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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만만세 5
2016년 02월 06일 23시 49분  조회:3922  추천:0  작성자: 죽림
글맛 '감칠맛'
 
 
 
   
 
 
 

국어사전은 '시근'이란 낱말을 '시근'(始根: 근본이 되는 원인)과 '시근'(試根: 함지나 사발 따위로 색 볼 때, 육안으로 식별되는 금분(金分)으로 설명한다.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그 녀석 시근 있다' 고 할 때 '시근'은 국어사전이 설명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철 들었다'고 할 때 '철'(사리를 가릴 줄 아는 힘)에 가깝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들이 쓰는 '시근'은 표준어 '철'과는 또 다른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문학작품들은 그 지역의 정서와 환경, 생활상을 더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 동일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각기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세월'을 드러내는 것이다.

◆편한 말을 쓸 때, 창작 더 잘 돼

대구 출신 소설가 김원일의 작품 '불의 제전'에는 '오히려 큰짐 덜었다고 생각해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큰짐'은 '책임'의 의미로 사용된다. 이문열의 작품 '변경'에서는 '그건 글코- 야야, 차라리 내일 아침 첫차로 나가제. 이십 리 길도 마딘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표준말로 표현할 경우 '그건 그렇고, 너, 차라리 내일 아침 첫차로 가는 게 어떻겠니. 이십 리 길도 먼데'로 옮길 수 있겠지만 정서는 많이 다르다.

'야야'처럼 다감한 의미를 단순히 '너'로 옮길 수 없고, '절약이 잘 되어 좀처럼 소모되지 않는다. 즉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의 '마디다'를 단순히 '멀다'라고 옮길 경우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멀다'와 '너처럼 잘 못 걷는 사람한테는 멀어서 좀처럼 길이 줄어들지 않을 것인데'라고 염려하는 심정을 포함하는 '마디다'는 뉘앙스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단편소설가 현진건의 작품에도 대구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뒤통시, 거진, 삽작, 찰지다' 등이 좋은 예다. 경상남도 통영 출신인 시인 청마 유치환의 '보리누름'이란 작품에서 '보리누름'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철'을 뜻한다.

이들 작가들이 지역색이 강한 말을 썼던 것은 가장 편안한 말을 사용할 때 창작 영감이 가장 잘 떠올랐기 때문이다.

◆토속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교수)은 "편안한 말을 쓰다 보니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사용한 작가들도 많지만, 의도적으로 사투리를 자주 쓴 작가들도 많다"며 대표적인 작가로 시인 서정주와 박목월의 1930년대 이후 작품을 꼽는다.

영남과 호남의 서정을 계보로 이어온 두 시인은 각각 영남 사투리와 호남 사투리를 통해 남도가락의 흥을 멋지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두 공간을 단순히 '소재'가 아니라 '돌아가야 할 고향, 토속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시 정신'을 표출하는 매개로 삼았다.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철없이 뛰어놀던 시절,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넉넉하게만 보였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는 고향을 떠나 먼 서울에서 생활하며 겪는 팍팍함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박목월, 사투리-

이상규 교수는 "만일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에서 경상도 방언형인 '칵'이 아니라 '콱'으로 표현했다면 우직함을 느낄 수 있는 절묘한 경상도 방언의 맛깔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써 경상도 사람들의 정감과 심성, 시인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 고향의 색채와 냄새까지 하나의 풍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상규 교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청각과 시각, 미각과 취각까지 일치하는 방언으로 나타낼 때 가장 적확할 수 있다" 며 "만약 이런 시적 표현을 표준어로 바꾼다면 시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번역으로 보는 고유 언어의 힘

사투리가 한 국가 안의 한 지역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면, 국어는 세계 속 하나의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한 국가 안에서 사투리가 푸대접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언어 역시 '칙사'와 '급사' 대접 사이에 자리한다.

1901년부터 2015년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 시인은 프랑스의 쉴리 프뤼돔(1901년), 프레데리크 미스트랄(1904년), 이탈리아의 '조수에 카르두치', 인도의 타고르(1913년), 버틀러 예이츠(1923년) 등을 비롯해 29명이다. 나머지 수상자들은 소설가나 극작가, 철학자들이다.

이들 29명의 시인 중 인도의 타고르, 칠레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과 파블로 네루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 세인트루시아의 데릭 윌콧 등 5명을 제외한 모든 수상자가 유럽인이거나 미국인이다.

세계의 그 많은 훌륭한 시인 중 유독 유럽과 미국의 시인들이 노벨상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은 시어 번역문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글과 달리 시어는 번역을 통해 원래의 맛을 표현해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5명의 비유럽, 비미국 수상자들 중에서 인도의 타고르는 영국에서 유학했으며,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알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품 '기탄잘리' 역시 벵골어로 썼으나 자신이 직접 영어로 번역했다. 또 다른 비유럽 시인인 세인트루시아의 데릭 윌콧은 아버지가 영국계로 영어를 사용하는 시인이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유럽권인 셈이다.

비유럽, 비미국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못 받았기에 아쉽다는 말이 아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문학작품 속 사투리를 표준어로 혹은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번역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시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할 만큼 시 번역이 어렵다고 말한다. 모국어와 사투리 속에는 그들만의 정서가 오롯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촌스러운 사투리? 서울말도 사투리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 씨는 이달 8일 매일신춘문예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당선자가 전국적으로 골고루 나왔는데, 사투리가 거의 들리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구에 왔지만 사투리가 많이 들리지 않는다. 전라도에 가도 전라도 사투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며 "사투리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지방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점점 사투리가 멀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도시에서 사투리를 듣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문학작품에서도 자연스럽게 쓰는 사투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사투리를 쓰면 '촌스럽다'는 의미를 넘어 극우, 빨갱이, 의뭉함을 연상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구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곧바로 '일베'로 규정하고 비판을 퍼붓기도 한다. 여기서 '일베'는 '극우, 꼴통보수'라는 비판적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면 곧바로 '슨상님'과 '민주화'를 연상하기도 한다. 여기서 '슨상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비꼬는 말이고, '민주화'는 '무엇이든 억지를 부리고, 폭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문학계에서는 '엄밀한 의미에서 동일한 언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로는 언중(言衆)의 연령`성별`직업`계층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이(變異)하고 그 범위를 규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어 상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개념'이라고 언어를 정의한다.

흔히 우리는 '사투리'를 '서울말이 아닌 말'로 생각하지만, '사투리는 표준어와 달리 그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말'을 뜻한다. 서울이나 경기도 사람들도 모두 표준어와 일치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서울말과 경기도말 역시 사투리에 포함된다.

 

조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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