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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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8)
2015년 01월 05일 00시 09분  조회:2533  추천:0  작성자: 김송죽
 

  8

 

   밤중에 출발명령이 내렸다.

   인민무장부대 제1영은 비밀리에 도시를 떠나 발발굽산을 향해 행군했다. 그곳에서 패망한 일본관동군의 무기고를 접관하여 지키고있는 한패의 쏘련홍군과 배합하여 무기를 략탈하려 달려드는 선견군별동대의 랑아련을 소탕해버릴 작전이 벌써 주밀하게 계획되였던 것이다.

   손가장에서 말발굽산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80이밖에 안된다. 랑아련이 자기의 정체를 폭로시키지 않기 위해 말발굽산을 우회한다면 적지 않은 곤난들이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 성질이 워낙 급하고 패악한 장삼은 후환을 생각해서 참을성있게 고생을 할리가 만무였다. 그가 우회전을 쓰지 않고 곧추 진격해올것이 빤했다. 어디로 어떻게 해서 오든지간에 말발굽형으로 생긴 계곡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것은 꼭마치 마대안으로 기여든것과 같아서 아가리만 졸라매면 일망타진해버릴수 있는 것이다. 마참모장과 김영장은 이같이 유리한 지형을 리용하여 복멸전으로 랑아련을 일망타진하기로 하고 한 개련은 쏘련홍군과 함께 안쪽에 매복시키고 다른 한 개의 련은 입구에 매복시켜 적의 퇴로를 처단하기로 배치를 하였다.

   시간은 각일각 흘러갔다. 그런데 적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쪽의 행동이 탄로났는지, 아니면 장삼이 쏘련홍군을 건드리는게 무모한 짓이라 걷어장졌는지?... 허나 도저히 그럴수는 없었다. 략탈을 천부적인 재간으로 알고있는 그자들은 한번 먹은 마음을 쉽사리 고치려하지 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좁다란 길이 산굽이를 여러 갈래로 에돌았다. 1영에 배속되여 이번의 복멸전을 함께 하기로 된 정찰련 1패 2반 반장 김려홍은 전투를 지휘하는 마참모장과 김영장에게 제때에 적이 나타나는것을 알리기 위해서 자기 반의 정찰병들을 3개조로 나누어 약 2,3리씩 사이두고 산꼭대기에 숨어 감시하게했는바 자기가 직접 한 개 조를 맡고 두 개조는 부반장인 박금록이와 맹창국에게 각각 맡겼다.

   박금록의 분조 3명은 아군이 매복해있는 말발굽산입구에서 적어도 7리는 앞에 있는 한 나지막한 산우에 올랐다. 산밑에 바로 길이 있고 길 건너편은 자그마한 강이였다. 산우에 바위들이 있어서 세사람은 몸을 숨기고 아래를 잘 살필수 있었다.

   정보는 틀리지 않았다!

   해가 바지랑대만큼 올라왔을 때 남쪽켠으로부터 말탄 기병들이 나타났다.

   <<놈들이 오는구나!>>

   박금록은 고대하고있었던터라 몹시 기뻐나서 뒤에다 적이 온다고 신호를 했다.

   산굽이를 다 지나갈 때까지 세여보니 200명이고 그뒤에는 마차 10대가 바싹 따랐다.

   리홍석은 피발이 일어선 매서운 눈으로 랑아련에 들어 패장노릇을 한다는 무당 아들을 찾았으나 어느것인지 도무지 찾아낼 재간이 없었다. 칼찬자들이 몇이 되었는데 혹시 그자도 칼을 차지 않았는가싶어졌다.

   랑아련이 북쪽산굽이를 돌아 꼬리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이쪽 산우에 있던 세 정찰병은 아래로 내려왔다. 그들은 말발굽산에서 나온 그 자그마한 강을 따라 조심히 올라갔다. 길로 가면 혹시 뒤꼬리에 붙어선 차부들이나 말탄 놈들에게 들킬수 있기에 이렇게 얼음우로 가면서 저마다 빨리 전투에 참가해보자고 가슴을 달구었다. 길이 강변에 거의 다가붙어있기에 그 길로 말타고 도주하는 자들을 코앞에서 볼수있을 것이다. 랑아련은 벌써 말발굽산으로 들어갔고 박금록이네 분조 정찰병들도 아군의 매복지점에 거의 이르렀다. 그런데 웬 까닭에서인지 아무런 동정도 없이 잠잠하기만 했다. 야릇한 침묵속에서 속이 안달아난 홍석이는 낭떠러지우에 올라가서 아군이 매복해있는 방향으로 귀를 기울이다가 내려왔다. 그가 발을 얼음판에 방금 붙였을 때였다. 금록이가 그의 옆구리를 툭 쳤다.

   <<옳소, 총소리야!>>

   <<가만ㅡ >>

   금록이는 강언덕에 다시 뛰여오르려는 홍석이를 채듯이 끌어내리우면서 귀를 도사렸다. 그리 멀지 않은데서 사나운 짐승이 긴 쇠사슬을 끌고 달아나듯 련달아나는 기관총소리에 몰방으로 쏘는 보총소리, 수류탄터지는 소리들이 한데 엉켜 들볶아대기 시작했다.

   <<붙었구나! >>

   <<야ㅡ 잘한다! >>

   <<막 쓸어버리는 모양이구나!>>

   세 정찰병은 기뻐서 환성을 질렀다. 금록이는 들뛰는 가슴을 억제하며 두사람을 데리고 급히 몇발짝 더 가서 강변이 꺼져 단을 아룬 둔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몸을 숨긴채 발로 눈을 밀어뜨리고 자리잡은 뒤 엎드려 머리만 약간 쳐들고 길을 지켜보았다. 길건너편은 눈덮인 새판이 길을 따라 얼마가량 가다가 끝났고 거기서 약 2리가량 더 올라가 길은 산굽이를 에돌았다.

   총소리와 수류탄터지는 소리가 한참 나더니 차츰 뜸해졌다.

   <<전투가 벌써 끝났단말인가?>>      

   <<나가보기요. 우린 이러다간 적은 고사하고 쥐새끼 한 마리도 잡아보지 못하겠소!>>

   <<잠자코있어. 덤비지 말라는데두, 명령이야!>>

   금록이는 조바심이 북받쳐서 진정못하는 홍석이를 엄하게 꾸짓고나서 권총격침이 제대로 말을 잘 듣는가를 실험해보았다. 무기밀수상들한테서 압수한것인데 오발이나 되면 재수없는 일이였다.

   가까운데서 갑자기 총소리가 났다. 2련이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답새기는판인 모양이다. 들볶아대는 총소리속에서 공포에 떨고 절명하는 말들의 울음소리가 아츠럽게 들려왔다. 그러다 좀 있으려니 산굽이를 돌아 우로부터 한자가 말을 타고 눈발을 보얗게 일쿠며 죽을둥살둥 달려왔다.

   <<으흠, 한놈이 빠져달아나는구나! 어디 네놈이 얼마나뛰나 보자!>>

   홍석이가 이렇게 으시댔다.

   말탄 작자는 점점 가까이 달려왔다. 세 정찰병의 총구멍은 일제히 그자를 겨누었다.

   <<내가 쏠테니 다들 지켜보라구. 말을 빼앗아야 해!>>

   금록이는 이렇게 부르짖고나서 인차 방아쇠를 당겼다.

   <<땅!>> 하는 소리와 함께 탄알이 날아가 말탄 자를 명중했다.

   그자는 말잔등에서 미끌어떨어지는데 고삐를 어찌나 단단히 잡았던지 말은 네굽을 안고 궁둥이질을 하며 뻔질나게 서너고패 돌아치더니 고삐를 채여갖고 새판으로 성큼성큼 달려들었다. 홍석이는 쫓아가려다말고 두손가락을 모아 입에 넣고 도적놈 회파람을 불었다. 그랬더니 분명 훈련을 받은 그 말은 뛰지 않고 멈춰서더니 귀를 쭝깃하고 대가리를 돌려보았다. 그랬다가 회파람소리가 다시 나니 흰이발을 드러내고 울부짖으며 되돌아왔다. 홍석이는 달려가 말고삐를 제꺽 잡아쥐였다. 이러는 사이에 이쪽 두사람은 락마한자한테서 기병총을 걷고 탄띠를 풀어냈다.

   그들이 시체곁을 떠나려 할 때 말탄 적이 또 나타났다. 모두 다섯이였는데 이쪽에서 총알이 날려가니 복병이 또 있는줄로 알고 머뭇거리다가 말머리를 돌려 새밭쪽으로 냅다뛰였다. 홍석이는 그 도망치는 무리속에 눈을 팔다가 칼찬자를 보고 웨쳤다.

   <<저게 무당 아들놈이다! 내가 저놈을 잡겠다!>>

   그는 어느새 말잔등에 올랐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은 도무지 알아듣지도 못할 무슨 도깨비소리를 급하게 던지고는 말을 몰아 그 무리를 쫓아갔다. 얼마가지 않아서 그는 까마귀를 쏠 때처럼 단방에 한놈을 말에서 곤두박질시켰다. 홍석이는 계속 추격해갔다. 도주자들은 흩어져 제각기 달아났다. 신경이 터질지경 팽팽해진 그는 눈앞에 칼찬 자가 언뜰하자 그놈만 눈박아보면서 고함쳤다.

   <<이놈아, 어디로 도망치니?>>

   그자는 뒤를 피끗 돌아보고는 죽어라고 뛰였다.

   홍석이는 등자에 발을 꽉 끼우고 악을 써서 말을 세차게 몰았다. 털모자는 어느결에 벗겨져 날아나고 말발굽밑에서는 눈과 마른풀들이 울부짖었다. 홍석이는 가슴속에 적개심과 복수심이 폭발하여 벌써 산 몇 개를 날아넘었다. 칼찬자는 자기를 추격하는 사람과의 거리가 퍽 단축되였음을 보자 벗어나지 못할 사경에 들었음을 감촉하면서도 죽을 악을 써서 말을 계속 몰아댔다. 무당아들이 옳았다. 홍석이는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강겼으나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총대를 거꾸로 쥐고 그것으로 말엉뎅이를 때려서 옆쪽으로 몰아 끝내 그자를 앞질렀다. 말들은 서로 부닥치게 되자 앞발을 허궁쳐들면서 골안이 터져라고 패악스레 울부짖었다. 적은 말잔등에 간신히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어느새 군도를 빼들었다. 홍석이는 고삐를 탁 채여 자기 말을 옆으로 돌리면서 총개머리로 그자의 정수리를 힘껏 내리쳤다. 무장아들은 빗맞아 칼만 떨어뜨렸다. 홍석이는 총을 던지고 말을 다시 돌렸다가 그자를 덥쳐안으면서 함께 말잔등에서 떨어졌다. 두사람은 눈우에서 한몸이 되어 딩굴었다. 그야말로 생사박투였다. 홍석이는 밑에 깔렸을 때 반신을 갑작스레 일쿠면서 튀여나온 앞이마로 무당아들의 면상을 콱 박았다.원쑤는 뒤로 벌렁나가 넘어졌다. 홍석이는 재빨리 깔고 앉아서 무쇠같은 억센 주먹으로 냅다치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는 그자가 골이 터지고 낯이 터져 피투성이 되고 늘어져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때렸다...

   려홍이 잃어진 홍석이를 찾아내여 데리고 왔을 때는 부대가 섬멸된 랑련의 무기와 말들을 거진 거두고있었다. 청천백일에 된벼락을 맞은것처럼 어진혼이 다 빠진 포로와 적 부상자들은 철문달린 큰 산굴로 압송되였다.

   마참모장은 전장수습에 참가하지 못한 정찰반을 한곳에 집결하게 한 후 반장을 불렀다.

   <<동무들은 정찰병이요. 행동이 민첩해야 할텐데 왜 그모양이요?... 무슨 일이 있었소?>>

   <<한동무가 잃어져서 찾다나니 그랬습니다.>>

   려홍이는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숙였다.

   <<동무는 자기 반에서 규률교육을 어떻게 했소? 더구나 이런 때에.>>

   <<규률교육을 가강했습니다. 그러나 참모장동지, 이건 특수한 경우여서... >>

   려홍이는 머리를 치키고 대구했다.

   <<뭣이 특수한 경우란말이요? 뭔데 어서 말해보오.>>

   마참모장은 수척해진 정찰반장의 얼굴표정을 유심히 뜯어보며 다그쳐 물었다.

   <<홍석동무는 적의 퇴로를 지키다가 자기의 원쑤를 발견하고 쫓아가 끝내 죽여버렸습니다.>>

   하고 려홍이는 사실대로 보고했다.

   <<복수를 했다는 말이지?  허ㅡ >>

   마참모장은 그의 행동이 장해서 그러는지 어처구니없어서 그러는지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눈을 언뜰 쳐들었다.

   <<동무는 그래 그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오?>>

   <<저는 저... 그가 그렇게 한것은... 누구나 다 그런 경우라면... >>

   <<그런 경우라면 규률도 지키지 말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단말이지?>>

   마참모장은 규률을 위반한 자기 반 전사의 잘못에 대해서 뉘우치고 교육하려 할 대신에 어물쩍하게 두둔해나서는 려홍의 행동을 그르다고 정중히 타일렀다.

   <<사람마다 자기의 원쑤만 찾고 개인원쑤만 하려 든다면 어떻게 되겠소? 규률이 파괴되는건 물론이고 전반 행동에 영향주는게 아니겠소? 동무도 알지만 우리의 이 대오는 처음부터 어느 한 사람의 복수를 위해서 생겨난게 아니란말이요. 우리가 수천만 인민의 원쑤를 소멸하자면 자기 대오를 규률이 있는 대오로 만들어야 하오. 알겠소? 강철의 대오를 만들어야 한단말이요. 동무는 강철이 쉽게 제련되는줄로 아오?... 말해보오. 홍석동무의 행동이 뭐요. 개인영웅주의나 부리고...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런 개인영웅주의가 아니라 집단적인 영웅주의란말이요.>>

   려홍이는 낯이 뜨거워났다. 그리고 아무런 가책도 없이 상급앞에 버젓이 나섰던 자신의 행위가 수치스레 느껴졌다.

   1영은 대오를 정비한 후 손가장으로 진격하는 주공부대와 배합하기 위해서 신속히 말발굽산을 떠났다.

   날밝을 때 손가장 공격전이 벌어졌다. 돌격나팔소리 울리자 손가장을 들이칠 준비를 단단히 하고있던 인민무장부대 전사들은 맹렬한 공격을 개시했던 것이다. 마을안에서 총소리 콩볶듯했고 연기와 화약냄새가 자옥히 끼기 시작했다. 기의한 제2련은 순식간에 마을동쪽구역에 있는 별동대 기마병숙사를 포위하고 소탕전을 벌리는 한편 맨먼저 돌격해 들어온 인민무장부대 첨도련과 배합하여 마구간을 빼앗아 거기에 있던 말 300여필을 하나도 제주인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한편 인민무장부대전사들은 흡사 성난 사자와도 같이 함성을 지르면서 계속하여 토성안으로 쳐들어왔다. 잠자던 별동대비도들은 마치도 천둥에 놀랜 잠충이모양으로 옷도 미처 주어입지 못하고 헤덥벼쳣고 랑아련이 무기를 략탈해가지고 돌아올 때를 기다리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있었던 손창유는 인민무장부대가 쳐들어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그만 혼비백산하고말았다.

   온 장원이 공포에 떨었다.

   <<과연 귀신이 곡할일이다! 그네들이 어느새 여기로 왔냐?... 아아. 나는 녹아나는구나!>>

   하고 손창유는 절망에 떨며 비명을 질렀다.

   례배당서쪽으로부터 비도들이 몰켜왔다. 한 개의 영이 그쪽에 있었는데 서대문을 지켜내지 못하겠으니 장원쪽으로 철퇴하는판인데 혼란하기 짝이없었다.

   려홍이는 자기 반과 함께 장원 남대문을 봉쇄할 임무를 맡은 1영 2련의 길잡리를 서서 곧추 장원쪽으로 달려갔다.

   한편 그곳에 채 이르지 못했을 때 서대문쪽으로 먼저 뺑소니쳤던 한무리의 비도들이 길옆에 있는 정미소로 막 쓸어들고있었다. 려홍이와 함께 달려가던 전사가 적탄에 맞아 쓰러졌다. 려홍이는 권총을 넣고 희생된 전우의 손에 쥐였던 날창꽂은 장총을 들고 다급히 웨쳤다.

   <<계속 전진! 돌격!>>

   분개한 그는 탄우를 무릅쓴고 무모하게 달려가려했다.

   기관총알이 날려와 그의 머리에 씌운 모자를 날려버렸다.

   어느결에 달려왔는지 2련련장이 려홍이를 땅바닥에 넘어뜨리며 모두 엎드리라고 고함쳤다. 련장과 려홍이는 울부짖으며 날아오는 적탄밑에서 잽싸게 딩굴어 가까이에 있는 담장밑에 은신했다. 정미소안에서 적의 기관총이 그냥 악쓰며 짖어댔다. 그래서 2련의 돌격로는 막히게 되었다. 동과 남에 각각 커다란 문이 있고 지붕에 만장창이 있는 이 높고도 커다란 정미소는 장원 남문과 거리가 얼마되지 않았기에 오늘 그것은 마치도 퇴로는 열어주고있는 화점과도 같았다. 저것을 어서 빼앗지 않으면 안되였다. 도주자들이 저항하면서 장원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미친개같이 짖어대는구나! 저놈의걸 없애치워야겠는데 어쩐다?...>>

   2련의 련장은 가증한 적기관총을 쏘아보면서 속이 달아했다. 이럴때 가까이로 다가온 금록이가 량손에 수류탄을 쥐고 자기가 가겠노라했다.

   <<안돼! 넌 여기 지형을 모른다!....>>

   려홍이는 일어서려는 그를 눌러놓고 그의 손에서 수류탄 두 개를 채듯이빼앗아들었다.그리곤 련장을 향해 자기가 나서겠노라했다.

   다른 전사들이 적기관총을 제거해버릴 임무를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나설때 려홍이는 벌써 쏜살같이 달려나가 정미소앞 한켠에 있는 웅뎅이에 뛰여들고있었다. 적기관총이 갑자기 뿜던 불을 머췄다. 려홍이는 적이 탄창을 바꾸는 이 짧은 순간에 머리를 쳐들고 수류탄 두 개를 련거퍼 들이던졌다. 요란한 폭발소리가 나면서 희뿌연 연기가 문으로 훅 나왔다. 달려일어난 려홍이는 단신으로 먼저 돌격해들어갔다. 정미소안에 있던 놈들은 련거퍼 수류탄벼락을 맞고보니 정신이 나갔던지 덤벼쳤다. 려홍은 달려드는 놈을 쏴눕혔다. 그런데 웬놈이 벽밑에서 불쑥 일어나며 덮치려들었다. 려홍이는 잽싸게 돌아서며 그자를 총창으로 찔렀다. 한데 어찌도 힘껏 찔렀던지 창끝이 배를 꿰고 벽에 박혀 뺄수 없었다. 이때 적탄이 날려와 그의 왼팔에 경상을 입혔고 몸집이 대단히 큰자가 입을 딱 벌리고 덮쳐들었다. 둘은 서로 부등켜안고 딩굴었다. 려홍이도 키가 그리 작은축은 아니였건만 적수가 어찌나 우악한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두억시니같은 그자는 입을 앙다물며 내리툴렀다. 려홍이는 젖먹던 기운까지 다내여 일어나려고 버둥질쳤지만 되지 않았다. 그놈의 멱살을 움켜쥔 팔도 점점 맥이 풀렸다. 바로 이때 련장과 병사들이 면바로 달려들어오면서 그자를 찔러눕히고는 비도들을 향해 꼼짝말고 손들라고 호령했다. 몇놈이 대항하려다 즉살했다. 동쪽문으로 미처 내빼지 못한자들은 모두 벌벌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얼굴이 벌겋게 상혈된 려홍이는 몸이 타번지고 가슴이 몹시 울렁거렸다. 코안은 불덩이를 넣은것 처럼 달고 화약연기에 눈뿌리가 빠지듯했지만 그는 방금 적들이 휘둘러대던 기관총을 들고 정미소당고에 붙은 사다리로해서 우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살창으로 만든 만장창을 발로 걷어차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는 거기다 기관총을 걸어놓고 쏘려했다. 그런데 그놈의 기관총은 다리하나가 어느결에 부러지고 없었다. 들고 쏘자니 기관총이 원래 무거운데다 부상입은 팔이 말을 듣지 않아 좀처럼 들수 없었다. 이때 어느결에 뒤를 따라 올라왔는지 금록이가 나타나더니 총신을 덥석 쥐여 자기 어깨우에 올려놓았다.

   <<자, 쏘오! 빨리!>>

   홍석이도 탄궤를 메고 올라왔다. 골목이 터질지경으로 몰려와 장원안으로 쓸어들어가는 적을 노리면서 그는 련거퍼 <<빨리! 빨리!>> 하고 재촉했다.

   기관총은 인차 불을 뿜기 시작했다. 장원안으로 기관총알이 날려들어갔고  대문으로 들어가던 적들이 맞아서 쓰러졌다. 순식간에 무수한 주검이 대문가에 쌓여 둔덕을 이루었다. 세 정찰병은 정미소지붕 대마루판우에서 적이 장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그냥 맹사격을 퍼부었다.

   <<야, 멋지구나! 몽땅 귀신밥이 되어라!>>

   홍석이는 적이 무리죽음을 당하는것을 보고 너무도 통쾌해서 소리를 막 내질러댔다. ...

   한편 70고령에 이르도록 생전처음으로 얻어맞는 타격에 간이 뒤집어질 지경이 된 손창유는 마치도 시독에 걸린 사람모양으로 열과 두통이 몹시났고 얼굴도 귀도 한꺼번에 부어나는것만 같았다. 하건만 그는 천성이 워낙 완악했기에 이를 쁙쁙 갈면서 남문을 닫아걸고 롱성투쟁을 해보리라 작심했다.

   박격포탄이 장원안으로 날아들어가 <<쿵! 쿵!>>터졌다. 집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장원을 공략하는 건곤일척의 공격이 시작되였던 것이다.

   손창유는 진공을 막아보려고 있는 악을 다 썼다. 하지만 장원은 난공불락의 성새가 아니였다. 인민무장부대에서는 적이 화력을 집중하여 남문을 봉쇄하자 다른 돌파구를 내기로 하였다. 폭파조는 희생을 내면서 싸워 싸움이 다시붙은지 몇분도 되지 않은 사이에 담장 여러곳을 허물어버렸다. 손에 총창을 든 전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질풍같이 달려들어갔다. 백병전이 벌어졌다. 적들은 도저히 당해낼수 없으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북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20여명의 비도들이 한꺼번에 쓸어나오면서 결사적인 반격을 했다. 그래서 공성야전(攻城野戰)하는 국면이 생겼던 것이다. 손가네는 금은보화들을 충복들에게 지워가지고 발악적으로 혈로를 뚫고 도망쳐버렸다.

... 전투가 끝나자 대수색전이 벌어졌다.

   경위련에서 손가족과 함께 도망치다가 말잔등에서 떨어져 숨어버렸던 청지기를 붙잡았다. 한 전사가 그의 뒤덜미를 잡아 끌고 오는데 청지기는 어찌나 실혼락담했던지 관솔처럼 관 얼굴이 흑빛이 되어서 초풍하듯이 와들와들 떨기만했다.

   <<하, 이눔의 두상이 글쎄 어쩌누라 뺑소니치지 못하고 숨어있더란말입니다. 이 집 더부살이가 알려주지 않았더면 우린 감쪽같이 모를번했지. 우린 집뒤에 있는 채소움에 들어가 아무리 찾아봐도 감자와 무우밖에 없길래 도로나오려다가 구석쪽에 있는 장독이 수상해서 열어봤지요. 하, 그랬더니 이 두상짝이 글쎄 그안에 쥐새끼처럼 숨어있더란말입니다.>>

   하며 그 전사가 몸짓 손짓해가면서 붙잡던 광경을 얘기해 듣는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평천부(平天府)에 들어가 수색하던 다른 한 전사가 땅바닥에서 주은 중앙군장교모를 날창 끝에 꿰들고 <<어이ㅡ 어이ㅡ >> 넋두리하듯 익살피우며 오더니 그것은 반신이 장투성이 된 채 엉거주춤하니 서있는 청지기의 머리우에다 올려놓아 한번다시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손가족을 빼워버렸으나 그네들의 청지기를 붙잡았다는 소문이 불식간에 온 마을에 쫙 퍼져서 어른아이할것 없이 달려와 장원안은 어느덧 립추의 여지도 없었다. 박퇀장은 이들의 앞에서 민분이 하늘에 사무치는 이 악패 청지기를 총살해버리지 않을수 없었다.

   <<장관님, 이건 어떻게 할가요?>>

   청지기방에 뛰여들어갔던 소작농들은 두터운 장부책들을 한아름씩 안고 나와 물었다. 그것들은 손창유의 재산등록과 이고장 령세한 소작농들의 고혈을 빨아먹기 위해 만들어진, 마치도 독사의 혀바닥같이 간활하고 조화부릴줄아는 천죄만악의 기록장들이였다.

   박퇀장은 그중에서 한권을 쥐여들고 펼쳐보더니 땅바닥에 동댕이쳤다.

   <<모조리 없애버리시오! 이따위 더러운것들과 함께 암흑도 질곡도 영영 사라지게 모조리 태워버리시오!>>

   손가장 백성들은 너무도 기뻐서 환성을 지르면서 농장주호의 화려한 방에서 꺼내온 십장생병풍과 함께 그 가계부들을 마당에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그 불길에 염라전같은 손가장원이 그슬리고 떠는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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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3장 (2) 2015-01-08 1 2715
102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3장 (1) 2015-01-07 1 2947
101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9) 2015-01-05 0 2373
100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8) 2015-01-05 0 2533
99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7) 2015-01-03 0 2624
98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6) 2014-12-31 0 2436
97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5) 2014-12-30 0 2200
96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4) 2014-12-30 0 2588
95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내용소개 2014-12-28 2 2610
94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3) 2014-12-27 1 2549
93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2) 2014-12-27 0 2742
92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1) 2014-12-27 1 2722
91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11)끝 2014-11-27 2 3559
90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10) 2014-11-27 1 2980
89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9) 2014-11-27 0 3252
88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8) 2014-08-24 1 3112
87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7) 2014-08-24 1 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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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5) 2014-08-23 1 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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