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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1960년대 이후 시: 최승호 - 북어
2015년 12월 25일 01시 25분  조회:5085  추천:0  작성자: 죽림

북어

최승호

의 식료품 가게

부정적 시간(군사독재정권)

<케케묵은 먼지 속

 부정적인 현실 상황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 장사가 끝나 문을 닫아 놓은 건어물 가게의 북어(케케묵은 먼지에 덮여 있음)들의 모습

시적대상이자 비판의 대상(화자를 포함한 독재정권하의 사람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

                              군대에서의 최소 단위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 군사독재정권하에 사는 획일화된 소시민들의 모습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생명력을 잃은 현대인의 무기력한 모습

▶ 1~8행 : 밤의 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북어들의 모습 

 

 

<한 의 혀가

       북어 20마리를 한 단위로 세는 말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모습(=말의 변비증)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의 상실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상실(지느러미는 목표를 향해 헤엄치는 도구)

막대기 같은 생각

경직되고 딱딱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북어(현대인)에 대한 연민의식

▶ 9~19행 : 북어의 모습에서 현대인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떠올림 

 

 

 

느닷없이

시상의 전환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북어의 말 - 무기력한 삶에 대한 화자의 자기 반성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환청이자 자기 삶에 대한 반성과 비판

▶ 20~23행 : 무기력한 삶에 대한 자기 반성

 

 

 

 

<핵심정리>

 

 

① 시의 느낌

    화자 : 나 (북어를 바라보는 사람 ≒ 북어 같은 사람)

      ↓

    시적대상 : 북어

      ↓

    상황 : 북어를 바라보며 현대인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함

      ↓

    정서 : 부끄러움, 반성

      ↓

    주제 : 현대인의 무기력한 삶에 대한 비판과 반성

 

② 시의 기본적 이해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풍자적, 자조적, 상징적

    ㉢ 표현상의 특징

        ㈀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적 대상인 '북어'를 구체적으로 묘사함

        ㈁ 비판의 대상이 비판의 주체로 반전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주제의식을 부각함

    ㉣ 출전 :《고해문서》(1981)

    ㉤ 함께 읽어보면 좋은 시 : 김수영의 <사령>

 

③ 시의 심층적 이해

    이 시는 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북어'의 모습을 통해, 획일화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사람들 북적거리는 한낮의 시장, 그 한 귀퉁에 있는 건어물 가게의 북어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그가 이야기 하는 것은, 장사가 끝나 문을 닫아 건 밤의 건어물 가게에 놓인 북어다. 케케묵은 먼지가 덮인 채 또 하루를 더 기다리고 있는 북어 말이다.

 

    아마도 시인은 이런 북어의 이미지로써 우리의 삶을 말하려는 것일 게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 별다른 의미도 없는 목숨을 다만 하루하루 더 연장해 가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때묻고 딱딱하게 말라가는 것만 같은 느낌,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 말이다. 시인은 그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들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왜 우리의 삶이 이 북어들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건 삶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관이자, 우리를 향한 이유 없는 모욕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시인은 말한다. 꼬챙이에 꿰여 딱딱해진 북어들의 혀처럼 우리는 '말의 변비증'을 앓고 있다고.  '무덤 속의 벙어리'들처럼 아무 말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지느러미가 말라서 빳빳하게 굳어 버린 북어들처럼, 무리들도 '빛나지 않는 막대기'처럼 굳어서 어디로도 헤엄쳐 가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또 헤엄쳐 갈 곳도 없지 않냐고.

 

    아마도 이 시를 쓸 때에 시인은, 부당한 독재 권력에 대해 한 마디 비판의 말도 못하는 굴종의 삶을 가리켜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 '무덤 속의 벙어리'라 말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 아무런 희망도 품지 못하는 삶을 가리켜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라 말한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인의 이런 비판은 타인들만을 향해 있지는 않다.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순간'에 북어들이 일제히 입을 벌리고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하고 귀가 먹먹해지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는 시인의 환청, 그것은 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고백하는 진실일 것이다.

 

 ④ 작가 소개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를 졸업하고 강원도의 벽지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후에 전업시인으로, 대학의 시간 강사로 활동하며, 시집과 동시집을 함께 출간하고 있다.

1977년 <비발디>로《현대시학》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했다. 1982년 제6회 오늘의 작가상, 1986년 제5회 김수영문학상,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 2000년 제8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47회 현대문학상, 2003년 제3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승호와 시 




도시는 현대 문명의 표상이다. 현대문명의 명암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곳이 바로 도시이다. 도시는 바로 꽃이 무성한 악의 온상이다. 따라서 현대시가 도시적 삶의 양상을 표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도시적 삶의 양상을 통해서 현대문명으로 인한 삶의 부정적 측면을 보다 분명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시와 대별되는 도시시는 생태시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현대문명으로 인해 파괴된 삶의 양상을 도시적 일상에서 찾고 있다. 이것은 또한 철저하게 세속화된 현대적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시시의 독자적인 영역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시인이 바로 최승호 시인이다. 최승호 시인의 시 읽기를 통해 현대문명으로 인한 인간의 세속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세속화에 대한 성찰은 또한 미궁에 갇힌 현대적 삶에 대응하는 길을 찾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세속도시의 즐거움 2 



/ 최승호 




상복 허리춤에 전대를 차고 
곡하는 여인은 늦은 밤 손익을 
계산해 본다 

시체냉동실은 고요하다 
끌어모은 것들을 다 빼앗기고 
(큰 도적에게 큰 슬픔 있으리라) 
누워 있는 알거지의 빈손, 
죽어서야 짐 벗은 인간은 
냉동실에 알몸거지로 누워 있는데 

흑싸리를 던질지 홍싸리 껍질을 던질지 
동전만한 눈알을 굴리며 고뇌하는 화투꾼들, 
그들은 죽음의 밤에도 킬킬대며 
잔돈 긁는 재미에 취해 있다 

외로운 시체를 위한 밤샘, 
쥐들이 이빨을 가는 밤에 
쭉정이 되는 추억의 이삭들과 침묵 속에서 
냄새나는 이쑤시개를 들고 기웃거리는 
죽음의 왕 

시체냉동실은 고요하다 
홑거적 덮은 알몸의 주검이 
혀에 성에 끼는 추위 속에 누워 있는 밤, 
염장이가 저승의 옷을 들고 오고 
이제 누구에게 죽음 뒤의 일을 물을 것인지 
그의 입에 귀를 갖다댄다 
죽은 몸뚱이가 내뿜는 
서늘한 
虛 

붉은 고깃덩어리 



/최승호 





고깃덩어리가 피를 흘린다 
칼로 친 핏줄들의 구멍을 다 열어놓고 
도마 위에 남은 피를 내뿜는다. 
수술대 위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꺼낸 붉은 핏덩이 
화사한 봄날 각혈하고 죽은 시인 
누구나 피를 흘리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칼이 심장을 베지 않아도 
조용히 마취의 피를 쏟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붉은 고깃덩어리여 
그렇게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발이 묶인 채 
꽥꽥거리다 조용해지는 도살용 돼지들과 
시퍼런 낙인이 찍힌 채 도살장에서 끌려나오는 살덩어리들, 
나는 기름걸레 같은 창자를 입에 물고 서로 찢느라 
퍼덕거리를 까마귀들의 싸움을 
인간의 마을에서 본다. 
그렇게 그렇게 서로 물고 찢으며 
죽어가는 것이다. 붉은 고깃덩어리여 
피가 뚝뚝 떨어지는 황소의 두개골을 
늙은 백정이 강물에 헹구듯이 나의 피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핏줄들이 칼에 떨고 있는 밤이다. 
고깃덩어리가 피를 쏟는다. 
칼로 친 핏줄들의 구멍을 다 열어놓고 
남은 피를 내뿜는다. 칼금이 무수한 
도마 위에서 

뭉게구름 


/최승호 




나는 구름 숭배자는 아니다 내 가계엔 구름 숭배자가 없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구름 아래 방황하다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구름들의 변화 속에 뭉개졌으며 어머니는 먹구름들을 이고 힘들게 걷는 동안 늙으셨다 흰 머리칼과 들국화위에 내리던 서리,지난해보다 더 이마를 찌는 여름이 오고,뭉쳐졌다 흩어지는 내 업의 덩치와 무게를 알지 못한채 나는 뭉개구름을 보며 걸어간다 보석으로 결정되지 않는 고통의 어느 변두리에서 올해도 이슬 머금은 꽃들이 피었다 진다 매미울음이 뚝 그치면 다시 구름 높은 가을이 오리라 





「작가세계」 2001년 가을호 

열목어 



/최승호 





서울에서 나는 저녁의 느낌들을 잃어버렸다 
스타빌딩에서 큰 네온별이 번쩍거리면 
초저녁이다 
저녁 어스름도 땅거미도 없이 
벌써 발광하는 거리, 발광하는 간판의 불빛들로 
눈은 어지러워진다 
수정체가 조금씩 찢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눈에서 열이 날 때 
열목어를 생각한다 
눈이 태양처럼 벌게졌을 때 
안과의사가 벌건 눈을 까뒤집고 들여다볼 때 
의사 선생님, 
제 눈이 매음굴처럼 벌게졌나요? 
아니면 정육점 불빛처럼 불그죽죽합니까? 
눈의 피고름을 짤 때 
붕대로 공 같은 안구를 눌러대고 있을 때 
열목어를 생각한다 
서늘한 계곡에서 눈 식히는 열목어 
그 적막 깊은 골짜기에서 
멋모르고 얕은 서울로 내려왔다면 
열목어야, 네 눈구멍에서 
붉은 연기와 그을음 조각들이 치솟았으리 


-작가세계 2002년 여름호- 

자동차에 치인 눈사람 



/최승호 





자동차는 말썽이다. 왜 하필 눈사람을 치고 달아나는가. 아이는 운다. 눈 
사람은 죽은 게 아니고 몸이 쪼개졌을 뿐인데, 교통사고를 낸 뺑소니 차를 
원망하는 것이리라. "눈사람은 죽지 않는단다. 꼬마야, 눈사람은 절대 죽지 
않아."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저씨, 눈사람은 죽었어요. 죽지 않는 
다고 말하니까 이렇게 죽었잖아요." 

종이공장 


/최승호 





나는 내 시의 경작지에 
종이공장을 하나 세워놓는다 
보이지 않는 
종이인간들이 일하는 종이공장을 

그리고 종이공장을 겹겹의 
섬세한 가시철망으로 
뺑 둘러막는다 
종이인간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럴 줄 알았다 
그새 나의 횡포를 참지 못하고 
안 보이던 종이인간들이 투명한 
품삯을 달라고 가시철망에 달라붙고 있다 

골이 났는지 
종이가슴들을 찢어 열어젖히고 
두 손을 집어넣고 
종잇조각들을 모조리 밖으로 내던지고 있다 
어떤 종이인간은 
제 몸에 불을 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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