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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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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 모음 ㄷ
2015년 02월 19일 02시 44분  조회:3178  추천:0  작성자: 죽림
 
 
<10월 시 모음>  
 
 
 
+ 가을·2 

우리 모두 
시월의 능금이 되게 하소서. 
사과알에 찰찰 넘치는 햇살이 
그 햇살로 출렁대는 아아, 남국의 바람. 
어머니 입김 같은 바람이게 하옵소서, 
여름내 근면했던 원정(園丁)은 
빈 가슴에 낙엽을 받으면서, 짐을 꾸리고 
우리의 가련한 소망이 능금처럼 
익어갈 때, 
겨울은 숲 속에서 꿈을 헐벗고 있습니다. 
어둡고 긴 밤을 위하여 
어머니는 자장가를 배우고 
우리들은 영혼의 복도에서 등불을 켜드는 시간, 
싱그런 한 알의 능금을 깨물면 
한 모금, 투명한 진리가, 아아, 
목숨을 적시는 은총의 가을. 
시월에는 우리 모두 
능금이 되게 하소서. 
능금알에 찰찰 넘치는 
햇살이 되게 하소서. 
(오세영·시인, 1942-) 

 
+ 10월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소(沼)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 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가을 하늘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목필균·시인) 

 
+ 10월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문인수·시인) 



 
 
+ 시월(十月) 
  
가을은 쓸쓸하나 
시월은 슬프잖고 

가을은 외로우나 
시월은 고독찮네 

루루루 
풍성한 시월 
노래하며 보낼래 
(오정방·시인, 1941-) 




 
 
+ 가을 하늘 

연못에 가을 하늘이 
파랗게 빠져 있다. 

두 손으로 건져내려고 
살며시 떠올리면 
미꾸라지 빠지듯 

조르르 손가락 새로 
쏟아지는 가을 하늘 
(최만조·아동문학가) 

 
+ 누가 쏘았을까, 10월 심장을    

누가 10월 심장을 쏘았기에  
첩첩 산마다 선혈 낭자할까 
골골 들녘마다 억새강이 흐를까. 
내 안 뜨겁게 달구던 피도 흘러나가  
가슴 저며 시려 오는 걸까. 
(원영래·시인, 1957-)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10月 어느 날 

10月 태양빛에 
가득 찬 오늘 
나 죽어도 좋으리 

10月 비껴진 햇빛에 
코스모스 흐느끼는 이 날 
나 생을 마쳐도 좋으리 

들국화 비에 젖는 
10月 어느 날 
나 본향으로 돌아가도 좋으리. 
(홍경임·시인, 경기도 안성 출생) 



 
 
+ 가을 하늘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 같고 

넓기도 하거니와 
맑기는 명경明鏡일세 

가을 하늘 
우러러보며 
지순至純함을 배우네 
(오정방·시인, 1941-) 
* 명경: 맑은 거울.


 
+ 시월 비 

우수수 
지는 낙엽은 
나무의 한쪽 밑동에만 
쌓이고 

뚝- 뚝- 
떨구는 빗방울은 
내 한쪽 가슴만 
적시운다 
(정소슬·시인, 1957-) 



 
+ 시월 

하늘에서 걸려오는 전화벨소리 
떼각떼각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소리 
사무실이 바닥보다 창문 높이로 올라서고 
벽에서는 횟가루 대신 구름냄새가 난다. 
먼 구름에서 알밤이 빠지듯 
너는 그렇게 내 품에 떨어진다. 
너의 얼굴을 보면 보석을 머금고 있는 것이 
석류만이 아닌 것을 안다. 
너의 가슴을 보면 
사과나무 가지가 휘어진다. 
서류뭉치들이 연이 되어 나르고 
시계추 끝에선 포도송이가 여린다. 
시월은 하늘과 
하늘의 친척들이 몰려오는 달 
꿈과 기다림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온 도시가 잠깐 
하늘의 식민지가 되는 
(민용태·시인, 1943-)


+ 가을 하늘 아래 서면 

가을 하늘 아래 서면 
화살처럼 꽂히는 햇살에 맞아 
늘 
아프고 부끄럽더라 

얼마쯤 잊어버린 죄책감을 꺼내어 
맑은 물에 새로이 헹궈 
깃대 끝 제일 높이 매달고 싶더라 

크신 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괜찮다 
괜찮다고 속삭일 때까지 
밤새워 참회록을 쓰고 싶더라 
(강진규·시인, 서울 출생)
 
 
 
 
 
 
 
내 인생의 아름다운 가을을 위해


가을은 소리 없이
뜨거운 불길로 와서
오색 빛깔로 곱게 타올라
찬란한 황혼의 향연을 벌려 놓았다.

먼 훗날 다가 올
내 인생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고운 모습으로 맞이하기 위해
영혼을 맑히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사랑으로 가득 채워
여유롭고 향기 가득한 얼굴로
피어 나게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맞이하기 위해
지나치게 차오르는 욕심은 털어내고

현실에 만족하려 노력해
항상 감사하고 늘 웃으리라.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덕을 쌓는 일에 힘을 쏟으리라.

알찬 인생의 열매를 맺기위해
내 삶의 밭을 기름지게 일구고
튼실한 씨앗을 심으리라.



-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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