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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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 밤>> 제2부(31)
2015년 02월 04일 10시 16분  조회:2338  추천:2  작성자: 김송죽
 

                             31

 

 

 

 

    양화와 공파가 가슴에 품어왔던,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봄이 돌아오면 자기말을 잘듣는 새자들을 골라 데리고 빠져나가 석금강에 가 거기에서 금점꾼을 더 끌어들이는 한편 금광의 금을 빼앗아 그것을 밑천삼아 따로 기국해 보려던 미몽은 골통이 탄알에 구멍나는바람에 그만 산산히 부셔지고말았다.

    루루히 죄악을 쌓고있는 자들을 용서함이 없이 처단해 버리니 진가툰 사람들은 속이 시원해 하면서 염왕산 독립패가 이제는 과연 반일군맛이 난다고 칭찬했다.

    한편 적잖은 새자들은 형제 셋이나 한꺼번에 목숨이 날아나는것을 보고는 전전 긍긍했다. 이제는 규률을 위반하지 말아야겠구나 죄를 지으면 나도 뛸데없이 저모양이 될테지 하면서 왕견과 최기덕 이 두 권력자를 경원하기 시작했다. 그중의 또 어떤 새자들은 만용을 부리는것이 오랜 습성으로 되였는지라 위협이나 압력에 그냥 눌리워 억제속에서 지내려하지 않았다. 그런자 몇이서 이전만 활기가 적고 침침한 기분을 만들고 있었다.      

   《무슨 짐승이라구 우리에 갇혀지내겠나.》

   《내가 누군데 남의 쇠사슬에 매여 산단말인가.》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떠도는 구름의 좋아.》

   《구관이 명관이지.》

    이러면서 그들은 지난날을 동경하면서 흑산패의 죽어버린 장운천두령을 그리였다. 왕견이 아주 영 나빠서가 아니였다. 그가 최대표의 말을 듣고 새자들을 너무 강포하게 제 손탁에 넣는것 같아  불만이 생긴것이다. 정서가 이쯤되니 딴 마음을 먹고 처형된 양화와 공파의 뒤를 계승해서 암암리에 따로 작당하느라 선줄을 끄는 자가 나지게 되였다.

  《우린 여기를 떠나버리자.》

  《그러는게 좋겠다.》

  《가자! 네가 가면 나도가겠다!》

   이리하여 7명의 새자가 비밀리에 탈주를 계획했다.

   한데 그 들의 그 계획은 그만 사전에 드러나고말았다. 쪽박(입)이 무른 자가 비밀을 루설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것이다.

   왕견이 마침 외지로 나가고 없어서 기덕이 혼자 이일을 관여하게 되었다.

  《누가 여기를 떠나자고 줄을 끄는지 나서거라.》

   기덕이는 새자들을 다 모아놓고 주모자를 찾았다.

  《제가 그랬습니다.》

   생각밖에 선듯이 나서는 자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겠으니 최대표께서는 노여워마사오. 우리두 이젠 제살도리를 해야겠습니다. 한생이 얼만데 그냥 이 모양으로 지내겠습니까. 고생을 사서 한 필요야 없잖은가요.》

    그가 내뱉는 소리였다.

   《뭐라, 그렇게까지 됐다는건가!?》

    기덕이는 적이 놀랬다. 그 말을 분석해보면 반일을 하는것은 고생이다 안해도 되는것을 해서 고생할거야 없잖은가 하는것으로 된다. 그런즉 이제다시 반일선전을 해도 그게 귀구멍에 들어갈리만무였다. 이런자들을 무슨짝에 쓰겠는가, 붙들어두자는게 어리석었다. 기덕이는 갈데로 가게 내버려두는게 상책이리라 생각했다.

    왕견이 돌아왔다. 

   《왕패장보겐 우리의 대오가 어떻습니까?》

    기덕은 좋지 않은 기색으로 말을 꺼냈다.

   《내가 없는연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

    느낌이 좋지 않은지라 왕견은 대뜸 심각해지면서 되묻는다.

   《여지껏 곪아왔습니다. 종낭같이..... 툭텃쳐 응어리를 빼버리면 시원해질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기생각에는....》

   《대오를 당장 정돈하자는겝니다.》

   《정돈한다? 어떤 방법으루서?》

   《소용없는자는 다 빼버리지요.》

   《아니 뭐라! 빼버린다구?》

    왕견은 낯색이 변하면서 이그러졌다. 빼번린다느건 죽여버림을 이미하는건데 왕견은 절대로 그렇게는 하고싶지 않았다.

   《아무죄도 없는데 가겠다구해서 그래서야 되겠소. 공파나 양화같이 일을 저질렀으면 몰라두....건 안돼! 안된다니까!》

    기덕은 그제야 자기는 토비가 언어를 어떻게 쓴다는걸 잘 모르다보니 실수했다는걸 깨닫고 급히 시정했다.

   《내가 말을 잘못했구만. 용서하시오. 내 뜻은 그게 아닙니다. 대오에서 나가자는 자는 내보자 그겁니다. 마음없이 시집온 년이 남편과 붙어 살면 얼마살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그 말이 맞아. 그건 나도 동의야.》

    이리하여 둘은 의합이 맞게되였다.

    이틑날 왕견은 새자들을 다 모여놓고 선포했다.

   《모두 듣거라. 내 오늘 자유를 줄테니 갈 사람은 손을 들라.》

    새자들은 왕패장의 진속을 몰라 곤혹스러워했다.

    한자가 눈을 꺼무럭거리며 생각하더니 물었다.

   《손을 들면 어찌렵니까?》

   《어찌기는 어째, 가겠다면 보내는거야.》

   《그게 정말입니까?》

   《이자식, 넌 내 말을 개방구로 여겼냐? 돼먹지 못한 놈!》

    왕견이 와락 성내면서 움을 질러 그 새자는 목을 움츠렸다.

   《왕패장의 말을 믿거라.》

    기덕이가 입을 열어 이같이 말머리를 떼고나서 온화한 투로 계속했다. 모두들 그동안 고생을 많이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라를 건지기 위해 겪는 고초였으니 유감으로 될 수 없다, 반만항일은 계속해야한다,  이 위대한 대업을 완수함에는 자각된 각오가 있어야지 억지나 강박으로는 되지 않는것이다, 그러니 가겠으면 가거라, 이제는 형제가 아니니 당장 이 자리에서 총과 말을 바치고 가야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고나서 그는 나가서 반일군을 팔아먹서는 안된다, 누가 만약 그러기만하면 네가 승천입지를 한다해도 우리는 찾아내여 없애치울것이니 그런줄을 알라고 했다.   

    퇴오를 하자고 밀모한 그 7명이 손을 들었다.

    왕견은 말한대로 그자들을 내보냈다.

 

    어느날 뜻밖에 산채에서 민호가 문득찾아왔다. 왕견을 내보내놓고 오래도록 너무나 무관심해서 죄스러웠던거다. 이 한패의 류자가 눈먼 고양이 갈밭매듯 고정된 숙영도 없이 여기 저기 헤매는것만 같고 그러다가 적의 포위에나 들어 넋통먹는것 같아 근심되기도했거니와 염왕산을 수편하러 왔던 최기덕을 이쪽에다 돌리여 독립패를 수편하거나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기률이 란잡한 그들을 틀어잡고 반일전을 계속하도록 이끌어주라했는데 대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을 알고싶기도했던것이다.

    환경이 달라 서로 격조히 지내온 그들은 만나자 그지간 지내온 상황을 서로알아보았다. 민호는 왕견과 최기덕이 패덕한을 처결하고 불온분자들을 대오에서 내보낸것은 아주잘한처사라했다.

   《세상은 변해가고있다. 이 대오가 토비노릇을 다시하게해서는 절대안된다. 천죄만악의 야수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민호는 돌아가면서 기덕에게 이같이 신신당부했다.

    만주국이 만주제국으로 변하고 세습황제로 등극한 부의는 길을 잘들인 개처럼 괴뢰질을 착실히 했다. 병력이 막강한 관동군은 마치도 땅에 쏟아부은 진득진득한 력청모양으로 장애가 적거나 약한데는 한곳도 빼놓지 않으면서 검질기게 세력을 굳혀가고 있었다.

    강판이 짱짱 얼어터지고 갈라지는 북만의 엄동이 시작됐다.

    양역설이 지나 춘절을 한주일 가량 앞두고 왕견은 적기병 1백여명이 진가툰을 향해오고있다는 급보를 받았다.

    어떻게 할것인가? 왕견은 창황히 맛서려다가 그만뒀다. 첫째는 적의 수가 3배나 되고 둘째는 방어가 되지 않았으며 셋째는 마을에서 붙으면 주민들이 상하게 될 것이다. 그는 철거하기로 했다.

   《에이구 어쩌믄 좋아, 거두어 줬다고 할건데.》

   《일본군은 우릴 못살게 굴거야.》

    독립패가 떠나는것 같으니 마을사람들 불안에 떨었다.

   《일본군이 들어오면 울면서 말하시오. 토비들이 마을을 점령하구는 잠을 재우라 이불을 하라 밥을 하라면서 못살게 굴었다구. 강간하고 살인을 하고... 귀축간은 만행을 했다고 공소하시오.》

    기덕은 이렇게 하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 시켰다.

    왕견은 마을사람들과 영 가지 않고 곧 다시돌아오리라했다.

    적의 기병이 서쪽으로부터 급속히 달려들고 있었다.

   《압련자(승마)! 나를 따라 철퇴하라!》

    왕견이 웨치자 이쪽은 말을 타고 번개같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적들은 이쪽이 수자가 적으니 사기올라 고함치며 추격해왔다.

    기덕이는 난생처음 이런 추격을 받아본다. 그는 등자에 발을 꽉 끼운채 죽을둥 살둥 전 속력으로 말을 몰았다. 눈바람이 사정없이 뺨을 때렸고 뒤에서는 적의 기병이 꼬리마냥 떨어지지 않고 그냥 악을 쓰며 추격해왔다.

    내내 심산길이였다. 어디로 가고있는지 알수 없었다. 전체 류자들은 그저 앞장선 왕견의 뒤만 바싹따랐다.

    적은 마침내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기덕이 물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염왕산이지.》

   《그렇다면 먼저 알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디다?》

   《산채에다.》

   《거긴 왜서?》

   《우린 지금 산채로 가고있지 않습니까.》

   《아니야. 도루나가고있지.》

   《아니 왜서 도루나갑니까?》

    물어봐도 왕견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뒤만 바싹 따르란다.

    윙ㅡ윙ㅡ몰아치는 모진 눈보라에 심산이 떨고 있었다. 오로지 북만에서만 볼수 있는 큰풍설ㅡ대포연설(大炮烟雪)이 터진것이다! 

    그렇게 검질기게 뒤쫓던 적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독립패기마대는 밤중이 되자 진가툰으로 다시돌아왔다.

    적기병은 다시나타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도 다시나타나지 않았다.

    왕견은 입을 뻐개고 소리내여 웃었다.

   《됐어, 됐단말이야! 마달산이야, 마달산!(길을 일었다) 내가 그놈들을 모두 잠재웠어, 잠재웠다니까! 하하하.....》

    그의 말이 맞았다. 그 백여명의 일본군토벌대는 염왕산의 미로에 들어 헤매다가 끝내 심산을 나오지 못하고 몽땅 말과 함께 지치고 얼어 강시가 된 채 눈에 파묻히고 만 것이다. 이듬해에 계절이 바뀌여 날씨가 더워지자 송장이 썩어 지독한 냄새가 골안을 오래도록 메웠다....

    이런줄을 다른 사람이야 어찌알랴.

    왕견이 기마대를 이끌고 진가툰에 다시들어갔더니 마을사람들은 불안해하면서 의논이 분분했다. 

   《다시오리라더니 과연 왔네.》

   《왜 또 왔을가?》

   《왜병을 꼬리묻혀갖고 오는거 아니냐?》

   《그러면 거덜나는데.》

    겁을 미리집어먹고 이러면서 다른마을로 솔가도주를 하는 집까지 나졌다.

    마을이 부산해지건말건 왕견은 돼지를 한 마리 사서 잡고는  술까지 받아다 류자들을 배껏 먹고 놀게 했다.

    마을사람들은 도대채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했다.

   《이 사람아, 왜군이 오면 어쩔라구 이러나. 쫓겨다니는 주제에  셈평좋게 들어앉아 술마시다니?》

    마을의 령감 하나가 일부러 왕견을 찾아와 꾸짖으려했다.

   《먹고푼건 먹어야지. 령감 속태우지 말어. 왜군이 오면야 언녕 뒷따라왔지. 안와요, 안와. 이젠 안와요. 말짱 귀신이 됐을거요.》

   《맞붙지를 않았다며?》

   《그렇지유 맞붙지 않았지. 꼭 맞붙어야 귀신으루 만드나 뭐.》

    왕견은 이같이 댓구를 해놓고 생각해보니 찾아와서까지 캐묻는게 그저일같잖아 령감을 다시쳐다봤다.

   《령감! 령감의 그 귀구멍으루 뭐가 들어간거 아니요?》

    령감은 그만 말을 더 하지 않고 가버렸다.

    왕견도 기덕이도 생각밖에 그사이 마을사람들의 정서가 돌연스레 바뀌여진것을 보고 정신차렸다. 진지주일가? 그는 아닐것이다. 그를 내놓고 이 마을에 친일분자가 없겠는가?... 어느 녀석이 뒤에서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이 기회에 염왕산의 독립패를 축출하려고하는게 분명했다.

    기덕이 물었다.  

   《왕패장! 이 마을 보장은 어떻습니까?》

   《그 사람이야 뜨뜨미지근하지. 거기 생각에는 그래 그가 탈난것 같은가?》

   《그렇지요. 우린 여적지 그를 너무방임한것 같습니다.》

   《조사를 해보면 알수있을거야.》

    왕견은 당장 새자를 보내여 보장을 데려오게 했다. 그랬더니 새자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보장은 마을에 없다는 것이였다.

    그 사람이 이런 때에 어디에 갔을까? 의문이 갈마들고 있는데 사흘만에야 그가 다시나타났다. 왕견은 그를 불러다 물어보았다.

   《보장어른은 그지간 왜 보이지 않았습니까?》

    보장은 대답못하고 어물거렸다.

    왕견은 그를 괘씸하게 여겨 직방 명토를 박았다.

   《경찰에 가서 뭐라구 고자질했소? 귀신은 속일수 있지만 나 이 왕견이를 속이진 못해!》

    보장은 성을 발끈냈다.

   《생사람잡네!》

   《뭐라, 내가 생사람잡아? 임자가 고약한 짓하는건 아니구?》

    토비패장의 상판이 험악해지는것을 보자 보장은 겁을 집어먹으면서 자기는 큰집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왔다하고는 자기가 외출해도 너의 비준을 맡아야 하는가 했다. 

   《왜 요럴때 딱 볼일이 생겼나말이요. 까마귀날자 배떨어진다구 일이 생기자 보장이 없어지니 별일이 아닌가.》

    왕견이 보장과 이러고있을 때 진지주집의 행랑방에 있는 늙은 머슴이 혼자소리로 네가 끝내 입덕을 입는구나해서 기덕이는 그걸 잡아들도 그와 보장이 뭐라했길래 입덕을 입는가고 캐물었다. 그랬더니 늙은 머슴이 보장은 왕견의 독립패가 일본기병이 오니 가버리는것을 보고는 진지주와 저 꼴을 봐라 이제 곧 일본기병손에 녹아날거라면서 이제는 반만항일은 다 끝나는거다 말했고 마을사람들과도 그렇게 말해서 독립패가 다시 마을로 들어오는건을 실어하게 만든거라 알려주었다. 기실 보장은 반만항일을 하면 좋은 끝장이 없을것이니 그런줄을 알고 모두들 만주국과 관동군을 옹호해야한다고 선동하기까지 했던것이다.

    그가 그렇게 했으리라 속으로 짚었던 왕견은 기덕이한테서 진지주집의 늙은머슴이 그 사실을 설토해서 확인이 되었다는 말을 듣자 그 즉시오 온 마을사람들을 한데모이게 하고는 제 집으로 돌려보냈던 보장을 다시오라해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몇마디 캐묻고는 골통에다 권총알을 쏴넣고야말았다.

    왕견은 그 짓을 해놓고는 손에 권총을 그냥 쥔채 부르짖었다.

   《모두 잘 듣거라, 나 이 왕견은 말이다 료략질을 많이 해먹기는 했다만 지금은 보는바와 같이 반일을 하고있는 사람이다. 나는 두가지 사람한테는 인정이라는게 없다. 제 형제를 팔아먹는 놈하구 왜놈의 개로 돼버린 놈이다!》

   

    일본은 만주에다 더많은 병력을 투입하였는바 헌병, 항공, 철도, 자동차대를 제외한 보병, 기병, 포병, 통신병만해도 80,400여명이나 토벌에 나서서 전면적인 수색전을 벌리였다. 그들을 상대하여  반일구호를 항일로 바꾸고 설립을 선포했던 동북항일련군(東北抗日聯軍)은 11개 군으로 까지 발전하여 그 인원수가 한때 30,000여명에 이르었지만 배도 훨씬넘는 정규화된 적을 당해내는 재간이 없어서 어떤 군은 몇 번의 크게 격전을 치르지도 못하고 그 우두머리가 투항하고 변질하는바람에 붕괴되였으며 다른 부대들도 무장인원이 줄기만 하여 은밀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유격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때 까지 뻗칠 수 있겠는지 처지가 점점 더 형영키어려울정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만주제국은 성립된 이듬해에 <토비자참(土匪者斬)>이라는 통고를 내린바있다. 그 내용인즉은 무릇 토비와 내통하는 자는 목을 자른다는것이였는데 괴뢰정부는 실제상 항일군마저 토비로 밀몰아버린것이다. 광대한 민중을 항일유격대와 격리시키고 련계를 끊게 만드는 지독한 책략이였다.   

    허나 이런 상화에서도 염왕산을 비롯한 여러 토비무리들은 그리 어렵지 않았거니와 의연히 자유로운 편이였다. 그들은 항일을 달면 넘기고 쓰면 뱉듯이 하는 판이였다. 사상바탕이 이러하니 어찌 믿을수 있으랴. 한때 요란스레 떠들며 쳐들었던 반일기치를 집어던지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산림대가 적지 않았는바 그들대부분이 옛행실을 다시시작했다. 그쯤하면 괜찮으련만 어떤무리는 지어 일본군밀정의 설강에 넘어가 저쪽편에 수편되여서 총부리를 이켠에 돌려대기까지 했다.

    <통비자참> 통고가 내려 겁을 집어먹은 진지주가 차츰 왕견을 멀리하게 되었다. 하여 항일을 나선 이 한패의 류자가 염왕산밖에서는 발을 붙이고 활동하기 차츰 더 어렵게 되었다.

    이러구러 새해의 여름이 다되였건만 염왕산은 기별이 없었다.

    왕견은 두덜거렸다.

   《제길할거, 위용강이 나를 따돌리는게 분명해. 안그럼 왜 아직두 대갈쪽하나 내밀지 않겠나. 저는 꾹 들어앉아있으면서.》

    기덕이도 언영 그런감촉이였다. 이쪽의 형편을 알려주면 산채에 들여놓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왕견보고 그렇게 하라고 시키고싶지는 않았다. 왜놈과 싸우지 않고 들어앉아있어서는 뭘하는가. 기덕이는 이런 정황이니 왕견의 독립패가 차라리 여기를 떠나 자기가 소속해있는 유격대와 합치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가 자기의 타산을 내놓았더니 왕견은 듣고 머리를 젓던것이 다시생각해 보니 별 방법이 없겠는지 그럼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들은 9월초에 저쪽의 유격부대와 련락을 취하는 한편 유격근거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것은 순리로운 려정이 아니였다. 그들은 가는 도중에 적을 만나면 싸워야했다. 그러면서 우회하다보니 예정기일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한데 그나마 도착하고 보니 아군은 없고 밀영도 말끔히 타버려 말이 아니였다.

    기덕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깨여진 그릇과 여러 가지 취사도구들, 메워진 우물, 짓밟아놓은 채마밭.... 눈에 안겨오는 것이란 오로지 눈뜨고 보기괴로운 참경뿐이였다. 필경 왜놈병사들이 해놓은 짓이였데 부대와 동지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했다. 

    부대는 철거했을것이다. 철거한 동지와 부대를 찾아야한다. 그런데 어떻게 찾는단말인가? 인가를 만날 수 없는 산중이였다. 페허로 되여버린 숙영지에 낟알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30명넘는 인마가 어떻게 명줄을 건사한단인가? 전에 보았던 산재호를 지금은 싹 다 집단부락에다 몰아넣은 통에 지금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악착스런 적들은 그야말로 깨끗히 청향을 했던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상에서 계속 봉쇄정책을 씀으로써 백성들이 항일부대에 식량을 대주지 못하게 하고 상점들에서는 천 한자, 소금 한알도 팔지 못하게 하여 총잡고 항일하는 사람들이 먹을 것 입을 것이 없어 산속에서 굶어죽고 얼어죽게 만들려고 시도했다. 이따위의 비민분리책(匪民分離策)을 고안해낸 적의 그 악랄함에 격분될 뿐이였다!

    적은 또한 련합항일을 못하게 하느라 <항일군만 때리고 삼림대는 때리지 않는다>는 회유책까지 내왔다.

    왕견의 독립패가 바로 삼림대에 속하는것이다. 하지만 관동군에서 저들의 100여명되는 기병을 산속에 유인하여 동태처럼 만들어버린 이 토비항일무장을 가만둘 리 만무였다. 이 기마대를 추적하고있던 일본군은 왕견이 녕안일대에 나타나자 눈에 쌍불을 켰다.

    염왕산의 독립패는 기진맥진했다. 그들은 항일군이 천안두(泉眼頭)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리로 향했다. 한데 그들은 가다가 공교롭게 중도에서 추격하는 일본군과 마주쳐 격전을 하게 되었다. 과연 재수머리 없는 싸움이였다!

    쌍방은 다 사상자를 많이 내면서 세시간남짓 싸우다가 날이 어두워져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 되어서야 그만뒀다.

    탄알을 맞은 말들이 마치도 낡아버린 풀무같이 풀덕거리면서 도처에서 죽어갔다. 사람들도 죽고 흩어졌다. 그리하여 대오는 궤멸되였다. 완전히 괴멸되고말았다!

    왕견은 기덕이를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조차 없었다. 이게 무슨놈의 꼴이란말인가? 왕견은 자기가 이제는 옆에 새자 한명도 남지 않은 알자 외톨패장이 되고만것을 깨달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어떻게 된 일?!....》

    굴왕신같은 어둠속에서 방향마저 가릴 수 없게 된 그는 절망 끝에 발광이 나가면서 당장 미쳐버릴것만같았다. 그러다가 그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하나의 짓꿎은 욕망이 머릿속에 일어서서 다시금 정신차렸다.      

   

                  어두운 밤이 무서울게 뭐냐

                    내한테는 구리손 철지갑있다

                    칠간팔금강이 내한테 있다

                    사방비추는 불룡도 내한테 있다

 

    왕견은 어둠속을 헤매다가 퍼더버리고 앉아 주문을 외웠다.

    그래도 눈앞은 칠흑같이 어둡기만했다.

    이틑날 날이 밝아서야 그는 자기가 철도와 그리 멀지 않은 개활지 변두리에 있는 한 산기슭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되였다. 그 철도는 3년전에 개설하기 시작하여 전해의 년말에 이르러 완공한, 저 남쪽 수백리밖에 있는 두만강연안의 도문으로부터 줄을 그은듯 북으로 곧게 뻗어 들어와서는 중동철로의 중간에 위치한 목단강시를 꿰지나 계속 북으로 수백리 곧게 들어가 송화강가에 있는 신흥의 도시인 가목사에 닿고있는 도가선(圖佳線)이였다.    

   《등이 터졌다, 등이 터졌어! 무우쪽같이 오그라진 내 신세야!》

    그는 자기가 죽지 않고 목숨이 붙어있는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져 헤스트리처럼 발작적으로 웃고는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그래두 넘어지질 않았어! 으, 하하하!.... 이게 다 부처님이 가피했기때문이 아니냐! 아아, 부대화상! 부대화상!》

    자기가 죽지 않고 산것이 명조(冥助)라고 생각한 그는 부대화상이 그지없이 고마워져 입이라도 맞춰주려했다. 한데 목에 걸려있어야 할 부대화상이 없어졌다. 어느결에 줄이 끊어져서 잃어진거다.

   《부대화상이 나를 떠났어? 나를 버린거야? 엉엉....》

    왕견은 난생처음 목놓아 울었다. 자기는 버림받은 것 같아 주먹으로 땅을 치면서 까지 우는데 그 모양이 마치도 푸주간에서 제 친구의 피를 보고 발을 구르며 고함치는 황소같기도했다.

    그렇게 실컷 울분을 풀고나서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잠잠하고 조용해졌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눈앞에 장광재령의 웅위로운 모습을 떠올렸다. 남쪽으로 나가면서 구름을 떠이고 우뚝 솟은 대도정(大塗頂), 파송림(爬松林), 칠도구동산(七道勾東山), 대석두산(大石頭山), 평정산(平頂山).... 그선 산봉우리와 형제되여 위용을 보이는 염왕산ㅡ거기는 그가 정든 고향이였다!

    염왕산으로 돌아가 볼가..... 못난자식! 반가와도 안할텐데 거기룬 왜 들어가. 왕견은 자기가 이젠 새자마저 다 잃어버렸기에 철저히 버림을 받게 되였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단호히 부르짖었다.

   《안간다, 안가! 다신안간다!》

    그럼 어디로 간단말인가? 팔자가 아무리 사나와 운명이 희롱을 당한다해도 나만은 그래도 승천입지라도 할것 같던 자신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매 한 마리가 머리우 저 공중에서 유유히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을 올려다보노라니 자기는 자유의 몸이 되리라면서 염왕산을 떠나가버리던 소춘매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새삼스레 눈앞에 떠올랐다. 소춘매는 떠날 때 자기는 할빈에 가면 다시 연하루에 들어갈지 어쩔지 그건 미정이라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산밖멀리까지 바래준 그를 잊지 않을테니 생각나면 자기를 찾아오라했다. 그녀는 연하루에 다시들어갔거나 아니면 시집갔을 수도 있다. 이게 몇해냐. 무슨 미치고 창빠진 년이라고 일개 보잘것 없는 토비를 기다리고있을가. 한데 그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그렇지, 소수분하(지금의 綏陽)로 가자, 거기에 삼이 있잖은가, 거기서 며칠간 쉬고는 금전판에나 가자. 이젠 그렇게 숨어서 사는 수밖에 없다.

    기차고동이 울렸다. 차량 여러개를 길게 단 화물차가 남쪽의 산굽이에 나타나 북으로 달리였다. 왕견은 여기가 전에 자기가 쟁반밟으러 다닌적이 있는 녕안의 남쪽일것이라 짐작하면서 일어나 철길쪽을 향해 걸음을 놓았다.

    철길을 따라서 북으로 한참가니 자그마한 정거장이 하나 나졌다. 동경성(東京城)이였다. 그 자그마한 정거장을 일본군인이 날창까지 꽂은 총을 꼬나들고 지키고 있었다. 그깟것이 두려운건 아니지만  조심은 해야했다. 붙잡히면 볼장은 다 보니까.

    왕견은 역전마즌켠의 숲속에 숨어서 북으로 달리는 차를 기다렸다. 그 차를 잡아타고 목단강까지 가서 거기서 동쪽으로 가는 차를 갈아타면 삼촌이 사는 소수분하에 닫게되는것이다. 한데 차가 드믈게 다니거니와 웬 일인지 정거장을 지나가기만 하고 서주지를 않았다. 그러다 해가 서천에 떨어질 무렵에야 마침내 북으로 들어가는 화물차 하나가 정거했다.

    왕견은 일본병이 모르게 얼른 뛰여올랐다.

    그가 오른 무개차바곤에는 침목과 기와가 반반씩 실려있었는데 녕안을 지나 목단강 역에서 멈출줄을 알았았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북으로 달리였다. 하여 왕견은 내릴 수 없었다. 차는 속력을 내여 질주했고 뛰여내리자니 다리각이 부러질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왕견은 도루주저앉아 달리는 차에 몸을 맡겨버렸다. 가는데까지 가고 볼 판이라고 배짱을 세우려다가 화남에 사는 천지주가 문득 생각나 그는 옳지 하고 손벽을 짝 쳤다. 민호가 전에 면목을 익혀놓은 그가 반일사상을 가졋으니 찾아가면 쫓지는 않을상싶었었던것이다. 

    그 화물차는 목단강과 가목사의 중간역인 벌리역에서 멈추었다. 증기차머리는 자기가 끌고 오던 차량들을 떼어놓고 회전레루에 올라 방향을 바꾸더니 거기에 이미 정거해있던 다른 차량들을 달고 남쪽으로 다시달리였다.  

    천지주가 있는 화남에 가자면 아직 북으로 더 들어가야했다. 왕견은 부득불 그곳까지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화남에 당도하고 보니 이틑날 오전 9시경이였다. 그는 곧추 천지주집을 찾아가 대문을 두드렸다. 그 집의 청지기가 나왔다. 누군가 묻길래 이름을 대지 않고 염왕산 오군자 사람이라하면 알것이니 그렇게 주인한테 전해라했다. 그랬더니 한식경이 지나도록 천지주는 대갈쪽도 내밀지 않았다. 그제야 왕견은 이미 <통비자참>통보가 내린줄을 알면서도 그것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찾아온 자기야말로 소보다 더 미런하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내가 왜서 그걸 망각했던가, 넋을 잃어 이지경이 된 자기가 원망스러웠다.

    천지주는 집에 있으련만 대하지 않고 경계함이 분명했다. 이제는 그래 발길을 돌려야한단말인가? 가면 어디로 간단말인가? 왕견은 문뜩 그의 딸 천옥령이 생각났다. 그녀는 적극적인 반일부녀회의 간부였는데 그도 제 애비처럼 마음이 돌아섰을가 하면서 갑을간 만나나 보자고 발걸음을 놓았다. 한때 오군자가 자리잡고 꽤 오래머물러있었기에 그녀의 집이 어디에 있다는것도 잘알고있는 왕견이였다.

    살수가 나질려니 그랬는지 천옥령이 마침 집에 있었다.

   《누구신가요?》

    그녀는 느닷없이 나타난 왕견을 보자 몹시 놀라는 한편 경계하고 있었다.

   《마님, 나를 알만하겠지. 난 온인하구 같이 와 있었던...》

   《아, 그렇군요! 건데 왜 또 왔나요?》

    천옥령은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왕견이 입을 다시열었다. 

   《마님 날 믿으시우. 나쁜맘먹구 온게 아니오. 난 젊은마님이 사상이 진보하구 하도 맘좋길래 찾아왔지요. 내 부대가 왜병하구 맞붙어서 싸우다나니 그만.... 》

   《쉿!》

    천옥령은 손가락을 제 입에 급히 대여 사나이의 말문을 막아놓고는 밖에 달려나가 대문을 얼른 잡가놓고 들어왔다.

    사나이의 어지럽고 너부죽한 얼굴에는 초조와 불안과 애원이 엉겨붙어 가련하고 불쌍해보였다.

   《앉아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정말 뜻밖이네요! 우리 집 사람이 경찰이얘요. 놀랍지요?... 그래요 경찰이란말이얘요. 그렇다구 겁낼건 없어요. 보다십히 집에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다는건가요? 말이 통 귀에 들어오지를 않네요.》

   《그럴거야 몹시 놀랜 가슴이 돼놔서.》

   《절 믿고 오셨으니 이렇게 하자요. 내 말을 들어야해요. 지금이 어느땐가요. 몸에 철붙이같은건 갖고있지 않나요?》

   《없습넨다. 보시오, 청자한자루도 건사못한 알몸입니다요.》

    왕견은 그녀의 앞에서 되도록 차근하게 자기가 데리고있던 독립패가 당한 불행을 쭉 말했다. 거짓없이 엮어진 전투담은 반일감정이 죽지 않고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었던 녀인의 심금을 울려놓으면서 하츰 련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천옥령은 그를 구해주기로 맘먹었다.   

   《우리 집 사람은 맘놔요. 내가 있잖은가요.》

   《그러니 이 호두정만(왕씨)이는 발이 안빠질거란 말이지유!》

   《내가 남편이 거기를 붙잡지 못하게 할텝니다.》

    왕견은 과연기뻤다.

    천옥령은 세수물을 떠놓았다.

    그리고나서는 돈지갑을 찾았다.

   《엣어요. 이 돈을 쓰세요.》

    그녀는 왕견이 세수를 다하자 돈을 얼마가량주면서 그보고 멀리가지 말고 자기집에서 약 20보쯤 가까이에 있는 작은 리발관에 가서 우선 머리부터 깎으라했다.

    왕견은 옥령이 시키는대로했다.

    그녀는 왕견이 리발을 다 하자 그길로 데리고 려관에 가 자리를 잡아주었다. 려관주인이 그녀와는 외가친척이 되었다. 

    저녁때 남편이 퇴근하여 집에 오자 천옥령은 이 일을 그한테 말했다. 남편은 듣고서 깜짝 놀랬다. 하지만 그는 안해가 이미 써놓은 죽이라 하는수 없이 그녀의 주장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적경찰이였는데 경장몰래 왕견에게 신분증을 해주었다.

    왕견은 그걸 가지고 석금강에 가 금점꾼노릇을 하기시작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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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아를 고르다ㅡ돈을 나누어 주다.   *  방표ㅡ인질로 붇잡다.  *마달산ㅡ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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