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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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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2015년 03월 01일 13시 56분  조회:3122  추천:2  작성자: 넉두리

추 억
 

김희수

 
 
요즘 징병검사로 병원은 초만원을 이루고있었다. 나는 생기발랄한 미래의 병사들을 위해 한사람 한사람 세심하게 신체검사를 해나갔다. 두번째 청년의 검사를 끝내고 세번째 청년의 이름을 부를 때였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얼굴이 네모번듯한 중년남자가 역시 키꼴이 장대한 청년을 데리고 들어섰다. 나를 찬찬히 바라보던 중년남자가 반갑게 소리쳤다.
“경수야, 너 의사로 되였구나!”
“누구더라?”
내 이름까지 부르며 하대를 하는 중년남자를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던 나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섞인 목소리로 그를 맞아주었다.
“야, 승호구나! 이게 몇해만이냐?”
우리는 반갑게 손을 잡았다. 헤여진지 20여년이 되는 승호를 만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어린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까닭모를 대자보(大字报)가 사처에 나붙고 “타도하자!”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던 그때 어른들은 “훙써(红色)”니 “캉다(抗大)”니 “빠얼치(八二七)”니 뭐니 하면서 무리를 지어 대변론하고 돌팔매질하고 맞총질하며 판가리싸움을 하였다. 그 시기 도대체 어째서 때리고 마스고 광란하는지 어른들도 똑똑히 모르고있었으니 갓 짜개바지를 벗어놓은 우리야 무엇을 알았으랴!
한두해가 지나자 살벌하던 분위기는 좀 즘즘해진듯 싶었다. 그러나 가끔 “나쁜놈”에게 고깔모자를 씌워 투장해는 일이 많았고 날마다 식사전이나 상학전에는 “어록책”을 정히 들고 수령의 초상을 마주하여 만수무강을 축원하는것이 어길수 없는 법칙으로 되였다. 그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것도 “로3편”, “만세”, “타도”였다.
어느 수업시간이였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누가 우리의 벗인가?”하는 모주석의 문장을 배울 때 선생님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누가 우리의 벗입니까? 알만한 학생 손드세요.”
학생들이 너도나도 “옛”하고 손을 들었으나 승호만이 책상에 납죽 엎드려 연필로 무엇인가 열심히 그리고있었다.
“승호학생!”
내 앞에 앉은 선생님의 지명을 받자 흠칫 놀라 머리를 쳐들었다가 자기를 쏘아보는 선생님의 눈길과 마주치자 황망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해보시오. 누가 우리의 벗입니까?”
“저…”
승호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어물어물 말꼬리를 흐렸다.
“우리 아버지.”
순간 물뿌린듯이 조용하던 교실에서 일시에 폭소가 터졌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즘즘해지기를 기다려서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의 적은 누구입니까?”
“교장선생님입니다!”
승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교실안은 대번에 술렁거렸다. 물목이 터진듯 여기저기에서 “저새끼, 반동이다!”하는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승호는 구원을 바라는 눈길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교장선생님이 어째서 우리의 적입니까?”
선생님이 따지고들자 승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교장선생님은 코가 크기때문입니다. 외국특무처럼.”
“하하하!”
학생들속에서 또 한번 웃음통이 터졌다. 선생님은 승호의 학습장을 집어들고 보더니 눈살이 꼿꼿해졌다.
“이건 뭔가요?”
“해방군입니다!”
“해방군이 모자를 삐딱하니 쓰는가요? 국민당특무처럼? 수업시간에 이따위걸 그리니 적과 벗에 대한 개념도 혼동하지. 다음부터 시간에 집중을 잘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선생님은 이번에는 학급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정순이를 보고 물었다.
“정순학생이 말해보시오. 누가 우리의 적입니까?”
내 옆에 앉은 정순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챙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승호입니다. 승호가 우리의 적입니다!”
교실안은 일시에 키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군거리는 소리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조용히”를 부르고 나서 정순이에게 캐여물었다.
“승호학생이 왜서 우리의 적입니까?”
“승호는 부농인 자기의 아버지를 우리의 벗이라고 했고 존경하는 교장선생님을 우리의 적이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승호는 우리의 적입니다!”
“아닙니다! 승호는 좋은 애입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발딱 일어나서 나의 가장 친한 동무를 변호해나섰다.
“정순아, 넌 승호의 그림책을 봤니? 놈들이 나오는 낯판대기에다 모두 송곳으로 찔러놨어! 이렇게 놈을 미워하는 애가 어떻게 우리의 적일수 있니?”
정순이도 질세라 손을 흔들면서 소리질렀다.
“흥, 나도 봤어. 그 뒤장에 있는 우리 해방군의 얼굴에도 송곳흔적이 있는데 뭐. 승호는 반동이고 나쁜놈이고 계급의 적이야!’
나도 화가 나서 맞받아 소리쳤다.
“좋은 애를 무함하지 말어!”
“경수야, 넌 왜 나쁜 애의 편을 드니? 그럼 너도 나쁜 애야!”
“승호는 좋은 애야!”
“나쁜 애야!”
“좋은 애야!”
선생님은 옥신각신하는 우리를 제지시키며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동무들, 부농자제라하여 부모와 한동아리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계급투쟁은 치렬하고 복잡하고 계급의 적들은 시시각각 복벽을 꿈꾸면서 우리의 후대들을 부식하고 쟁탈하려고 망녕되게 시도하고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적일수도 있고 우리의 벗일수도 있는 지주, 부농, 반형명분자의 자제들을 우리켠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도대체 누가 우리의 적이고 누가 우리의 벗인가?
그후에 승호는 “반동구호”사건으로 나어린 가슴에 상처를 입고 정순이와 싸우게 되였다.
소조공부가 끝날 무렵이였다. 소조장인 정순이가 승호의 숙제를 검사하다가 별안간 “반동구호!”라고 새된 소리를 지르더니 승호의 숙제책을 들고 부리나케 학교쪽으로 뛰여갔다.
이튿날에 등교하자바람으로 승호는 선생님한테로 불리워갔다. 선생님은 숙제책을 펼쳐들고 엄한 눈길로 승호를 쏘아보았다. 그것은 정순이가 바친 승호의 숙제책이였는데 거기에는 “림표는 인민의 원쑤이다!”라는 비뚤비뚤한 글씨가 씌여있었다.
“이건 동무가 썼습니까?”
“네, 제가 썼습니다!”
승호는 선생님의 엄숙한 질문에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장한 일이라도 한듯이 싱글벙글 웃기까지 했다. 그러자 화가 난 선생님은 책상을 “쾅”하고 내리치며 꽥 소리질렀다.
“동무, 정신을 차리시오! 림부주석은 모주석의 가장 친밀한 전우이며 믿음직한 후계자입니다. 중앙수장을 원쑤라고 악독하게 모독하다니요? 이건 계급의 적들의 반동언론입니다! 솔직하게 탄백하시오. 이건 부농인 동무의 아버지가 시킨 일이지요?”
“아닙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시구두…”
“뭐야? 내가 언제 그렇게 그런 말을 했어?”
“그저께 림부주석의 ‘모주석의 말씀은 마디마디가 진리여서 한마디가 만마디를 당한다’는 어록을 배울 때…”
“너, 정신을 어따 두었니? 그때 내가 림부주석은 인민의 원수라고 했지 어디 원쑤라고 했니?”
“전 원수인지 원쑤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선생님의 발음이…”
“아니, 이런…원수와 원쑤도 구별못하니 락제만 하지.”
선생님은 허거픈 웃음으로 이 일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정순이의 입을 통하여 이 일을 알게 된 아이들은 늘 승호를 둘러싸고 “반동, 반동, 새끼반동”하고 놀려주었다. 그러자 울뚝밸이 치솟은 승호는 하학하는 길에 정순이의 멱살을 잡고 따졌다.
“야, 누가 반동이야? 다시 말해!”
“다시 말하면 어째? 니가 반동이다! 어째?”
정순이는 두려워하기는커녕 딱 마주서서 가시돋친 말로 승호를 찔러주었다.
“이 간나!”
승호의 손이 내가 말릴사이도 없이 불이 번쩍나게 정순이의 뺨을 후려쳤다. 정순이는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입만은 놀려댔다.
“새끼반동 같은게 으응, 어디 두고보자 으응…”
울분으로 하여 승호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는데 그의 눈에서 웬 일인지 물기가 반짝이였다.
승호는 학급애들뿐만아니라 마을애들한테도 무시당하고 멸시를 받았다. 겨울방학의 어느날에 우리 마을의 아이들은 “특무잡이”놀음을 하게 되였다. 상급생인 정순의 오빠 원식이가 대장이 되여 “특무”가 될 애를 뽑았다.
“대만특무에 승호!”
“싫어! 난…”
승호는 특무질을 안하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자 원식이는 승호를 삼켜버릴듯이 노려보며 고함쳤다.
“임마, 싫어두 해야 돼!”
“싫어. 난 해방군역을 하겠어!”
“흥, 부농새끼가 해방군을 해? 임마, 너 같은건 특무, 반역자, 졸개질이나 해야 돼!”
“씨, 누가 부농새끼야? 넌 개새끼야, 개새끼!”
승호는 더는 굴욕을 참을수 없었던지 자기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원식이한테 대들었다. 원식이도 화가 나서 승호의 면상에 사정없이 주먹을 안겼다.
“요 새끼반동아! 내 오늘 너를 타도하여 납작하게 만들겠다!”
원식이는 승호의 코와 입에서 피가 터져나와서야 손을 떼고 애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승호의 발밑에 깔린 새하얀 눈우에 시뻘건 피자국이 꽃잎처럼 피여났다. 나는 연필깎는 칼로 솜옷을 베여낸후 솜 한웅큼을 끄집어내여 승호의 피를 닦아주었다.
“승호, 괴로와말아. 응? 우리 둘이 놀면 되지 않니? 내가 특무질하고 네가 해방군이 돼라 응?”
승호는 자기를 따뜻이 위로해주는 말을 듣자 내 손을 꼭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일로하여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우리는 늘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다. 숙제도 함께 하고 썰매도 함께 타면서…
그러던 어느날에 승호는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경수야, 넌 커서 뭘 할래?”
“난 말이야. 음…모르겠어. 넌?”
“군대가 될래!”
“군대? 야, 장하구나!”
“난 군대가 되여 우리 아버지, 어머니하구 동생들이 잘 살도록 하기 위해서 놈들과 싸우겠어!”
“그래? 난 뭘 할가? 음…난 의사가 될래. 의사가 되여 우리 할아버지의 병을 떼주구 네 병두 봐주구 그리고 또…”
“야, 넌 좋은 생각을 했구나. 넌 의사가 되구, 난 군대가 되구. 야, 우리 앞날 만세!”
승호는 기쁜 나머지 퐁퐁 뛰며 환성을 질렀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의 우정이 파렬되는 도화선으로 될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계급투쟁의 새로운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있던 학교측에서는 과단성있게 반부식운동을 벌렸다.
적발하라! 누가 나쁜 말 나쁜 일을 하였는가를 모조리 적발하라!
이러한 호소에 호응하여 모두 적극적으로 일떠나 적발서를 써바쳤으나 나는 연필도 들지 않았다. 쓸것이 없었다. 내 눈엔 모두 좋은 사람으로 돼보이는데 누구를 나쁜 놈이라고 적발한단 말인가? 운동이 한창 고조에 오르던 어느날에 선생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경수학생은 왜서 적발신을 쓰지 않습니까?”
“…”
“우리 빈하중농자제들은 이번 운동에 앞장서야 돼요. 동무가 승호와 단짝이 되였다는 적발신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빈농인 동무를 믿어요. 동무는 승호와 친했으니깐 그가 한 나쁜 일도 알고있겠지요? 어서 그를 적발하시오!”
“승호는 좋은 애입니다! 그는 나쁜 일을 한적이 없습니다!”
“경수학생, 계급의 적들은 교활하기 짝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늘 선량한척 하지만 속으로는 딴 꿍꿍이를 꾸미고있단 말입니다. 그들은 우리 무산계급정권을 탈취하려고 망녕되게 시도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시시각각 경각성을 높여 웃음속에 칼을 품고있는 한줌도 못되는 계급의 적들을 일망타진해야 됩니다. 승호의 아버지는 어제 반혁명죄로 체포되였습니다. 정순동무는 벌써 승호의 많은 문제를 적발했습니다. 경수동무, 승호의 아버지란 이 부농분자는 승호를 통하여 동무를 나꿔서 저들의 검은 집단에 가입시키려고 마수를 뻗쳐씁니다. 정신을 차리고 어서 승호와 계선을 가르시오!”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공포의 전률을 느겼다. 아, 승호는 원래 나쁜 애였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난 그애를 따라 그애의 아버지가 이끄는 검은 집단에 가입할번 했구나. 하마트면 나도 나쁜 애로 될번했구나. 정말 위험했어. 나는 낭떠리지에 선듯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눈앞이 캄캄했다.
“선생님, 전…적발하겠습니다.”
“그래. 좋습니다. 승호가 어떤 나쁜 일을 했는지 말해보시오.”
“나쁜 일을 한건 없습니다.”
“그럼 어떤 나쁜 말을 했는가를 말해보시오.”
“승호는…”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애는 군대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군대?”
“네. 부농인 아버지를 위해서…”
“그것 보시오. 그 부농분자는 세상을 뒤엎기 위해 자기의 아들에게 총을 메우려고 했소. 흥, 망상이지. 망상!”
이튿날에 비판대회가 열렸다. 승호는 학급애들의 분노에 찬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교단앞에 머리를 푹 떨구고 서있었다.
“승호, 너 말해봐. 왜 참군하려고 했어?”
립장이 견정하고 기치가 선명한 정순이가 앞장서 따지고들었다. 승호가 침묵을 지키자 사처에서 “말해라! 말해!”하고 소리쳤다. 승호는 시달리다 못해 입을 열었다.
“적과 싸우려고…”
“적이란 누구냐? 우리 혁명동지들과 싸우겠단 말이지? 부농인 아버지를 위해서?”
승호는 천천히 머리를 들더니 괴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것이였다. 나하고만 한 말이 탄로났으니 내가 고발했으리란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였다. 나는 가슴이 불안했다. 정순이가 내 속을 빤히 들여다보기라도 한듯이 내 곁에 다가와 귀속말로 속삭였다.
“두려워 말어라. 그는 한줌도 못되고 우리는 금성철벽이다. 경수야, 네가 실제행동으로 승호와 계선을 가를 때가 왔다. 자, 빨리!”
정순이의 말에서 힘을 얻은 나는 용감하게 앞으로 걸어나가 승호를 손가락질하였다.
“승호, 말해라! 너의 아버지가 참군하라고 시켰지?”
“아니야!”
아니라구? 뻔뻔스러운 놈!”
나는 불시에 승호의 가슴에 된 주먹을 안겼다. 그러자 아무런 준비도 없던 승호는 뒤로 허망 나자빠졌다. 승호는 입술을 꼭 사려물고 나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는데 얼굴근육이 경련하듯 푸들푸들 떨렸다.
“경수야, 너까지도…”
오열에 차 웨치는 승호의 눈에서 두줄기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경수야, 넌 어린 시절의 뜻대로 의사가 되였구나!”
승호의 말에 나는 추억에서 깨여났다. 어린 시절 그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겨줬던 일에 가책을 느끼며 나는 낯이 뜨거워났다. 그때 내가 안긴건 주먹만이 아니였다. 그것은 친구에 대한 배반이였다. 그렇다.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구에 대한 믿음이 깨여지는 순간 그의 가슴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승호야, 어릴 때 널 비판할 때 내가…”
“허참, 철부지때의 일을 새삼스럽게 들춰내선 뭘해.”
“그래두 난…”
“경수야, 혼란하고 시비가 전도되였던 세월인데 어찌 정순이나 너를 나무람할수 있겠니? 그때는 어른들도 멋모르고 날뛰였는데 아이들이야 무엇을 알았겠니? 채찍을 안기려면 응당 순진하고 깨끗한 우리의 어린 심령에 무시무시한 공포심을 들쒸우고 서로 적의를 품고 경계하게 한 그 동란세월에 안겨야 하겠지. 허어, 지금은 좋은 세월이 오지 않았니? 경수야, 이 앤 나의 아들이야.”
승호는 데리고온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체검사하러 왔다. 이 애를 군대에 보내려고.”
나는 승호와 청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승호의 뜻을 알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에게 의탁하려는것이였다. 나는 승호의 아들이 의젓한 해방군전사로 될것을 바라면서 신체검사를 시작했다.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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