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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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6)
2014년 08월 24일 22시 40분  조회:2668  추천:1  작성자: 김송죽
 

도놈을 만나 격투를 하다니... >>

   원칠두가 어떻게나 그럴듯하게 주어섬겼던지 듣는 사람들은 저저마다 불한당을 저주했다. 어떤 사람들은 지어 하느님이 어서 그런 날도깨비같은 강도들에게 불벼락을 퍼부어 급살을 맞게 해달라고 하며 장탄식을 하기까지 했다.

   첫날밤에 원칠두내외는 려홍이네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편에 대해서 상세히 듣고나서 세상이 넓건만 왜 가난한 사람들이 잘살수 있는 곳은 없느냐고 한탄했다.

   원칠두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몰아쉬면서 고생이 장고생이고 락이 장락이라고 사주에 팔자가 다 적혀있으니 방법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팔자란게 다 뭡니까? 사람이 날적부터 그런걸 타고났다면 잘사는 사람은 의례 잘살아야 하고 못사는 사람은 의례 못살아야하거나 하고 잘살아볼 마은도 먹어보지 말아야한단말입니까?>>

   하고 려홍이는 그의 신세타령을 타일러주었다.

   원칠두마누라는 착한 일을 많이하면 목을 받으리라 해서 여지껏 선한 마음을 갖고 살아왔건만 왜서 살아가기가 점점 더 괴로워만 지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무당을 불러다 살풀이를 해서 재액막고 복을 빌기까지 했건만 생때같은 아들을 잃었노라고 통탄해마지 않았다.

   려홍이는 자기 마을 어느 집에서 어린애가 앓으니 병보일 예산은 하지 않고 무당을 불러다 굿이요 뭐요 하고 장을 버렸지만 병이 낫기는 고사하고 끝내 어린애를 잃고말았던 사실을 되새기고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런 미욱한 짓을 하는걸까고 했다. 알고보면 무당이란건 사람을 속여먹는 무서운 날도깨비들이였다. 동시에 왜놈이 망했어도 어쩐지 아직 밝지 않은 이 세상은 무지와 몽매와 기편과 고통만이 꽉 찬 암흑같아보였다.

   원칠두는 산에 가서 약초를 캐다가 찧고 달이여 손수 자약을 해서는 려홍이에게 먹인다, 붙인다 했다. 이같이 늙은내외는 려홍이의 몸을 잘 조섭허여 하루속히 회복하기를 바라면서 있는 성의를 다해주었다. 하였기에 려홍의 몸은 재빨리 추슬러갔다. 묵은지 한주일만에 벌써 상처가 덧나지 않고 빨리아물었다. 호된 매와 고통에 시달림받아 극난에 이르렀던 자기가 생전초면의 집에서 더구나 한족의 집에서 그같이 지성어린 보살핌을 받아 처서게되였으니 그 은공에 정말 머리털을 뽑아 신이라도 삼아서 드리고싶은 심정이였다.

   가을철을 잡은지라 날씨는 차츰 서늘해지면서 곡식잎들을 말리우는 색바람이 불어왔다.

   려홍이는 이젠 페단도 더 끼치기 미안해서 길을 떠나보려고 작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늘에 재빛장막이 드리우면서 소나기가 울더니 바람이 불면서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비는 장인의 나룻밑에서도 긋는다는데 인차멎겠지.)

   려홍이는 창가에 앉아 패연히 내리는 비를 보면서 초조히 떠나갈 생각만했다.

   원칠두가 눈치를 차리고 날떠퀴가 상서롭지 않으니 떠나지 말라고 굳이 말렸다. 그래서 려홍이는 며칠을 더 묵게되였다.

   원칠두의 손자애는 이름이 진명인 어제는 뒷산에 있는 아가위나무에 바라올라가 새빨갛게 무르익은 아가위를 따다가 려홍이더러 맛보라고 주더니 오늘은 냇가에 나가 고기를 낚아왔다.

   <<얘가?!... 어디보자, 네가 잡은건 눈먼 고기들이 아니냐? 아니면 네낚시에 물린걸 보면 그고기들이 아마 어리숙한 노들이겠구나.>>

   려홍이 이렇게 말해서 집인에 웃음이터졌다.

   제어미가 죄꼬만녀석이 이젠 혼자서 좀 작작 나돌아치라고 아들을 단속했다. 그래도 진명이는 듣는둥마는둥 저녁녘에는 금화를 데리고 나가더니 어디에서 가늘고 미끈한 버들을 골라 한아름 베여가지고 와서 할머니더러 고기다래끼를 만들어달라고 성화부렸다. 려홍이가 틀어주마고 나섰더니 진명이는 좋아서 뜀질하면서 곱게만 틀어주면 자기는 채찍을 하나 만들어 선사하겠노라고 약속까지 했다.

   동생 금화는 오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짧다란 두다리를 모으고 오도카니 앉아서 머루알같은 눈을 깜작거리면서 려홍이의 깐깐하고도 잽싼 솜씨로 만들어지고있는 다래끼를 오래도록 지켜보더니 다 만들어지자마자 그건 자기것이라며 손에 들고 좋아했다.

   이틑날 아침에 려홍이는 애들의 청에 못이겨 한께 낚시질을 떠났다. 마을밖을 두 번째로 나와보는 셈이다. 마을뒤 산기슭을 돌아 꼭마치 손가장에서처럼 맑고도 얕은 내물이 동으로 흐르고잇었다. 전번날 원칠두는 려홍이를 데리고 나와서 그 내물을 따라 곧추 6~7리가량 내려가면 천지주네 큰마을 복리툰에 이르고 거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를 건넌후 약 20여리가면 도시로 가는 국도에 들어설수 있다고 알려준바있다.

   려홍이는 애들과 함께 내물을 따라서 아래켠으로 좀 내려갔다. 햇볕은 쨍쨍했고 뒤를 돌아보니 서쪽산마루에 어누새 고운 무지개가 비껴섰다.

   <<야 오빠야, 저걸봐라! 아유 고와라! 아저씨, 하늘다리내렸어요. 저걸 타면 하늘로 올라갈수 있나요? 하늘엔 천당이 있다는데.>>

   금화가 손벽치며 재잘거렸다.

   <<저건 무지개야, 넌 무지개도 모르니 정말 철부지구나.>>

   하고 진명이가 동생을 놀려주었다. 금화는 뽀로통해서 려홍에게 물었다.

   <<아저씨, 저게 그래 하늘다리아닌가요?>>

   <<아니다, 만질수도 쥘수도 없는거니 올라갈수도 없지. 하늘엔 천당이라는게 없단다.>>

   계집애는 볼우물을 짓고 눈을 꺼벅거리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어린것의 령혼속에 자리잡고 앉았던 황홀한 환상이 순간적으로 깨져버려서 서운해하는것 같았다.

   터를 잡고 앉아서 낚시를 방금  물에 넣었는데 저아래로부터 웬 사람이 급히 올라오고있었다. 여겨보니 원칠두네 집에 자주다니던 사람이였다. 려홍이는 문득 이상한 예감이 돌아 그를 주시하며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다가오더니 멈춰서면서 한시름놓은 듯, 그러나 급하고 긴하게 알려주는 것이였다.

   <<날 알고있지? 어제 복리툰에 갔던랬는데 거기서 오늘아침에 들으려니까 손가장에서 사람 셋이 와서 무슨 사람을 찾고있다누만. 말타고 도망친 청년인데 그게 조선사람이라오. ...안 그래서 칠두형께 알리러 밥도 못먹고 이렇게 달아오는 길이요. 어서... >>

   려홍이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가슴에서 무엇인가 무거운것이 철썩 떨어지는 감을 느끼며 일순간 멍청하니 서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애들과 함께 급히 마을로 돌아왔다. 그자들이 이 마을로 수색을 오는 날이면 락자없이 붇잡히우고 말 일이니 어거릴 때가 아니였다.

   려홍이는 진명이가 준, 삼노끈으로 만든 채찍을 쥐고 자기 말에 뛰여올랐다. 그리고는 어디로 나갔는지 찾을수 없는 원칠두에게 작별인사도 못한채 사모자를 총망히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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