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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 한무더운 아침 詩 둬컷] - 밥 / 산경
2016년 06월 23일 08시 32분  조회:3913  추천:0  작성자: 죽림

- 양동식(1944~ )
기사 이미지
할머니는 평생


밖에 몰랐다

아가 밥
먹어라―


먹다가

동냥치 밥
주고

설거지 끝나면

개 밥
주고

벽시계 밥
먹이고

성냥골로 귓밥
파다가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쳐다보다가

대처로 나간

큰아들 생각한다

(밥
이나 먹었는지…)


밥은 생명의 줄이다. 밥 먹기가 어려웠을 때 밥이 안부고 인사였다. 밥은 시작이자 끝이었고, 모든 생명이 밥 앞에 줄을 섰다. 그 줄의 끝에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생명의 수호자였고 기원이었으며, 그리하여 어린 생명을 밥 앞으로 불렀다. “아가 밥 먹어라”―이것은 생명을 호출하는 명령어였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산경( 山景 )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종일 티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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