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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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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되여 나는 처녀 (4)
2013년 10월 29일 19시 57분  조회:2486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4)

김희수



4.
한주먹과 만사통

 

귀녀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은 만사통이고 다음은 한죽먹이였다. 귀녀는 정말로 만사통이 미웠다. 그렇다고 이가 갈리도록 증오하는것은 아니였다. 귀녀는 지금까지 누구를 이가 갈리도록 증오한적이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만사통이 싫었을뿐이다. 만사통과 한주먹이 온날은 귀녀의 일생에서 제일 비참한 날이였다. 그들이 오면서부터 귀녀는 자유를 잃었기때문이다.

10년전 비가 구질구질 내리던 날이였다. 귀녀가 하교하여 집에서 노는데 아버지가 안경을 낀 30대의 녀인과 씩씩해 보이는 1819살 되는 소년을 데리고 왔다. 아버지는 먼저 안경을 낀 녀인을 가리키며 귀녀에게 말했다.

인사해라. 이분은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다고 해서 《만사통》이라고 불리는 녀박사선생님이다. 이제부터 네가 학교에 갔다오면 이 선생님한테서 공부를 배워야 한다.

싫어요! 학교에 선생님이 있으면 됐지 왜 집에 또 선생님이 있어야 해요? 전 싫어요!

싫어도 배워야 하고 좋아도 배워야 해! 그리고 여기 이 청년은 성이 한씨인데다가 벽돌장도 한주먹에 쳐서 깬다고 《한주먹》이라 불리는 무술고수인데 이제부터 너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할것이니 그리 알아라.

학교엔 철이랑 옥이랑 함께 가면 될텐데 뭘…싫어요!

싫든 좋든 아버지 말대로 해야 한다. 알겠니?

아버지는 무조건 귀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했다. 귀녀는 그것이 싫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튿날부터 한주먹이 귀녀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한주먹은 말수가 적었다. 그저 필요한 말만 했다. 또한 한주먹은 한족 말은 잘 했지만 조선말은 잘 번지지 못했다. 귀녀는 한주먹이 방금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떠듬거리면서 하는 조선말이 우습고도 재미있었다.

한주먹오빠, 오빠는 정말 한주먹에 벽돌을 깰수 있어?

귀녀는 한주먹이 주먹이 강하다는데 호기심을 가지고 학교 가는 길에서 벽돌을 하나 주어들고 한주먹에게 주면서 깨여보라고 요구했다. 한주먹은 말없이 벽돌을 왼손에 받아들고 오른손바닥을 칼날처럼 세워 탁!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벽돌절반이 착 잘라져 나가며 땅바닥에 뚝 떨어졌다.

, 오빠 대단해!

귀녀는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탄복했다. 아버지는 한주먹을 아저씨라 부르라고 했지만 귀녀는 오빠라고 불렀다. 귀녀에게는 한주먹보다 더 큰 외사촌오빠가 있었기때문이다. 잘라져나가고 남은 벽돌을 던지며 손을 탁탁 터는 한주먹을 놀란 눈길로 바라보면서 귀녀는 외사촌오빠랑 아버지보다 주먹이 더 센 한주먹을 숭배했다.

귀녀야, 이제부터 이 한주먹이 널 보호한다! 누가 널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놈이 있다면 그놈의 대갈통을 이 주먹으로 그냥!

한주먹은 무쇠같이 드센 주먹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귀녀는 깔깔 웃었다.

오빠가 보호하지 않아도 누가 날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요. 옥이랑 철이랑 놀면서 우린 종래 싸운 적이 없어요.

지금은 그래도 앞으로는 그런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엔 나쁜 놈들이 적지 않단 말이다.

귀녀는 나쁜 놈들이 있다는것은 믿고싶지 않았지만 영웅호걸같은 한주먹이 곁에서 지켜주는것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하교할 때부터 귀녀는 한주먹이 싫어졌다. 그날 한주먹은 귀녀를 학교문앞까지 데려다 주었으며 귀녀가 교실로 들어가는것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서야 물러갔다. 그런데 귀녀가 하교하여 옥이랑 철이랑 함께 학교문을 나서는데 기다리고있던 한주먹이 귀녀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이걸 놔요. 난 저절로 갈수 있어요. 옥이랑 철이랑 함께 갈래요. 그애들은 우리랑 한마을에서 살아요.

안된다. 사장님이 널 놀음에 탐한다고 곧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한주먹은 귀녀의 아버지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싫어요! 하고 항의했지만 한주먹은 그런 귀녀를 억지로 끌고 갔다. 그때로부터 귀녀가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한주먹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1 365일을 한시도 귀녀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걸어서 호송했지만 그분이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사보낸 후에는 한주먹이 직접 운전하면서 오토바이와 승용차에 번갈아가며 귀녀를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했다. 귀녀는 다른 애들은 혼자서 자유롭게 학교로 오가는데 왜서 자기만은 특수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하나밖에 없는 천금 보배딸이기에? 아니, 그건 리유가 될수 없어. 옥이도 그 집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아닌가. 하지만…우리 집이 남보다 부유해서? 아무리 부유한 집도 가정부나 가정교사가 있는 집은 있어도 학생의 경호원을 둔 집은 없지 않은가. 귀녀는 아버지에게 이런 《과보호》가 싫다고 몇번이나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버지는 싫어도 안돼! 하고 한마디로 귀녀의 항의를 눌러버렸다.

귀녀는 한주먹이 무작정 싫은것만은 아니였다. 학급의 아이들은 귀녀에게 한주먹같은 영웅호걸다운 보호자가 있는것을 몹시 부러워했다. 소학교졸업학년 때였다. 한번은 하교하는 길에서 옥이와 철이는 앞서가고 귀녀는 소시지를 사먹느라고 한주먹과 함께 뒤떨어져 걸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옥이와 철이가 3명의 소년강도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울고있었다. 그자들은 길목을 지키고있다가 전문 학생들의 돈을 빼앗는 건달패거리였다. 귀녀네가 다가갔을 때까지도 그자들은 그 자리에 서서 빼앗은 돈을 세고있었다. 한주먹은 울고있는 옥이와 철이에게 저 애들이냐? 하고 묻더니 곧장 건달패거리에게 다가가 호령했다.

, 이 새끼들아! 어서 저 애들에게 그 돈을 돌려줘!

건달패거리들은 한주먹보다 몇살 더 어렸지만 키는 한주먹보다 머리하나는 더 컸다. 그들은 한주먹이 혼자인것을 보고 어이없다는듯 웃으며 말했다.

, 임마! 죽고싶지 않으면 상관하지 말고 꺼져라!

한주먹도 그자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 이 새끼들아! 날 화나게 하지 말고 돈을 내놓고 어서 썩 물러가라! 공연히 날 화나게 했다간 뼈다귀도 못 추릴 줄 알아라!

아니, 이 싸가지없는 새끼 좀 봐라. 살기가 싫어졌나 보다!

건달패거리들은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귀녀는 무섭고 오싹 소름이 끼쳐 한주먹오빠, 어서 도망쳐요! 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한주먹은 세 놈이 련속 찔러오는 칼을 살짝살짝 피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 잠깐사이에 세 놈을 보기 좋게 때려눕혔다. 그리고 그놈들이 빼앗은 돈을 도로 찾아서 옥이와 철이에게 돌려주었다. 그 일이 있은후 옥이와 철이의 입에서 건달패거리를 일거에 때려눕힌 《영웅》 한주먹의 이야기를 얻어들은 학급아이들은 모두 그런 《영웅》보호자를 둔 귀녀를 몹시 부러워했다. 어깨가 으쓱해진 귀녀는 한주먹을 청해 애들앞에서 벽돌장을 한주먹에 깨는 표현을 보여주게 했다. 한주먹은 밖에서 귀녀를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외에는 귀녀의 청을 뭐든지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한주먹은 귀녀에게 조금이라도 집적거리는 자에 대해선 용서가 없었다.

귀녀가 고급중학교를 나닐 때였다. 한주먹은 하교한 귀녀를 승용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귀녀의 별장식 저택은 교외에 있었다. 차가 금방 교외에 들어섰을 때 귀녀는 차를 세우라고 했다. 집으로 곧장 들어가기 싫었다. 집으로 들어가면 만사통이 또 붙잡고 공부해라고 성가시게 닦달할것이다. 귀녀는 정말로 감옥같은 집이 싫었다. 그래서 귀녀는 차에서 내려서 좀 바람이나 쏘이다가 들어가자고 했다.

벌써 해가 서산마루에 꼴깍 넘어가려고 얼굴을 절반나마 감추고있었다. 차에서 내린 귀녀는 길옆 둔덕에 올라서서 두 팔을 벌리고 곱게 불타는 석양빛을 바라보았다. 옥수수대가 우수수 설레며 선들선들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귀녀는 심호흡을 하며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귀녀야, 빨리 들어가자. 사장님에게 곧 들어간다고 전화했는데 늦었다간 욕먹을라!

한주먹이 아래에서 재촉했다. 귀녀는 석양에 곱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좀 더 놀자요! 오빠도 올라와 구경하세요. 너무 멋져요!

사장님이 욕할텐데…귀녀야, 너 어디도 가지말고 거기서 기다려라. 내 저 쪽에 가서 일 좀 보고 와야겠다. 어디도 가지 말고 거기 있어야 한다!

알았어요!

귀녀는 황홀한 석양빛에 도취되여 얼굴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한주먹은 소변보러 옥수수밭 쪽으로 달려갔다. 귀녀는 혼자서 빨갛게 타오르는 석양빛을 감상하고있었다. 그때 귀녀의 시선에 자전거대오가 잡혀왔다. 4명의 청년이 탄 자전거는 점점 귀녀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자전거대오는 귀녀의 발아래까지 다가와서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자전거에서 내린 청년들은 넋을 잃고 귀녀를 쳐다보았다.

, 글래머 팔등신 미녀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야!

저런 절세가인을 한번만 맛볼수 있다면 당장 감옥에 가도 좋아!

그래, 래일 감옥에 가더라도 오늘 저 아가씨랑 놀아보자!

마른침을 꼴깍 삼키던 패거리중에서 한자가 언덕으로 뛰여올라 귀녀한테로 다가오며 지껄였다.

어이, 아가씨 나랑 친하자!

귀녀는 놀라고 긴장했지만 한주먹이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귀녀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한주먹이 보이지 않았다. 언덕으로 올라온 자는 귀녀를 끌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른 자들도 기다렸다는듯이 서로 귀녀를 안아보려고 날쳐댔다. 그제야 귀녀는 사지를 떨면서 소리쳤다.

한주먹오빠! 한주먹오빠!

마침 일을 다 보고 옥수수밭에서 나오던 한주먹은 귀녀의 부름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는 어중이떠중이패거리들이 귀녀를 희롱하는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곧장 그들한테 다가가서 호령했다.

이 새끼들아! 당장 손을 떼라!

4명의 건달패거리들은 자기들보다 키가 작은 한주먹이 혼자서 호통치자 얕잡아보고 소리쳤다.

, 이 간 큰 놈 봐라. 어디라고 감히 어른들한테 덤벼드는거야! 살기가 싫어졌나 보다. 그러잖아도 요즘 주먹이 근질거리던 참인데 저놈부터 늘씬하게 패주고 보자!

두 놈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주먹의 적수가 아니였다. 한주먹은 삽시간에 4명의 건달들을 모두 때려눕혔다. 그리고 한주먹은 귀녀한테 다가와 관심조로 물었다.

어디 다친데 없어?

아니. 없어요.

귀녀야, 미안하다. 네가 몹시 놀랐겠구나!

괜찮아요.

내가 자리를 떴기에 네가 하마터면 욕을 볼번했구나. 다음부턴 내가 네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겠다.

감사해요. 오빠! 오빠가 있기에 난 아무일도 없었잖아요.

이 일이 있은후 귀녀는 한주먹을 더 좋아하게 되였다. 그녀는 한주먹에게서 녀자호신술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한주먹때문에 다툰적도 있었다. 3일 때 철이가 귀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귀녀는 옥이가 오래전부터 몰래 철이를 좋아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귀녀는 아직은 련애를 하고싶지 않았고 또 철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옥이가 철이를 좋아하고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에 누구도 받아들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이는 집요했다. 하교할 때 학교대문을 나서는 귀녀의 손을 잡아끌며 데이트를 하자고 졸라댔다. 그런데 이 장면을 학교대문어구에서 귀녀가 하교하기를 기다리고있던 한주먹이 목격하게 되였다. 한주먹은 다짜고짜로 달려가서 철이를 반죽음이 되도록 때려주고 나서 으름장을 놓았다.

, 이 새끼야! 네가 이후 다시 한번 귀녀에게 집적거렸다간 없을 줄 알아라.

내가 귀녀와 련애하는데는 어쨌다는 말이요.

철이는 그래도 입은 살아서 주먹으로 코피를 닦으며 대답질했다.

이 새끼야! 네가 다른 녀자애들이랑 련애한다면 난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귀녀하고만은 련애해선 안된다! 절대 안된단 말이다! 네 새끼가 이후에 귀녀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았다간 네 놈의 손모가지를 끊어놓을 줄 알아라! 그리고 다시 한번 입으로 귀녀와 집적거리는 말을 한마디로도 번지기만 하면 네 놈의 혀바닥을 잘라버릴테다!

난 당신을 영웅호걸로 알고 숭배했는데 오늘 보니…당신 깡패요? 뭐요? 법제국가에서 누굴 위협하는거요?

, 이 새끼야, 난 깡패보다도 더 무서운 사람이다. 귀녀는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다. 난 귀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감옥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난 말하면 말한대로 하는 사람이다. 네 새끼가 혀바닥이나 손모가지가 잘려나가지 않겠으면 귀녀를 멀리해라!

그후 철이는 정말로 겁을 먹었는지 귀녀한테 더 집적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주먹이 철이를 때리던 그날 귀녀는 한주먹과 한바탕 다투었다.

왜 철이를 때려요? 철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매를 대요?

그 새끼가 감히 네 손목을 잡았잖아. 널 건드리는 자는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어!

그앤 날 무례하게 대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데이트하자고 손목한번 잡은것 뿐이예요. 난 련애할 자유도 없나요?

사장님이 말했잖아? 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련애해선 안된다구.

난 대학 안 가요! 내가 련애하든 뭐든 모두 내 자유니깐 오빠는 상관하지 말아요!

난 끝까지 상관할꺼다! 네 안전을 책임지는건 내 직책이니까. 이후 어떤 놈이든 네 털끝 하나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테다! 이건 사장님의 분부이기도 하다.

오빤 왜 이래요? 난 아빠도 밉고 오빠도 미워요. 미워!

앵돌아진 귀녀는 한동안 한주먹과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반감이 생긴 귀녀는 정말로 아무 남자애하고나 련애하고싶었다. 아니, 련애하는것처럼 흉내라도 내보이고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그 남자애가 철이처럼 한주먹의 주먹세례를 받을까봐 그런 생각을 일단 접어두었다. 귀녀는 정말로 아빠나 한주먹이 자신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게 리해되지 않았다.

귀녀가 한주먹과 말을 다시 하게 된것은 그로부터 2주일후였다. 그날 하교하여 차가 교외에 들어섰을 때는 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때였다. 헤드라이트불빛에 앞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여서 한주먹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급정거했다. 한주먹과 귀녀가 차에서 내려 웬일인가 살피려는데 쓰러져있던 자가 벌떡 일어났고 난데없는 몽둥이를 든 괴한들이 10여명이나 나타나서 그들을 에워쌌다. 모두가 복면강도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자들은 귀녀네가 부자집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귀녀를 랍치하려고 며칠간의 정찰을 거쳐 귀녀가 제일 늦게 하교하는 기회에 행동했던것이다. 한자가 학교대문어구에서 기다리고있다가 귀녀가 하교하는것을 보고 전화로 알리고 다른 14명의 강도가 교외에서 준비하고있다가 덮쳤던것이다. 귀녀는 온몸이 오싹하여 뒤걸음치고 한주먹이 예리한 눈길로 그자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웬 놈들이냐? 무슨 목적으로 우리 앞을 가로막는거냐?

으하하! 하하! 넌 이 아가씨를 우리한테 맡겨놓고 집에 가서 현금 100만원을 준비해 놓고있거라!

이 새끼들아! 너희들이 내 동생을 랍치하려구? 어림도 없다!

! 네 놈이 주먹 좀 쓴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네 놈이 혼자서 우릴 당할 줄 아느냐? , 형제들, 저 놈을 족쳐라!

강도들이 일제히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한주먹은 귀녀를 보호하면서 강도들과 맞서 싸웠다. 한주먹은 비발치는 몽둥이속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날아오는 몽둥이를 피했다. 그러다가 한 놈의 몽둥이를 빼앗는 순간 다른 놈의 몽둥이에 어깨를 얻어맞았다. 그는 통증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는 즉시 몽둥이를 휘두르며 반격했다. 강도들은 무협영화에 나오는 리련걸을 만난듯 어안이 벙벙하여 자기들이 어떻게 몽둥이에 맞아 쓰러졌는지도 몰랐다. 삽시간에 12명의 강도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사태가 글러지자 마지막 남은 2명의 강도가 귀녀를 붙잡고 비수로 위협했다.

, 임마! 너 어서 몽둥이를 놓고 꿇어앉아라! 그렇지 않으면 이 아가씨를 죽여버릴테다!

한주먹은 강도가 비수를 귀녀의 목에 대고 위협하자 즉시 몽둥이를 놓고 꿇어앉았다.

제발 내 동생을 다치지 말아! 너희들이 날 죽일테면 죽여라! 그러나 내 동생한테는 손을 대면 안된다!

으흐흐! 네 놈이 의리는 있구나!

한 강도가 귀녀를 붙잡은 채 그녀의 목에 칼을 대고있고 다른 한 강도가 다가와 몽둥이를 주어들고 한주먹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귀녀는 한주먹이 얻어맞는것을 보자 공포가 사라지고 놈들에 대한 증오가 불타올랐다. 그녀는 자기를 붙잡은 자가 한주먹이 얻어맞는것을 구경하면서 경계를 늦추는 순간 한주먹에게서 배운 녀자호신술로 그자의 요해처를 힘껏 걷어찼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그자에게 재차 일격을 가해 완전히 쓰러뜨렸다. 그와 함께 쓰러졌던 한주먹이 번개같이 몸을 일으키며 다른 한자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자기도 쓰러졌다.

입원했던 한주먹이 정신차리자 곁에서 지키고있던 귀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한주먹오빠, 정신차렸군요!

귀녀야, 넌 다친데 없냐?

전 괜찮아요. 오빤 나 때문에 하마터면…

허허, 넌 내 친동생과 같은데 난 널 위해선 목슴까지 바칠수 있어.

그 말에 귀녀는 가슴에 찡한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주먹이지만 자신에겐 또 절대 충성하는 한주먹이 아닌가. 귀녀는 아버지의 분부에 절대 복종하는 한주먹이 미웠지만 한주먹에게도 무슨 말못할 고충이 있을거라고 생각되였다. 그때로부터 귀녀는 한주먹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신상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한주먹은 버림받은 아이인데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고했다. 워낙 말수가 적은 한주먹은 자신의 과게에 대해 물으면 간단하게 한마디 말로 난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몰라. 어릴 때부터 한 스승에게서 무술을 배웠지. 하고 말할 뿐이다. 귀녀는 그럴수록 한주먹의 과거에 대해 몹시 궁금했다.

오빤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어요?

난 버림받은 아이야. 생모는 날 싸서 버린 포대기에 내가 조선족이라는것과 출생일을 적어놓았을 뿐이야. 아이없는 부부가 날 입양했는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내가 어릴 때 선후로 사망했어. 7살때부터 난 산재지구에서 빌어먹으며 살았어. 그러다가 스승을 만났는데 그는 나를 양자로 삼고 무술을 가르쳤어. 그리고 학교에도 다니게 했어. 내가 중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스승이 교통사고로 돌아갔어. 난 또다시 의지가지 없는 고아로 되였지.

그후엔?

한주먹은 그후의 일에 대해선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귀녀가 아무리 따져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한주먹오빠가 어떻게 되여 우리 집에 오게 되였을까? 그에겐 꼭 가슴아픈 사연이 있을거야. 정말 불쌍한 사람이구나.

한주먹은 미우면서도 동정되고 또 호감이 가는 면도 있었지만 만사통은 어쩐지 밉기만 했다. 만사통은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을 정도로 아는것이 많았지만 신경질 또한 많았다. 하교하여 집에 돌아오면 꼼짝달싹 못하게 붙잡고 공부시키는것만도 얄미운데 조금만 정신을 딴데 팔아도 욕설을 퍼붓는 왜가리소리가 몹시 귀에 거슬렸다. 귀녀는 커가면서 만사통이 로처녀여서 신경질이 많은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번 아버지와 그분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고 귀녀는 만사통이 첫사랑에서 실패한 이후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여태껏 로처녀로 시집도 가지 않고있다는걸 알았다.

귀녀는 언제부터였는지 만사통이 아버지를 좋아하고있다는걸 눈치챘다. 대학시험에서 락방된후 귀녀는 컴퓨터를 배우면서 만사통이 메일 편지함을 열때 몰래 비밀번호를 기억했다. 그리고 한밤중에 몰래 만사통의 편지함을 열어보았다. 편지함에는 만사통이 자기절로 자기한테 보낸 편지가 그득했다. 대부분이 아버지에 대한 사모의 마음을 토로한 편지였다.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다고 만사통이라 불리는 넌 남녀간의 감정문제에선 정말 바보인가봐. 첫사랑에 실패하고 또 자신한테 곁눈 한번 팔지 않는 사람때문에 매일매일 밤잠도 설치고 밥맛도 잃어가다니. 첫사랑을 할 때처럼 그 사람을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면서 그 사람앞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심장을 꺼내 바칠수도 있습니다! 하고 고백하는 꿈까지 꾸다니. 그 사람이 고인이 된 부인만 마음에 꼭 새겨두고 잊지 못하고있다는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의 부인이 되고싶어 미칠지경이 되다니! 넌 정말 바보야. 그 사람은 그저 네가 가르치는 학생의 아빠일뿐인데, 그 사람이 널 마음에 두지도 않고있는데 혼자서 짝사랑에 빠져 헤여나오지 못하고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 사람의 딸에겐 신경질만 쓰고 욕설만 퍼붓다니. 넌 기실 그앨 미워하지 않는데도 그 아일 가르치면서 왜 자꾸 신경질이 나는지 너로서도 모르겠지. 하지만 그 아이 방에 가서 그 아이가 자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면서 너는 그 아이가 네 딸처럼 착각되기도 했지. 요 귀여운 내 딸아! 날 한번만 엄마라고 불러주렴.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지. , 너는 정말 바보중의 바보야…이런 내용의 편지가 수십통이나 되였다.

귀녀는 만사통이 측은하게 생각되였다. 워낙 이 신경질 많은 로처녀의 가슴에도 뜨거운 사랑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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