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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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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29)
2019년 05월 30일 09시 26분  조회:1171  추천:2  작성자: 김장혁




                            
                            54. 열풍
       송철과 선희 불륜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광고회사에는 삼복염천의 무더위보다도 더 불꽃 튀는 열풍이 불어쳤다.
원인은 두가지다. 하나는 송철과 선희의 불륜행위를 제때에 제지하지 못한 광고회사 책임자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기광고모델 선희가 사라진 바람에 광고의 경제효과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범송 총경리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제일 먼저 보아낸 올빼미는 굉팔과 승호였다.
굉팔은 기회를 보아 여론을 조성하고 사닥다리를 놓고 줄을 놓아 바라오르려고 악을 딱딱 썼다. 그는 큰 관직은 가진 적이 없었지만 상전을 구슬리는데는 이골이 텄다. 황차 김범수와의 경쟁에 의해 광고회사마저 말아먹고 경리자리마저 떼운 그는 요즘 웃음주머니 흔들흔들했다.
겉은 백설처럼 희지만 속은 시꺼먼 백로 같은 굉팔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티를 내지 않고 퇴근한 후 김범수 경리를 전화로 조용히 불러냈다.
“김경리, 무더운데 시원히 맥주나 마시지 않겠습니까?”
굉팔은 김범수가 맥주나 양고기뀀이라면 오금을 쓰지 못하는 위인이라는 걸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김범수 총경리는 상부의 비평을 받은지라 울적한데 시원히 맥주라도 마시면 좋을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그래도 굉팔이야.)
벙어리 말 못하는 벙어리 고통을 안다고 한번 경리직에서 떨어진 적이 있는 굉팔이야 말로 자기 고민을 헤아리는 것 같았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풍성양고기뀀집이였다.
철주와 순희는 반색하면서 그들 둘을 조용한 단칸방에 안내했다.
굉팔은 양고기뀀과 비둘기고기, 소고기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렸다.
양고기가 뻘건 숯불에 빠지직빠지직 구워지면서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굉팔은 김범수 앞의 잔에 맥주를 찰찰 넘치게 따랐다.
“자, 무더운데 한잔 듭시다.”
“감사하오.”
그들 둘은 시원한 맥주를 서너잔 연속 굽냈다.
그때까지도 굉팔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리경리, 무슨 일이 있소?”
“아니, 무슨 일? 시원히 맥주를 마시자고 그러지.”
굉팔은 쉽게  속을 내비치려고 하지 않았다.
“다른 일이 없으면 성호를 부를가?”
범수는 굉팔의 눈치를 슬쩍 보면서 성호와의 관계를 파악하려고 들었다.
“아니, 경리는 무슨 경리? 떨어진지 오랜데요.”
“그럼 두살이나 지하인 저와 예, 예. 하지 마오. 우리 편안하게 서로 양, 양 하면서 어떻소?”
“예, 좋습니다.”
“또, 또.”
“양, 좋소. 난 경상도 치라서 여기 말 잘 못한다우.”
“성호를 부를가?”
범수는 또 그 소리였다.
“걔를 불러 술축을 낼 건 뭐라우?”
“순박한게 얼마나 사람이 좋소.”
“순박해? 농민 아들이 돈깨나 벌면 욕심이 더 많다우.”
“?”
“김 총경리 몰라 물어요?”
굉팔은 범수를 우멍눈으로 살피면서 말했다.
“그 자식이, 내 물어온 백화상점 금술광고를 빼앗아가지 않았어요? 그뿐인가?  백화상점 광고를 몽땅 빼앗아갔지 않았어요?”
범수는 백화상점 광고문제는 성호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 굉팔의 말과 다르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승호를 불러올가?”
“아니, 우리 둘이 조용히 마시자요.”
범수는 몇마디 안팎에 굉팔이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양고기뀀을 부지런히 구워 먹으면서 기다렸다.
한참 후 빈 맥주병이 술상 옆에 대포탄알깍찌처럼 줄느런히 늘어섰다.
둘 다 얼근히 되자 굉팔은 말문을 열었다.
“한가지 충고하지요. 성호나 승호를 너무 믿지 말라우.”
“?”
굉팔은 우멍눈으로 범수의 눈치를 흘끔 훔쳐보더니 뒤말을 이었다.
“요즘 회사에서 송철과 선희 일이 터지니까요. 그 자식들 다른 궁리하고 있더라우.”
“뭘?”
굉팔은 맥주병을 들어 범수의 잔에 또 따랐다.
“쪼매한(조꼬마한) 자식들, 김경리 자리 탐내는 것 같더라구요.”
“아니, 그럴 리 있소?”
범수는 코웃음쳤다.
“내 걔들을 데려왔는데 배은망덕할 수 있소? 당찮은 말이오.”
굉팔은 한사코 범수와 승호, 성호 사이에 쐐기를 박았다.
“보라우. 승호는 학생총회 주석에 백화상점공회 주석을 했잖아요? 얼마나 화려한 경력인가요? 자식 야심이 있다우. 김경리를 홀랑 빼놓고 내캉 해연이랑 선희랑 청해 술파티 벌이지 않았시우?”
범수는 양고기를 뽀지직뽀지직 구워 먹으면서 대수로와하지도 않았다.
“건 알고 있지. 직원끼리 술파티 연 건 정상이지. 어찌 야심이라고 할 수 있소?”
굉팔은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통 말이 들지 않는구만.” 하더니 한참동안 술만 권하면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성호는 어쨌소?”
“에이, 이젠 듣지 않는 말 하지 않을라우. 술이나 마시자우.”
이때 순희가 쟁반에 푹 삶아 구운 큼직큼직한 소 심장을 무드기 담아 들고 들어왔다.
“두 분이 찾아오셔서 반갑습니다. 장려로 드리지요. 술 한잔 따라드리죠.”
“감사하오.”
굉팔은 순희가 따른 맥주잔을 받으며 입에 침이 튕기면서 인사했다.
순희는 범수한테도 맥주를 따라드렸다.
“이 분은 얼굴이 익은데요.”
“나를 어디서 보았겠소?”
“아, 맞아요. 텔레비죤방송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가요?”
“오~ 그래, 유명가수요.”
굉팔을 희쭉 웃더니 범수를 춰올렸다.
“이 분은 우리 광고회사 김경리인데요.”
“예~ 김경리 종종 찾아와주세요.”
굉팔은 맥주잔을 쭉 굽을 내더니 불쑥 이런 요구를 들고 나왔다.
“보스, 아가씨들이 없시우?”
“아니, 양고기뀀집에 아가씨라니요?”
“술상에 아가씨들이 섞여야 주흥 돋구잖아요?”
“팁 좀 줘야 하는데요.”
“근심말라우. 김경리나 나나 다 광고회사에서 한해에 몇만원씩은 번다우.”
“알았어요. 맛있게 드세요.”
순희는 성호나 승호를 잘 아는가고 물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혹시 불편한 관계면 찾아오지 않을가봐 자기 집 경영을 념두에 두고 묻지 않았다.
굉팔은 아가씨들까지 끌어들여 범수를 푹 삶은 개다리처럼 문문하고 넌덜넌덜하게 푹 삶을 예산이였다.
범수는 통이 큰 굉팔이 퍽 마음에 들어 입귀가 귀 밑까지 째질 지경이였다. 그는 오래동안 경리를 했지만 굉팔처럼 상대접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경리 퇴물림이 다르긴 달라.)
그날 범수와 굉팔은 낯선 아가씨들과 함께 희희락락거리면서 맥주를 밤새도록 마셨다.
이튿날 퇴근 전에 성호가 급히 범수를 찾았다.
“급한 일 있습니다. 저쪽에 가서 조용히 말합시다.”
성호는 큰 일이나 난듯이 얼굴이 새까맣게 질려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범수는 성호를 따라 복도 굽인돌이에 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금방 우리 이모부한테서 들었는데.”
성호는 큰 비밀이나 아는듯이 복도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자 범수한테 한 걸음 다가서더니 귀속말을 했다.
“굉팔이 지금 김경리를 밀어내고 경리 되자고 올리뛰고 내리뛰고 한답디다.”
“픽!”
범수는 코방귀를 뀌였다.
“되지도 않을 소리. 내 누구고 굉팔이 누군가?!”
그때 때마침 굉팔이 바깥에 나갔다가 복도로 들어왔다.
성호는 굉팔이 자기 등뒤로 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 말했다.
“굉팔을 너무 믿지 마십시오. 량면파입니다. 김경리와 좋아하는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를 깝니다…”
“그만하오.”
범수는 굉팔의 우멍눈을 돌아보며 “어디 갔다가 오오?” 하고 말하면서 성호한테 뒤를 눈짓했다.
성호는 바깥으로 나가면서 굉팔을 흘끔 곁눈질해보았다.
굉팔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사무실로 스적스적  걸어갔다.
퇴근한 후 범수는 핸드폰으로 성호를 찾았다.
“성호, 저네 이모부 어떻게 돼 우리 단위 일을 알 수 있소?”
“우리 이모부는 상부 오청룡와 잘 아는 사인 모양입디다.”
“오~ 오청룡을 다 아는구만.”
범수는 “그래도 굉팔은 성호와 승호가 야심이 있다던데.”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아래사람들간에 갈등을 조성하고 싶지 않았다.
범수는  속으로 뭔가 있구나 하고 낌새를 채고 성호한테 관심조로 부탁했다.
“그런 말을 까딱 하지 마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소?”
“예, 아무튼 주의하십시오. 세상 일은 예측하기 어려우니까. 김경리가 날  광고회사에 받아주지 않았으면 오늘 내가 있겠습니까? 전 김경리를 은인으로 생각하기에 충고를 드립니다.”
“감사하오. 내 근심은 절대 하지 마오. 내 이 광고회사를 어떻게 차렸는데 그런 어중이떠중이들한테 내줄 것 같소? 굉팔은 근본 내 상대가 아니오.”
“예, 김경리만 믿겠습니다.”
그런데 사달이 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성호의 말을 듣고 성이 꼭뒤까지 치밀어오른 범수는 참지 못했다.
(개자식, 안쪽 산골에서 더럽게 구을어먹은 놈이. 뭐 가수? 옛날 송철과 서로 니야 내야 하면서 우리 시내 1호 가수자리다툼을 하더니. 흥! 개 똥을 먹는 개버릇  고칠 수 있어? 노래해서 안되니 가수 때려치우고서도. 흥! 집에 조꼬만 상점이나 차려놓고 녀편네하구 기름떡이나 구워 팔던 놈이, 언감 내 자릴 넘봐? 네놈이 그렇게 경영능력이 있었으면 광고회사를 다 비벼먹고 내 밑으로 기여들었어? 진짜 승냥이를 집에 끌어들였구나.)
그는 엄동설한에 언 뱀을 품  속에 품은 것처럼 섬뜩해났다.
“개자식, 가만놔둘 수 없어. 저런 놈인줄 알았으면 왜 받아들였어?)
범수는 더는 참을래야 참을  수 없어 그날 밤으로 굉팔의 집에까지 씽 달려가 핸드폰으로 불러냈다.
굉팔을 만나자마자 다짜고짜로 따지고 들었다.
“당신, 들을라니 날 밀어내고 경리를 하자고 뛰여다닌다면서?”
“아니, 이건 웬 마른 하늘 생벼락 같은 소린가요?”
범수는 단통 굉팔의 멱살을 틀어쥐여 흔들면서 꽥꽥 고함쳤다.
“똑똑히 들었소. 말하오. 당신 그런 야심 있지?!”
굉팔은 목이 막혀 손을 들어 범수의 꺽쇠 같은 손을 풀면서 지껄여댔다.
“이걸 놓고 천천히 얘기하기오. 어데서 랭수에 생이 부러질 소리라우? 난 당신 덕분에 이 광고회사에 들어와 밥동냥이나 하는 신센지라. 언감 경리자리 탐낸다우? 개소릴 작작 하라우.”
“딱 듣고 하는 말이야. 당신 나와 경쟁하겠으면 내놓고 할게지. 뭔가? 앞에선 술과 아가씨를 들이대고 뒤에선 작두를 들어 뒤통수를 쳐?!”
“아니, 누가 말하던가요? 생똥 같은 거짓말.”
범수는 어망간에 곧이곧대로 실토했다.
“성호한테서 들었어. 말해. 사실 아닌가?”
굉팔은 호랑이처럼 펄펄 날뛰는 범수를 피해 한발 뒤로 물러섰다.
“성호? 진짜 도적이 도적이야군.”
“허허허. 그래 당신 내 상대 된다고 보는가? 꿈도 꾸지 말라구. 해보겠으면 어디 해보자! 개새끼, 퉤!”
범수는 건가래를 퉤 뱉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쥉쥉 가버렸다.
등뒤에서 굉팔이 따라오면서 범수를 꽉 붙잡았다.
“어디 가서 맥주나 들면서 천천히…”
“놔라, 놔!”
범수는 팔소매를 뿌리치고 씩씩거리면서 기어이 자리를 떴다.
그런데 날벼락은 방향을 바꿔 성호한테 떨어질줄이야.
이튿날 사무실에 들어선 굉팔은 눈길이 바늘처럼 꼿꼿해 성호를 쏘아보면서 꽥꽥 고함쳤다.
“야, 이 자식, 내 언제 김경리 자릴 엿봤다고 리간질이야?!”
성호는 맞대구를 하지 않았다.
“왜 말 못해?!”
굉팔은 괘씸해 삭정이처럼 바싹 마른 손을 쳐들어 성호의 뺨을 챨싹 후려쳤다. 그러나 성호가 번개같이 손을 휘둘러 막았다.
“왜 이럽니까?”
굉팔은 비탈린 팔이 너무 아파 오만상을 찡그리면서도 꽥꽥 고함 질렀다.
“능청스런 놈새끼! 소궁둥이나 치던 농부 자식이 웬 리간질이나 하면서 돌아다녀?!”
“듣고도 모르겠소. 무슨 소릴 하는지?”
“야, 엊저녁에 김경리한테서 다 들었어. 그래도 시치미를 딸텐가?!”
성호도 뒤로 물러설 수 없어 맞받아 고함쳤다.
“량면파수법을 작작 쓰오. 앞에선 아가씨까지 배치하고 뒤에서 그게 뭔가?! 배은망덕한 놈.”
굉팔은 서너길씩 뛰는 성호를 무력으로 제압하기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고 문을 박차고 바깥으로 휭하니 나가버렸다.
“어디 두고 보자.”
이때 뜻밖에도 해연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괜찮소?”
해연은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제 자리에 가 앉으면서 물었다.
“굉팔이 경리 되자고 미쳐날뛴다면서?”
“어떻게 알았소?”
성호는 의아해 해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회를 기다렸다.
“김경리한테서 다 들었소.”
“음~”
성호는 김경리가 좀 유감스러웠다.
(굉팔한테 다 말할 건 뭔가?)
김경리가 말실수를 했지만 성호는 김경리를 견결히 보호하려고 마음을 굳게 다졌다.
그때 해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재무과에 가서 조용히 얘기할가?”
“계속 우리 광고회사에 출근하겠소?”
“우리 무슨 죄 있소? 다 피해자인데. 김경리 상부에 비난사정을 해서 다시 출근하게 됐소.”
“잘 됐소. 우리 함께 손잡고 잘해 보기오.”
성호는 복도에 나가 주위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해연의 뒤를 따라 재무과에 들어갔다. 그새 승호가 재무과에 자기 녀자친구 춘란과 범송의 녀학생 예화를 해연이 대신 재무과에 넣으려고 김경리한테 소개했던 것이다. 해연은 김경리한테서 들어서 다 알게 됐다.
해연의 얼굴에는 아직도 전번에 긁히운 상처자리에 흉터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어두운 그늘이 진 얼굴에 진정을 담으면서 나직이 귀속말을 했다.
“성호, 저도 알지만 우린 둘 다 김경리 덕에 이 광괴회사에 들어오지 않았고 뭐요?”
성호는 해연의 맞은 쪽에 앉으면서 대답했다.
“그거야 그렇지. 나도 김경리를 보호하자는게요.”
해연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어떻게 하나 김경리를 보호하기오. 만약 굉팔이 경리로 되는 날엔 우린  쫓겨나오.”
“그러잖고. 만약 상부에서 조사하러 오면 우린 김경리를 추천하기오.”
“맞소.”
해연은 한숨을 후~ 내쉬더니 뒤말을 이었다.
“저 굉팔은 속이 씨꺼먼 놈새끼오. 이전에 우리 나그네와 한 단위에 있을 때 항상 우리 나그네와 고음가수자리를 다투면서 헐뜯었소. 고중도 변변히 졸업하지 못한 주제에 어떻게 중앙음악학원을 졸업한 내 나그네와 경쟁한단 말이오? 우리 나그네는 시골가무단에서 소인배들과 다투기 싫어서 가무단 가수를 때려치우고 사진관을 차렸소. 김경리 덕분에 여기 제작실에 들어오지 않았고 뭐요? 비록 나그네와 리혼했지만 죽마고우 첫사랑만은 잊을 수 없소. 그 첫사랑의 정은 마음 속에, 뼈 속에, 령혼 속에 영원히 맴돌 것 같소. 이번 기회에  남편과 경쟁하던 저 놈을 꺾어버리겠소.”
“알았소. 까딱 말을 내지 말고 우리 둘이 그렇게 하기오.”
성호는 해연의 정의감에 저으기 놀랐다. 순간 저도 몰래 그녀에게 동정심이 치솟아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성호는 승호도 역시 김범수 경리가 데려온 사람이기에 당연히 은공을 갚으리라고 예측했다.
역어빠진 승호는 아주 능란하게 정치를 해나갔다. 그는 대체로 아래서 아무리 민의측검을 한다고 해도 그건 형식에 불과하고 상부에서 누구를 임명하려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상부의 의향을 알지 못하는 형편에서 서뿔리 어느 쪽에 줄을 서지 않았다.
성호는 미꾸라지 같은 승호가 눈에 거슬렸다.
“어쩜 김경리 덕분에 광고회사에 들어와 가지고 까딱 삐치지 않니? 고만한 의리심도 없느냐? 상부에서 조사하러 내려오면 굉팔이 안된다고 하자. 김경리를 보호해야 회사에 남을 수 있어.”
승호는 사무실이 빈 틈을 타 성호를 말렸다.
“작작 삐쳐라. 서뿔리 삐쳤다가 코피 터지겠다.”
성호는 승호의 코에 대고 삿대질했다.
“야, 임마, 속이 씨꺼먼 굉팔이 경리를 하는 날엔 우리를 다 쫓아낼  거야.”
성호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승호는 “광고 때문에 나가봐야겠어.” 하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광고회사는 도가니 속처럼 부글부글 끓어번지면서 별의별 억측이 다 돌았다.
그때 진짜 상부에서 민의측검하러 내려왔다.
상부의 오청룡이 광고회사 경리실에 직원들을 하나하나 불러갔다.
성호가 들어가보니 번들이마에 통통하게 생긴 오청룡가 쏘파에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동무 보건대 리굉팔이 우리 광고회사 경리를하면 어떻소?”
“아니, 김범수 경리를 두고 굉팔이라니오?”
“이건 상부의 뜻이오. 김범수 말은 꺼내지도 마오. 오늘 우린 경리후보 리굉팔의 민의측검을 하러 온 거요.”
“말도 안됩니다. 범수 총경리가 얼마나 군중위신이 높은데 굉팔이라니요?”
오청룡는 성호를 훈계하듯 닦아세웠다.
“동무, 몇번 말해야 알겠소? 범수 말은 하지도 마오. 범수는 총경리 후보명단에 없소. 리굉팔선생에 대한 자기 의견만 말하오.”
성호는 돌아가는 형편이 뜻밖인지라 머리가 인차 돌아서지 않았다. 비서가 담화기록을 적고 있었지만 성호는 굉팔에 대한 자기 관점을 제대로 상부에 말해주고 싶었다.
“제 보건대 리굉팔은 무능하기에 우리 광고회사 경리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오청룡간부는 사무상에 다가앉으면서 주근깨 더덕더덕한 험상궂은 통통한 얼굴에 정색했다.
“된다, 안된다, 한마디로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 보오. 리굉팔 동무가 무엇 때문에 경리 자격이 없소?”
성호는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굉팔은 광고회사를 다 망쳐먹고 우리 광고회사에 들어왔습니다. 굉팔을 받아준 김경리 잘못이지. 집에 승냥이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고 뭡니까?”
오청룡은 성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굉팔이 경리를 맡으면 성호부터 정리해야 되겠다고 느꼈다.
(저런 동무와 어떻게 함께 일해?)
그러나 성호는 오청룡이 무슨 궁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자기 생각을 곧이곧대로 토로했다.
“굉팔은 속이 씨꺼멓고 탐욕스럽습니다. 백화상점 술광고는 제가 고생스레 얻어온 것인데 한사코 빼앗아 자기 걸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누가 이런 욕심쟁이 경리 밑에서 일하자고 하겠습니까? 우리 광고회사에서 굉팔을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됐소, 됐어.”
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오청룡를 보고 정중히 말했다.
“상부에 한마디 충고하겠습니다. 경리를 바꾸지 말고 김범수 경리를 계속 류용할 걸 건의합니다.”
“됐소. 동무 경리를 임명하오? 쳇.”
성호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우쭐 일어났다.
복도 문어귀에서 해연이 차례를 기다리다가 물었다.
“어쨌소? 굉팔이 경리자격이 없다고 말했소?”
“양, 저도 그렇게 말하오.”
성호가 대답하는데 화장실에서 굉팔이 불쑥 나오면서 우멍눈으로 그들한테 힐끔 눈을 흘기며 쥉쥉 가버렸다.
그는 그 길로 나가자마자 핸드폰으로 김범수 경리를 찾았다.
“김경리, 어디 있습니까? 정황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소?”
“예. 오국장이 민의측검하러 왔다는데 김경리는 경리후보에 없습디다. 아예 김경리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합디다.”
“그래 누굴 조사합데?”
“굉팔한테 경리를 시킬 예산인 것 같습니다.”
“그래 어쨌소?”
“어쨌겠습니까? 경리자격이 없다고 했지. 김경리 계속 해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성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핸드폰으로 금방 경리실에서 오청룡과 주고받은 말을 몽땅 얘기해주었다.
김범수는 대뜸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
“굉팔이 누구고 내가 누구요? 난 우리 광고회사를 개척한 초대경리란 말이오.”
 그는 민심이 흔들릴가봐 즉시 짐짓 개의치 않는 척하면서 어조를 좀 부드럽게 낮췄다.
“근심하지 마오. 그럴줄 미리 알고 어제 오청룡를 만나 맥주를 마시면서 잘 부탁해놓았소. 가능하게 우리 광고회사에 리굉팔을 추종하는자가 누군가 알아보느라고 그럴게요. 안심하오. 요새 무슨 정황이 있으면 인차 알려주오.”
“예,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나 굉팔이 경리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속이 씨꺼먼 놈이 경리 되는 날엔 내랑 쫓겨날 겁니다. 아이고, 어쩜 일이 이렇게 요지경입니까?”
“성호, 근심하지 마오. 내 있는 한 누구도 우리 광고회사 경리자리를 빼앗지 못하오. 굉팔한테 부경리를 시키자고 그러는 것 같소. 내 그렇게 제기했댔소.”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너무 마음놓지 말고 상부 의향을 제때에 알아보십시오. 간에 가 붙고 슬개에 가 붙는 량면파 굉팔이 어떤 사람입니까? 절대 홀시하지 마십시오.”
“그만 끊소. 누가 도청하면 어쩌오? 이후엔 만나서 얘기하고 절대 전화로 얘기하지 말기오.”
범수는 핸드폰을 옆구리에 차면서 호랑이처럼 세길네길 뛰였다.
“굉팔이, 너 이놈, 언감 내 자리를 엿봐? 개 같은 놈, 네놈이 그렇게 씨꺼먼 줄도  모르고 부경리로 추천까지 했지. 아이고, 내 눈깔이 멀었지.”
범수는 주먹으로 벽을 꽝꽝 치면서 포효했다.
한편 그날 해연이 경리실에 들어가 오청룡의 말을 듣고 김경리는 끝났다는 것을 대뜸 눈치챘다.
(김범수 경리 쪽에 줄을 서봤자 먹을 알이 없잖은가? 굉팔이 음흉하고 미운대로  붙어서 돈이나 벌어야지. 간에 가 붙든 슬개에 가 붙든 돈을 벌면서 내 노늣을 하면  돼.)
그녀는 오청룡이 “동무는 리굉팔이 경리로 되는 걸 동의하오?” 하고 묻기 바쁘게 “동의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뜻밖의 말에 오청룡은 비서와 눈길을 맞추더니 반색했다.
“어떤 동무들은 굉팔 동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던데 그 동무 말과는 완전히 다르구만. 허허허.”
“누가 그럽디까? 리굉팔선생은 경리를 한 경험도 있고 군중위신도 아주 높습니다. 그는 돈을 좀 벌면 항상 우릴 청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군 했지요. 리굉팔선생이 김범수보다 경리를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우린 리경리를 잘 받들겠습니다.”
“좋소. 장차 리굉팔 총경리를 잘 받들어 재무관리를 잘하오.”
“예, 고맙습니다.”
해연은 자기가 그래야만 광고회사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성호가 그녀를 자기 사무실에 불렀다.
“어쨌소?”
“토론한대로 굉팔은 안된다고 말했소. 탐욕스럽고 무능해서 받들어 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소.”
“잘했소.”
성호는 안팎이 다른 해연의 속심을 보아내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
“군중위신이 하나도 없는 굉팔이 어떻게 경리를 하오?”
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결코 굉팔을 좋아서 오청룡 앞에서 성호와 범수를 배신한 것이 아니였다. 광고회사에 남아서 돈을 벌려면 량심을 어기면서라도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그런 현실이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남편을 잃고 가정이 깨진 형편에서 이제 일자리마저 잃고 싶지 않았다. 물론 김경리 덕분에 이 광고회사에 들어와 회계를 맡았고 또 상부에서 제명처분을 내렸을 때도 김경리 덕분에 삶의 용기를 얻고 다시 광고회사에도 돌아오게 됐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과거라고 생각됐다. 지금 상부에서 김범수는 경리후보에 이름도 없는 형편에서 그녀는 어떻게 하나 굉팔을 단단히 붙잡고 달라붙고 기면서라도 광고회사에 남고 싶었다. 비굴해도 잘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자살까지 하려던 내가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김경리쯤 팔아먹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승호는 오청룡 앞에서 더욱 기동령활하게 표시했다.
“굉팔선생이야 말로 경리자격이 제일 있다고 봅니다. 한개 작은 단위라고 해도 경제효과만 따질 것이 아니라 우선 광고회사 내부단결과 불륜행위 같은 걸 엄격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나 뭡니까? 송철과 선희가 뒤구석에서 암암리에 불률행위를 저지른 걸 김범수는 근본 알지도 못했고 다스리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만!”
오청룡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김범수 말은 하지도 마오. 경리후보 리굉팔의 말만 하오.”
“예, 알았습니다.”
승호는 상부의 의도를 인차 파악하고 대담히 굉팔을 춰올렸다.
“물론 저쪽 광고회사가 망했지만 그건 좋은 교훈입니다. 후에 리굉팔선생이 우리 광고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될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닙니까? 리굉팔선생은  앞선 경영 의식과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는 가수로 활약할 때도 집에 상점을 차리고 제과기를 사들여 안해와 함께 과자와 기름떡을 구워 팔았습니다. 또 광고도 누구보다 많이 했습니다. 또 중학교 때부터 악대 대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혼란스런 우리 광고회사를 정돈하고 경제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좋소.”
오청룡은 아주 흡족해하면서 승호한테는 한마디 더 물었다.
“동무는 대학교 때 학생총회 부장에 백화상점 과장, 공회주석까지 했더구만. 우리 광고회사에서 무슨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보오?”
승호는 자기를 나타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꺼리낌없이 말했다.
“지금 우리 광고회사 내부단결이 잘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직원들이 리경리 두리에 굳게 뭉쳐야 하는데 리경리를 존중하지 않고 원래 김범수 경리를 쫓아다녀서야 되겠습니까?”
오청룡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 것 같소?”
승호는 진지한 표정 속에 독한 속내를 감추며 한마디 올렸다.
“김범수 경리 쪽에 줄을 선 직원들을 몽땅 광고회사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경리 밑에는 유력한 조수와 충성스러운 직원이 몇몇만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광고회사에 경리 둘이나 있어서야 됩니까? 직원들이 두 경리 눈치를 보다나면 언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겠습니까?”
“좋소. 우린 동무 령도재능을 아주 비싸게 사려고 하오. 부경리로 임명하겠소. 리굉팔 경리를 잘 받들어주오.”
“예, 감사합니다. 리경리를 잘 받들겠습니다.”
“아직 정식 임명이 내리기 전에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오.”
“알았습니다.”
승호는 오청룡 앞에서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경리실에서 나왔다.
그는 복도로 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언제보다 속이 시원해 그런지 오줌도 불구로 된 뇨도로 해서 시원히 쏴- 나가지 않겠는가.
며칠 후 상부에서 리굉팔을 총경리로, 리승호를 부경리로 임명하는 임명장이 내려왔다. 김범수 총경리는 해임되고 자그마한 신문사 광고부 일반직원으로 전근되였다.
승호는 굉팔이 어디로 나간 틈을 타서 떠들어댔다.
“아니, 김경리를 전근시키다니? 우리 광고회사는 김경리 개척한 건데. 쯧쯧쯧.”
그는 김범수의 눈치를 흘끔 도적질해보았다.
김경리는 뜻밖의 인사변동에 모든 것이 짐작이 갔다. 그는 꼭 자기를 두둔한 성호가 입덕을 입어 자기를 따라 신문사에 가게 됐고 제일 수준급으로 물어먹은 승호가 덕을 봐서 부경리로 임명됐겠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건에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해연까지 자기 뒤통수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의 풍운조화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으리라.
창 밖에서는 함박눈이 푸실푸실 쏟아져내렸다.
깡마른 수수대 같은 굉팔이 우멍눈으로 창 밖을 내다보면서 탐욕스레 지껄여댔다.
“허허허. 잘 살라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내리는구먼. 하늘에서 돈이 저렇게 마구 쏟아져내렸으면 얼마나 좋겠나. 깍쟁이로 가랑잎을 마구 긁어모으듯 돈을 끌어모았으면!”
어느날, 그는 무슨 껌껌한 궁리를 했는지 경리실에 직원들을 하나하나 불러들여 담화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든 가시 같은 성호부터 불러들였다.
굉팔은 제법 경리틀을 차리면서 커다란 보스 의자에 도고히 앉아 잔등을 등받이에 붙혔다.
그는 물에 빠진 개턱처럼 조개턱을 번쩍 쳐들고 우멍눈으로 성호를 쏘아보았다.
“낮말은 쥐가 듣고 밤말은 새가 듣는다는 걸 알어?”
“건 무슨 소립니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지. 어디…”
“닥쳐!”
굉팔은 범죄자나 심무하듯이 책상을 꽝 내리치면서 벌떡 일어나 꽥꽥 고함쳤다.
“어디라고 횡설수설인가?! 엉!”
성호는 입귀로 비웃음을 흘리면서 굉팔을 마주 보았다.
“이 광고회사에서 하루라도 일하겠으면 내 말을 곰상공삼 들으라우. 안팎이 달라선 절대 안돼. 알았어?”
성호는 아무 대구도 하지 않았다.
“넌 아직 세상 물정을 너무나도 몰라. 김범수, 그 애가 경리에서 떨어질줄 몰랐지. 하늘과 땅도 바뀌는 때 있어.”
굉팔은 성호 가까이에 다가와서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면서 계속 지껄여댔다.
“범수를 글케 따라서 뭐해? 내 입이 터지면 범수는 감옥에 가야 해. 알어?!”
굉팔은 우멍눈 흰자위를 희번뜩이며 떠들어댔다. 그는 제자리에 가서 높은 의자에 거만하게도 삐뚤렁하게 앉아 지껄여댔다.
“알아둬. 범수는 낚시에 코 꿰운 놈이야. 자기 새 집을 장식할 때 나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4만 7천원이나 달라고 했어. 나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데 있어?  탐욕스런 그 놈의 배때를 채워줄 돈이 없었지. 할 수 없이 약방 광고비를 가져다줬어. 그러자 김범수란 작자가 뒤를 막아주겠다고 했지.”
(김경리 그럴 사람이 아닌데.)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속은 몰라. 김경리는 해연을 시켜서 약방 광고비를 받지 못했다고 광고명세장에 스리슬쩍 올리게 했어. 얼마나 능란한 솜씬가?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땐 격이라. 좀 좋아? 김경리는 얼마나 탐욕스런 놈이냐? 그런 놈도 당원이냐? 그래서 난 당에 안들어.”
성호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이젠 김경리한테 미련 갖지 말어. 그 놈이 경리 자릴 떼웠지만 어째 찍소리 못하고 신문사에 가버렸어? 꼬리를 밟힌 거지.”
굉팔은 점점 살기등등해 떠들어댔다.
“백화상점의 출납 춘란이 돈 1만원 도적질했다가 감옥에 5년 동안이나 들어가지 않았어?  4만 7천원이면 몇해 들어가야 해? 이젠 내 말이나 잘 들으라우. 그게 명지한 선택이야.”
굉팔은 그쯤하면 성호의 믿던 기둥을 무너뜨렸다고 생각하고 칼을 더 들이댔다.
“성호, 이전에도 말했지만 백화상점 광고는 내 먼저 련계했어. 이젠 백화상점광고를 내 책임질테니 손을 떼라.”
“말도 안되는 소릴. 안경리와 물어보십시오. 리경리와 합작하겠다는가? 괜히 백화상점 광고를 망치지 마십시오.”
“그래 백화상점 광고를 내놓을라우? 아니면 우리 광고회사에서 나갈라우? 김경리도 쫓아보냈을라니 네 따위겠어?”
성호는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경리로 올라가자마자 너무 억압하지 마십시오. 총경리  권력을 빌어 내 개척한 광고를 뺏앗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절대 넘겨줄 수 없습니다.”
“허허허.”
굉팔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숭이. 상부에선 네가 날 물어먹었다고 김경리와 함께 쫓아내자고 했어. 그래도 내가 널 끌어안고 가겠다고 했어. 내 한마디면 네 같은 건 훌 날려가 어데 처박힐지도 몰라! 알았어?”
성호는 굉팔한테 자존심을 구길 수 없었다.
“쳇! 아주 대단하구먼. 이 더러운 광고회사에서 나가면 나갔지. 절대 원칙을 양보하지 못합니다.”
성호는 훌 일어나면서 주먹으로 차탁을 꽝 쳤다.
“누구 앞에서 날강도 행위를 합니까? 벌레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굉팔은 가물에 실돌피 같은 목을 빼들고 어리둥절해 박산난 차탁 유리를 흘끔 곁눈질했다. 그의 음흉한 눈길이 경리실에서 활 나가버리는 성호의 뒤잔등을 노려보았다.
성호는 그 길로 범수를 찾아가서 말할가하다가 그만두었다. 어떤 일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김경리한테 편안할 것 같았다.
굉팔은 뒤이어 승호의 추천으로 예화를 불러왔다.
“예화, 참 예쁘구만.”
예화는 수깃했던 머리를 쳐들면서 쫓겨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억지로 샐쭉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해연이 나오지 않으면 저를 계속 출납원으로 쓰겠는데 말이요.”
“알았어요.”
예화는 축출령과 같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울적한 기분에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경리실에서 나갔다.
“가만,  후에 기회 있으면 우리 광고회사에 와서 모델을 해도 괜찮소.”
그 소리에 예화는 주춤 멈춰서더니 되돌아섰다.
“감사해요. 허나 광고모델은 있잖아요? 성호선생의 녀학생 연화 말이예요. 무용대 졸업생이지. 예쁘지. 얼마나 좋아요?”
굉팔은 음충한 눈길로 예화의 탄력있고 풍만한 가슴을 노려보면서 지껄여댔다.
“난 예화를 더 예뻐하오. 광고회사에서 광고모델을 하나만 쓰라는 법 없지.  광고마다 연화 얼굴만 나가면 얼마나 단조로와? 난 예술을 하던 유명가수요. 내 말에 일리가 있지?”
“예. 정말 그럴 듯한 고견이군요. 감사해요. 고정직업도 없는 절 광고모델로 자주 불러주세요.”
예화는 경리실에서 조용히 물러나오면서도 굉팔의 음충한 눈길에 저도 몰래 오싹 몸서리를 쳤다.
굉팔은 정신타격을 받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허우적거리며 자기한테 달라붙는 해연이나 림시공인 예화나 연화를 다루기는 밀가루를 반죽하듯이 쉬웠다. 그러나 라이벌로 지목할 수 있는 승호만은 대적하기 조련찮았다. 허나 사나 학생총회 부주석이나 백화상점의 공회 주석으로 구을어먹지 않았는가.
(그 놈은 억지로 압력을 가해선 안돼. 얼리고 닥쳐야 해.)
그는 승호를 불러들여 헤벌쭉 웃으면서 치하해주었다.
“민의측검 때 좋은 말을 해주어 감사하이. 덕은 쌓은대로 마땅한 보응이 있을 거요.”
승호는 남을 물고 들어섰다.
“해연이랑 성호랑 다 리경리 허물을 했습니다. 전 광고는 그래도 굉팔 총경리께서  하셔야 한다고 반영했습니다.”
굉팔은 승호를 한바탕 춰주면서 구슬려 내보냈다.
카멜레온들은 부단히 색다른 새 옷을 갈아으면서 자기를 위장하였다.  그들은 허위적으로 얼렁뚱땅 뭇사람들을 속여가면서 아주 능란하게 챙길 것은  챙기며 간사하게 살아가고 있다.
 
 
                                                                
          55. 흐느끼는 울라지보스또크

       한편 연화는 성호와 굉팔과의 관계가 나빠 광고모델을 오래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러나 중학교 무용교원이기에 뒤근심은 없어 그럭저럭 과외로 광고모델로 삐치려고 들었다.
그러나 예화의 사정은 달랐다. 광고모델마저 떼우면 홀로 딸 해선을  공부시키면서 어떻게 산단 말인가?
어느날 그녀는 굉팔의 부름을 받고 광고모델을 서다가 희끔한 정보를 알게  되였다.
모 무역회사에서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 한국 옷공장 로무송출로동자를 모집한다는 것이였다.
당시 시내 옷공장 로동자들은 한달에 극상해야 200여원 받으나마나 했다. 그런데 그 한국 옷공장에서는 2년에 2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럼 한달에 800원 좌우 버는게 아닌가.
숱한 젊은 녀성들이 우르르 그 무역회사로 몰려갔다.
예화도 찾아가 신청했다.
무역회사 경리는 자기네 로무송출간판광고 모델을 선 예화를 알아보고 자못 아쉬워했다.
“예쁜 광고모델아가씨를 로무송출을 내보내긴 너무 아깝군.”
“보내주세요. 홀로 애를 키우자니 너무 힘들어요. 맨 광고모델을 해서야 언제 집을 사고 온전히 살겠어요.”
“그럼 가보오. 한 3년 일해 6만원 벌면 80평방메터 되는 새 아빠트야 살 수 있겠지. 그런데 담보금 2천원을 내야 하오.”
“담보금이라니요?”
김예복이라고 부르는 서른살 안팎의 녀성이 물었다.
“한국 사장을 따라 한국으로 도망치거나 일이랑 바로 하지 않으면 담보금을 돌려주지 않소. 담보금을 내야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게 아니요?”
예복은 죽는 상했다.
“아이고, 전 소학교 교원도 그만두고 가는데 담보금은 너무 하지 않아요?”
예화도 맞장구를 쳤다.
“2천원은 너무 많아요. 한 천원이라면 몰라도.”
예복은 쌍까풀눈을 치뜨면서 경리를 쏘아보았다.
“천원이라도 내 소학교 교원의 반년 로임인데요.”
경리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가지 말겠으면 그만두오. 로씨야로 나가면 한달이면 알아보겠는데 왜 그러오? 하나는 알아도 둘은 모르는 한치보기들이라구야.”
그 말에 예화나 예복이나 다 한풀 꺾였다.
결국 예화는 로무송출을 간다는 말은 하지 않고 범송한테서 돈을 꿔다가 담보금 2천원을 냈다.
경리는 허리를 뒤로 쭉 펴고 틀을 차리면서 “가지 말겠으면 그만둬.  가려는 녀성 쌔고 버렸어.”라고 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화와 예복은 한참 서성거리다가 로무송출신청서를 바쳤다.
경리는 “로씨야에 가서 돈을 많이 버오.” 라고 하면서 뻘건 도장을 꽝 찍어주었다.
“감사해요. 제가 이제 돈을 벌면 경리님께 술 한잔 사드리죠.”
“양, 가서 고분고분 말을 듣고 일 잘하오.”
“예. 정말 고마와요.”
예화는 연신 허리굽혀 인사했다.
“돌아오면 한턱 내오.”
경리는 희쭉 웃으면서 음충한 눈길로 예화의 몸을 노려보았다.
“예, 집 한채만 벌면 한턱뿐이겠어요?”
예화는 당장 집 한채를 사기나 한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고 설레이기만 했다.
그녀가 백화상점에 범송을 찾아가자 눈이 데꾼해졌다.
 “얘, 해외로 나갔다가 무슨 변을 당하자고 그래?”
그러나 예화는 고집을 부렸다.
“선생님 돈을 갚고도 집 한채 생길 건데요. 한번 모험할만한 것 같아요.”
범송은 막무가내로 예화를 놓아주는 수 밖에 없었다.
예화는 승호를 찾아가 광고모델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승호는 그녀한테 리해득실을 구체적으로 따져주고 싶었다.
“얘, 광고모델만 생각하지 말고 너도 직접 광고를 물어들여라. 수고비만 해도 해외에 나가 고된 일을 하기보다 낫을 거야.”
예화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광고회사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굉팔인지 나팔인지 하는 놈 밑에서 벌벌 하루라도 더 기고 싶진 않아요.”
승호는 어쩐지 자기 녀자를 하나 빼앗기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려났다.
“눈 앞만 보지 말라. 내 지금 부경리지만 장차 일을 어떻게 아니? 그래 굉팔이 맨날 내 우에서 너덜거릴줄 알어?”
예화는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 모두 한국에까지 나가 돈을 많이 버는데요. 코 앞에 있는 로씨야에 가지 못하겠어요?”
그녀는 승호한테 아무런 미련을 두지 않고 기어이 로씨야로 떠나갔다.
며칠 후 모닥불도 추워서 품 속에 기여들 엄동설한에 예화와 예복 등 조선족녀성 100여명을 실은 뻐스 3대가 눈길을 누비면서 중로국경을 넘어 온 하루 로씨야 원동의 무인지경을 붕붕 달렸다. 뻐스에서 우연히 광고회사에서 함께 모델을 서던 유명짜한 간판모델 선희를 발견했다.
선희는 눈인사를 살짝 할뿐 말을 섞기싫은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아마 자기 과거가 드러날가봐 근심스러웠을 것이다.
눈보라가 새하얀 눈이 뒤덮인 들판 가슴에 희망의 키스를 날리며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엄동설한이란 무서운 쇠망치는 어데를 때리면 어데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예화를 비롯한 새파란 젊은녀성들은 눈보라 기승스레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 멍이 들고만 무연한 해변가를 바라보면서 벅찬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한 2년 일하면 5~6만원짜리 살림집을 사겠지. 그럼 얼마나 좋겠는가!)
토끼꼬리만한 겨울해가 꼴깍 넘어간 후 어둠 속에 그들을 태운 뻐스들은 로씨야 원동 울라보스또크의 한 한국 옷공장에 들어섰다.
지붕이 뾰족한 서양식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눈덮인 도시는 별유풍경이였다. 이국 타향에 들어선 녀성들은 숨이 한줌만해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옷공장을 둘러보았다.
“모두 침실에 들어가!”
한국 관리일군이 뻐스에 올라오더니 개살구씨보다 더 떫은 소리를 줴쳤다.
그녀들은 찍 소리 못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가지고 침실로 들어갔다.
난방설비도 제대로 가설하지 않아 손발이 얼어드는 침실에는 상하로 침대 네개나 놓여 있었다. 비좁기로 단통 가슴이 갑갑해났다.
“에이구야, 이런 침실에서 어떻게 겨울 나겠니?”
선희가 웃층 침대에 짐보따리를 털썩 올리뿌리고 침대로 기여올라갔다.
꽈당! 퉁-탕-!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선희가 글쎄  아래 예화의 침대에 퉁 떨어졌다. 침대 가는 가름대가 무게를 당하지 못하고 허망 끊어졌던 것이다.
“아이구, 허리 아파 죽겠다.”
예복과 예화가 황급히 선희를 부축했다.
“모질 다치지 않았소?”
“아니, 좀 있으면 괜찮겠지.”
“야, 정말, 이게 어디 침실이냐? 관리원과 말해보자.”
선희는 아픈 허리를 붙잡고 복도에 나가 소리쳤다.
“관리원! 관리원!”
“왜 떠들어?”
턱이 뾰족한 관리원이 황급히 들어섰다.
“이게 어디 침실인가요? 춥지. 침대널이 다 떨어지지.”
“오~ 그래?”
그 관리원은 개턱처럼 비쭉한 턱을 쳐들고 쏘아붙혔다.
“오자마자 무슨 요구가 그리 높아? 갓 가정 차렸으니까. 기물도 천천히 갖춰야지. 어떻게 단술에 배불러? 일만 잘하면 돼. 흥! 이후엔 관리원이라 말라!”
“그럼 뭘로 불러요?”
“김부장이라고 불러.”
“김부장?”
“그래. 부장이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관린지 알어? 이제 차츰 알게 될 거야. 이 김부장을 모르곤 얼마나 살기 힘든가? 흥!”
작달막한 김부장은 허리뒤짐을 지더니 부장 틀을 챙기면서 휑하니 나가버렸다.
“에이구~ 개꼬리만한 벼슬아치 우쭐렁거리는 상통 봐라.”
선희가 허리를 붙잡고 끊어진 침대를 쳐다보았다.
“내 침대에서 함께 자기요.”
“불편하지 않겠소?”
“괜찮소. 오늘 밤 지내고 래일 침대를 손질해달라기요.”
그녀들은 추운대로 게내복을 입은채로 다리를 꼬부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 새우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예화는 잠자리에서 부시시 털고 일어나 옷을 입은 채로 세면실에 갔다. 때가 덕지덕지 한 세면실의 수도꼭지를 틀어 봐도 물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먹을 물도 없는데 세수물이 어디 있겠니?”
“어마나!”
이때 변소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들렸다.
예화는 혹시 남녀가 함께 쓰는 변소인데다가 문 걸개도 온전하지 않아 일이나 나지 않았는가 해 황급히 뛰여나가보았다.
그때 선희가 얼굴이 새까매서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변소에서 뛰쳐나왔다.
“어째?”
그녀는 변소를 가리키면서 새된 소리를 쳤다.
“쥐새끼!”
선희가 그 쪽을 바라보니 토끼만한 쥐들이 무리를 지어 뛰여다니는 것이였다.
“에이구, 간 다 떨어지겠다.”
다른 녀성들도 변소를 들여다보고 기절초풍할 지경.
“변소라는게 똥무지 우에 널판자 두개를 놓은게야.”
“널판자를 대충 대놔서 남자들이 환히 들여다보겠어.”
“쯧쯧쯧.”
녀성들이 왁짝 떠들 때였다.
“여기 모여 뭘 해?! 일하러들 안 올라가고.”
김부장이 개턱을 잔뜩 쳐들고 꽥꽥 고함쳤다.
“변소에 쥐새끼들 천진데요. 무서워 어디?”
“똥만 마려워 보라구. 쥐새끼겠나? 호랑이 와도 쌀 건 다 내싸. 흥!”                                              
김부장은 나무오리대를 얻어다 침대 가름대를 대충 손질해주었다.
“인정은 쌓기에 가지. 이 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날 찾아와.”
“고맙습니다.”
“o-k-!”
김부장은 예쁘게 생긴 선희 아래우를 쓸어보면서 헤벌쭉 웃었다.
“우~와 진짜 예뻐~”
어쩐지 헤벌쭉거리며 말이빨을 드러내는 김부장의 웃음 게발린 얼굴이 징글스러워보였다.
이튿날 오전에 녀성들이 아침이라고 만두에 죽물을 들이켜고 부랴부랴 3층 생산직장에 올라갔다. 돼지굴 같은 침실과는 달리 잉여가치를 창조하는 곳이기에  난방설비를 잘 가설해놓아서 그런지 훈훈했다.
줄느런히 늘어선 전자동재봉침을 보면서 녀성들은 모두 부지런히 일하면 돈을 많이 탈 희망으로 가슴이 설레였다.
김부장이 조선족녀성과 로씨야 200여명  앞에 나서서 가는 목에 지렁이 같은 피줄을 세우면서 고래고래 훈계를 시작했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관리원들의 말을 꼽싹꼽싹 들어야 해. 생산직장에서 떠들고 웃지 못해. 대화해도 안돼! 기률 어기면 로임 뜯어낼줄 알어!”
녀성들은 모두 순순히 재봉침에 마주 앉아 기술자들이 시키는대로 뜨르륵, 뜨르륵 옷을 짓기 시작했다.
날마다 10여시간씩 천에서 새뽀얗게 흩날리는 화학섬유질먼지 속에서 두 눈이 시리게 일하기 조련찮았다. 어떤 때에는 일손이 딸린다고 어찌나 재촉이 성화 같은지  밤잠도 자지 못하고 련 속 36시간씩이나 침직품이거나 비옷 같은 것을 눈코뜰새 없이 만들어야 했다. 날마다 고되게 재봉침과 씨름하고나면 손이 부르트고 손가락껍질이 다 벗겨졌다. 어떤 녀성들은 근본 고된 체력로동을 해본적이 없어 영양결핍인데다가 일에 지쳐 삐치지 못하고 폭폭 꼬꾸라졌다. 그래도 선희랑 예화랑, 예복이랑 빨깍빨깍하는 딸라를 탈 일욕심에 맥이 드는줄도 모르고 일했다. 그녀들은 무더운 여름이 오자 가슴에 물도랑이 흐를 지경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나 말처럼 재봉침 앞에서 맴돌아쳤다. 퇴근해서도 마실 물조차 없어 그렇게 하고 싶은 샤와도 한번 시원히 하지 못하면서 대문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일만 했다.
그런데 석달에 한번씩 딸라로 월급을 꼭꼭 준다더니 소식도 없었다.
입이 드센 선희가 자기 옆에 딱 붙어서서 감시하는 관리원을 보고 물었다.
“어째 반년이 다 됐는데도 로임을 한푼도 주지 않는가요?”
“뭐라고? 어째 쫓겨가고 싶어?”
“아니, 로임을 달라는데 잘못인가요?”
“이 년이 이게, 쫓겨날라고 환장했어?”
“로임을 주지 않은게 잘했는가?”
그들이 옥신각신할 때 김부장이 나타났다.
“왜 떠들어?”
“이년이 로임이 어쩌고 저쩌고…”
“그만둬!”
관리원보다 김부장은 수완이 한 수 높았다. 그는 한국 관리원의 귀에 대고  뭐라고 쑤근거리더니 다른데로 보내버렸다.
그는 선희한테 돌아서더니 싯누런 말이빨을 드러내면서 징글스레 웃었다.
“근심말어. 일만 잘하면 로임 주고 말고.”
“우리 무슨 세살짜리 앤가요? 로임을 제때에 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겠어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그쯤 얼려놓고 김부장은 어데론가 가버렸다.
예화와 선희는 혹시 사장한테 말해서 로임을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가고 일주일이 지나가도 소식이 없었다.
점심식사시간에 옷공장 식당에서 중국 조선족녀성들은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번졌다.
“로임을 주지 않으면 파공하자!”
선희의 말에 모두들 찬동해나섰다.
“옳다!”
“파공하자!”
그들은 한결같이 떠들면서 침실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한국 관리원은 침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일하러 나가!” 하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쳤다.
그러나 누구도 침대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어떤 녀성들은 관리원을 흘끔흘끔 흘겨보았다.
“요것들이 일하러 나가지 못해?!”
관리원이 고래고래 고함치자 선희는 그 자의 코에 대고 손가락질하면서 따지고들었다.
“우린 소나 말처럼 뼈빠지게 일했는데요. 왜 계약대로 로임을 주지 않습니까? 로임을 주지 않으면 일하러 올라가지 않을줄 아세요.”
“계약에는 석달에 한번씩 로임을 주고 반년이 지나면 로임을 올려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계약돼로 하지 않으면 우린 일하지 않겠습니다.”
“옳다. 일하지 않아!”
“몽땅 중국에 쫓아보낼라?”
“그래도 일하지 않겠어!”
여기저기서 격한 반항의 목소리가 터졌다.
바빠 맞은 관리원은 황급히 사무실에 가서 김부장과 사장한테 파공이 일어났다고 알렸다.
한국의 사장은 김부장을 데리고 중국 조선족녀성들 앞에 나섰다.
“아가씨들, 한가지 미처 설명드리지 못한게 있어요. 아가씨들 로임을 여기 로씨야 우리 회사에서 직접 주는게 아니죠.”
녀성들은 그 말을 들을수록 리해되지 않았다.
“그래 우리 로임을 어디서 줍니까?”
김부장은 제일 앞장서 떠드는 선희를 흘겨보았다.
한국 사장은 점잖은 척하면서 뒤말을 이었다.
“우리 회사에서 이미 아가씨들 로임을 중국에 있는 로무송출무역회사에 보냈습니다. 아가씨들은 근심하지 마세요. 우리 여기서 일을 잘해 점수를 잘 맞으면 로임은 에누리없이 받을 수 있어요. 만약 이렇게 떠들고 파공까지 하면 감점받습니다. 감점받으면 중국 무역회사에 저금된 아가씨들 로임에서 뜯어내게 되는데요. 보증금마저 뜯기우지 않으려거든 모두 어서 빨리 일하러 올라가세요.”
그런 감언리설에 얼려넘어갈 녀성들이 아니였다. 예화랑 숱한 빚을 지고 부모와 남편, 애들을 집에 두고 이국 타향땅에 왔던 것이다. 심지어 예복과 같은 어떤 녀성들은 교원이나 기업소 로동자 같은 직업마저 버리고 왔는데 돌아설 곳조차 없이 허망 나앉게 됐다. 로임을 보지 못하고서는 헛고생을 더는 할 수 없었다.
대부분 녀성들이 울고 불며 일하러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자 한국 사장은 중국에 있는 로무송출무역회사와 한국 본사에 전화를 쳐 정황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며칠 후 중국 무역회사 대표가 로씨야 원동의 이 소도시에 자리잡은 옷공장 식당에 나타났다.
 조선족녀성들은 이국 타향에서 자기들의 리익을 대표해 말할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기뻐 우르르 식당에 올라갔다.
그녀들은 중국측 대표가 연설하려고 나서자 기대에 넘쳐 손바닥이 터지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여러분, 우리는 동무들을 전선에 내보낸 우리 집 식구들처럼 생각합니다. 때문에 동무들은 한국 회사를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아껴야 합니다. 랑비는 수치입니다. 수도물과 전기를 절약해 써야 합니다. 더구나 파공하면 회사에 얼마나 큰 손해를 줍니까? 동무들도 며칠동안 일하지 못했기에 그만큼 벌지 못할게 아닙니까? 언제까지 파공할 예산입니까? 회사나 동무들이나 다 손해 보는데. 동무들은 힘들어도 끝까지 견지해나가야 합니다.”
그 대표는 그녀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 회사 사장이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해 지껄여댔다.
“저게 한국 사장의 앞잡이야!”
“옳다! 계속 파공하자.”
뒤에서 떠들어대자 그 대표는 고래고래 고함쳤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중국에 돌아가 법으로 다스릴 것이요!”
한국 사장과 김부장은 옆에 앉아 흐뭇해 구경했다.
“로임을 달라는데 무슨 잘못인가?”
“남을 그저 착취해 먹는게 옳은가!”
중국 조선족녀성들은 더는 그자의 말을 듣기도 싫어 식당에서 우르르 일어났다. 한국 관리원들은 그녀들이 모두 직장에 올라가는가 해 중국측 대표가 수완이 좋다고 치하하면서 악수까지 나누었다.
녀성들이 한결같이 몽땅 침실로 되돌아가 뻗히기를 하자 한국 사장과 김부장 등은 당황해났다.
중국측 대표는 자기 말이 서지 않자 중국에 돌아가 녀성들한테 승풀이를 하려고 윽별렀다. 그는 똘똘 뭉친 중국 녀성로동자들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자 그날로  울라지보스또크를 떠났다.
한국 사장은 고민 끝에 닭을 잡아 원숭이를 길들이기술책을 쓰기로 했다.
그는 김부장을 시켜 제일 앞장서 파공을 선동한 녀성을 데려오라고 했다.
김부장은 곧추 침실로 뛰여가서 선희를 불러내 사장 사무실로 데려갔다.
한국 사장은 선희의 균형잡히고 탄력있는 몸매와 예쁜 얼굴을 보자 대뜸 생각을 고쳐먹었다.
“재봉침 앞에 앉히긴 너무 아까운 아까씨구먼.”
그는 끓어오르는 정욕을 가까스로 내리누르면서 사무상에 가까이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더니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지껄여댔다.
“이럼 어떨가? 아가씬 꽤나 선동력이 있는 거 같구더구만요. 파공도 주도할라니 파공을 그만두자고 여론조성을 하지 못하겠어요? 파공을 끝내면 대가로 매달 50딸라씩 더 주고 관리원을 시키지. 관리원이 돼서 중국 조선족녀성들을 관리만 잘 하면 돼.”
선희는 눈이 데꾼해졌다.
“이젠 재봉침 앞에 앉아 눈뿌리 빠지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가요?”
“물론이지. 내 말만 잘 들으면 그보다 엄청 많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지. 히히히.  알만해?”
선희의 대답은 기대와는 판판 달랐다.
“그만두십시오. 저를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인가요? 내 한 사람은 그만하면 매수할 수 있지만 저 숱한 중국 조선족녀성들은 매수할 수 없어요. 그들한테 로임을 주지 않는 한 누구도 그녀들을 일하러 올라가게 동원할 수 없어요. 제가 손오공이라고 해도 그런 재간은 없어요. 다른 궁리하지 말고 로임을 제때에 주세요. 그럼 모두 일하러 올라갈게요.”
“꽤나 로실해 좋구만요. 난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녀성들을 더 좋아한다니깐. 허허허.”
한국 사장은 배포유하게 웃으면서 지껄여댔다.
“전번에도 말했지만 아가씨들의 로임은 몽땅 중국측 회사에 갔어요. 아가씨들의 이름으로 저금해둔거나 다름없으니까. 이담 돌아가서 가지면 돼요.”
“어떻게 믿어요?”
“중국 사람들이 중국 회사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한국 사장은 좋은 말로 얼려선 안되자 으름장을 놓았다.
“래일부터 일하지 않는 직원은 제명하고 강제축출하겠어. 여기가 어디 로숙자들을 기르는 곳인가?!”
“좋아요. 전 래일이라도 집에 돌아가면 갔지. 감옥 같은 여기서 더는 삐치지 못하겠어요.”
선희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사장실에서 나와버렸다.
그녀는 이튿날이면 돌아갈 수 있으려니 하고 이불짐이랑 다 꾸려놓고 침실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딴 마음을 먹은 사장은 그녀를 중국에 보낼 궁리가 없었다. 그는 진작 자기 딸보다도 더 어린 녀성을 데리고 와서 살림집까지 따로 잡아놓고 살고  있었다. 그는 선희를 보는 순간 그녀의 온몸에서 다른 매력을 느끼고 유혹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김부장이 침실을 돌아다니면서 20명씩 관리하는 체육위원녀성 넷을 불러갔다.
그는 부장실에 그녀들을 앉혀놓고 훈계했다.
“너희들한테 왜 50딸라씩 더 줬어?”
“건 생활비 아닌가요?”
“파공 막으라고 준 거야.”
“로임을 주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막아요?”
“중국에 가면 준다고 했잖아?”
그 말에 관리원녀성 넷은 귀가 솔깃해졌다. 그녀들이 돌아다니면서 말해서 겨우 2, 30명이 생산직장에 올라가 재봉침 앞에 마주 앉아 일하기 시작했다.
녀성들이 일하면서 김부장을 보고 “로임을 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김부장은 손을 그런 녀성들 귀에 가져다대고 나직이 “돈을 벌겠으면 밤에 내 침실에 와서 데이트를 해!” 하고 귀속말을 했다.
그는 쉽게 넘어가서 밤에 침실에 찾아온 녀성을 한두번 놀고는 자기 부하들한테 넘겨주었다.
“재미 수술해. 제꺽 몸을 내주는 로씨야년들이나 매한가지야. 재미없어.”
그는 선희나 예화를 꺾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선희는 사장이 욕심내는터라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밤에 예화를 불러냈다.
“예화씨, 참 예쁜데요.”
예화는 머리를 수깃하면서 그 자의  속심을 대뜸 알아맞췄다.
“절 뭐로 보고 이래요?”
“네 남편 바람 피운 걸 다 아는데 너도 보복하고 싶지 않아?”
예화는 쓴 외 보듯하면서 코웃음쳤다.
“전 남편이 없어요. 죽은지 얼마라고 거짓말 함부로 해요?”
“오~ 그래? 거 봐, 남편 바람 피우다가 죽었지. 중국 무역회사 통해 진작 죄다 알고 있어. 넌 광고회사에서도 이름난 간판모델이라더군. 선희도 그렇고.”
예화는 깜짝 놀랐다.
김부장은 말이빨을 드러내놓고 헤쭉 웃으면서 지껄여댔다.
“귀신은  속여도 내 천리혜안은  속이지 못해. 히히히. 난 중국에 왔다가 너거들 사는 시내에 처음 갔을 때 백화상점에  걸린 커다란 간판에서 너네들 보았어. 얼마나 예쁘던지. 내 손아귀에 예쁜 모델이 굴러들어올줄은 몰랐어.”
예화가 놀란 가슴을 달랠 새도 없이 그자는 예화를 와락 끌어안더니 하신을 밀착해왔다.
“어때? 고달프게 재봉침만 돌려서야 몇푼 벌겠어? 애인 해주면 돈도 푹푹 쥐여줄테니까. 재미도 보고 돈도 벌고 좀 좋아?…”
“이러지 마세요. 소리치겠요. 어째…”
색마는 예화를 쏘파에 쓰러뜨리고 야성을 드러냈다. 예화는 로임을 타지 못하는 것만도 억울한데 한국 색마한테 당할 수는 없었다.
“이 망할 놈새끼, 중국 조선족녀성들을 어떻게 보고 이래니?!”
예화는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을가?
그녀는 자기를 깔아눕히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덮쳐든 그 놈 색마를 활  떠밀어버렸다.
“중국에 쫓겨날줄 알아!”
“더럽다, 더러워! 중국에 돌아가도 네놈들의 수하에서 노예처럼 일하면서 성노리개로 되기보다 낫다!”
예화는 옷매무새를 바로잡을 새도 없이 부장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복도에서 사장실 앞을 지나다가 귀에 익은 녀성의 아양을 떠는 소리를 들었다.
“사장님, 전 로씨야 원동의 몇번째 현지처로 되는 건가요?”
“무슨 놈의 몇번째야. 제일 사랑스런 애인이지.”
“그럼 절 한국에 보내주는거죠?”
“그래, 내 여기 있는 기간 잘 모시면 한국에 보내주기만 하겠어? 한국에 간 다음에도 돈을 푹푹 쥐여주고 제주도도 유람시키지.”
“에이구, 나도 팔자를 고칠 날이 있구먼요. 전 광고모델이나 하던 년인지라. 재봉침만 봐도 신물이 나요.”
“그래. 넌 이제부터 밤마다 내만 잘 모시면 돈도 있고 빵도 있어. 알았어? 내 현지처 되면 당장 로씨야 원동에 살림집 한채를 차려줄테야. 허허허허.”
“실말인가요?”
“오~ 그래, 요것아, 이젠 침실로 갈만하지?”
“예, 그래요. 인기모델의 모든 걸 다 줄게요. 호호호호.”
“으흐흐흐.”
년놈들이 수작을 부리다가 문을 벌컥 열고 복도로 나왔다. 그들은 그때까지 멍해 서있다가 자리를 뜨는 예화를 보고 주춤 멈춰섰다.
그래도 사장이 아주 기동령활했다.
“얘, 예화라던가? 돈 벌겠으면 데이트를 해. 거 김부장을 잘 모시라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어. 허허허.”
“호호호호.”
“퉤!”
 예화는 선희 쪽에 대고 침을 퉥 뱉었다.
(더러운 년, 개 똥을 먹는 버릇을 고칠수 있어?)
진짜 녀자들의 정조는 한번 풀리기만 하면 고삐 풀린 들말과도 같아 걷잡을 수 없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였다.
예화는 침실에 돌아와 서럽게 엉엉 울었다. 선희가 불쌍한것보다도 자기 팔자가 사나워서 서럽게 울었다.
이튿날 그녀는 중국 조선족녀성들의 절개를 지키려는 40여명 녀성들과 함께 뻐스를 타고 높은 토성 안의 지옥 같은 한국 옷공장을 벗어나 결연히 귀국길에 올랐다.
로씨야 원동의 이 소도시는 떠나가는 그녀들과 높은 토성 안에 남은 녀성들을 동정이나 하는듯이 흐느끼며 우는 상 싶었다…
 조선족녀성들은 해관에서 울긋불긋 단풍이 든 조국의 산천을 배경으로 푸르른 가을하늘에서 휘날리는 오성붉은기를 바라보는 순간 “색마굴에서 벗어나 이젠 살았구나.” 하고 한숨들을 호~ 내쉬였다.
예화가 집에 보짐을 이고 지고 들어서자 본가집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얘, 너 2~3년 있는다더니 어떻게 돼 돌아왔니? 무슨 일은 없었니?”
예화는 대답 대신 어머니와 딸애 해선을 안고 엉엉 서럽게 대성통곡쳤다.
이튿날 예화를 비롯한 40여명 녀성들은 녀성들의 자존심과 피눈물 값이라도 받으려고 무역공사를 찾아갔다.
판공실에는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 한국 옷공장의 정체를 모르고 그 곳에 가려고 신청하는 녀성들이 있어 눈물겨웠다.
“가지 마세요. 뼈빠지게 일해도 로임을 제때에 주지 않소.”
“한국 색마들이 밤잠을 자지 못하게 구오.”
예화랑 말에 무역공사 경리 당황해났다.
그는 황소눈깔을 부라리면서 사무상까지 꽝꽝 쳐대며 호통쳤다.
“그만하지 못해?! 너희들 도망쳐서 그렇지 누가 로임을 주지 않는다고 이러겠는가?!"
예화는 한발작도 물러서지 않고 바투들이댔다.
“반년 로임 천딸라를 주세요.”
“천딸라 같은 소릴 하지도 마오. 동무네는 계약을 어기고 기한 전에 도망쳐오지 않았소. 게다가 파공까지 감행했고…”
“로임을 제때에 줬으면 파공까지 했겠습니까?”
경리는 황급히 “신청하러 온 동무들은 잠시 나가서 기다리오.” 하고 손짓했다.
딸라를 두툼히 번다는 유혹에 미혹돼 신청하러 온 녀성들이 진상을 아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어째 겁납니까? 저 동무들도 사건진상을 알아야 합니다.”
“입 다물지 못해? 그 따위로 놀면 천딸라는커녕 500딸라도 주는가 봐라. 보증금도 안줘!”
예복은 경리의 코에 삿대질하면서 따지고들었다.
 “뭐라구요? 계약을 위반한 건 무역회사죠. 무역회사에서 위약금으로 2천원을 더 내야 합니다.”
“흥! 어디 법원에 가서 해봐라. 당찮은 개소릴!”
예화도 떠들었다.
“이 건 돈 500딸라 문제가 아니예요. 우리 중국 조선족녀성들의 자존심문제예요. 우린 눈이 시리게 일했어요. 천대받고 기시받은 자존심 값과 피눈물 값을 받아내야 하겠습니다.”
녀성들은 왁작 떠들어댔다.
“당신들은 중국조선족이 아닌가요? 왜 한국 기업쪽에 서서 불쌍한 우리 로임을 떼먹으렵니까?”
“한국 기업과 잘 말해서 로동보수야 주는게 도리 아닙니까?”
“더 할 말이 없소. 동무들은 2년 계약기한도 차지 않았는데 파공하고 돌아왔소.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오. 로임도 절반 밖에 주지 못하오. 500딸라라도 재무과에 가서 타가오. 만약 억울하면 법정에 가서 시비를 따져보기오. 이제 우리 회사에 와서 자꾸 떠들면서 사업을 방해하면 그 500딸라도 받는가 어디 두고 보오.”
무역회사 경리는 보안일군들을 불러 그녀들을 몰아내고 신청하러 온 녀성들을 들여보내라고 했다.
예복과 예화는 보안경찰들한테 끌려나가면서경리를 손가락질을 하면서 단말마적으로 고함쳤다.
“야, 이 개새끼들아, 우리 돈  뜯어먹고 잘 살 거 같으냐?!”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생벼락을 맞지 않는가 봐라!”
예복과 예화 등 40여명 녀성들은 눈 앞이 캄캄 해났다.
예복은 교장과 남편이 그렇게 말리는 것도 교원직마저 다 버리고 로씨야 원동 땅에  건너갔었다. 그런데 보증금 2,000원을 떼운데다가 반년 로임을 500딸라 밖에 타지 못하게 됐다. 떼운 보증금을 제하고나면 1,500원에 교원직을 떼우고만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화는 범송의 피나는 1년 로임과 맞먹는 돈 2,000원을 꿔서 보증금을 냈는데 떼우고 말았다.
(선생님의 빚은 어떻게 물지? 무슨 면목으로 선생님 앞에 나서겠는가? 사모님이 돈을 떼운 걸 알면 가정불화가 생길게 아닌가?)
예화는 변호사사무소에 일루희 희망을 품고 찾아가보았다.
“우린 억울해요. 한국 사장들은 우릴 사람취급을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변호사 앞에서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 가서 당한 억울한 사건경과를 죽 이야기했다.
골똘히 듣던 변호사는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더니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동무들은 아무리 억울해도 해결받기 힘드오. 동무들이 로씨야 원동에 가서 한국 관리원들한테서 억울함을 당한 건 동정이 가오. 법은 증거를 중시하오. 무역회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계약을 어긴데다가 파공까지 했으면 보증즘을 찾기 힘드오. 로임도 더 받을 거 같지 못하오.”
“예?”
예화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눈 앞이 아찔해나서 까무러치고 말았다.
“예화, 예화!”
변호사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예화는 비틀거리면서 변호사사무소를 나왔다. 코대를 쳐들고 뻔뻔스레 도고히 서 있는 무역회사청사를 바라보는 순간 악이 나 이를 뽁뽁  갈았다.
그녀는 아직도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의 지옥 같은 한국 옷공장에서 갖은 천대와 모욕을 받으면서 흐느끼고 있는 자매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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