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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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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꽃무늬 팬티
2015년 07월 20일 21시 39분  조회:4184  추천:0  작성자: 죽림

김경주시인의 시 읽기와 해설 

20대 후반의 젊은 시인 중에 
요즈음 황병승과 김경주가 있다 
오늘은 김경주의 詩를 보고 그 詩세계를 조명해보며 
앞으로의 시적특질과 그의 서정 가늠을 
기억하려한다 
신예 중에서 선두 주자는 김경주 시인이다. 
그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언어 조합의 진취력은 
가히 상상을 넘는다. 
행간을 달려가는 조련의 말 몰이는 뛰어 나다. 
시를 읽어가노라면 
어른의 심저에서 탁조된 호흡을 만난다. 
시를 음미하고 속으로 기어 갈라 보면 
이내 만난 것이 
아이가 아닌 단단한 알맹이처럼 차 오른 시경이다. 
그럴 수 있느냐의 반문과 문답을 주고 받는데 
이럴 수 있는가 
긍정과 부정의 이야기가 손사래를 젓는데 
아 그렇구나의 동화가 이내 온다. 
서정(분위기)과 실사(현재의 모습과 이야기)의 
좋은 만남의 모습이다. 
이가 곧 김경주의 모습이다. 

몇 편의 시를 감상해 보자--이민영시인(2006.12.01) 
......................... 


드라이 아이스--김경주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 없는 법이다 *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 할 것 


골목 끝 수퍼마겟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해버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은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도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대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속에서 순교할 것이다 
달사이로 진흙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귀신처럼. 


.............................. 

꽃 피는 공중전화 --김경주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 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들고 어머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였음을 
오늘은 죄 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 순간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 송이 몇 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 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는다 

.................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 

오래 전 나는 휘파람이었다-1바다로 가는 길 --김경주 


휘파람은 바람 위에 띄우는 가늘고 긴 섬이다 
외로운 이들은 휘파람을 잘 분다 

나무가 있는 그림들을 보면 휘파람을 불어 흔들어 주고 
도화지 끝에서 푸른 물소 떼를 불러오고 싶다 

대륙을 건너오는 바람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휘파람이었으리라 
어느 유년에 내가 불었던 휘파람이 내 곁을 지금 스치는 것이리라 

죽어 가는 사람 입 속에 휘파람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죽은 사람의 입에 휘파람을 불어넣어 주면 나는 잠시 그에게 옮겨가는 것이다 

내 휘파람에선 아카시아 냄새가 난다 
유년을 향해 휘파람을 불면 꼭 그 냄새가 난다 

자전거위에서 부는 휘파람이 내 학업이었다 

헌책방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골방에 엎드려 
그 책 속에 불어넣었던 휘파람이 숨쉬고 있다 이스트에 부풀린 빵처럼 
비 오는 날이면 휘파람은 방안 가득 부풀어올라 천장을 꽉 채웠다 

휘파람이 데리고 가는 길로 끝까지 가지 마라 
절벽은 휘파람의 성지이다 벼랑끝에서 다친 말을 버리면 
말은 조용히 눈을 감고 마지막 휘파람을 불면서 내려간다 

갈매기들이 휘파람을 불면서 날아간다 
등대가 부는 휘파람은 절해고도의 음역이라 흉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고래나 물고기들은 그 휘파람소리를 듣고 그물을 피하고 
스스로 바다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은 
내내 이 등대의 휘파람을 들으며 잔다 
바다로 가는 길에서 나는 가끔 아버지의 옛날 휘파람소리를 듣곤 했다 


.................... 

폭설, 민박, 편지 2 --김경주 


낡은 목선들이 제 무게를 
바람에 놓아주며 흔들리고 있다 
벽지까지 파도냄새가 벤 민박집 
마을의 불빛들은 바람에도 쉽게 부서져 
저마다 얼어서 반짝인다 
창문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나는 연필심이 뜨거워지도록 
편지지에 바다소리를 받아 적는다 
어쩌다 편지지 귀퉁이에 조금씩 풀어 넣은 그림들은 
모두 내가 꿈꾼 푸른 죄는 아니었는지 
새 ·나무· 별· 그리고 눈 
사람이 누구하고도 할 수 없는 약속 같은 
그러한 것들을 한 몸에 품고 잠드는 
머언 섬 속의 어둠은 
밤늦도록 눈 안에 떠있는데 
어느 별들이 물이 되어 내 눈에 고이는 것인가 

바람이 불면 바다는 가까운 곳의 숲 소리를 끌어안고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그러나 
나무의 속을 열고 나온 그늘은 얼지 않고 
바다의 높이까지 출렁인다 
비로소 스스로의 깊이까지 들어가 
어두운 속을 헤쳐 제 속을 뒤집는 바다, 
누구에게나 폭설 같은 눈동자는 있어 
나의 죽음은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눈동자를 잃는 것일 테지 
가장 먼 곳에 있는 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프고 
눈 안을 떠다니던 눈동자들, 
오래 그대의 눈 속을 헤매일 때 사랑이다 
뜨거운 밥물처럼 수평선이 끓는가 
칼날이 연필 속에서 벗겨내는 목재의 물결 물결 

숲을 털고 온 차디찬 종소리들이 
눈 안에서 떨고 있다 
죽기 전 단 한번이라도 내 심장을 볼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심장을 상상만 하다가 
죽는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언젠간 세상을 향한 내 푸른 적의에도 
그처럼 낯선 비유가 찾아오리라는 것 
폭설을 끊고 숲으로 들어가 
하늘의 일부분이었던 눈들을 주워 먹다보면 
황홀하게 얻어맞는 기분이란 걸 아느냐 
해변에 세워둔 의자하나 눈발에 푹푹 묻혀가는 지금 
바라보면 하늘을 적시는 갈매기 
그 푸른 눈동자가 바다에 비쳐 온통 타고 있다는 것을 
.................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김경주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 
나는 네게 내 빵을 들켰다 

기껏해야 생은 자기피를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한 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 
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 생에서 희박해져가요 
내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어요 
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 
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 
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 
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 
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다 나르는데 
삼십년 동안 침을 흘렸단다 그 사이 
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나갔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자국 소리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려요 
자기 이빨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엄마.. 


시원(를 원하는)한 시인의 작품들

 

 

< 김경주 시인 편 >

 

 

 

연두의 시제

 

 

 

 

 

  마지막으로 그 방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건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과 동일한 거 저녁에 잠들 곳을 찾는 다는 건 머리칼과 구름은 같은 성분이라는 거 처음 눈물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는 시제를 이해한다는 느낌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오한에 걸려 누워 있을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숲,한 사람이 죽으면 태어날 것 같던 구름

 

  사람을 만나면 입술만을 기억하고 구름 색깔의 벌레를 모으던 소녀가 몰래 보여준 납작한 가슴과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던 일기장 속의 화원 같은 것을 생각한다 그곳에는 처음도 끝도 없는 위로를 위해 처음 본 사람의 눈이 필요했고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들만 살아남았다

 

  오늘 중얼거리던 이 방은 내가 배운 적 없는 시제에서 피는 또 하나의 시제오늘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은 내일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다

 

  구름은 어느 쪽이건 죽은 자의 머리칼 냄새가 나고 중국수정 속으로 들어간 무심한 눈 같은 어느 날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 시차가 구름의 수명을 위로한다

 

 

 

 

 

 

수치심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절대 집에서 오줌을 누지 않던

누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의 성기를 보여 주지 않았다

 

독서실에서 각성제를 제조하며 누이는 자신의 눈을 비

웃는 데에만 학창 시절을 다 쓰고 수십 군데 약국을 돌아

다니며 조금씩 수면제를 구하는 누이는 한쪽 팔이 등 뒤

로 오그라들 때까지 식물을 고집한다

 

지금 여기로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하나의 주술보다 하나의 친절이 필요하다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으러 다니다가 골목에서 돈을 뜯기

고 돌아오던 날만삭으로 언덕길을 오르던 여자의 배를 이

유 없이 차고 싶었던 때

 

주먹을 피할 수 있을 때까지 땀 흘리던 복싱 도장에서

어느 날 피하기 위해선 끝까지 눈을 감지 않는 것보다

대 눈에서 내 눈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았을 때

 

누이의 산통을 지켜보며 뒤란에서 가죽 공은 어두워진

다 나는 집으로 상류하는 무덤을 믿지 않는다 곤충을 쫓

다가 미궁에 갇혀서 결국은 곤충의 먹이가 되는 종()

있다 그런 설치류는 수치심 때문에 죽는다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어느 날 죽은 새의 눈으로 따라가 본 이 항해를 예감으

로 인정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만난 가운데 가장 기묘한 장

례를 치르는 중이다

 

구슬 놀이란 해가 지기 전 이 구멍에서 저 구멍으로 다

건너가야 끝이 난다 그건 저녁이 스스로의 예감과 나누던

스산한 밀월이를테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주웠던 이

어폰 속 누군가의 귀 냄새 같은

 

어느 날 죽은 새의 눈으로 깨어나 본 이 생애를 밀월로

만 인정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만난 가운데 가장 선명한 신

체를 치르는 중이다

 

노을을 이 세상의 모든 소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내가 인연을 소름이라고 불렀을 때는 태어나 내 눈을 닮은

것들을 처음으로 악의라고 불렀을 때 내가 인연을 처음으

로 악의 없이 나누던 때는 태어나기 며칠 전 눈을 떴다 감

았다 하면서 자신의 눈과 나누던 밀월 같은 거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밀월이란 밤과 물

사이의 화법 같은 것이거나 길에서 주운 이어폰 속 누군가

의 귀 냄새를 발표하는 한 여름의 청탁 시 같은 것이거나

온종일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검을 자르는 바람 같은

것을 상상하는 일이다

 

어느 날 예감을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권태로운 생명

체라 불렀을 때그만 두 발을 지도 위에서 멈추고 스스로

만든 밤도 있었다

 

그 밤을 무수한 눈들과 나누던 밀월이라 부른다

 

 

 

 

 

 

 

 

개명改名

 

오래전 문득

개명을 하고 작명집을 나오는 사람의 표정이

궁금한 오후가 있었다

 

그때 저녁은

분필을 눕혀 어두운 칠판에 북북

흩어 놓던 새 떼 같은 거

그때 기별은

점집 무녀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이름들을 하나 하나 불러 보는 거

 

오래전 문득

가계(家系)에 없는 언어로 개명을 한 후

묵은 이름을 잊기 위해

그 이름을 옮기고 있을 때

 

어느 문장 속에 떠오르던 내 무덤도 있다

그러나 그 무덤의 이름은 끝내 생각나지 않는다

그 곡해를

내 피로 흩어진 한 짐승의 동요童謠라고 불렀을 때

그 문장은

자신의 이름을 떠난 한 짐승의 숲이 되었다

 

저녁에 흰 뼈가 드러나는 바람과 함께

나는 묻힐 것이다 수십 개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단 하나의 곡마단을 생각해 이 이름을 사용

하고 잠든 날엔 저녁 무렵에만 깨어나기로 하고이 이름을

잊은 날엔 저녁으로만 만들어진 물병을 뒤집어 놓고발등

에 그린 새의 피를 빼내다가 잠들기로 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 본 저녁의 개명은

분필로 칠판에 북북 흩어 놓던

그 새 떼의 분진粉塵이 궁금해지는 거

 

아무도 모르는

조금씩 바닥에 가루로 흘러내린

그 시차의 이름을

이제 나는 쓸 것이다

 

나의 가계家系엔 내 피가 안 통하는 구름이 있다

 

 

 

 

 

 

바늘의 무렵

 

 

 

   바늘을 삼킨 자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바늘을 느끼면서 죽는

다고 하는데

 

   한밤에 가지고 놀다가 이불솜으로 들어가 버린 얇은 바늘의 근황 같은 것

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끝내 이불 속으로 흘러간 바늘을 찾지 못한 채 가족은 그 이불을 덮고 잠

들었다

 

   그 이불을 하나씩 떠나면서 다른 이불 안에 흘러 있는 무렵이 되었다

   이불 안으로 꼬옥 들어간 바늘처럼 누워 있다고, 가족에게 근황 같은 것

도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그 바늘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생각하면 입이 안 떨어지는 가

혹이 있다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알게 되면사인死因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궁녀들은 바늘을 삼키고 죽어야 했다는 옛 서적을 뒤적거리며

 

   한 개의 문()에서 바늘로 흘러와 이불만 옮기고 살고 있는 생을한 개

의 문()에서 나온 사인과 혼동하지 않기로 한다

 

   이불 속에서 누군가 손을 꼭 쥐어 줄 때는  그게 누구의 손이라도 눈물이

난다  하나의 이불로만 일생을 살고 있는 삶으로 기꺼이 범람하는 바늘들

의 곡선을 예우한다

 

 

 

 

 모래의 순장

 

 

 

 

 

모래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움직이고 있다

멈추어 있는 모래를 본 적이 없다

직경 0.8밀리미터의 이 사각의 유동이란

무섭도록 완강하고 부드러운 것이어서

몇만 년 동안 가만있는 것처럼 보여도

가장 밀도 높은 이동을 하고 있다

모래는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자신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유력으로

모든 체형을 흡수하고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거미가 남겨 놓은 파리의 다리 하나까지도 노린다

모래가 지나간 곳에서는 무덤 냄새가 난다

모래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어간 손을 보면

부드러움이 얼마나 공포일 수 있는지

이처럼 달콤한 애무 앞에서 저항이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었던 가장 아름다운 예의일지 모른다

모래는 순장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모래는 스스로의 무덤을 갖지 못해

다른 것들의 몸을 빌려 자신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만 년 전부터 떠돌고 있는 자신의 무덤을 찾기 위해

자신의 유랑 속으로 끝도 없이 다른 것들을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한 번도 자신의 무덤을 가져 보지 못한 모래들이

무수한 무덤을 만들어 내는 노래는 무섭고 서글픈 동요에 가깝다

 

이 별은 그 모래들의 무덤들을 기록하는 시간들과

그 모래에 잠겨 허우적거리던 눈이 큰 곤충들로 구분된다

때로 기이한 문장에도 이런 알 수 없는 모래가 흐른다

문장 속으로 모래들이 차오르고

이윽고 두 눈이 모래 속으로 잠겨 들어간다

모래가 빠져나갈 때가 되면

모래의 신체로 변해가는 언어 속에서

몇만 년 전 자신의 눈이 되었어야 했을 생몰을 발굴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모래 속에 잠긴 손을 꺼내 이렇게 다시 쓴다

 

인간을 닮은 문장은 수의를 여러 번 바꾸었지만

모래를 닮은 문장은 모든 것들에게 스르르 수의를 입힌다

 

운이 좋으면 삶은수의를 입은 채 흘러가는

여러 개의 유역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문장은 차곡차곡 자신에게 흘러온 모든 언어들과 함께

순장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기이한 균형으로

나른하게

사라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김경주 시인의 시집<시차의 눈을 달랜다중에서

 

 

 

 

 

 

재가 된 절

 

 

그는 법당의 천장을 기어다니며 웃는다

가진 책을 모두 태운 후

불상의 등을 안고 자기 시작했다

 

섬 위에 세워진 절

섬은 절 안에도 있다

 

밤마다 불상의 뜨거운 이마를 닦아주다가

가위로 자신의 입술을 조금씩 잘라내었다

 

-섬이 바다의 넓이를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섬의 깊이를 가두고 있었다

 

승려들의 눈이 산수유 열매보다 붉어져간다

 

얘야 네 아이란다 어머니가 늙은 노인을 데려왔다

두고 가세요 전 이제 잘 먹지 않지만요

 

아이를 안고 있는 보살*

까맣게 타 옆으로 누워 있다

바람의 화인火印이 새겨진 숲

참붕어가 돌 속을 헤엄치는 소리

 

동승이 염불을 외는 불상의 입안으로 횃불을 집어넣었다

 

절이 느글느글 무너지기 시작한다

 

*태안지장보살양수에서 성장하는 태아의 영을 태아령이라고 부르며 태아령의 천도를 위한 보살님을 태안지장이라고 부른다.

 

 

 

 

 

 

 

 

 

 

 

우주로 날아가는 방 1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땅속에 있던 지하 방들은 하나둘 풍선처럼 날아가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많은 움막을 싣고 지구는 우주 속에 둥둥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분호을 밀랍하는 일이다 불씨가 제 정신을 떠돌며 떨고 있듯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입술을 떠나는 휘파람가슴에 몇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외로워 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생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 하나가 흘러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 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열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먼생

-시간은 존재가 과 갖는 관계인가*

 

 

 

골목 끝 노란색 헌옷 수거함에

오래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온다

곱게 접거나 개어 넣고 오지 못한 것이

걸린지라 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쪽이

녹슨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어둠이 이 골목의 내외(內外)에도 쌓이면

어떤 그림자는 저 속을 뒤지며

타인의 온기를 이해하려 들 텐데

내가 타인의 눈에서 잠시 빌렸던 내부나

주머니처럼 자꾸 뒤집어보곤 하였던

시간 따위도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감추고 돌아와야 할 옷 몇 벌이불 몇 벌,

이 생을 지나는 동안

잠시 내 몸의 열을 입히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종일 벽으로 돌아누워 있을 때에도

창문이 나를 한 장의 열로 깊게 덮고

살이 닿았던 자리마다 실밥들이 뜨고 부풀었다

내가 내려놓고 간 미색의 옷가지들,

내가 모르는 공간이 나에게

빌려주었던 시간으로 돌아와

다른 생을 윤리하고 있다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레미나스의 시간과 타자』 중에서

 

 

 

 

 

폭설민박편지 1

 -죽음의 섬 Die Toteninsel목판에 유채, 80×150,1886

 

주전자 속엔 파도소리들이 끓고 있었다

바다에 오래 소식 띄우지 못한

귀먹은 배들이 먼 곳의 물소리를 만지고 있었다

심해 속을 건너 오는 물고기 떼의 눈들이

꽁꽁 얼고 있구나 생각했다

등대의 먼 불빛들이 방 안에 엎질러지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푸른 멀미를 종이 위에 내려놓았다

목단 이불을 다리에 말고

편지片紙의 잠을 깨워나가기 시작했다

위독한 사생활들이 편지지의 옆구리에서 폭설이 되었다

쓰다 만 편지들이 불행해져갔다

빈 술병들처럼 차례로

그리운 것들이 쓰러지면

혼자서 폐선을 끽끽 흔들다가 돌아왔다

외로웠으므로 편지 몇 통 더 태웠다

바다는 화덕처럼 눈발에 다시 끓기 시작하고

방 안에 앉아 더운 수돗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몸은 핏속에서 눈물을 조용히 번식시켰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떼죽음 당하는 내면들,

불면은 몸속에 떠 있는 눈들이

꿈으로 내려가고 있는 건가

눈발은 마을의 불빛마저 하나씩 덮어가는데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 안 보인다는 혹성 곁에

아무도 모르는 무한無限을 그어주곤 하였다

 

 

 

목련木蓮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 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 나는 네게 내 빵을 들켰다

 

기껏해야 생은 자기 피를 어슬렁거리다가 가는 것이다

 

한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 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생에서 희박해져가요 내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은걸요 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 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 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 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 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다 나르는데 우리는 30년 동안 침을 흘렸다 그 사이 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나갔단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걸요

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

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

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 달려들지 않는걸요자기 이빨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

 

얘야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내 워크맨 속 갠지스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 게스트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내 몸의 이역異域들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어쩌면 박혀 있는 저 못은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벽 뒤의 어둠 한가운데서 보면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빨간 거미 한 마리가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나올 때까지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테레민을 위한 하나의 시놉시스(실체와 속성의 관점으로)

 

 

 

  1.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사물   - 악기 테레민  <1920년대 러시아의 음향물리학자 테르민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전자 음향 악기.그의 이름을 따서 테레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겉으로 보기엔 작은 상자처럼 보인다이 악기는 상자 속의 공명을 통해 수직의 공간(허공)으로 음열의 파동을 일으키고 그 공간 속으로 두 손을 휘저으며 연주하는 악기다마치 겉에서 보면 마임이나 주술을 걸고 있는 듯하다몽환적이고 서글픈 음색을 띤다다른 악기와는 달리 이 악기는 인간의 어떤 신체 접속도 기계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허공의 질서로 손이 들어가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며 음악을 형성한다이 악기는 매우 연주법이 어렵고 난해해서 현재 전 세계에 30명가량만이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현재 생명체처럼 거의 멸종 상태고 이 악기의 사운드를 개량해서 오늘날의 신시사이저가 되기도 했다영화상에서 히치콕이 한 번 원곡이 아닌 변주를 통해 사용한 적이 있다훗날 이 악기를 만든 테르민은 음감에 대한 뛰어난 능력 때문에 러시아 요원들에게 납치되어 첩보국에서 평생 도청 업무를 맡게 된다그리고 어느 날 말년이 되어 갑자기 뉴욕의 도시 한가운데 나타나게 되는데 실어증과 심막폐쇄증의 사인으로 곧 죽고 만다이 극에서 이 악기는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위 사실은 실제와 다름없음.)>

  2. 인물  안인희 : () 30.  직업 피아노 조율사.  그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사람인 존재다전생에 음악이었지만 현세에 사람으로 다시 환생한다과거에 러시아 작곡가 아낙사고라스가 작곡했던 음악(테레민)이다.  따라서 이 극에서 음악으로 환생한 인희는 자아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성스런 : () 26.  직업 피아노 연주자.  테레민을 만든 러시아 작곡가 아낙사고라스가 사랑했던 여자전생에도현세에도 피아노 연주자로 살아간다전생은 소냐였다. (동일인물.)

    아낙사고라스 : () 48.  직업 전직 케이지비 출신 작곡가.  부인의 죽음을 계기로 케이지비 활동을 그만두고 작곡에 몰두한다자신의 제자이면서 피아노 연주자인 소냐를 사랑한 인물이자 인희의 전생이었던 음악을 작곡한 인물인희라는 자신의 음악을 깨우기 위해 자신은 현재에 인희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으로 환생한다진지하고 올곧으며 차분한 성격이다.

  성애런 : () 29.  청각 장애인스런의 언니.  음악의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음악의 영혼을 들을 수 있는 인물이 극에서 그녀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그녀의 눈은 음이 가지고 있는 음역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얗다어느 날 인희의 영혼이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아보게 된다.

  3. 작의(作意)와 극의 주요 모티프   - 인연에 대한 새로운 실체와 속성  <실체>  전생과 환생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일테면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거나 사람이 어떤 생물로 태어난다는 자연발생적 환생론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으로 태어날 수 있고 음악이 사람으로 다시 환생할 수 있다는일종의 중세의 후생설이다스피노자식으로 말하면 모든 것을 신에 대한 목적론적으로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의인화된 편견을 버린다면 '실체'가 보인다칸트는 인간의 정신은 형이상학적인 소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성은 초월에 대한 경험 근거를 가지려고 한다고 보았다그 욕구를 그는 다만 오성과 확연히 분리하고 싶어할 뿐 자신의 생에선 다루고 싶어 하지 않았다형이상학은 그의 거주지였지만 그가 이성으로 세운 건축술은 테레민을 놓쳤다이 극에서 나는 그것을 쓴다.

  <속성>  이 극에서 작곡가 아낙사고라스는 사랑하는 한 여인을 위해 자신이 만들었던 음악을 사람으로 환생하게 하여 이루지 못한 사랑을 후생에 이루려 한다자신의 자아를 음악에 부여하며 살아간다.(이것은 칸트의 후생 체계를 환유한다.)*  즉 자신의 음악을 영원 속에 봉인하고 주술을 걸어 후일 자신의 음악으로 하여금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사랑하게 한다.

  4. 내러티브   - 프롤로그<과거>   - 자궁을 다녀온 손  전운이 감도는 황량한 모스크바 목조 가옥,  구름 속에 스며 있던 바람이 흘러나온다  바람 속에 창이 생긴다  방 안에서 아낙사고라스가 테레민을 연주하고 있다.  그의 눈이 구름의 속처럼 어둡다  테레민의 질서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어두운 손이 늙기 시작한다.  공간 속을 다녀올 때마다 손은 점점 말라간다  뼈를 쥐고 있던 살들이 주름지고 살 안에 스며 있던 뼈가 하얗게 드러난다  음악을 남겨놓고 먼 곳을 다녀온 손이 주술을 끝낸 듯 푸른 연기에 싸여 있다

  <현재음악 속의 음악  인희는 스런을 만나 인연이 되고 사랑을 하게 된다피아노 조율사와 피아노 연주자 사이로 만나는 둘인희는 자신이 지금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 속의 음악 같은무언가 알 수 없는 다른 음악(자신의 전생인 테레민)이 떠오르지만 인희는 그것을 기억해내지 못한다음악이 흘러나올 때마다 마치 하나의 음악이 다른 하나의 음악을 부르는 듯하다.인희와 스런의 사랑은 점점 깊어가지만 둘 사이를 음악(아낙사고라스)은 질투가 흐르듯 바라본다인희와 스런과 음악 셋 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삼각관계가 점점 음악의 분위기와 함께 형성되고 스런의 언니 애런만이 그 서글픈 느낌을 감지하게 되는데......

  어느 날 애런(스런의 언니)은 우연히 인희와 함께 있던 중 인희에게서 떠오르던 알 수 없는 음악의 선율을 흥얼거린다그리고 인희는 그 음악이 러시아에서 작곡된 하나의 음악이란 걸 알게 되고 일과 함께 모스크바로 떠난다모스크바의 한 허름한 저택에서 기억 속에서만 맴돌던 실제 음악을 듣게 되는 인희전생의 조각을 하나씩 되찾아가고한국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서글프게 스런을 대하게 된다이때부터 극은 과거(러시아)와 현재(서울)가 서서히 교차되다가 과거(러시아)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시 과거열정  전직 KGB 출신의 음악가인 아낙사고라스는 첩보 활동으로 동구 유럽에 가 있던 중 부인의 임종을 듣게 된다부인의 죽음에 모든 것에 회의를 느낀 그일을 그만두고 한 저택에 숨어들어 음악에만 전념한다그가 작곡한 피아노 소품들을 연주하는 제자인 피아니스트 소냐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소냐에 대한 열정을 감추고 있던 아낙사고라스는 서서히 소냐를 사랑하게 된다하지만 소냐는 아낙사고라스를 사랑하지 않고 다만 그를 존경할 뿐이다.

  <현재광기  인희는 전생의 비밀을 스런에게 들려준다스런과 함께 과거에 자신이었던 음악을 듣는 인희그리고 이들 주변을 떠도는 듯한 음악이 된 아낙사고라스전혀 만져본 적도 없던 테레민을 연주하게 되는 스런그러나 아낙사고라스의 광기가 가진 무서운 사랑을 알고 있는 스런의 언니 애런은 음악의 영혼들로부터 이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다시 과거처음으로>. 주술  황량한 모스크바 목조 가옥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아낙사고라스는 지친 듯 낡은 소파에 앉아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냐구름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새로운 음악을 작곡했소."그는 평상시처럼 피아노로 가지 않고 테레민 위에 손을 댄다  "당신을 위해." 이윽고 아낙사고라스는 테레민의 음역 속으로 서서히 손을 집어넣는다. 늙은 손과 젊은 손이 시간의 질서를 휘저으며 흐른다  음악은 소냐의 몸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 안에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마치 아낙사고라스는 그 공간에 테마처럼 누워 있는 듯하다.  눈물을 흘리는 소냐. "왜 그러세요."  "우리가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음악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연다  "다음 세상에서 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에필로그연민  이 부분은 피코 델라 만돌라(1463~1494)의 문서,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의 한 구절을 빌려서 상상해보고자 한다.  아담아 우리는 너에게 정해진 자리나 독특한 겉모습이나 유별난 재주를 주지 않았다 너는 네 자리와 겉모습과 재주를 네가 소원하고 판단하는 대로 선택하여야 한다 너는 어떤 제한을 받지 않을뿐더러 너의 본성은 너의 뜻에 맡겨두었다 네 자신이 그것을 정해야 한다 나는 너를 세계의 중앙에 두나니 네 주변을 둘러볼 때 세계에 무엇이 있는가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하늘의 존재나 땅의 존재나 죽을 존재나 죽지 않을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너는 네 스스로 선택한 모습대로 너 자신을 만들어가는 조형자요 창조주가 되는 자유와 영예를 누릴 것이다 너는 네 자신을 비천하게 만들어 짐승이 될 수도 있고 네가 원한다면 더 고귀한 영적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그 생에도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을 테니내가 음악이 되어 너를 깨울 것이다."

 

 

 

  *후생체계 : (이성만이 '조직'과 '체계'의 원리이며 주체이므로 현상계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지만 가상계는 사유할 수는 있되 우리가 인식할 수 없다따라서 우리는 대상의 형식적 근거일 뿐이지 질료로서의 근거가 될 수 없다질료로서의 근거는 신의 몫이다따라서 그러한 것들은 후생 체계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체계의 가능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나는 관념론 시험 답안지에 썼지만 칸트가 말한 시간의 개념을 떠올려보자시간은 경험에 근거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즉 내가 경험하지 않을 때 시간이라는 것은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어쩐지 이 말은 시적이다왜냐면 스피노자의 유일 실체 개념이나 그것에서 운동과 이율배반(안토노미)을 본 헤겔의 칸트를 넘고자 했던 시간의 의지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들은 시간이 이성의 경험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끝까지 부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한다이 극은 그 지점에 대한 나의 이율배반이다.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구름의 조도照度

 

 

 

 

구멍가게는 매일 밤 마지막으로 양초를 판다

눈먼 안마사가 구석에서 면도날을 고르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주인은 유통 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까먹는다

그렇지만 면도날은 유통 기한이 없지요

지나치게 날이 센 알들은 위험한 법입니다

 

 

오리들이 죽은 시궁쥐들을 물고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간다

하수구에서 방 안의 날씨들이 눈병처럼 흘러나온다

이 동네를 마지막으로 돌아야겠군

 

 

용달차 뒤칸에서 키 작은 여인들이 생선을 뒤적거린다

생선을 좀 더 싱싱하게 보이려고 사내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전구를 꺼내 갈아주면서 보았다

 

 

나무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곧 밤이 온다는 것을

목이 없는 마론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가

아까부터 멍하게 바라보는 하늘을

자신도 오늘 몇십 번은 올려다본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하늘에서 푸른 비린내가 흘러내리고 있는 지금,

저 아이는 한번 이곳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형의 얼굴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쩌면 저 아이가 부엌칼로 웃고 있는

인형의 목을 잘라버렸는지도

 

 

사내가 도량을 향해 담뱃불을 툭 던진다

부엌에 알을 낳은 새들이 조금씩 알을 쪼아 먹는다

 

 

구름의 조도照度가 짙어지고 있다

 

 

 

 

 

 

 

드라이 아이스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 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 조각결빙의 시간들이 피부에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때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 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 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순교 할 것이다 달 사이로 진흙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들어 가고 있다 귀신처럼

 

고대 시인 침연의 시 한 구절.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 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백석의 시 중에서

 

 

 

 

 

아버지의 귀두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의 아침아버지가 혼자 공중에서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손을 흔든다

아들아 인생이 왜 이러니 …… *

 

 

어느 날 아버지의 귀두가 내 것보다 작아졌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장난감 트럭을 들고 목욕탕에 가지 않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악어 벨트를 허리에 차고 밖에 나갈 수 없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속주머니를 뒤져

오락실에 갈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30년 넘게 혼자 목욕탕에 가시고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복권의 숫자를 고민하며 혼자 씩 웃는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나와 같은 THIS를 산다

 

돗자리에 누워서 잠드신 아버지의 팬티 사이로 누름한 불알 두 쪽이 바닥에 흘러나온 것을 본다 자궁이 넓은 나무와 자고 돌아와 나는 누런 잎을 피웠다 잠든 내 옆으로 와 아버지가 귀뚜라미처럼 조용히 누웠다 나는 문득 자다가 일어나 삐져나온 아버지의 귀두가 저렇게 작았나 하는 생각에 움찔했다 귀두라는 것이 노려볼수록 자꾸 작아지는 것인가 귀두란 그런 게 아니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민항기의 대가리처럼 푸르르 가열될 텐데 아버지와 나는 귀두가 닮은 나무한쪽으로만 일어서고 한쪽으로만 쓰러져서 잠드는축 늘어진 아버지의 THIS를 잡고 웃는다 씨벌 아비야 우리는 슬픈 귀두인 게지 죽은 귀두를 건드리면 뭐하니그런 생각 끝에 나는 튼튼 우유를 하나 사 가지고 와 잠드신 아버지 옆에 살짝 놓아드렸다

 

양쪽으로 여십시오/or 반대편으로 여십시오/

 

 

*인디밴드 아마추어증폭기 노래 가사를 변용.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 말을 타고 모든 음악의 출생지로 가볼 수는 없을까

 

 

오늘 밤은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잠든 말들을 깨워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술을 먹인다

구유를 당겨 물 안에 차가운 술을 부어준다

무시무시한 바람과 산맥이 있는 국경을 넘기 위해

나는 말의 잔등을 쓸어주며

시간의 체위體位를 바라본다

암환자들이 새벽에 병실을 빠져나와

수돗가에서 고개를 박은 채

엉덩이를 들고 물을 마시듯

갈증은이미지 하나 육체로

무시무시하게 넘어오는 거다

 

말들이 거품을 뱉어내며 고원을 넘는다

눈 속에 빨간 김이 피어오른다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취한 말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이 말들의 고삐를 놓치면

전속력으로 취해버릴 것을 알기에

나는 잠시 설원 위에 나의 말을 눕힌다

말들이 뱃살에 머리를 베고

(우리는 몇 가지 호흡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둥둥둥 북을 울리듯 고동치는 말의 염통!

말의 배 안에서 또 다른 개인들이 숨 쉬는 소리

들여오는 것이다

밤하늘동굴의 내벽에서 들려오는 바람의 연령

나를 조금씩 인용하고 있는 이 침묵은

바닥에 널브러진 말들의 독해처럼

나에게 있는 또 하나의 육체,이미지인 것이다

나는 말의 등에서 몇 개의 짐들을 떼어내준다

 

말들이 다시 눈 덮인 고비 사막을 넘기 시작한다

그중엔 터벅터벅 내가 아는 말들도 있고

터벅터벅 내가 모르는 말들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 밤엔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음악 속으로 날아가는 태어날 때부터

바퀴가 없는 비행기랄지

본능으로 초행을 떠난 內感 같은 거말이

비틀거리고 쓰러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분만을 시작하려는 것인지

의식을 향해 말은 제 깊은 성기를 꺼낸다

기미機微란 얼마나 육체의 슬픈 메아리던가

 

그 사랑은 인간에게 갇힌 세계였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중에서

 

 

 

 

 

 

 

기담奇談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통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흐를 수 있는 피가 있다

 

 

 

 

 

 

우리들의 변성기  

혁명가들은 모두 여기서 기록으로 떠났다 기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곳은 당과(糖菓)로 기어가는 벌레들이 자라지 않는 곳이라 했다

안개꽃이 들어 올리는 새벽의 맨발 냄새를 기억하며 나는 사람들에게 기록이 있는 곳을 묻는다

기록이 사는 곳엔 몇 가지 혈청이 몰래 운반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다투어서 짐을 싸고 기록으로 떠난다 기록이 어디인지 모르고

움직이는 기록이 있고 기록을 묻기 위해 모래시계 속 새벽으로 간다고 하는 자도 있다

기록에 관한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기록은 하등 세계의 수조이거나

옆길로 새버린 물고기침니를 가득 머금고 일시적으로 급류로 흘러버린

동물의 기름기진흙층을 파헤치는 입가의 촉수거나

패턴과 왜곡의 친화종잡을 수 없는 지혜의 변덕

그러고 나면 언젠가 다시 '장난감 자동차에 여행 가방을 넣고 식탁 밑으로 떠난*'

여행이 보인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가면 몇 달 후 콧속이 붉은 아이를 업고 나타날 수도 있어

기록으로 가면 우린 은밀한 윤곽을 나누어 가지고 살 수도 있지

나의 기록은 고아들의 무덤이 있는 곳에 와 있다

그대가 이해할 수 없는 탈골,

밤마다 그곳으로 불어오는 식물원

기록은 흔들리고 살기에 참 좋은 무덤이다

어니스 모쥬가니의 시 중에서.

 

 

 

연필의 간

 

 

연필 속에서 간이 흘러나온다

 

간 속의 노란 돌가루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 돌가루

 

연필 속에서 탄광이 쏟아져 나온다 탄광을 말려서 간을 빚는 자시를 쓴다

해골이 물고 있는 꽃잎

혈액이 돌아오는 시간

 

연필은 잡념의 생식기

푸른 먼지 하나 허리를 흔들며 사라져가고

헐리고 있는 촛불

그 안에 번식 중인 빨간 간들

문어처럼 미궁을 많이 알지도 못해서

연필은 대가리를 디밀며 해저를 뒤집고 다닌다

 

연필을 두 쪽으로 쫙 갈라내어

간을 본다

이끼가 자라고 있는 해보도블록에 떨어진 혀들입속으로 퇴근하는 머리칼어항 속으로 들어가 웃는 쥐구름과 구름 사이 희미한 돌가루들아픈 배죽어서 일어나 강낭콩을 먹는 비둘기저녁을 빗방울 속으로 밀어 올리는 맥박들구슬,구슬 속을 흘러 다니는 허공

 

그건 간의 색인데

그믐을 그리는 건 간의 색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의 색을 전부 지우는 일이었다고

 

더 천해져야 한다 이것저것 간을 보면서

 

 

 

 

 

 

 당신의 눈 속엔 내 멀미가 산다

 

 

 

 

 벽 틈으로 들어간 달팽이가 사흘이 지나도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벽에서 일어나는 붉은 비린내를

 빛을 외로워한 그 달팽이가

 안에서 혀를 깨물고 있을 것 같다고 여길 때

 물기의 층을 거쳐 태어난 목젖이 자기 음악을 알아보고

 집 안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을 때

 

 옥상의 노란 정화조 탱크 속에

 지친 새 한 마리 눈을 감고 떠 있을 때,

 구슬처럼 행불이 된 연인을 찾아

 투명한 뼈를 가진 벌레들을 가방에 모으며 여행할 때

 남몰래 아주 긴 피로 별자리를 물들이고

 너무나 많은 달걀 안의 수도를 알고 있지만

 방에 귀만 넣어두고 자야 할 때

 

 오래된 미라의 귓속에 가만히 내 귀를 대어보았을 때

 

 내 귓속의 죽을 당신에게 다 흘려준다고 생각했을 때

 오래 비운 집에 돌아와보니 집이 헐리고 있을 때

 구멍 속에서 고운 가루가 된 달팽이를 발견하고

 목으로 인어들이 우루룩 밀려올 때

 

 유리에 금이 오른다

 번지는 일로만 여러 번

 당신의 손가락을 물고 잠들고 싶었는데

 

 그대를 더 연하게 만드는 여행들

 

 

 

 

쇄골이 닮은 가계家係

-여섯개의 종

 

  

   이제 부터 내가 쓸 소설小說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끝을 지워가는 거야 아직은 만지지 마 지금은 구름이 지저분한 물을 흘리는 시간이니까 종鍾 속으로 들어간 구름은 물에서 실패한 자들이 육에서 떨고 있는 쪽으로종 밖으로 나온 구름은 흐르는 면에서 누운 선으로

 

   구름이 지저분한 물을 흘리면 폴라로이드는 노을과 종에 물기를 많이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그곳을 각오하고 지나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기다리는 자들의 눈동자로 어두운 골목의 환충이 환하게 울렁이던 밤우리는 촛농을 향해 소리 질렀고 매일 밤 아무도 살지 않는 종 속으로 들어가 흔들린다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서로의 일기를 대신 써주었어 잠은 몸속의 저수지들이 제 수위를 흔드는 것에 불과해 시간이 되면 우리는 그곳으로 내려가 가라앉힌 종을 꺼내 들고 어두운 비둘기처럼 절뚝거려야 해 우리는 모두 한 번씩은 그 방에서 돌아누우며 쇄골에 고인 물을 반대쪽으로 흘려주곤 했지

 

   아버지가 입선하지 못한 그림 중 하나는 임신 중姙娠中이던 신의 배에서 들리던 종소리를 그렸던 일이다 한 골목과 한 고압선高壓線에 연결된 종이 당신의 몸을 건너가고 있다는 걸 알아 지금은 구름이 지저분한 물을 흘리는 시간이니까

 

   어미가 여행을 시작하면 네 몸속에 불을 다 꺼놓고 돌아올 거야 넌 모를 거다 지평선 아래서 마른 물고기로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의 식탁은 소설小雪에 물들고 식탁이 젖는 동안 우리는 종이 위에 입술을 그리고 종소리를 꺼낸다

 

 

 

 

주저흔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 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 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 <기담중에서

 

 

 

 너무 오래된 이별

 

 

불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숲이 좋다

햇볕에 그을린 거미들 냄새가

 

부스러기가 많은 풀이 좋다 화석은 인정이 많아

텅 빈 시간에만 나타난다 그 속에 누군가 잠시 피운 

불은 수척하다

 

네가 두고 간 운동화 속에 심은 벤자민이 좋다

눈을 뜨면 나는 커다란 항아리로 들어가 구르다가

언제나 언덕 앞에서 멈춘다

 

고요로 가득한그러나 텅 빈 내 어미語尾들이 좋다

벽지 속에 사는 기린의 목처럼 

 

철봉에 희미하게 남은 손가락 자국이악력이 스르르

빠져나가던 침묵이 좋다 내가 어두운 운동장이라서

너는 엄지를 가만히 내 입속에 넣어주었다

 

 

 

 

비어들

 

 

거울 앞에서 입을 벌린다

입안은 저승이다

 

저승은 거울 속에 있다

 

입을 벌리고

우두커니 거울 앞에 서 있는 그는

잠시 저승을 엿본다

 

오직 그의 한 눈만이

입안의 저승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한 눈은 아직 이쪽에 있으므로

저승의 언어는 입안에 있다

 

입을 닫으면

저승은 닫힌다

 

지금 저승은 저곳의 세계가 아니라

이곳의 언어다

 

거울은 우리에게 저승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물성이다

우리의 눈은

거울 속 입으로 걸어가는

이승의 언어다

 

언어가 피해갈 수 없는 저승은

그 사람의 입안에 있다

침묵처럼

 

 

 

 

 

한밤의 형광펜

 

 

 

   자음은 금방 고독해진다 노랑은 내 마음으로 지쳐가도 좋아 새가 죽으면 부리가 가장 먼저 파랗게 변해가는 것처럼물속의 자기 코를 들여다보면 오늘밤엔 물속에서도 코로 숨 쉰다는 해마처럼 잠들 수 있어 입술을 조금 지우고어린 시절 가족의 종아리 모양을 떠올려본다 새로운 단어를 발명했어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선로를 놓는 철로공의 망치 소리들모음들을우리의 세계는 밑줄을 긋고 그 위를 산책하는 자들의 세계빈손으로 사로잡은 모기 몸 전체에 형광펜을 칠해주고 날려주듯이불화여가슴뼈여안부여캄캄하게 오시라 내 시는 비눗방울 속에 세 내어주기

 

 

 

 

 

 

햇볕에 살이 지나가네

 

 

나에겐

당신이 좋아하는

바다표범의 가죽이 있다

언젠가 나는

바다표범을

보러 갈 것이다

빙하 위에 앉아

앞발을 베고 누운

바다표범처럼

길고 느린 하품을

하러 갈 것이다

봉우리가 아닌

심해어들의 이름을 외우며

쓸쓸한 날

까만 살을 가진 너처럼

달은 물을 머금으면

더 희다

느리게 흘러가다

나는 새 떼에 번졌다

너를 기다리며

작은 빙산에 올라

날아온 갈매기를

입속에 넣어 재울 것이다

햇볕에 살이

지나갈 때까지

 

 

-김경주 시인의 시집<고래와 수중기중에서

 

 

 

 

 

 

 

 

 

 

 

꽃 피는 공중전화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하고 잘려 나 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바위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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