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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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2장 (3)
2014년 12월 27일 17시 29분  조회:2527  추천:1  작성자: 김송죽
 

   3.

 

   2개월전부터 아르금시정부와 경비대에서는 공작대를 무어가지고 시골농촌들에 내려가 난민구제사업을 하였다. 그 사업은 복잡하고 힘겹기는해도 공작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억센 투쟁에 의하여 차츰 성과를 거두게되였다.

   산간마을에 난 눈길우로 절따말을 메운 말파리 하나가 달리고있었다. 그것은 지금 이곳 마을들에서 류행되기 시작하는 무서운 질병을 퇴치하는 사업에 나선 항승병원의 적위대소조였다.

   사람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고있는 장티브스ㅡ 이것은 <<문명>>하다고 자랑하던 일제가 패망하면서 산포한 세균에 의하여 퍼진 악성전염병이였다. 열이 몹시 오르고 피부에 장미발진이 돋으면서 창자에 구멍까지 뚫어지게 하는 이 병은 여름과 가을철에 시내에서 먼저 발생하여 류행되다가 근치되였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산간마을에가지 옮겨와 몹시추운 겨울인데도 병균은 죽지 않고 사망률을 많이내고있었다.

   오늘이대설이라 과연 큰눈이 한바탕 쏟아지려는지 사위가 주옥히 흐려난다. 북만에는 <<대소설 눈안개에 지척을 분간할수 없고 대소한취위에 황소등이 얼어터진다.>>는 말이 있다.

   눈길은 낮고도 자그마한 산들을 에돌아서 마을데 닿고있는데 가담가담 웅뎅이진데는 메워졌다. 이런데서는 눈이 배밑에 닿을지경 빠졌지만 김려홍이 이전에 병원에다 들여놓앗던 그 절따말은 워낙 근기있고 억대세서 쭉ㅡ 쭉ㅡ 빠져나오군했다. 말파리에 앉아서 눈길우를 달려가는 시간이 이 구역에 파견되여 온 회색군복입은 3명의 의료일군들에게는 좋은 휴식시간이였다. 세사람중 두사람은 한족청년이고 한사람은 조선족녀성이였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지도 벌써 세주일이 되어요.>>

   <<참 빠르기두하지. 먼저왔던 공작조동무들이 사업을 잘해놓고 가서 우리네 일도 비교적 순조롭게 되어가지요.>>

   <<그렇지요. 그런데 원 어쩌면... 그봐요, 장동문 눈이 부었단데두... 인줘요, 채찍을 달라는데! 말은 내가 몰테니 눈을 잠간만이라도 붙이라니요.>>

   <<전 일없습니다. 저는 그래도 청년이 아닙니까.>>

   청년이라고 곤하지 않을가요. 외고집을랑 부리지 말고 타이르는 말 들어요. 몸도 돌보지 않고 너무 무리하다가는 그만 지쳐 드러눕게 될거예요.>>

   <<주임동무나 좀 마음놓고 쉬십시오.... 방금 개천을 건너왔으니 류화촌까지 가자면 아직도 반시간은 착실히 달려야 합니다... 허참, 그런데 저한테 거울이 없는게 천만유감이구만요. 주임동문 자기 얼굴이 어떤지나 아십니까, 그야말로 진짜염병을 하고난 사람같습니다. 형편없이 축했습니다. 이제 돌아가면 박퇀장께서 가슴아파하시질 않을가요? 하하하... >>

   <<원, 호호! 장가도 안간 총각이 별소릴 다하네.>>

   <<쩌쩌, 내사 언제나 말하는게 실사구시적인데도 그럽니까.>>

   <<장동무는 아직 조사연구가 부족해요. 관료주의를 범하고있단말입니다. 우리 박동무의 성질을 모르는 모양이구만. 여기로 임무맡고 온 내가 백성들의 병을 제대로 치료해내지 못하고 피색만 좋아져가면 <동무는 편안히 지냈던 모양이구만.> 한답니다. 편안히 지냈다는건 사업을 애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지요. ... 이보다 더 수척해간대도 무방해요, 우리가 임무만 제대로 완수하고 돌아간다면.>>

   <<주임동무는 참... 우리 맡은 다섯 개 마을에서 환자 170명을 구원해냈겠다, 예방대책까지 세웠겠다,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 아닙니까. 제 생각같아선 래일 당장... >>

   <<안돼요, 못가요.  아직 한주일가량은 더 있다 가야합니다. 경환자라해도 빨리 나아서 한달씩이나 앓는 몹쓸 병인데 환자 몇을 근치해놓고 시름놓아서야 되겠어요.>>

   <<과연 그렇긴합니다.>>

   <<우리가 항일하던 때 일들을 회상해봐요. 그게 어느해 겨울이였던지 우리는 그 몹쓸 악성감기가 덮쳐드는통에 겨우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악전고투한 일이 있지 않아요. 그랬길래 온 부대의 환자들을 다 구원해낼수가 있었지요.>>

   <<참 그랬지. 우리들의 노력과 분투로 부대의 전투력을 보장한거나 다름없습니다. 주임동무, 이번에도 임무를 멋지게 수행하고 돌아갑시다.>>

   황숙금과 어깨에 기병총을 멘 젊은 위생병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얼굴이 가량가량하게 생긴 다른 한 위생병은 불근 십자표를 그린 직방체모양의 가죽가방을 부등켜안은채 그냥 코를 골고있었다. 곤하게, 그리고 달콤하게잤다....

   황숙금은 강의하고 미더운 이 젊은 위생전사들과 함게 사업해온것을 돌이켜 볼 때마다 가슴은 긍지에 가득찼다.

   황숙금은 23살나던 해 여름, 항일전쟁이 폭발한지 2년만에 왜놈토벌대에 살해된 부모들의 원쑤를 갚자고 항일에 나섰다. 부대의 부상치료소 위생원으로 들어간 그는 그 이듬해에 자기에게 생의 길을 가르쳐주었고 군중조직사업에 나갔다가 일본수비대의 추격을 받아 한쪽 팔에 심한 총상을 입은 항일간부인 박호철을 맡아서 살뜰이 간호해주었고 그 연분으로 한해 지나서 그와 결혼했던 것이다. 온 부대에서 부부전사는 그들뿐이였기에 상급에서도 각별히 보살펴주려고했으나 그들은 자기들의 부부생활로 인하여 전반에 영향이 않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실로 병마공총의 그 유격투쟁과 생활속에서 깨여질수 없는 튼튼한 혁명투사일가의 전범으로 되었던 것이다. 박호철은 한때 항일련군 제3군의 모 부대에서 정치사업을 했고 후에는 줄곧 부대를 쥐휘하여 일본침략자와 싸웠다. 황숙금은 이루 혜아릴수 없는 난관을 이악스레 이겨내면서 자기의 사업을 해왔다. 그는 극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의료집단을 지도해왔고 지금도 의연히 지도하고있다.

   말이 갑작스레 효용하며 섰다.

   <<무슨일인가요?>>

   <<웬 사람이 눈속에 넘어졌습니다.>>

   젊은 위생병이 손에 쥐였던 채찍을 놓고 파리에서 얼른내렸다.

   <<원 저런!... >>

   황숙금이 머리까지 덮어쓰고있던 털외투를 번어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잠자던 위생병마저 놀라깨여나 파리에서 내렸다.

   길한복판에, 바로 말앞에 웬 녀인이 쓰러진것을 먼저내렸던 위생병이 안아서 일으키는데 광택이 조락한 녀인의 두눈은 자기를 갑자기 둘러싸는 사람들을 보고는 맥없이 감겨져버렸다.

   <<인줘요. 내가 안을테니 빨리 갑시다.>>

   황숙금은 파리에 오른후 자기 몸의 온기로 그를 녹여주려고 털옷속에 끌어안았다. 말파리는 눈길우에다 얇고도 매끄러운 두줄기의 평행선을 내처 그으면서 뻔질나게 내달렸다. 한참가다가 황숙금은 털외투를 살며시 들고 자기가 안고있는 녀인을 다시금보았다. 빛깔이 난 분홍색 양털수건을 머리에 친 조선처녀인네 음전하게 생긴 동그란 용모에 궁기와 극도의 피로가 끼였고 머리태도 풀어져 있었다.

   (뉘 집의 새기길래 이런 모양으로 길을 떠낫을가? 이 근처에는 조선마을이 없던가본데... )

   황숙금은 이곳 산간마을들에서 기아와 엄한과 질병을 이기지 못해서 죽는 사람을 여럿을 보았길래 이 처녀의 운명도 걱정했다. 말파리가 낮익은 마을어구에 이르럿을 때 삽살개를 데리고놀던 애들이 우르르 달려오며 반갑다고 소리쳤다.

   <<홍마가 온다!... 아저씨들이 온다!... >>

   애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한 늙은이가 털모자도 쓰지 않은채 밖에 나와 반색하며 맞았다.

   <<또 오셨구만요. 반갑네, 반가와!... 자네들이 전번날 왓다갔길래 우리 집 마누라는 죽지 않고 살아났쇠다. 실루 백골난망이라니요. ....날래들 들어가시우.>>

   황숙금은 공작대가 처음 왔을 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가리지 못하고 집안에 들여놓지도 않았다는 이 주름살많은 로인의 환대에 사의를 표시하면서 대원들을 데리고 집안에 들어갔다.

   집안은 장작을 때서 훈훈했다. 지금 마을에서 자위대 대장으로 사업하고있는, 령감의 아들 여광진은 아침먹고 집을 나간것이 들어오지 않았고 질병을 앓다가 나은 로파가 반가와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아궁이에 나무를 더 지핀다. 더운물을 떠온다 하며 수선스레 인사를 차렸다. 황숙금은 더운물도 마실새없었이 가마목에 눕혀놓은 녀인을 자세히 진단해보았다. 진단결과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고 몹시 지친데다 손과 발이 동상을 입엇다는것이 판명되였다. 어떻게 할것인가? 갖고왔던 동상약들은 이미 다 써버려서 남은것이란 없었다. 이렇게 미처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판에 주인령감이 뒤울안에서 마른 가지대들을 들고들어와 잘게 토막쳐 가마에 넣고 끓였다.

   처녀는 내처 정신차리지 못하고 누워있다가 가지대 달인 물로 자기의 발을 씻어줄 때에야 눈을 떴다. 모두들 그의 소생을 보고 기뻐했다. 처녀는 자기가 죽음에서 구원되였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처음에는 신음소리를 몇마디냈다가 입술을 감쳐물고 점직스러워했다.

   <<이봐요, 아씨는 조선사람아닌가요?>>

   황숙금이 속삭이듯 조용히 물어봤더니 처녀는 놀란 눈으로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인차하지 않았다.

   <<허ㅡ 조선처녀가 분명하구만. 동무 이름이 뭐여?>>

   한족위생병이 다그쳐 물었다. 처녀는 겁기있는 눈으로 치떠볼 뿐 의연히 어리둥절해하면서 대답이 없었다.

   <<이거원!... 벙어린 아니겠는데.... 동무 어디서 오는 사람이요?>>

   위생병 쑈장이 가마무르틈한 얼굴에 좀 의아해하는 기색을 띠우며 집요하게 캐물으니 처녀는 웬 일인지 입을 더욱 꼭 다물고 말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황숙금은 소생의 환열에 의혹과 불안이 함데 엉켜드는 복잡한 그의 정신상태를 인차 진단해냈다. 처녀의 눈길은 자기의 신분을 조사하고있는 위생병에게서 다른 위생병에게로, 그다음에는 황숙금에게로 옮겨졌다가 적십자가방에 이르러 멎어버렸다.

   <<달리 생각말아요. 우린 제편사람이야.>>

   <<제편사람?!>>

   처녀는 비로소 입을 벌리고 한마디를 하였다.

   <<안심해요. 우린 나쁜 사람들이 아니고 도시에서 온 의료댑니다.... 자 이쪽으로 발을 좀 들어요.>>

   황숙금은 그의 언 발과 언 손을 가지대 달인 물로 다시한번 씻어주었다. 처녀는 언자리가 아파났으나 이를 강물며 참았다. 여광진의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걸었다.

   <<그런데 새기는 어느고장서 왔소? 날씨가 변덕스럽구 토비들이 욱실거리는 땐데 괜히 욕볼라구 혼자서...>>

   처녀는 우유부단으로 말이 없다가 새하얀 붕대로 자기의 언발을 정성스레 감아주고있는 황숙금의 어진 모습을 보면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였다.

   <<이름이 뭔가요?>>

   황숙금은 붕대를 다 감고나서 측은한 얼굴로 처녀를 보면서 물었다.

   <<혜옥이예요.>>

   <<어데서 살아요?>>

   <<손가장에요.>>

   <<뭐, 손가장?!... >>

   황숙금은 놀랬다. 다른 사람들은 조선말을 알아들을수 없어서 황숙금에게 이 처녀가 무엇이라 하는가고 물었다. 그랬다가 그가 손가장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역시 놀라는것이였다. 다가 알다싶히 손가장은 비적굴이 아닌가, 거기에서 어떻게 나왔는가, 지금 그래 어디로 가는 길이길래 홀몸으로 나섰느냐고들 했다.

   <<저는 도시로 가는길이예요.>>

   처녀는 의연히 조선말만했다.

   <<꼬박 사흘을 걸었지요... 길을 물으면서... 어떤 땐 길을 잃고 헤맸어요. 그러다나니... 예? 도시엔 제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누군가구요? 저... >>

   처녀는 주저했다. 갑자기 무엇을 놓았다가 걷잡으려 하는것 같았다.

   황숙금은 그의 들먹이는 가슴과 빨갛게 상기된 얼굴빛에서 몹시 흥분되였고 또 그 자신이 흥분은 진정시키려 함을 보고 다시 캐묻지 않았다.

   저녁무렵에야 집을 나갔던 여광진이 들어왔다. 소가죽오리로 끈을 단단하게 만든 장총을 어깨에 멧는데 코가 덩실하고 두눈이 부리부리한 혈기좋은 청년이였다. 그는 집안에 들어오자 위생병들을 알아보고 아주 기뻐했다.

   <<황주임, 경비대에서 총을 보내줬길래 우린 이젠 정말 두려울게 없게 됐습니다. 바루 어제 우리 마을에서 어떤 일이 잇었는지 압니까? 참 나 원! 글쎄 죽은 호팔세놈 있잖습니까, 그놈의 맏처남 류곰보네 집으루 웬 면목모를 어른이 찾아왔더란말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에 귀를 솔깃했다.

   여광진이 말한 호팔세란 작자는 어떤놈인가? 그는 이 마을에서 소문난 사기군이고 건달뱅이였는데 약 둬달전에 창귀모양으로 비도 한무리를 마을에 끌어들이여 말끔히 털어가게했던 것이다. 그후 그는 또 복리툰에 있는 천지주의 밀정한테 자기 마을 가가호의 정황을 일일이 알려주고 그와 공모해서 략탈대를 끌고 불시에 뛰여들어 마을에 말할수없는 재난을 입혔다. 그런데 그후 이 사실이 탄로나서 그는 끝내 마을사람들의 몽둥이에 맞아죽고말았다. 악당들이 그때 략탈해간 것이 첫째로 말이였고 그다음은 이불과 솜옷이였다.

   <<상판이 갸름하게 생긴 놈인데 말루선 류곰보의 사촌동생이랍니다. ...이건 류곰보의 녀편네가 동네사람들보고 한 말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하길래 내가 자위댕원 몇을 데리고 밤에 류곰보네 뜨락에 가만히 들어가 숨었다가 제꺽 창가에 붙어 안을 들여다봤지요. 그랬더니 하, 글쎄 그자들이 마침 쑥덕공론을 하지 않겠어유.>>

   <<무슨말을 했소?... 이거 원 갑갑해죽겠는걸, 그래서?... >>

   쑈장이 이렇게 조급증을 내니 여광진은 히쭉 웃고나서 흉내까지 내가며 말을 이었다.

   <<아니 이보시오, 류지상! 갈대도 속이 있는데 사람이 속이 없어서야 죄는가유? 제 매부가 맞아서 죽었겠다, 련루죄로 붙잡혀 심문받고 주시까지 받았겠다, 그래 가난뱅이들세력에 그냥 눌려살 예산인가유? 하고 온놈이 말하니 류곰보가 <별수 있어야지. 내 집엔 녀편네와 새끼들이 있지, 늙은 부모까지 있어서 내가 거둬야 할 처지인데 어디루 떠나가란말이요? > 하더란말입니다. 그러니 온놈이 <하, 이런! 말을 어떻게 들었는가? 내가 어디 류지상더러 우리네 중앙군에 들어오라는가. 류지상이 들어오겠다고 자원을 해도 원래 받지 않을거요. 좀있으면 오금도 바로 쓰지 못할 사람을 누가 반가와 한답데까... 그러니 내말인즉은 류지상더러 지하공작을 하라는겁니다. 그게 무슨소린가구?... 허, 이거 통 막힌분이로구먼. 내 말인즉은 바로 류지상더러 지하투쟁을 하라는 말입니다. 아무데도 갈 필요없이 여기서, 제집에 있으면서... >> 하더란말입니다. 그러니 류곰보가 갑자기 풍을 맞은것 처럼 아무 대답도 못하다가 겨우 <나더러 그런걸 하라구하면 글쎄... 헌데 그게 나한테 무슨 소용잇다구서?> 했지요.  그러니 온놈이 <참 맹랑한 사람이구려. 그게 자기한테 무슨 소용있는지도 모르다니 원! 난 류지상이란 사람이 이렇게까지 속대없을줄은 몰랐지.> 하며 되게 꾸짓더란말입니다. 그리고는 아느새있다가 입심을 올려 ㄲ또드겨대기 시작했지요. <이보시오, 류지상! 류지상은 언녕부터 가난뱅이들의 원쑤로 되엿다는걸 알아야 하오. 류지상에겐 말도 있구 소도 몇 마리 있으니 그게 뭔가?... 공산당은 가난뱅이들을 신세고쳐준다면서 가난뱅이들의 원한을 풀어주려 한단말이야. ... 공산당은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을 공산하려 하는게 목적인데 남보다 조금만 더 잘살아도 죄를 만들어서 청산을 붙이는거야. 류지상은 계절농군까지 두었다면서?... 그러니까 공개투쟁받고 청산당할건물론이고 이제 두고보세만은 자식과 녀편네마저 가난뱅이들이 잡아다가 공산으루 만들어서 사정없이 부려먹을걸. 그때면 류지상이란 사람 시세가 어떻게 되리란걸 생각이나 해보란말이요. 가난뱅이들이 류지상을 뒤짐지워서 고깔모잘 씌우고 목에다 커다란 패쪽을 달아 코흘리개들한테 넘겨준단말이야. 그러면 애들이 쟁쟁일 치면서 온 마을안을 끌고 다닐건물론이고... 그런후에는 또 사람들을 가득 모여놓고 공심을 하는데 운수좋으며 관대처분을 받아 감옥에 가서 평생을 살게구 그렇지 않으면 타도를 먹인다면서 토성밖에 끌어내다가 배꼽에다 탄알을 쏴넣을거란말이야. 알겠소? 이러구는... >>

   <<저런! 별소릴 다 줴쳤네.>>

   <<류곰보가 그따위 소릴 들었으면 겁을 단단히 집어 먹었겠네.>>

   두 위생병은 이렇게 주고받으며 다시금 여광진을 쳐다보았다. 여광진은 시물 웃으며 하던 말을 계속했다.

   <<겁을 먹을라구. 류곰보는 본래 귀구멍이 넓은지라 그놈이 하는 말을 딱 곧이들었지요. <그럼 난 어떻게 하누?>하고 울상이 됐지요. 그런 꼴을 보고 온놈이 제꺽 말했지요. <그러게 내가 일개어주는게 아닌가. 살겠거든 국민당을 믿고 우리네 중앙군을 다르라구. 여기선 그놈의 공산군의 부대가 센것 같지만 고가짓게 뭔가. 진짜루 득세할건 우리네 중앙군이야. 두고보라니까, 사문동사령이 불원간에 호룡산에서 나와 호랑이가 토끼새끼를 삼키듯 경비대니 인민무장부대니 하는걸 잡아버리고 아르금시를 제꺽 차지할테라니까. 그때면 공산군은 발붙일 자리조차 없게 될게고 온 북만땅이 우리네 손아귀에 들어올거야.> 하더란말입니다. 그러니 류곰보가 기분이 아주 좋아서 <하하, 그때면 내가 매부원쑤도 갚게 되겠구만!> 하고는 이를 사려물고 <매부를 때려죽인 녀석들을 내 잊지 않고 꼭 기억해둘테야. 나까지 곁들어 욕보게 하려던 가난뱅이들을 내 손으루 없애치울테야.>하며 벼르더란말입니다. 흥, 보복하려구? 우리한텐 손이 없단말이냐? 난 그녀석의 말을 들으니 구역질이 나고 밸이 불끈 나는걸 겨우참았지요. 글쎄 공손한것 같던 류곰보가 속이 그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칼을 품고잇을 줄이야 누가알았겠소. 당장 뛰여들어가 대가릴 박살나게 부셔놓고싶었지요. 그래두 그걸 꿀꺽 참으려니까 온녀석이 입을 또 열었지요. <류지상, 좀 총명하게 놀아야 해. 이쯤 일러줬어도 행동이 바르지 않았다간 후일이 아름답지 못하다는걸 알겠지? ... 난 사사령의 명령을 받고 불원천리하고 온 사람이야.> 그자는 말본새를 갑자기 고쳤지요. <이건 사령부의 명령이요. 류지상은 지금부터 비밀결사대를 조직하시오. 가난뱅이들한테 모욕받고 배척받은 사람들로써 지하무장대를 조직하시오. 그래서 장차 우리가 출격할 때 배합하도록. 지금 여러마을에다 공산당이 조직해놓은 자위대를 와해시켜야 하오.  그 골간놈들을 하나하나 없새버리고 민심을 소란시켜 백성들이 공산당을 따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오.> 해놓고나서 그자가 해낼만한가고 류곰보한테 따지였지요. 그래서 류곰보가 <해낼만합니다! 해낼만하구말구요! 장차 이 류지상에게 행운이 떨어질 노릇이라면야 뭣인들 못하겠습니까.> 하더란말입니다. 온놈이 그럼좋으니 제 손가락 깨물어 피를 내서 이마에 그어 맹세해보라고 하니 못난 류곰보놈이 정말 깨물자고 손가락을 입안에 넣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런걸 우리가... >>

   여광진은 류곰보와 호룡산특파원을 꼼짝달싹못하게 붙잡아서 꽁꽁 묶어서 오늘아침에 도시로 보냈다고 했다.

   <<참 잘했습니다!>>

   황숙금이 칭찬하고나서 의미있게 말했다.

   <<장티브스가 얼마나 고약한 악성질병입니까. 이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죽은 사람의 몸에서 더 오래산답니다. 이같이 악한 균이기에 엄동설한에도 쉽사리 죽지 않고 병을 일으키지요. 류곰보와 같은 인간들이 바로 장티브스균과 곡같은 물건짝입니다. 이런자들은 본성이 악하여 기회만있으면 보복하려한단말입니다.  인민의 정권에 대해서 적대시하고 파괴와 음모책동을 악랄하게 일삼는것이 그자들의 본성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각성을 높이고 일심으로 단결해서 싸워야합니다.>>

   여광진은 힘있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위생병들은 련 2일간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전염병이 없어지고있는 정황을 료해했다.

   사흗날 이른아침.

   위생병들이 류화촌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자고 아침을 일찍먹고있는데 한 자위대원이 손에 총을 들고 급히 뛰여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캉틀에 걸터앉았던 여광진이 밥뜨던 공기를 덜렁 놓고 일어나 총을 찾아쥐였다.

   <<저기, 저기서... >>

   집안에 뛰여든 자위대원은 급하고 숨차서 말까지 떠듬거렸다.

   <<노, 놈들이 옵니다! 남쪽길루 살금살금... 지. 지금 막 접어들고있습니다!>>

   <<땅!ㅡ 땅!ㅡ >>

   언 대기를 찢는 야무진 총소리가 두방났다. 밥만 먹으면 떠나갈 차비로 신끈을 땅땅 동인채 구들에 앉았던 두 남성위생병이 총소리를 듣고 펄쩍 뛰쳐일어나더니 어느새 총을 쥐고 밖으로 뛰여나갔다. 이어서 땅을 구르며 달리는 발구름소리, 누구를 부르는 다급한 웨침소리가 엇갈려 들려왔다.

   황숙금은 전혀 당황해하는 빛이 없이 침착했다. 구들 한켠에 있는 자기 털외투속에서 권총을 찾아 재워 들고는 누구에게라없이 총알이 나라다니는데 서뿔리 밖에 나와 덤비지 말라 주의주고 밖으로 나갔다. 여령감은 말을 듣지 않고 그를 뒤쫓아 뛰여나갔다.

   집안은 갑작스레 휑뎅그렁해졌고 남은것은 병을 앓고있는 여광진의 어머니와 혜옥이뿐이였다.

   <<토비들이 또 달려든다우?>>

   여광진의 어머니는 부뚜막에서 식칼을 찾아 단단히 쥐였다. 이번에는 죽든살든 맞다들어보리라는 사나와진 몰골이였다. 혜옥이는 불안에 몸이 떨렸다. 갑자기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건너칸 궤짝우에 놓여있는 낫을 보고 달려가 거머쥐고 사뭇 마음을 도슬렸다.

   (달려만들어보라지.... 거저죽진 않을테다!)

   짧은 한순간 침묵이 내리눌렀다.

   바깥 먼곳에서 총소리 한바탕 콩볶듯하더니 뚝 끊고 <<와!>>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되어가고있는 판국인지 전혀 알수 없었다. 혜옥이는 여광진의 어머니가 굳이 말리는것도 막무가내하고 밖에 나가보려고 서둘렀다. 바로 이럴 때, 문열라는 소리가 나더니 여령감이 한 자위대원을 업고 들어왔고 뒤를 따라 황숙금이 인차 들어섰다. 혜옥이는 놀란 눈으로보다가 낫을 던지고 함깨 부상자를 받아 구들에 눕혔다. 부상자는 보초서던 다른 한 자위대원인데 혼자서 초소를 지켜 대적하다가 팔을 탄알에 맞은것이였다.

   황숙금은 응급처치를 했다.

   이때 위생병 쑈장이 달려들어오며 알려주었다.

   <<황주임, 토비놈들이 쫓겨갔습니다.!>>

   <<허허, 총있으니 좋기는 좋구만유!>>

   여령감이 기뻐했다. 이에 다른 위생병도 들어와서 토비들이 서뿔리 달려들었다가 강렬한 저항에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버렸다면서 자위대장 여광진이 지금 대원들을 집합시켜놓고 처음 보고하러 왔던 보초병이 신호총도 쏘지 않고 덤비기만 한것을 단단히 비판할 예산인것 같더라했다.

   <<이제 처음이고 경험도 없어 그랬겠는데.... 어디 나가봅시다.!>>

   황숙금은 두 위생병을 데리고 밖으로 다시나갔다. 혜옥이도 따라나섰다. 이대로 가만있을 기분이 아니였다. 무엇이든 도와주고싶었고 또 토비들을 쫏아보냈다는 이 마을의 자위대원들을 보고싶었다. 자기 손에 총을 잡고 자기 마을을 지킨 그들은 혜옥이가 상상하고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훈련된 군인은 아닐것이다.

   자위대원들이 모인 앞에서 황숙금은 적의 습격을 물리친 한차례의 승리에서 신심과 용기를 갖는건 옳지만 자만해서는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작은 무리의 토비도 략탈하고 살인하는 본성은 큰 무리의 토비들과 똑같으니 경솔히 대하지 말고 무자비한 반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나서 집단적인 규률성과 경각성을 더 높일데 대해서 건의했다.

   <<말을 메우시오!>>

   돌아와서 그는 쑈장에게 명령했다.

   <<어디로 가요?... 나도 가겠어요.>>

   털옷을 입는 황숙금에게 매달리듯 혜옥이는 애원했다.

   <<안돼요, 며칠간 이 집에 있어요. 갈 때면 들려서 꼭 데리고간다니까요.>>

   황숙금은 다정하고 엄숙한 태도로 혜옥이의 청을 거부했다.

   혜옥이는 금시 눈물이 막 쏟아질것만 같았다. 이 한족지에 맡겨 며칠간 몸조리시키려는 좋은 뜻은 알리나 혜옥이는 그네들과 갈라지고싶지 않았다.

   <<참 혜옥이, 동무가 찾아보려는 사람은 누군가요? 돌아가면 우리가 방조해서 찾아줄수도 잇으니까. 가만있자, 손가장에서 왓다는 청년 하나가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간적있는데 혹시 그 청년을... >>

   황숙금은 말을 채 하지 않고 가늠하는 눈매로 재빨리 처녀의 자태를 훑었다. 혜옥이는 그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활랑거렸다. 애달픈 그리움과 조급한 마음이 소란한 바람같이 일었다.

   <<저는... >>

   혜옥이는 황숙금이 훌쩍 날아가버리기나 할가 저어하듯이 꼭 붙잡았다.

   <<저는 김려홍이란 사람을 찾아가요. 청년인데, 그를 찾을수 잇을가요?>>

   <<원 어쩌면 이렇게!... 그렇다면 언녕 말할게지!>>

   황숙금은 놀랍고 반갑게 부르짖으면서 포옹할때처럼 혜옥이를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웃음가득한 환한 얼굴에 유퇘한 목청으로 말했다.

   <<려홍이를 내가 왜 모를가. 시경비대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부대에 있지. 좋은청년이요.>>

   <<황주임, 이 처녀동무가 김반장을 찾아간답니까?! 오ㅡ 그렇지, 알만합니다. 하하하!.... >>

   위생병 쑈장이 쾌활하게 웃었고 다른 위생병이 그의 웃음을 받아 말깃을 달았다.

   <<황주임, 어떻게 하겠습니까, 남겨두진 못하겠지요?   처녀동무, 파리에 올라타시오. 함께갑시다, 보시오, 이 말이 바로 려홍동무가 마을에서 도망쳐 올 때 타고 온 말이랍니다.>>

   혜옥이는 기뻐서 어쩔줄 몰라하면서 제꺽 올라탔다.

   말파리는 류화촌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는 눈길우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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