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http://www.zoglo.net/blog/huangyoufu 블로그홈 | 로그인

※ 댓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여운의 아름다움
2006년 05월 16일 00시 00분  조회:5496  추천:95  작성자: 황유복

남호손의 수필《태항산기슭에 핀 들국화》 읽기

윤해란



꽃이 화두로 되였다면 누구라 할것없이 하고싶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우리가 제일 많이 사랑하고 례찬해온 자연물은 단연코 꽃일 것이다. 운치의 상징으로 꼽히는 매화나 련꽃, 부귀를 의미하는 모란이나 작약, 사랑을 대표하는 장미, 번영으로 비유되는 진달래나 무궁화를 망라한 수없이 많은 봄꽃과 여름꽃, 가을꽃들에 대하여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간직하고 있을 《꽃같은 시절》이나 기쁨으로 《웃음꽃피우》던 지난날의 추억에 대하여 그 누가 하고픈 말이 없겠는가?

남호손은 수필 《태항산 기슭에 핀 들국화》에서 《기운이 쇠잔해진 가을햇살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찬서리를 걷어낼 때 누렇게 말라버린 잡초들과 락엽들 사이에 청초하게 피여있는 들국화》를 화두로 삼고 있다. 어릴 때 할머님을 따라 가을걷이를 하는 논밭에 가서 메뚜기를 잡다가 조우하게 된 《숨막힐 정도로 예쁘게》 피여있는 들국화를 처음 보게 된다. 《아무리 임자없이 들판에 피여있는 꽃이라도 일단 꺽었으면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할머니의 소박한 교육과 할머님의 사랑으로 한 겨우내 《들국화의 특이한 꽃향기에 취해》 잠들던 어린시절의 추억에서 작가는 《나는 들국화를 할머님의 사랑의 상징으로 받아들였》고 《모든 꽃들 중에서 들국화를 제일 사랑하게 되였다》라는 고백을 이끌어 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속에서 방황하던 작가는 천진시 교외의 들판에서 보게 된 들국화를 고향과 할머님을 향한 마음의 《망향초》로 인식한다. 그때 작가가 쓴 한시중《아시원(兒時願)》과《남호(할머님의 택호)심(南湖心) 》 에서 작가의 절절했던 그 때의 심정을 쉽게 읽을수가 있었다.
이제 《세계적 석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남호손은 이순의 나이에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하기 위하여 태항산오지로 들어간다. 태항산 기슭에 묻힌 조선의용군 렬사들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그의 들국화사랑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생명까지 바친 조선의용군 선렬들의 넋》으로 승화된다.

여기서 우리는 남호손 수필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작가는 들국화라는 화두를 빌려 자신의 일생을 쓰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님의 사랑과 젊은 시절 할머님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족사랑 이 오늘의 선렬들에 대한 추모로 대표되는 민족사랑으로 승 화되는 과정을 청초한 필치로 보여주고 있다. 청초한 삶을 살아 가는 사람만이 쓸수 있는 청초한 글은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다.

수필은 독자로 하여금 강요나 설득을 요구하지 않는 문학장르라고 한다. 독자들을 우선 배려해주는 여운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수필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 할수 있다.


(《도라지》2004.1)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9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9 (수필) 중국문화의 다양성 2006-03-07 56 6401
38 (수필) ‘박대정심 (博大精深)’의 대륙적 기질 2006-03-06 73 6655
37 (수필) 문화의 상대성과 수필 2006-03-03 68 6441
36 (수필) 술과 수필이 만난다면… 2006-03-02 45 5435
35 (수필) 수필과 진실 2006-03-01 63 6474
34 (수필) 수필과 보고서 2006-02-28 67 5474
33 (수필) 잘못 채워진 첫 단추 2006-02-27 54 5887
32 (수필) 순백의 꽃 《도라지》 2006-02-24 55 5526
31 (수필) <오동나무>를 심자 2006-02-23 41 5749
30 (수필) 원일 아침 수상록 2006-02-22 35 5212
29 (수필) 오늘도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2006-02-21 58 4827
28 (수필)선 택 2006-02-20 53 4466
27 (수필) 벼이삭은 성숙될수록 고개를 숙인다 2006-02-17 53 4493
26 (수필) 눈물없이 읽을수 없는 사랑이야기 2006-02-16 54 5456
25 (수필)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2006-02-15 54 4567
24 (수필)군자의 교제는 물처름 담담하고 2006-02-14 58 5097
23 (수필)고슴도치도 0거리접촉을 한다 2006-02-13 64 4866
22 (수필)상혼(商魂)에 절여진 사랑의 축제 2006-02-10 56 4863
21 (수필)사랑의 신화학 2006-02-09 67 4997
20 (수필)사랑의 사회학 2006-02-08 57 4576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