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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2016년 05월 20일 21시 27분  조회:4095  추천:0  작성자: 죽림
[11강] 의미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1)



오늘은 어제에 이어 연은 어떻게 만드는가의 두 번째 시간으로
의미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를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강조하지만 이 이론은 참고만 하시고, 일단 자유스럽게
시를 쓴 후에 교정하시면서 배운대로 잘 되었는가 확인하시
면 될 것입니다.



2.의미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오늘도 먼저 전에 선배 시인의 행과 연에 관한
견해를 든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윤삼하시인의 이야기입니다.

"시란 본질적으로 언어의 함축미와 정선된 형식을 갖추는 것이
므로 시의 행과 연은 산문과 구별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짤막짤막하게 행을
바꾸어 놓는다고해서 시가 되지 않을 뿐더러 연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비록 현대시가 정형성을 벗어
버렸다고 해도 시의 생명은 그 리듬에 있으며 리듬이란 이미
시인의 정신 상태 속에 어쩔 수 없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시조의 장형식이라든가 서구시의 소네트에서
볼 수 있는 14행시, 다시 세분해서 말하면 전 8행과 후 6행 혹
은 3개의 4행시와 1개의 2행시(대구)의 형식은 아주 정교하게
짜여져 시행과 시상의 전개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좀 무책임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대체로
행과 연의 구별은 자연스럽게 되는 수가 많다. 가령 너무 인
위적으로 4.4조로 맞춘다든가 3행이나 4행으로 끊는다든가 하
지 않고 비교적 쉽게 잘 읽혀져 내려갈 수 있도록 적절히 행을
바꾸고 시상의 발전에 따라 연을 끊는다. 그러면 실제로 필자
의 근래의 시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숲속에 묻혀
숲이 보이지 않는다.

층층이 떠올린 초록빛 구름,
윤기 도는 흑백나무와
자작나무숲의 머리께
산봉우리의 떨기나무 숲도
바라볼 수 없다.

솔밭사이
달무리처럼 두르고 있는
남해바다도 보이지 않고

서러 다투어 키돋움하는
동백나무가지들이
사납게 뒤엉켜
밀치락 달치락 하고 있을 뿐(이하 생략)
-[숲속에서]

첫연에서 <숲속에 묻혀>에서 행을 바꿈으로서 문법적으로는
종속절 역할을 하면서 독립된 의미로서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둘째 연은 앞에서 제시한 시상의 전개로서 따로 구
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셋째 연에서는 남해라는 고유
명사가 행의 맨 앞에 옴으로서 숲을 두르고 있는 바다를 더
강조할 수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되었던 것인다. 또한 넷째연
에서도 <사납게 뒤엉켜>를 따로 행을 줌으로써 더욱 의미가
선명해지리라 생각했다. 만약 위에 든 시에서 연의 구분을
없에고 계속 행으로만 이어간다면 시의 호흡이 급해지고 훨
씬 싱거워질 것이다.

요즘 시의 행도 길고 연의 구분도 없는 시들이 많이 눈에 뜨
이는데 그러한 시들은 극시나 장시의 경우가 아니면 함축성
이나 압축미를 잃어 버릴 위험이 있지 않을까 한다."

시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와 연은 자
유스럽게 구분하되 필요에 함축성이나 압축미를 위해서 또는
선명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는게 좋다는 이야기
이지요.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리가 연을 만들 때는 시적 내용이나 의미가 각각 한 단위가
되거나 또는 강조되어서 한 연을 구성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조태일님은 하나의 연을 하나의 의미를 형성하고 있는 '의미의
큰 덩어리' 혹은 '의미의 큰 방'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백석님의 <여승>을 들어보겠습니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山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이 시의 연들은 하나의 독립적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 내용에 따라 연을 구분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쉽게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시가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압축해
놓은 것 같은 것도 이렇게 의미별로 큰 단락을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위 시는 무엇보다도 의미의
큰 단락에 의해서 연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우리에게 잘 보여
주는 예가 될 것입니다.

박태일님의 <어둠 너른 방>을 읽어보겠습니다.

어머니 눈물을 흘리지 않으신다
아버지 훌쩍 앵이에 얹혀 가셨을 때에도
너거 아버지 너거 아버지 하시다
앞산마루 가슴으로 받은 듯
아아 한 소리로 무너지셨다

봄 여름 너른 잎 조용히 밀쳐내리고
먼 하늘 모둠발로 올려보던 고향집 감나무 무른 속처럼
어머니 나날이 가벼워지신다.

낙매 보신 엉치뼈 속에 쇠나사를 끼워넣고서도
잘 주무시는지 밤에는
저승집 아버지를 뵙고 오시는지
아침까지 배갯버리 눅눅한 잠

어머니 생신 오늘은
창원서 과장댁 누이가 다니러 와서
소곤 소곤소곤 좋은 말벗인 듯도 싶은데

제 슬픔에 화들짝 놀라는 묵은 내 버릇은 어쩌지 못해
창을 열면
모감주 열매 까만 살빛을 뽐내며
어둠은 훅 달려들어
눈시울 지긋 눌러준다.

제1연에서는 지아비를 잃고 가슴이 무너지는 어머니의 모습이
중심이고, 2연에서는 날로 가벼워지는 어머니의 모습, 3연에
서는 주무시는 어머니 모습, 4연에서는 생일날 찾아온 딸과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습, 마지막 연에서는 화자가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처럼 각각의 연마다
중심적 의미에 따라 독립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
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화자의 연민의 정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 역시 의미의 큰 단락에 의해 연이 형성되고 있
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홍희표 시인의 행과 연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에서 행과 연이란 리듬의 외적 조건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시에서 음악성의 존재를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시의 본질적
인 요소가 바로 리듬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 시의
리듬을 담은 방법은 주로 내재율인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시에서 행과 연이란 언어에 의해 표현되는 음조적인 구성을 말
한다. 일정한 음향으로 표현되는 형상적인 언어 배열이 시의
시다운 구실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시에서 행과 연이란
시의 호흡, 템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의 밑바닥을 흐르는 언어의 억양과 색조가 빚어 내는
리듬이 시의 행과 연을 통해 외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적 표현이나 시적 아름다움을 운율형식에 담은 도구로써
시의 행과 연은 고대로부터 시의 가장 기초적인 요건이었던 것
이다.

당신은 바람처럼 앉아
싸늘한 수렁에서 묻어나는
나의 잠을 깨우고,
둔탁히 울리는 자정의
벽시계의 몸짓 속에서
보았지, 빗질하는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 올의 빛남을,

초기의 시 [불면의 뜰에서(1)]의 첫부분이다. 대부분 그무렵의
시편을 보면 시에서 연이 없었다. 시행은 간결하면서도 짧고,
또한 움직이는 동사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시는 경쾌하고
이미지는 중층적으로 조직되어 갔다. 좀더 현대성 있는 오케스
트라로 연주해 보자는 것이 그때의 생각이었다. 20대가 지나서
시에서 기승전결도 생각하고 동양적 아니 한국적인 리듬에도
접근해보고자 했다. 그래 시에서 호흡의 조절과 서술의 단절을
통한 연 구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요즈음에 와서는 즐겨 산문시를 쓰고 있다. 이런 산문적인 잔
잔하고 호흡이 긴 가락이 부담없이 와 닿는다. 그러나 산문시
에서 가장 부담스런 산문성을 극복하기 위해 형태상 압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좋은 시 한 편을 또 읽어볼까요?
강연호님의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입
니다.

문득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이 만드는
저 물 위의 파문, 언젠가 그대의 뒷모습처럼
파문은 잠시 마음 접혔던 물주름을 펴고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파문의 뿌리를 둘러싼 동심원의 기억을 기억한다
그 뿌리에서 자란 나이테의 나무를 기억한다
가엾은 연초록에서 너무 지친 초록에 이르기까지
한 나무의 잎새들도 자세히 보면
제각기 색을 달리하며 존재의 경계를 이루어
필생의 힘으로 저를 흔든다
처음에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줄 알았지
그게 아니라 아주 오랜 기다림으로 스스로를 흔들어
바람도 햇살도 새들도 불러 모은다는 것을
흔들다가 저렇게 몸을 던지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모든 움직임이 정지의 무수한 연속이거나
혹은 모든 정지가 움직임의 한 순간이듯
물 위에 떠서 머뭇거리는 저 나뭇잎의 고요는
사라진 파문의 사라지지 않은 비명을 숨기고 있다
그러므로 글썽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뿌리가 젖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효구님의 해설을 덧붙입니다. 이해의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시인은 물 위에 떨어진 나뭇잎 한 장과, 그 나뭇잎
이 물 위에서 만들어 내는 파문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물 위에 떠서 머뭇거리는 나뭇잎의 고요함 속에는
<필생의 힘으로 저를 흔>들던 비명이 숨어 있다는
것이며, 사라지는 파문 속에도 역시 존재의 뿌리
까지 뒤흔들던 격렬한 동심원의 기억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강연호의 눈에는 모든 정적인 것들과 사라
지는 것들의 숨은 이면이 포착된다. 그가 포착한
이들의 숨은 이면은 눈물겹도록 자기존재를 지키고
키우려는 안간힘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존재의 그런 안간힘을 눈물 없이 바라볼 수
없다고 느낀다. 그가 바라본 <세상의 뿌리는>, 그래
서. 늘 <젖어 있다>

이어서 제가 우리나라 여성 시인 중에서 참 좋아하는 문정희님의
최근 시 <선물처럼>을 올리겠습니다

어린시절 나는 어서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
두 팔 안에 꼭 안기는 아이를 낳아
젖을 주고 싶었다.
그런에 아이 낳아 미처 다 키우기도 전에
어느새 할머니가 곁에 와 계셨다.
어미만 되지말고 당신처럼
어서 할머니도 돼보라고 성화를 부리셨다.
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깊은 주름살
눈 어둡고 귀 어두워 편안한 대지를
선물처럼 나누어 주시려고 했다.
귀여운 손자들을 안을 수 있도록
안방도 서둘러 물려주시려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멀스멀 기어드는 이별의 예감.
예의는 차리되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고독한 경로석 같은
잊혀진 연인의 퇴락한 집 같은 그런 주소를
할머니는 나에게 물려주려 하셨다.
기다리기도 전에 너무 빨리 당도한
선물처럼, 오오 그렇게

====================================================================
 
359. 백담사 / 오탁번
 
 
 

 
 
 
 
 
백담사
 
                                오 탁 번
 
선정(禪定)에 든 스님 손바닥에
쉬파리 한 마리가
앞다리 싹싹 비비며 쉬슬고 있다
동자승이 파리채 들고 꼬나 볼 때
아서 아서
부처님이 금빛 손가락 치켜든다
그사이 항하사(恒河沙)만한 시간이 흘러가서
은하수 물녘에 물결이 좀 인다
목숨 거친 쉬파리가
천축(天竺) 너머 서방정토까지
파리똥 한 번 싸지 않고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가
이내 되돌아와서
스님의 손바닥에 내려앉는다
백담계곡 물소리에 놀라
비오비오 솔개가 운다
 
 
오탁번 시집 <손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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