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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詩와 함께]- 배꼽
2016년 05월 18일 00시 05분  조회:4019  추천:0  작성자: 죽림
배꼽
- 박성우(1971~ )


 
기사 이미지
살구꽃 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 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마당에 나와 배꼽비 본다

꽃비 배꼽 본다



비는 내리는 자리마다 다른 꽃, 다른 배꼽으로 다시 태어난다. 무슨 “하냥다짐”이라도 하듯이 비는 새 세계를 이룬다. 그리하여 배꼽들은 비로소 단독자(單獨者)가 된 어린 세계들의 흔적이다. 비와 꽃들이 만나면서 이루어 내는 이 무한생성의 축제를 “아내랑 아기랑” 쳐다본다. 이들도 다른 존재들이 만나 이룬 새 존재들이다. 존재들 사이의 이 뜨거운 인력(引力)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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