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散文詩이냐 산문(수필)이냐
2016년 02월 05일 03시 37분  조회:3637  추천:0  작성자: 죽림

산문시이냐 산문(수필)이냐 

 

      강 인 한

 

 

 

 

   산문시는 시입니다. 산문 형태를 취했을 뿐 본디 시가 지니고 있는 운율, 함축성, 센스, 이미지, 모호성, 알레고리 등의 요소를 두루 갖춘 산문 형태라면 그것은 시입니다. 산문시입니다. 산문시를 읽는 건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읽어봐야 하지요. 그래서 그 산문 형태를 대하자마자 빽빽한 그 형태에 질려서 공연히 어렵겠구나, 하고 곤란을 느끼게 되지요. 약삭빠른 얼치기 시인들이 그러한 점을 노려 시도 아닌 산문을 써서 시(산문시)라고 위장하여 발표하는 경우가 곧잘 눈에 띕니다. 이를테면 하수가 고수인 척 겉모습만 흉내를 내는 것이지요. 대략 어설픈 자기 시의 실력을 감추기 위해 산문시라고 포장해 봤자 잘 뜯어보면 금세 들통이 나게 마련입니다.

   다음의 산문시는 이번 겨울호 계간지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퍽 재미있는 산문시입니다. 일견 산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새겨 읽어볼수록 시의 맛이 새록새록 우러나는 빼어난  시입니다.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날아간다 나비는 잘 접힌다 또 금방 펴진다 나비가 될까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깜빡인다 나비는 몸이 가볍다 생각이 가볍다 마음먹은 대로 날아가는 적이 드물다 줄인형처럼 공중에 매달려 나비에게서 달아난다 나비에게로 돌아온다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닮아간다 옥타브를 벗어나는 나비 따라 부르기 어려운 나비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넘어선다 높아지는 나비 어머나 비가 온다 어머나 비가 간다 나비가 버리고 간 나비 나비가 채우는 나비 줄인형처럼 꽃밭 속에 나비를 담근다 나비가 될까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발생한다 나비를 서성이며 나비가 날아간다

      —심언주, 「나비가 쓰고 남은 나비」(《시로여는세상》2015, 겨울호)

 

  이 산문시를 일반적인 자유시 형태로 바꿔서 읽어보도록 합니다. 행을 가르고 기왕이면 연도 구분해 볼까요. 이걸 읽어보면 위의 산문시가 바탕이 시였음을 확실히 알게 될 것입니다.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날아간다

나비는 잘 접힌다

또 금방 펴진다

나비가 될까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깜빡인다

 

나비는 몸이 가볍다

생각이 가볍다

마음먹은 대로 날아가는 적이 드물다

 줄인형처럼

공중에 매달려 나비에게서 달아난다

나비에게로 돌아온다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닮아간다

옥타브를 벗어나는 나비

따라 부르기 어려운 나비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넘어선다

높아지는 나비

 

어머나 비가 온다

어머나 비가 간다

나비가 버리고 간 나비

나비가 채우는 나비

줄인형처럼

꽃밭 속에 나비를 담근다

 

나비가 될까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발생한다

나비를 서성이며 나비가 날아간다

 

 

   이와는 반대로 서정적인 산문이 시가 될까, 그냥 산문일까 잘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산문은 산문일 뿐입니다. 다음의 글을 읽어봅니다. 널리 알려진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마치 아름다운 시에 나옴직한 비유나 감각적 이미지가 가장 빛나는 부분입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게로 흘러간다.

 

이것을 자유시 형태로 다음과 같이 바꿔봅니다. 요즘 유행하는 시들처럼 마침표도 빼고 행과 연을 구분하여 변형시킨 다음의 글이 비록 시인 것처럼 보일는지 모르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냥 산문입니다. 이러한 산문을 시라고 쓰는 시인들이 적잖이 있는 게 오늘의 우리 시단입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게로 흘러간다

 

 

   시 아닌 산문이 그럼 어떤 글인지 '국어국문학자료사전'에서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산문형식으로 엮어지는 소설 · 수필 · 일기문 · 기행문 등은 산문정신에서 기초한다. 이것은 인생과 직결되어 있으며 운율이나 조형미에 의거하지 않고 인생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어디까지나 내용 자체의 전달로 독자에게 감명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작자가 걸어온 인생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현실의 묘사나 서술에 그 예술성이 보존된다. 특히 산문정신을 작가정신의 요체(要諦)로서 시정신과 대립시켜 제창하는 까닭은 소설의 리얼리티가 시나 운문과는 별도로 그 문예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문제를 하나 제시해 보겠습니다. 다음 글은 산문일까요, 산문시일까요?

 

   용은 날개가 없지만 난다. 개천은 용의 홈타운이고, 개천이 용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날개도 없이 날게하는 힘은 개천에 있다. 개천은 뿌리치고 가버린 용이 섭섭하다? 사무치게 그립다? 에이, 개천은 아무 생각이 없어, 개천은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을 뿐이야. 

   갑자기 벌컥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용은 벌컥 화를 낼 자격이 있다는 듯 입에서 불을 뿜는다. 역린을 건드리지 마, 이런 말도 있다. 그러나 범상한 우리 같은 자들이야 용의 어디쯤에 거꾸로 난 비늘이 박혀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있나. 

   신촌에 있는 장례식장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햇빛 너무 강렬해 싫다. 버스 한대 놓치고, 그다음 버스 안 온다, 안 오네, 안 오네……  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 그래? 그것 때문이었어? 다행히 선글라스가 울컥을 가려준다 히히. 

   참새, 쥐, 모기, 벼룩 이런 것들은 4대 해악이라고 다 없애야 한다고 그들은 믿었단다. 그래서 참새를 몽땅 잡아들이기로 했다지? 수억마리의 참새를 잡아 좋아하고 잔치했더니, 다음 해 온 세상의 해충이 창궐하여 다시 그들의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 않니,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어, 영원히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해도 넌 벌컥 화를 낼 자격은 없어, 그래도 개천은 용의 홈타운, 그건 그래도 괜찮은 꿈 아니었니?

       —최정례, 「개천은 용의 홈타운」

 

 

   글을 쓴 이는 이것을 과감하게 '시'라고 내놓고 있지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판단하건대 어디까지나 이 글은 치기만만한 산문일 뿐입니다. 아무리 높은 거액의 상금을 받았을지라도 그게 내 눈에는 기지와 해학을 앞세운 산문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산문정신에 충실한, 산문치고는 센스가 있는 수필이라 하겠습니다.  (요즘 수필 쓰는 이들 가운데에는 5매 안팎의 짧은 수필 쓰는 경향도 있다고 들었습니다.)저런 수필을 모아놓은 책은 그러므로 수필집으로 대우하는 게 정당할 것입니다. 시인이 '시'라고 생각하고 써서 발표한 글이 모두 시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시인이 자기 양심을 기만한 것이며, 독자 위에 군림하는 오만입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42 <자본주의> 시모음 2015-07-18 0 3869
641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015-07-18 0 3945
640 김소월과 에이츠 2015-07-17 0 4108
639 좋은 시를 쓰는 王道 // 령혼을 노크해주는 글 2015-07-15 0 4174
638 표절과 령혼 2015-07-15 0 4129
637 표절은 작가자신의 령혼을 죽이는 자살행위... 표절은 독자들의 령혼을 죽이는 타살행위... 2015-07-15 0 3714
636 김억과 김소월 2015-07-14 0 4907
635 윤동주와 일본 시인 // 시문학의 흐름 2015-07-12 0 4717
634 한국 최초의 자유시 2015-07-12 0 3389
633 新體詩 시인 - 최남선 / 자유시 선구자 - 주요한 2015-07-12 0 4460
632 하이퍼텍스트 詩 들여다보기/현대시의 흐름/바이런시인 시모음 2015-07-09 0 4806
631 <<死愛>> 2015-07-09 0 4348
630 어둠의 아이들과 햇빛의 아이들이... 2015-07-09 0 4739
629 그 누구나 시의 전파자가 되는 날을 위하여... 2015-07-08 0 3682
628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인 2015-07-06 0 3817
627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2015-07-06 0 3680
626 <<풀보다 먼저 눕고 먼저 울고 먼저 일어서는>> -"국민시인" 2015-07-05 0 4163
625 윤동주와 정지용, 리륙사와 로신 // <<향수>>와 <<추억>> 2015-07-04 0 5606
624 두 시인의 마음속 "고향"은...? 2015-07-04 0 3751
623 다시 알아보는 시인 백석 2015-07-04 0 3914
622 <소주> 시모음 / 김소월시인과 담배, 술, 진달래꽃 2015-07-04 0 4811
621 포스트/모더니즘시론의 력사 2015-07-04 0 3899
620 2015년 7월 4일자 한국 중앙일보 윤동주 시한편 등고해설 2015-07-04 0 4022
619 다시 알아보는 시인 조기천 2015-07-03 0 4543
618 전쟁과 화폐살포작전 / 짧은 시 모음 2015-07-03 0 4571
617 항상 취해 있으라... 2015-07-03 0 3973
616 <지렁이> 시모음 2015-07-01 0 3928
615 미친 시문학도와 싸구려 커피 2015-06-30 0 3861
614 체 게바라 시모음 2015-06-28 0 4085
61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5-06-28 0 4037
612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모음 2015-06-27 0 4496
611 <夏至> 시모음 2015-06-22 0 3834
610 시를 설사하듯 쓰기와 시를 느린보로 쓰기와 좋은 시 다섯편 남기기 2015-06-22 0 4278
609 연변 작가계렬 취재 1 2015-06-22 0 4054
608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2015-06-22 0 4315
607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2015-06-22 0 3785
606 리임원 시집 출간 2015-06-21 0 3663
605 李仁老 漢詩 2015-06-20 0 5894
604 녀성詩 어디까지 왔나ㅠ... 2015-06-19 0 3506
603 <어머니> 시모음 2015-06-17 0 4968
‹처음  이전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