는 요시다로한테 전화를 걸어 상세한 정황을 알렸다.
《그게 바로…제3대야!》
요시다로의 경악에 찬 떨리는 목소리가 바다 저 쪽에서 울려 왔다.
《기다려. 내 곧 중국으로 갈거야.!》
그 말에 기다야마는 깜짝 놀랐다. 운신도 변변찮은 령감이 동네 나들이도 아니고…
그런데 이튿날 섬나라에서 날아온 요시다로는 뜻밖에도 젊은이들처럼 기력이 왕성했고 걸음걸이마저 날렵했다.
《아니, 아버진 다시 젊어지셨군요!》
《에그마, 할아버진 아버지보다 더 기력이 정정하시네요!》
공항에 마중 나간 기다야마와 후지꼬가 제가끔 감탄을 련발했다.
《하하하! 난 60년동안 연구끝에 비밀리에 제조한 불로약을 먹고 회춘한거야! 하지만 이 보다 더 기쁜 일은 리광인의 제3대를 손에 넣은거지! 빨리 그 보물을 가보자!》
평화광선의 신비한 위력을 알고있는 요시다로는 한시 급히 그 보물을 보고싶었다. 요시다로는 암호해독전문가였다. 기다야마의 방에 들어박혀서 며칠동안 암호문을 연구하던 요시다로는 끝끝내 그 오묘한 암호수자를 풀어내고야 말았다. 요시다로가 제3대 평화광선손목시계를 차고 암호수자를 누르자 신호등이 밝아지며 두겹의 시계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했다. 다시 암호를 닫아버리자 신호등이 꺼지며 시계가 작동을 멈추었다.
《빨리 밖에 나가 아무 놈이나 불러와. 이 보물의 성능을 실험해봐야겠어!》
요시다로는 곁에서 신비한 눈길로 지켜보고있는 기다야마와 후지꼬에게 명령했다. 후지꼬가 나가더니 보이 한명을 데리고 왔다. 멋도 모르고 불리워 온 보이는 무슨 분부가 있는가고 물었다. 요시다로는 보이의 이름이며 나이 같을 물어본 다음 평화광선시계의 암호수자를 눌렀다. 설계도를 연구한 그는 시계의 사용방법도 장악하고있었다. 그는 기다야마와 후지꼬를 자기의 뒤에 서있게 한 다음 시계로 보이를 겨냥하여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빨간빛 줄기들이 부채살처럼 퍼지며 보이한테로 쭉쭉 뻗어갔다. 빛줄기가 몸에 와닿자 보이는 몽혼약을 먹은듯이 비틀거리다가 맥없이 넘어졌다. 셋은 긴장한 눈길로 보이를 지켜보고 1분도 안되여 보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멍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본다.
《너 이름이 뭐냐?》
요시다로가 물었다.
《….》
《너 집은 어디 있니?》
《….》
《내 알려주지. 넌 나의 노예란 말이다! 이제부터 넌 나를 주인으로 섬기면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알겠니?》
《네.》
《이놈, 어서 와서 내 등을 주물러라!》
《네, 네!》
보이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고분고분 요시다로의 등을 안마한다.
《이놈, 어서 내 발을 씻어라!》
요시다로가 다시 호통치자 보이는 요시다로의 발을 씻어준다. 잘 길들인 사냥개처럼 주인의 명령에 척척 잘도 따른다.
《하하하!》
요시다로가 미친듯이 웃어댄다.
《아버지, 이게 정말이란 말입니까?》
《할아버지, 정말 꿈만 같아요!》
곁에서 촌닭 관청구경하듯 지켜보고있던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눈앞에서 벌어진 신기하고도 놀라운 현실에 어리벙벙하여 머리를 흔든다. 요시다로가 득의양양하여 선심이나 쓰듯 뇌까린다.
《너들도 부러우면 한놈씩 끌고 오너라 내 노예로 만들어줄테니!》
리광인은 뒤늦게야 검은 함이 잃어진걸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길수 있단 말인가! 어찌…
광인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평화와 민호도 깜짝 놀란다. 평화가 부인에게 누가 왔다간적없는가고 물어보자 부인이 민수가 요 며칠째 놀러오군했다고 실토한다. 혹시 민수가?….
그들은 호텔에 달려가고 민수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민수를 찾을수 없었다. 사흘동안 사처로 뛰여다니며 찾았으나 민수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종적을 감췄던 민수의 시체가 강가에서 발견되였다.
그들은 민수가 일본호시회사의 후지꼬아가씨와 접촉이 잦은것을 조사한다. 호시회사가 민수를 시켜 검은 함을 훔치게하고 나중에 민수를 살해한건 아닐가?
리광인과 평화, 민호는 호시회사 손님들이 들어있는 평화호텔로 찾아간다. 낯익은 종업원들도 있었으나 그들은 이상하게도 리광인 일행을 몰라본다. 리광인네가 20층에 올라갔을 때 마침 복도에서 요시다로네와 마주쳤다.
《내 동생 민수를 못봤습니까?》
민호가 기다야마와 후지꼬를 번갈아보며 묻자 요시다로가 위엄스레 틀거지를 차리며 씨벌인다.
《저 젊은인 누구냐?》
《저분은 평화회사의 총경리 리민호예요. 그리고 저분들은…》
후지꼬가 한발 나서며 소개하자 민호가 이어댄다.
《이분들은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입니다.》
《그러니까…》
요시다로가 놀란 눈길로 리광인을 바라보다가 반갑다는듯 지껄인다.
《안녕하우? 리박사!》
《당신은…》
번개같이 스치는 예감에 리광인은 가슴이 선뜩했다.
《리광인! 난 60년전에 네가 정말 미친줄 알았지.》
《네놈은 요시다로…》
리광인은 눈에서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다 요시다로가 득의에 차 웃어댔다.
《으흐흐. 그래 난 요시다로야. 광인아, 난 네가 지금까지 살아서 제 3대를 발명해낼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 검은 함은 네놈이 훔친거지?》
묵은 원한과 새 원한이 겹치며 리광인은 주먹을 떨었다.
《으하하하! 그래 내가 훔쳤다! 너의 손자 놈 민수를 리용해서 훔쳐낸거야. 넌 네가 발명한 제3대의 위력을 실험하고싶니?》
요시다로가 너털웃음을 치며 손목에 찬 신비한 시계의 암호수자를 눌렀다. 그러자 리광인이 뒤주춤했다.
《이놈아, 그걸 돌려줘!》
성난 평화가 고함지르며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평화를 보는 요시다로의 눈이 번쩍 빛났다.
《으흐흐, 네가 그 시계요꼬의 피덩이겠구나!》
《이놈아, 그걸 돌려줘!》
평화가 요시다로에게 달려들었다. 교활한 요시다로는 몇걸음 뒤걸음치다가 평화를 부여잡고 홱 돌아섰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요시다로를 등지고 서게 되였고 평화만이 홀로 요시다로와 마주서게 되였다.
《평화야, 조심해!》
리광인의 울부짖음이 멎기도전에 평화는 고목 쓰러지듯 땅바닥에 넘어졌다. 요시다로가 빨간 버튼을 눌렀던것이다.
《얘야!》
《아버지!》
리광인과 민호가 부르짖으며 달려오는것을 기다야마와 후지꼬가 비수를 가로막았다. 한참후 정신이 들어 일어나는 평화를 붙잡고 요시다로가 구슬렸다.
《넌 나의 아들이다. 난 너의 아버지구! 알겠니?》
평화가 멍한 눈길로 요시다로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얘야, 그건 허튼소리다. 내가 진짜 너의 아버지야!》
《아버지, 그놈은 거짓말로 아버지를 속이고있습니다!》
리광인과 민호가 안타깝게 웨치자 평화가 이상하다는듯이 그들을 가리키며 요시다로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저 사람들은 미치광이야. 너 어서 저 미치광이들을 쫓아버려라!》
요시다로가 명령하자 평화가 리광인과 민호를 보고 소리쳤다.
《이 미친것들아, 빨리 가거라! 우리 아버지가 너들을 쫓아버리란다.》
《아버지!》
민호가 목멘 소리로 부르짖었다. 요시다로가 시게를 흔들며 으름장을 놓았다.
《어째 너들도 내 아들이 되고싶니?》
《이 개같은 놈아!》
격분에 찬 민호가 막 달려들려는것을 리광인이 막아섰다. 요시다로가 능글능글 웃었다.
《흐흐, 나이 백살을 넘긴 놈이 다르긴 다르군! 세상물정을 아는걸 보니. 그래야 하지. 너들은 내게 고분고분 순종하는 길밖에 없어. 난 아직 너들의 기억력을 지우지 않을테다. 그 대신 너들을…흐흐!》
요시다로는 그동안 평화광선시계를 리용해 노예로 만든 호텔일군들에게 리광인과 민호를 정신병원에 데려가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의 눈에 리광인은 워낙 미치광이고 민호 또한 신비한 시계요. 일본놈들이 그걸 빼앗아 기억력을 지웠소, 하는 따위의 엉터리없는 말을 줴치는 지라 정신병원에선은 그들을 정신병자로 단정하고 즉시로 입원시켰다. 요시다로는 문지기 여럿을 노예로 만들어 리광인과 민호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감시하도록 했다.
《왜서 후환이 없게 저놈들을 마저 노예로 만들지 않습니까?》
기다야마가 의아한듯이 묻자 후지꼬도 안타깝다는듯 한마디했다.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할아버지, 그리고 민호녀석을 저의 노예로 만들어 주세요!》
《요 앙큼한것! 너 민호라는 미남잘 노예로 만들려는것이 아니라 신랑으로 만들고싶어 그러지?》
요시다로가 음탕한 눈길로 바라보자 후지꼬는 얼굴이 익은 꽈리같이 새빨개졌다.
《너들은 뭘 몰라도 한참은 몰라. 난 곧 세상사람들을 모두 나의 노에로 만들겠단 말이다. 그런데 내 승리를 축하해줄 사람이 있어야지. 리광인, 그자더러 그자가 손수 만든 제3대가 어떻게 세계평화를 위해 복무하는가를 직접 보게 할거야! 난 기억력이 생생이 살아있는 그자들에게 내가 이 세상의 통치자로 되는 름름한 모습을 직접 보여줄테야! 하하하!》
요시다로의 미친듯한 웃음에 기다야마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기다야마는 생각했다. (저 늙다리가 나중에 나도 노예로 만들지 몰라. 내가 왜 저 늙다리 밑에서 종노롯을 한단 말인가? 내 친아비도 아닌데 차라리 죽여버리고 내가 이 세상의 통치자로 돼야지!)
그후부터 기다야마는 요시다로앞에서 비굴하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요시다로를 하늘처럼 떠받들었다. 그러다가 기회를 엿본 그는 요시다로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번개같이 비수로 요시다로의 가슴을 들이찔렀다. 요시다로가 피투성이 되여 쓰러지자 기다야마는 재빨리 요시다로의 손목에서 그 신비한 손목시계를 벗겨냈다.
《아버지…왜 이러세요?》
그 끔직한 광경을 보고있던 후지꼬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요 귀염둥이야. 너를 해치지 않을테니 무서워 마라!》
기다야마가 후지꼬를 위안하고나서 요시다로의 시체를 잘 위장하여 강가에 던져 버렸다.
신비한 제 3대를 손에 넣은 기다야마는 어찌나 신나고 기쁜지 미칠지경이였다. 그 신비한 위력을 실험하기 위해 기다야마는 거리에 나섰다. 기다야마는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불러놓고 귀빰을 후려쳤다. 까닭없이 얻어맞은 그 사람이 대들자 기다야마는 시계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 사람이 넘어지자 구경군들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그 사람이 일어나서 아무일도 없는 듯이 서있자 구경군들이 흩어졌다. 신난 기다야마는 난전앞을 지나면서 장사군들의 돈을 맘대로 빼앗았다. 장사군들이 시비를 걸며 달려들자 그는 빨간 버튼을 눌러댔다. 기다야마는 또 은행에 들어가 빨간 버튼을 눌러댔다. 그리고 노예로 만든 은행직원들더러 돈자루를 자동차에 싣게 했다.
그는 거리에서 예쁜 녀자만 보이면 첩으로 만들어 데리고 놀았다. 그는 미스 김을 잊지 않았다. 선참으로 첩으로 만든건 미스 김이였다. 이전엔 완강하게 거절하던 미스 김이 언제 그랬나싶이 고분고분 몸을 맡긴다. 얼마나 가지고싶었던 미스 김의 몸이였던가! 미스 김의 그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기다야마는 너무도 황홀하여 미스 김의 만세를 불렀다.
기다야마는 더 큰 자극을 추구하고싶었다. 그는 시퍼런 대낮에 거리에 나가서 공공연히 녀성을 강간하고 아무나 칼로 찔러 죽였다. 한명, 또 한명… 경찰이 와서 체포할 때까지 강간하고 죽이고 하며 온갖 만행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었다. B시의 치안은 진작 엉망이 된 터였다. 은행이 털린 사건, 강간사건. 살인사건…
기다야마는 이 모든 사건의 조직자가 내노라고 대담하게 승인했다. 사형판결이 내리자 강간, 살인, 강탈범 기다야마를 사형장에 압송했다. 사형장은 살인악당을 총살하는것을 구경하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집행관이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다야마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싶다고 하며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두 자루의 총구멍이 기다야마의 대갈통을 겨누고 집행관이 손을 쳐들었다. 집행관이 손을 내리는 순간이면 기다야마는 황천객이 될 판이였다. 그 아슬아슬한 순간 기다야마는 번개같이 신비한 시계의 파란버튼을 눌렀다.《땅!》총소리가 나기전에 사형집행인원들과 구경군들이 쑥대 넘어가듯 일제히 무리로 쓰러졌다. 한참후 일어난 구경군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서있었고 사형집행 인원들도 총을 버린채 멍해서있었다. 그 꼴을 보고 기다야마는 너무도 통쾌하여 미친듯이 웃어댔다.
《으하하하! 너들은 모두 나의 노예야!》
기다야마는 물론 이런《유희》에만 만족되지 않았다. 그는 지구의를 돌려대며 세계통치자가 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난 머지 않아 이 지구상의 유일한 통치자기 될거야. 이 천하는 내 혼자의 세상이 될거란 말이야.!》
기다야마는 유일하게 대화가 통할수 있는 후지꼬를 불러놓고 말했다.
《이 세상은 통째로 내거란 말이야. 먹고싶은것, 입고싶은것, 가지고싶은것 모두 내 맘대로 할수있어. 이 세상의 예쁜 녀자들도 모두 내거란 말이야!》
《아이, 아버진 그저 녀자밖에 모르네!》
《녀자가 좋지! 흐흐… 세계각지에 궁전을 짓고 가는 곳마다 미인을 모집해 들일테야! 옛날 중국의 황제처럼 3천명의 궁녀를 데리고 놀가? 아니 그건 너무 적어. 3만명? 그것도 적지. 3백만명? 그것도 성차지 않아. 3천만명은 돼야지! 아, 3천만의 미인들을 한품에 안고 즐겨야지! 아아, 그 재미 기막힐거야. 그렇지, 후지꼬?》
《어마나, 욕심도! 3천만명을 다 안아주자면 하루에 백명씩 안아줘도 8백년동안 안아줘야 되겠어요! 그래도 채 못안아줄건데요. 호호호!》
《으흐흐 그럼 888년을 안아주면 다 안아줄수 있겠지? 다른 녀자들은 채 못안아줘두 너만은 안아줄 시간이 있을거야!》
그러면서 기다야마는 후지꼬를 부등켜안고 입술을 덮쳤다. 후지꼬는 기다렸다는듯 기다야마의 목에 두팔을 걸고 혀바닥을 꼿꼿이 세워가지고 기다야마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내게 숱한 미인들이 있지만 너만은 못잊겠어. 넌 불덩이 같은 녀자야!》
기다야마는 어느새 바지를 벗어 던지고 후지꼬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후지꼬의 가슴속에선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있었다.
후지꼬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네가 할아버지를 죽였는데 난 왜 널 죽이지 못한단 말이냐? 넌 내 순결을 짓밟고 날 노리개로 만 여겨왔지. 내가 잘 생긴 남자 노예를 요구해도 넌 주지 않았지. 내가 왜 너따위 늙다리만 섬겨야해? 난 널 죽여버리고 내가 이 세상을 통치할테야! 아니, 널 내 노예로 만들어 실컷 부려먹다가 죽여버릴테야! 그리고 민호 그 녀석도 잡아들여 내 성노예로 만들어야지. 씨발, 나도 세계각지에 궁전을 짓고 3천만명의 미남자들을 모집해 들일거야. 후지꼬는 이런 야심을 품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있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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