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미국 등의 서구국가에서는 이미 슈퍼마켓에서 식용곤충식을 판매하고, 식용곤충요리전문점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식용곤충이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관련 연구와 식품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인 기관과 단체가 있다.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지식협동조합도 그중 하나다. <빠삐용이 몰랐던 식용곤충식> 저자이기도 한 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지식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다양한 식용곤충을 접하고, 조만간 우리 식탁에 오를 식용곤충요리를 배워봤다.
#예상과 달리 바삭·고소한 맛 ‘반전’
“하나씩 만져보고 맛도 보세요.”
본격적인 요리 전, 숙제가 하나 주어졌다. 갈색거저리 유충ㆍ흰점박이꽃무지 유충ㆍ메뚜기ㆍ귀뚜라미 등 총 4가지 곤충을 직접 만지고 맛보라는 것. 두려움 반 설렘 반, 꿈틀대는 갈색거저리 유충부터 한움큼 집었다. ‘윽~.’ 간지러워서 몸이 배배 꼬인다. 용기를 내 흰점박이꽃무지 유충도 한마리 집어봤다. 통통하고 새하얀 것이 꽤 부드럽다. 원형 그대로 건조된 메뚜기와 귀뚜라미는 진한 갈색빛을 띠고 표면이 반들거렸다.
다음은 건조된 곤충들을 맛볼 차례. 눈을 질끈 감고 갈색거저리 유충을 하나 입에 넣었다. 흙맛을 예상했는데 이게 웬일. 바삭하고 고소한 새우과자맛이다. 메뚜기는 마른 멸치맛, 귀뚜라미는 감자칩맛이다.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바삭하긴 하지만 특별한 맛이 나지는 않았다.
“맛과 향이 약간씩 다르죠? 하지만 고단백이라는 영양적 특징은 비슷하기 때문에 요리할 땐 기호에 따라 활용하면 됩니다. 그럼 한번 시작해볼까요?”
# 가루로 만들면 어떤 요리에든 활용
먼저 비빔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준비된 재료 가운데 곤충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종지에 담긴 갈색 가루가 메뚜기 분말이란다.
“곤충을 요리에 넣을 땐 대부분 절식-세척-살균(데치기)-건조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분말화해 사용합니다. 형태가 보이지 않아야 거부감이 덜하고, 수프·국수·볶음밥 등 다양한 요리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메뚜기 분말은 과연 어디에 활용될까? 약고추장이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식재료 중 하나인 고추장과 곤충을 접목시키면 누구나 쉽게 먹을 거라는 점에 착안한 것. 메뚜기약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은 달군 팬에 참기름·다진마늘·간장·설탕 약간을 볶다가 1대1 비율로 준비한 고추장과 메뚜기 분말을 붓고 고루 볶아주면 끝.
다음으로 만들 것은 토마토해산물파스타. 이번에는 면을 만드는 데 갈색거저리 유충 분말이 활용됐다. 강력분·박력분·달걀 등 일반적인 파스타면 재료들을 섞고 분말을 부은 다음 여러번 치대면 갈색빛이 도는 반죽이 완성된다.
“칼국수처럼 반죽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는 곤충 분말을 활용하면 됩니다. 다만 곤충 분말을 전체 반죽 양의 15% 이상 넣으면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고 식감도 좋지 않으니 주의하세요.”
곤충 분말을 이용해 완성한 두가지 요리와 미리 준비해둔 곤충디저트까지 챙겨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 맛과 영양 모두 갖춘 식용곤충식
먼저 메뚜기약고추장만 찍어 먹어봤다. 메뚜기 본연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히 감칠맛이 도는 게 입에 착착 감긴다. 맛깔나는 메뚜기약고추장과 신선한 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은 당연히 꿀맛. 토마토해산물파스타 역시 갈색거저리 유충 특유의 맛이나 향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면 자체는 일반 파스타면보다 더 쫄깃하고 포만감도 더했다. 반죽에 곤충 분말을 사용했다는 막대과자와 초콜릿 과자도 달콤하기 그지없다.
이날 맛본 요리들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이상한 맛을 예상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모두 훌륭했고, 오히려 식용곤충이 풍미를 더한 듯했다. 접시를 싹싹 비울 즈음 김 이사장이 <농민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징그럽다는 편견을 버리고 꼭 한번 식용곤충을 접해보세요. 식용곤충은 그 자체로도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요리에 활용하면 음식의 영양적 가치가 높아집니다. 또 많은 분의 관심이 있어야 식용곤충이 미래 후손들을 위한 식량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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