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23세 때, 한문시로 중국문단에 데뷔한 후 지방지로부터 중앙지에 이르기까지의 청탁원고를 부지런히 써내는 행운이 있었으나 8년이란 이 시기의 글들은 뿌리없이 허공에 떠도는 구름이란것을 후에 깨달았다. 80년대를 한 해 앞두고 꿈에서 깨여난 나는 진정한 시의 의미를 찾는 탐구의 길에 올랐다. 한수의 시를 위해 늘 비지땀을 흘린 보상인지 나의 시「할머니」와 첫시집 『상사집』은 선후로 전국문학상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에 대한 탐구는 이것으로 만족할수는 없었다.
80년대 중반 내가 또 새로운 출발을 시도할 무렵, 중국시단으로부터 나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뿌리를 찾는 열, 그중 토템신화를 문화적으로 다룬 시가 밤하늘의 왕별마냥 나의 이목을 끌었다.
따져보면, 민족은 사실상 문화로 구별된다. 민족문화심리를 깊이 파고들면 토템신화를 론의하지 않을수 없다. 토템신화는 여러 가지 소박한 원시적 관념이 침전되고 응결된 민족문화심리의 심층구성의 원시적 축적층이다. 여기서 민족령혼의 본원이 있으며 근원이 있으며 인간성의 본연이 있다는것은 학자들의 일치된 결론이다. 때문에 20세기는 다른 위대한 발견과 함께 신화의 의미를 발견한 시대로 주목되기도 한다.
형제민족 시인들의 선지선각이 나에게 준 큰 충격이였다. 우리도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나를 신비의 세계로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2. 우리 민족도 토템들이 적지 않다
예전에 나는 줄곧 한개 민족은 하나의 토템만 가진것으로 여겼다. 염황후손으로 자칭하는 한족은 룡을 토템으로, 단군을 모시는 우리 민족은 곰할머니를 토템으로 숭배한다는것만 알고있었다. 토템에 대한 나의 천박한 지식은 학문에 대한 나의 수양도 문제가 되지만 실상 이 면에 관심을 갖고 유관자료를 찾을래야 찾을 길이 없었던것이 국한성이기도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이 개방정책을 실행하면서 서방철학가 사르트르, 레위스트로스, 프로이드, 도그라스, 풀레이세 등의 토템연구성과가 중국학자들로 하여금 눈을 뜨게 하였던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80년대 심지어 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중국학자들이 펴낸 토템연구 저서들은 퍽이나 어설프고 미숙하였지만 그래도 그들의 연구성과를 참조하여 우리 민족의 토템물을 찾는데는 큰 도움이 되였다. 안타까웠던것은 그때도 그랬거니와 지금까지도 우리 민족토템저서는 공백이란 점이다. 어쨌든 우리 민족의 토템을 찾는것은 우리 민족문화의 뿌리를 찾는 중요한 일이였기에 나는 소수민족의 토템, 그리고 세계 여러 민족의 토템물을 돌아보면서 우리 민족 시조탄생신화에서 우리 민족의 토템을 하나하나 찾아내였다.
지금에 와서 중국 권위학자들의 심도있는 토템연구저서를 읽으면서 자신이 찾아낸 우리 민족의 토템이 틀리지 않았다는것이 립증되여 마음이 놓인다. 1996년에 발행된 중국의 권위학자 리병해박사의 고대부족문화연구 저서에서는 부여족의 후예인 고구려 시조 주몽의 탄생 신화를 론하면서 고구려는 태초에 새토템, 태양토템으로부터 후에 또 닭, 양, 소, 말 등 육축토템까지 분화되였다고 자상하게 서술하였다. 오직 원시인들의 원초적인 사유방식에 준하여 조상들의 탄생이 천체, 동물, 식물과의 혈연관계, 친족관계가 밝혀진다면 우리는 곧 토템을 찾은것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은 하늘신을 상징, 아름다운 녀인이 된 웅녀, 단군왕검의 출생과 관계가 있는 신단수, 신라시조신화에서 박혁거세를 탄생시킨 백마, 왕비 알영을 낳은 계룡 또한 사소왕녀가 박혁거세와 알영을 탄생할 때 큰 도움을 주었던 솔개, 신라 석탈해와의 탄생과 관련이 있는 까치, 미추왕의 조상 김알지의 탄생과 관계가 있는 닭, 고려시조전설에서 왕건의 조상 호경을 구해준 호랑이, 호경산신의 아들 강충, 강충의 증손자 작제건의 안해는 룡왕의 딸 룡녀, 아달라왕 때 영호랑과 오세녀부부는 해와 달의 정(精)인 일월신….
신비한 신화의 표현을 보면 우리의 조상은 하늘이 내려주었고 생명, 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연과의 조화로 탄생하였으며 형형색색의 다종다양한 생명형식을 소통하여 모든 생명형식이 서로 친족관계가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때문에 우리 민족도 족조발상신화가 풍부한 민족이며 씨족이나 부족의 토템 또한 다종다양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3. 토템은 과거뿐이 아닌 오늘과 미래
현대에 와서 많은 철학대가들이 토템에 관심을 돌리는것은 토템이 현실사회와 미래지향성에 자못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있기때문이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지울수 없는 옛날 토템의 력사흔적이 남아있다고 하였고, 레위스트로스는 가장 현대적인 과학정신조차 토템식 원시적 사유원칙을 “합법화하고 또 그 권력을 회복”하는데 유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 4월 15일에 세상을 고별한 사르트르는 림종 직전에 이란 문장으로 상고시대의 토템관념을 극찬하면서 토템식 형제관계의 관념으로 현실을 재조명하여 현대인의 생활의 새로운 질서를 재건함으로써 “매개인이 모두 사람이 되게”하는 목표에 이르기를 갈망하였다.
대가들의 연구성과는 나로 하여금 토템신화는 그저 꾸며낸 허황한 이야기라는 무지몽매에서 뛰쳐나오게 하였으며 이것이야말로 과학이나 력사가 제시 못하는 사실 즉 가장 근원적인 진실이라는것을 알았으며 토템숭배가 형성한 민족문화원형이 민족문화의 력사적 발전에서 일으키는 영구한 의의를 보았고 민족문화심리의 심층구조로서의 원시적 침적층이 현대문명건설에서 일으키는 활성과 자양분 역할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토템신화를 시에 도입한것은 토템의 영원한 가치원소를 환기하여 초기 인간의 아름다움과 착함에 대한 관념을 현실에 융합시키며 토템숭배의 풍만한 생명력이 현실적의의를 가지게 함으로써 잃어버린것을 다시 회복시키고 다시 주조하여 민족문화정신의 성장과 발전을 추진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토템시를 통해 우선 내가 찬미하고 싶었던것은 천인합일체(天人合一體)인 우리 조상의 숭고한 품성과 정신이다.
긴긴 세월 엉기엉기 걸어오다가 / 컴컴하고 적막한 동굴 속엔 왜 들었누? / 쓰고 떫은 약쑥 신물나게 맛보고 / 맵고 알알한 마늘 몸서리나게 씹을제 / 별을 눈으로 / 달을 불로 / 이슬을 피로 받아 / 아릿답고 날씬한 웅녀로 변해 / 이 세상인간들의 시조모 되였느니라
……
끓는 피와 담즙을 젖으로 / 무던한 성미와 도량을 풍채로 / 끈질긴 의지와 강기를 뼈대로 / 날카론 발톱마저 도끼와 활촉 삼아 / 한숨도 구걸도 없이 / 길 아닌 길을 찾아 / 첩첩 천험도 꿰뚫고 나갔더라
「곰」에서
의식적인 생명진화과정, 민족의 영광스런 생명의 해돋이 그리고 그 심리, 성격, 령혼의 발생을 통해 우리 민족은 덕성과 심신의 수련을 거쳐 순결하고 선량하고 수양 있는 민족, 하늘의 뭇별을 한눈에 받아들이고 마음에 우주를 품어 안는 흉금이 드넓은 민족, 천성적으로 진보와 정복을 추구할 뿐더러 완강하고 견인하고 백절불굴의 의지를 지닌 민족이라는 것을 현시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민족토템관념의 원천에서 현실과 연결고리를 찾아 옛날, 오늘, 미래를 다채로운 인생화폭에 조화롭게 응결시켜 인간의 본성이란 높이에서 민족의 넋을 다시 주조하고 새 우주를 이룩하는데 모를 박았다.
첫째, 도덕가치에 대한 토템묘사에서 착함을 구가하여 순결하고 선량한 인간성의 본연을 환기.
지금의 인류사회는 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지만 사람들의 도덕은 날로 쇠퇴하여 사람들이 갈수록 자아를 상실하고있는 현실이 심각하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우리는 가치 있는 전통적 도덕관념을 제창하지 않을수 없다. 한 것은 이런 전통관념은 자체의 영구한 생명력으로 자연스럽게 현대화 미래에로 진입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있기때문이다. 바로 이런 리해에 근거하여 나는 토템숭배에서 인성의 본연을 끄집어내여 도덕적 진리에로 나아가는 언어로 승화시켰다.
침묵해야 할데는 침묵하고 참고 견디여야 할데는 참고 견디는〈흙〉, 화를 받고 오해를 받으면서도 선행에 집착하는 〈까마귀〉, 인간의 평화와 복지를 영위하기 위한 존재인 〈범〉, 집안 사람까지 다투지 말라는〈뻐꾹새〉 등은 모두 깨우침의 상징이다.
둘째, 륜리환경에 대한 조명으로 토템묘사에서 생명의 경난과 고통을 묘사하여 정의와 동정과 우애와 호조의 정신을 환기.
오늘날 사람들에게 결여한 것은 바로 민족 유년기시기의 박애와 정과 호조정신이다. 우리는 물론 인간세상에는 아직도 진정이 있다고 말할수 있으나 민족의 유년기에 비하면 그 말은 반디불을 밝은 달에 비기는데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토템묘사로 심령의 량지(良知)를 부르고 정의와 동정을 부르고 화목과 온기를 불렀다.
〈인간〉에 대한 〈힘껏 도움〉이 오히려 〈인간〉의 질투와 배척을 당하고 인애(仁愛)와 선량은 도리어 랭혹과 증오를 초래한 〈고래〉, 괴로움도 쓰라림도 답답함도 속시원히 터놓을 곳 없는 〈거북〉, 인간세상의 〈가장 잔혹한 무게〉,〈가장 잔인한 질식〉에 매몰되여 눈과 입이 봉해진 〈개구리〉는 우리에게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상징물이고 〈산〉은 인간세상에서 소외되고 배척받았으나 자신의 힘으로 환경을 개변하고 화목과 온기를 창조하는 덕행 높은 형상이다.
셋째, 인생의 의의에 대한 사고로 토템묘사에서 사심 없는 헌신정신을 찬송하여 인간활동의 진실한 가치를 환기.
도덕관념의 위기는 필연코 가치판단과 가치선택의 오류를 가져오게 되여 인간의 정신적 결함과 실책을 조성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을 〈이화〉하는 환경을 창조해 낼수 있다면 이런 환경을 성공적으로 개조할수도 있어 이화현상을 제지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관념과 신념으로 나는 인생의 가치방향과 가치원칙을 내세워 인간의 진실한 가치를 가송하고 인생의 진정한 의의를 웨쳤다.
꾸준하게 일하고 사심 없이 봉헌하는 〈황소〉, 생명이 훼멸될 위험이 기다려도 격정 가득히 정의를 위해 주저 없이 앞으로 달리는〈사슴〉, 굶주림과 추위는 자기에게 남겨 세상과 사람을 구원하는〈양〉은 봉헌정신의 상징이다.
넷째, 민족과 인류의 희망에 대한 열렬한 추구로 토템묘사에서 원시적 력도감을 전시하여 창업의 원대한 포부, 격정, 힘을 환기.
토템숭배의 중요한 가치의 하나가 바로 작렬하는 격정, 놀라운 용감성, 무비의 견인성, 두려움 없는 모험성, 빼여난 상상력과 암흑을 물리치는 광명의 수호신이자 희망의 사신인 〈사자〉, 리상을 추구하고 또 그것을 위해 헌신하는 〈백마〉, 목표를 향해 번개나 우뢰와 같이 돌진하는〈솔개〉등은 모두 미래를 향한 상징물이다.
둔재인 내가 분에 넘치는 일을 시도한 탓으로 12, 3년이란 시간을 거쳐서야 비로소 31수의 토템시를 세상에 내놓았다. 문단의 인정으로 수확의 기쁨도 있지만 채 못 완성한 토템시 때문에 줄곧 골머리를 짜고있는것이 또한 나의 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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