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작법 시시시...
2016년 01월 10일 05시 40분  조회:567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고재종


시적 대상이 있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서정적 주체가 있다. 주체는 반드시 주체의 관점을 통해서 대상을 바라본다. 그 관점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그 주관은 삶의 본질을 날카롭게 가로지르는 주관이자, 어떤 객관적인 언술로도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향해 비약하는 주관이다. 그 주관은 일체의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획득된 것이며 순간적으로 지각된 느낌을 명징하게 드러냄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다라서 그 어떤 논증적인 결론에 뒤지지 않는 심정적인 깨우침을 안겨준다. 그리고 독자는 이 당연한 주관성을 엿봄으로써 공감을 느끼거나 부적절함에 대한 반감을 토로함으로써 시적 상상력에 개입한다. 무엇보다 이 내밀하고 주관적인 관점이 우리에게 건네는 공감이야말로 시의 아름다움이 갖는 본질적인 표딱지인 것이다. 여기에서 이 주관을 가능케 하는 힘을 투사라고 한다. 이 투사는 또 직관력을 절대로 필요로 한다. 

(10) 墨畵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1) 自尊 - 이시영 

화창한 가을날 
벌판 끝에 밝고 환한 나무 한 그루 
우뚝 솟아 있다 

모든 새들이 그곳에서 난다 

시 (10)은 회화적이다. 이는 첫 행과 두 번째 행을 통해 누구의 눈에라도 확연히 그 풍경을 지각할 수 있다. 저물 무렵, 아마도 깡마른 손임에 분명한 할머니 손이 물먹고 있는 소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있는 외딴집 울타리 속의 풍경. 제목이 묵화이듯이 어떤 묵화를 바라보고 썼거나, 거꾸로 풍경과 人事의 여러 자잘한 가지를 생략해버리고 고단위의 긴장과 절제의 방법으로 여백과 농담의 미가 충만한 묵화의 세계를 지향했거나 상관없다. 이 시는 묘사적 풍경에서 멈추지 않는다. 3행으로 넘어가면서 직바로 본질로 진입해 가는 시인의 날카로운 주관적 투사, 곧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말해버림으로 물먹는 소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지는 단순하고도 객관적인 풍경이 소와 할머니 사이에 지극한 교감으로 바뀌고, 또 단순하고 객관적인 풍경이 생의 비애, 존재의 고통의 면모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투사로서의 상상력은 한 존재가 맞닥뜨린 생에 대한 자각과 그에 반응하는 섬세한 존재의 울림을 고스란히 확인케 함으로써 우리를 천박하고 저열한 우리의 그저 놓여진 일상을 새롭게 충전하는 것이다. 
시 (11)도 이 점에선 시 (10)에 한 점도 뒤지지 않는 시이다. 오히려 시 (10)이 3행부터의 투사적 진술이 우리를 깨우치긴 하지만 존재와 풍경이 감추고 있는 아득한 비의를 약간은 깨버린 듯한 인상을 주는 데 비해 시 (11)은 그렇지 않다. 이 시에서도 너무도 확연한 그림 하나를 볼 수 있다. 화창한 가을날이면 하늘은 높고 햇살은 순금빛으로 쏟아지고 대기는 맑다 못해 푸르른 날일 것이다. 그런 날 벌판 끝에 그 햇살을 받고 나무는 역시 황금빛으로 빛나는 은행나무도 좋겠고 투명한 갈색으로 빛나는 느티나무도 좋겠다. 얼마나 밝고 환할 것인가. 그것이 우뚝 솟아 있다. 황금나무다. 세계수다. 은행나무라면 땅에서 하늘로 팔 벌린 상태일 것이고 느티나무라면 둥그렇게 마을을 감싸는 모습일 것이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나 모두 지상과 하늘을 매개하는 영매이다. 어쨌든 그것은 얼마나 신비롭고 아늑하고 정정하고 성성하고 밝고 환할 것인가. 여기까지는 객관적 풍경의 언어적 그림이다. 이에 덧붙여 연을 달리한 마지막 한 줄이 투사적 진술을 감행한다. “모든 새들이 그곳에서 난다”라고. 객관적 사실은 모든 새들은 그곳에서 날 수도 있고 날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밝고 환한 나무에서 새가 날지 않고 어디서 날겠는가. 새는 자유, 순수, 평화 등 모든 것을 상징한다. 그 새는 인간의 비상의 꿈을 하늘로 치솟음으로 상징해준다. 그러나 들판의 새는 대개 옆으로 난다. 여기 밝고 환한 나무에서 나는 새도 그 나무에서 솟는 새이기도 해야 하지만 그 나무를 가로질러 나는 새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나무의 수직과 새의 수평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시는 이런 모든 췌사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풍경에 대한 언어의 선연한 그림과 이에 날카로운 투사적 상상력을 보탬으로 존재의 비의를 한층 더 깊게 만드는, 말을 침묵에 가깝게 줄임으로 되레 수많은 말을 가능케 하는 시의 진경이 여기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12) 어린 게의 죽음 - 김광규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13) 직관 - 고재종 

간밤 뒤란에서 
뚝 뚜욱 대 부러지는 소리 나더니 
오늘 새벽, 큰 눈 얹혀 
팽팽히 휘어진 참대 참대 참대숲 본다 
그중 한그루 톡, 건들며 참새 한 마리 치솟자 
일순 푸른 대 패앵, 튕겨져오르며 눈 털어낸 뒤 
그 우듬지 바르르바르르 떨리는 
저 창공의 깊숙한 적막이여 

사랑엔, 눈빛 한번의 부딪침으로도 
만리장성 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광규의 시는 밑바닥에 깔린 첨예한 시대의식을 감지할 수 있다면, 그의 투사적 직관력이 시에 얼마나 큰 힘을 부여하고 있는가를 수일하게 짐작할 수 있다. 투사력이라 해도 좋고 직관력이라 해도 좋은 이 상상력은 무릇 시인치고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지만 이걸 얼마나 잘 갈고 닦느냐에 따라 좋은 시를 쓸 수 있는가 없는가 판가름이 난다. 필자의 「직관」이라는 시도 함께 살펴보기 바란다.

 

==============================================================

 

182. 도라지꽃 / 고은

 

     

 

     

 

 

 

 

 

 

 

도라지꽃

 

 

                                                  고은

 

이 길고 긴 여름

나는 당신을 위해 한 송이 도리지꽃을 피웁니다

그렇게도 모진 세월 흘러

끝내 나는 어쩔 수 없이 도라지꽃입니다

이 나라의 도라지꽃입니다

 

모독이었든

원한이었든

그 식민지의 꽃이었고

오늘은 1996년 7월의 마정리 분단의 꽃입니다

 

 

고은 시집 나의 저녁 중에서

--------------------------------------------------------

183. 그 시인 / 고은

 

   

 

 

 

 

 

 

그 시인

 

 

                                                  고은

 

오랫동안 그는 시인이었다

어린이들도

아낙들도

그를 시인이라고 불렀다

과연 누구보다도

그는 시인이었다

돼지와 멧돼지들도

그를 시인이라고 꿀꿀 말하였다

 

그가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죽었다

그의 오막살이에는 시 한 편 남겨져 있지 않았다

시를 쓰지 않은 시인이었던가

그래서 한 시인이

그의 시 한편을 대신 썼다

쓰자마자

그 시조차 바람에 휙 날아갔다

 

그러자 몇 천 년 동안의 수많은 동서고금의 시들도 너도나도 덩달아 휘익 휙 날아가 버렸다

 

 

고은 시집 어느 기념비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63 모더니즘 詩운동의 선구자 中 한 사람 - 파운드 2015-11-06 0 5288
762 <시인> 시모음 /// 禪詩(선시) 모음 2015-10-27 1 6476
761 <촛불 > 시모음 ///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 2015-10-27 0 7863
760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시모음 2015-10-27 0 4304
759 <평화통일> 시모음 2015-10-22 0 5091
758 <통일평화> 시모음 2015-10-22 0 4232
757 미당 "국화"와 얘기 나누다... 2015-10-22 0 4479
756 미당 서정주와 대화하기... 2015-10-22 0 4850
755 얼굴없는 로동자시인 - 박노해 2015-10-21 0 4709
754 시여, 우리 시인이여 - 독자들을 다시 시앞에 모이게 하는 비법... 2015-10-20 0 4675
753 시여, 똥을 싸라... 시는 詩치료로 쓰자... 2015-10-20 0 4513
752 보리피리시인 - 한하운 2015-10-17 0 5341
751 詩여, 침을 뱉어라 2015-10-16 0 5351
750 詩人人生 2015-10-16 0 5089
749 空手來空手去 - 독서가 만권에 달하여도 律은 읽지 않는다 2015-10-13 0 4645
748 쉬여가는 페이지 - 중국 10개 비경 2015-10-13 0 4740
747 소동파 = 소식 시세계 2015-10-13 1 5154
746 이순신 장군 시모음 2015-10-13 0 4514
745 노벨상 이모저모 2015-10-09 0 5168
744 시에서 비유적 이미저리 2015-10-08 1 5092
743 시인의 에스프리 /강영환 2015-10-08 0 4349
742 시에서 정신적 이미저리 2015-10-08 0 4313
741 시에서 이미저리의 기능 2015-10-08 0 4276
740 시를 잘 쓰는 궤도 / 시와 상징 / 靑馬 2015-10-08 0 4091
739 ...이어서 2015-10-08 0 5068
738 詩의 이미지와 이미저리 2015-10-08 0 3935
737 시인의 령감은? 2015-10-07 0 4366
736 (시)괴짜괴짜괴짜 / 최흔 2015-10-04 0 4393
735 "괴짜시인 공화국" 2015-10-03 0 4229
734 "못난 놈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 - "괴짜시인 - 김관식" 2015-10-03 0 4600
733 重慶 烏江 - 절벽에 올라 시구를 구상하는 "괴짜시인" 2015-10-03 0 4290
732 김철호 / 김관웅 2015-10-03 0 3976
731 김철호 / 김응룡 2015-10-01 0 4778
730 김철호 / 최삼룡 2015-10-01 0 4335
729 김철호 근작시 시평 2015-10-01 0 4210
728 김철호 / 허인 2015-10-01 0 4130
727 토템문화와 조화세계 2015-09-29 0 4857
726 다시 보는 조향시인 2015-09-17 0 5418
725 조향시인님을 그리며(꼭 찾아 뵙고저 했건만...)... 2015-09-17 0 4180
724 잊혀진 시조시인 - 조운 2015-09-17 0 4762
‹처음  이전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