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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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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털보남편
2013년 12월 08일 11시 23분  조회:4474  추천:1  작성자: 넉두리

단편소설

 
그녀의 털보남편

 
김희수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난것은 어느 시장거리에서였다. 쇼핑을 나온 그녀는 시장거리를 거닐다가 장사군들속에 몸을 쪼크리고 앉아있는 그와 언뜻 눈길이 부딪쳤다. 그 눈길이 부드럽고 친절했다. 그녀는 저도 몰래 그 눈길에 끌려 그한테로 다가갔다. 그의 코앞까지 다가가는 동안 그녀는 줄곧 그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있었다. 그 또한 한발작 한발작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온 몸에 털이 뒤덮인 난쟁이였다. 그녀는 거리에 나앉아 남의 구경거리가 된 그의 사정이 몹시 안쓰러웠다. 천천히 허리를 굽힌 그녀는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몸을 가볍게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그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다시 한번 그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그녀의 선의적인 웃음과 따뜻한 손길을 느낀 그는 고맙다는듯 살짝 몸을 일으켜 례의를 표했다. 그녀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를 따라가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젊고 아릿다운 그녀의 매력에 기가 질렸는지 고개를 숙인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다시 한번 같은 물음을 반복했다. 그는 머리를 들어 그녀를 이윽토록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한 호의를 읽었는지 머리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이렇게 되여 그녀는 그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였다. 그녀의 집에 들어선 그는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누군가를 찾는듯 했다. 그녀만한 년령이면 꼭 있어야할 바깥주인을 찾는거라고 그녀는 짐작했다. 그녀는 자기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로처녀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두눈이 휘둥그래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처럼 예쁘고 지적인 녀인이 아직까지 독신으로 있는것이 놀랍고도 이상한 모양이였다. 그녀는 말없이 씽긋 웃었다. 그러자 그는 남의 비밀을 캐묻고싶지 않다는듯 그녀의 알뜰한 솜씨로 꾸며진 깨끗하고 정결한 방안을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새집에 온것이 마음에 드는지 깡충깡충 뛰여다녔다.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그에게 그녀는 우선 식사대접부터 시켰다. 그녀는 재빠른 음식솜씨를 펼쳐 한상 푸짐하게 차려주었다. 그는 맛있게 먹어주면서 연신 고맙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렇게 그들은 한집식구가 되였다. 한집식구라지만 그는 그녀를 주인처럼 섬겼다. 그러면서 자기의 충성심을 보이려는듯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기 할일을 찾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그를 노복으로 대하지 않았다. 가까운 친구처럼 여기면서 밥도 한상에서 같이 먹었고 쇼핑할 때도 함께 거리를 돌아다녔다. 잠을 잘 때에 그는 구석에서 홀로 자는것이 습관돼서인지 구석방에서 이불도 덮지 않고 쪼크리고 잤다. 그녀도 그런 그의 습관을 존중해서 그대로 두었다.
    그와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신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걸 발견했다. 라태하던 생활이 절주있게 되였고 흐트러졌던 생활의 리듬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전진하게 되였다. 항상 늦잠을 자던 그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와 함께 달리기를 했고 대충 요기하던 아침식사도 푸짐하게 차려놓고 그와 함께 맛있게 먹군 했다. 그리고 한주일에 한번꼴로 하던 방안청소도 매일매일 말끔하게 치우고 닦았으며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밀리던 빨래도 제때에 깨끗하게 씻군했다. 그의 존재로 하여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던 그녀의 생활에 노래와 웃음이 차넘쳤다.
    그녀는 그와 함께 아침 달리기를 하고나면 왕성한 식욕이 끓어올랐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군했다. 설거지를 하고나서 그녀는 거울앞에 앉아서 얼굴화장을 한다. 눈섭도 그리고 아이섀도도 칠하고 오렌지색 루즈도 진하게 발라놓는다. 그는 그녀곁에 서서 그녀가 그녀가 화장하는 섹시한 모습을 홀린듯이 바라본다. 그는 거울속에 나타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내심 탄복하며 감탄하다가도 자기의 못난 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른 거울에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저만치 물러서서 계속 그녀의 매력적인 자태를 지켜본다.  
    화장을 끝낸 그녀는 옷장문을 열고 옷을 꺼내 입는다. 그는 곁에서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가 무슨 옷을 입는가를 주시해본다. 그녀가 제복을 꺼내 입으면 출근날인줄 알고 서운하여 맥없이 주저앉고 그녀가 평복을 결쳐 입으면 휴식날인줄 알고 기뻐서 폴딱거린다. 그녀가 출근하면 그는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하기에 너무나 심심하고 적적하고 고독하다. 하지만 휴식날이면 집에 있으나 나들이를 하나 그녀가 항상 그와 함께 있어주기에 즐겁고 유쾌하기만하다. 
    출근할 때면 그녀는 집문을 나서기전에 꼭꼭 그를 껴안고 그의 볼에 뽀뽀해주면서 집을 잘 지키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그는 명심하겠노라고 힘있게 머리를 끄덕여 대답하고나고 《빠이빠이》하는 그녀의 동작을 본받아 자기도 그럴듯하게 포즈를 취해본다.그녀가 출근하고 혼자 남게 되면 그는 먼저 부엌간에서부터 뛰여들어가 전기밥솥의 스위치를 껐나,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나, 수도물이 새지 않나 자세히 살펴본다.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객실로 나와서 텔레비죤을 켜놓고 마음에 드는 프로를 구경한다. 처음에 그는 전기밥솥이며 가스레인지며 수도물이며 텔레비죤이며를 어떻게 켜고 끄는지를 몰랐다. 그녀는 몇번이나 거듭하여 차근차근 가르쳐주어서야 그는  그 모든것의 사용법을 익히게 되였다. 그는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꿔댔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만화영화였다. 만화영화중에서도 특히 멍멍이가 나오는 동화편을 즐겨했다. TV의 화면에 멍멍이가 나타날 때면 그는 너무도 즐거워서 멍멍이의 동작을 본따서 폴짝폴짝 뛰군했다. 퇴근무렵이면 그는 현관앞에 서서 그녀의 귀가를 기다린다. 벽시계의 뻐꾸기가 《뻐꾹뻐꾹》하고 다섯번을 울기만 하면 그녀는 어김없이 집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녀는 언제나 반색하여 매달리는 그를 꼬옥 껴안고 그의 볼에 《뻑》 소리나게 입을 맞춰준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그에게 더욱 정이 쏠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부터 그녀에게는 늦은 귀가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친구들과의 래왕도 점점 뜸해졌다. 그녀가 혼자 살 때는 레스토랑, 카바레, 카페 등을 전전하면서 3차, 4차 련거퍼 마셔대던것이 그와 함께 있으면서부터는 1차마저 사양하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녀에게는 그와 함께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번뇌가 말끔히 가셔지고 가슴속에서 오로지 기쁨만이 샘솟듯 솟아나는것이였다. 그녀는 아침이면 그와 함께 달리기를 했고 저녁이면 그와 함께 야시장을 돌아보기도 했으며 강가를 산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휴식일이면 그와 함께 쇼핑도 하고 공원놀이, 들놀이도 했다.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는 차수가 잦아짐에 따라 그들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움트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는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성간의 사랑이나 결혼을 완전히 포기해버리기로 하느님께 맹세한 그녀에게 사랑이란 두번 다시 있을수 없는것이였다. 그녀는  《남자》라는 말만 들어도 속에서 구토가 올라왔다. 그만큼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 대해 증오하고있었다. 증오하기보다 그녀는  《남자》들에 대해 완전히 실망을 느끼고있었다.
    그녀가 처음 알게 된 남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란 그녀에게 있어서 범처럼 무서운 존재였다. 아버지는 사흘이 멀다하게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서는 쩍하면 어머니와 언니를 때리군 했다. 아버지는 때린다하면 사정이 없었다. 주먹과 발길로 피가 터질 때까지 혹독한 매질을 하군 했다. 아버지에게 매를 맞은 이튿날이면 어머니와 언니의 팔다리는 퍼렇게 멍들군 했다. 언니는 이마며 턱이며가 흉터가 생겨 동학들 보기 부끄럽다고 학교로 못가는 때가 많았다. 그녀가 여덟살때부터는 그녀에게까지 매를 대군 했다. 그때면 어머니는 항상 딸을 보호하느라고 갑절이나 매를 더 맞군 했다. 아버지가 이처럼 폭력군이기만 하면 그래도 괜찮았다. 그 주제에 아버지는 쩍하면 계집질하면서 오늘은 이년 래일은 저년과 붙어다녔다. 그래도 그 쪽이 썩 좋았다. 아버지가 밖에서 외도하는 날이면 매를 맞지 않게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보응이였던지 아버지는 유부녀인 어떤 년과 좋아서 붙어지내다가 유부남에게 물매를 맞고 하반신을 못쓰게 된것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다시는 때리지 못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바깥출입을 할수 없게 된 아버지는 자리에 누운채로 똥오줌을 싸는 처지가 되였다. 말없이 응당한것처럼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똥빨래를 씻는 어머니를 보고 그녀는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다.
     《엄만 밸도 없나요? 그것도 인간이라고 시중들어요?》
     《그럼 못써. 그래도 네 아버지가 아니냐?》
     《저건 어버지가 아니라 짐승이예요. 짐승! 그 짐승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우리 셋이 따로 나가 살자요.》
    그런데 언니도 아버지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그녀를 나무란다. 리해할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심하게 당하고도 그런 아버지를 용서해주는 어머니와 언니가 리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만은 아버지를 용서할수 없었다. 아버지가 속벌에 똥을 쌀 때마다 그녀는 구린내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저주때문인지 아버지는 얼마후 쥐약을 먹고 자결하고말았다.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로 되여버린 아버지를 보고 슬피우는 언니를 보면서 그녀는 언니만은 어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지 말기를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그 형부라는 남자는 또 어떤 남자였던가.
    그녀가 고중3학년때였는데 어느 하루는 언니가 어떤 남자를 집에 데리고 왔다. 키 크고 멋진 남자였다. 말도 변설이여서 첫대면인 그녀를 처제라고 부르며 처제는 매화꽃처럼 예쁘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댔다. 그리고 어느새 장모님이 됐는지 어머니를  《장모님, 장모님》하고 부르면서  《따님과 저는 여차여차 사랑하게 되여 서로 떨어질수 없는 사이가 되였습니다. 따님을 저한테 주십시오. 따님을 데려다가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 따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게 하겠습니다.》하고 엎드려 절까지 했다. 한평생 아버지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마를새 없었던 어머니는  《따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게 하겠습니다.》하는 그 한마디에 감동되였는지 그 자리에서 큰딸의 혼사를 허락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집간 딸이 남몰래 눈물을 짜고있었을줄은 저 세상으로 가는 날까지 어머니는 모르고있었다. 어머니가 딸집에 갈 때마다 언니는 눈물을 감추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었기때문이였다. 어머니는 세상뜨는 날까지  《작은사위도 큰사위 같은 좋은 남자를 삼아야 할테데.》하고 그녀의 혼사를 걱정하셨다. 그녀도 그때까지는 언니의 결혼생활이 행복한 줄로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중에 그녀는 동료들과 같이 3차를 가다가 노래방앞에서 형부가 어떤 아가씨와 키스하는것을 발견했다. 남들이 지켜보는것도 아랑곳없이 희미한 불빛아래에서 입을 맞춰대던 형부는 그 아가씨와 함께 택시에 앉아 어디론가 사라지는것이였다. 그녀는 자신이 배반당한듯 가슴속에서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녀는 이튿날 곧 언니를 찾아갔다. 그제야 언니는 눈물을 질질 짜면서 시집온지 한달만에 형부가 무서운 바람둥이라는걸 알았단다. 자기한테 화류병을 옮겨온적도 몇번이나 된단다. 그런줄 알면서도 왜 여태까지 그런 남자와 살았느냐고 물으니까 어머니가 알면 락루하실가봐 참고 살았단다.  《지금도 늦지 않아요. 그 짐승같은 남자와 헤여져요.》하니까  《애두 있는데 그럭저럭 살아야지》하고 리혼할수 없다며 언니는 한숨을 짓는다. 그녀는 그런 언니가 불싸하다 못해 미워지기까지 했다.
    그녀에게도 여기저기에서 중매가 들어왔다. 언니도 중매를 서면서 몇몇 총각들을 소개해주었다. 중매가 아니라해도 그녀에게는 청혼하는 남자들이 여럿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를 만날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남자라면 모두가 아버지 같고 형부 같은 족속 같아서 진저리났다. 더구나 그런 남자들과 사랑을 한답시고 키스를 할 생각을 하니 구역질이 났다. 그런 생각은 시집간 친구들의 남편들을 보면서 점정 더해갔다. 한 친구는 시집을 잘 갔다고 모두들 부러워했다. 돈 많고 학벌 높고 인물 잘 생기고 맘씨 곱다고 친구도 시물시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신혼살림을 하면서 친구는 하냥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녀는 정말 좋은 남자가 있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이런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날 그녀는 3차인지 4차인지 동료들과 함께 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신적이 있었다. 그녀들이 방금 레지가 갖다주는 커피를 들었을 때 곁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녀가 서로 빨고 만지고 하는 소리였다. 칸막이 벽이 워낙 엷어서 옆방에서 토해내는 녀인의 신음소리까지 그대로 들려왔다.  《어머! 어머!》하는 녀자의 애교어린 목소리를 뒤이어  《히히, 너 노브라군!》하는 남자의 음탕한 웃음소리가 새여나왔다. 다음 남자가  《아, 미치겠어, 우리 집으로 가자!》하고 녀자의  《어머, 부인님은요?》 놀란소리에 남자가  《우리 마누라 본가집으로 갔어, 어때, 좋지?》한다. 여기까지 들은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당금 구토할것 같아 그녀는 화장실로 가려고 문을 열고 나섰다. 그때 마침 옆방에서 나오는 그 남주인공과 눈길이 딱 마주쳤다. 순간 그녀와 남주인공은 다같이 깜짝 놀랐다. 그 남주인공이 바로 그녀의 친구의 잘난 남편이였던것이다.
    또 다른 한 친구는 결혼한지 6년만에 잘 살아보겠다고 한국에 나갔다. 가면서 친구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친구의 남편은 항상 퇴근이 늦었기에 그녀는 날마다 퇴근하기 바쁘게 유치원에 뛰여가 친구의 애를 집에 데려다주군 했다. 친구의 남편은 그런 그녀가 감사하다면서 어느 하루는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다. 친구의 남편이 밖으로 나가자는걸 그녀는 친구가 피땀으로 번 돈을 아껴야 한다면서 집에서 간단히 먹자고 했다. 둘은 함께 부엌에서 바삐 돌아치며 물만두를 빚고 료리도 몇가지 볶았다. 친구의 남편이 그녀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우리 부부 같잖아》했다. 그녀도 그런 롱담쯤은 웃으며 받아주었다. 둘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배불리 먹은 친구의 딸애는 자기의 방에 들어가 쌔근쌔근 코를 골았다. 술이 거나하게 되였을 때 이글거리는 눈길로 그녀를 노려보던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덮치면서 그녀를 와락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녀는 그런 무례한 행동에 화가 치밀어 친구의 남편을 콱 밀치면서  《이게 무슨 짓이예요? 한국에서 고생하는 애 엄마에게 미안하지 않아요?》했다. 그러자 친구의 남편은  《거기 간 녀자들 다 애인 있다더라. 내 마누라도 지금쯤 어떤 놈팽이와 붙었을거야. 제길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인데 뭐. 우리도 애인하자.》하면서 재차 덮쳐왔다. 그녀는 더는 참을수 없어 친구의 남편의 귀쌈을 후려치고는 도망하다싶이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직장 상사인 사장님도 그녀에게  《관심》의 손길을 뻗쳐왔다. 매사에 이런저런  《관신》과  《배려》를 베풀더니 급기야는 본색을 드러내고말았다. 조용한 다방에서 보석반지와 금목걸이를 그녀앞에 내놓으면서 애인이 돼달란다.  《사장님께 장미라는 애인 있잖아요?》하니까  《애인 여럿이면 좋잖아.》한다. 그러다가 그녀의 기색이 변한걸 보고  《장미는 인제 정 떨어졌어. 너처럼 사랑스럽지 못해.》하면서 그녀를 와락 껴안고 오늘밤 요구를 들어달란다. 사장님이 덮치는 순간 그녀는 또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젖가슴을 만지는 사장님을 콱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총망히 걸어갔다. 오가는 남자들이 흘끔흘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자기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길이 모두 색마의 눈길처럼 느껴지며 온 몸이 오싹해났다.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탄했다. 《남자들은 모두 더럽고 치사한 동물이야!》
    그렇게 봐서인지 정말 그런것 같았다. 남자들은 모여앉기만 하면  《누구는 애인이 몇이요, 어느 술집아가씨가 잘해주오.》하며 지저분한 섹스얘기뿐이다. 노래방이나 카페 같은 곳에 함께 가면 남자들의 더러운 손이 슬그머니 그녀의 넙적다리거나 젖가슴쪽으로 침입하는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런 남자들이 무안하여 얼굴를 붉어질 정도로 따끔하게 찔러주었다. 그런 일이 몇번 있은후로는 누구도 감히 그녀를 건드릴 엄두를 못냈다. 거리를 거닐때면 지나가던 어떤 남자들이 그녀를 보고  《와, 저 아가씨 가슴 이쁘다!》,  《히프는 얼마나 근사한데!》하고 저들끼리 수군거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남자들의 눈알이 몸에 붙어있는것 같아서 신경질적으로 옷을 털어버리군 했다.  《어떤 남자들은 짐승이야.》하고 느끼던데로부터 그녀는 이제는  《모든 남자들은 짐승이야. 아니, 짐승보다 못한 최하류의 미물이야.》하고 이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색정광으로 보게 되였다.
     《이 세상엔 좋은 남자들도 있어.》 하면서 언니는 또 한 남자들 소개해왔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 남자는 공부밖에 몰랐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남들이 다 하는 련애 한번 안했대. 대학을 나와서는 반신불수인 부모님을 시중드느라 배우자를 찾을 마음이 여유가 없었대. 효성이 지극하고 마음씨 착한 그 남자는 장차 애처가로 될 남자야.》
     《애처가건 공처가건 난 남자라고 하면 모두 징그러워.》
     《너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봐. 정말 좋은 남자야.》
     《지금 세월에 좋은 남자 어디 있어? 남자들은 모두 짐승...》
     《너 색안경을 쓰고 보니까 그렇지.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어디 한번만 만나봐. 그럼 너도 관점이 바뀔거야.》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났다. 선보기 위해 만난것이 아니라 언니한테  《이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색골이다》는 자기의 관점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만난것이였다. 첫대면에 악수하는 그 남자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그 남자가 시작부터 늑대의 본성이 꼬리를 쳐든거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그 남자이 표정을 살피려고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감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 응시할수 없어 고개를 약간 숙인것이였겠으나 그녀는 그 남자의 음탕한 눈길이 자기의 앞가슴과 사타구니에 쏠린것이라고 여겼다. (그럼 그렇겠지. 이 세상에 늑대가 아닌 남자가 어디 있겠어.)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남자가 신입사원 모집하듯 그녀의 간력을 간단하게 묻더니 엄숙하게 말하는것이였다.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피차에 연분이 있어 만났는데 이 나이에 따로 련애할것도 없지 않습니까? 난 독신인데 오늘부터 우리 집에 옮겨와 함께 삽시다. 우리 두 사람이 사용할 쌍침대도 새로 마련해놓았습니다.》
    그녀는 너무도 어이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낯도 코도 모르던 사람이 만나자마자 함께 살아? 뭐?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할 침대라구? 침대, 침대! 그래 남자들은 그짓밖에 모르는 늑대이니까! 그녀는 언니를 찾아가서 그 남자도 역시 아버지와 형부와 똑같은 족속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언니는 웃으며  《요즘은 열여덟, 열아홉이 되는 애들도 만나면 동거부터 하는데 뭘그래?》히거 그녀를 나무랐다. 그녀는 언니를 쏘아보며  《아이, 구역질나. 남자라는것들은 모두 짐승보다 못한 존재야. 난 영원히 혼자 살거야!》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언니는 그런 그녀를 가슴 아픈 눈길로 바라보며  《네 관점이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흐르다니? 아무래도 넌 심리치료를 받아봐야겠구나!》고 했다. 언니의 그런 걱정을 그녀는 웃음으로 넘겨버렸으나 때론 자기로서도 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을 좋게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좋게 보여지지가 않았다. 보이는 남자들마다 모두 아버지, 형부, 사장님, 친구의 남편들 같은 그런 족속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 굳게 맹세했다.(난 한평생 결혼하지 않겠어! 그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겠어!)
    그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녀가 지금은 귀신에게 홀린듯 털봉린 그를 사랑하게 된것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한테 애정이 쏠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도 마음속으로 그녀를 사랑하고있엇지만 감히 그녀와의 사랑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있었다. 어느날밤, 그녀는 사랑의 표시를 하며 그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 그녀는 그를 꼭 껴안고 잤다. 그렇게 몇밤을 잤지만 그들사이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자기를 깊이 사랑하고있는지를 그의 눈빛과 그의 행동에서 알수 있었다. 어느 한번 그녀가 길에서 고양이 한마리를 주어왔다. 그녀가 그 고양이를 몹시 귀여워하는것을 본 그는 질투로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것이였다. 그러더 그는 마침내 사나운 기세로 그 고양이를 공격하여 멀리 쫓아버리고말았다. 그녀는 그가 이처럼 성내는것을 처음 보았다. 그런데 며칠후 그가 또 성내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가 그와 함께 저녁산책을 할 때였다. 무슨 일로 저만치 뒤떨어져 걷던 그는 골목에서 그녀가 어떤 남자와 포옹하고있는것을(사실은 포옹하고있은것이 아니라 치한이 그녀를 덮친것이였다.)보고 성난 숫사자와 같이 맹렬하게 돌진하여 그 치한을 쫓아버렸다. 그녀는 감격하여 그를 꼭 껴안고 키스해주었다. 그후 그녀는 그를 늘 무릎에 앉히고 노래를 불러주군 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의 눈은 언제나 행복에 젖어들군 했다. 눈빛만 보아도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수 있었다.
     《우리 결혼해요!》
    어느날 그녀는 그를 꼭 껴안고 고백했다. 그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너무 뜻밖이인지 멍청한 눈길로 그녀만을 쳐다본다. 그녀가 재차 속삭이며 뜨거운 입맞춤을 하자 그의 눈은 감격에 젖어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결혼식을 준비했다. 곱게 화장한 그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에게도 신랑옷을 입혀주었다. 푸짐한 잔치상도 차렸다. 하지만 손님은 청하지 않았다. 친척도 동료도 심지어는 언니마더 청하지 않았다. 둘만이 하는 결혼식이였다. 신부는 여느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털보신랑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를 쳐다보느라 넋을 잃을 지경이였다. 결혼식은 간단했다.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고 결혼반지를 교환하니 모두 끝난것이다.
    첫날밤은 달콤했다. 신부는 침대우에 쌍희자가 새겨진 시트를 펴놓고 신랑더러 기다리라고 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한창 씻고있는데 신랑이 빠끔이 열려져있는 욕실문을 밀고 들어왔다.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를 젖무덤에 대고있던 신부는 신랑이 들어오는것을 보고  《어머, 얌체야!》하고 애교스럽게 웃었다. 녀자의 알몸을 처음 보는 신랑은 넋빠진듯 신부의 라신을 응시했다.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미끈한 몸매, 곡선미 넘치는 풍만한 히프, 그리고 탱탱하고 봉긋한 젖가슴은 신부의 숨결을 따라 춤추듯 오르내린다.
     《우리 함께 씻어요!》
    신부가 배시시 웃으며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를 신랑의 몸에 대고 공격했다. 신선한 충격에 신랑은 춤추듯 흥분에 겨워 폴짝폴짝 뛰였다. 신부는 정성들여 신랑의 몸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목욕을 하고나니 시원하고 거뿐했다. 신부는 신랑을 안고 침대우에 올랐다. 신부는 신랑에게 격렬한 키스를 퍼부으며 신랑의 민감한 부위를 애무해주었다. 신부의 애무가 진하고 격렬하게 진행되자 신랑은 흥분이 고조되여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부는 애원하듯 신랑에게 애무를 요구했다. 신랑은 뜨겁게 달아오른 혀바닥으로 신부의 탱탱한 젖가슴을 애무해주었다. 신랑이 어린아이처럼 젖가슴을 파고들고 신부는  《아!》하고 신음을 토해내며 가랑이를 가위처럼 벌렸다. 신랑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것 같았다. 신부는 다가올 미지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으로 가볍게 몸을 떨었다. 신랑은 곧 신부와 결합해야 한다는것을 느꼈지만 너무도 기쁘고 너무도 흥분하여 어쩔바를 몰랐다. 신부는 당혹해하는 신랑을 고무의 눈길로 바라보며 용기를 주었다. 신랑은 마침내 신부와 한몸이 되는 신성한 사랑을 완성했다.
    그들은 이렇게 부부가 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한집에서 아기자기 살면서 다정하게 거리를 산책하는것을 보면서도 그들이 부부간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선녀같은 그녀와 털보인 그가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는 한쌍으로 돼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남편은 온몸에 털이 뒤덮인데다가 난쟁이였고 말할줄도 몰랐다. 하지만 속세의 인간들이 어찌 그들의 고결한 사랑을 리해할수 있으리요. 남편은 구역질이 나는 남자들과 달랐다. 이 세상의 남자들과 젼혀 달랐다. 비록 외모는 짝지지만 내심세계만은 비할데없이 아름답고 깨끗했다. 남편은 욕망이 없었다. 하루 세끼 배불리 먹여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속세의 남자들처럼 다른 녀자를 넘겨볼줄도 몰랐다. 이 세상의 관습에 오염되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거짓을 몰랐다. 오직 그녀에게만 충성하며 무슨 일이든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다. 남편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남자들보다 더욱 훌륭했다.
    남들이야 알아주든말든 그녀는 남편을 한없이 사랑했다. 남편 또한 그녀를 깊이깊이 사랑했다. 그들은 날에 날마다 꿀맛같은 사랑을 맛보면서 무한히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들한테 뜻하지 않던 불행이 닥쳐왔다. 그날은 남편이 감기로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침대에 눕혀놓고 약 사러 나갔다. 그런데 남편이 그녀 모르게 그녀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나섰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녀는 남편의 약을 사기에 급한 걸음을 재촉했다. 간밤에 내린 눈때문에 길바닥이 몹시 미끄러웠다. 그녀가 길 복판에서 미끄러워 주춤거리고있을 때 자동차 한대가 곧 바로 그녀를 향해 무섭게 달려왔다. 공포의 전률을 느끼며  《앗!》하는 순간 그녀는 어떤 강한 힘에 떠밀려 길 저쪽켠으로 나자빠졌다.  《차사고가 났어!》하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아픈 허리를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머리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것만 같았다. 차가 지나간 자리에 남편이 피투성이가 되여 쓰러져있었던것이다. 그녀는 영문을 알았다. 남편이 그녀를 구하느라 자기 자신을 희생한것이였다. 그녀는 황급히 비틀거리면서 남편한테로 다가갔다.
     《죽었구만, 죽었어!》
    남편의 시체를 둘러싸고 수군거리던 구경군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흩어져 가버렸다. 그녀는 눈앞이 캄캄했다. 남편이 죽다니?! 사랑하는 남편이 죽다니?! 목숨바쳐 그녀를 구한 남편!
     《아이구! 아이구...》
    그녀는 처절하게 가슴을 쥐여뜯었다. 남편을 잃은 슬픔은 하늘에 닿을듯 했다. 그녀는 남편의 시체를 붙잡고 간장을 비트는듯 애통하게 흐느끼였다.
     《이미 죽은걸 어찌겠수. 운다고 다시 살아날수야 없지 않수? 내 잘못은 별로 없지만 손해배상은 하리다.》
    운전기사가 다가와 돈지갑에서 백원짜리 몇장을 꺼내여 선심쓰듯 그녀앞에 던져주고는 슬금슬금 물러갔다. 그녀는 그 돈을 북북 찢어던졌다. 분하고 슬프고 억울했다. 너희들의 눈에 그래 남편의 몸값이 이것밖에 안된단 말이냐? 어떤 남편인데? 내 남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가장 정직하고 가장 순수한 남편이란 말이야!
    비애가 왈칵 한가슴에 밀려온다. 그녀는 또다시 가슴을 쥐여뜯으며 처절하게 통곡했다. 지나가던 행인 하나가 땅을 치며 슬피 우는 그녀를 보고 리해할수 없다는듯 중얼거렸다.
     《허참, 개 한마리가 차에 치여 죽은걸 가지고 왜 저리 슬피 운담?》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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