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시론과 그 일화
2015년 04월 09일 22시 23분  조회:4348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론/시의 정의 

1. 시 론 

강의 목차에는 거창하게 '시론'이라고 넣어 놓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렵군요. 대학에서 '시론' 하나만으로도 한 학기는 필요할 텐데 더구나 詩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어찌 이 한 강에서 시론을 논하겠습니까? 
'論'자만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니 여기서는 '시론' 대신에 일화(逸話) 두어 개를 가볍게 소개하면서 '시론'에 대신할까 합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에게 심심풀이 땅콩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니 가볍게 읽되, 생각은 좀 깊이 해 보십시오. 

1) 일화 1 
이 일화는 P.발레리의 '문학단상(文學斷想)'에 나오는 드가와 말라르메에 관한 일화입니다. 
"드가는 시작(詩作)이 순조롭지 않거나, 시의 여신이 그를 저버렸거나, 그가 시의 여신을 잊고 있어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여러 예술가들에게 달려가 불평도 털어놓고, 조언도 구하곤 했다. 그는 때로는 에레디아에게, 때로는 스테판 말라르메에게 달려갔다. 그는 자기의 고통을, 갈망을, 마침내는 자기의 무능력을 늘어놓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난 온종일 이 빌어먹을 소네트를 쓰느라고 애를 썼소. 난 이 시를 써 보려고 그림도 제쳐놓고 완전히 하루를 바쳤단 말이오. 그런데도 내가 바라던 것을 쓸 수가 없었소. 이젠 머리가 다 지끈거리오.' 한번은 그런 얘기를 말라르메에게 하고 난 후에 마침내 이런 호소까지 털어놓았다. '난 왜 내가 짧은 시 한 편을 완성할 수 없는지 알 수가 없소.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넘칠 듯이 있는데도 말이오.' 이 말에 말라르메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드가, 시를 짓는 것은 생각들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오. 시는 말들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오.' 바로 이 말 속에 위대한 교훈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 글 속에서 여러분들 나름대로 '위대한 교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세요. 어려운 시론이 왜 따로 필요할까요? 

2) 일화 2 
이 일화는 '동인시화(東人詩話)'에 나오는 고려 시대의 시적(詩敵)이었던 정지상과 김부식에 관한 일화입니다. 
"고려의 정지상과 김부식은 서로 시적(詩敵)이었다.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관군의 사령관이었던 김부식은 정지상도 이 난에 관련되었다 하여, 평소 시에 있어서의 숙적이었던 그를 처형해 버렸다. 그 뒤 어느 봄날 김부식은 시 한 수를 지었다. '양류천록록(楊柳千綠綠) 도화만점홍(桃花滿點紅)[버들은 일천 가지로 푸르고 복사꽃은 일만 송이로 붉구나.]' 그러자 문득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 김부식의 뺨을 갈기면서 호령했다. '이놈아! 버드나무가 일천 가지인지 복사꽃이 일만 송이인지를 네가 세어 보았느냐? 왜 양류록록록(楊柳綠綠綠) 도화점점홍(桃花點點紅)[버들은 실실이 푸르고 복사꽃은 송이송이 붉구나.]이라고 못 하느냐?' 했다. 나중에 김부식은 어느 절간 변소에서 정지상의 귀신에게 불알을 잡아당기어 죽었다는 일화가 있다." 
별로 모양새가 좋은 일화는 아니지만 이 일화 속에서도 현명하신 여러분들께서는 아주 훌륭한 시론을 나름대로 터득하셨을 것입니다. 
딱딱한 시론보다야 재미있는 일화 속에서 스스로 노력하여 얻어내는 '시론'이 훨씬 더 값지고 오래 기억되지 않을 까요? 
물론 이 강의에서도 '시'의 어원부터 끄집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학자님들이나 할 일이고 우리는 생활 속에서 '시론'을 이해하도록 합시다. 그럼 여기서 호라티우스의 '시론'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음미해 보면서 '시론'은 마무리짓도록 합시다.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2. 詩의 정의(定義) 

'詩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人生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누가 이 질문에 대하여 만점 답안을 제출할 수 있을까요?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살고 간 선인들이 먼저 시를 쓰신 분들이 내린 그 수없이 많은 정의 중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기사 그 정의도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詩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詩는 운율에 의한 모방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의도 너무 광범위한 것이어서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범위를 좀더 좁혀서 내린 시의 정의를 찾아볼까요? 
이 때도 시의 정의를 기능과 효용 측면, 내용과 형식의 구분 측면, 그리고 구조나 구성 과정 측면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서는 그것도 골치 아픈 일이니 다 그만두고, 동서양의 시인들이 내린 정의 중에서 살펴보는 것이 그래도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문장백과대사전'을 펼쳐보면 詩에 대한 어록만도 백여 개가 훨씬 넘어서 그것을 다 살펴볼 수는 없는 일이라, 여기서는 나의 주관적 기준에서 선택하여 여러분들에게 보여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 시는 악마의 술이다. 
* 시란 美의 음악적인 창조이다. 
* 나에게 있어서 시는 목적이 아니고 정열이다. 
* 시는 최상의 마음의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한 편의 시란 그것이 영원한 진리로 표현된 인생의 의미이다. 
* 시의 목적은 진리나 도덕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시는 다만 시를 위한 표현인 것이다. 
* 시란 냉랭한 지식의 영역을 통과해서는 안 된다. ......시란 심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마음으로 통해야 한다. 
* 시란 간단히 말해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이고, 다양하게, 효과적으로 사물을 진술하는 방법이다. 
* 시의 언어는 필연적인 것같이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 시는 예술 속의 여왕이다.<스프라트> 
* 나이 어려서 시를 쓴다는 것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 시는 언제까지나 끈기 있게 기다리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은 일생을 두고, 그것도 될 수만 있으면 칠십 년, 혹은 팔십 년을 두고 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최후에 가서 서너 줄의 훌륭한 시가 씌어질 것이다. 
* 시란 진리며 단순성이다. 그것은 대상에 덮여 있던 상징과 암유(暗喩)의 때를 벗겨서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고, 비정하고 순수하게 될 정도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 시의 의미의 주된 효용은 독자의 습성을 만족시키고, 시가 그의 마음에 작용하는 동안 정신에 대해서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데 있다. 
* 시는 법칙이나 교훈에 의해 완성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감각과 신중함에 의해 완성될 수 있다. 
* 시는 보통의 이성의 한계를 지난 신성한 본능이며 비범한 영감이다. 
* 시의 으뜸가는 목적은 즐거움이다. 
* 시는 자기 속에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무 데에서도 찾지 못한다. 
*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은 모두가 그렇듯이 시도 경탄을 강요한다. 
* 빅토르 위고는 그의 전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詩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표현은 일종의 기이함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한 작품에 그런 직접적인 표현이 범람하고 있으면 그 작품 전체의 시적 아름다움을 말살하고 말 것이라고 증명하고 있다. 
* 시는 모든 지식의 숨결이자 정수(精髓)이다. 
* 시는 순간의 형이상학이다. 하나의 짤막한 시편 속에서 시는 우주의 비전과 영혼의 비밀과 존재와 사물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시가 단순히 삶의 시간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시는 삶만 못한 것이다. 시는 오로지 삶을 정지시키고 기쁨과 아픔의 변증법을 즉석에서 삶으로써만 삶 이상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때서야 시는 가장 산만하고 가장 이완된 존재가 그의 통일을 획득하는 근원적 동시성(同時性)의 원칙이 된다. 

- 시경(詩經)에 있는 삼백 편의 시는 한 마디로 말해 사악함이 없다.[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시삼백 일언이폐지왈 사무사)<공자/'論語' 爲政篇> 
- 시란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白居易>
- <시평(詩評)>에 이르기를, '기(氣)는 싱싱한 것을 숭상하고 말은 원숙코자 하는데, 초학(初學)의 시는 기가 싱싱한 다음이라야 장년이 되어서 기가 표일(飄逸)하고, 장년의 기가 표일한 다음이라야 노년이 되어서 기가 호탕(豪宕)하여진다.' 하였다.<崔滋/補閑集> 
- 시라는 것은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본디 비겁하다면 제 아무리 고상한 표현을 하려 해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사상이 본디 협애(狹隘)하다면 제 아무리 광활한 묘사를 하려 해도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를 쓰려고 할 때는 그 사상부터 단련하지 않으면 똥 무더기 속에서 깨끗한 물을 따라 내려는 것과 같아서 일생토록 애를 써도 이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천인 성명의 법칙을 연구하고 인심 도심의 분별을 살펴 그 때 묻은 잔재를 씻어 내고 그 깨끗한 진수를 발전시키면 된다.<정약용/贈言> 
-시란 곧 참이다<함석헌/아름다움에 대하여> 
-시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새로 출발하도록 고무하며 그 삶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게 할 것이다.<박두진/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시란 지. 정. 의가 합일된 그 무엇을 통하여 최초의 생명의 진실한 아름다움을 영원한 순간에 직관적으로 포착하여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조지훈/영원과 고독을 위한 단상> 
- 시를 쓴다는 것은 생에 대한 불타오르는 시인의 창조적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대상하는 인생을 보다 더 아름답게 영위하려고 의욕하고 그것을 추구. 갈망하는 데서 제작된다면 그 시인의 한 분신(分身)이 아닐 수 없다.<신석정/나는 시를 이렇게 생각한다> 
- 시에 있어서의 기술이란 필경 언어 사용술을 말하는 것인데, 시상은 언어를 통하여서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상에는 이미 거기에 해당되는 기술이 저절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 안에서 언어로 형성되는 시상을 그대로 문자로 옮기면 시가 된다.<오지호> 
- 시 또한 짙은 안개가 아닌가. 답이 없는 세계, 답이 있을 수 없는 세계, 그 안개 같은 실재를 지금 더듬고 있는 거다.<조병화/인생은 큰 안개이다.> 

이상에서 여러분들의 시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았는데, 너무 많이 제시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하나 하나가 자신의 시 창작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주 소중한 것들이라 최대한 많이 올렸으니, 그 속에서 여러분들도 나름대로의 시에 대한 정의 즉, '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03 중국 조선족 문단 "문화독립군"들 2016-11-11 0 3376
1802 "은진"과 동주 2016-11-11 0 3768
1801 "명동"과 동주 2016-11-11 0 3380
1800 詩人은 삶이란 진액을 증류해서 뽑아내는 련금술사이다... 2016-11-11 0 3125
1799 詩를 배우려는 초학자에게 보내는 편지 2016-11-11 0 3408
1798 詩란 의지와 령혼의 몸부림이다.../ 시의 흥취 10 2016-11-11 0 3303
1797 토템문화를 알아보다... 2016-11-11 0 3491
1796 가사창작할 때 <<아리랑>>을 람용하지 말자... 2016-11-10 0 3667
1795 개성이 없는 예술작품은 독자들의 호감을 살수 없다... 2016-11-10 0 3135
1794 가사창작도 예술품 제작이다... 2016-11-10 0 3634
1793 가사가 대중성이 없이 독서적인 향수를 느낄수 있어도 좋다... 2016-11-10 0 3688
1792 시조짓기에서 3장6구는 완결된 뜻의 장(章)을 이루어야... 2016-11-10 0 3611
1791 詩作할 때 민족의 정서와 녹익은 가락을 집어 넣어라... 2016-11-10 0 3583
1790 심련수, 27세의 짧은 생애에 근 250여편의 문학유고 남기다... 2016-11-10 0 3818
1789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11-10 0 3500
1788 일기책에 늘 단시를 적으라... 2016-11-10 0 3423
1787 詩는 그래도 탁마해야 제맛이 난다... 2016-11-10 0 3384
1786 세우는데는 석삼년, 허물어 버리는데는 "단 하루 아침" 2016-11-10 0 3504
1785 노루 친 막대기를 석삼년, 아니 30년 더 넘어 우려먹다... 2016-11-10 0 3814
1784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첫 "단행본아동작가론" 해빛 보다... 2016-11-10 0 3443
1783 詩人은 시시비비, 진진허허의 대문을 여는 도인이다... 2016-11-10 0 4087
1782 詩人이라 하여 모두가 詩人인것은 아니다... 2016-11-10 0 3540
1781 늦둥이 시인 하이퍼시집 낳다... 2016-11-10 0 4109
1780 중국 조선족 문단 생태문학을 알아보다... 2016-11-10 0 3611
1779 참된 문학은 머물러있는 문학, 가짜문학은 흘러가는 문학 2016-11-10 0 3756
1778 중국 조선족 시조문학을 파헤쳐보다... 2016-11-10 0 3870
1777 리상각 / 김관웅 / 조성일 / 허동식 2016-11-10 0 3921
1776 중국 조선족 록의 왕 - 최건도 음유시인 아니다?... 옳다...! 2016-11-10 0 3596
1775 윤동주의 시는 현실적 모순의 내면적인 목소리이다... 2016-11-10 0 3904
1774 "내 령혼이 내 말 속으로 들어간다"... 2016-11-09 0 3842
1773 詩는 감각과 정신을 제거한 무아에서 령감을 얻어 詩作해야... 2016-11-09 0 3385
1772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시에 젖은 아이들은 아름답다... 2016-11-07 0 4151
1771 詩는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2016-11-07 0 3900
1770 그는 그람이라는 칼을 집어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2016-11-07 0 4035
1769 거대한 장서더미속에서 맹인으로 보낸 인생의 후반부 빛났다... 2016-11-07 0 3809
1768 詩는 말을 넘어서 상징과 음악성속에 존재한다... 2016-11-07 0 5428
1767 최고의 작품은 최대의 상상에서 생긴다... 미국 포우 2016-11-07 0 4170
1766 가장 오랜전 <<령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者 - 플라톤...?...! 2016-11-07 0 3665
1765 중국 당나라 녀류시인 - 설도 2016-11-07 0 3847
1764 중국 유명한 시인들을 알아보기 2016-11-07 0 3678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