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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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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재창조의 산물
2016년 01월 10일 03시 21분  조회:3555  추천:0  작성자: 죽림

밑에 관하여

 

 

 

나는 위보다는 밑을 사랑한다.

밑이 큰 나무, 밑이 큰 그릇, 밑이 큰 여자....

그 탄탄한 밑동을 사랑한다.

 

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밑동도 다 넓은 것은 아니지만

참나무처럼 튼튼한 사람,

그 사람 밑을 내려가보면

넓은 뿌리가 바닥을

악착같이 끌어안고 있다.

 

밑을 잘 다지고 가꾸는 사람들....

우리도 밑을

논밭처럼 잘 일궈야 똑바로 설 수 있다.

가로수처럼 확실한 밑을 믿고

대로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거리에서 명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밑이 구린 것들, 밑이 썩은 것들은

내일로 얼굴을 내밀 수 없고

옆 사람에게도 가지를 칠 수 없다.

 

나는 밑을 사랑한다.

밑이 넓은 말, 밑이 넓은 행동, 밑이 넓은 일...

그 근본을 사랑한다.

근본이 없어도

근본을 이루려는 아랫도리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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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퉁이에 관하여

 

 

 

모퉁이가 아름다운 건물을 보면

사람도 모름지기 모퉁이가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입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향기로운

내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퉁이가 둥근 말, 모퉁이가 귀여운 사랑

이들에게는

한결같이 모난 부분을 둥그렇게 구부린 흔적이

바라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한다.

나는 이 아름다운 옆구리를 한번 돌아가보면서

모퉁이란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될

건물의 중요한 한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까지 품위 있게 해주는

의식의 요긴한 한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퉁이를 가꾸는 사람들...

경제학적으로 검토하면 비효율적 투자이겠지만

모두가 모퉁이를 가꾸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또 어디를 돌아가보고 살아야 하나?

향기로운 넓이와 높이를 가진 입체물들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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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보고 드러내봐도 내 앞뒤 골목은 온통 벽이로구나. 한 발로 뻥 찼을 땐 여지없이 되튕기며 발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벽.

 

야, 벽에도 이단 옆차기가 있고, 돌려차기가 있구나. 속이 훤히 드러난 유리벽이 있고, 보초를 세워야 하는 철조망 벽이 있구나.

그러면 벽에도 나이가 있고 학벌이 있고 지위가 있다는 것인데, 맘에 안 든 벽을 마구 감옥에 잡아넣는다면 누가 경쟁을 하나? 벽 없이도 세상을 이룰 수 있나? 우리들 마지막 버팀목이 벽이라면 벽 없이도 희망은 존재할까?

벽을 쌓으려면 스폰지를 넣거나 변경이 용이하도록 조립형으로 설계해야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견고하게 구축하더라도 잦은 발길질과 교묘한 철거 전략에 살아남기 어려우리라. 벽은 융통성 있게 존재해야 하리라.

 

지금 나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한 사나이가 망치를 들고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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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강의 및 감상평(2)

 

☞초보자 시절에는 상상하기에 좋은 소재들을 골라 상상하도록 합시다.

 

초보자 시절에 일단 상상하는 요령을 알게 되면 어떤 소재를 고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상상력이 일정 수준에 달한 사람은 어떤 소재를 갖다놓더라도 즉각 상상력을 기발하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만 초보자 시절에는 막막하기 이를 데 없죠. 그래서 초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긴 소재, 언어들을 고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공간이 존재하는 소재들을 고르는 게 상상하기 쉽습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소재들은 수준급의 상상력 소유자가 아니면 상상의 단서를 잡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사랑, 미움, 과거, 미래, 종이... 등 이런 소재들로 시를 쓴다고 해봅시다. 그냥 숨이 콱 막힐 겁니다. 그러나 공간이 있는 것들 문, 벽, 창, 천장, 집....등 이걸로 상상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이 한결 쉬울 겁니다. 이건 상상이란 기본적으로 이미지, 즉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고 그 그림은 공간이 있는 것이 평면적인 것보다 훨씬 그리기 쉽고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 봅시다. <문>을 가지고 상상한다면 현실의 문(사립문,철문,미닫이문,파란문,빨간문...), 추억의 문, 사랑의 문, 지식의 문...등 상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가령 그 추억의 문 하나로만 상상을 해보더라도 그 추억의 문에 문고리를 달아보고, 자물통도 달아보고, 발로 한 번 뻥 차보고, 파란 페인트, 아니 빨간 페인트도 칠해보고 온갖 상상을 다 해볼 수 있잖아요?

 

또 <집>이란 소재로 한번 해 볼까요? <추억의 문>처럼 의미적 공간 말고, 이번에는 실제적 공간으로 <집>, 즉 어느 초가집을 한번 그려본다고 해 봅시다. 두 눈 딱 감고 어릴 적에 보았던 초가집 하나를 머리 속에 담고 < 그 집에 들어가려면 싸립문을 밀어야 하고/ 문 왼쪽에는 나팔꽃 화단/오른 쪽에는 토끼장이 딸린 닭장/ 거기에는 줄을 잡고 변을 보는 화장실이 있다/.....뒤란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앞마당에는 삽살개 한 마리/ ....신발을 벗고 방문을 열면/ 펜티 차림의 한 어린이가/ 만화책을 보고 있다> 이렇게 묘사해 놓고 제목을 <김영남의 집>으로 붙인다고 해 보세요. 정말 김영남의 어린 시절 집을 그린 훌륭한 시가 되지 않습니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초가집을 그리는데 자기가 실제적으로 본 초가집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상상이 당장 막혀요. 상상은 기본적으로 허구이고 가공입니다. 즉 그 초가집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기억 속에서 모두 불러와 한번 그럴싸하게 둘러대는 겁니다. 즉 상상 속에서 초가집을 새롭게 창조하는 거죠. 이게 바로 참신한 그림이요, 참신한 이미지요, 참신한 시가 되는 겁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공간이 존재하는 소재들을 골라 상상을 해 시를 써보도록 하고, 상상은 체험, 허구, 가공까지 드나들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시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 가공까지 동원해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는 걸 유념하고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욱 님의 <비>를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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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욱 님의 <비>란 시는 발상, 즉 상상의 단서는 참 좋습니다. 비가 오는 것을 편지가 오는 걸로 상상하는 것은 훌륭한 시로 탄생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일단 상상이 참신하니깐 요.

그러나 현재로써는 시로 여물지 못했어요. 단지 시로 건질 수 있는 표현은 네 번째 연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방안에 불을 켜 두자/.....먼데서 오는 그 편지 저마다 집을 수월히 찾아갈 수 있도록> 이것뿐입니다. 나머지는 비 오는 걸 편지 오는 걸로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구절들이에요. 한 시에서 초점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면 그런 표현들은 버려야지요.

 

하여, 공기욱 님은 나머지 연은 다 버리고 네쩨연을 첫연으로 내걸고 거기서부터 다시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소한 표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상상을 어떻게 펼치는가가 앞으로의 장래를 보장하니깐 <감상평1,2>의 요령을 참고하시어 다시 써보기 바랍니다. 당분간 상상을 참신하게 하는 데에 중점 지도를 할 것입니다.

 

공기욱 님에게 위 시에서 상상을 펼치는데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첫 연에서 비가 오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편지가 오는 걸로 생각했으니깐 둘째 연에서부터는 나한테 오는 편지로 끌어와야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쉬워질 겁니다. 그리고 나선 슬픈 편지, 기쁜 편지, 빨간 편지 파란 편지, 애인 편지, 친구 편지, 문안편지, 위로편지 등등....쓸 내용이 많아질 겁니다. 상상하는 데 참고해 보세요.(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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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커브 / 신현정

 

 

 

      

 

 

 

 

 

 

61. 빨간 우체통 앞에서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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