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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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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81
2015년 02월 11일 16시 40분  조회:1687  추천:0  작성자: 죽림

801□청춘□김태동, 문학과지성 시인선 224, 문학과지성사, 1999

  방법이 정신을 앞서나간 경우라 하겠다. 사물과 현상간의 동일성을 찾아내는 것이 시의 오랜 전통인데, 그 전통을 깨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고, 그것은 곧 시의 외연을 넓히는 일 이외에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여태까지 실험을 해온 결과였다. 위치 맞바꾸기를 한다고 해서 동일성의 바깥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거나 무시이다. 위치 맞바꾸기 역시 동일성의 바탕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선 새로운 시각을 추구하는 패기가 좋다.

  시집 전체에 죽음이 득시글거린다. 죽음을 이토록 깊이 파고든 경우가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확 잡아끈다. 이 죽음의 의미는 좀더 넓은 시각을 갖춘 자가 밝혀야 할 부분이지만, <그 자리에 서보기 수법>은 나의 추체험에 의존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늘 관념성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친 자들은 살아남기 어렵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주인공이 그랬고, 기형도가 그랬으나, 서정주는 신라로 뺑소니쳤으니, 방법이 없지는 않은 셈이다.★★☆☆☆[4337. 8. 27.]

 

802□아, 입이 없는 것들□이성복, 문학과지성 시인선 275, 문학과지성사, 2003

  벌써 30년째 똑같은 잔소리를 하고 있다면 듣는 사람의 지겨움은 그렇다 쳐도 말하는 사람 자신도 지겨울 법도 한데, 이렇게 지치지 않는 것은 열정을 넘어 시에 대한 신념이랄 수밖에 없겠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을 반복하여 말하는 사람도 측은하겠지만 듣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몇 번 물을 부어 우려낸 뼈다귀국물처럼 삶의 쓸쓸함은 시의 영원한 주제여서 거기에 충실한 몇 시인들이 주변에는 있다. 애써 찾아낸 다양한 이미지들을 재편집해줄 든든한 빽으로 그 쓸쓸함을 잘 활용하는 것 역시 능력이라고 봐도 되겠다. 시집의 절반 가량이 시를 위한 초고 수준에 머물러있다. 실험시가 아니라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성실성이 문제가 된다.★★☆☆☆[4337. 8. 27.]

 

803□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복거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257, 문학과지성사, 2001

  시의 사유는 강렬한 집중성이다. 그것은 시가 길어져도 마찬가지이다. 긴 시가 몇 편 있는데, 소설가답게 그 전개 수법이나 호흡이 유장하고 좋다. 그런데 다루는 주제가 반복되고 있고, 화자 바꿔서 이야기하는 소설의 흔적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다. 소설 같은 시가 없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력의 색깔이 다분히 논리를 깔고 있어서 메마르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소설이 갖는 논리가 시의 짧은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자는 정말 거북하다.★☆☆☆☆[4337. 8. 27.]

 

804□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신대철, 문학과지성 시인선 249, 문학과지성사, 2000

  시가 참 단단하다. 꼭 필요한 장면만 선택해서 할 말을 대신하게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너무 자연 속으로 침잠한 탓일까?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집 전체로 보면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압도하듯 많은데, 거기에 딸린 이야기들은 두셋으로 초점이 갈라진다. 특히 사람을 다루면서 줄거리가 끼어들어 다소 설명에 가까운 상황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 자연은 그런 설명의 배경으로 물러나게 된다. 아무래도 자연에 대한 집중이 주제의 후퇴를 가져온 것 같다. 한자는 자연스러움을 막는 장애이다.★★☆☆☆[4337. 8. 27.]

 

805□그늘 반 근□김영태, 문학과지성 시인선 242, 문학과지성사, 2000

  이런 시들을 보면 낯설다. 동원되는 말과 체험이 전혀 내 생각의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는 물론 말과 경험까지도 낯설다. 이 경우 잘만 하면 생애 자체가 시가 되는 경우이다. 단, 그것이 독자의 이해가 가능하도록 배려할 경우이다. 그러나 체험의 특수성이 일반인들에게 이해되도록 하려면 천상 설명을 하게 되고, 설명을 하면 시는 늘어지고 만다. 그것이 문제다. 설명하지 않으려다 보니 자신의 느낌을 나열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독자에게는 뜬금 없는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시의 체험은 특수하지만, 그 체험을 통해서 시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특수성과 일반성이 결합된 교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수한 체험사실을 묘사하면서 그 특수성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는 판단이 든다.★★☆☆☆[4337. 8. 27.]

 

806□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김혜순, 문학과지성 시인선 243, 문학과지성사, 2000

  시를 밀고 가는 뚝심도 좋고, 말을 하기 위한 발상도 신선하다. 그러나 너무 길다. 시는 경제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갈래이다. 그 경제성의 원칙을 벗어나려는 것은 반드시 어떤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의도가, 시가 펼치고 뻗어가는 데 도움이 되어야지, 오히려 시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면 그건 결코 칭찬 받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도시의 정서를 드러내기 위해서 일부러 장황한 어법을 활용하는 모양인데, 그 어법이 적절할 때가 있고 적절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많은 시들이 적절하지 못한 어법 위에 놓여있어서, 칭찬 받기 어려운 지경까지 가있다. 한자와 영어 알파벳이 뒤섞여 정신이 없다.★★☆☆☆[4337. 8. 28.]

 

807□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임동확, 민음의 시 31, 민음사, 1990

  이성이 가르치지 못하는 것을 시가 말한다면,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을 노래하는 작품이 하나쯤 있는 것도 좋으리라. 시는 양심이 뒤척이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한자는 역사의 혹이기도 하다.★★★☆☆[4337. 8. 28.]

 

808□잘 가라 내 청춘□이상희, 민음의 시 25, 민음사, 1989

  도대체 사춘기 정서를 못 벗어나고 있다. 이른바 여류시가 갖는 단점을 거의 다 갖추었다. 말들이 애매한 위치에서 애매한 감정을 건드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 시다운 시는 <봉함엽서> 뿐이다. 시가 되려면 먼저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것부터 단단히 따져서 정한 다음에 시를 쓸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애매한 태도와 정서를 벗어나기는 힘들다.★☆☆☆☆[4337. 8. 28.]

 

809□꽃은 푸른 빛을 피하고□박재삼, 민음의 시 35, 민음사, 1991

  나이가 들어가면 직관이 발달하는 것일까? 아니면 오랜 관찰이 얻는 우주율의 세계를 보는 것일까? 시간의 고민이 많고, 시간에 관한 관찰의 결과가 시 곳곳에서 번득이고 있다. 시가 작은 관찰에서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관찰이 독자의 심금을 퉁겨줄 때 비로소 그 감동은 성립한다. 대부분의 시들이 섬세한 관찰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것이 아무래도 주제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과,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무력해지는 한 개체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는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관찰이 거의 말로 진행되다 보니 시가 짧은 데도 길다는 느낌이 든다. 한자는 불편하다.★★☆☆☆[4337. 8. 29.]

 

810□진흙소를 타고□최승호, 민음의 시 8, 민음사, 1987

  시집 전체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죽어가는 것과 죽음에 대한 관찰이 아주 섬세하고 할말 역시 적절하게 소재를 따라가면서 전개되었다. 그런데 시집 전체를 읽으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어딘가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좀 우스운 냄새도 나고, 풍자 같은 냄새도 풍기고, 야유 같은 분위기도 서린다. 죽음을 천착하는 것은 그 대척점의 삶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존재의 소멸과 현존하는 삶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그런데 죽음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동작이 우스꽝스러워진다. 결국 이 시집의 죽음이라는 주제는 집착이 강할수록 삶의 양상이 희화화되는 것을 면치 못한 셈이다.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못하고 미리 설정된 어떤 관념으로 본 셈이다. 그것만이 죽음으로 빨려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임을 눈치챈 것 같다. 죽음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서 살아난 사람들은 무당들뿐이다. 시인 중에는 아직까지 그런 사람이 없다. 한자도 죽음을 구원하지 못한다.★★★☆☆[4337.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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