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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 모음 ㄴ
2015년 02월 19일 02시 42분  조회:2736  추천:0  작성자: 죽림

10월의 탄생인 친구님들께도 축하드립니다.

 

 

 

10월의 시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도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 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한점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 일지라도

자꾸 갈아 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 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 준 그 한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 주소서

 


 

 

 

10월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께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께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없이 부칠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10월의 시 / 이재호

 

왜 그런지 모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가을비는 싫다.

 

새파랗게 달빛이라도 쏟아지면

나는 쓸쓸한 느낌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낙엽이 떨어진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또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만 한 것은

군밤이나 은행을 굽는 냄새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왜 살부빔이 그리운가.

사랑이란 말은

왜 나에게 따뜻하지 않은가.

바람이 분다.

춥다.

옷깃을 여민다.

내 등뒤에는 등을 돌리고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울음처럼 들린다.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10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 임금히 노래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가을·2 

우리 모두 
시월의 능금이 되게 하소서. 
사과알에 찰찰 넘치는 햇살이 
그 햇살로 출렁대는 아아, 남국의 바람. 
어머니 입김 같은 바람이게 하옵소서, 
여름내 근면했던 원정(園丁)은 
빈 가슴에 낙엽을 받으면서, 짐을 꾸리고 
우리의 가련한 소망이 능금처럼 
익어갈 때, 
겨울은 숲 속에서 꿈을 헐벗고 있습니다. 
어둡고 긴 밤을 위하여 
어머니는 자장가를 배우고 
우리들은 영혼의 복도에서 등불을 켜드는 시간, 
싱그런 한 알의 능금을 깨물면 
한 모금, 투명한 진리가, 아아, 
목숨을 적시는 은총의 가을. 
시월에는 우리 모두 
능금이 되게 하소서. 
능금알에 찰찰 넘치는 
햇살이 되게 하소서. 
(오세영·시인, 1942-) 

 
+ 10월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소(沼)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 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가을 하늘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목필균·시인) 

 
+ 10월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문인수·시인) 



 
 
+ 시월(十月) 
  
가을은 쓸쓸하나 
시월은 슬프잖고 

가을은 외로우나 
시월은 고독찮네 

루루루 
풍성한 시월 
노래하며 보낼래 
(오정방·시인, 1941-) 




 
 
+ 가을 하늘 

연못에 가을 하늘이 
파랗게 빠져 있다. 

두 손으로 건져내려고 
살며시 떠올리면 
미꾸라지 빠지듯 

조르르 손가락 새로 
쏟아지는 가을 하늘 
(최만조·아동문학가) 

 
+ 누가 쏘았을까, 10월 심장을    

누가 10월 심장을 쏘았기에  
첩첩 산마다 선혈 낭자할까 
골골 들녘마다 억새강이 흐를까. 
내 안 뜨겁게 달구던 피도 흘러나가  
가슴 저며 시려 오는 걸까. 
(원영래·시인, 1957-)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10月 어느 날 

10月 태양빛에 
가득 찬 오늘 
나 죽어도 좋으리 

10月 비껴진 햇빛에 
코스모스 흐느끼는 이 날 
나 생을 마쳐도 좋으리 

들국화 비에 젖는 
10月 어느 날 
나 본향으로 돌아가도 좋으리. 
(홍경임·시인, 경기도 안성 출생) 



 
 
+ 가을 하늘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 같고 

넓기도 하거니와 
맑기는 명경明鏡일세 

가을 하늘 
우러러보며 
지순至純함을 배우네 
(오정방·시인, 1941-) 
* 명경: 맑은 거울.


 
+ 시월 비 

우수수 
지는 낙엽은 
나무의 한쪽 밑동에만 
쌓이고 

뚝- 뚝- 
떨구는 빗방울은 
내 한쪽 가슴만 
적시운다 
(정소슬·시인, 1957-) 



 
+ 시월 

하늘에서 걸려오는 전화벨소리 
떼각떼각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소리 
사무실이 바닥보다 창문 높이로 올라서고 
벽에서는 횟가루 대신 구름냄새가 난다. 
먼 구름에서 알밤이 빠지듯 
너는 그렇게 내 품에 떨어진다. 
너의 얼굴을 보면 보석을 머금고 있는 것이 
석류만이 아닌 것을 안다. 
너의 가슴을 보면 
사과나무 가지가 휘어진다. 
서류뭉치들이 연이 되어 나르고 
시계추 끝에선 포도송이가 여린다. 
시월은 하늘과 
하늘의 친척들이 몰려오는 달 
꿈과 기다림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온 도시가 잠깐 
하늘의 식민지가 되는 
(민용태·시인, 1943-)


+ 가을 하늘 아래 서면 

가을 하늘 아래 서면 
화살처럼 꽂히는 햇살에 맞아 
늘 
아프고 부끄럽더라 

얼마쯤 잊어버린 죄책감을 꺼내어 
맑은 물에 새로이 헹궈 
깃대 끝 제일 높이 매달고 싶더라 

크신 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괜찮다 
괜찮다고 속삭일 때까지 
밤새워 참회록을 쓰고 싶더라 
(강진규·시인,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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