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아내> 시모음
2015년 07월 18일 20시 45분  조회:4681  추천:0  작성자: 죽림



 

  

 

 

 

     아내의 얼굴 / 李 誠 

 

 

 

     아름다운 금잔화꽃밭을 

     무거운 수레가 깊은 

     자국을 남기며 지나갔다

 

 

 

 

 

 

 

 

 

   

 

 

아내 / 윤수천 

 

 

 

아내는 거울 앞에 앉을때마다
억울하다며 나를 돌아다본다


아무개 집안에 시집 와서 
늘은 거라고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과 
하얀 머리카락뿐이라고 한다

 

아내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모두가 올바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내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슬그머니 돌아앉아 신문을 뒤적인다

 

내 등에는 
아내의 눈딱지가 껌처럼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잠시 후면 
아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딱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환하도록 문지르고 닦아 
윤을 반짝반짝 내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a journey called life, barog

 

 

 

 

아내에게 / 유용주 

 

 

90밀리 못 하나가 
무게 1톤을 감당한다고 하는데 
75킬로그램 내 한 몸이 지탱하는 
생의 하중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무겁게 이끌고 왔는지 
하찮은 내 무게에 늘 삐그덕 삐그덕댔지 
타이어가 뭉개지도록 가득 실은 모래와 자갈, 
그 위에 시멘트를 얹고 
길은 어둡고 날은 사납다 
......... 
오오 아내여 
뒤를 미는 아내여

 

 

 

 

 

Rhino

  

 

아내 / 공 광규


아내를 들어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The ring

  

 

무량사 한 채 / 공 광 규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 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Pilgrim talking a bath in the Ganges

  

 

아내의 구두 / 박정원 

 

 

아내의 구두굽을 몰래 훔쳐본다

닳아 없어진 두께는 곧 아내가 움직였을 거리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만 기대었던 굽이

다른 한쪽 굽을 더 깊게 파이게 했다

덜 파인 쪽에 힘을 주면 굽의 높이가 같아질까

나를 받아주기 위해 제 몸만 넓혀갔지

헐렁헐렁한 건강 한 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구두

밑창을 갈면 왠지 낯설 것 같은 구두, 버리면

지나간 가난이 서리발처럼 일어설 것 같아

신발장에 슬며시 들여놓는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으며 눈물 흘렸을 때

군말없이 동행해주었던 구두

핼쑥해진 아내의 얼굴처럼 광택이 나지 않는 구두

아무렇게나 신어도 쑥쑥 들어가는 구두가

보약 한 번 먹이지 못한 아내 같다

키를 맞추겠다면서

높은 구두는 고르지도 않던 아내에게

숫처녀 같은 구두 한 켤레 사주고 싶다

 

 

 

 

 

 

 

잠모습 아내 / 천상병 

 

 

어이없게 어이없게 깊게 짙게 
영! 영! 여천사 같구나야! 
시간 어이없게 이른 새벽! 
8월 19일 2시 15분이니 
모름지기 이러리라 짐작 되지만 
목순옥 아내는 
다만 혼자서 아주 형편없이 조그만 
찻집 귀천을 경영하면서 
다달이 이십만원 안팎의 순이익(純利益)올려서 
충분히 우리 부부와 동거하고 있는 
어머니(사실은 장모님)와 조카 
스무살짜리 귀엽기 짝없는 목영진 
애기 아가씨와 
합계 네사람 생활, 보장해 주고 
또 다달이 약 오만원 가량 
다달이 저금하니 
우리 네 가족 초소시민층(超小市民層)밖에 안돼도 
그래도 말입니다! 
나는 담배 - 그것도 내 목구멍에 
제일 순수한 담배 골라 피울 수 있고요! 
술은 춘천의료원 511호실에서 
보낸 날수로 따져서 말해요! 
1월 20일에서 1월 17일까지니 
담배 더러 피우긴 했었지만 
그러니 불법(不法)적으로 
피운긴 했어도 
간호원이나 기분 언짢고 그래서 지금 금연중이고 
소설가인 이외수(李外秀)씨와 이름잊은 제수씨가 퇴원때 
집에 와서 
한달동안 지기들 집에서 머물러 달라고 부부끼리 간청했지만...... 
다 무시하고 
어머니와 영진이가 있는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직귀(直歸)했습니다! 
아내야 아내야 잠자는 아내야! 
그렇잖니 그렇잖니.

 

 

 

 

 

  

 

이십대 마지막 아내 / 전남진

 

 

이십대 마지막 아내가 잠들어 있다 
손을 뻗어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얼굴을 만진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가 따뜻하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는 아이를 갖고 있다 
아이는 엄마의 마지막 이십대에 태어날 것이다 
아내의 마지막 이십대는 분만의 고통에 바쳐질 것이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볼이 붉다 
붉어서 황홀하다 
나의 황홀한 비애에도 아내는 눈을 뜨지 않는다 
아내의 마지막 이십대는 늦잠처럼 느리게 갈 것이지만 
일요일처럼 빨리 가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잠든 얼굴에 
햇살이 선을 긋는다 
손을 뻗어 선의 골짜기를 쓸어내리면 
지나간 연애가 만져질까 
이십대 마지막 아내가 내 손을 걷어내고 돌아눕는다 
내 이십대의 마지막에도 
그 누군가에게서 돌아누웠던 것처럼 
일요일 아침,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잠이 느리게 간다. 
 

 

 

 

 

 

Boy with Pig for Sale, Chichicastenango, Guatemala

 

 

아내의 가방 / 김륭



아내에겐 가방이 많다 
시집올 때 가져온 악어가죽 핸드백이 새끼를 친다. 평범한 디자인의 
손가방만 네 개에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크로스백과 토끼털 고급 토트 
백 벨로체 다용도 보조가방 루이비통 복조리백이 있다. 
여우꼬리가 장식으로 달린 김희선 숄더백은 지난달 카드로 긁었다. 

쥐꼬리 월급에 목을 매고 사는 나는 
언제나 성性에 차지 않는 아내의 가방 욕심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시뻘건 고무장갑을 끼고 매일 아침 찌-익, 여행용가방 지퍼를 열듯 
방바닥에 눌러 붙은 내 배를 가르는 아내, 음매음매 눈으로 우는 소가 
죽지갑을 꺼내고 회사근처 지하노래방 마이크와 맥주병을 찾아내고 
아뿔싸! 미스 金 입술도장까지 꺼낸다. 

할부금처럼 밀린 섹스에게 잽싸게 칫솔을 물리자 
지글거리는 프라이팬, 신이 났다. 
속까지 부실하면 안 된다고 우유 한잔에 토스트 한 조각 물려주는 
아내, 넥타이 꽉 졸라매면 루이비통 스타일의 복조리백이 되는 얼굴 
에 쪽쪽 뽀뽀도 해준다. 

아침에 꺼낸 것들, 검은 비닐봉지나 장바구니로 담아올 수 없는 그것들 
빳빳하고 싱싱하게 다시 채워오라고 
날이 갈수록 배 불룩해지는 비닐가죽가방 하나 
문밖으로 떠밀어놓는다.

 

 

 

 

 

Man in red smoking

  

 

아내의 재봉틀 / 김 신용

 

 

수의를 만들면서도 아내의 재봉틀은
토담 귀퉁이의 조그만 텃밭을 깁는다 
죽은 사람이 입는 옷, 수의를 만들면서도 
아내의 재봉틀은 푸성귀가 자라고 
발갛게 익은 고추들이 널린 햇빛 넓은 마당을 깁는다 
아내의 가내공장, 반지하방의 방 한 칸 
방 한 가운데, 다른 가구들은 다 밀어내고 
그 방의 주인처럼 앉아 있는 아내의 재봉틀, 
양철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맨발의 빗소리 같은 경쾌함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자급자족할, 지상의 집 한 칸을 꿈꾸고 있다 
지금, 토담 안의 마당에서는 하늘의 재봉틀인 구름이 
비의 빛나는 바늘로 풀잎을 깁고,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깁고 있을 것이다 
모든 생명들을 기운 자국 하나 없이 깁는 고요한 구름의 재봉틀, 
그 천의무봉의 손이듯, 아내의 구름인 재봉틀은 
지상의 마지막 옷, 수의를 지으면서도 
완강한 생활의 가위로 시간의 자투리까지 재단해 
가계(家計)의 끈질긴 성질을 깁는다 

 

 

 

 

 

 

Ostrich (Struthio camelus), Ngorongoro Crater

  

 

아내 / 박제영

 

 

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요.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요. 언제까지 내가 당신을 돌봐줄 수는 없을 테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아내는 섭섭하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더래요.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그랬대요. 저 여자 참 부럽다. 그랬더니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예요. 아주머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주머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거르고 아주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지요.

 

기운내요. 여보.

이럴 때 오히려 당당하게 보여야 해요.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

 

 

 

 

 

What's down there ... ?

  

 

아내의 문신 / 박완호



1
아내의 몸 속엔 내가 지나온 길들이 들어 있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제 속에 감추고 있던 길들을 꺼내
한 번 들어가 보라며
내게 입구를 보여준다

함께 산 지 십 수 년 동안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길들, 어느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낯설지 않은 길들의
벌어진 아가리가 꼬리를 물고 달려든다

주춤거리는 내게 아내는
자꾸 그 위에 발을 얹으라며, 그 길들을 따라가면
내 그리움의 뿌리를 만질 수도 있을 거라며
자꾸 나를 몰아 세운다 


2
여자는 몸 속에 지나온 날들의 내력을 숨기고 있다 
사랑을 나눌 때 그녀의 몸에는 
남자가 걸어온 길들이 문신처럼 새겨진다 
아내의 몸 속 길들 위에는 기억나지 않는 
내 삶의 이력이 적힌 문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길들을 따라 걸으며 나는 문장들을 주워 읽는다 
한 번도 들키지 않았으리라 
여겼던 비밀들이 주워 담을 수 없는 고백처럼 
수런거리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걸 본다 

그녀는 언제 이 많은 문장들을 써 온 걸까 
아내와 나누었던 그 많은 사랑의 순간들이 결국 
내 속의 문장들을 그녀에게 옮겨 적는 작업이었다니 
아무도 몰래 그녀가 내 은밀한 속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 몸에도 어느새 그녀의 상처가 새겨지고 있었다니

 

 

 

 

 

 Thar Desert, Rajasthan

 

 

잠자는 아내를 보며 / 박재삼 

 

 

깨어 있을 때는 
그리 일이 많던 아내가 
잠에 골아 떨어지고 보면 
세상천지는 내 몰라라 
숨쉬는 소리만이 
새록새록 들리는데, 

이렇게 늘 가까이서 
살을 대고 산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구나. 

이 인연을 어찌하고 
각각 이승을 뜨고 
억울하게 땅 밑에 묻히는 
숱한 세월을 생각하면 
그 虛無를 어쩔거나. 
 

 

 

 

 

let me take rest.

  

 

아내와 다툰 날 밤 / 복효근  

 


새로 얻은 전셋집 마당엔 
편지 대신 들꽃씨가 자주 날아와 앉았지 
봄 내내 우린 
싸움닭처럼 다투었고 그런 날이면 
마당귀 가득 달맞이꽃이 피었지 
전세값이 삼백이나 더 오른 날 밤도 
달은 뜨고 달맞이꽃은 피었지 
하많은 날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져도 
세상은 아직 그렇게 아름다워지지 않았으므로 
밤이 되어 
어둠이 세상을 온통 지워버려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그 아픔으로 
깨어있는 들꽃 같은 우리네 소망 
그리고 아직은 
가슴 가득 정정한 그리움도 있어 
별이 어두울수록 빛나듯 
달 없는 밤에도 꽃은 피는지 
우리 긴긴 싸움의 나날 
아내여, 귀 기울여봐 
온갖 것 다 놓아버리고 싶은 밤이면 
어둠 가득한 마당귀에 
귀 기울여 들어봐 
아아,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봐

 

 

 

 

 

 

Passato nel Bidone

  

 

 내 아내 / 서정주 

 

 

  나 바람 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

 
  내 남루(襤褸)와 피리 옆에서 
  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쉬는 그 숨결 소리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아
 
  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

  내 숨은 그녀 빈 사발에 담을까

 

 

 

 

 

 Guatemala

  

 

 여편네의 방에 와서 / 김수영

 

- 신귀거래(新歸去來) 1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이렇듯 소년처럼 되었다 
흥분해도 소년 
계산해도 소년 
애무해도 소년 
어린 놈 너야 
네가 성을 내지 않게 해주마 
네가 무어라 보채더라도 
나는 너와 함께 성을 내지 않는 소년 

바다의 물결 작년의 나무의 체취 
그래 우리 이 성하(盛夏)에 
온갖 나무의 추억과 
물의 체취라도 
다해서 
어린 놈 너야 
죽음이 오더라도 
이제 성을 내지 않는 법을 배워주마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점점 어린애 
나는 점점 어린애 
태양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죽음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언덕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애정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사유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간단(間斷)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점(點)의 어린애 
베개의 어린애 
고민의 어린애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점점 어린애 
너를 더 사랑하고 
오히려 너를 더 사랑하고 
너는 내 눈을 알고 
어린 놈도 내 눈을 안다 

 

 

 

 

 

 Untitled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gateway to another life

 

 

아내의 꽃 / 김경진  



꽃들은 얼굴을 마주볼 때 아름답다 
술패랭이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얼굴에 핀 기미꽃을 본다 
햇볕의 직사포를 피하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얼굴에 번져가는 아내의 꽃, 
사시사철 햇볕이 없을 수 없듯 피할 수 없이 
아내의 얼굴엔 피어난 꽃이 늘어간다 
아내는 몸 꼭대기에 꽃밭을 이고 다니는 것이다 
기미꽃, 죽은깨꽃, 주름꽃 
다양한 아내의 꽃밭에서 그래도 볼 위에 
살짝 얹어진 웃음꽃이 가끔씩 위안으로 피어난다 
술패랭이꽃들이 몸을 부비는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의 손바닥에 글씨를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다고

 

  

 

 

 

 

 

   

 

내외 / 윤성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조붓한 산길을 오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 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가릴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편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돼 
아니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안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는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cm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내통(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hero for a day, pushkar

 

 

그 여자 발 / 김영승
 

 

말간 소주 
놋쇠 대야에 부어 놓고 
그 여자 발 하얀 그 발 
조심스레 씻겨 주며 
내 한 잔씩 떠 마시면 
아름답기에 갖는 번뇌 
내 혀에 와 닿겠네. 

 

 

 

 

 

 Story-teller

 

 

 

누라와 마늘 임정일
 

 

장마가 오기 전 
김치를 담아야 한다고 
마누라는 마늘을 깐다 
옹기종기 다닥다닥 야무지게 엮어 
바람 좋은 뒷 베란다에 내어 걸더니 
못난 서방 멱살이나 낚아채듯 
후둑후둑 대차게 뽑아낸 
마늘 대여섯 통 
마누라 쭈욱 뻗은 팔자 다리 사이 
불량만두 제조업체사장은 
종적도 없이 한강에 투신을 하고 
900억 국회 건물은 신축을 한다 
한 접에 만오천 원하는 육종 마늘 값을 아끼려 
경동시장을 다녀온 마누라의 알통은 
마늘쪽보다 더 다글다글 하다 
휘발유 냄새 가시지 않은 신문을 깔고 앉아 
마누라가 마늘을 깐다 
풋마늘 냄새 손톱 밑을 파고들어 
첫 봉숭아 물들이기 전까지 아릿할 텐데 
마늘냄새 풍기며 바가지 긁는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taste of trip

 

 

아내의 젖을 보다 / 이승하 

 

 

나이 쉰이 되어 볼품없이 된 
아내의 두 젖가슴이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모신 무덤 같다 
유방암이란다 

두 아이 모유로 키웠고 
내가 아기인 양 빨기도 했던 
아내의 젖가슴을 이제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나이 쉰이 다 되어 그대 
관계를 도려내고 
기억을 도려내고 
그 숱한 인연을 도려내듯이 

암이 찾아왔으니 암담하다 
젖가슴 없이 살아야 할 세월의 길이를 
생명자가 있어 잴 수가 있나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입덧할 때처럼 
토하고 또 토하는 아내여 
그대 몇 십 년 동안 내 앞에서 
무덤 보이며 살아왔구나 
두 자식에게 무덤 물리며 살아왔구나 

항암 치료로 대머리가 되니 
저 머리야말로 둥그런 무덤 같다 
벌초할 필요가 없다 
조부 무덤 앞 비석이 
발기된 내 성기 닮았다

 

 

 

 

 

 Dutch Skies

 

 

아내의 봄비 / 김해화 

 


순천 웃장 파장 무렵 봄비 내렸습니다. 
우산 들고 싼거리 하러 간 아내 따라 갔는데 
파장 바닥 한 바퀴 휘돌아 
생선 오천원 조갯살 오천원 
도사리 배추 천원 
장짐 내게 들리고 뒤따라오던 아내 
앞 서 가다보니 따라오지 않습니다 

시장 벗어나 버스 정류장 지나쳐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비닐 조각 뒤집어 쓴 할머니 
몇 걸음 지나쳐서 돌아보고 서 있던 아내 
손짓해 나를 부릅니다 
냉이 감자 한 바구니씩 
이천 원에 떨이미 해가시오 아줌씨 
할머니 전부 담아주세요 
빗방울 맺힌 냉이가 너무 싱그러운데 
봄비 값까지 이천 원이면 너무 싸네요 
마다하는 할머니 손에 삼천원 꼭꼭 쥐어주는 아내 

횡단보도 건너와 돌아보았더니 
꾸부정한 허리로 할머니 
아직도 아내를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꽃 피겠습니다

 

 

 

 

 

 The CEO

 

 

처 자 / 고형렬


 

주방 옆 화장실에서 
아내가 아들을 목욕시킨다 
엄마는 젖이 작아 하는 소리가 
가만히 들린다 
백열등 켜진 욕실에서 아내는 
발가벗었을 것이다 
물소리가 쏴아 하다 그치고 
아내가 이런다 얘,너 엄마 젖 만져봐 
만져도 돼? 그러엄. 그러고 조용하다 
아들이 아내의 젖을 만지는 모양이다 
곧장 웃음소리가 터진다 
아파 아놈아! 
그렇게 아프게 만지면 어떡해! 
욕실에 들어가고 싶다 
셋이 놀고 싶다 
우리가 떠난 훗날에도 
아이는 사랑을 기억하겠지

 

 

 

 

 

 An elder Roma man enjoys a cigerette during sunrise in his fenced backyard of Kosovo's Plementina camp. Because their homes were burned down during the conflict in 1999, Fazlic and his family were forced to move here with few personal belongings.

 

 

나의 아내 /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 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잔을 끓여다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미당의 시 

**매릴린 옐름, <아내>

 

 

 

 

 CLOUDS II

  

 

아내는 늘 돈이 모자라다 /전기철  

 

 

아내는 나를 조금씩 바꾼다. 쇼핑몰을 다녀올 때마다 
처음에는 장갑이나 양말을 사오더니 
양복을 사오고 가발을 사오고 
이제는 내 팔과 다리까지도 사온다. 그때마다 
내 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지만 아내는 막무가내다. 
당신, 이렇게 케케묵게 살 거예요, 하면 
젊은 아내에게 기가 죽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만다. 
얼마 전에는 술을 많이 마셔 눈이 흐릿하다고 했더니 
쇼핑몰에 다녀온 아내가 눈을 바꿔 끼라고 한다. 
까무러칠 듯 놀라며 어떻게 눈까지 바꾸려고 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린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들이 구식이라 그래요, 한다. 
내 심장이나 성기까지도 바꾸고 싶어 하는 
아내는 늘 돈이 모자라서 쩔쩔맨다. 
열심히 운동을 하여 아직 젊다고 해도 
아내는 나를 비웃으며 나무란다. 
옆집 남자는 새 신랑이 되었어요. 당신은 나를 위해서 그것도 못 참아요, 한다. 
그때마다 시무룩해진 아내가 안쓰러워 그냥 넘어가곤 하는데 
아침 일찍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거울 속에서 내 자신이었을 흔적을 찾느라 
얼굴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내 모습이 없으니 
밖에 나가면 검문에 걸릴까 두려워 일찍 귀가하곤 한다. 
 

 

 

 

 

 Spider

 

 

처의 바가지 / 고형렬  

 

 

서울서 한 20년 잘 살아내더니 여편네가 
어느날 갑자기 아주 멀리 가고 싶다고 한다 
길이 돌로 된 독일은 안돼도 방콕이나 인도쯤 
석양이나 초원을 보고 싶다고 투정이다 

길바닥에 앉아 변을 누어도 괜찮다는 곳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내버려둔다는 곳 
그러나 여편네는 왜 자신이 이러는지를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할 수 없다 불평이다 

남편이 싫어서도 아이들이 싫어서도 아닌데 
왠지 낯선 세상을 보고 싶다니 왠일일까 
여편네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사는 재미가 싹 사라져버린 것 아닐까 

 

 

 

 

 

 MISERABLY MISFIT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옹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Desert village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 전윤호



짐을 싸는 데 익숙해진 그녀는 
내가 없어도 
쉽게 떠날 준비를 끝낸다 
내 몫으로 남겨진 가구나 이불들은 
너무 낡거나 무거워서 
버리고 가도 괜찮은 것들이다 
필요하다면 가볍게 
그녀는 기르던 개도 이웃에 준다 
함께 산 지난 오 년 동안 기른 머리를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싹둑 자른 그녀는 
요즘 취한 내 옆에서 자지 않고 
슬그머니 부엌으로 빠져나와 
주소를 쓰지 않은 편지를 쓴다 
송곳니가 빠진 날 무표정한 얼굴로 
오래 살펴보면서 
냉장고와 함께 밤을 새는 그녀는 
낯설게 아름답다 

 

 

 

 

 

 

 

 

 

아내에게 / 김지하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였다 

내가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아내의 등 / 하재영

 
어느 날부턴가 잠에서 깨면 아내는 등을 보이고 있다 
내 바람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함께 이부자리 들어 신혼을 보낸 지 십년이 넘었어도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숨결에 
으레 내 쪽을 향해 잠을 자던 아내 
거웃도 자란 자식들 키우며 
눈가 주름 잡히도록 눈물 흘리며 인생살이 터득해 가는데  
며칠 전 내 어느 애인이랑 바람이 지난 길 따라 
오래 묵은 은행나무 푸른 그늘 아래서 
나뭇잎 흔들리게 책장을 넘겼는데 
그 때 그 바람 아내가 눈치 챈 것 아닐까 
아니면 오래 전 산 넘고 강 건너 
꽃길 펴 놓았으니 오라는 전갈 받고 
자동차 몰고 찾아가 외박하며 끌어안은 
꽃향기와 바람소리와 별 
그 불륜이 아내의 귀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어느 날부턴가 잠에서 깨면 
아내는 등을 보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쪽으로 가고 
나는 아내를 자꾸 쫓아가며 
아내의 등에 붙어 있는 검은 점도 새롭게 발견하고 
등 돌린 아내 
슬며시 나를 향해 돌아눕게 하는데 
돌아눕는 사이 늘어난 새치도 눈에 띠고 
화장하지 않은 이마 주름도 살아온 길처럼 보여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아내를 
아내의 등 뒤에서 넓은 아내를 본다 


 

 

 

 

 Tune Of Life #2

 

 

아내들 / 육봉수 

 

직각으로 완강하던 어깨 반쯤 무너진 채 
상경 투쟁 마치고 돌아와 열없이 
두살배기 아들 어르고 있는 그이의 무릎 앞 
관리비 고지서 모르는 척 들이민 날 밤엔 
등 돌리고 누워 잠들기 십상입니다 
일 년하고도 석 달을 넘긴 날들 
눈앞의 돈 몇 푼보다는 노동자로서의 내 
자존심 먼저라던 그 말에 꺼뻑죽어 
노동자 아내의 자존심도 있긴 있지 그래 
당신 멋있어 멋있어 박수치던 날들 
속상해 억울해 뒤척뒤척 
뒤척이기도 십상입니다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나 
바람 닥칠 조짐일자 텅 빈 공장 휑하니 
제 밥그릇 뚝딱 챙겨 발 빠르게 떠났다는 
돈 되면 삼키고 돈 안 되면 뱉어내는 
사장님 족속들의 밉살맞은 행태보다 
돈 안 되는 일 부여잡고도 행복한 사람들 
더욱 사랑하고 싶어진다 뚬벅하게 말문 닫고 
어느 틈 드르렁 코 골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와 
무너진 어깨 다시 일으켜 세우려 곰곰이 
아침 밥상 위에 올릴 고등어자반 뒤집을 생각으로 
아슴아슴 잠들기도 십상인 그런 젊은 
밤이기도 합니다 돌아눕긴 했지만……

 

 

 

 

 

 Mixed Message (I Love You?)

 

 

아내의 종종걸음 / 고증식  

 

 

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Jesus Cares!

 

  

 아내의 생일 / 김두일

 

 

생일이라고 들뜬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어, 아내가 며칠 전에 벗어

장롱 속에 감춰둔 속옷을 꺼내 빨았다.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후크가 너덜

대는 브레이지어와 잔 구멍이 숭숭 뚫려 거미줄처럼 얇아진 팬티. 그토록

오래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도 아내가 저런 속옷을 입고 사는지 모르고 산 

무딘 손이 비누를 벅벅 문질러댔다. 수돗물을 틀지 않았는데도 속옷이 젖

고. 시장에서 악착같이 값을 깎던 아내의 힘이 저기 숭숭 뚫린 구멍을 지나

나온 것 같아 늑골이 묵직했다

 

자꾸 고관절이 아프다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보던 의사는 골다공증이라며 구멍이 숭숭뚫린 아내의 뼈사진을 보여

주었다. 뼈에 뚫린 구멍들을 자세히 보니 사나운 이빨자국이 선명했다.

아들녀석이 한 입씩 베어문 흔적 옆에 승냥이보다 더 예리하게 뜯어낸 내

이빨자국이 무수하게 널려있었다. 깊은 밤에 마시고 버린 술병이 아내의

뼈속에서 파편처럼 박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아마도 아내는 수렵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하는 날, 뼈에 좋다는 사골을 넉넉히 사고, 티비에서

광고해대던 속옷을 세트로 사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는 바늘을 쥐고

앉아 너덜너덜한 속옷 구멍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속옷의 구멍이야

바늘로 깁지만 뼈에 난 구멍을 무엇으로 메우려는지. 한무더기 시간이

내 뼈속에서 휘파람을 불며 빠져나가는 오후. 뽀얗게 우러난 사골 국물

속에서 아내의 허벅지 뼈 한덩이를 건져올렸다.

 

 

 

 Family Portrait

 

 

           '보기에 좋았더라' / 최병무 

 

 

            처음 만나던 날 발갛게 익은 당신의 볼과 단정한 
            모습이 어제처럼 선명한데, 아무래도 우리가 
            한바탕 꿈을 꾸었지 싶어. 그날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는 유난히 상냥했었지

            지금 다시는 오르지 못할 山을 추억하는 일.
            당신은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시절이 왔다고 한다

            함께 산 날이 많아졌다!
            아직도 나는 당신이 그리워.
            늙어가는 우리가 아름다워.

            살아있는 것들은 열매를 위하여 소멸을
            준비하는 것, 뽐내기 위하여 꽃은 
            피지 않았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우리끼리 '보기에 좋았더라'

 

 

 

 

 

 

 Girls just wanna have fun.

 

 

 

              꿈 이야기, 아내에게 / 최병무 

  

 

               - 이른 아침 나는 윤회의 꿈을 꾸었다

 

               영혼여행이 시작되는 설계가 이루어지면
               과제를 실어나른다  지금 우리 그룹은 
               역할을 새로 맡았다 
               미리 배역을 정하고 집을 만든다

               진화를 꿈꾸는 동안
               선사시대에 살기도 했을 우리가
               지금 밀접한 부부의 실험을 한다

               동행하는 안내자이자 한때는 오누이였다가
               아들과 딸이였다가 어머니였다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자리를 
               바꾼다  윤회는 과학이다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우리가 
               지금 이 별에 머물고 있다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03 중국 조선족 문단 "문화독립군"들 2016-11-11 0 3331
1802 "은진"과 동주 2016-11-11 0 3703
1801 "명동"과 동주 2016-11-11 0 3314
1800 詩人은 삶이란 진액을 증류해서 뽑아내는 련금술사이다... 2016-11-11 0 3089
1799 詩를 배우려는 초학자에게 보내는 편지 2016-11-11 0 3383
1798 詩란 의지와 령혼의 몸부림이다.../ 시의 흥취 10 2016-11-11 0 3265
1797 토템문화를 알아보다... 2016-11-11 0 3429
1796 가사창작할 때 <<아리랑>>을 람용하지 말자... 2016-11-10 0 3638
1795 개성이 없는 예술작품은 독자들의 호감을 살수 없다... 2016-11-10 0 3117
1794 가사창작도 예술품 제작이다... 2016-11-10 0 3569
1793 가사가 대중성이 없이 독서적인 향수를 느낄수 있어도 좋다... 2016-11-10 0 3632
1792 시조짓기에서 3장6구는 완결된 뜻의 장(章)을 이루어야... 2016-11-10 0 3591
1791 詩作할 때 민족의 정서와 녹익은 가락을 집어 넣어라... 2016-11-10 0 3554
1790 심련수, 27세의 짧은 생애에 근 250여편의 문학유고 남기다... 2016-11-10 0 3777
1789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11-10 0 3441
1788 일기책에 늘 단시를 적으라... 2016-11-10 0 3374
1787 詩는 그래도 탁마해야 제맛이 난다... 2016-11-10 0 3360
1786 세우는데는 석삼년, 허물어 버리는데는 "단 하루 아침" 2016-11-10 0 3448
1785 노루 친 막대기를 석삼년, 아니 30년 더 넘어 우려먹다... 2016-11-10 0 3762
1784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첫 "단행본아동작가론" 해빛 보다... 2016-11-10 0 3425
1783 詩人은 시시비비, 진진허허의 대문을 여는 도인이다... 2016-11-10 0 4070
1782 詩人이라 하여 모두가 詩人인것은 아니다... 2016-11-10 0 3510
1781 늦둥이 시인 하이퍼시집 낳다... 2016-11-10 0 4060
1780 중국 조선족 문단 생태문학을 알아보다... 2016-11-10 0 3582
1779 참된 문학은 머물러있는 문학, 가짜문학은 흘러가는 문학 2016-11-10 0 3684
1778 중국 조선족 시조문학을 파헤쳐보다... 2016-11-10 0 3750
1777 리상각 / 김관웅 / 조성일 / 허동식 2016-11-10 0 3883
1776 중국 조선족 록의 왕 - 최건도 음유시인 아니다?... 옳다...! 2016-11-10 0 3558
1775 윤동주의 시는 현실적 모순의 내면적인 목소리이다... 2016-11-10 0 3850
1774 "내 령혼이 내 말 속으로 들어간다"... 2016-11-09 0 3781
1773 詩는 감각과 정신을 제거한 무아에서 령감을 얻어 詩作해야... 2016-11-09 0 3356
1772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시에 젖은 아이들은 아름답다... 2016-11-07 0 4118
1771 詩는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2016-11-07 0 3867
1770 그는 그람이라는 칼을 집어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2016-11-07 0 4005
1769 거대한 장서더미속에서 맹인으로 보낸 인생의 후반부 빛났다... 2016-11-07 0 3785
1768 詩는 말을 넘어서 상징과 음악성속에 존재한다... 2016-11-07 0 5329
1767 최고의 작품은 최대의 상상에서 생긴다... 미국 포우 2016-11-07 0 4149
1766 가장 오랜전 <<령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者 - 플라톤...?...! 2016-11-07 0 3603
1765 중국 당나라 녀류시인 - 설도 2016-11-07 0 3758
1764 중국 유명한 시인들을 알아보기 2016-11-07 0 3636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