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詩에서 체험의 진실성
2016년 01월 10일 02시 45분  조회:4043  추천:0  작성자: 죽림

2. '감동'을 주는 시

▣ 신춘문예 당선작 중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 시로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를 흔히 꼽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 자리에서는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영산포]를 감상해볼까 합니다.

 

영산포 [전문]

 

                        나해철

 

1

배가 들어

멸치젓 향내에

읍내의 바람이 달디달 때

누님은 영산포를 떠나며

울었다.

 

가난은 강물 곁에 누워

늘 같이 흐르고

개나리꽃처럼 여윈 누님과 나는

청무우를 먹으며

강둑에 잡풀로 넘어지곤 했지.

 

빈손의 설움 속에

어머니는 묻히시고

열여섯 나이로

토종개처럼 열심이던 누님은

호남선을 오르며 울었다.

 

강물이 되는 숨죽인 슬픔

강으로 오는 눈물의 소금기는 쌓여

강심을 높이고

황시리젓배는 곧 들지 않았다.

 

포구가 막히고부터

누님은 입술과 살을 팔았을까

천한 몸의 아픔, 그 부끄럽지 않은 죄가

그리운 고향, 꿈의 하행선을 막았을까

누님은 오지 않았다.

잔칫날도 큰집의 제삿날도

누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들은 비워지고

강은 바람으로 들어찰 때

갈꽃이 쓰러진 젖은 창의

얼굴이었지/십년 세월에 살며시 아버님을 뵙고

오래도록 소리 죽일 때

누님은 그냥 강물로 흐르는 것

같았지.

 

버려진 선창을 바라보며

누님은

남자와 살다가 그만 멀어졌다고

말했지.

 

갈꽃이 쓰러진 얼굴로

영산강을 걷다가 누님은

어둠에 그냥 강물이 되었지.

강물이 되어 호남선을 오르며

파도처럼 산불처럼

흐느끼며 울었지.

 

2

개산 큰집의 쥐똥바퀴새는

뒷산 깊숙이에 가서 운다.

병호 형님의 닭들은

병들어 넘어지고

술 취한 형님은

강물을 보러 아망바위를 오른다

배가 들지 않는 강은

상류와 하류의 슬픔이 모여

은빛으로 한 사람 눈시울을 흐르고

노을 속에 雲谷里를 적신다.

冷山에 누운 아버님은

물결 소리로 말씀하시고

돌절벽 끝에서 형님은

잠들지 않기 위해 잡풀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어머님 南平아짐은 마른 밭에서

돌아오셨을까,

귀를 적시는 강물 소리에

늦은 치마품을 움켜잡으셨을까,

그늘이 내린 九津浦/형님은 아버님을 만나 오래 기쁘고

먼발치에서

어머님은 숨죽여 어둠에

엎드린다.

 

 

▣ 이 시의 강점은 체험의 진실성입니다.

 ◦ 경기가 제법 좋았던 영산포가 근대화 과정에서 낙후되고 마는데, 한 가족이 그 여파로 절대빈곤에 노출되면서 몰락하고 맙니다.

  - 특히 화자의 누님은 몸을 파는 신세로 전락하고(1번),

  - 다른 식구들도 죄다 비극적인 상황에 봉착합니다(2번).

 

 ◦ 참담한 현실상황을 들려주면서도 이 시는 시종일관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 한 가족의 비극이 잔잔하게 기술됨으로써 비극성이 더욱 강하게 드러납니다.

  - 특히 2번 시에는 많은 지명이 제시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시의 구체성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 시의 내용은 어느 일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산업화 시대였던 60년대와 70년대를 통과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그 시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농촌이나 어촌에서 살아갈 수가 없어 이농의 대열에 섰습니다.

  - 도시에 와서 산동네 주민이 되어 살길을 찾았지만 허기는 여전합니다.

  - 농촌사회에서는 그나마 가족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는데 도시에 나와서는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습니다.

  - 가족이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관계가 되고 만 것이 더 큰 비극일 수 있습니다.

  - 남자는 노동판에 가서 일용직 노무자라도 할 수 있었지만 여자는 그 시절에 공장 노동자가 아니면 버스 차장, 그도 아니면 직업여성이라도 되어 살길을 찾아야 했었지요.

 

 ◦ 이 시는 가족사와 사회사가 함께 다뤄지고 있으며, '체험의 진실성'에 서정성과 비극성이 보태져 진한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 이 시를 쓴 나해철 시인은 전남의대를 나와 지금은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 의사를 하고 있습니다.

  - 보통 얼굴의 여성을 미모의 여성으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를 지닌 의사 시인이기에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을지 모르지요.

 

 ◦ 하지만 시인의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연간 수입이 얼마인지 간에, 그 사실로 인해 이 시가 지닌 체험의 진실성이 흔들릴 수는 없습니다.

  - 자기 자신의 체험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시인은 이웃 혹은 일가친척 중 누군가의 체험을 진솔하게 묘사해 냈기 때문입니다.

  - 199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는 제 후배여서 시 창작의 내밀한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

 

43. 청명 / 정희성

 

 

 

 

 

44. 시를 찾아서 / 정희성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22 대만 현대시 흐름 알아보기 2016-10-30 0 3712
1721 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 2016-10-30 0 2923
1720 대만 모더니즘 선도자 - 예웨이롄 2016-10-30 0 3024
1719 대만 녀성시인 - 옌아이린(옌艾琳) 2016-10-30 0 3109
1718 대만 시인 - 余光中 2016-10-30 0 3291
1717 나를 오리신고는 침선으로 나를 꿰매셨다... 2016-10-30 0 2780
1716 "동주" - 그는 가깝고 그리운 한 사람이다... 2016-10-29 0 3550
1715 5 + 7 + 5 = 17 2016-10-28 0 3684
1714 깨여나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2016-10-28 0 3436
1713 ...바로 탐욕이다... 2016-10-28 0 3260
1712 새들은 왜 록색별을 떠나야만 하는가... 2016-10-28 0 3200
1711 우리가 언젠가는 "사막의 꽃뱀"이 될지도 모른다... 2016-10-28 0 3352
1710 어느 날 페허 잔해속에서 원자로 화석을 발굴하라... 2016-10-28 0 3588
1709 詩人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저항하라... 2016-10-28 0 3471
1708 詩는 희곡을 "언어예술의 집"으로 건축하는 벽돌이다... 2016-10-28 0 2873
1707 詩와 비평은 쌍두마차이다... 2016-10-28 0 3213
1706 비평가의 詩, 詩人의 비평,- 립장을 바꿔보다... 2016-10-28 0 3142
1705 詩란 "내가 나의 감옥"에서 뛰쳐나가기이다... 2016-10-28 0 3727
1704 詩란 유일무이한 그릇에 유일무이하게 헌것을 새롭게 담는것... 2016-10-28 0 3109
1703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하는 시인 -니자르 카바니 2016-10-28 0 3407
1702 아랍의 詩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2016-10-28 0 4177
1701 詩적 상상력을 중첩, 확대하는것은 실체(체험)를 바탕하기... 2016-10-27 0 3430
1700 현대시의 난해한 벽을 허물어보기 2016-10-26 0 3581
1699 불온한 상상력들이 광란의 춤사위에 나으다 2016-10-26 0 3570
1698 눈뿌리가 아플 정도의 포스터모더니즘의 한계 2016-10-26 0 3404
1697 무엇인지를 리해하는 문제는 언어가 무엇인지를 리해하는 문제와 련관된다... 2016-10-26 0 4090
1696 즐거움의 순간과 죽음의 망령은 삶의 련속이다... 2016-10-25 0 3787
1695 詩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2016-10-25 0 3437
1694 詩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를 쓰라... 2016-10-25 1 3360
1693 詩란 태음신과 같은 현무(玄武)로서 시첩(詩帖)속에 잘 가두기를... 2016-10-23 0 3504
1692 詩어는 꽃잎에 닿자 나비, 꿀벌이 되다... 2016-10-21 0 3313
1691 詩리론은 하나의 울타리로서 늘 시인을 괴곱게 한다... 2016-10-21 0 4277
1690 詩여, 독침이 되라... 2016-10-21 0 3312
1689 詩의 첫행은 시인과 독자가 만나는 최초의 순간이다... 2016-10-21 0 3639
1688 한국 현대시사 최초의 선시리론자 - 김종한 2016-10-21 0 3660
1687 냄새가 나는 "조감도"(鳥瞰圖)냐, "오감도(烏瞰圖)냐... 2016-10-21 0 3814
1686 다시 떠올리는 정지용 시모음 2016-10-21 0 3199
1685 훌륭한 詩란 뼈를 저미는 고통의 작업에서 빚어진다... 2016-10-21 0 3497
1684 詩作에서 "창조적 변용"아냐, "몰상식적 표절"이냐가 문제면 문제 2016-10-20 0 4550
1683 詩의 세계속에는 지상과 천상이 한 울타리에 있다... 2016-10-20 0 3435
‹처음  이전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