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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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1장 (11)끝
2014년 11월 27일 18시 48분  조회:3542  추천:2  작성자: 김송죽
 

 11     

       

  그번 소란이 평정되자 도시는 한동안 잠잠해졌다. 사람들은 좀 시름을 놓았다. 다음번 소란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적 여우가 있다고들 여기고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이제 또 소란이 생기리라고만 생각하고있었지 그 소란이 이제 다시는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하고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그건 소란이 멎기는 했지만 비적이 다시쳐들어로리라는 소문이 나돌고있기 때문이였다.

   요언날조자를 잡아내기는 힘든 일이였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직접 당해본 공포기 때문에 자연히 억측들을 하게마련이였으니말이였다.

   려홍이는 자기의 힘을 확고히 믿는 경위대전사였다. 우리에게는 력량이 없는가, 적들이 다시 쳐들어올줄 알면서 반격할 준비를 하지 않겠는가고 여기는 그는 수년간 항일을 해온 시경비대전사들과 지도자들을 투쟁의 시련속에서 단련된 영웅으로 보고있었으며 마치 렬화속에서 제련된 강철거인처럼 믿어왔다.

   오늘 금록이가 어머니를 연변으로 모셔다드리러 떠나기로 했기에 려홍이는 배웅하러 찾아갔다.

   <<어머니,밤새 안녕하십니까?... 금록이, 더날차비는 어떻게 됐나?...>>

   려홍이는 허리를 굽히고 부엌문으로 들어가면서 인사했다. 금록이네 모자간은 떠날준비를 다해놓았다면서 려홍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난 약속하대루 해왔어. 자 이거야, 잘 건사하라구.>>

   려홍이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접은 종이를 금록에게 넘겨주었다. 금록이는 그걸 받아서 제꺽 펼쳐보더니 기뻐하면서 어머니한테 말했다.

   <<어머니 이걸보시오. 이것만 있으면 우린 념려없이 기차를 타게 되구 조사도 받지 않을수 있어요.>>

   그것은 아르금시경비대의 큼직한 도장이 찍힌 소개신이였다. 소개신에는 두 모자간의 신분과 외출리유가 똑똑히 밝혀져있었다. 승객이 많아 차가 언제나 초만원이 되어 웬만한 재간으로는 탈수도 없었기에 려홍이가 힘을 써서 경비대에서 이렇게 든든한 소개신을 한 장 떼온것이였다.

   <<금록형, 이 하모니카는 왜서 짐속에 넣지 않소. 안갖고갈테요?>>

   금록이와 한마을에 있는 김청송이란 청년이 문턱우에 있는 하모니카를 얼른 잡아쥐고 묻는 말이였다. 려홍이는 그를 벌써 전부터 알고있었다.

   <<얘, 이 고수머리야, 난 어머닐 모셔다드리고 인차 돌아설텐데 그걸 갖고가선 뭘 하겠니. 저 시렁우에다 올려놔라. 집이나 지키게.>>

   <<집은 내가 지키지 그게 지키는가 뭐.>>

   <<오ㅡ 그렇지, 그래. 청송아 수고하겠다!... 집안을 다 뒤져봐야 도적맞힐건 쥐뿔도없으니 낮엔 문을 잠갔다가... 나가 자물쇠와 열쇠를 다 두고 간다. 밤에만 와 자도 된다. 헌데 너 애들을 데려다 동무하면서 장난을 좀 작작 써다구. 구들만 꺼놓으면 돌아와서 네 고수머리를 끌어 엎어놓고 볼기짝을 때릴테다.>>

   <<헹! 금록형은 날 어린애루 보오?... 시름놓고 갔다오우, 집은 내가 잘봐줄테니.>>

   청송이는 자기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날가죽은 아니라면서 꾸려놓은 집을 하짝 들었다.

   네사람은 정거장으로 나갔다.

   <<이봐 금록이, 난 경비대에서 특수임무를 맡고있어. 물론 나혼자뿐 아닌데... 자주 시내밖으루 나돌아야 해. 어떤땐 백리밖에 있는 낯선 마을루두 혼자서 갔다와얄 때가 있어. 난 벌써 두 번이나 복리툰에 갔다왔다니까.>>

   <<거겐 뭘하러 갔댔소?>>

   <<그놈들이 보안댈 조직했다는데 인원이 얼마나 되고 무슨짓들을 하는가 하는걸 알아오려구 갔더랬지. 임무를 제대루 완성하자면 올빼미처럼 눈이 밝아야 하고 해리처럼 귀가 밝아야 해. 적이 어디에 있고 수자가 얼마나 되는데 그네들이 어찌할 궁린가 하는것들을 제대루 냄새맡아내는게 정찰병들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마참모장이 말했어.>>

   <<그래 경비대에선 어쩔판이라오. 그놈들이 제멋대루 놀아대게 가만 내버려둔다오?>>

   <<가만놔주진 않을거야. 그런데 언제 답새기는지 그건 나도 알수 없지. 군사비밀이니까.>>

   <<려홍형님, 경비대에서 모집은 하지 않는다오?... 나도 경비대에 들테요! 정말이요! 될수있으면 날 넣어주오.>>

   <<하긴 나도 너와 함께 있으면 좋으련만 될것같지 않다. 난 그래두 지휘원동지를 면목 좀 알았으니까 사정해서 되었지만... 그런데 너는 첫째루 아직 너무어려.>>

   <<체, 내가 어리다구?... >>

   <<형님,청송이를 막내동생으루 삼지 않았소. 형제간의 의리를 봐서라도 응당 협력해줘야지.... 청송아, 떼가 사촌보다낫다고 바싹 달라붙어야 한다.>>

   려홍, 청송, 금록이는 가면서 이러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정거장에 이르러보니 사람들로 끓었다. 대합실에 차고넘쳤고 정거장뜨락 구석진데까지 사람들이 있었다. 차가 정기적으로 통하는것이 아니여서 객은 여러날 묵기가 일쑤였다. 차표는 떼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올리매달리기만하면 되는판이였다. 그런데 먹을것을 대주는 사람이 없어서 곤난했다.

   집차와 객차바곤을 섞어 단 차가 구내 대기장에 들어서자 그 차를 기다리던 객들이 서로 먼저타겠다고 덤벼치는데 짐짝들을 많이 가진 간상뱅이들이 차를 놓치지 않겠다고 답치기를 놓는통에 더욱 말이 아니였다. 란리판에서 란리난것 같은 이 혼잡은 실로 일대 수라장이라 해야 옳겠는지...

   려홍이와 청송이는 금록이네 모자를 차에 태우려고 개찰구를 빠져나가보니 사람들이 어찌도 붐비는지 정신마저 얼떨떨해날 지경이였다. 이런 복새판에서도 팔에다 <<경비>>라는 두글자를 쓴 붉은 완장을 낀 철도경비대사람들이 다소라도 질서를 잡아보여고 무진 애를 썼다. 그들은 짐짝이 많은 사람들을 차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그들 대부분이 투기상들이였는데 어떤자는 승강대에 간신히 매달려보려고 부득부득 애를 썼고 어떤자들은 지어 경비대원에게 대들기까지 했다.

   금록이는 소새신덕분에 어머니를 모시고 무사히 차에 오를수 있었다. 려홍이와 청송이는 그들이 자리까지 잡는것을 보고서야 한시름놓았다.

   유리가 산산이 깨져버린 차창에 붙어서 떠나가는 그들과 얘기하고있는데 뒤에서 벅작 고와대는 소리가 났다. 려홍이가 얼핏 뒤를 돌아다보니 몇몇 투기상같아보이는 자들이 왜 여느 사람은 짐을 갖고 올라가게하고 자기들은 올라 못가게 가는가고 경비대원에게 따지고드는 판이였다.

   <<나는 소개신을 보고 그들을 차에 올렸습니다. 그들은 짐도 크지 않습니다.>>

   이렇게 참을성있게 해석하는 사람은 방금전에 시경비대의 소개신을 보고 금록이네 모자를 차에 오르게 한 그 몸집이 균형잡히고 날렵하게 생긴 젊은 경비대원이였다. 그는 필경 짐을 가진 금록이네 모자를 차에 태운걸로 해서 이들 사나운자들의 공격을 받고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럼 그 사람네건 도매물건이 아니고 우리네건만 도매물건이란말인가?... 난 간상배도 아니야. 나도 차를 타고 집에가야겠어.>>

   한자가 려홍이쪽으로 등을 대고 경비대원과 계속 야료를 피우고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귀에 익은것 같아서 모여든 사람들을 헤치고 옆쪽에 가보니 아니 이게 손가장가게방주인 조률개가 아닌가?... 보아하니 물건들을 잔뜩 사가지고 돌아감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역전경비대원은 그의 소지품을 당장에서 검사해보려고는 하지 않고 젊은 사람치고는 대견하다 할만큼 침착성을 가지고 인내성있게 그를 설복시키고있었다. 헌데 조률개는 자기와 같은 부류의 시정배들이 곁에서 편을 드니 더욱 기가 살아서 자기는 선량한 백성이고 투기상이 아니라는지 청빈한 농군이고 장사아치가 아니라는지 하면서 점점 사납게 대여들었다.

   그래서 역전경비대원은 혼자서는 대처하기가 어렵게되였다. 려홍이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저 지나쳐버릴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섯다.

   <<조률개, 나를 보라구! 임자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느닷없이 들이대는 웅근 소리에 조률개는 깜짝 놀랐다.

   조률개는 정말 뜻밖이였다. 이런 장소에서 려홍이와 맛서게되니 그의 얼굴은 삽시간에 백지장이 되었다.

   려홍이는 그가 제 정신이 들어 알은체를 해도 그런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게속 호되게 꾸짖어댔다.

   <<임자는 한뉘를 장사만해먹고 사는 사람아니요. 그래 임자가 언제 농사일해봤소? 장사를 아니한다구? 투기모리를 안한다구?... 흥, 경비대원동무! 저치는 내가 잘아는 사람입니다.>>

   역전경비대원은 이 말을 듣자 조률개의 짐을 꼭 검사해봐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조률개는 단통 진땀을 빼면서 제발 물건만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그러는 꼴을 보고 려홍이는 개찰구를 지나 총망히 거리로 들어왔다.

   (일은 공교롭게 되었구나. 내가 저녀석을 여기서 만날줄이야?...)

   려홍이는 곁에서 청송이가 따르고있는것마저 잊은채 혼자생각에 잠겼다. 조률개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발가놓지 않았을것인데 너무도 철면피하게 뻔뻔스러우니 보고서 가만 놔둘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있자, 저자식이 그저 물건만사러 왔을가?... 혹 손가놈이 파견해서 여기로 정탐하러 온게나 아닌지?... 저자식을 붇들도록 할가?... 아니, 그러진 못한다. 아직 그럴만한 근거가 없으니까.)

   거리에서 달리던 차량들이 길이 막혀 섰다. 시경비대사령부에 채 이르지 못한 십자길에 행인들이 모여들고있었다.

   <<저것보우!>>

   청송이가 팔을 툭 쳤다. 려홍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마 무슨 사고가 난 모양이다.>>

   그 둘은 달려가보았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가보니 사고가 생긴게 아니라 사람들은 3층집꼭대기에 달아매놓은 확성기에서 울려나오는 녀방송원의 맑고도 챙챙한 목소를 듣느라고 웅게중게 모여선것이였다.

  

   <<...평화, 민주, 단결, 통일을 기초로 삼고... 장기적으로 합작하며 내전을 견결히 피하고 독립, 자유, 부강의 새 중국을 건설하며... >>

   <<저건 무슨 소리요?>>

   <<음, 알만하다. 듣자니까 중경에서 국민당하고 공산당이 담판을 한다더구나. 저게 아마 거기에 대한 소식인가보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려홍이는 좀 똑똑히 들어보려고 몇걸음 다가섰다. 국공량당이 43일간 담판하여 <<협정>>을 체결하였는데 오늘 거기에 대한 내용을 방송으로써 세상에다 공포하고있었다. 방송은 <<협정>>에 조목은 나눈대로 력점을 찍어가면서 똑똑하게 공포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자 노래소리가 유유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얼굴마다에는 흥분이 어리였다.

   <<허, 장기적으루 합작을 해서 내전을 견결히 피한다는구먼!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총끝을 맞대구 싸우지를 않게 되었소그려!>>

   하면서 누군가 마치 자기의 어깨를 내리누르던 무거운 집이나 벗어메친듯이 거뿐해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또 그의 말을 받았다.

   <<여하튼 일은 잘되여가는것 같소. 안그러면야 <협정>이라는게 성사될리 만무지. 동족상쟁의 내란이란 본시 무섭고도 치욕스러운거니 언녕 그만둿어야 옳은거였지.>>

   <<됐어, 이제부터는 만백성이 시름놓고 살수 있게 되겠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자기 머리우에 영원한 평화의 월게관이 얹혀진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였다.

   (만백성이 정말 시름놓고 살수 있단말인가?...)

   려홍이는 어쩐지 그런 말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각따라 더 천진해진것은 청송이였다. 그는 고수머리를 쑥쑥 춰올리며 본시 곱게 생긴 눈을 새물거리면서 제혁공장에 함게 있는 전공비슷한 청년과 마주서서 몸짓손짓해가며 무어라 신이 나서 중언부언하고있었다. 얼핏 들으려니 국가의 평화적건설과 발전은 당전 나라의 특등대사라는것이였다.

   <<이제 싸움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 일이 생기지 않을건만 사실이 아니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오?>>

   청송이가 생글거리며 묻는 말이다.

   <<글세... 그런데 이봐, 전쟁은 그만둔다해두 략탈과 살인하는 일이 그냥 생기는건 어떻게 한다니?>>

   려홍이의 대답에는 어딘가 무뚝뚝한데가 있었다.

   <<그거야 강도들이 있으니까 그런건데....>>

   청송이는 모호하게 얼버무리면서 자기의 견해를 피력했다.

   <<내 생각에는 이젠 만민이 일심협력해서 해볼때가 됐다고 보오. 돈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기술있는 사람은 기술을 발휘하고 기술도 없고 맨주먹밖에 없는 사람은 힘을 바쳐 한번 뻐근하게 일해본단말이요.>>

   <<네 말대로 하면 이젠 그래 정말 일만하면 된단말이겠다. ...그러나 그건 얼토당토않은 소리 같구나.>>

   <<협정>>이 아무리 잘 체결되였다 해도 이 북만에서 비적은 의연히 비적질을 할것이고 백정은 의연히 백정의 칼을 들고있을게 아닌가. 세상에는 신선으로 된 강도가 없고 부처로 된 백정이 없다.

   두 청년이 그곳을 떠나 얼간을 가느라니 한 한족늙은이가 길섶에 쭈크리고 앉아 머루를 팔고있었다. 광주리안에 머루가 반나마있었는데 청송이 그것을 들여다보며

   <<머루 사먹기요. 먹어본지 석삼년이나 되오.>>              

   하고는 허리를 쓱 굽히더니 머루알이 다다귀다다귀 달린 큰 송이 몇 개를 골라잡았다.

   <<아까운 돈만 쓰지 말구 가자, 가잔데두!....>>

   그래도 청송이는 막무가내였다.

   로인은 꾀죄죄한 얼굴에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돈을 받아넣었다. 주름살많은 그의 얼굴에 세파에 시달린 고생티가 력력히 드러나보였다. 려홍이는 로인의 경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느라니 가엽다고 해야 할지, 동정이 간다고 해야 할는지 측은한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머루를 먹을수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로인의 대답이 자기는 이도하자(二道河子)에서 왔다는것이였다. 이도하자라면 이 도시에서 서쪽으로 백여리 착실히 되는 곳에 있는 산간마을인데 려홍이는 아직 그곳으로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로인은 수일전에 비적들에게 집안이 몽땅 털리우고말았는데 젊은 며느리마저 옷을 벗기워 거의 벌거숭이로 된 형편이여서 이렇게 머루를 따다 팔아 다문 옷감 한견지라도 사가려 한다는것이였다. 실로 눈물나도록 한심한 일이였다.

   <<개같은 비도놈들, 그놈들을 하루빨리 없애치우지 못하는가?!>>

   마음놓고 일만 하면 되리라던 청송이의 입에서 자연히 이런 분노가 튀여나왔다. 마루닦는 걸레같이 해지고 형편없이 더러운 옷을 걸친 거지애가 다가왔다. 청송이는 다른때같으면 거만스레 손등으로 밀어 쫓았으련만 그러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훅 내쉬다가 머루를 죄다 거지애의 손바닥에 놓고말았다.

   <<불쌍한 애구나! 너도 비적놈들 때문에 이 신세가 되었겠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전번날 <<협정>>을 공보하던 확성기를 달아매놓은 층집아래벽에

   <<국민당의 음모궤계를 분쇠하자!>>

   라는 구호가 나붙었다. 그리고

   <<전국인민은 각성하여 국민당의 새 내전도발을 견결히 제지하자!>>

   <<토비를 숙청하고 향토를 지키자!>>

   하는 격문과 삐라들이 시내에 뿌려졌고 어떤 구역들에서는 생명과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 <<중앙군>>토비를 숙청해야한다는 포스터들이 나붙었다. 그리하여 중경담판소식후 잠시나마 평화로운 기분이 덮였던 시내의 분위기는 삽시에 변했다. 사람들은 이런 급격한 변화에 몹시 놀랬다. 어떤 사람들은 국민당의 행위에 격분했고 어떤 사람들은 장래를 근심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시국이야 어덯게 돌아가든 내사 알턱있나. 될대로 되라지.>.하면서 시국에 대한 몰리해를 오히려 행운같이 여겼다.

   시경비대에서 대회가 소집되였다. 연단에 몸이 단단하고 슬기와 용맹으로 뭇사람들의 흡모와 존경을 받아온 박호철이 나타나자 술렁이던 회장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동무들! 경위대전사들!>>

   박호철은 한손으로 허리에 찬 권총을 잡고 다른 한손을 치켜들어 우렁차게 서두를 떼고나서 차츰 류창해지는 목소리로 사람들의 심장을 달구는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제2차세게대전후의 세계정세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서술하고나서 국내정세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언급하였다. 특히 최근에 국공량당간에 조인된 <<쌍십협정>>에 언급하면서 요즘 일부사람들에게 존재하는, 국민당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고 환상을 품는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중경담판이 있기전과 그것이 있은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공산당측과 국민당측의 실정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중국공산당은 이 세상에 태여난 그날부터 오로지 내외우환에 허덕이는 국가를 바로세워 우리 나라로 하여금 독립, 자주, 부강한 새 중국을 건설하기 위해 싸워왔던 것입니다. 우리 중국의 각족 인민은 공산당의 령도하에 일떠나 왜적과 싸웠기에 8년간의 피어린 항전은 승리했습니다. ...

   장개석은 지금 나라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동무들은 그가 어떤 나라를 세우려하는지 압니까?...

   장개석, 그는 지금 대지주계급과 대자산계급이 인민을 압박하고 착취하며 통치하는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것입니다.

   우리의 주장은 그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로동계급과 농민계급이 나라의 주인으로되고 통치자로 되는 인민의 국가를 세우려는 것입니다. ...동무들! 우리가 그래 자기의 류혈적희생으로 얻어온 승리와 권리를 그자한테 넘겨줄수 있단말입니까? 없습니다. 절대 없습니다!

   장개석은 량심이란 조금도 없어서 인민들에게서 조그마한 권리라도 다 빼앗아가려고 발광하고있습니다. 하여 여기서 우리의 방침이 나왔는데 그것은 바로 그자와 날카롭게 맞서야 된다는 것입니다!>>

   회장에는 격동의 파문이 일었다. 박호철은 잠시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연설을 계속했다.

   <<공산당측은 지난 8월 25일에 새 중국건설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던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당은 어떤가, 그들은 일본이 투항한 후 공공연히 패배한 일본침략자 및 괴뢰들과 합류하여 괴뢰군 50여만을 조직하여 <<선견군>>으로 삼아 항전승리의 과실을 빼앗으려고 그냥 달려들고있습니다.

   동무들! 장개석은 공산당대표와 담판하는 기간에 어떤것들을 했는가 보기로 합시다. ...그자는 담판하는 한편 비밀리에 자기의 부하에게 명령하여 하북성의 한단(邯鄲)과 상당(上黨) 지구를 들이치게하여 땅을 강짜로 떼먹으려 덤벼들었다가 도리여 단꺼번에 10여만명의 병력을 잃고말았습니다. 희한한 작전이였지요.>>

   회장에 통쾌한 웃음이 덮혔다.

   박호철의 입에서는 웅변가다운 더 우렁차고 격앙된 말이 사태처럼 쏟아져나왔다. 그는 전국의 형세에서 어느덧 동북형세에로 그다음에는 또 여기 북만의 형세에로 번져 국민당의 <<중앙군>>이라고 소문이 퍼진 토비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각 방면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근거하여 대변절자며 한간이였던 사문동이 국민당의 주구로 나서서 지금 호룡산에다 저의 본거지를 정하고 북만의 로마적과 상습비도들, 건달과 악패들을 한데 모아 중앙선견군을 만들어 반혁명폭란을 준비하고있다고 했다.

   <<개같은 주구놈!>>

   경위대전사들은 한결같이 격분하였다. 그들은 인민의 원쑤인 비도들에게 어서 빨리 죽음을 누어야 한다고 소리높이여 웨쳤다.

   <<동무들, 조국과 인민의 해방을 위해 용감히 싸워온 전사동무들!>>

   박호철의 연설은 강력한 호소로 끝맺었다.

   ,<우리의 동북은 준엄한 진통기에 들어가고있습니다. 앞에 놓여있는 것은 평화로운 자연이 아니고 생사판가리의 대박투입니다! 도탄속에 헤매고있는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인민의 향토와 생존권리를 찾기 위해서, 인민의 주권을 튼튼히 세우기 위해서 우리는 항전년대의 그 굴함없는 기세로 계속 용감히 싸워나갑시다!... 우리의 혁명대오를 튼튼히 겅설합시다!>>

   사태는 보통사람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해갔다.

   바로 시경비대에서 전반 국세에 대한 분석보고회가 있은 그 이틑날에 아르금시에서는 이 도시가 생겨서 처음으로 되는 력사적의의를 띠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그것은 즉 광복후 이 지방에서 첫 번째로 되는, 조선족의 <<인민무장부대>>를 건립하기 위한 대중적궐기였다.

   려홍이는 마길준참모장을 따라 시내조선족들이 제일 많이 집거해있는 향련가로 갔다. 마참모장은 원거리정찰임무를 방금 완수하고 돌아온 려홍에게 이도하자부근에 출몰하고있는 비도들의 수자와 그자들의 활동범위, 무리와 무리사이의 관계 등을 탐지해온것을 회보받고나서 그한테 인민무장부대를 건립하기로 결정짖고 군인모집사업이 당장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주었던 것이다. 이 소식은 가슴속에 여지껏 복수의 칼날을 벼려온 려홍이를 몹시 기쁘게 하였다. 려홍이는 이날이 있기를 고대해왔다. 그는 휴식하라는 마참모장의 지시마저 이러저러한 구실을 달아 뿌리치고 부득부득 따라나섯다.

   <<동무는 왜 명령을 지키지 않습니까?>>

   문을 나서자 마참모장의 경위원이 비판쪼로 말했다.

   <<하, 이 동무, 너무 엄격한양하면 못써. 이런것쯤은 괜찮은 규률위반으루 봐야 해, 알겟어?>>

   려홍이가 되려 일깨워주면서 이마까지 슬쩍 뚱겨놓아 경위원은 낯이 빨개졌다. 청송이보다도 나이가 더 어린 이 경위원은 항일렬사의 자제였는데 자기보다 나이는 많지만 부대생활이 짧다는 리유로 려홍이를 로병을 대하듯 받들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마참모장한테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잇음으로 하여 은근한 시기와 흠모를 가지고 존경하는 터였다.

   <<김동무는 군복만 입으면 의젓하겠는데 지금은 군인다운 멋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한참동안 가다가 경위원은 또다시 이렇게 말을 걸었다. 려홍이는 말없이 권총을 감춘 자기 앞배를 툭 쳐보였다. 자신을 보통백성처럼 보이도록 잘 변장하는것이 정찰병의 풍모라는 뜻이였다.

   세사람은 장군들이 들썽거리는 장거리를 꿰지르고 나가서 향련가에 이르렀다. 층집이라곤 보이지 않는 빈민굴이였다. 이곳은 장거리도 아니건만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서로 붐비지 않다뿐이지 분잡한 분위기에 처참한 그늘이 내리덮여있음을 인차 감득할수 잇었다.

   거리는 차량마저 통할수 없게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태반이 산지사방에서 쓸어든 난민들이였다. 식솔을 거느린 사람, 홀몸으로 온 사람, 어떤 사람들은 괴나리보짐이라도 갖고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빈털터리 빈주먹뿐이였다. 초신짝벗어놓고 앉아서 누구하고 장탄식을 하고있는 로파, 보짐베고 누워서 세상버린듯 자고있는 늙은이, 보채는 아이를 업고 달리는 처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있는 아낙네... 그러나 동란의 세월에도 애들만은 철없이 뛰놀고있었다.

 

                          란간이마에 우먹눈

                          개발코에 주걱턱

                          넝마같은 미알할미는

                          까마귀같은 로친네란다

 

   <<엑 이놈들! 남은 속타죽겠는데 좋다구 손벽쳐?.....>>

   갑자기 터진 고함소리에 노래하며 뛰놀던 애들은 뿔뿔이 달아났다. 간판을 떼버린 조선인잡화점 맞은켠에 있는 국수집에서 웬 사람이 동저고리바람으로 나왔는데 술을 퍼마셨는지 아니면 지각이상이 생겼는지 비틀거리며 이렇게 소리질러 애들을 놀래워놓고는 혼자 얼빠진 사람처럼 웃어댔다. 그리고는 길가 전주대에 기대여 하늘을 멀거니 쳐다보면서 입을 놀려 흥얼거렸다.

                           한도 많고 설음도 많은

                           이내 신세 누가 알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는 눈물의 고개

 

   허나 그것이 노래소리인지 울은소리인지 도무지 분간할수 없었다. 누군가 그를 달래면서 끌어다 곁에 앉혔다. 려홍이는 눈이 푸들푸들 떨었다.

   <<체! 저런 꼴루 신세타령만 하면 사는가?>>

   <<동무, 그게 무슨소리요. 그 사람 정신병잔게 알리지 않소.>>

   마참모장은 려홍에게 주의주고나서 저기 장년과 청년들이 모여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려홍이와 경위원은 묵묵히 그를 따라갔다.

   모여섯던 사람들은 웬 낯선 사람이 젊은이 둘을 데리고 나타나자 하던 말을 뚝 끊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더욱이 청년하나는 밖에다 권총까지 척 찼으니말이였다.

   <<모두 고생들 하십니다.>>

   마참모장이 부접좋게 먼저 입을 열고 인사했다.

   <<얘기들을 하십시오. 저도 들어봅시다. ...예, 예, 우리는 경비대에서 왔습니다. ...여러분과 좀 상론할 일이 있어서.... 그런데 방금 저기 서서 신세타령하던 사람은 누굽니까?... 정신병자라구요? 그렇겠지. 헌데 어떻게 정신병자로 됐답니까?>>

   때마침 그와 한마을서 왔다는 중년사나이가 한숨을 훅 쉬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말두 마시우, 온집식솔을 다잃고 저렇게 혼빠진 사람으루 됐습지요.....>>

   더 묻지 않아도 알수잇는 일이였다.

   <<이 청년을 좀 보시우. 이 청년은 외톨로 살아남았답니다.>>

   하고 다른 사람이 비감한 목청으로 말하면서 자기곁에 앉아있는 한 청년을 가리켰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앞뒤골이 튀여나오고 살색이 검실검실해서 무척 단단해보이는 청년인데 사람들은 방금 그가 하는 얘기를 듣고있던 참인 모양이다. 마길준이 재삼 묻자 청년은 다소 당황해진 표정이더니 자기 이름은 리홍석이라면서 눈물겨운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집은 필가툰(筆茄屯)에 있었다. 그 마을은 조선족, 한족이 섞어사는 혼성툰인데 닷새전에 온 마을이 비도들 손에 잿더미로 되고말았다. 오전 8시경에 이름이 <<중앙군>>이라고 하는 한무리의 비도들이 뛰여들어 회의를 연다면서 마을사람들을 강박적으로 한군데 모이게 했다. 그러고는 마을사람들 앞에서 국민당이 좋다느니 중앙군이 좋다느니 한바탕 선전하고나서 군대를 모집한다고 했는데 이 중앙군이라는것이 본래는 략탈을 일삼아온 비적패라는말이 나서 누구도 자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 우두머리의 분통을 분통을 텃쳐놓았는데 그자는 참혹한 살육과 략탈로 분풀이를 하고 달아났다. 그자들은 말과 량식과 옷견지들을 마구략탈했다.

   리홍석이네 집은 세식구였다. 그의 부모들은 쌀을 감추고 내놓지 않았다가 그놈들 손에 살해되였다. 리홍석이네 이웃에 사는 왕유라는 사람은 대들보에 목이 달려 죽었고 류지청이라는 사람은 자기 집 닭과 오리를 죄다잡아서 튀하여 끓이는것을 참고 볼수 없어서 분김에 돌을 들어 가마를 깨버렸다가 잘못되였다. 놈들은 그를 기둥에 달아매놓고 집에 불을 놓아 함께 타버리게했던 것이다. 백여호 동네가 하루에 50여명의 주검을 냈으니 그 참상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

   려홍이는 피눈물겨운 리홍석의 공소를 들으니 피대가 쿡쿡 쑤시고 눈앞에서 수천수만개의 불찌가 튕기면서 그모양으로 손가네 손에 무참히 살해된  아버지의 몰골이 삼삼히 되새겨졌다. 난민들의 가련한 정상을 통감하게 되는 이 시각에 그의 온몸을 사르는 것은 오로지 수난자들에 대한 그지없는 동정과 심장밑바닥으로부터 불타오르는 복수심뿐이였다.

   리홍석의 피발이 일어선 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리더니 흐느낌으로 변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굽도 젖어들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갈았고 어떤 사람은 부르쥔 주먹을 떨었다. 가슴뜯는 비분은 비도들에 대한 한없는 저주로 이어졌고 그다음은 살아가기 막연한 앞날에 대한 근심과 탄식으로 번져갔다.

   <<왜 한탄합니까, 한탄만해선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왜 눈물을 흘립니까, 눈물만 흘려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 북만의 갈증을 풀어줄수 있는건 탄식도 눈물도 아닙니다!>.

   마참모장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정중하고 더 힘있게 브르짖었다.

   <<여러분, 보시오! 도처에서 처참한 살육이 휩쓸고있습니다. <중앙군>은 국민당반동파놈들의 주구이며 백성들을 못살게구는 비도입니다. 이 략탈자, 이 살인백정놈들을 소탕해버리지 않고서 어찌 살아갈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우리의 생명, 우리의 재산, 우리의 향토를 지켜서 일떠나 싸워야합니다!... 생사판가리할 시기는 닥쳐왔습니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인민무장부대>를 건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결같이 뭉치여 최후의 결전을 해봅시다!>>

   <<나도 가겠습니다!>

   <<나도 가겠습니다!>>

   ......

   사람들은 격동과 흥분을 이기지 못해하며 당장에서 너도나도 앞다투어 탄원해나섰다.

   이날 시내 몇 개 구역에서 동시에 선동사업이 있었고 이틑날부터 정식모집이 시작되였는데 불과 5일밖에 되지 않는 잛은시일내에 응병자수가 2천여명에 달했다. 이로써 아르금시의 <<인민무장부대>>는 자기의 탄생을 선고하고 류혈과 희생과 영광이 약속된 전투의 로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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