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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시 모음 ㄴ
2015년 02월 19일 01시 38분  조회:2731  추천:1  작성자: 죽림

 

4월의 시 모음

seorabeol_T.H.S

 

 

 

 

 

01_들녘에 서서

김석규_

 

 

겨울이 왔다고 말했을 때부터

겨울은 가고 있었던 것

어둠과 참고 견디기 어려웠던 추위의 끝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새로 돋는 풀잎이고 싶다.

 

 

 

 

 

 

 

02_윤사월

박목월_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

 

 

 

 

 

 

03_껍데기는 가라

신동엽_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04_개화

이호우_

 

 

꽃이 피네 한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05_조춘

정인보_

 

 

그럴싸 그러한지 솔잎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울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06_4월

전봉건_

 

 

무언지......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만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새 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시의

샛말간 살결인 양

 

 

 

 

 

07_

윤동주_

 

 

 

 

 

봄이 혈관 속에 혈관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진달래,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08_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_

 

 

4월_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함께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먹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09_봄이 오는 소리

권우상_

 

 

언 땅이 풀리고 아지랑이가 살금살금 기지개를 켜면

내 고장 들녘은 봄이 오는 소리로 가득 찬다.

삘릴리 삘릴리 아이들의 피리 소리에 개나리는 얼굴이 노래지고,

삘릴리 삘릴리 아이들의 버들피리 소리가

목련 나무에 매달리면 하얗게 목련이 웃는다.

내 고향 마을을 갔다 오면 ,

호주머니 속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가 쏟아지고

잠이 들어도 꿈속에서 봄이 오는 소리만 귀에 들린다.

 

 

 

 

 

10_ 

김진성_

 

 

사랑이 태도를 바꾸어

밀착하고 또 밀착하면서

왜 입술도 허럭하는가 했더니

종다리 아지랑이

솟아 오르는 봄이로구나

 

 

 

 

 

 

11_ 황무지 중 埋葬에서

T.S.엘리어트_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나고

(Breeding Lilacs out of dead land)

추억과 욕정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 줬거니........

 

 

 

 

 

12_ R브라우닝

 

해는 봄. 날은 아침. 아침은 일곱시.

이슬은 둔덕에 방울방울 빛나고

종달새 나래 쳐 오를 때

달팽이는 풀숲으로 기어다닌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이 세상은 모두 태평하다

 

 

 

 

 

 

 

13_심호은자_尋胡隱者

高啓(고계, 명나라 시인)_

 

 

물을 건너고서 다시 물을 건너고,

꽃을 보고서 다시 꽃을 보노라.

봄바람이 부는 강길 위의 경치에 도취되어

그대의 집에 벌써 도착된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도다.

(渡水復渡水 看花還看花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14 _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_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 어디 있으랴

꽃소식 환한 마음 보듬어

희망의 불 지펴 내일을 열자

 

 

 

 

 

15_개나리 중에서

이해인_

 

 

 

눈 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 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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