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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은 도자기를 만드는것과 같다...
2016년 07월 23일 16시 00분  조회:3950  추천:0  작성자: 죽림

 

[15강]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1 

강사/김영천 


오늘은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시의 언어라는 말을 늘 듣는데, 과연 시의 언어란 따로 
있는가? 시의 언어란 어떠한 것인가? 시의 언어가 갖는 
속성들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먼저 조태일의 분석을 살펴보겠습니다. 

1)언어는 존재의 집 
2)언어의 함축성 
3)언어의 암시성 
4)언어의 애매성 
5)언어의 문맥성 

6)언어의 음악성 
7)언어의 압축성과 간결성 
8)언어의 고유성과 정확성 
9)언어의 모순성 
10)기표의 힘 

이렇게 열 개의 소분류항목으로 나누었습니다. 
가능하면 알기 쉽게 오늘 부터 
며칠간 시의 언어를 다루어보겠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 흙이나 가지고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재료로서 가장 좋은 흙을 고르지만 
그 재료도 결국은 하나의 흙일 뿐이듯이 
시에 쓰이는 언어도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시의 재료가 될 때 그 독특한 성질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언어는 어차피 의사의 전달을 그 주요 특성으로 갖고 
있습니다. 그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 사이에 공통 
된 약속에 기초하는 것이지요. 또 시도 이러한 언어를 
표현수단으로 쓰는 예술이고요. 
즉 시에 쓰이는 언어는 의사전달을 뛰어넘는 그 무엇 
인가가 있어야하는데 그 무엇에 대한 것을 이제 하나씩 
배워나가겠습니다. 

1)언어는 존재의 집 
이는 하이데커의 말입니다. 
언어는 원래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 수단으로 쓰이곤 
하지만, 수단이나 도구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언어로서의 
언어가 지니는 본질적 모습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 
시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언어는 사물의 존재를 드러내는 주체로서, 
사물들을 명명하고 사물들을 불러모아서 하나의 의미로 
탄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좀 추상적이어서 쉽게 
이해가 안되니 시로 예를 드십시다. 
언젠가 한 번 예로 든 시입니다만, 도중에 강의를 들으 
신분들을 위해서 다시 옮기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님의 <꽃>전문입니다. 
너무 유명한 시이지요. 
요즘 무의미의 시를 쓰는 김춘수님이 얼마 전 티비에 
나오셔서, 김춘수시인을 말하면 모두 다 <꽃>만 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시더라구요. 

이렇게 언어로서 사물에 어떤 의미를 주어 결국은 
꽃이 되게 한 그가 이제 와서 의미를 거부하고 
무의미를 주장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1연에서 보듯이 이름이 없다는 사실은 그 것의 
존재가 아직 우리의 인식 밖에 있는 것이며, 이 세상의 
수많은 사물 속에 섞여 드러나지 않은 것입니다. 
정체불명이며 그의 속성은 오리무중입니다. 

그러나 그 것들이 하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름은 언어이며 
그 존재를 통해 한 존재의 의미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좀 설명이 어렵네요. 
제가 강의하면서도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반복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2)언어의 함축성. 

좀 어렵지만 일단 설명을 좀 하지요. 
언어는 부호적 의미가 있는 기표(시니피앙)요 그 언어적 
부호가 가리키는 기의(시니피에)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꽃을 처음에 비라고 이름을 지었으면 비가 꽃이 
되는 것이지요. 

김춘수님의 시처럼 우리가 꽃이라 이름을 지어서 그 꽃이 
꽃이 되었습니다만, 여기서 기표는 우리가 어떤 사물을 
꽃이라거나 비라거나 나무라거나 명명하는 사회적 약속 
이며, 무어라 명명하던 그 기표(언어적부호)가 가리키는 
개념이 기의가 되겠습니다. 

조태일님의 글을 잠깐 옮기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언어는 일종의 사회현상이다. 그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약속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의미로 여기도록 객관성 내지 보편성 
을 띠게 된다. 예를 들면 태양, 꽃, 물, 사랑, 어둠,볼, 
눈물...등의 언어들이 갖고 있는 의미는 그 것을 사용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 같은 의미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처럼 누구한테나 통용되는 언어를 지시적 언어 혹은 
사전적 언어라고 하는데 이러한 지시적 언어는 일상생활 
에서 서로의 의사 소통이나 의미 전달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그 의미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시의 의미가 환기하는 의미들은 사전적 의미로 
쓰이지 않으며 그것을 초월하여 새로운 의미를 끝없이 
창출해낸다. 즉 시인은 사전적, 지시적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보편성, 객관성, 고정성을 뛰어넘어 여기에 자기 
만의 독특하고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처럼 개인 
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어서 의미가 새롭게 창조된 
언어를 함축적 언어 혹은 내포적 의미의 언어라 한다." 
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리송할 것입니다. 

이제 쉽게 한번 이야기 해 볼까요 
이름을 들어본다면 여울, 솔, 오리, 나뭇잎등이 
일반인들에겐 지시적 언어만으로 이해할 뿐 
내가 아는 분들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겠지요. 
그들은 여울은 여울로 솔은 산중의 소나무로, 오리는 
헤엄치는 오리로,.... 

모두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보편성,객관성. 
고정성을 뛰어넘어 여기에 자기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솔님은 정귀매님으로 오리는 오경미 
님으로 초록바다는 김순엽님으로 은빛연어는 김영님으로 
그 내포하는 언어의 의미가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지시적언어를 새롭게 함축적 언어, 내포적의미 
의 언어로 창조하는 것이 시의 언어 입니다. 

너무나 잘 아시는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은 님을 의미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는데, 먼저 실질적으로 
사랑하는 님일 수도 있구요, 그가 독립투사였으니 
잃어버린 조국일 수도 있고, 그가 승려인 점을 감안 
하면 불교의 석가모니 일수도 있겠습니다. 학자에 따 
라서는 한 인간으로서 추구하고 도달하고픈 절대의 
세계이거나 경제일 수도 있겠지요. 

좋은 시 한 편을 읽어보겠습니다. 

임영조님의 <물>입니다. 

무조건 섞이고 싶다 
섞여서 흘러가고 싶다 
가다가 거대한 山이라도 만나면 
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 
더 낮게 흐르고 흘러 
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女子라도 만나면 
아무런 부담 없이 맨살로 섞여 
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잡념을 풀고 
맛도 색깔도 냄새도 풀고 
참 멍멍하게 살아온 生을 지우고 
찝찔한 양수 속에 씨를 키우듯 
외로운 섬 하나 키우고 싶다 

그 후 햇볕 좋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증발했다가 
문득 그대 잠 깬 마을에 
비가 되어 만날까 
눈이 되어 만날까 
돌아온 탕자의 뒤늦은 속죄 
그 쓰라린 참회의 눈물이 될까 

여기엔 참 여러가지의 물이 나옵니다. 비, 바다.양수 
눈, 눈물, 그리고 맹물.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물들은 지시적 언어와는 
전혀 다른 함축적 언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를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요즘은 웬지 사람이 그립다. 남자든 여자든 늙었든 젊었든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만나고 싶다. 도무지 맛도 
색깔도 없고, 냄새도 향기도 없는 물같이 언제나 정 많은 
사람, 맑고 조용한 사람이라면 언제나 만나고 싶다. 
만나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이 세상 끝까지 함께 
흐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생전에는 너무 
고고해서 섞이기 힘든 사람, 또는 짝사랑하기조차 
너무 먼 여자라도 이 다음 내가 죽은 후 물이 된다면 
반드시 그에게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는 참으로 엉뚱 
하고 황당무계한 몽상으로 이 시는 시작되었다. 
시를 쓸 때마다 종종 경험하게 되는 일이지만 이처럼 
<엉뚱하고 황당무계한 몽상>이 나의 고달픈 작업에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곤 했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 천하에 물보다 더 무르고 
겸손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단한 것, 거친 것 
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강하고 센 것도 없을 것이다. 
제 아무리 예리하고 큰 칼로 베어도 물은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늘 높은 곳을 마다하고 낮은 데로 
흐를 뿐 자신의 위치를 높이지도 않는다. 

사람의 몸은 70%가 수분으로 채워져 있다는데 왜 물의 
심성을 닮거나 배우지 못하는 모순의 덩어리일까? 
그 나머지 몇 퍼센트에 불과한 자기 감정의 잣대로 
온갖 선악과 증오와 슬픔을 재면서 살아가는 동물이라 
그럴까? 물은 내려가게 하면 끝없이 내려가는데 사람은 
왜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높은 자리만 탐할까? 물은 
담긴 그릇 생긴대로 따르는데 사람은 왜 그렇지 못할까? 

물보다 참을성이 없는 탓일까?하는 따위의 자문을 통해 
시적 공간을 넓히려 시도했었다. 
가능하면 물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과 존재를 철저히 
숨기고 흥분과 교시적 충동을 억제하면서 상상력의 폭을 
최대한 확대시켜 보려고 고심했다. 

다시 말하면 물의 
속성을 상관물로 채용하되 직설적인 언표는 피하고 언어 
조형과 미적 탐구에 주력하고자 했다. 그리고 물의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우리네 삶의 깨끗한 자세와 자연 
에의 순응과 무욕을 일깨워 주는 암시가 함께 표현되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물의 심오한 존재와 현상에 압도되는 자기 중심 
적인 흥분과 관념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고 다소 형식미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니고, 더욱이 불교의 윤회설을 믿어 
온 바도 아니지만 지금 살아있는 것들이 종당에 죽으면 

한 줌 흙이 되고, 몇 모금의 물이 된다는 너무도 당연한 
상식을 갖고 있다. 그러한 상식은 너무 보편적인 인식에 
불과하지만 죽은 뒤에 이루어진 흙이나 물이 곧 새로 
태어난 영원한 생명체라는 내 나름의 가설을 도출해내고 
그 가설 위에 한 편의 시를 세웠다. 

말 없고 유순하고 어찌보면 참 바보스런 물의 흐름이 곧 
생명력의 표상이 되듯 사람의 흐름도 그가 이 세상에 아직 
살아 있음의 확인에 다름아니라는 유추도 이 시를 쓰면서 
얻어낸 소득이다. 

이렇듯 나의 시는 흔히 사소한 소재, 보편적인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요즘의 내가 사람을 부쩍 그리워하듯, 그 그리 
운 사람들에게 쉽고도 재미있게 읽혀지기를 염원하며 쓴 
편지 같은 시, 또는 시 같은 편지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좀 길지만 다 인용한 것은 작가들의 마음 자세를 여러분 
들이 읽어보아야 더 좋을 것 같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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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표 운동화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단풍이 흐드러지고 청군 백군 깃발이
휘날려도
끝내, 다녀가지 못하고
인편에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토닥토닥
집으로 돌아온 가을 운동회 날

언니 따라 시집 가버린
뒤란 꽃밭엔
금방 울음을 토할 것 같은
고추들만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지요


국민동요라 할 수 있는 노래 ‘섬 아기’가 떠오른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를 집에 혼자 두고 굴 따러 다녀야 했던 엄마, 그 아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기도 전에 돈 벌러 서울 가서 안 계시는 형국이다. 화자에게는 다행히도 곁에 언니가 있었다. 엄마 역할을 하던 그 언니가 시집가던 날, 어린 화자의 불안과 슬픔이 오죽했을까. 언니도 어린 동생이 안쓰러워 눈물을 쏟았을 테다.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먼 고장으로 시집 간 언니는 끝내 오지 못하고. 화자는 내내 교문 쪽을 흘깃거리며 공을 던지고, 달리기를 했을 테다. 점심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가족과 둘러앉아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을 테지. 운동회가 끝나고 혼자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서 화자는 뒤란으로 간다. 그립고 그리운 언니가 꽃을 가꾸던 뒤란은 이제 고추밭이 됐다. 마치 꽃밭이 언니 따라 시집가버린 듯. 엄마하고만 사는 어린이, 아빠하고만 사는 어린이, 할머니랑 사는 어린이, 친척집에서 사는 어린이, 보육원에서 사는 어린이. 요즘 이런 어린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 어린이들은 대개 담담한 척한다. 슬픔은 받아줄 사람이 있을 때나 드러내는 것이기에. 외로움과 두려움뿐 아니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제 처지에 대한 수치심이 엉겨 있는, 소위 결손가정 어린이의 슬픔. 이 슬픔을 어떻게 달래줄까…, 대책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네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할까….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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