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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형식은 정형화된 법칙은 없다...
2016년 06월 14일 21시 30분  조회:3941  추천:0  작성자: 죽림

[4강] 무엇이 시인가? 


강사/ 나 호열 


전번 강의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은 표현의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느낌이나 의지를 밖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일상적인 어법은 자신의 행위를 통해서 의지, 권유, 명령, 희노애락의 감정 등을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청자의 즉각적인 응답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문자를 통한 표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독자의 간접적인 정서의 변화와 대응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주차 강의 예문 4)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겠습니다. 언어란 고독한 개체로서 이 세계에 존재하게 된 인간과 세계 그리고 타인 사이에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 줌으로써 고독을 해소하고 연대감으로서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정서, 정보, 명령, 친교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되 더 나아가서 언어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 시인의 존재 이유입니다. 

당신은 왜 시를 쓰려고 하십니까? 당신은 왜 시인의 험난한 길을 걸어가려 하십니까? 

일반인들이 가지지 못하는 심리적 결핍상태 즉, 규정화된 세계에 대한 반발과 반성, 일반인들이 가지지 못하는 심미적 현상의 드러냄등이 시를 쓰고자 하는 욕구를 일으키게 합니다. 

시인은 세계를 변혁 합니다. 그것은 점진적이고 내면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알고 있는, 당신이 존경하는 시인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이 시로서 나타내고자 했던 세계와 그 세계에 대한 인식, 그 시인이 살았던 행적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에는 세인의 주목을 받고 세속적 명예와 부를 거머쥐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평생을 음지에서 고독한 글쓰기를 계속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정치가, 자본가들입니다. 그들은 막대한 자본과 정책결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고도화된 정보를 움켜쥐고 세계를 이끌어 갑니다. 

그러면 시인은? 세상을 변혁시키는 사람들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요? 

시인은 꿈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꿈을 심어주려고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면 어떨까요? 

이제 당신이 시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게 되거나 원고지와 펜을 준비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어떤 보이지 않는 세계, 아직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미결정의 세계가 당신 앞에 도래되어 있습니다. 그 세계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나 통념으로는 코드화 되지 않는 고독한 세계이고 이제 그 세계를 탐색하는 임무가 시를 쓰고자 하는 당신에게 던져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주 강의요점에 이 세상에는 나 외에 나가 없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역설적인 하나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시장에 가서 옷을 한 벌 사려고 합니다. 친절한 점원은 요즈음의 패션경향을 일러주고 그 옷을 사기를 권유합니다. 일단 마음이 움직입니다. 유행이란 무엇 입니까? 흘러가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 유행에 따라갑니다. 왜일까요? 고독해지지 않으려는, 타인과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양식이지요. 그 다음날 나는 새옷을 입고 출근합니다. 그런데 나의 동료가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순간 나는 기분이 나빠집니다. 왜일까요? 나와 생각이 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 또 있다는 불쾌감이 엄습하지요. 

나는 발언합니다."이미 구성되어 있는 세계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이곳으로 오라!" 

누군가 묻습니다. 당신은 왜 시를 쓰게 되었습니까? 

나는 성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권유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능이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운동을 하려면, 오락을 하려면 대상이 필요하고 그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혼자할 수 있는 일, 돈이 필요하지 않는 일이 글쓰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눈에 보이는 사물과 현상 묘사에 치중하는 시작을 했고 벌써 30년 가까이 글쓰는 일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어느 사람은 자신을 탐색하고, 확고한 세계인식을 바탕으로 일상적 세계의 또 다른 의미를 드러내는 성과를 거두었다면 나는 시쓰기를 통하여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가 있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각을 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식한 만큼, 느낀 것만큼 써라!" 이것이 나의 시 쓰기의 철칙입니다. 

훌륭한 시를 쓰기 위해서는 인식 방법의 새로움과 범위의 확장이 우선되어야 하고 성찰이 요구됩니다. 관찰과 깊은 사색이 없이는 좋은 글을 생산해내기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나는 시를 쓰는가? 그 이유는 사람마다 틀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질문 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깨닫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두 번 째 강의 "무엇이 시인가?" 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어 보기로 하지요. 

누구를 막론하고 내가 쓴 글이 과연 시인가? 하는 망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 하나 하나를 쓸 때마다 그런 의문은 가시지 않습니다. 그 의문이 발생하는 순간에 "시는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입니다. 

시적인 수필, 시적인 소설, 시적인 음악...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은 한 두 번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시적인 것과 산문적인 것의 구별이 제대로 된다면 그런 의문은 해소되겠지요?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것은 정형시가 아닌 자유시의 영역입니다. 

시의 형식에 제한을 가하고 언어사용에 압운, 각운 등의 규칙성을 부여하는 것이 정형시라면 자유시에는 그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시적인 것을 정의하기는 어렵지요. 오히려 산문의 특성을 살펴보면 시(적)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도 있겠지요 

<예문 1>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 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 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 서정주의 新婦 


위의 시는 산문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시입니다. 근래에 들어 산문시 더 나아가서 이야기시에 대한 실험과 관심을 가진 시인들이 많은데 아직 산문시에 대한 정확한 이론 정립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하나의 산문시를 읽어 볼까요 

<예문 2> 나는 맨발로 계단을 오른다. 붉은 닭들이 몰려온다. 그렇게 고이는 시간의 연기 꿈의 힘 때문에 나는 다시 내려온다. 내려오면 난파하는 귀 하나가 맴돌고 맴돌다 죽는다. 그래서 다시 계단을 오른다 계단. 위의 안개, 하얀 식물의 등불, 나는 무서워 곧장 또 뛰어 내려온다. 내 정신의 폐가 바람 속에 맴돌고 맴돌다 죽으면 또 죽은 기억이 맨발로 계단을 오른다. 아아 더럽다 오르지 못하고 곧장 올라간 것처럼 생각하면서 굴러 떨어지는 내 두개골은 아마 내일 아침엔 다시 맨발로 계단을 오르지 못할 것이다. 

- 이승훈, 권태 


행과 연의 구분이 없는 점에서 위의 시들은 산문입니다. 산문은 의미의 전달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시에서 항용되는 리듬감이 배제되어 있지요. 

< 예문 1,2>의 시에는 분명한 리듬감이 살아 있습니다. 

< 예문 1>은 민담을 채용하여 판소리 가락조로 " ...습니다"를 반복 배치함으로서 노래의 리듬감을 살리고 있지요. 

< 예문 2>는 "....다"로 마감되는 리듬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어떤 급박하고 절실한 정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시들을 산문과 구분하게 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산문의 문장 서술은 계기적 즉 사건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원인- 결과의 고리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에 예문들은 비유와 상징을 사용함으로서 사실의 전달이 아닌 聯想의 심층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예문 1>은 여필종부의 전통적 관습과 기다림의 승화, 또 다른 면에서는 인간들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비극적 삶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면서 결국 우리에게 슬픔의 정조를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 예문 2>는 현실화 될 수 없는 현대인의 단절된 내면 심리를 산문형식을 취함으로서 기계화된 행동과 사고의 매커니즘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맨발", "계단", "붉은 닭", "난파하는 귀", "하얀 식물의 등불" 등은 몽환적이면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하면서도 횃대에서 떨어지는 행위를 반복하는 중첩된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 시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일상적인 층위에서 해석하면 이 시는 난해지경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면 우리가 연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잠깐 길을 돌려서 철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국의 근세 철학자 흄 (D.Hume, 1711∼1776)은 우리가 지각하는 내용을 인상과 관념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인상이란 우리의 내적 감정이나 외적 감각에 최초로 나타나는 생생한 표현이고, 관념은 이 인상들을 마음 속에 재현시킬 때 의식되는 덜 생생한 지각을 말합니다. 우리의 지식은 관념들의 연합에서 비롯하게 되는데 단순관념에서 복합관념으로, 복합관념에서 체계화된 지식으로 연관지워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 합니다. 

즉 관념연합의 법칙(연상의 법칙)이 있는데 그것은 유사, 시공에서의 인접 및 인과의 법칙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떤 그림을 보면 그 실물을 연상하게 되고, 유사한 관념끼리, 인접한 관념끼리 결합되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관념을 형성시킨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단어나 문장이 지시하는 표면에서 발생하는 2차적인 정조와 분위기 그리고 비유에 의해서 새로운 연상을 탄생시킵니다. 

다시 한 번 시와 산문의 차이점을 요약 설명해 볼까요 

이승훈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 합니다. 

1. 사고의 단위가 산문은 문장이고 시의 경우에는 행 line이다. (시에는 리듬감이 있다) 
2. 산문은 객관적 정보 전달과 실용적 가치에 우선을 두지만 시는 심리적 반응을 요구한다. 
3. 산문은 사고의 단위가 연대기적이며 시는 연상적 기법을 따른다. 
4. 산문에는 리듬이 없지만 시는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5. 산문은 의미의 확산을 시는 압축을 생명으로 한다. 

시에서 요구되는 형식에 대한 개념이 아직도 부족하다면 몇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 예문 3> ① 지난 여름 폭우가 쓸고 지나간 산골짜기 계곡에 

② 허옇게 뿌리를 드러낸 몇 그루 나무들이 
③ 바람 속에서 실뿌리들이 필사적으로 흙을 찾아 
④ 몸을 기대고 있다. 
⑤ 검은 흙이 실뿌리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있다. 
⑥ 위태롭지만 아, 따스한 저 손길! 

①과 ②는 사태의 진술, ③과 ④는 사태에 대한 진술과 주관적 표현의 경계, 
⑤는 사태에 대한 주관적 인식 표현, ⑥은 주관적 의지 표현 

위의 시는 산사태로 절개된 산기슭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실뿌리들과 흙이 닿아있는 그 순간을 경이롭게 바라본 시입니다. 이 시는 어려운 비유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이야기하고자하는 의도를 마지막 연에 귀착시키고 있으며 그 다음에 일어날 그 어떤 정보도 들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 예문 4> ① 그 여자가 걸어오고 있다. 

② 머리에는 커다란 짐을 이고 
③ 이쪽으로 이쪽으로 
④ 천천히 천천히 아다지오로 천천히 
⑤ 구월의 햇볕이 
⑥ 그 여자를 짓누른다. 
⑦ 그러나 그여자는 멈추지 않는다. 
⑧ 이윽고 나를 지나친다. 
⑨ 나는 뒤를 돌아본다. 
⑩ 그 여자는 아직도 느린 걸음처럼 걷고 있다. 
⑪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 
⑫ 길게 나 있는 그 여자의 발자국 
⑬ 다시 뒤를 돌아보는 짧은 순간 
⑭ 그 여자의 머리에서 커다란 짐이 내려온다. 
⑮ 그 여자가 사라진다. 
⑮-1 그의 이름은 슬픔이다. 

위의 시는 문장 끝에 구두점이 찍혀 있습니다. 독립적인 한 문장은 장면의 컷트 효과를 노리면서 움직임의 생생한 심상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문4> 에서처럼 사실(동작)의 묘사가 주를 이루고 시인 자신의 주관적 표현은 ⑭, ⑮, ⑮-1 에 국한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문 5> ① 나무들이 울창한 생각 끝에 어두워진다 

②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나는 손으로 
③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간다 
④ 깊이 들어갈수록 숲은 등을 내보이며 
⑤ 멀어지기만 한다 저 너머에 
⑥ 내가 길을 잃고서야 닿을 수 있는 
⑦ 집이라도 한 채 숨어 있다는 말인가 
⑧ 문 열면 바다로 통하는 
⑨ 집을 저 숲은 품에 안고 성큼 
⑩ 성큼 앞서 가는 것인가 마른 잎이 
⑪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⑫ 내려놓는다 길 잃은 마음이 
⑬ 숲에 들어 더 깊은 숲을 본다 

이 시는 앞에 인용된 예문과는 달리 현상에 대한 묘사가 보다 주관적입니다. 객관적인 사물을 주관적인 관찰로 뒤집음으로서 비유의 깊이를 느끼게 하지 않습니까. 숲이 울창하다는 묘사를 "나무들이 울창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두워진다"라고 진술한다든지,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떨구는 모습을 "마른 잎이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라고 표현한다든지 하는 것은 시만이 가질 수 있는 미학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까 

위의 시들을 통해서 시인들은 각자 행갈이의 기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시는 사실적 묘사와 주관적 묘사의 배합에 의해서 하나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며, 그 이미지는 연상의 법칙에 따라서 수행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강의의 요점> 

1. 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재구성함으로서 새로운 심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 시의 형식은 시인에 의해서 자유롭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정형화된 법칙은 없다. 
3. 시에서 압축이 의미하는 것은 연상과 상상력의 확대와 관련이 있다. 


< 집에서 해보기> 

1. <예문 3,4,5> 의 시 제목을 달아봅시다. (작가명과 해설은 3주차 강의에서 다룸) 
2. <예문 3>에서와 같이 ④, ⑤의 구분된 번호에 사실적 묘사와 주관적 묘사를 적어봅시다. 
3. 동서양의 시의 역사에 대해서 조사해 봅시다. 
4. 오늘날 왜 정형시가 사라지고 자유시가 성행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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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봄 / 송찬호

 

 

 

 

 

 

 

 

 

 

  봄

 

                                                               송 찬 호

 

  이 적막한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자고 산비둘기 날아와 구욱 국 울어대는 봄날,

  산등성이 헛개나무들도 금연 구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담배 한 대씩 태우고 돌아가는 무료한 한낮,

  그대가 오면 차를 마시려고 받아온 골짜기 약숫물도 한번 크게 뜨거워졌다가 맹숭하니 식어가는 오후,

  멀리 둥구가 내다보이는 마당가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허리가 나빠져, 나도 이제는 들어가 쉬어야 하는 더 늦은 오후,

 

  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

  노곤하니 각시멧노랑나비 한 마리,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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