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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2016년 05월 10일 20시 44분  조회:4203  추천:0  작성자: 죽림
[시 창작의 실제]

2.시는 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이다

                                                      /김영천
 
 
시는 언어로 쓰여진 문학 작품


오늘까지는 몸을 푼다는 형식으로 시의 전반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내용을 모두 아시는 분들은
강의 도중에 있는 시들을 새로 읽게 되는 재미로 강의
를 들으시기 바랍니다.

이왕에 시작한 공부를 빠지지 않고 계속해나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시간을 정해놓고 가능하면
그 시간이면 규칙적으로 공부를 하시도록 자신과의
약속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시는 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

문단에서나 일반 학계에서조차 시의 위기를 주장해
온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사실 오늘 날의 시의 독
자는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실정입니다.
그러나 사이버 세상의 발전은 다시 시의 발전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마다 작고 큰 시와 시인의 방을 갖고
있으며, 아름다운 시화가 많이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길고 지루한 산문보다는 짧고 얼른 읽어서 감동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란 장르가 사이버세대의 취향에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의 입장에선 아주 바람직한 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등단한 정식 시인은 아니더라도
시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나아가서 시를 써서
자기의 감정을 옮길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라 생각
합니다.

여기에서 안도현님의 최신작 <목련>을 한 번 읽어보
기로 하겠습니다.


장하다. 목련 만개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은 울지 말아라

절반쯤만, 우리 가진 것 절반쯤만 열어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참 좋지요? 한참 피어나는 목련이나 그 사이로 아직
절반쯤만 열고 있는 꽃봉오리,
흐득흐득 지는 꽃잎들.
뭐 그런 것이 연상되지요?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하시면
이런 시를 쓰시게 될 것입니다.

시는 언어로 쓰여진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따라서
시가 무엇이냐를 알려면 시의 언어가 무엇인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시의 언어란 결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면서도,
분명 또 일상의 언어와 구별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장미꽃을 보면 다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장미가 아름답다"고 쓰면 일상의 언어입니다.
그러나 그늘에 있는 장미의 아름다움이나, 비 맞은
장미의 아름다움, 또는 무리지어 핀 장미나
외롭게 한 송이만 남은 장미의 아름다움은 시적 언어
로만이 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친구집에 문상 가서 위로의 말을 전할 때, 그 상대방
의 대답 또한 여러가지 일 것입니다.
그냥 대답 없이 흑흑 울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매우 슬프다든지, 말로 할 수 없다든지 할 것입니다.

이런 광경을 우리가 시적 언어 외에는 달리 그 감정
을 그대로 옮길 수가 없겠지요.

이렇듯 시는 일상의 언어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대상
의 어떤 실제를 특별한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번 시창작 강의에서 아주 자세히 강의가 되었
으니 처음 오신 분들은 꼭 그 강의를 읽어보시기 바
랍니다.

참고로 지난 번 강의한 총 42강의 내용을 예습하는 차
원에서 제목을 열거해보면

1)시를 창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2)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
3)언어와의 사랑
4)많은 문학적 경험을 하라
5)따뜻한 가슴으로 사물을 보라
6)多作-많이 써라
7)시창작의 바탕
8)시창작의 단계
9)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
10)이미지의 유형과 실제
11)이미지는 언어의 그림
12)이미지와 상상력
13)이미지가 시 속에서 하는 일
14)이미지의 종류
15)시와 비유
16)비유의 종류
17)시와 아이러니
18)시와 상징
19)시와 어조

잠시 쉬었다 가는 의미로 윤동주님의 <산골물>을
읽어보겠습니다.

괴로운 사람아 괴로운 사람아
옷자락 물결 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돌돌 샘물이 흘러
이 밤을 더불어 말할 이 없도다.
거리의 소음과 노래부를 수 없도다.
그신 듯이 냇가에 앉았으니
사랑과 일을 거리에 맡기고
가만히 가만히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시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그 것이 산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상력을 많이 원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의 본질이 감정의 환기 및 상상력
의 깊은 원용이라 하는 것은 결국 시가 지녀야 할 다
른 조건들을 결정 시켜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것은 곧 시의 언어가 이미지, 상징, 은유,신화,
역설과 같은 방법에 의해서 형상화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는 일차적으로 그 언어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 직설적 진술이어서는 안됩니다.

ⓐ내 마음은 슬프다.
ⓑ내 마음은 벌레먹은 능금이다.

이 두 문장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시를 공부하지 않은 분들은 처음 문장처럼 시를
씁니다. 그러나 이 것은 시적 언어가 아닙니다.
단순히 슬픔이란 감정을 사실대로 써놓은 것일
뿐이지요. 그러나 두번 째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인 자신에게 환기된 독특한 감정이 형상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비결
은 시인이 그의 상상력을 통해서 자신의 체험한
바 정서적 반응을 은유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있습니다.
아마, 강의를 처음 들어오신 분은 잘 모르는 소리
일 것이나 강의를 들어오신 분은 그냥 알아 들으
실 것입니다.

시를 많이 읽는 것이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비결
입니다. 강의도 중요하지만 도중 도중 들어있는
시들을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번 강의는 지난 번 강의와 중복되어서는 안되
므로 자세한 강의는 지난번 강의를 참고하시고요.
내일부터는 지난 번 강의에 하지 못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의하겠습니다.

좋은시 두 편을 소개하면서 오늘 강의를 마치겠습니
다. 좀 어려운 시라고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시를 읽어보라고 할까하며 몇 번씩 읽어보십
시오. 사랑시는 쉽고 알기 좋지만 이젠 이런 시들을
자꾸 읽어보면 그 안에 삶이 있고 철학이 있답니다.
먼저 감태준님의 <강>입니다.

쉬지 않는 것이 강이다
떠나면 이어서 오고 떠나면 이어서 온다
우리 곁에서 서러워하는 세월의 희망이 저기에 있다
우리 곁에서 서성거리는 눈물의 뿌리가 저기에 있다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버스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실어내고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들을 닮은 아이들이 저 강가에서 놀고 있다

이기철님의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끓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지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아,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살고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
로 하고
오늘 아침 쌀 씻는 사람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추잎처럼 비출 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 아래서 잠깬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 만한 꿈들이 문패 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 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 뒤에서 또 어깨를 툭 친다
생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뇌도 힘껏 껴안는 것이 생이다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

==============================================================
 
349. 가을 억새 / 정일근
    
 
 
 
 
 


 
 
 
 
 
가을 억새
- 경주 남산
 
                                  정 일 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이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개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시집 <경주 남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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