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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의미전달목적과 론리설명언어표현도 아닌 정서적 울림!
2016년 07월 17일 19시 50분  조회:3656  추천:0  작성자: 죽림

[11강] 대상에 대한 표현.1 

강사/김영천 


대상의 표현이라는 주제에 대해 조태일님은 

1)표현은 정확하게 
2)표현은 구체적으로 
3)표현은 쉽고 순수하게 
4)표현은 개성적이고 독창적으로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여기에 
다른 설명이 없어도 여기까지 공부하신 
여러분께서는 그냥 알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시문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좀더 
깊이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한 항목씩 
설명해보겠습니다. 

1)표현은 정확하게 
먼저 고려시대 쌍벽을 이루던 두 문장가 김부식과 정지 
상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알기 쉽게 풀어놓은 시와 한자음을 달아놓습니다. 

하루는 김부식이 정지상의 시가 좋아서 이 구절을 내게 
달라고 했으나 정지상이 거절했습니다, 그 후 김부식이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김부식에게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 시인 즉, 

"절에서는 불경소리 그치고 琳宮梵語罷(림궁범어파) 
하늘은 유리처럼 맑다" 天色淨琉璃(천색정유리) 

하루는 김부식이 봄이 되어 그 봄을 맞는 시를 지었 
습니다. 

"버들빛 천 줄기 푸르고 柳色千絲綠(류색천사록) 
복숭아꽃 만 점 붉구나." 桃花萬點紅(도화만점홍) 

참 멋있는 시이지요? 그런데 느닺없이 정지상의 
귀신이 나와서 김 부식의 뺨을 때리면서 "버들의 천 
줄기 누가 세어 보았으며, 복숭아꽃 만 점을 누가 
헤아려보았느냐" 하면서 

"줄줄이 버드나무 푸르고 柳色絲絲綠(류색사사록) 
점점이 복숭아꽃 붉다." 桃花點點紅(도화점점홍) 
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합니다. 

우리가 볼 때는 두 시가 다 내용이 같을 뿐만 
아니라 단 한 글자씩만 바꾸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있느냐 하겠지만, 그만큼 시를 쓰는 
글자에 중요성입니다. 시어를 쓸 때는 그만큼 
표현의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적당히 
그냥 생각나는 말로 써버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시어를 고를 때부터 지극 정성을 
드리라는 말이겠지요. 

좀 설명이 길지만 이 두 표현에 대한 조태일님의 
해설을 옮깁니다. 

"정지상이 김부식의 따귀를 때리며 고쳐 쓴 "줄줄이 
버드나무 푸르고/점점이 복숭아꽃 붉다"는 구절은 
내용 면에서 김부식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시는 의미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표현이 
아니며, 어떤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언어표현 
도 아니라 정서적 울림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기에 
두 시의 의미는 서로 비슷하지맘 가슴에 파고드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김부식이 표현한 '천 줄기'와 
'만 점'은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 왜냐 
하면 사물을 관찰하고 그 것을 언어로 가시화하는 
시인의 태도가 안일하고 형식적이기 때문이다. 시인 
은 푸르른 버드나무와 붉은 복숭아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두리뭉실 '천 줄기'와 '만 점'이라 
는 언어를 선택했지만 이 언어들에는 필연성, 즉 꼭 
그 언어이어야만 하는 유일성이 없다. 

즉 시인은 
별로 고민하지 않고 적당하게 이 언어들을 씀으로써 
시어의 생명인 정서적 울림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정지상이 쓴 '줄줄이'와 '점점이'는 가장 
쉽고도 정확하게 버드나무와 복숭아꽃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무성하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한번 상상해 보라. 
'천 줄기'라는 언어보다 '줄줄이'라는 의태어가 훨씬 
더 생동감 있게 우리들의 감각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줄줄이' '점점이'라는 의태어가 빚어내는 음 
악적인 효과까지 함께 곁들여져 버드나무의 무성한 
푸르름과 복숭아꽃의 붉은 빛이 더욱 깊고 황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비교해 볼 때, 정지 
상이 선택한 언어들이 대상을 표현하고 그것들을 
살려내는데 성공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것은 그의 시어들이 빚어 낸 정확한 표현 때문 
인 것이다." 

여러분께서 조태일의 말 그대로 생동감이 무성한 
푸르름이나 붉은 꽃의 색깔이 더욱 깊고 황홀한 것까지 
느껴지는가는 모르겠습니다. 또 꼭 그의 의견에 
동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시어의 선택이 정확해야한다는 그의 의견만은 
너무도 확실한 이야기이어서 길어도 옮겨보았습니다. 

오늘은 진도가 많이 나가지 못했네요. 
새 털 같이 많은 날이니 천천히 하시기로 하고 
좋은 시들을 또 여러분을 위해서 몇 편 올립니다. 

우선 서정주님의 <자화상>을 올리는데요. 좀 어려 
운 시인 것 같아도 시를 다루는 문학평론가라면 
다 한 번씩은 다루었다 할 정도로 유명한 시이며 
서정주가 23세 때 쓴 시인 것을 알면서 읽기 바 
랍니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었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고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틔어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이며 나는 왔다. 

이 시를 읽어보면 시어가 아닌 일상적 언어 
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고심 
하여 시어로 사용하였기에 그 정확한 표현은 
감동과 함께 시를 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표현들을 빼고 다른 언어로 대치하면 바로 
시의 감동이 사라져버리는 독창적 언어체계입니다. 
(팔할, 죄인, 천치, 혓바닥, 수캐 등은 이렇게 
시 밖에서 볼 때는 일상에서나 흔히 쓰는 언 
어임을 그냥 알 수 있습니다.) 

잘 아시는 시 김현승님의 <플라타나스>를 올 
립니다.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시기 위해서 
시의 부분을 싣지 않고 전문을 실으니 강의가 
그 때문에 좀 길어지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 
랍니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은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을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나스, 
나는 너와 함께 神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 하는 어느 날. 
플라타나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참고로 위의 시에 나타나는 플라타나스의 모습은 
그냥 단순한 나무의 차원이 아니고 사람의 모습으로 
의인화 되었음을 인식하시고 읽으시면 더욱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오늘의 주제와는 상관 없지만 시 한 편 더 
읽겠습니다. 

이제무님의 <무덤>입니다. 

아들아 무덤은 왜 둥그런지 아느냐 
무덤 둘레에 핀 꽃들 
밤에 피는 무덤 위 달꽃이 
오래된 약속인 양 둥그렇게 
웃고 있는지 아느냐 넌 
둥그런 웃음 방싯방싯 아가야 
마을에서 직선으로 달려오는 길들도 
이 곳에 이르러서는 한결 
유순해지는 것을 보아라 

둥그런 무덤 안에 한나절쯤 갇혀 
생의 겸허한 페이지를 읽고 
우리는 저 직선의 마을 길 
삐뚤삐뚤 걸어가자꾸나 
어디서 개 짖는 소리 
날카롭게 달려오다가 논둑 냉이꽃 
치마폭에 폭 빠지는 것 보며 

*시인은 죽음과 슬픔 등 여러가지 어두운 
무덤에서 어두운 시의 씨앗을 얻은 것이 아니라 
무덤의 봉분, 밤에 떠오르는 보름달, 
산을 오르는 꼬부랑 길 등 곡선의 부드러움. 
포용, 원만함, 겸허한 마음 등을 깨닫고 
직선의 마을 길과 대비시키며 그의 시를 
완성시켜 나갑니다.

 

====================================================

 

 

 

치매 걸린 시어머니 
―진효임(1943∼)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소변도 못 가리시면서 기저귀를 마다하시던 시어머니,
꼼짝 없이 붙잡힌 나는
옛날에 한 시집살이가 모두 생각났는데,
시어머니가 나를 보고.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허요, 용서해 주시요 잉.
공대를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시집살이도
나만큼이나 매웠나 봅니다.


이제는 전설 속에나 있을 캐릭터,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등장한다. 시인의 연배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위 시가 실린 시집 ‘치자꽃 향기’에서 시인 소개를 보니, 시인은 열여덟 살에 결혼했다. 사십여 년, 그 긴 세월을 매운 시집살이 시키던 시어머니, 치매가 와서도 유난해서 시인은 ‘꼼짝 없이 붙잡힌’다. 시인도 젊지 않은 나이, 새삼 옛날 생각에 미운 생각이 버럭 나기도 하고, 어쩌면 고소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데,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혀요, 용서해 주시요 잉.’ 이 한마디에 마음이 풀린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 눈에 나이 든 여인이 며느리가 아니라 시어머니로 보인다. 치매로 상한 머리에도 그 오래전 무서움이 지워지지 않는 시어머니! 우리 어머니들, 그렇게 제 며느리한테 호랑이 노릇 톡톡히 하고는 늙은 몸을 푹 맡겼단다. 고부(姑婦)간에 대를 물려 그랬단다. 

진효임은 일흔 다 돼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한글을 배우니까 즐거운 일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좋은 건 머릿속 생각들을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자꽃 향기’ 앞머리에 적힌 ‘시인의 말’이다. 평생 소리(말)로 날려 보냈던 생각들을 이제 그림(글)으로 남기는 도취감! 소리를 붙잡아 앉히는 두근두근함을 그의 시 곁에서 숙연히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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