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한밤중 詩 한쪼박 드리매]- 보리가 팰 때쯤
2016년 04월 05일 22시 57분  조회:4472  추천:0  작성자: 죽림


보리가 팰 때쯤

                               변희수

내가 태어난 날을 물어보면

인디언족처럼 엄마는 보리가 팰 때쯤이라고 한다

보리가 팰 때쯤이란 말은 참 애매하다

보리의 배가 점점 불러올 때나

보리의 수염이 까끌하게 자랄 때로 들린다

그때 그 보리밭에서 …….

이런 우스운 생각을 하다보면

보리가 떨군 씨앗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없이 들뜰까봐

언 땅에 떨어진 보리를

자근자근 밟아주던 소리

엄동에 어린뿌리 자장자장 재우던 소리

내 유년에 푸른 젖을 물리던

먼먼 전설 같은 춘궁의 족보

젖니처럼 간질거리는 봄날

스르르 눈꺼풀이 풀린다

 

시인소개

 

 

변희수는 1963년 경남밀양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시 ‘아주 흔한 꽃’으로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2016년 ‘의자가 있는 골목’으로 경향신문신춘문예에도 당선했다. 한국시인협회 정회원으로 대구에서 시작 활동 중이다.

///해설

제왕국 시인.

수십 년 전만 해도 시골은 저랬다. 저 전설 같은 춘궁의 족보를 기억의 허니문처럼 가지고 산다.

보리가 필동 말동 무렵, 달빛 보늬처럼 아슴푸레 떨어지는 늦은 밤에 푸르른 청춘들이 다녀갔다. 보리밭에 독 오른 푸른 청춘들이 다녀가면 거짓말처럼 보리침대 하나 생긴다. 보리밭 주인 싱긋 웃으며 눈감아 주던 그 봄날의 까시랭이 같았던 우리들의 이야기 한 소절로 가가대소했던 시골전경 눈에 밟힌다.

입안에서 까끌까끌 맴돌기만 했던 꽁보리밥, 입맛이 아니라 배고픔에 먹어야 했던 아찔한 춘궁의 봄.

하필 보리였을까? 달착지근한 나락 같은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그 보리가 있었기에 우리의 봄은 아프지만은 않았다.

한데 지금은 그 보리가 시골에서 퇴출된 지 오래다. 호사가들에게 무척 귀여움 받는 귀하신 몸이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483 詩作은 온몸으로 하는 것 2016-05-29 0 4400
1482 노래하듯이 詩 랑송하기 2016-05-29 0 4068
1481 동시 지도안 2016-05-29 0 4626
1480 동시 지도 요령 2016-05-29 0 3947
1479 동시 지도하는 방법 2 2016-05-29 0 3934
1478 동시 지도하는 방법 2016-05-29 0 4112
1477 엄마도 동시를 지도할수 있다... 2016-05-29 0 3355
1476 동시랑송법 2 2016-05-29 0 3902
1475 동시랑송법 2016-05-29 0 3921
1474 랑송문화는 글자가 없던 오랜전부터 있어 왔다... 2016-05-29 0 3603
1473 랑독과 랑송의 차이점 2016-05-29 0 4002
1472 詩랑송 아름답게 잘하는 법 3 2016-05-29 0 3924
1471 詩랑송 아름답게 잘하는 법 2 2016-05-29 0 4060
1470 詩랑송 아름답게 잘하는 법 2016-05-29 0 4464
1469 詩 랑송하는 법 2 2016-05-29 0 3978
1468 詩 랑송하는 법 2016-05-29 0 4253
1467 청(靑)은 현(玄)과 흑(黑)과 통한다... 2016-05-29 0 4792
1466 프랑스 시인 - 라포르그 2016-05-28 0 4612
1465 詩人의 머리속은 하얗게 비어 왔었고... "그 불빛" 2016-05-28 0 3984
1464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라... 2016-05-27 0 4048
1463 詩作에서 관념은 가고 이미지만 남아라... 2016-05-27 0 4258
1462 시선과 시선 마주치기 2016-05-27 0 4325
1461 꼬맹이들의 동시모음 2016-05-27 0 4378
1460 <한글> 시모음 ///윤동주 년보 2016-05-26 0 4778
1459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2016-05-26 0 4889
1458 詩를 쓸 때 마무리에도 신경 써야... 2016-05-25 0 4415
1457 <책> 시모음 2016-05-25 0 4069
1456 미국 녀성 시인 - 에밀리 디킨슨 << 1775 : 7>> 2016-05-25 0 6288
1455 두 시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2016-05-25 0 4433
1454 오누이 詩碑 2016-05-24 0 4488
1453 청마 유치환 시인과 정운 이영도 시조시인와의 사랑詩 2016-05-24 0 5225
1452 詩作에서 끝줄을 쓰고 붓을 놓을 때... 2016-05-24 0 4513
1451 詩는 뜸을 잘 들여야 한다... 2016-05-24 0 4342
1450 [비 추적추적 오는 아침 詩]- 련쇄 사랑사건 2016-05-24 0 4993
1449 詩공부는 꽃나무에 물을 주는 격... 2016-05-21 0 4338
1448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2016-05-20 0 4509
1447 우리는 귀향선을 모른다... 2016-05-20 0 4582
1446 진짜 시인, 가짜 시인, 시인다워야 시인 2016-05-19 0 4084
1445 천재 녀류시인 - 옥봉 / 詩가 내게... 2016-05-19 0 5225
1444 [화창한 초여름 아침 詩 한컷] - 졸업 2016-05-19 0 4324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