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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의 ‘원화관(源花觀)’에 대한 나의 이견(異見) (김정룡)
2008년 02월 15일 10시 41분  조회:6006  추천:66  작성자: 김정룡

23. 도올 선생의 ‘원화관(源花觀)’에 대한 나의 이견(異見)  


김정룡
 
 

 필자가 전문루트를 거치지 않고 동서양의 역사, 종교, 문화, 철학 등 많은 지식을  빨리 습득하게 된 지름길이 바로 도올 선생의 40여 권의 저서와 모든 TV강의를 빼놓지 않고 보고 들은 덕분이 크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서 도올 선생을 가장 존경한다. 하지만 나는 주제넘게 도올 선생의 일부 학술에 대해 이견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그이의 ‘원화관’에 대해 나의 소견을 말해보려고 한다. 

 ‘원화’란 신라 화랑의 전신이며 화랑도는 우리민족역사에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조선상고사>>의 저자 신채호는 “화랑을 모르고 조선사를 말하는 것은 마치 골을 빼고 그 사람의 정신을 운운하는 것처럼 우매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날까지 화랑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화랑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 실정이다. 

 도올 선생은 저서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서 ‘원화’의 기원을 동양의 신화, 종교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불교의 연꽃에 연관시켜 풀이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우선 우리는 ‘화랑’이 되었든 ‘원화’가 되었든 그 주요한 이미지가 ‘꽃’과 관련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꽃’이란 무엇인가?······이 꽃의 이미지는 인도의 고유한 브라만교의 세계관에서 유래되는 것인데, 우주의 태초에 큰 바다 속에서 비슈누신이 출현하여 이 세상의 모든 천개의 꽃잎이 달린 금색의 연꽃이 피어나는데 그 연꽃 속에서 분천왕이 출현하여 이 세상의 모든 생류를 낳았다는 신화로부터 그 이미지가 발전한 것이다.······화랑은 곧 화엄(華嚴)의 랑이며 즉 ‘화랑세계’에 출현한 깨끗한 어린 영혼인 것이다. 그 화랑을 최초에 여성으로 했던 것은 곧 신라풍교의 무속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여성의 특수한 감수체계와 관련이 있다. 오늘날까지도 강신무당의 주류가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1)

  이상 도올 선생의 ‘원화관’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 도올 선생은 원화와 화랑을 구분하지 않고 혼동해서 언급했다고 본다.
 <<삼국유사>>에 “왕(진흥왕)은 천성이 풍미하여 크게 신선을 숭상하고 낭자의 아름다운 자를 가리어 원화로 받들었다.1)”라는 대목이 있다. 이병도의 역주에 의하면 ‘원화제의 시초는 진흥왕(534~576) 때가 아니라 훨씬 오랜 옛날에 속했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병도의 이 관점에 동의한다. 

 만약 원화제가 진흥왕 때에 앞서 훨씬 오래되었다고 한다면, 불교가 법흥왕(?~540) 집정 시에 정식으로 국교(527년)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화는 불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이 신라원시종교신앙의 산물이라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나. 도올 선생은 원화와 화랑의 ‘화’가 모두 불교의 연꽃과 관련된다고 해석하였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 생각한다. 만약 화랑이 불교가 한참 발흥하기 시작할 때 세상에 등장했다 손치더라도 화랑의 전신이 원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가 불교의 연꽃에서 유래되었다고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 도올 선생이 화랑이 최초에 여성이었던 것을 신라의 고유무속과 연관시켰고, 그것을 여성의 특수한 감수성, 또한 강신무당이 여성이 주류라는 현상과 맞물리는 것으로 풀이했는데, 이는 역사적 유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원화란 도대체 무엇이며 또 어떻게 유래되었을까?원화는 한문으로 ‘源花’이다. ‘源’은 근원 즉 ‘뿌리’를 뜻하며 ‘花’는 꽃을 의미한다. ‘원’과 ‘화’의 합성어인 원화는 꽃의 시초(시조)를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꽃은 자연의 꽃이 아니라 여성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신라의 원화는 여성의 시조, 즉 선비(先妣)이다.

 선비(先妣)를 또 여이(女夷)라 한다. 여기서 ‘夷’는 오랑캐란 뜻이 아니라 근본, 근원 즉 최초라는 뜻이며 여이(女夷)는 최초의 여성을 지칭한다. 하지만 후세에 내려오면서 선비(先妣)와 여이(女夷)는 모계시대의 여왕을 의미하는 호칭으로 되었다. 

 <<회남자·천문훈(淮南子·天文訓)>>에 이르기를, “여이(女夷)가 북치고 노래부르면서 하늘의 조화를 관장하고 백곡, 금수, 초목을 생장케 한다.1)”고 했다. 고유(高誘)가 주를 달기를, “여이(女夷)는 봄과 여름의 생장을 관장하는 신1)”이라고 했으며, 풍응경(馮應京)은 그의 <<월령광의(月令廣義)>>에서 “여이(女夷)는 곧 화신(花神)”이라고 말했다. <<중국신화연구>>의 저자 오천명(吳天明)은 “이른바 여이(女夷), 화신(花神)이란 곧 원시모권제시대의 부족두령과 제사를 겸한 여신1)”이라고 지적했다. 

 여자를 꽃에 비유하고 꽃이 여자를 상징하는 것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꽃이 열매를 맺는 동일한 생산성에 의해 유래된 것이다. 이런 의미로부터 볼 때 원화는 곧 여이(女夷)이며, 화신(花神)이며 만물의 생장을 주재하는 선비신(先妣神)이다. 

 헌데 모권제시대의 선비신(先妣神)의 이미지는 서왕모의 본래 모습처럼 사납고 흉측한 반인반수형이었다. 그러다가 부권제시대에 진입하면서 서왕모를 비롯한 선비신(先妣神)들은 양귀비처럼 아릿다운 모습으로 변모되었으며, 중국에서는 연나라 때 젊고 예쁜 ‘여중의 여’를 물색하여 원화로 삼고 국선으로 모시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는 모계시대 여성숭배의 잔재현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신라의 원화제가 연나라의 원화 풍속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신라의 원화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진흥왕 때 원화제를 폐지하고 젊고 영준하게 생긴 남아를 골라 남분여장시켜 ‘화낭(花娘)’이라 불렀으며 원화를 대신케 했다. 그러다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의 대량협공에 의해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젊은이들의 전의를 불러일으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자를 상징하는 ‘화낭(花娘)’을 ‘화랑(花郞)’이라 고쳐 부르고 본격적으로 화랑도를 진흥시켜 수많은 젊은 장수를 배출해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게 된 데는 물론 당제국과 연맹을 맺은 것이 주요하지만 신라 자체가 화랑도를 통해 강대해졌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신라의 원화와 화랑은 도올 선생이 주장한 것처럼 불교와 관련이 없이 동양의 고유한 신화와 종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주해 1. 도올 김용옥 저,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통나무, 1989년, P201.

      2. 第二十四眞興王······天性風味, 多尙神仙, 擇人家娘子美艶者, 捧爲源花.

       3. 女夷鼓歌, 以司天和, 以長百谷, 禽獸, 草木.

       4. 女夷, 主春夏長養之神也.

       5. 吳天明著, <<中國神話硏究>>, 中央編譯出版社, 2003年,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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